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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21

EP.520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26)

1막 5장의 배경은 달빛이 스며드는 감옥 안이었다. 마약 유통 혐의로 그곳에 갇힌 떠돌이 광대 에다는 자신의 불운한 처지에 대해 관객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바로 ‘악마와 함께 춤을’이라는 노래를 통해서였다.

“내 몸속에는 깃든 악마!”

“이 녀석은 언제나 춤을 추려 해. 내 의지랑 상관없이.”

“가끔은 이렇게 내 입도 멋대로 움직여! 와핫핫삿삿!”

이 1막 5장은 작품 내에서 배경이 가장 단출한 편에 속했다. 깜깜한 석실 속에 쇠창살 몇 개가 서 있는 게 전부였다. 따로 등장하는 인물도 없었고, 특별한 연출의 여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떠돌이 광대 에다의 역할을 맡은 배우 본인의 기량에 의해서 그 완성도가 좌우되는 장이었다. 두려움과 즐거움. 상반되는 두 강렬한 감정이 섞인 연기와 그에 따른 고저를 거칠게 오가는 가창력, 그리고 사람의 몸짓 같지 않은 기괴한 춤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한 편의 광기 어린 1인극이 바로 이 ‘악마와 함께 춤을’이라는 곡이었다.

황금 카니발과 바퀴의 서커스는 이 부분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두 곳 다 각자가 보유한 최고의 광대를 동원했다. 황금 카니발의 광대는 가창력 면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바퀴의 서커스의 광대는 감정 표현에서 최고의 평가를 들었다. 둘 다 예전부터 업계에서 명성 높은 자들이었다.

그에 비해 스벤은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관객들은 여기서 괴물서커스단과 다른 두 서커스단과의 차이가 확 벌어질 거라고 예상했다. 다른 장들과 달리 여기서는 꼼수나 책략이 통하지 않았다. 오직 개인의 역량만이 모든 것을 결정했다.

스벤이 노래를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그의 가창력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감정 표현도 나름 준수했다. 그러나 확실히 다른 두 서커스단에 비해 모자란 건 사실이었다. 가창력과 감정 표현 둘 다 세 서커스단 중 가장 떨어졌다.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승자가 갈릴 거라고 봤다. 앞에서 보여준 가지각색의 연출들은 확실히 획기적인 것들이었지만, 이 시험에서 평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연기력’이었다. 이렇게 눈에 띄는 구멍이 있으면 상대 평가인 이상 모자라는 쪽이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 봐! 이렇게 날뛰고 있어! 내 몸 안의 악마가!”

그러나 노래가 중반부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평가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악마와 함께 춤을’의 중반부는 광대가 까르륵 괴성을 내뿜으며 반주에 맞춰 미친 듯이 춤을 추는 장면이었다.

그것은 광대가 지닌 ‘무도병’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춤으로 일류 배우들조차 손발을 묶고 몇 주를 연습해야 할 정도로 고난도를 자랑했다. 그것들은 사람의 관절 가동을 한계까지 요구했다.

서커스 중에서도 특별히 연체술을 익힌 자들만이 그것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다. 황금 카니발과 바퀴의 서커스에도 그 정도 인재는 있었으나 이번 시험의 주제인 연기력이 모자라서 무대에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스벤은 일류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과 가창력을 보유했으면서도 연체술을 익힌 자들 이상으로 이 ‘악마의 춤’을 소화해냈다. 그의 양쪽 다리는 서로 다른 박자로 바닥을 차 몸을 튕겼고, 그의 양쪽 팔은 두 팔꿈치를 서로 맞대고는 손바닥과 손등을 서로 번갈아 마주치며 손뼉을 쳤으며, 때로는 실이 엉킨 꼭두각시 인형처럼 두 팔과 두 다리를 허우적대며 걷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세상에! 도대체 저게 다 뭐야?”

“저, 저게 사람 몸으로 가능한 일인가?”

“진짜 몸에 악마라도 깃든 것 같군.”

사람들은 스벤의 춤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일부 관객은 진짜로 시체에 실을 매달아 움직이는 건 아닌지 의심할 정도였다. 뼈 한 조각 한 조각에 의지를 실어 움직일 수 있는 그의 재주가 이런 곳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그의 춤 솜씨의 절정은 노래의 후반부에 펼쳐졌다. 그것은 ‘악마와 함께 춤을’ 노래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바로 창살 사이로 스며든 달빛 아래에서 벽에 드리운 그림자와 함께 춤을 추는 것이었다.

“거기 언제나 날 따라 다니는 검은 그대.”

“내가 흘린 눈물을 받아 마시는 그대.”

“창백한 달빛 아래에서…… 악마와 함께 춤을 춰본 적 있나?”

이 장면은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그림자의 형태까지 제어해야 했다. 그림자와 손을 맞잡고 혼자서 두 사람이 춤추는 장면을 만들어내야 했다.

크리스티앙의 작품 중에서 가장 극악한 난도를 자랑하는 춤을 스벤은 너무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다른 광대들도 이 부분만은 기존의 연출을 그대로 답습하는 수준에서 그쳤는데, 스벤은 정말 그림자가 완벽하게 눈앞에 형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사람들은 아닌 걸 알면서도 전신을 까만 타이츠로 감싼 상대 배우가 그곳에 있는 것은 아닌지 살필 정도였다. 다들 할 말을 잃고 멍하니 그가 춤추는 모습을 지켜봤다.

“시끄러워! 이 자식아.”

“혼자 있는 감방에서 뭘 자꾸 떠드는 거야?”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노래를 끊은 것은 두 명의 간수였다. 그들은 마야의 환상으로 만들어낸 엑스트라들이었다. 스벤은 그림자를 자신의 몸 뒤로 숨기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긴! 거기 뒤에 방금 누군가 숨는 것을 봤어!”

“비켜 봐!”

간수들이 거칠게 그의 몸을 밀쳤다. 그러자 스벤의 손이 휙 하고 움직이더니 그중 한 놈의 머리를 내다 후려갈겼다.

“큭, 미쳤냐? 범죄자 놈이!”

“아니에요! 이건 제 몸이 멋대로!”

그가 급히 자신이 한 짓을 부정하는데 이번에는 그의 발이 쏘아져 나가서 간수 한 명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이 자식이! 보자 보자 하니까!”

“아니, 정말 저는!”

그렇게 스벤은 우스꽝스러운 동작으로 간수들의 동작을 피해가며 그들을 공격했다. 자기가 의도한 게 아니라고 소리치면서 기어이 그들을 때려눕히는 그의 모습을 보면 이게 비극인지 희극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흐아아, 사고 쳤다!”

광대는 바닥에 누운 두 간수를 보며 기겁해서 감옥 밖으로 달아났다.

그렇게 1막 5장이 끝났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무대 위로 환호와 갈채가 쏟아졌다. 그만큼 인상적인 무대였다.

***

울펜슈타인 백작의 1막 6장은 어두운 숲을 달리는 마차가 중심이 되었다. 여기서 마차는 보통 가난한 극장이라면 작은 마차로 무대를 8자로 그리며 달리다가 간간이 멈춰 서서 연기를 보여주는 연출을 사용했다. 그리고 돈 많은 극장이라면 제자리에서 달리는 진짜 마차와도 같은 장치를 마련했다.

괴물서커스단은 원래 전자의 방식으로 무대를 준비하려 했었다. 후자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해당 무대 장치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십수 개의 버튼과 레버를 단순히 조작하는 일도 쉽지 않은데, 그걸 배우들의 연기에 맞춰 해내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한트케 교수의 제자인 랄프가 합류한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행운이었다. 그는 기계공학에 뛰어났고 연극에서 요구하는 마차 장치를 며칠 만에 뚝딱 만들어냈다. 심지어 그는 한트케 교수가 요구하는 몇 가지 연출을 위해 개량까지 해냈다.

랄프가 준비한 마차는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마차는 바퀴가 헛돌 뿐 배경이 뒤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랄프의 설계가 워낙 절묘했던 탓에 관객들에게 진짜 마차가 초원을 달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탁 트인 배경이라서 마야가 준비한 아웃포커싱 환상의 효과가 극대화됐다. 저 멀리 뿌옇게 보이는 산맥의 모습은 초원의 청취를 느끼게 해주었다.

이런 연출 장치 하나하나가 배우들이 연기하는 부담을 상당히 줄여주었다. 당장 여기서 등장하는 니카와 우몬만 해도 일부러 없는 배경을 감상하는 척하거나 가짜 마차를 타며 여행하는 시늉을 할 필요 없이 순수하게 배역 자체에만 몰입하면 됐다.

1막 6장은 나라를 돌며 사교계의 입지를 다지던 공주가 황성에서 급보를 받는 것으로 사건이 시작됐다.

“공주마마. 황제가 위독하십니다. 서둘러 수도로 돌아가시죠.”

“그대는 누군가?”

“저는 공주마마를 지지하는 분이 보낸 밀사입니다. 이름을 밝힐 수 없으니 이해해주시길.”

자신의 얼굴을 철저하게 숨긴 괴인은 토끼의 귀를 머리에 달고 있었다. 공주는 그를 수상쩍게 여겨 몇 가지 질문을 더 하려 했지만,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 그는 어느새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어디 간 거야?”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그냥 사라졌습니다!”

공주의 호위기사 역할을 맡은 우몬이 놀란 목소리로 대답했다. 호위기사는 공주에 대한 충성심과 별개로 겁이 많았다.

“좋아. 그러면 순회 일정은 취소하고 서둘러 수도로 가야겠어. 저곳을 통과하면 가장 빠르겠지?”

“하지만 공주님, 그곳은 악명 높은 검은 숲입니다. 괴물이 나온다는 소문으로 자자합니다.”

“괴물은 무슨! 헛소리! 나를 기만하는 것이냐? 어서 출발해라.”

공주의 단호한 명령에 우몬은 입맛을 다시며 병사들에게 마차를 출발시켰다. 그렇게 마차는 검은 숲 안으로 들어갔다. 무대의 배경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멀리 보이던 산맥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으스스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검은 숲’이라는 노래였다.

“공주님, 여기는 정말 위험합니다.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네가 잔뜩 겁먹은 탓이겠지.”

“공주님, 공주님은 저기 보이지 않습니까? 집채만 한 새가 날갯짓하는 것이?”

휙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날개의 그림자가 마차를 훑고 지나갔다. 마차를 호위하던 병사들이 한바탕 호들갑을 떨었다. 공주는 기가 막힌다는 듯 혀를 차며 호위기사를 바라봤다.

“그건 높은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의 그림자야.”

“공주님, 공주님은 들리지 않습니까? 저기 수풀 뒤에 뱀들이 우릴 잡아먹을 궁리를 하는 것이?”

쉿쉿 거리는 소리와 함께 풀들이 흔들렸다. 마차를 호위하던 병사들이 또 한바탕 호들갑을 떨었다. 공주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호위기사를 바라봤다.

“그건 바람이 나무 사이를 지나가며 내는 소리일 뿐이야.”

“공주님, 공주님은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저기 바위 위에서 흘러 내려오는 맹수의 고약한 노린내가?”

이번에도 마차를 호위하던 병사들이 또 한바탕 호들갑을 떨려고 했다. 더는 견딜 수 없었던 공주가 그들을 제지하고 나섰다.

“그만! 네 두려움을 병사들에게 더는 전파하지 마라! 이 냄새는 그저…… 이 냄새는…….”

공주는 바위를 올려다보며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바위 위에는 정말로 집채만 한 호랑이 같은 맹수가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아앙!”

놈이 그들을 향해 도약했다. 병사들은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마차의 앞을 막아섰다.

“꺄악!”

“달려라!”

우몬의 외침에 따라 마차가 질주하기 시작했다. 맹수는 거친 포효를 내뿜으며 마차를 뒤쫓아왔다. 놈은 앞길을 막는 것이라면 거침없이 이빨과 발톱으로 찢어발겼다. 관객들이 놈이 진짜 살아있는 동물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잠깐, 진짜 동물을 동원했어?”

“저렇게 사나운 맹수를 어떻게? 제자리에서 굴러가는 마차를 뒤쫓은 시늉만 하는 것을 보면 분명 가짜인 걸 알고 있다는 건데.”

“놀랍군요. 동물이 저렇게까지 연기할 수 있다니.”

사람들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 해당 맹수 연기를 맡은 표범이 사실 사람의 혼이 들어간 동물이라는 것을 그들이 알 리가 없었다. 그저 업계 소식을 아는 몇몇 사람만이 괴물서커스단의 엘라가 조련사로 이름 높은 ‘베티’의 동물들을 물려받았다는 것을 알고 속삭일 뿐이었다.

그들은 이번 연극에서 백작의 실험체를 연기했다. 표범 실험체가 이곳에 등장한 것은 모두 백작의 명령 때문이었다. 사실 밀사를 가장하여 공주에게 거짓 정보를 보낸 것도 바로 백작이었다. 모두 그녀를 자신의 성으로 데려오기 위한 수작이었다.

“공주님께는 다가갈 수 없다!”

병사들이 전멸하고 홀로 남은 호위기사는 맹수 앞에 섰다. 마차도 절벽 아래로 추락해버려 더는 도망갈 방도가 없었다. 공주는 하얗게 질려서 호위 기사 뒤에서 부들부들 떨었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 말을 타고 나타났다. 그가 품에서 나팔을 꺼내 불자 맹수는 혼비백산하여 달아났다. 그는 자신을 경계하는 두 사람에게 진정하라는 듯 손을 펼쳐 보였다.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당신들을 구하러 온 것이니. 난 울펜슈타인 백작이라고 하오.”

그렇게 1막 6장이 종료되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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