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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29

EP.528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34)

2막 5장의 배경은 1막 1장에 나왔던 지하의 실험실이었다. 죽은 여동생이 되살아났던 장소이자 온갖 실험체들이 보관된 곳.

호위기사는 희미한 조명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성 아래에 이런 곳이 있다니……. 백작은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랫맨 관현악단은 긴장감이 흐르는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1막 6장에서 불렀던 ‘검은 숲’ 노래의 반주였다. 호위기사의 몸도 1막 6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공포로 점점 움츠러들었고 떨려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거대한 날개의 그림자가 무대를 훑고 지나갔다. 뱀들이 혀를 날름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이것들 역시 1막 6장에서 나온 적 있는 연출이었다.

기사는 숲에서 이것들을 마주하고 겁에 질렸었고, 공주는 그것을 나무와 수풀의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곳은 저택의 지하였다. 나무나 수풀이 있을 리 없었다. 기이한 일이었다.

마침내 그가 바닥에 발을 디디는 순간, 무대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우몬은 재빨리 무대 구석의 그림자 속에 몸을 숨겼다.

곧 저택의 고용인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요리사, 정원사, 경호원이었다.

“아가씨가 웃었던 게 약의 힘을 빌린 속임수였을 줄이야.”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원래 작전대로 가야 하나?”

“그랬다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상대의 신분을 생각해보라고.”

“그런데 애초에 백작님이 과연 공주님을 죽일 수 있을까?”

세 사람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기사는 놀라서 입을 막았다.

지금 저놈들이 뭐라는 거야? 공주님을 죽인다고?

“우리끼리 얘기를 나눠봐야 별수 없지. 우리는 주인님이 결정을 내리면 따르기만 하면 돼.”

“그래. 맞는 말이야.”

“우리는 그분에게 목숨을 빚졌어.”

연구실의 조명이 푸른 빛으로 번쩍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철창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던 백작의 실험체들이 창살 앞까지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아테레나 노천극장은 돌로 지어졌다. 무대 가까이 앉아 있는 심사위원들은 그들이 걸을 때마다 전해져 오는 묵직한 질량감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진짜 동물들이군요. 저건 설마 코끼리인가요?”

“허허, 원래라면 무조건 감점 대상인데.”

“너무 완벽하게 연기를 해내니 점수를 깎을 수 없네요.”

보통 연극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제대로된 연기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지정된 위치에 명령받은 동작을 취할 뿐 실제로 극의 내용을 이해하고 전개에 부합하는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괴물서커스단에서 동원한 동물들은 정말로 자신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연기하는 듯했다. 어떤 녀석은 오랜 구속 생활에 분노한 듯 괴성을 흘렸고, 어떤 녀석은 탈출하는 것을 포기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으며, 어떤 녀석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고 있었다. 모두 인간의 혼이 깃든 동물들이기에 가능한 연기였다.

백작의 실험체들이 등장하면서부터 ‘더 나은 나’라는 노래가 시작되었다. 백작의 고용인들은 돌아가며 자신들이 원래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았는지 떠들어댔다. 그들의 사정에 귀를 기울이던 기사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요리사는 자신의 아이들이 알을 깨고 태어났는데 살쾡이들이 모두 잡아먹었다고 했고, 정원사는 손과 발이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한탄했으며, 경호원은 이리를 피해 굴속에 숨어 지내야 했다고 떨었다. 그렇게 세 사람이 각자의 과거를 모두 털어놓은 순간, 쾅 하고 번개가 치는 소리와 함께 무대의 조명이 잠시 꺼졌다가 켜졌다.

여기가 바로 고용인들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유라크네가 등에 걸친 것을 벗자 접혀 있던 까마귀의 날개가 펼쳐졌고, 알렌이 두건을 벗자 머리카락 대신 수십 마리의 뱀들이 몸을 일으켰으며, 조가 신발을 벗자 토끼의 뒷다리가 튀어나왔고 모자 속에서는 토끼의 귀가 불쑥 솟아 나왔다.

기사는 그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 1막 6장에서 그는 공주에게 접근하는 ‘전령’을 막아서는 과정에서 그의 모자를 벗기고 말았다. 그때 그놈도 분명 머리에 토끼의 귀를 달고 있었다.

“그분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 더 나은 나.”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는 삶.”

“그게 바로 우리가 그분께 받은 은혜!”

다시 한번 번개가 번쩍였다. 실험실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철창 속 실험체가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확인한 기사는 이제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공주를 유인하고 습격한 배후가 누구인지.

“크아아앙!”

표범을 기반으로 한 실험체가 울부짖었다. 놈은 분명 검은 숲에서 자신들을 공격했던 그 괴물이었다.

“악마였어. 백작은 바로 악마였던 거야! 공주님께 알려야 해. 여, 여기서 당장 나가야…….”

노래가 끝나자 기사는 조심스럽게 몸을 빼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고용인들은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오직 1명. 이제 막 무대 위로 몸을 드러낸 하녀 로지만이 그의 뒷모습을 확인하고 빙그레 미소지었다. 계획대로였다. 이걸로 주인님과 공주 사이의 관계는 끝장날 것이다.

“자, 여기 죄수를 데려왔어요.”

하녀는 밧줄에 묶인 광대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이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두려움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악마다! 사람 살려!”

“주인님을 속였으니 죽어 마땅하지!”

“자, 가만히 있어. 주인님께서 널 재료로 뭘 만드실지 궁금한데?”

“표범 군이 이번에 꽤 활약했으니 인간의 몸에 넣어주시지 않을까?”

그렇게 광대를 비웃는 고용인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기사가 지하실을 빠져나가면서 2막 5장이 종료되었다.

“으악, 내 머리! 내 머리! 물어 뜯긴다!!”

조명이 꺼지자마자 알렌은 허겁지겁 무대 뒤로 달려갔다. 그의 머리 위에 꿈틀대던 뱀들이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원래 괴물서커스단은 이 장면에서 그에게 가발 소품을 씌우려 했었다. 그러나 알렌은 무슨 자신감인지 진짜 뱀들을 머리 위에 얹겠다고 나섰다. 수아브가 있다면 뱀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두건을 벗었을 때 그녀는 똬리를 틀고 잠들어 있었고, 뱀들은 통제에서 벗어나 날뛰기 시작했다.

그들을 5장이 끝날 때까지 붙잡아 둔 것은 엘라였다. 그녀는 재빨리 수아브와 소통할 때 쓰는 초음파 피리를 꺼내 불었고, 간신히 알렌이 무대에 내려오기 전까지 뱀들을 붙잡아 두는데 성공했다. 그녀가 없었다면 하마터면 무대 위에서 배우가 뱀에게 물리는 사고가 일어날 뻔했다.

“부단장 최고!”

“으악, 수아브, 하필 이 순간에 잠들면 어떡하니!”

“이래서 연극에 진짜 동물을 쓰는 건 위험하다니까.”

“엘라가 있어서 다행이지.”

“그래도 덕분에 또 인터뷰 거리 하나 늘었잖아? 아마 물을 거야. 진짜 뱀들을 쓴 거냐고.”

“떠들지 말고 움직여! 6장 시작하기 5초 남았다!”

배경팀의 무대 설치가 끝났다. 미노바는 거의 몸을 포탄처럼 튕겨서 무대 위에 착지했다. 그와 동시에 2막 6장이 시작되었다.

2막 6장의 배경은 광대들의 경연이 있었던 광장이었다. 불한당 에반스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광장을 걸었다. 그의 손에는 요정을 묶은 목줄이 쥐어져 있었다.

“흐흐, 덕분에 귀한 요정도 얻었고. 꽤 괜찮은 거래였어.”

“정말 저를 요정 나라에 데려가 주시는 거죠?”

“암, 물론이지.”

에반스는 흑마법사의 요구대로 백작의 집사에게 광대에 대해 고발했다. 그가 사실 마약상이고 탈옥범이며 아가씨에게도 약을 쓴 거라고 말이다.

그러자 일은 흑마법사가 바라는 대로 풀렸다. 에반스는 멀리서 광대가 백작의 고용인들에게 끌려 나오는 것을 봤다.

흑마법사는 일을 도운 대가로 그에게 요정을 주었다. 에반스는 이 녀석을 구경거리로 팔아서 큰돈을 벌 생각이었다.

“백작의 보석이라고 했나? 그것도 내가 훔칠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흑마법사가 요정을 선뜻 넘겨준 것은 모두 그 때문이라 들었다. 에반스는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표정으로 울펜슈타인 성 방향을 바라봤다. 그때, 길 저편에서 한 무리의 병사들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 앞에는 3명의 남자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제가 가장 먼저 도착했습니다.”

“그게 중요한가. 난 공주님이 타고 가실 마차를 가져왔네.”

“내가 가장 많은 군사를 끌고 왔소.”

“전쟁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군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

“마차가 한 대밖에 없던데 설마 공주님이랑 같은 마차를 탈 생각은 아니겠죠?”

“젊은이는 좀 빠져 있게. 호위가 전멸당했다고 했지 않나. 내가 공주님을 바로 옆에서 호위할 걸세.”

병사들을 이끌고 나타난 사람은 바로 1막 2장에 나왔던 3명의 구혼자였다. 그들은 공주의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듯이 이곳으로 달려왔다. 덕분에 공주의 호위 병력은 당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많았다.

“울펜슈타인 백작이라는 자는 어떤 자일까?”

“공주님과 몇 주를 함께 보내다니. 우리는 5분이 한계였는데!”

“공주님의 사정을 이용해서 억지로 붙들고 있는 것이겠지.”

“분명 늙고 못생긴 추남일 겁니다.”

“가난하고 무례한 야만인일 거야.”

“허약하고 비루한 작자일 게 분명해.”

질투에 찬 세 사람이 떠드는 것을 가만히 듣던 에반스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곧 미소를 지었다. 좋은 계획이 떠오른 것이다.

“멋있는 왕자님! 기품있는 귀족님! 용감한 기사님! 잘 와주셨습니다! 저 악마 같은 백작에게서 공주님을 구해주러 오셨군요!”

에반스가 세 사람 앞에 넙죽 허리를 조아렸다. 안 그래도 백작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고 있던 그들은 그의 말에 솔깃한 표정을 지었다.

“악마 같은 백작이라니?”

“무슨 소리인가.”

“자세히 말해보게.”

미노바는 2막 1장에서 백작과 공주가 앉아 있던 단상에 올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공주를 구할 자는 누구인가?’라는 곡이었다.

“저 성 위에 사는 건! 사악한 백작! 사람들을 납치해 실험하고 제물로 바치는 악마! 저 마왕에게서 공주를 구할 자 누구인가?”

“백작이 그렇게 사악한가?”

“정말인가?”

“증거는?”

에반스는 대답 대신 손에 쥔 요정을 내밀어 보였다.

“이 요정은 다 들었죠. 늙은 흑마법사와 젊은 백작이 무슨 짓을 꾸미는지! 놈들이 노리는 건 바로 공주님의 심장입니다!”

“정말이에요! 제가 다 들었어요! 공주님이 위험해요!”

요정은 에반스가 부추긴 대로 마구 떠들어댔다. 그녀는 에반스가 요정 나라에 데려다준다는 약속을 믿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공주님을 구해준다는 용사들까지 나타나니 신나서 소리쳤다.

“자, 그래서 공주를 구할 분은 누굽니까?”

“하지만 악마를 부린다니. 위험하지 않은가.”

“조심하는 게 좋아.”

“우선 전령부터 보내보는 게 어떤가.”

요정의 과장된 증언에 세 사람은 조금 겁먹은 모습을 보였다. 에반스는 조금 빈정대는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도발했다.

“혹시 겁먹으셨습니까?”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고디르 왕자가 거칠게 고개를 저었다.

“공주님께서 당신의 용기에 반할 텐데요.”

“내 귀족의 명예를 보여주지!”

누덴 공작이 호기롭게 외쳤다.

“혹시 이길 자신이 없는 건 아니죠?”

“내가 제국 제일의 검사다!”

돔피뇽 후작이 검을 뽑아 들었다.

“자, 그러면 갑시다! 저곳에 마왕의 성이 있습니다! 공주님은 저기서 기다리십니다! 자신을 구해줄 용사를! 다시 묻죠! 공주를 구할 분은 누굽니까?”

“바로 나!”

“바로 나!”

“바로 나!”

“공주를 구할 자는 누구인가?”

“바로 나!”

“바로 나!”

“바로 나!”

세 명의 구혼자와 병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성을 향해 내달렸다.

괴물서커스단에서 가장 성량이 좋은 네 사람이 부르는 노래였다. 그들이 동시에 소리치자 정말로 수백 명의 인원이 질주하는 것처럼 극장 전체가 부르르 떨렸다.

그렇게 2막 6장이 종료되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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