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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12

외전2. 회장님의 게임 (1)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로 손꼽히던 서성전자는 카로스와 손잡고 자동차 전자장비 시장을 선점하며, 어느새 시총 1천조 원을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서성전자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신산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바로 게임 분야다.

OTK게임즈가 주도하는 VRMMORPG 개발은 엄청난 탄력을 받았다.

이는 이제까지 게임계의 역사를 바꿀, 말 그대로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다.

때문에 서성전자는 OTK게임즈와 손을 잡고, 가상현실게임을 구동시킬 수 있는 콘솔 개발에 나섰다.

성공한다면 자동차 전자장비에 이어서 서성전자의 차후 먹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

김현호는 지방에 있는 전문대 게임학과를 졸업한 뒤, 2년째 백수로 지내고 있었다.

용돈은 끊긴 지 오래였기에 야간에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했고, 그 외의 시간에는 주로 집에서 게임을 했다.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에 접속한 그는 같이 게임을 하는 백수친구들로부터 서성전자가 VRMMORPG 콘솔개발과 관련해 특별채용 공고를 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나미다is근손실: 서성전자에서 이번에 특별채용한대.]

[GU편도리: 콘솔 개발하면 재밌긴 하겠네. VRMMORPG가 진짜 나오려나? 근데 지원자격 빡세지 않아?]

[3대오백원: 이번에 채용기준이 바뀌어서 최저학력은 고졸 이상이고, 학벌이나 자격증 안 보고 오로지 실력만 보고 뽑는다는데.]

[GU편도리: 요즘 대기업들 블라인드 채용 많이 한다더니, 그런 건가 보네.]

[나미다is근손실:콘솔 개발 인력인 만큼, 게임에 대해 잘 알면 유리하지 않을까?]

[3대오백원:지금 게임폐인들 입사지원서 넣겠다고 난리겠네.]

[언덕아머단속반: ㅋㅋㅋ 그거 다 뻥이지. 블라인드채용이라고 말만 해놓고 막상 명문대 애들만 골라서 뽑겠지~]

[3대오백원: 하긴.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잖아.]

이때까지만 해도 별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어머니한테 등짝을 얻어맞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다.

짜악!

“악! 왜 때려요?”

“취직은 안 하고, 집에서 게임만 하고! 넌 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니? 옆집 철오는 SSK텔레콤에 떡하니 붙었다는데! 엄마가 철오 엄마만 보면 아주 부끄러워 죽겠어!”

“나도 이제 취직할 거야! 지금 취직정보 얻는 중이야.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

“어디에 취직하게?”

“서성전자.”

“뭐? 서성전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거기가 무슨 동네 편의점인 줄 알아?”

“말리지 마세요. 조만간 아들 서성전자에 입사할 겁니다.”

엄마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중에 전해들은 누나라는 놈은 배를 잡고 웃었다.

“푸하하! 니가 서성전자 입사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모두가 안 될 거라고 말하자, 왠지 오기가 생겼다.

다른 건 몰라도 컴퓨터 만지고 게임하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이제까지 출시된 MMORPG를 거의 다 해봤고, 로스트 판타지 시리즈는 전부 클리어했다.

김현호는 그동안 했던 게임들의 스샷을 첨부해 입사지원서를 만들었다.

사실 입사지원서를 제출하면서도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서류심사를 통과해 면접까지 올라갔고, 심지어는 합격했다!

서성전자가 어떤 기업인가?

명실상부한 한국 최대 기업이자, 세계 최대 IT제조다.

오죽하면 한국이 망해도 서성전자는 안 망하지만, 서성전자가 망하면 한국이 망한다는 말까지 있겠는가?

아들이 서성전자에 합격하자, 엄마는 신나서 동네방네 소문을 냈고, 당당하게 철오 엄마 앞에서 아들 자랑을 늘어놓았다.

물론 누나는 손에 장을 지지지 않았다.

김현호는 대전으로 신입사원 연수를 받으러 갔다.

특별채용이었기 때문에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각 계열사에서 새로 뽑은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숫자는 100명에 가까웠다.

비슷한 또래 남녀들은 서로 말을 건네며 인사를 나누었다.

“혹시 어느 대학 나오셨어요?”

“저 연성대 기계공학과 나왔습니다.”

“연성대. 저 연성대 국문과예요.”

“아! 정말요? 몇 학번이에요?”

처음 얼굴을 본 신입사원들은 학연을 중심으로 끼리끼리 뭉쳤다.

학벌과 자격증을 보지 않고 실력으로 뽑았다고 해도, 대부분이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학 출신, 또는 유학을 다녀온 이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학벌과 자격증이란 곧 그 사람의 능력을 나타낸다. 따라서 학벌이 좋고 자격증이 많을수록 실력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블라인드 채용 덕분에 학력이 떨어짐에도 입사하는 이들이 존재했다. 김현호가 딱 그런 케이스였다.

그는 연수를 받으며 깨달았다.

지금이야 다 똑같이 어리바리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격차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가 게임하며 노는 동안, 남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자격증을 땄으니 당연한 일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했다.

‘이제부터 오로지 공부뿐이야!’

***

신입사원 연수가 끝난 뒤.

김현호는 콘솔 개발부서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이미 기존에 게이밍노트북과 모니터를 만드는 개발진들이 따로 떨어져 나와 팀을 이루고 있었다.

사내커플이 생기고, 친해진 사원들끼리 술 마시고 놀러 다녔지만, 그는 회사가 끝나면 학원을 가고, 온라인 강의를 듣는 등 자기계발에 시간을 쏟았다.

그렇게 3개월이 흘렀다.

슬슬 업무를 익혀갈 때쯤 팀장이 다가와서 말했다.

“김현호 씨.”

“예!”

“사장님께서 호출하셨어요.”

“예? 사장님께서요?”

서성전자의 사업부문은 반도체, IM, CE, 디스플레이, 전장 총 다섯 개로 나뉘어 있다.

각 사업부만 하나만 떼놓고 봐도 웬만한 재벌그룹보다도 규모가 크다. 또한 서성전자는 한국뿐아니라, 세계 전역에 공급망과 판매망을 갖추고 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만큼, 사장이 한국에 머무는 기간도 몇 개월 되지 않았다.

신입사원이 사장을 독대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대체 무슨 일이지?’

그는 잔뜩 긴장한 채 사장실로 향했다. 비서의 안내에 따라 사장실로 들어가자, 서성전자 IM부문 조동준 사장이 보였다.

그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서성전자 신입사원 김현호입니다.”

“거기 잠깐만 앉게.”

조동준 사장은 집중해서 자료를 훑어보고 있었다. 뭔가 해서 슬쩍 봤더니, 다름 아닌 그의 입사지원서였다.

“여기 보니 게임대회에서 입상경력이 있군.”

“예. 대학생 때 베어TV가 주최한 스타대회에 나가 3등을 했었습니다.”

그때 잠깐 프로게이머를 꿈꾸기도 했었다. 그다음 대회에서 예선 탈락하고 바로 접었지만.

조동준 사장은 서류를 덮으며 말했다.

“자네 직업이 뭔가?”

김현호는 재빨리 차렷 자세를 하며 대답했다.

“서성전자 직원입니다.”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에서 직업이 뭐냐는 질문이었네.”

“예? 아! 백마법사입니다.”

“레벨은 몇인가?”

“만랩입니다.”

“그럼 아케인 쓰로어는 쓸 수 있나?”

“가능합니다. 그건 레벨 30이 넘으면 필수로 익혀야 하는 마법이라서요.”

“라이트닝 써지는?”

“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광역기다 보니 MP 소모가 크고, 한번 쓰면 3분 동안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공대 경험은 있나?”

“예.”

사실 그는 레전드오브워, WOF, 블랙데저트, 그리고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까지, 그야말로 공대란 공대는 다.

돈 것은 물론이고, 3대 게임 공대장을 전부 역임하며 공대장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마지막으로 묻겠네. 백마법사를 직업으로 택한 이유는 뭔가?”

“제가 컨트롤에는 자신이 있어서요.”

마법사는 마법을 쓸 때 마우스를 컨트롤하며, 커맨드를 입력해야 한다.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입력하느냐에 따라 딜량이 천차만별이다. 그게 바로 그가 백마법사를 택한 이유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조동준 사장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합격이네. 자네가 바로 우리가 찾던 인재야.”

“…예?”

‘어머니! 아들이 회사에서 이렇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뭐 때문에 인정받았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이제부터 자네가 해야 할 일이 있네.”

김현호는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어떤 일을 하면 되는 건가요?”

“오늘부터 SS공격대 공대장을 맡아주게.”

“……예?”

***

김현호는 퇴근 후, 조동준 사장과 함께 논현동에 있는 한 카페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여섯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SS 공격대의 공대원들로 전부 서성그룹 임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일이 있는 사람들은 제외하고 근처에 있는 사람들만 모였네.”

그들은 반갑게 김현호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주성모 서성생명 전무입니다.”

“반갑습니다. 최동욱 서성화재 이사입니다.”

가장 직급이 낮은 이가 팀장급이었다.

인사가 끝난 뒤, 김현호는 자리에 앉았다. 각자 커피를 주문하고 나자 조동준 사장이 본론을 꺼냈다.

“회장님께서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을 하는 건 알고 있나?”

“예. 언론에서 봤습니다.”

그 때문인지 OTK게임즈와 서성전자가 손잡고 여러 차례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김현호가 질문했다.

“저기, 그런데 원래 공대장 하시던 분은 어디 가셨나요?”

“전 공대장은 서성SB 성민호 과장이었네.”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을 열심히 하던 그는 어느 날 같이 레이드를 뛰던 성기사가 너무 못해 갈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성기사가 일하는 회사의 회장님이었다.

임진용 회장이 그를 직접 찾아가 같이 밥 먹은 것은 유명한 일화였다. 그 뒤로 같이 게임을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설마 그때 일 때문에 잘렸나??’

그렇게 생각하는데, 조동준 사장이 말했다.

“얼마 전, 승진해서 현재 프랑크푸르트 지사로 갔네. 1년 간 연수를 받아야 하니, 당분간 공대장을 맡기는 무리네.”

“그, 그렇군요.”

‘다행히 안 잘리고 무사히 승진했구나.’

“현재 우리 공대는 카락툴라 레이드를 준비 중이네.”

카락툴라는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의 대표적인 보스몹중 하나로 해치우면 여러 아이템을 받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바로……

“회장님께서는 카락툴라를 쓰러트리면 얻을 수있는 폴라리스 소드를 필요로 하시네. 이건 귀속 아이템인 만큼 오직 레이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지.”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은 정액제로 서비스되고, 게임과 관련한 어떠한 아이템도 팔지 않았다. 그러나 유저들 간의 아이템거래는 차단하지 않았다. 때문에 게임내에서 번 돈과 아이템은 유저들 간에 활발하게 거래되었다.

이를 중계하고 경매하는 공식사이트도 존재했다.

하지만 귀속 아이템은 계정에 귀속되는 만큼, 캐릭터를 통째로 팔지 않는 이상 거래가 불가능했다.

“비슷한 검을 그냥 사면 되지 않나요? 폴라리스 소드는 거래가 안 돼도 갤럭시 소드는 거래가 됩니다. 딜도 더 잘나오고, 광역버프 스킬까지 있구요.”

사실 폴라리스 소드는 그렇게까지 대단한 아이템은 아니었다.

만약 현질을 한다면, 500만 원 정도면 충분히 살 수 있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뭔 게임 아이템에 그만한 돈을 쓰냐며 경악하겠지만,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아이템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다.

얼마 전에는 7강화에 성공한 레드스트림이 경매에서 1억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일도 있었다.

조동준 사장은 김현호에게 물었다.

“회장님께서 한국 몇 위 부자인지 아나?”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그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4위 아닌가요?”

한때 한국 최고 부자하면 서성그룹 오너일가가 떠오르던 때가 있었다. OTK컴퍼니 삼인방(?)으로 인해 국내 순위는 밀렸지만, 세계 순위는 오히려 수십 계단 상승했다.

김현호가 이해를 못 한 듯하자, 조동준 사장은 한마디 덧붙였다.

“현질을 할 거면 회장님께서 게임을 왜 하겠나?”

“아…”

게임이 재밌는 이유는 시간을 들이고 노력한 만큼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현질을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면, 굳이 게임을 할 필요가 없다.

“회장님께서는 노현질이 원칙이시지.”

그렇기 때문에 레이드를 성공시켜야 한다.

카락툴라는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의 대표적인 보스몹이다.

공략에 성공할 경우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만, 그러나 공략이 대단히 까다롭기로 악명 높다. 실력 있는 공대가 몰려가도 3분의 2 정도는 실패한다.

“전에 공략해본 적 있나요?”

조동준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 도전했지만 실패했네. 어찌어찌 3페이즈까지 진입하는데 성공했지만, 그다음 전멸했지.”

보스몹에 따라서는 전투가 진행됨에 따라 변신을 하는 놈들도 있다. 그때마다 공략방법이 바뀐다.

김현호는 스마트폰으로 지난번 실패한 레이드의 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SS공대의 전력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15인 공대구성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딜러가 한 명 빠지고, 힐러가 한 명 더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구성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전술입니다. 보스몹 레이드는 그냥 우르르 몰려가서 다구리…… 아니, 집단공격을 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보스몹의 종류에 따라 맞춰서 집단전술을 짜야 합니다.”

그의 말에 사장, 전무, 이사 등의 표정이 밝아졌다.

“허허! 이 친구 보통이 아니구만.”

“이런 인재가 서성전자에 있었다니.”

“앞으로 레이드가 기대 되네요.”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게 된 김현호는 당황하며 말했다.

“그런데 제가 공대장을 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아서요.”

공대장이라는 자리는 조별과제 조장 이상으로 책임과 의무가 막중한 자리다. 공대 전체를 지휘하면서도 한 사람 몫을 해내야 한다. 그리고 공대원들끼리 분란이 생기지 않도록 조정하는 중재자 역할도 해야 한다.

‘게임세상은 넓고 트롤러는 많은 법이니까.’

자격미달의 공대장 때문에 레이드에 실패하거나, 공대가 와해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아직 업무 적응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제가 이런 중요한 자리를 맡아도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조동준 사장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게임도 업무의 연장이네.”

“…예?”

“핸드폰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전 세계 사람 모두가한 대씩 갖게 다니게 될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네. 회장님께서는 VRMMORPG 콘솔 역시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하고 계시지. 때문에 직접 게임을 해보시며 개발 방향에 대해 고심하시는 중이네.”

“아! 그런 깊은 뜻이! 그래서 사장님께서도 열심히 로스트 판타지 온라인을 하고 계시는 거군요!”

김현호의 탄성에 조동준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네.”

사실은 그냥 하다 보니 재밌어서 하는 거였다.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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