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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22

EP.521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27)

1막 7장의 배경은 1막 1장과 같았다. 바로 울펜슈타인 성의 응접실이었다. 백작은 공주를 그가 사는 곳으로 데려온 것이다. 그러나 아늑해 보였던 1장 때와 달리 밤이라서 그런지 저택은 어딘가 스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봐요, 날 어디로 데려온 거예요?”

“내 성이오.”

“내 호위기사는 어떻게 한 거죠?”

공주는 백작의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그녀의 호위기사는 성에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졌다. 공주는 놀라서 그에게 다가가려 했는데 백작은 다짜고짜 그녀의 손을 붙잡고는 그녀를 방안으로 끌고 들어온 것이다.

“그는 중독됐소. 전염성이 있을지 몰라 분리한 거요. 지금 내 조수가 그를 치료실로 데려갔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공주는 아까 맹수가 내뿜던 녹색 숨결을 떠올렸다. 그녀의 호위기사는 놈과 대치하던 도중에 그걸 들이마신 것 같았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설명했어야죠. 무례하게 숙녀의 손을…….”

“상황이 급해서 어쩔 수 없었소. 그리고 고작 손 한 번 잡은 거 가지고 그렇게 언성 높일 게 있나 싶소.”

“뭐라고요?”

니카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엘라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자기가 할 말만 했다.

“갈아입을 옷은 저기 있소. 벽난로는 1시간에 한 번씩 내 조수가 와서 살펴줄 거요. 그럼.”

“잠깐만요. 설명이 더 필요해요! 저는…….”

그때,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그녀의 배에서 들렸다. 백작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를 곧 준비해 드리겠소.”

“잠시만요. 이건 그게 아니라…….”

니카가 얼굴을 붉히며 변명을 하려는데 엘라는 문을 쾅 닫고 응접실을 나가버렸다. 니카는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가만히 노려보다가 소리를 빽 질렀다.

“이 악당아! 이게 손님을 대하는 태도냐!”

그녀는 그렇게 씩씩거리다가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방금 그가 자신을 잡아끌었던 감각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고작 손 한 번? 세상 남자들이 다들 내 손 한 번 잡으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데……. 이렇게 칙칙한 성에 저렇게 오만한 태도를 보니 분명 평소에 찾는 손님이 한 명도 없을 거야.”

그녀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방안을 왔다 갔다 했다. 언제나 당당하던 그녀답지 않게 상당히 불안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검은 숲에서 당한 일 때문에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감을 잃고 겁에 질려 있었다.

“빛날 거야……. 나 혼자의 힘으로……. 밤하늘 위의 눈부신 별처럼…….”

그녀는 2장에서 불렀던 노래를 중얼거리며 소파에 몸을 기대었다. 노래와 달리 벽난로의 불은 점점 꺼져만 갔고, 그에 따라 무대는 어두워졌다. 공주는 눈을 껌뻑이더니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그와 동시에 배경의 오른쪽 절반이 서서히 앞으로 나오며 왼쪽으로 회전하더니 무대 중앙에 멈춰 섰다. 4장에서 사용했던 ‘배경 넘기기’ 연출이 다시 사용된 것이다.

무대는 벽으로 인해 반으로 갈려 왼쪽은 공주가 잠들어 있는 응접실을, 오른쪽은 백작의 고용인들이 모여 있는 식당을 비추었다. 공주가 잠들어 있는 소파도 배경을 따라 90도 회전했고, 현재 응접실 뒤에 보이는 배경도 방금까지 응접실의 왼쪽 벽이었던 부분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관객들은 이 시선의 이동을 위화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역시 한트게 교수님이야. 안 녹슬었어.”

“파격성으로 이름 높은 분이지만, 기본기 역시 압도적으로 탄탄해. 교수님이 늘 하시던 말씀 기억하지?”

“알기 어려운 연출도 일단 보기는 쉽게 만들어라!”

객석 한쪽에 모여 있는 연극대학 학생들이 신나서 떠들어댔다. 사실 대학 내에서 서커스단이 펼치는 연극은 수준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팽배했었다. 그들은 어떤 대본이든 ‘3F 연극’으로 바꿔버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여기서 3F란 싸움(Fight), 불꽃(Fireworks), 성애(Fuck)를 의미하는 것으로 삼류 연극에서 관객들을 자극하는 3가지 통속적인 수법을 의미했다.

그래서 연극대학 학생들은 아테레나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시험들을 우습게 보고 잘 보러 가지 않았다. 심사위원을 맡았던 교수들이 강의 시간에 들려주는 부정적인 경험담들만이 축적되어 농담처럼 소비될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평소와 다르게 객석에 학생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바로 한트케 교수가 참가 서커스단 중 한 곳에서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그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연극이 시작된 지 40분이 지났지만, 그들은 놀라움에 한순간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잠시 후, 배경의 전환이 완료되었고, 식당에 모여 있던 백작의 고용인들끼리 대화가 시작되었다.

“세상에. 우리가 황제의 딸을 납치하다니. 우리는 다 죽을 거야.”

경호원 조가 벌벌 떨었다.

“저딴 계집애! 성가실 게 뻔합니다! 지금이라도 되돌려 놓읍시다!”

정원사 알렌이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사람을 죽인다는 게 좀 그래요. 심장을 도려낸다는 게 그런 의미가 아닐 수도 있지 않나요?”

요리사 유라크네가 쭈뼛거리며 의견을 꺼냈다.

“저도 돌려보내는 데 찬성이에요.”

하녀 레이나가 차가운 표정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집사 원더스타인은 네 사람이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죽 둘러봤다.

그와 시선을 마주치자 네 사람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그가 내뿜는 싸늘한 위압감에 겁을 먹은 것이다. 바텔에게서 특훈을 받은 덕분에 원더스타인은 웃는 얼굴로 질책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다.

“설마 다들 지금 와서 목숨이 아까운 겁니까? 백작님께 받은 은혜는 갚아야 할 것 아닙니까? 특히 당신들 세 사람은 백작님의 치료가 없었으면 이렇게 멀쩡하지 못했을 텐데요? 그리고 로지 양. 광대들을 끌어모아 리아 아가씨를 웃게 하려는 노력은 갸륵합니다. 하지만 공주를 서둘러 돌려보내려는 데는 당신의 사심이 섞여 있을 테죠?”

집사의 지적에 모든 고용인의 시선이 하녀를 향했다. 레이나는 속마음이 들켜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그들의 시선을 피했다.

“사, 사심이라뇨…….”

알렌, 조, 유라크네는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고는 서로 얼굴을 맞대고 속닥거렸다.

“로지 양 취향도 참 특이해.”

“그 목석같은 인간이 뭐가 좋다고.”

“존경심과 사랑을 착각하는 거예요.”

“그, 그만 하세요! 그런 거 아니거든요?”

집사는 소리를 빽 지르는 하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다들 자신들이 저지른 짓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녀 덕에 긴장감이 풀린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금방 굳어지고 말았다. 그는 등 뒤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마침 관객들은 소파에서 일어난 공주가 문틈으로 밖을 엿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집사는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고 손뼉을 짝 쳤다.

“자, 차후의 일은 주인님의 결정을 기다리기로 하고, 일단 손님부터 맞이하죠.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니까요.”

집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응접실 앞으로 달려가 문을 활짝 열었다. 안에 있던 공주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무대 중앙에 멈춰 서 있던 배경이 그녀의 뒷걸음질보다 빨리 왼쪽으로 넘어가더니 결국 무대 전체가 완전히 식당으로 전환되었고 그녀는 식당 입구에 서 있는 꼴이 되어버렸다.

“아, 저, 저기 저는…….”

“자, 손님! 여기는 울펜슈타인 백작의 성이고, 저희는 그 고용인들입니다. 갑작스럽지만, 당신을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

네 사람이 상황을 눈치채고 재빨리 집사의 말을 따라 외쳤다. 집사는 품에서 종을 꺼내 추와 결합하고는 땅땅 소리를 냈다. 그에 따라 고용인들은 식사를 내오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반주도, 가사도 없는 노래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이천 개가 넘는 악기로 연주되는 합주곡이었다. 수십 개의 유리잔, 백여 개의 그릇, 그리고 수백 장의 접시가 동원되었다. 주방에서는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칼이 도마를 두들기고, 색색의 재료들이 허공을 날았다. 포도주, 잼, 물, 수프, 소스 등이 포물선을 그리며 각자 독특한 소리를 내며 미끄러지고 흘러내렸다. 의자, 탁자, 식탁보, 포크, 칼, 숟가락, 젓가락, 주전자, 컵 등이 서로 긁었다, 부딪쳤다, 떨어지며 화음을 만들어냈다. 그 경쾌한 가락은 등장인물들의 곡예와도 같은 멋들어진 동작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다.

연습했던 대로 알렌과 조의 실수 역시 빠지지 않았다. 때로는 접시가 깨지고, 덜 깎은 감자가 바닥을 구르고, 식탁보를 밟고 미끄러져 식탁 위의 식기들이 요동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모두 하나의 음표처럼 기능했다.

유쾌한 표정에, 유쾌한 동작에, 유쾌한 소리까지. 대사 한 줄 없이 손님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즐거움이 전해지는 곡이었다.

물론 이 노래가 정말 식기와 주방 기구만으로 연주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 노래의 뒤에는 보통 사람들은 알아채기 힘든 악기가 5개나 준비되어 있었다. 그 비밀은 바로 고용인 5명의 발에 숨겨져 있었다.

이 1막 7장에서 고용인들은 특수 제작된 신발을 신었다. 그들의 신발 밑창에는 ‘불량 고무’가 덧대어져 있었는데 그것은 산업용 합성고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공기가 많이 유입되어 버려지곤 하던 물건이었다.

크리스티앙은 이 불량 고무가 빈틈이 많고 공기를 많이 품고 있다는 데서 착안해서 악기를 하나 만들어냈다. 신발 아래에 고무를 덧대고 거기에 손톱 크기의 작은 관을 박아 넣어 그들이 걸을 때마다 압력 때문에 고무 속의 공기가 관을 빠져나가면서 소리가 나게 만든 것이다.

노래의 저변에 깔린 반주는 모두 그들의 발소리가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섯 쌍의 서로 다른 관악기가 활약한 것이다. 사실 잘 관찰하면 고용인들은 7장에서 노래가 시작되기 전과 끝난 후에는 거의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속임수는 ‘울펜슈타인 백작’의 초연에서 많은 업계 사람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노래 사이사이에 도저히 무대 위의 도구들로 날 수 없는 소리가 섞여 들리는데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객석 아래에 누군가 숨어서 피리를 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까지 했다. 지금이야 소리 나는 신발은 광대들이 흔히 사용하곤 하는 물건이지만, 그때만 해도 대단히 획기적인 연출로 평가받았다.

마침내 노래가 끝나고 식탁 위에는 미트볼 6개가 담긴 접시만이 남아 있었다. 요란스럽게 날아다녔던 음식 재료들과 접시들은 사방팔방 나뒹굴고 있었다. 그렇게 신나서 던져 대고 받아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공주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엉망이 된 식당을 돌아봤다.

“당신 고용인들도 당신만큼 하네요.”

니카는 노래가 끝나자 문을 쾅 열고 들어오는 백작을 향해 빈정대듯 말했다. 그러나 엘라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식탁에 앉아 음식을 덥석덥석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대도 드시오. 우리 요리사 솜씨가 좋소.”

“정말이지…… 예의범절이라곤…….”

공주는 그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며 눈앞에 있는 미트볼을 하나 접시로 덜어서 칼로 반을 썬 뒤 포크로 찍어서 입에 넣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황궁에서도 맛보기 힘들 정도로 음식이 맛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괜찮군요. 댁의 주방은…….”

그녀가 요리사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으려는데 그 순간, 요리접시에서 1개의 미트볼이 사라졌다. 백작은 앉자마자 2개를 해치우고는 어느새 추가로 가져간 것이다.

“이봐요. 사람 말하는데…….”

그 사이 1개가 또 사라졌다. 공주는 험악한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상식적으로 6개가 있는데 혼자서 4개를 먹는 건 아니지! 그녀가 한마디 하려는데, 그 순간, 그의 포크가 다시 접시를 향해 다가왔다. 뭐, 저런 인간이!

공주는 재빨리 그의 포크 사이에 칼을 집어넣어 그의 접근을 차단했다.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봤다.

“무슨 짓이오.”

“이건 제 거예요!”

“그대 접시에 들고 가지 않았소만?”

“상식적으로 6개가 있으면 3개는 제 거죠!”

“나는 그대보다 위장이 2배는 크오.”

“그럼 됐네요. 4개 드셨으니! 2개는 제가 먹을게요!”

공주의 논리적인 반박에 백작은 눈알을 굴리더니 반대편 손에 쥔 나이프로 재빨리 공주의 앞접시를 향해 달려들어 그녀가 방금 잘라 놓은 반 개의 미트볼을 가져갔다.

“그럼 3배로 하지.”

“야, 이 걸신들린 자식아! 내가 배고프다고 밥 차린 거 아니었어?”

공주는 그렇게 외치고는 혹시나 남은 하나도 그가 가져갈세라 통째로 입에 넣고는 우물거렸다. 고용인들은 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서로 속삭였다.

“이래서 정말 공주님의 심장을 뛰게 만들 수 있을까?”

“화나게 만들어서 뛰게 하는 것도 포함되면.”

그렇게 1막 7장이 종료되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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