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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11

EP.510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16)

관객의 시야를 제한하는 것은 연극의 가장 기초적인 원칙 중 하나였다. 객석이 모두 무대 방향을 향해 고정된 것도, 극장에 창문이 없는 것도, 공연을 시작하면 조명을 모두 모두 꺼버리는 것도 모두 관객의 시야를 제한해 무대 위에 고정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배경을 무대의 몇 배나 되는 넓이로 확장하는 원더스타인의 연출 이론은 파격적인 것을 넘어 이단적이라 할 수 있었다. 업계의 반항아로 이름 높은 한트케 교수도 그것은 시도해보지 못했다.

물론 무대 밖까지 배경을 확장해보려는 시도가 여태껏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 장면을 위해 제한적인 연출로 사용되었을 뿐이었다.

그는 원더스타인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원리가 그럴듯하다고 여겼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당장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원래 새로운 이론이라는 건 연구와 수정을 거듭해야 비로소 현장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되기 때문이었다.

현재 무대 위에는 울펜슈타인 백작의 성이 배경으로 세워져 있었다. 무대 설치에 능한 프란츠가 직접 제작한 것이었다.

마야는 무대의 중앙에 서서 객석에 거대한 렌즈가 있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렌즈의 양 끝에서 그녀 자신을 향해 직선을 그렸다. 그녀가 있는 위치에서 만난 두 직선은 교차점을 남기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뻗어 나갔다.

마야는 그렇게 멀어져 가는 두 직선이 무대 가장자리를 지날 때의 각도를 확인했다. 그것이 바로 피사계 심도를 측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무대와 객석의 전체적인 형태가 머릿속에 들어온 마야는 이제 환상을 띄어 무대 양옆으로 배경을 확장했다. 백작의 성과 성을 받치고 있는 절벽과 절벽 아래에 있는 숲이 한 폭의 병풍처럼 펼쳐졌다.

그 수려한 풍경에 유라크네는 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녀는 원더스타인에게 몸을 밀착시키며 말했다.

“단장님, 이게 그 단장님의 아웃사이드 이론이죠? 멋져요! 정말 대단하세요!”

원더스타인은 호들갑을 떠는 그녀를 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아름답고, 사려 깊고, 가슴도 크고, 요리도 잘하고, 밤일도 끝내주는 그녀였지만 머리가 나쁘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그런 점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귀여웠다.

“아웃사이드가 아니라 아웃포커싱입니다. 그리고 이건 그냥 평범한 환상입니다. 아웃포커싱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어요. 야외라는 페널티를 극복하기 위해 환상으로 무대 옆을 덮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무대 밖으로 확장된 배경에 눈이 가버리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거죠.”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유라크네는 그중에서 유독 아나이스의 혀 차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자신만 연출에 대해 의견을 내지 못한 것 같아서 아는 척을 해봤는데 괜히 나서서 망신만 당하고 말았다.

맞은편에 앉은 트라이머리가 ‘시골 아낙네’ 운운하며 그녀를 약 올렸다. 유라크네는 갑자기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손들을 꼼지락거렸다.

그때, 원더스타인의 손이 그녀의 손 하나를 꼭 붙잡아 주었다. 다른 단원들이 있는 곳에서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그의 행동에 그녀는 놀랐지만, 곧 그의 옷 아래로 빠져나온 팔 한 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은 건 그 팔이었다. 단원들이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원더스타인은 팔을 만들어 내어 그녀를 다독여 준 것이다. 유라크네는 소리 없이 웃었다.

소란이 이는 와중에도 마야는 아웃포커싱을 완성하는 데만 집중했다. 그녀는 무대 바깥으로 뻗어 있는 환상을 아까 구한 초점의 입사각에 따라 뿌옇게 번지게 했다. 바깥으로 갈수록 그것은 심해져서 나중에는 어렴풋한 잔상만이 안개처럼 퍼져 있었다.

바깥으로 갈수록 흐려지는 환상 배경을 보고 있으니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마야가 서 있는 위치로 말이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

한트케 교수는 발을 쾅쾅 구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결국에 대중 미술에서 사용하는 집중선 효과의 응용이었군! 사물을 중심으로 그리는 선들이 오히려 사물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는 그런! 우리는 왜 그동안 배경에 적용해볼 생각은 못 했을까? 하여간 대단해! 이걸로 다른 서커스단이 가지지 못한 무기가 하나 완성된 셈이야! 제법 날카로운 녀석으로!”

한트케 교수는 원더스타인의 어깨를 붙잡고 격하게 흔들어댔다. 엘라, 레이나, 마야는 그것을 보고 자신이 칭찬받은 듯 우쭐했다.

‘저 정도는 되어야 내가 인정한 남자답지. 훗, 나는 그가 선택한 파트너고.’

‘역시 우리 아빠! 내가 아빠 딸이라고 모두에게 외치고 싶다…….’

‘과연 스승님이셔. 세상에서 존경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분.’

그렇게 괴물서커스단의 연출은 또 한 단계 도약하게 되었다. 마야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3일 뒤에는 레이 트레이싱을 완성해서 선보였다. 그것 또한 한트케 교수의 극찬을 들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괴물서커스단이었지만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단원들이 부르는 노래 때문이었다.

전반적으로 그들의 가창력은 그렇게 뛰어난 편이 못됐다. 원더스타인, 엘라, 레이나, 미노바, 루엘로, 스벤, 트라이머리 3형제는 한트케 교수를 만족시켰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중 가장 끔찍한 사람은 단연 마야였다. 그녀는 모든 노래를 무뚝뚝한 평소 목소리 그대로 불렀다.

“어쩔 수 없군. 마야는 환상 목소리를 쓰도록 하자.”

“엇, 잠깐. 그러면 우리도 그걸 쓰면 안 돼요?”

방금 한트케 교수로부터 돼지 멱따는 소리라고 욕을 얻어먹은 우몬이 반색하며 질문했다. 엘라는 그를 보며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일반 공연이라면 그래도 상관없지. 하지만 이건 시험이잖아. 시험이 시작되는 전주까지 무대에 오를 배우와 각 배우가 맡을 배역을 제출해야 해. 그래야 저쪽도 심사를 준비할 수 있으니까. 만약 그 이후로 배역을 바꾸거나 하면 규정 위반이야.”

우몬이 실망감에 뿔을 축 늘어뜨렸다. 엘라는 그것을 보고 펄쩍 뛰었다.

“잠깐! 뿔을 어떻게 늘어뜨린 거야?”

“제 새로운 인스피라예요. 며칠 전에 생겼어요. 뿔을 늘리고 구부리고 휘두를 수 있어요.”

“뭐야. 그동안 왜 말 안 했어?”

“재능 없다고 매일 욕먹고 있는데 이 와중에 이런 거 생겼다고 밝혀서 뭐해요.”

우몬이 볼멘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방금까지 그를 구박하던 한트케 교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돌이켜보니 확실히 지금까지 그에게 말을 너무 심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몬의 외모가 외모인지라 그를 보고 있으면 도저히 11살짜리 소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자신도 모르게 말이 함부로 나오고 말았다.

“내가 좀 실수한 것 같군. 우몬 군을 마주하면 위압감을 느껴서 그만 기센 배우들을 대할 때처럼 굴고 말았네. 그러니 내가 지금까지 던진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게. 다들 잘하고 있네. 이대로 연습만 계속한다면 적어도 음악 부문에서 감점을 먹지는 않을 거야.”

“정말요?”

엘라가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다른 노래들은 그의 말대로 될 것 같았다. 그러나 한 곡만은 도저히 시험 전까지 숙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바로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라는 곡이었다. 그것은 낯선 고성에 오게 되어 겁에 질린 공주에게 백작의 고용인들이 긴장을 풀어줄 겸 흥겨운 리듬과 함께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곡은 특이하게도 아무도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배우들은 그저 표정과 동작만으로 연기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악기가 반주를 깔아주는 것도 아니었다. <환영합니다!>를 연주하는 것은 바로 연극에 사용되는 소품들이었다.

사기 접시, 나무 그릇, 양철 냄비, 유리잔, 돌 주전자, 강철 갑옷 등이 내는 소리와 요리 재료가 다져지고, 볶아지고, 튀겨지는 등의 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합주곡이 바로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였다. 이는 <울펜슈타인 백작> 안에서만 아니라 크리스티앙의 작품을 통틀어도 가장 어려운 곡에 속했다.

악보만 보면 곡의 난도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을 ‘연주’하는 일이 매우 고난도에 속했다.

크리스티앙의 작품들은 모든 배우에게 연기와 더불어 노래와 곡예를 요구했다. 그러나 보통의 극장은 그런 배우들을 갖추기 쉽지 않았기에 공연할 때 곡예 부분을 적당히 손보거나 아예 삭제하곤 했다.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가 바로 크리스티앙의 작품 중 곡예 실력을 가장 극한으로 요구하는 곡이었다. 10여 개의 접시를 테이블 너머로 서로 던지고 받으며 박자에 맞춰 차곡차곡 쌓았다 뺐다 해야 하고, 수십 개의 유리잔을 숟가락으로 두드리며 잔마다 정확히 다른 양의 물을 따라야 했으며, 불에 달궈진 무쇠 냄비를 휘둘러 안에 든 감자들로 저글링을 해야 했다. 그야말로 악마적인 난도를 자랑하는 곡이었다.

해당 곡을 연주해야 하는 건 바로 하녀인 레이나, 요리사인 유라크네, 정원사인 알렌, 경호원인 조였다. 그들은 연구에만 미쳐서 세상이랑 단절되어 사는 젊은 주인을 안타깝게 여겼으며 오랜만에 방문한 손님인 아자티 공주를 반갑게 맞이하며 연주를 시작했다.

레이나는 쉽게 그녀의 분량을 소화해냈다. 유라크네도 팔이 여섯 개나 있는 덕에 몇 주의 노력 끝에 그녀가 담당한 부분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알렌과 조가 감당하기에는 곡에서 요구하는 곡예의 수준이 너무 높았다. 그들은 번번이 접시를 놓치거나 잔을 떨어트리거나 요리를 쏟곤 했다.

이게 보통의 공연이었다면 괴물서커스단도 효율성을 위해 이 부분을 축약했을 것이다. 그러나 황금 카니발과 바퀴의 서커스는 이 부분을 완벽하게 해낼 거라는 게 문제였다. 이건 경연이었고, 상대와 확연하게 비교되는 부분이 있다면 심사위원들이 그들을 탈락시킬 사유로 들 수 있었다.

“그래서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는 어떻게 할 거죠? 이제 선택을 해야 해요. 이대로라면 미완성인 곡을 무대 위에 올려보내야 한다고요. 차라리 그럴 바에 알렌과 조의 분량을 줄이는 게…….”

알렌과 조의 표정이 울적하게 변했다. 한 달 가까이 연습했음에도 결국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이것이 그들이 자신 있는 코미디였다면 중간중간 실수하는 것을 웃음으로 승화시킬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 없었다. 실수는 불협화음으로 작용하여 곡 전체를 망칠 뿐이었다.

“분량을 줄일 필요 없네. 내게 생각이 있네.”

그러나 한트케 교수는 전혀 걱정이 없어 보였다. 그는 여태껏 내내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는 식으로 알렌과 조의 문제를 내버려 두었다. 엘라는 그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아 소리쳤다.

“계속 생각만 하실 거예요? 이제 시험까지 2주도 안 남았다고요.”

“그래. 그래서 이제 슬슬 공개하려고 생각했지. 그동안 알렌 군과 조 군의 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일 필요가 있었거든. 내게 해결책이 있네.”

그 말에 풀죽은 표정을 짓고 있던 알렌과 조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들은 희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한트케 교수를 바라봤다.

“무엇입니까, 교수님?”

“뭐든지 하겠습니다!”

한트케 교수는 그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껄껄 웃었다.

“뭘 하긴. 평소대로 하면 돼. 그동안 실수투성이 모습…… 충분히 익혔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한트케 교수는 대답하는 대신 악보를 그들 앞에 펼쳐 보였다. 그곳에는 십수 종류의 소품이 악기로 등록되어 있었다.

“곡을 한번 뒤집어 보자고. 자, 여긴 양철 냄비의 뚜껑을 마주쳐서 쨍하는 소리를 내는 부분이지?”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소품 중 하나를 집었다. 그러나 그것은 양철 냄비의 뚜껑이 아니었다. 사기로 만든 접시였다.

“쨍.”

그는 입으로 소리를 내며 접시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접시가 쨍하는 소리를 내며 깨졌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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