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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25

EP.524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30)

2막 1장은 마을 광장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것은 4장에서 술집과 술집들 사이에 조금씩 나왔던 배경을 무대 전체로 확장한 것이었다. 정확히 말해서 이미 만들어둔 2막 1장의 배경을 1막 4장에서 분절해 써먹었던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아웃포커싱 기법이 활용되었다. 무대 밖으로 희미한 수백 명의 구경꾼과 건물들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미 몇 번이나 본 연출이지만 사람들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 연출은 무대의 배경이 탁 트인 ‘야외’와 ‘군중’일 때 가장 강한 효과를 발휘했다.

“자, 그러면 참가번호 23번 앞으로 나와주세요!”

단상 위에서 레이나가 서류를 들여다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무대 밖의 희미한 환상 하나가 무대를 향해 걸어 나왔다. 꾸물거리는 그림자에 가까웠던 사람의 형상은 무대로 가까이 올수록 점점 색과 형태가 뚜렷해지더니 무대 위에 발을 디디는 순간 한 명의 사람이 되었다.

“와, 대박.”

“저 연출을 저런 식으로도 응용할 수 있구나. 진짜 미쳤네.”

“진짜 말이 안 나오는군. 발상은 그렇다고 쳐도 저걸 구현해내는 환상 마법사들의 실력이 놀라워.”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들은 지몬은 그제야 뭔가 수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커스 그랑프리에서 정의하는 단원의 정의는 무대 위에서 재주를 부리는 자였다. 거기에는 환상 마법사 역시 포함됐다. 그들도 자신의 재주라 할 수 있는 마법을 무대 위에 투사하는 것이었으니까.

그가 알기로 괴물서커스단의 환상 마법사는 마야라는 여자애가 유일했다. 함께 연습한 적이 있어서 그녀의 실력은 잘 알고 있었다. 분명 뛰어나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 뒤로 추가된 단원들이 모두 그녀와 비슷한 수준의 환상 마법사가 아닌 이상 현재 괴물서커스단이 보여주는 환상의 수준은 설명되지 않았다.

‘설마 은막이?’

이미 은막은 레카체프 서커스 학교의 시험에서도 괴물서커스단을 도와준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괴물서커스단을 탈락시키려는 지몬의 음모는 실패로 돌아갔었다. 이번에도 그자가 역시 은밀한 도움을 주고 있을지 몰랐다.

황금 카니발의 환상 마법사는 지몬의 의견을 듣더니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마야의 환상에 감탄하기 바빴던 그였지만,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공연이 끝나면 이의 제기를 해봐야겠군.’

객석에서 모략이 오가는 동안에도 공연은 계속 진행되었다. 환상 속에서 등장한 23번 참가자는 바로 1막 4장에 나왔던 불한당 에반스였다.

술집에 마약을 뿌리다가 그 죄를 광대 에다에게 덮어씌운 악당. 그 비겁한 행적 때문에 에반스는 보통 얍삽한 외모의 배우를 기용해 교활한 인상이 들도록 분장하는 게 보통이었다. 실제로 앞선 두 팀은 그렇게 연출했다.

미노바의 인상은 그들과 달랐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에 교활하기보다 험악해 보였다. 그런데도 그는 에반스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그는 기존의 에반스와는 다른 캐릭터 해석을 보여주었다. 얍삽한 태도 뒤에 언제 짐승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위협적인 태도를 겸비했다. 분노하면 눈앞의 사람을 목 조르고 싶다는 듯 손가락을 푼다거나 피에 굶주린 듯 이빨을 드러낸다거나. 같은 대본을 두고도 배우의 해석에 따라 캐릭터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었다

사실 외모의 차이만 따지자면 엘라 쪽이 기존의 배우들과 가장 동떨어져 있었다. 보통 2, 30대 남자가 맡는 역할을 10대 소녀가 맡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거의 의태에 가까운 연기력으로 기존의 백작을 완벽하게 자신의 외모 속에 녹여버렸다.

반대로 미노바는 일부러 기존의 에반스를 연기하지 않고 독자적인 해석으로 새로운 에반스를 표현했다. 덕분에 그는 다른 서커스단의 에반스에 비해 확실히 돋보였다. 한트케 교수의 기본적인 방침이었던 ‘캐릭터를 배우에 맞추는’ 전략을 그는 120%로 발휘한 것이다.

“자, 여기 보시라! 배고파? 조금 기다려 봐. 내가 마법을 보여주지.”

“냄새가 좋지? 이게 바로 내가 부리는 마법이야.”

“한 입만 먹어 봐. 그럼 행복해져. 웃어봐. 그래. 웃어봐.”

미노바가 부르는 곡은 1막 4장에서 나왔던 ‘마법의 가루’에서 가사와 음정을 조금 바꾼 ‘마법의 요리’라는 곡이었다. 노래의 길이도 4장에 불렀던 것의 절반 밖에 안됐다. 그는 자신이 한 요리로 리아를 웃게 해보겠다고 자신했다.

그가 몇 번 냄비를 흔들고 국자를 휘젓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튜가 완성되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거기에 조미료를 뿌렸다. 그리고 비열한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관객들은 누구나 저 가루가 그가 술집에 뿌렸던 그 가루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마야는 그가 건넨 요리를 한입 푹 떠서 먹었다.

과연 어떻게 될까? 물론 그 결과는 이곳에 있는 관객들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맛없어.”

마야는 미간을 찌푸리며 숟가락을 놓았다. 방금까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던 미노바는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네?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그는 마야에게 몇 숟가락 더 떠먹어 보길 권했다. 그러나 그녀는 더는 손도 대기 싫다는 듯 쟁반 자체를 밀어버렸다.

“도저히 못 먹겠어.”

“23번도 탈락!”

“자, 잠시만요. 이게 좀 더 먹어 봐야 효과가…….”

“끌어내세요!”

레이나의 손짓에 따라 경호원 역할의 조가 미노바를 붙잡았다. 불한당은 끌려나가면서도 몇 번 더 먹으면 웃음이 나올 거라고 필사적으로 항변했다. 그러나 스튜는 이미 그릇째 쓰레기통에 던져진 뒤였다.

“자, 그럼 참가번호 24번!”

불한당 에반스 다음으로 나선 것은 광대 에다였다. 그는 주변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사람들 앞으로 나섰다. 구치소에서 병사들을 때려눕히고 탈옥한 그였다. 혹시 수배령이 내려서 알아보는 사람은 없을까 겁먹은 것이다.

그랬던 그가 단상을 올려다보는 순간 제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그의 시선은 마야에게 고정되어 떨어질 줄 몰랐다. 그는 그녀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사람이 있을 줄이야…….”

스벤은 그렇게 넋을 놓은 듯 한참을 서 있었다. 그러자 더는 참지 못한 하녀가 소리쳤다.

“24번!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하세요! 당신은 무엇으로 리아 아가씨를 웃길 거죠?”

“저, 저요? 저는 그러니까…… 떠, 떠돌이 광……으엑, 낏, 뿡, 따힛!”

에다의 입에서 차마 단어를 이루지 못한 소리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그의 사지는 사방팔방 비대칭적인 궤적을 그렸다. 그의 지병인 무도병이 발작한 것이다.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극 중의 구경꾼들과 객석의 관객들이 동시에 웃음을 쏟아냈다.

그러나 두 집단 사이의 웃음에 담긴 의미는 사뭇 달랐다. 구경꾼들은 말 그대로 뭐 저런 놈 다 있냐는 식으로 비웃는 의미가 강했던 반면에 관객들은 앞선 광대 배우들보다 훨씬 자연스러우면서도 고난도 동작을 펼치는 그에게 감탄하는 의미가 강했다. 물론 어느 쪽이나 기괴한 동작을 통해 익살스러움을 표현한 그를 재미있게 여기는 것은 차이가 없었다.

“저, 저는 말이죠. 그러니까……끄어어엇! 히익!”

오늘따라 에다의 무도병은 발작이 잦았다. 그가 자신을 소개하려고 할 때마다 그 몸은 쉴새 없이 펄쩍거리곤 했다.

단상 위의 백작 일행들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구경꾼들의 얼굴에도 점점 짜증이 번져갔다. 그의 코미디는 처음 몇 번은 웃기지만 뒤로 갈수록 불쾌감을 주었다.

“네……. 뭐…… 24번도 탈락이네요.”

“끄힛, 저, 저는…… 오옷! 낏!”

스벤은 몸을 비틀면서도 리아에게 자신을 소개하려고 애썼다. 레이나는 그런 그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서 경호원더러 그를 끌고 나가게 하려 했다. 하지만 그전에 군중들이 먼저 행동에 나섰다.

“그만해. 이 자식아!”

“그래. 재미없다잖아!”

“어디서 저런 병신 같은 게…….”

사람들 사이에서 험악한 욕이 튀어나왔다. 개중에는 손에 든 음식이나 잡동사니를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온갖 쓰레기들이 날아와 그의 몸을 때렸다.

광대는 어떻게든 자신이 사실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밝히려 했다. 그러나 지긋지긋한 무도병은 그의 몸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때, 썩은 토마토 하나가 날아와 그의 머리를 때렸다. 그것은 무대 위에 서는 사람들 최대의 굴욕이었다. 물론 그것도 그의 발작을 멈추지는 못했다. 대신 광대는 터진 토마토를 밟고 미끄러졌다.

“으앗!”

그는 쓰레기들로 뒤덮인 바닥을 뒹굴었다. 구경꾼들 사이에서 재차 폭소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넘어진 충격 때문일까. 다행히 발작은 멈췄다. 광대 에다는 자신을 비웃는 구경꾼들에게 둘러싸여 비참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식으로 구경거리가 되는 일은 익숙했다. 하지만 저 리아라는 귀족 아가씨 앞에서 창피를 당했다는 게 수치스러웠다.

좌절해 있는 그를 향해 경호원이 다가왔다. 그는 이만 광대를 단상 앞에서 끌어 내려 했다. 하지만 그가 막 광대의 몸을 붙드는 순간, 그의 몸이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 믿기 힘든 것을 본 사람처럼 경악이 떠올라 있었다.

“왜 그러세요? 어서 그 남자를 밖으로…… 아!”

경호원을 따라 시선을 돌렸던 하녀조차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곧이어 두 사람을 따라 고개를 돌렸던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마야였다. 그녀는 오늘까지 단 한 번도 동료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비밀병기를 공개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아하하.”

심지어 그녀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까지 떠올라 있었다! 모두가 숨이 멎은 것처럼 가만히 그녀를 바라봤고 그녀의 웃음소리만이 장내를 가득 채웠다.

괴물서커스단의 연기에 압도당한 관객들도 숨을 죽인 채 무대를 바라봤다. 그들은 설마 단원들이 실제로 놀라서 굳어버렸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고작 가볍게 웃는 연기일 뿐인데.

대본상 여기서 리아는 웃어야 했다. 광대는 그녀를 웃기는 데 성공한 덕분에 성으로 불려갔다.

하지만 그동안의 연습에서 마야는 한 번도 웃지 못했다. 안면근육이 굳어버린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어르고 달래봤지만 안 되는 것은 안되는 거였다. 마귀들 앞에서 목숨을 걸고 싸울 때도 표정 변화가 없던 그녀 아닌가.

그래서 다들 그녀를 웃게 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손으로 입을 가리고 환상 성대로 웃는 소리를 내는 식으로 연출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래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웃는 연습을 따로 했다. 엘라도 레이나도 치고 나가는 마당에 자신만 뒤떨어질 수 없었다. 어떻게든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했다. 몇 초 웃기 위해서 몇 분 동안 정신을 집중하고 상상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했지만, 확실히 웃을 수 있었다.

아마 공연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단원들이 그녀에게 질문을 퍼부을 것이다. 하지만 마야는 거기에 대해 자세하게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원더스타인 앞에서는 더더욱.

마음에 품은 대상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환상 마법, 목소리를 구현하는 환상 성대, 그리고 사실적인 질감을 표현하는 레이 트레이싱. 그녀가 스승으로부터 받은 선물들을 활용해 스승을 대상으로 무엇을 했기에 웃을 수 있었는지는 무덤까지 들고 갈 만한 비밀이었다. 그것을 밝히려면 우선 그녀는 스승에 대한 초상권 침해와 인격 모독 관련으로 법률 상담부터 받아야 할 것이다.

“에다라고 했나?”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엘라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놀라움과 감동이 뒤섞인 눈으로 마야를 바라봤다. 거기에는 진심도 다소 섞여 있었다.

“내 성으로 초대하지.”

그렇게 2막 1장이 종료되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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