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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15

EP.514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20)

솔직히 말해 그녀의 키스 실력은 형편없었다. 충분히 침을 내지도 않은 채 거칠게 입술을 비벼대는 것도 그랬고, 제멋대로 여기저기 혀로 들쑤시다가 막상 그가 받아치자 어쩔 줄 몰라 하는 것도 그랬다. 전형적인 초보자의 키스였다.

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입맞춤을 한 적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남자는 질색했고, 여자는 무서워했으며, 키우는 동물도 없으니 누구와 해봤겠는가.

처음에 원더스타인은 그녀를 힘으로 떼어놓으려 했었다. 그러나 그녀의 거친 입맞춤에서 느껴지는 필사적인 감정 때문에 멈칫했다.

그녀는 무려 2달 동안 그때 일로 고민했다고 했었다. 이 혼란스러운 감정을 지금 수습해내지 못하면 그녀는 또 다른 엉뚱한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아마 그녀 주변에 있는 다른 젊은 남녀가 표적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녀가 정말 남자를 좋아할 수 있는지, 여자를 좋아하는 게 맞는 건지. 그에 대한 해답을 차라리 자신이 해소해주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물론 이런 거친 입술 박치기로는 호감이 있던 남녀도 떨어져 나갈 판이었다. 다행히 그는 아나이스와 유라크네 덕분에 키스로 어떻게 하면 상대를 즐겁게 하고 안달 나게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잠시 그녀와 입을 뗀 다음에 그녀와 콧날을 살짝 비비며 속삭였다.

“사랑스럽네요. 귀엽다고 해야 하나?”

“후앗, 그, 그게 무슨…… 읍!”

이번에는 그가 먼저 그녀를 공격해 들어갔다. 그는 그녀가 했던 것보다 훨씬 끈적하면서도 부드럽게 혀를 놀렸다.

“후읍…… 다, 단장…… 흣!”

뻣뻣하게 서 있던 그녀의 몸이 흐느적거렸다. 그녀는 몸이 녹아내린다는 표현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안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그녀의 종아리 안쪽이 움찔움찔 떨렸다.

그의 침에 예전처럼 미약이 섞여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거듭되는 싸움 속에서 데볼루트의 수급을 위해 진즉에 해체한 지 오래였다. 지금 그녀를 공략하고 있는 것은 순수한 그의 기술이었다.

그는 간간이 입을 떼고 그녀의 귀에 몇 마디 말을 속삭였다. 때로는 그녀의 외모를 칭찬했고, 때로는 자신이 얼마나 흥분했는지 토로했으며, 때로는 부드러운 어조로 특정 자세를 부탁했다.

그때마다 카렌은 가슴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충족감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남자 단원들과 있을 때,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질 때, 이런저런 달콤한 말을 섞어 주면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그저 웃어 넘기고 말았다. 그런 뻔한 칭찬 몇 마디에 넘어가는 여자들이 바보라고 코웃음을 쳤었다. 그런데…… 그런데…….

‘나 바보였던 거야?’

카렌은 그가 해주는 한 마디 한 마디에 가슴이 쾅쾅 뛰었다. 잘생긴 남자가 흥분한 목소리로 귀에 불어넣어 주는 미언(美言)이 이렇게 달콤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어째서…… 어째서 내가 남자에게…… 아!’

카렌은 고민을 길게 이어갈 수 없었다. 그가 이번에는 손가락을 이용해 그녀의 볼과 턱을 간질여 왔기 때문이다. 안에서는 혀가, 밖에서는 손이, 그녀를 자극했다. 안과 밖을 오가는 감각의 합주가 그녀의 몸을 움찔움찔 떨게 했다.

이런 상태에서 도저히 뭔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윽고 여섯 번째 입맞춤이 끝나고 그가 그녀의 귀 아래로 숨을 불어넣었을 때, 그녀는 머릿속이 뻥 터지는 느낌을 받았다.

“남자랑 키스하는 거 어때요? 기분 좋아요?”

그가 ‘남자’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어떤 기억이 그녀를 엄습했다. 그것은 그녀가 8살 때 겪었던 일이었다.

새로운 단원들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녀는 평소처럼 옷을 훌러덩 벗고 욕탕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녀가 들어간 그곳에는 그녀 또래의 남자애들이 있었다.

땅재주를 익히는 데는 유연함이 필수불가결했다. 그런데 유연성은 10대 초반만 넘어가도 몸이 굳어서 단련하기 급격하게 어려워졌다. 그래서 홉스는 이번에 그녀 또래의 아이들을 대개 받아들인 것이었다.

“오, 신입 단원들이냐?”

그것은 카렌이 순간적으로 꺼내든 방어기제였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얼굴을 붉히며 뒤돌아 나가고 싶었다. 어른들과 달리 자신의 몸을 호기심 많은 눈으로 훑어보는 또래들의 시선은 왠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에게 얕보이기 싫었다. 그녀는 이 서커스단의 부단장이었다. 신입 남자애들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당황해하는 남자애들 사이를 지나 당당하게 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애들의 물건에 눈이 갔고 반사적으로 한 마디 내뱉었다.

“완전 아기들이네.”

어른들과 목욕하던 그녀로서 아직 털도 안 난 남자애들의 것이 우습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와 남자애들 사이의 수치심이 역전되던 순간이었다.

순간적인 오기에서 나온 행동과 경험적으로 내뱉은 한 마디가 그녀의 정체성을 각인시켜 버렸다. 자신 앞에서 쩔쩔매는 남자애들을 보며 느끼는 쾌감으로 수치심을 상쇄시켜 버렸다.

자신은 남자들과 같이 자라서 이렇다. 언제부터인가 스스로 되뇌는 말로 자신에게 족쇄를 채우고 진심으로 자신이 그런 존재라 믿고 행동했다.

어쩌면 또래 여자애들과 어울리게 되었을 때,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조금 요란스럽게 남자애처럼 굴었던 것은 그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행동했던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선택은 또 다른 오해를 나았다. 또래 여자애들로부터 겪은 따돌림 때문에 생긴 두려움. 겪어보지 못한 유년기에 대한 환상. 그 공포로 인한 긴장감과 무지로 인한 동경심을 성적인 흥분으로 착각해버린 것이다.

물론 현재 카렌의 생각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그저 과거의 일 하나가 떠오른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을 갑자기 되새긴 것만으로 그녀의 무의식은 그녀의 본심을 인지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어쩌면 그녀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상대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녀도 여기까지 행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년기 10년 동안 형성된 자아는 매우 단단했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이라는 사실과 그가 여태껏 만났던 남자 중에서 제일 잘생겼다는 사실이 그녀의 마음에 세워둔 장벽을 허무는 데 한몫했다.

“아.”

“조금 확신이 생겼습니까?”

현실로 돌아온 카렌은 다시 본래의 방어기제를 습관처럼 둘렀다. 자신이 남자에게 안겨서 여자처럼 굴다니. 즐겁고 흥분된다기보다 어색하고 민망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그냥 자, 잘 모르겠네요…….”

“뭔가 느끼지 못했나요?”

“네…… 아, 아니, 뭔가 느끼긴 했는데…… 막 좋지는 않네요.”

“그런가요?”

카렌은 자신을 바라보는 원더스타인과 눈을 마주쳤다. 일부러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무심한 척 굴려고 애썼지만, 마음처럼 잘되지 않았다. 자꾸만 얼굴이 붉어졌다.

“그동안 다른 남자랑은 못 해봤던 것들 있거든요……. 그것까지 한다면 좀 확신이 들 것 같은데.”

카렌은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몰랐다. 그저 본능대로 입이 지껄였을 뿐이었다. 그녀의 말에 원더스타인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너무 무리한 요구만 아니라면 카렌 양에게 확신이 생길 때까지 어울려 드리지요. 그러니 입단 제안은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세요.”

“뭐, 이거랑 이적 문제는 별개죠. 일단 이번 시험에서 이기기나 하세요. 그러면 저도 경력 쌓는다는 기분으로 그쪽으로 넘어가는 거 고려해볼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퉤퉤, 기분 더럽게 이상하네. 젠장, 남자랑 입을 맞추다니.”

카렌은 천막을 나가는 그의 등에 대고 괜히 한 마디 던졌다. 최대한 자신의 속내를 숨기기 위한 행동이었다. 원더스타인 그런 그녀를 돌아보며 한 번 웃고는 자리를 떠났다.

***

시험주간의 둘째 날인 화요일에는 한트케 교수, 원더스타인, 엘라, 레이나 등 소수의 단원만이 극장을 찾았다. 오늘은 그들의 경쟁자 중 한 명인 황금 카니발의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극장에 들어선 일행은 예행연습을 끝마치고 본 공연을 준비 중인 황금 카니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오, 레이나!”

“레이나라고? 어, 정말!”

“엘라까지 왔구나. 하하, 전력 탐색하러 온 거니?”

”너희 연습은 잘 되어가? 무슨 배역을 맡았는데?”

원래라면 경쟁 서커스단의 방문에 경계해야 정상이었지만, 그들의 태도에는 여유가 넘쳤다. 아무래도 안면이 있는 레이나와 엘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모두 일류 곡예사들이었고, 재능있는 후배 둘에 대해 애정이 넘쳤다.

“공주요? 아뇨. 저는 하녀 역할이에요.”

“울펜슈타인 백작은 제가 맡기로 했어요. 그쪽은 당연히 그 콧수염이죠?”

엘라의 질문에 황금 카니발 단원들은 서로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 글쎄. 적에게 알려주긴 그런걸?”

“에이, 지금 무대에 안 보이는 사람이 집사하고 백작뿐인데요? 그럼 당연히 백작이겠죠.”

무대는 순식간에 왁자지껄하게 변했다. 도저히 시험을 앞둔 사람들 같지 않았다. 이게 우승 후보의 여유일까?

그러나 황금 카니발과 시험을 두 번이나 치렀던 레이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평소라면 몰라도 시험을 앞두고 이렇게 분위기가 풀려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몬은 자신들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시험 기간만 되면 단원들을 닦달하곤 했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상대가 그 바퀴의 서커스였다. 지몬 본인뿐만 아니라 단원들도 긴장 정도는 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전혀 그런 게 없어 보였다.

“다들 여기서 뭐 하나?”

그때, 무대 뒤에서 지몬이 걸어 나왔다. 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단원들을 둘러보다가 원더스타인 일행을 발견했다.

“아, 그래. 적지를 시찰하러 온 건가?”

지몬은 평소처럼 콧수염을 가다듬으며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원더스타인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곧 그가 입고 있는 옷에 눈이 갔다.

“당신도 집사입니까?”

그의 질문에 지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엘라는 의외라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라면 당연히 그 실력으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주인공인 울펜슈타인 백작을 맡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건 말이지…….”

“하하, 로드 판타스틱! 이게 누굽니까? 손님들입니까?”

지몬의 말을 끊고 등장한 것은 건장한 체형의 젊은 남성이었다. 그는 원더스타인도 엘라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 놀랍게도 울펜슈타인 백작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아, 우리랑 경쟁하는 곳이라고요? 하하, 못 알아봐서 죄송합니다. 관심이 없었거든요.”

남자는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원더스타인과 악수했다. 사실 그건 악수라기보다 그쪽에서 일방적으로 원더스타인의 손을 붙잡고 흔들었다고 봐야 했다.

자신을 밀쳐내고 멋대로 대화를 주도하는데도 지몬은 아무 말 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야 했다. 다들 그가 도대체 누군가 싶어서 어리둥절해 있는데, 아나이스가 그를 알아보고 나섰다.

“알베르트 님?”

“오, 이거 베르그송 회장님! 오랜만입니다! 그대도 제 연기를 구경하러 오셨나 보군요. 이거 방심할 수 없군요. 그렇게 보안을 철저히 했는데 제 소식이 그대 귀에 들어가다니. 아, 혹시 언제나 제 소식을 향해 귀를 열어두신 건 아니죠?”

“아뇨! 저는 괴물서커스단의 후원자라서 온 거예요!”

아나이스가 기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그녀는 가볍게 혀를 차고는 일행들에게 그가 누군지 알려주었다.

“알베르트 님은 라이프니츠 회장님의 차남이에요.”

라이프니츠 상회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있었다. 해상무역으로 거부를 쌓은, 베르그송 이상 가는 대상회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여긴 왜…….”

“라이프니츠 상회는 황금 카니발의 후원자이기도 하죠.”

그제야 원더스타인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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