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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19

EP.518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24)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르고 곧이어 무대 위로 박수가 쏟아졌다. 보통 장이 전환되거나 노래가 하나 끝나면 약간의 갈채를 보내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 같은 경우는 괴물서커스단이 워낙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첫 장부터 큰 호응이 일었다.

“좋았어! 잘했어, 마야!”

엘라는 비틀거리는 친구의 몸을 꽉 붙들었다. 무대의 조명이 꺼지자마자 마야는 그만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마법사 수십 명은 달려들어야 할 연산을 혼자 처리하며 연기까지 해야 했으니 이만저만 무리한 게 아니었다.

“하아, 하아.”

마야는 엘라의 품에 안겨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등은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붙인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단원들의 연기를 위해서였다. 그들의 연기는 순수하게 일류 배우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평소에 그 인물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연습할 때도 실제와 거의 유사한 무대를 사용함으로써 간신히 그 경지로 끌어올린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연습 때 설치했던 무대보다 뒤떨어지는 환상을 보여준다면 그들의 캐릭터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었다.

둘째는 그녀 자신의 연기를 위해서였다. 단원 중에 그녀만큼 연기와 동떨어진 인물이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무감정한 태도로 말하고 행동했다. 그래서 노래도 마법으로 때워야 했었다.

리아라는 캐릭터가 극이 끝날 때까지 무표정을 유지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작은 버릇이나 말투를 통해 어딘가 인간으로서 불안정해 보이는 연기를 해야 했다. 표정은 평소의 그녀 그대로 충분하다지만 그런 은근한 감정 표현에서 그녀는 삼류 배우조차 되지 못했다.

한트케 교수는 그런 마야의 ‘뒤뚱거리는 걸음’에 과로라는 ‘의족’을 달아주었다. 그녀가 마법에 전력을 쏟는 동안은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모습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연기하는 동안 환상 마법에 조금 무리하게 힘을 쏟아야만 했다.

다만, 방금은 위험한 선을 넘기는 했다. 첫 실전 무대라서 그런지 연습 때보다 더 과하게 힘을 쓰고 말았다.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 때문이었다.

“괜찮아?”

“문제없어.”

마야는 주머니에서 마력 보조제를 꺼내 마셨다. 가스통이 1주일간 공들여 달인 것이었다. 한 번 마시면 2시간은 지칠 줄 모르고 마력을 끌어다 쓸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며칠은 앓아누워야 한다고 했다.

마력이 충만할 때보다 조금 지쳤을 때 마시는 게 효과가 좋다고 해서 원래 1막이 끝나고 마실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지금 마실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이 그렇게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프란츠는 작업반 단원들을 데리고 무대에 올라 재빨리 배경과 소품을 교체했다. 프란츠는 무대 설치의 전문가답게 껴입기, 뒤집기, 가조립의 3가지 방법을 모두 적절하게 사용하여 설치 시간을 단축했다.

수도 없이 연습한 덕분에 단원들의 손발은 척척 맞았다. 음산한 지하 실험실이 화려한 무도회장으로 탈바꿈하는 데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물론 이것들만으로는 보통의 연극 무대밖에 되지 않았다. 여기에 마야의 환상이 더해져야 아까와 같은 배경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들은 마야가 환상을 만들기 편하도록 지침이 되는 역할을 했다.

1막 2장의 배경은 궁정 무도회였다. 미키가 모래시계를 들어 시간이 5초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마야는 마력을 모아 무대에 환상을 투사했다. 화려한 궁정 내부의 모습과 북적거리는 엑스트라들이 구현되었다. 그리고 공간감 창출을 위해 이번에는 아웃포커싱 기법이 사용되었다.

“오, 저건 뭐야?”

“배경을 확장했어?”

무대 밖까지 배경을 늘리는 것은 원래 금기 중 하나였다. 무대에 대한 관객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로 특정한 연출을 위해 조금씩 사용될 뿐이었다.

그러나 괴물서커스단의 배경은 달랐다. 마야가 만들어낸 환상은 가장자리로 갈수록 뿌옇게 안개처럼 흐려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본 무대의 중심으로 눈이 가게 되었다.

“이건…… 한트케 교수의 새로운 연출 이론인가?”

“인정하기 싫지만…… 천재적인 발상이군.”

“또 한바탕 업계가 난리 나겠어.”

설마 배경을 확장하면서도 관객들의 시선을 무대에 묶어두는 방법이 있을 줄이야. 아웃포커싱 기법은 일반 무대에서는 별 효용이 없지만, 공간감을 크게 가져가야 하는 배경에서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물론 당장 현장에서 아웃포커싱의 장점을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은 교수들을 비롯해 소수의 업계 사람들뿐이었다. 대다수 관객은 그저 화려한 배경 묘사에 감탄하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짧은 배경 소개가 끝나고 2막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랫맨 관현악단이 무도회에 어울릴 법한 경쾌한 노래를 연주했고, 그에 따라 환상으로 만들어진 인간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화려한 차림새의 귀족들 사이에 사람들의 유독 주목을 받는 세 남자가 있었다. 그들은 바로 트라이머리 3형제였다. 그들은 각각 공주의 구혼자들인 고디르 왕자, 누덴 공작, 돔피뇽 후작으로 분장하고 있었다.

세 등장인물의 복장을 꿰매어 붙인 덕에 그들 세 사람은 나란히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애초에 세 사람은 극 중에서 언제나 함께 다녔기에 이런 식으로 묘사해도 무리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세쌍둥이가 맡은 덕에 그들의 캐릭터가 강조되는 효과가 생겼다. 세 명의 구혼자는 이른바 업계에서 ‘붕어빵’이라고 불리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틀에 찍어서 나오는 붕어빵처럼 서로 비슷한 역할을 위해 제작된 일렬의 캐릭터 군을 의미했다. 트라이머리가 맡은 세 명은 ‘공주의 구혼자’라는 역할에서 붕어빵 캐릭터라고 할 수 있었다.

“저는 젊고 잘 생겼습니다. 당연히 공주는 제 청혼을 받아들일 겁니다.”

“뭘 모르는군, 이 친구는. 중요한 건 돈일세. 나와 결혼한다면 매일 호화로운 파티에 값비싼 선물을 받을 수 있다네.”

“나는 제국 제일의 검사요. 그리고 내 밑에는 충성스러운 기사가 수백 명이나 있소. 누가 나 같은 남자와의 결혼을 마다하겠소?”

세 사람은 각자 가진 것을 내세우며 공주가 반드시 자신과 이어질 거라고 장담했다. 그때, 연회장 중앙의 문이 열리더니 시종이 들어와 공주의 입장을 알렸다. 연회의 참석자들은 모두 대화와 춤을 멈추고 입구를 향해 예를 갖췄다. 아자티 공주 역의 니카의 등장이었다.

“연회에 참석하신 내외빈 여러분! 제 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비록 제가 주최한 연회는 아니지만, 궁의 주인으로서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연회의 목적은 잊고 다들 즐겨주시길.”

축객령에 가까울 정도로 차가운 개회사였지만, 그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공주가 결혼을 질색해 20살이 넘는 나이에도 시집을 가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것 때문에 황제가 애가 달아 직접 나서서 구혼자를 모집하기 위해 연회를 열었다는 것은 이곳에 있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관객들도 그녀가 등장하기 전에 연회 참석자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그 사실을 숙지하고 있었다. 공주는 연회장 안을 돌아다니며 순서대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 고상한 말투부터 시작해서 우아한 몸짓까지 그것은 분명 고위 귀족의 것 그 자체였다.

“놀랍군. 저 예법이나 기품은 어디서 익힌 거지?”

“몸에 밴 것처럼 자연스러워. 귀족 출신이 확실해.”

“공주마마께서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셨을 때,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할 뻔했지 뭔가. 정말 황실에서 주최하는 연회에 온 기분이야.”

보통 관객들은 순수하게 니카의 공주다운 몸가짐에 감탄했지만, 연기를 볼 줄 아는 사람들은 단순히 귀족 아가씨를 저기 세워둔다고 해서 저렇게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설정상 아자티 공주는 단순한 황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여자의 몸으로 황제가 되고자 하는 야심가였다.

그래서 어딘가 말투에는 정치의 냄새가 배여 있었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때도 단순한 사교계의 숙녀가 아니라 뭔가 이리저리 재고 계산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그것이 아자티 공주 연기가 어려운 이유였다. 그 복잡한 관계 속에서 취해야 할 처신이 말투와 표정에서 드러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어려운 연기를 저 어린 소녀가 능숙하게 해내고 있었다. 엑스트라 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치판에서 최소 10년은 구른 사람 같았다.

“니콜라 세르예브나라……. 고작 16살밖에 안 됐다고?”

“게다가 첫 무대?”

“이거 또 괴물 신인이 등장했군.”

사람들은 니카가 딱 이번 배역만을 위해 선발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를 뽑은 한트케 교수조차 그녀의 내력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저 황실에 종사하는 가문 출신이겠거니 짐작할 뿐이었다.

등장한 지 불과 3분도 안 되는 시간에 자신의 존재감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킨 니카는 이제 트라이머리 형제들 앞에 섰다. 그들은 셋 다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인사를 올리더니 남녀 관계에 대해 노래하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원하는 남자?”

“그건 말할 것도 없지.”

“그대들 눈앞에 있지 않나?”

트라이머리의 가창력은 엘라, 레이나, 미노바와 더불어 서커스단 최고 수준이었다. 세 명분의 심폐지구력과 서로 폐가 연결된 성대 구조 덕분에 함께 노래를 부르면 독특한 울림을 냈다.

“만우절 축제에서 ‘삼중 흐미’를 보인 게 저 친구들이었지?”

“언제 들어도 놀라운 창법이야.”

“세쌍둥이인데도 오른쪽이냐 왼쪽이냐 중앙이냐에 따라 목소리가 조금씩 달라. 그러면서도 하나의 음색을 공유하는 것이…… 그야말로 붕어빵 연기를 위해 태어난 자들 같군.”

사람들은 그들의 가창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1막의 엘라야 원래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지만, 설마 평 단원에게 이런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여자들에게 필요한 건 나처럼 젊고 잘생긴 남자야!”

“돈만 있으면 돼!”

“나처럼 명예롭고 강한 수컷의 짝이 된다는 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지?”

세 명의 구혼자 전부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이었다. 니카의 입에 싸늘한 조소가 걸렸다. 예의의 선을 지키면서도 자신의 불쾌함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그녀의 표정은 정치판에 구르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것이었다. 관객들은 그 차가운 표정을 보고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뭐, 결국 공주랑 결혼하는 건 나겠지만!”

셋이 동시에 해당 가사를 외쳤고, 보다 못한 공주가 그들의 노래에 끼어들었다.

“그대의 신분, 그대의 외모, 그대의 나이, 그저 태어나서 그래도 사는 것 이상 노력한 게 있나요? 대접받는 종마는 울타리를 넘을 생각을 하지 않죠. 도전이라는 건 당신 삶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예요.”

“돈으로 뭐든 지 살 수 있다고요? 그럼 내게 황제 폐하의 관을 가져다줘요. 아니면 이 나라는 어때요? 그게 가능하다면 그 전에 품성부터 사세요. 우군은 그릇된 정치를 낳으니까.”

“그것 아시나요? 글자 한 자로 칼 만 자루를 부러트릴 수 있어요. 난 최소한 자기 이름을 읽기 위해 글을 배운 시종을 대동하지 않는 남자를 원해요.”

그녀의 지적에 트라이머리 형제는 심술궂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쑥덕거렸다.

“저런 여자는 남자들이 싫어해.”

“그래. 우리 같은 남자가 어디 있다고.”

“누구도 공주를 감당할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세 사람은 소리 높여 다시 ‘여자들이 원하는 남자’를 부르기 시작했다. 공주가 질세라 그들에게 대항해 목소리를 키웠지만, 세 사람의 목소리에 금방 묻히고 말았다.

“바로 우리가 여자들이 원하는 남자!”

그들은 그렇게 외치고 깔깔 웃었고, 곧 음악이 멎었다. 공주는 그들을 싸늘한 눈초리로 쳐다보며 소리쳤다.

“모두 나가세요! 연회는 끝났어요!”

세 구혼자를 비롯해 참석자들은 공주가 너무 특이하다며 혀를 차고는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아무리 황제의 딸이라고 해도 성인이 되고서도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사교계에서 우습게 여겨지기 마련이었다.

공주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연회장에 홀로 서 있다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빛나리’라는 곡으로 이 나라의 황제가 되고자 하는 그녀의 꿈이 담겨 있었다.

“저 별처럼. 하늘에 고고히 빛나는 별처럼. 나 혼자 빛날 힘을 원해!”

그렇게 울펜슈타인 백작의 1막 2장이 종료되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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