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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12

EP.511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17)

한트케 교수는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의 몇몇 장면들에 수정을 가했다. 알렌과 조가 어려워하던 부분들은 모두 그들이 실수하는 것으로 내용이 교체되었다. 접시가 깨지고 돌 잔이 바닥을 나뒹굴고 금속 나이프가 탁자에 박혀서 부르르 떨었다.

그들의 실수는 마치 원래부터 의도한 연출처럼 보였다. 그들이 실수하면서 내는 소리가 악보의 내용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교수가 예시로 보여주었던 ‘쨍’처럼 어디선가 대체품을 구해온 것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소리가 딱 맞아떨어지는 물건들을 찾으셨죠?”

한트케 교수가 오늘 가져온 소품들은 모두 ‘실수’를 위해 선별된 것들이었다. 엘라의 질문에 그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구석에서 졸고 있는 그의 제자 랄프를 가리켰다.

“랄프 군이 3주간 고생했지. 그는 3주 밤낮 시장을 돌아다니며 온갖 물건들을 두드려 봤네.”

3주 밤낮? 다들 질린 눈으로 한트케를 바라봤다. 단원들은 때려 죽어도 대학원이라는 곳은 절대 가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그때, 알렌이 그의 말에서 뭔가를 알아채고는 질문했다.

“잠깐만요. 3주 전이라면 그때부터 이미 연출을 이렇게 바꾸기로 생각하고 계셨다는 거잖아요?”

“그렇네.”

“그럼 미리 말씀하지 그러셨어요. 왜 지금까지 우리에게 헛고생을 시킨 겁니까?”

“맞아요. 차라리 랄프를 따라서 같이 시장을 돌아다니는 게 낫지 않았습니까?”

“결코 그렇지 않네.”

한트케가 지금까지 굳이 기다렸던 것은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실수하는 모습을 발굴하기 위해서였다. 괜히 그들에게 연출가 욕심대로 이렇게 저렇게 실수를 연기하도록 명령한다면, 그것은 그들에게 또 다른 과제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한트케는 그들이 계속 실수를 반복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덕분에 그는 그들에게 딱 어울리는 연출을 구상할 수 있었다.

알렌과 조는 그의 혜안에 감복해 탄성을 토했다. 엘라는 역시 이름 높은 연출가는 뭐가 다르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나 교수는 놀라야 할 사람이 있다면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괴물서커스단을 지도하는 내내 그들의 능력에 몇 번이나 감탄했었다. 특히 그중에서 엘라의 재능이 가장 놀랍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곡예면 곡예, 모든 것을 다 척척 해냈다. 심지어 그녀의 특기라는 동물 조련은 단순히 길들이는 것을 뛰어넘어 동물에게 인간의 혼을 집어넣은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뛰어났다.

물론 엘라가 한트케 교수의 생각을 알았다면 어색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녀가 데리고 있는 동물들 대부분은 정말로 사람의 혼을 깃든 게 맞았으니까 말이다.

베티의 동물들도 이번 연극에서 역할이 있었다. 울펜슈타인 백작의 성 지하에는 그의 실험실이 있었는데, 동물들은 그곳에 갇혀 있는 실험체 연기를 하기로 했다.

한트케 교수는 원래 실험체 표현은 소품이나 환상을 쓰려고 했었다. 그가 생각하는 연출을 동물들이 표현하기 힘들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연출의 개요를 들은 엘라는 바로 동물들에게 가서 무어라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동물들은 정말로 그녀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지시 사항들을 정확히 수행해냈다.

연극에 진짜 동물을 동원하는 일은 보통 연극의 수준을 떨어트리는 것으로 여겨졌다. ‘연기’를 포기하고 ‘볼거리’로 관객들의 눈을 속이는 서커스 같은 짓거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진짜 제대로 된 연기를 하는 동물들이 있었다. 그가 놀라 자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트케 교수는 자신도 다른 교수들처럼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늙은이였음을 또 한 번 깨달았다.

괴물서커스단과 함께하면서 그는 그에 대해 여러 번 통감했었다. 랫맨들의 경우가 대표적이었다. 그는 그들이 서커스단의 일꾼일 뿐만 아니라 음악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어딜 감히’라는 생각이 불쑥 치솟았었다.

평소 하던 괴물 서커스라면 몰라도 크리스티앙의 작품에 나오는 음악을 그들이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설마 쥐 수인들 따위가 그 정도 소양을 지니고 있다고 믿기 힘들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악기랍시고 조잡하기 짝이 없는 잡동사니를 들고 나왔을 때, 그런 그의 편견은 더욱 강해졌다. 그것은 어느 쓰레기장에서 대충 주워온 물건들 같았다. 생긴 것도 이상한 데다가 상하좌우의 균형도 맞지 않았고 군데군데 깨지고 갈라진 흔적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연주가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 그는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악기는 겉보기와 달리 대단히 안정된 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는 건가?”

한트케 교수는 그들의 악기를 받아 면밀하게 살펴봤다. 아무리 봐도 고물 잡동사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그가 소리를 내려 해보면 쇠를 긁는 것 같은 소리만 나왔다.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랫맨은 그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신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었다. 그는 잡동사니 곳곳에 손가락을 이리저리 쑤셔 넣더니 숨을 불어넣는 곳에는 주둥이를 삐딱한 각도로 가져다 댔다. 그렇게 연주를 시작하자 잡동사니의 구멍 한쪽에서 청량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랫맨들의 악기도 형편이 비슷했다. 딱 정해진 파지법대로 쥐고 정해진 동작대로 움직여야 소리가 나왔다.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마땅히 고철에서 날 법한 소리만 나왔다.

며칠을 지켜봐도 한트케 교수는 그들의 악기가 가진 원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랫맨들도 그것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대충 쓰레기장에 굴러다니는 물건들을 고르다 보면 뭔가 느낌이 오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에는! 소리의! 길이 있다!”

“그것을 느끼면! 모든 만물이 악기다!”

보통 랫맨들은 인간들이 불결하게 여기는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사회에서 가장 더러운 일을 도맡아 했다.

이는 그들이 강력한 질병 저항력을 지닌 데서 기인했다. 랫맨들의 집단 거주지가 보통 쓰레기장이나 오물통에 비유될 정도로 비위생적인 것도 그래서였다. 그저 위생의 필요성을 덜 느껴서 그럴 뿐인데, 사람들은 그들이 천성적으로 지저분한 생물인 줄 알았다.

그런 환경에서 살다 보니 그런 건지 그들은 고물이나 고철을 고쳐서 쓸만한 물건으로 되살리는 일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랫맨들이 악기를 만들어낸 방식도 오직 랫맨만이 느낄 수 있는 감각에 의존한 것이었다.

그들의 야무진 손재주는 또한 악기 연주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들은 20년 이상 수련한 연주자들처럼 능숙하게 악기를 다뤘다.

사정을 파악한 한트케 교수는 랫맨들이 언제나 훌륭한 연주자가 될 자격을 갖추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그동안 그들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독특한 음색을 내는 랫맨들의 악기 덕분에 괴물서커스단의 음악은 악보를 그대로 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재해석을 한 것처럼 들렸다. 한트케 교수는 그와 친분이 있는 합주단을 초청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랫맨들의 실력에 그의 지도가 더해지자 어느 무대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합주곡이 완성되었다.

괴물서커스단 사람들은 교수의 지도에 따라 연습을 거듭해 나갔다. 0.1%라도 극의 완성도를 올릴 수 있다면 그들은 철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이 그렇게 시험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세 노인의 덕이 컸다. 가스통은 매일 단원들에게 연금술 길드 비전의 각성제와 피로 회복제를 제조해주었고, 칼슨은 하루 12시간 십수 명의 단원들을 돌아가며 마사지 해주었으며, 바텔은 나머지 인력들을 지휘해 요리, 청소, 빨래 등의 잡일을 빈틈없이 처리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침내 시험까지 딱 1주일을 남겨두고 있었다. 엘라와 원더스타인은 백작과 집사로서 일과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방으로 올라온 원더스타인은 엘라의 외출복을 벗기고 잠옷으로 갈아입혀 주었다. 그녀는 그대로 방을 나가려는 원더스타인을 향해 질문했다.

“우리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불안감을 읽고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자신만만하던 그녀도 시험을 앞두니까 많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겁나나요?”

“상대가 상대니까. 그 황금 카니발과 바퀴의 서커스라고. 물론 그렇다고 겁먹은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했잖아요. 이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래서 안 되면 다음을 노릴 수밖에요.”

“그렇게 해야겠지……. 그건 그렇고 언제까지 서 있을 거야? 집사 연기는 끝났다고. 편하게 앉아.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엘라는 슬쩍 몸을 움직여 옆에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그것을 보지 못하고 근처에 있던 의자를 끌어다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엘라는 작게 혀를 찼다.

“사실 바로 다음 시험을 준비하기는 쉽지 않을 거야. 일단 한트케 교수가 또 연출가를 맡아줄지 의문이기도 하고……. 연습을 들어갈 때 말했었잖아. 이 몰입 방식은 배역에서 헤어나오는 게 쉽지 않다고. 노천극장의 시험은 이전 시험의 경험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만 될 확률이 높아. 떨어진다면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 것보다 그냥 다다음 시험을 노리는 게 나을 거야.”

“후후, 엘라 양 당신답지 않군요. 벌써 떨어졌을 때를 생각하는 겁니까?”

“아, 백작의 성격이 옮았나 보다. 하여간 이 방식은 그게 문제라니까.”

“후후, 엘라 양만이 아니던데요? 어제는 말이죠…….”

두 사람은 배역에 심취해서 일상에서도 엉뚱한 모습을 보였던 단원들의 사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웃음을 터트렸다. 지난 한 달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사실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도 내가 추구하는 서커스와는 거리가 멀어. 무작정 대본을 그대로 따라가야 하는 게 답답하단 말이야. 나는 관객들과 호흡하고 보다 자유롭게 무대를 쓰는 그런 공연이 좋아.”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하는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심정은 자신이 ‘영화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것과 비슷했다. 정해진 전개를 그대로 따라가고 한 번의 플레이마다 몇 시간은 동영상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그런 게임.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 같은 동작, 같은 대사를 수백, 수천 번 반복하다 보니 그는 버튼 액션처럼 키 하나를 누르면 반사적으로 정해진 대사와 동작을 뱉어내야 하는 게임 캐릭터가 된 것 같았다. 그는 그런 종류의 게임보다 TTT처럼 자유로운 발상력과 높은 조작성을 요구하는 게임이 좋았다.

“저도 그래요. 마치 인형들이 떠드는 꼴을 몇 시간 지켜보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번은 해볼 만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지루하죠.”

“딱 내 심경 그대로인데? 흥. 역시 서커스 이야기라면 당신과 잘 통한단 말이야.”

“연기(Play)하는 중에 이런 상상도 한 적 있어요. 나는 미래를 다 알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갑자기 내 마음대로 전개를 엎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푸핫핫, 당신도 그런 시절이 있었어? 나도 고구마 전개를 연기하다 보면 그런 생각하곤 했어.”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연극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더스타인은 자신이 게임 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적당히 풀어서 얘기하니 그녀와 말이 통하는 것에 만족했다.

엘라는 그런 그를 보며 그가 주워들은 소리로 적당히 떠드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정말로 무대 경험이 풍부했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무대에 올랐던 거야?”

“네?”

“그렇게 무대 경험이 많다면 하나쯤은 얘기해줘도 되지 않아?”

무대 경험이라. 그렇게 말하니 원더스타인은 보육원에 있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죽은 친구들의 모습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글쎄요.”

“흥. 또 얼버무리겠다는 거야?”

엘라는 그를 더 추궁하고 싶었지만, 그의 눈빛에 담긴 아련한 슬픔을 감지하고는 더는 묻지 않았다. 도대체 그는 어떤 일을 겪어온 것일까? 서커스를 했다는 것은 확실한데.

그리고 다음 날. 6월 6일 월요일이 되었다. 시험주간의 첫째 날이 찾아왔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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