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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26

EP.525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31)

“뭐야, 마야, 어떻게 한 거야?”

“솔직히 말해 봐. 환상으로 만들었지? 목소리도? 맞지?”

“상식과 너무 동떨어진 광경을 봐서 그런가? 방금 봤는데도 도저히 장면이 떠오르지 않아.”

마야가 무대 뒤로 퇴장하자마자 단원들이 그녀 주변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다들 그녀가 웃는 것을 직접 봐 놓고도 믿기 힘들어했다.

“다시 보고 싶다! 그 장면!”

“나도! 마야, 한 번만 더 웃어 볼래?”

“힘들어.”

마야는 그들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하고는 원더스타인을 빤히 바라봤다. 그는 그녀의 ‘힘들어’라는 한 마디에 사전적인 의미 말고도 ‘저 진짜 고생 많이 했어요. 칭찬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수고 많이 했습니다. 쉽지 않았을 텐데요.”

“스승님 덕분……이에요.”

마야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고는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말에 의례적인 것 이상의 다른 의미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야는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는 그의 손길을 즐겼다. 아무리 환상이 정교하다고 해도 역시 실제가 주는 느낌에 미치지 못했다. 비록 현실의 스승님은 자신을 제자 이상으로 봐주지 않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는 얼마 가지 않아 정리되었다. 2막 2장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밴딕과 루엘로는 진즉에 무대 위에 올라가 있었다. 감상에 빠져 있던 마야는 프란츠의 외침을 듣고 재빨리 무대 위에 환상을 투사했다. 다행히 늦지 않게 무대 준비를 완료할 수 있었다.

2막 2장의 배경은 1막 4장에 나왔던 술집이었다. 흑마법사는 요정에게 목줄을 매단 채 그곳을 찾았다. 그는 방금 군중 속에서 2막 1장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지켜본 참이었다.

“이거 큰일인데. 설마 광대가 백작의 여동생을 웃게 할 줄이야. 어쩌면 백작이 공주의 심장을 취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그럼 좋은 거지, 뭘.”

옆에서 요정이 빵 쪼가리를 우물거리며 한 마디 내뱉었다. 흑마법사는 그녀를 아니꼽게 바라보더니 목줄을 잡아당겼다.

“이 자식! 그러면 넌 평생 갇혀 지내야 하는데. 그래도 좋아?”

“켁켁,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흥. 다른 사람이 다치는 꼴을 볼 바에 차라리 그게 나아!”

“아이고, 성자 납셨군. 하여간 요정들이란.”

밴딕의 말에 루엘로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더듬이를 바짝 세웠다. 그녀의 등에 단 날개와 마찬가지로 그것들은 그녀의 감정표현에 따라 변화했다. 때로는 더듬이를 까딱이거나 날개를 파르르 떨곤 했다.

일반 관객들은 요정의 더듬이나 날개 움직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업계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표현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품었다.

“설마 저것도 환상인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마법사가 그녀의 연기에 맞춰서 환상을 변화시키는 거라면 적어도 0.1초 이상의 지연이 생기기 마련인데.”

“저 어린애가 환상 마법사일 확률은?”

“농담이 심하군. 아마 꼭두각시 술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거겠지.”

“고작 6살에 연기와 곡예를 동시에? 또 괴물 신인 등장이군. 어째서 괴물서커스단 따위에 저런 유망주들이…….”

보이지 않는 얇은 실을 통해 사물을 통제하는 수법은 꼭두각시 재주꾼들의 특기였다. 루엘로의 연기에 대한 그들의 분석은 거의 정확했다. 실제로 루엘로의 더듬이와 날개는 그녀의 몸에서 뻗어 나온 얇은 실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이 비록 실들이 아니라 그녀의 머리카락이긴 했지만 말이다. 삼손이 더듬이와 날개의 움직임을 전담해준 덕분에 루엘로는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일이 실패하겠어. 백작이 공주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던데.”

흑마법사의 푸념에 요정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백작이? 그 목석같은 백작이? 거짓말! 로지의 유혹을 그렇게 번번이 거절했는데…….”

“그런 하녀 계집애랑 공주랑 같냐?”

“신분 차이 때문인 거야? 로지가 불쌍해!”

“사랑은 그렇게 찾아오는 거니까. 갑자기! 어느 날! 예측할 새 없이!”

밴딕이 마시던 맥주잔을 테이블 위에 쾅 내려놓았다. 그 순간 무대의 조명이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마치 무대 위에 커다란 불꽃이 일렁이는 듯했다. 배경 전체가 아지랑이처럼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것처럼 색들이 현란한 빛깔을 내뿜으며 뒤섞였다. 데포르메의 시작이었다.

데포르메는 환상 마법사가 환상을 현실과 다르게 왜곡하는 기술을 의미했다. 이는 환상 마법 중에서도 상당한 고난도 기술에 속했다.

마법사들은 마음의 상을 비춰서 환상을 구현했기에 실제와 같은 환상은 만들어내는 일은 쉬워도 인식 바깥의 형태로 환상을 조작하는 일은 어려워했다. 상상력에 대한 통제력이 뛰어난 소수의 사람만이 초현실적인 환상을 의도대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물론 괴물서커스단의 환상은 이미 수준 높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이 정도 데포르메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렇게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방금까지 현실적일 정도로 정교한 환상을 만들어내던 마법사들이 3초도 안 되는 시간에 이렇게 초현실적인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마음의 도화지는 그렇게 쉽게 채웠다 지웠다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무조건 별개의 마법사 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괴물서커스단의 부정행위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지몬은 이번 연출로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내 추측이 맞는 것 같군.”

“그래. 괴물서커스단은 단원의 영입 규정을 어겼음이 분명해.”

“분명 은막 쪽이겠지. 흥. 아무리 상대가 우리라지만 이런 얄팍한 수나 쓰다니. 공연이 끝나자마자 이의를 제기해야겠어.”

물론 이는 마야가 환상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몰랐기에 나온 것이었다. 그녀의 환상 마법은 애초에 마음의 상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의 폴리곤 환상은 완벽한 논리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현실적인 것이든 초현실적인 것이든 설계한 그대로 출력할 뿐이었다.

초현실적인 환상 속에서 밴딕이 지금부터 부를 노래는 ‘불꽃처럼’이라는 곡이었다. 그것은 인간의 정욕과 탐욕에 대해 흑마법사의 예찬을 담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막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관중석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저것 좀 봐!”

“이럴 수가!”

“용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로 향했다. 도시의 상공에 몸길이가 최소 수십 미터는 되어 보이는 생물체가 나타났다. 녀석은 구름 사이를 노니며 자신의 자태를 자랑했다.

사족보행 형태의 늘씬한 몸뚱어리, 피막이 달린 거대한 날개, 달빛에 반짝이는 비늘. 위엄이 넘치면서 동시에 사람을 매혹하는 아름다움을 겸비한 생물이었다.

그것은 시에라마드레산맥에서만 볼 수 있다는 드래곤이라는 생물임이 분명했다. 놈들이 산맥 밖으로 나오는 일은 잘 없었다. 그러나 가끔 이렇게 인간의 거주지에서 목격되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이는 3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었다.

밴딕이 열창하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용을 구경하기 바빴다. 심사위원들도 괴물서커스단 단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허허, 오늘은 정말 운이 좋군요.”

“맞습니다. 20년에 한 번꼴로 보이는 유성우도 보고.”

“거기다 30년에 한 번꼴로 볼 수 있다는 용까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든 것은 밴딕의 노래가 다 끝날 때쯤이었다. 도시 상공을 배회하던 용이 저 멀리 하늘 너머로 사라져 버린 것과 흑마법사의 광기 어린 웃음과 함께 노래가 끝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잠시의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1막 3장에서 벌어졌던 일이 반복되었다. 제대로 그의 노래를 듣지도 않은 심사위원들과 관중들이 그에게 열렬한 환호와 갈채를 보낸 것이다.

그 속에는 앞서 그랬던 것처럼 방금 목격한 경이로운 광경에 대한 찬사와 무대 위의 배우를 무시해버린 죄책감이 뒤섞여 있었다. 채점 시비를 피하려고 심사위원들은 전원 이번 파트에도 만점을 주었다. 제대로 그의 공연을 관람한 사람이 없으니 채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없었다.

밴딕은 속으로 욕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유성우라니, 용이라니! 마음 같아서는 객석을 향해 고함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아직 2막 2장이 끝나지 않았기에 그럴 수 없었다.

그의 노래가 끝나자 데포르메가 종료되며 배경은 다시 평범한 술집으로 전환되었다. 술잔을 손에 든 흑마법사의 눈동자는 풀려 있었다. 그는 방금 불렀던 노래를 중얼거리며 탁자 위에 머리를 박았다. 완전히 맛이 가버린 것이다.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시던 손님들도 고개를 푹 숙인 채 곯아떨어져 있었다. 심지어 술집 주인도 마찬가지였다. 멀쩡하게 허리를 펴고 있는 사람은 흑마법사 바로 뒤에 등을 보이고 있던 손님 한 명밖에 없었다.

그가 객석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는 바로 불한당 에반스였다.

“이 마을도 이만 떠나야겠군. 쳇, 일만 잘 풀렸다면 백작의 성도 털 수 있었을 텐데.”

미노바는 손님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값이 나가 보이는 물건들을 찾아 가방에 쓸어 담았다. 그가 술에 탄 약 덕분에 손님들은 몸이 뒤져지는 와중에도 제정신을 차릴 줄 몰랐다.

“그 머저리 광대 놈. 감옥에 갇힌 게 아니었나? 하여간 운이 좋은 자식. 그 여자애가 웃은 건 내 약 덕분이 분명한데. 효과가 몇 분 늦게 나타났을 뿐이야.”

술집 안을 훑던 에반스는 이내 흑마법사 옆에 묶여 있는 요정을 발견했다. 그녀는 탁자 뒤에 몸을 숨기려고 했지만, 흑마법사가 목줄을 꽉 쥐고 있는 탓에 그럴 수 없었다.

“이야, 이것 봐라. 진귀한 요정도 있네. 이 녀석을 어디다 팔아버릴까?”

“꺅, 손 떼지 못해!”

“흐흐, 가만히 있어라. 나도 다치게 하기는 싫다.”

아무런 실수 없이 대화가 매끄럽게 전개되는 것을보고 무대 뒤의 단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습에서는 루엘로가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것 때문에 미노바가 번번이 실수했었기 때문이다.

-우리 루리가 아빠를 정말 싫어하는 줄 알았지 뭐야! 심장이 쿵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아무리 그래도 벌써 몇십 번째 같은 장면에서 실수하는 건 민폐잖아! 자꾸 그러면 나 정말 아빠 싫어할 거야! 이 닭 대리리야!

-헉!

다행히 삼손이 충격요법을 가한 덕분에 미노바의 실수는 거의 사라졌다. 그래도 실전에서는 또 어떻게 나올지 몰랐는데 다행히 그는 해당 구간을 무사히 넘겼다.

미노바가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루엘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 그의 팔을 붙잡은 것은 기절한 줄 알았던 흑마법사였다.

“이 교활한 도둑놈이! 감히 이 몸을 대상으로 도둑질을 하려 들다니!”

“으악!”

흑마법사는 방금 데포르메 환상에서 보였던 꾸물거리는 아지랑이들을 손에서 내뿜더니 불한당을 허공에 구속했다. 그는 미노바의 손에서 가루가 든 주머니를 뺏더니 코를 킁킁거렸다.

“마약이군! 얼마 전에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게 네놈이었나?”

“요정에 목줄을 채우고 다니는 네 녀석이 비난할 일은 아니지!”

“그래. 그렇지. 잠깐, 그러고 보니 넌 아까 그 23번째 참가자로군? 흐흐, 설마 요리에도 약을 탔던 거냐?”

“그래!”

“멍청한 녀석. 그녀의 저주를 고작 이런 가루를 먹인다고 해서 풀 수 있을 줄 알았나?”

흑마법사는 그렇게 에반스를 버려둔 채 술집을 나가려 했다. 요정이 인상을 쓰며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그가 막 문을 나서려는 그때, 뭔가 생각났다는 듯 뒤를 돌아봤다.

“잠깐, 너 아까 그 광대가 감옥에 갇혔다고 했었지?”

“그래! 내가 술집에 뿌린 약을 그놈이 뿌린 줄 알고 경비병들이 가뒀다!”

“아, 며칠 전에 구치소에서 탈옥했다던 놈이 바로 그놈인가 보군.”

흑마법사는 턱을 매만지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는 곧 입가에 미소를 가득 띠며 눈을 번쩍였다.

“광대 녀석을 성에서 쫓아낼 방법이 떠올랐다.”

그렇게 2막 2장이 종료되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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