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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18

외전4. 시리아의 밀알 (3)

방정훈 목사는 나를 향해 지옥 불 에 떨어질 거라는 악담과 함께 생명 책에서 지워버릴 거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돈을 내겠다. 는 말만은 끝까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언론 앞에서 실컷 떠들더니, 기자들이 질문을 하려하자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그 모습은 방송에 그대로 나갔다.

-ᄏᄏᄏ 미치겠다. 아까징끼 뭐야?

-혈서가 노란 걸 보고 개그하는 줄 알았다.

– 선교단이 죽든 말든 압구정 아파트는 끌어안고 있겠다는 건가?

-지 돈은 한 푼도 안 내면서, 강진후 한테 돈 내라고 지랄~

-누가 보면 맡겨놓은 줄.

– 다행임. 돈 내줬으면 본 중대장은 강진후한테 실망할 뻔~

-강진후 말대로 인질들 죽으면 전 부 방정훈 목사 탓임.

-제명됐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목사는 아니지 않나?

-저런 인간 믿고 선교하러 간 교인들이 불쌍 ᅮᅮ

-그런데 정말로 내 세금이 몸값 지불하는데 쓰이는 건 아니겠지?

* * *

경제시스템이 붕괴된 나라에서 외 국인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는 일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범죄조직 입장에서 이는 하나의 비즈니스이자, 주요 수입원이다.

그래도 21명이나 되는 인원이 피랍 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종교 문제에 시리아 내전, 그리고 강진후 친구(?)까지 얽혀있는 만큼 국제적인 주목을 끌었다. 전세계 언론들은 알 시리아와 새세상교회, 그리고 한국 선교단의 문제점 등에 주목해 기사를 쏟아냈다.

한국정부가 협상팀을 시리아로 보 내자, 많은 나라들이 우려를 나타냈다. 협상팀이 신중을 기하는 사이 강진후는 돈을 내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렇게 5일이 흐르자 알 시리아는 행동에 나섰다.

어두운 방 안에 인질들이 무릎 꿇고 앉아있었다.

처음 영상이 공개됐을 때에 비해 인질들의 얼굴과 몸은 많이 수척해졌고, 제대로 씻지도 못했는지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마른 체구의 중년남자는 종이에 써진 글을 읽었다.

“저는 새세상교회 배한일 목사입니다. 하나님의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시리아에 들어왔습니다. 허창민 대통령님! 강진후 대표님! 저는 살고 싶습니다. 살아서 가족들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제발 살아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복면을 쓴 남자가 허리에 찬 시미터를 뽑아들었다.

칼을 본 남자는 깜짝 놀라 울음을 터트렸다.

“아, 안 돼요! 살려주세요!”

뒤에 있던 남녀들 역시 일제히 울음을 터트렸다.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자지러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 그는 칼을 휘두르지 않았다. 대신 배한일 목사의 목에 들이대며 영어로 말했다.

“강진후에게 고한다. 사흘 내에 몸 값을 내지 않으면, 인질들을 한 명씩 참수하겠다.”

* * *

[(속보) 알 시리아 최후 통첩! 기간은 단 사흘!]

[허창민 정부의 외교참사!]

[강진후의 발언이 무하마드 셰이크 알 할리드를 자극했을 가능성은?]

[인질 사망시 누구의 책임인가?]

[더 큰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강진 후가 협상에 나서야……]

야당은 날선 어조로 청와대를 비판 했고, 언론들은 이를 강진후와 정부의 책임으로 몰아갔다. 기도회를 빙자한 OTK컴퍼니 본사 앞에서의 시위 역시 더욱 거세졌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개신교 내에서도 거센 비판이 일었다. 또한 이슬 람에 대한 혐오감과 적개심도 커졌다.

이 와중에 교도소에 있는 박시형 전 대통령은 ‘국민들을 대신해 내가 대신 인질이 되고 싶다. 나를 시리아 로 보내 달라’고 말해 간만에 존재감을 나타냈다.

여론은 ‘우리 국민들을 살려서 데려 와야 한다’는 쪽과 ‘절대 협상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 아무리 미워도 우리 국민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구해내야 합니다!

– 죽음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ᅮᅮ

– 그들이 잘못한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죽을죄를 진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 저 역시 처벌에는 찬성합니다. 일단 살려서 우리나라로 데려와서 처벌을 하는 게 맞습니다.

– 협상은 곧 테러범들에 대한 굴복이다! 절대 해서는 안 된다!

– 그냥 강진후가 돈 내주면 다 해결 되는 거 아님?

– 알 시리아에 돈 주면 그 돈으로 재무장 들어갈 텐데? 아예 국민세금으로 테러단체 지원해주자고 하지?

– 연못교회 사태 때도 돈 주고 데려 오는 바람에 이번 일이 발생한 겁니다. 그때 테러단체에 강경대응했다면, 과연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까요?

– 시리아야 그렇다 쳐도, 아프리카나 산간오지에서 선교 활동하시는 선교 사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만약 이번 에 몸값 지불하면, 그분들 역시 똑같은 위험에 처하게 될 겁니다.

– 선교를 하러 간 건지, 순교를 하 러 간 건지……

– 그런데 각하는 갑자기 머임? 시리아 여행 가고 싶으신가?

– 지렸다! 각하의 세크리파이스에 나는 지리고야 말았다!

–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각 하를 시리아로 보내자!

– 너가 알 시리아라면 각하를 받아 주겠음?

* * *

알 시리아는 공개적으로 나한테 몸 값을 내라고 압박했다. 당연하지만 내가 줄 이유도 없고 줘서도 안 된다. 그냥 무시하려고 하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8개월 전 소말리아 앞 공해에서 해적들이 어선을 피랍해 한국인 2명이 납치하는 사건이 있었다.

협상이 잘 되지 않아 인질들이 아직도 소말리아에 억류 중인데, 해적들이 갑자기 나한테 돈을 내놓으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심지어는 같이 포로로 잡은 인도네 시아 선원 5명의 몸값까지 내 앞으 로 청구했다! 금액은 인당 100만 달러씩 총 700 만 달러.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알 시리아보다는 싸게 불렀다. 택규는 회사로 온 이메일을 살펴보며 말했다.

“어! 또 왔어! 나이지리아에 있는 보코하람과 민다나오에 있는 아부사야프도 돈 주면 인질 풀어주겠대.”

난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이 개새끼들이 누구를 ATM기로 아나?”

이러다가 전세계 범죄조직이 나한테 청구서 보내게 생겼다.

택규는 나를 보며 물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야?”

“그럼?”

“알 시리아 애들한테 인실좆이 뭔지 알려줘야지.”

참고로 인실좆은 택규의 인생 격언이다.

“어떻게?”

“그건 니가 생각해야지.”

“……“

어쨌거나 청구서를 받은 이상 가만 히 있을 수는 없다.

난 아는 사람에게 연락했다.

“바쁘시지 않으면, 잠깐 뵐 수 있을 까요?”

난 회의실에서 손님을 맞았다.

현재 정부는 모든 국정현안들을 뒤로하고, 선교단 피랍 사태 해결에 전 력을 쏟는 중이다. 한국정부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나 다름없 는 상황이니, 외교부장관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이다.

그럼에도 김성철 외교부장관은 내 전화를 받자마자 사람들의 눈을 피해 OTK컴퍼니 본사로 달려왔다.

그는 잔뜩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정부를 압박하기 위함인지 저쪽에서 계속 강진후 대표님을 걸고넘어지고 있습니다. 협상을 시작하려면 먼저 강진후 대표님께서 1천만 달러를 내라고 합니다. 조건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사흘 후 한 명을 참수하겠다고 합니다. 저희 쪽에서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긴 한데, 시리아는 물론이고 주변국들이 대부분 협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정부가 인질구출을 위해 거액을 지불하면, 알 시리아는 그 돈으로 무기를 사고 조직원을 늘릴 것이다.

사실상 테러를 지원해주는 셈이 되는 것이다. 이는 더 많은 테러와 납치를 불러오게 될 테고, 한국인뿐 아니라 다른 외국인들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주변국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협상을 밀어붙이기는 힘든 만큼, 한국 정부는 협상팀을 파견해 놓고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게다가 제대로 된 협상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시리아 상황이 엉망입니다.”

김성철 외교부장관은 시리아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시리아는 모두가 알다시피 내전 중.

이 내전에는 정치적, 종교적 이유들이 대단히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현재 시리아의 대통령은 바샤르 알 아사드.

그런데 이 아사드 정권은 21세기에 존재한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독재정권이자 막장정권이다. 때문에 반 군들은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무장투쟁을 벌였다.

이렇게 보면 독재정권의 항거하는 정의로운 열사들 같지만…… 이 반군들이 아사드 정권 못지않게 막장인 데다가 세속주의에 반대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다.

새세상교회 선교단이 간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시리아는 초기 기독교의 중심지이자, 수도인 다마스쿠스는 대표적인 성지다. 또한 인구의 10퍼센트가 기독교인이다. 아사드 정권은 정교분리와 세속주의를 표방하며, 이 들을 보호하고 있다.

만약 반군이 승리하면 어떻게 될까?

그때는 기독교인과 소수종파에 대한 대학살이 벌어지고, 시리아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통치하게 될 것이다.

누가 이기든 간에 꿈도 희망도 없는 만큼, 유럽국가들은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시리아 내전에는 IS 잔당과 쿠르드족까지 얽혀있다. 알 누스라 전선이나 알 시리아 등은 심심하면 약탈과 테러를 벌였고, 쿠르드족은 국가를 세워 독립하겠다고 무장투쟁 중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복잡한데, 상황에 따라서는 이스라엘과 터키가 군사개입을 할 가능성도 있다.

내전이 쉽게 종식되기 힘든 이유다.

대충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이렇게 들으니 정말 심각하구나.

김성철 외교부장관은 대놓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저도 개신교 신자고 교회를 다닙니다만, 저런 식의 선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건 모든 교인들이 마찬가지일 겁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선교는 기본적으로 좋은 일이다. 종교단체가 보낸 선교단은 아프리카 후진국 등에서 현지 정부와 시민 단체들과 협력해 교육과 의료 등의 봉사활동을 하며, 믿음을 전파한다.

이는 그 지역 사람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한국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이 가지 말라는 곳에 가서 선교하는 경우다.

시리아가 여행금지구역이라는 것은 선교단 역시 알고 있었다. 거기까지 가는 비행기도 없는 관계로 먼저 이스탄불로 갔고, 그곳에서 앙카라로 이동한 다음 국경을 넘어 시리아로 갔다.

“출국목적도 어디까지나 여행이었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목적지가 시리아고, 선교 목적이라고 밝혔다면,

애초에 출국 자체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남들은 돈 주고 가라고 해도 못 갈 곳을 자진해서 가다니. 아니, 이건 새세상교회에서 등 떠밀어서 간 건가?

어쨌거나 막상 붙잡히고 나자, 왜 안 구해내냐며 난리를 쳐대는 중이다.

택규는 슬쩍 말했다.

“목숨 걸고 선교하러 갔으니, 그냥 거기서 순교하게 하는 게 그분들을 위한 일 아닐까요?” 김성철 장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저도 그렇게 하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정부 입장에서는 그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은근슬쩍 속내를 말하는 걸 보니, 우리가 제법 편해지긴 모양이다.

“대통령님의 생각은 어떤가요?”

“우리 국민들인 만큼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해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부로서는 당연히 국민들의 생명을 우선시해야 한다. 하지만 몸값을 내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군사작전을 펼쳐 인질들을 구해내는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그렇게 하기도 하고.

택규가 물었다.

“특수부대를 투입해 인질들을 구출하는 방법은요?”

“그 방법도 검토해봤습니다만,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그 순간, 생각나는 게 있었다. 연못교회 선교단이 피랍됐을 때도 구출작전을 고려했고, 실제로 특전사를 아프가니스탄까지 보냈었다.

“혹시 시리아에 특수부대가 들어가 있나요?”

내 물음에 김성철 외교부장관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서요.”

이런 건 민간인에게 말해줄 수 없는 기밀이겠지.

“저쪽에서 제가 돈을 내지 않으면 사람을 죽인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이때다 싶어서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로 하는 중이구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제 도움이 필요해서 오신 거라면, 저도 상황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특수부대가 작전을 위해 이동했습니다만, 시리아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현재는 평화유지군이 있는 레바논에서 대기 중입니다.”

아무리 자국민 수십 명이 인질로 잡혀있다고 해도 시리아는 엄연히 다른 나라다. 군부대를 투입해 군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정부의 요청에도 시리아정부는 차일피일 대답을 미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째로 시리아는 한국과 미수교국이다. 동맹국은커녕 수교국도 아닌 나라의 군대를 영내로 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둘째로 괜히 한국 특수부대를 진입시켜 알 시리아를 건드렸다가 나중에 테러나 납치 등의 보복을 당할 위험이 있다.

“구출작전을 펼치면 성공할 가능성은요?”

분단국가이자 휴전국가라는 특성상 대한민국 특수부대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

“인질구출 작전에 있어서는 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런데 저희 군은 중동지역에서 작전을 수행한 경험이 없습니다. 설사 알 시리아를 격파한다고 해도 그 사이 인질들이 전부 죽으면 소용없지 않겠습니까? 최악의 경우에는 인질도 죽고, 군인들도 죽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연못교회 사태 때도 구출작전을 포기하고 몸 값을 내주고 데려온 겁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때 그렇게 대처하는 바람에 똑같은 일이 발생한 것 아닌가?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An Investor Who Sees The Future

미래를 보는 투자자
Score 1.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re may be great entrepreneurs, but there are no great investors. That’s the reality of this country.”

One day, something started to appear before my eyes.
What could I possibly do with this ability?

From now on, I will reshape the global financial landsc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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