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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3

왕의 시험 (3)

바라드는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감탄사를 뱉어 낼 뻔했다.

실력이 가지는 힘에 대해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힘이었으며 그 가능성이란 것을 무궁무진하게 하는 절대적인 힘.

한낱 확률과 한낱 일시적인 힘과는 전혀 비할 수 없는 힘.

‘실력이란 가장 비슷한 결과를 도출하는 최강의 무기이다.’

바라드. 그가 현수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가슴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내 앞에서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장장이라니.’

의자 팔걸이에 얹어진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도 실력이라는 것의 힘을 안다.

본인이 산증인이었고 실력 하나로 이 자리까지 왔으니.

현수를 눈에 담는 바라드가 비식 웃음 지었다.

“가장 좋은 무기를 가졌군.”

이 순간 바라드는 걸어 보고 싶었다. 그 누구도 자신을 만족시키는 검을 만들어 내지 못했던 바.

‘시간이 얼마 없다…….’

곧 있으면 자신이 해야만 하는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대의 실력에 걸어 보겠다. 대장장이 현(現). 의뢰를, 아니.”

바라드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깊은 호수 같은 그의 눈이 현수의 눈을 들여다본다.

“네게 나의 검 제작을 부탁하마.”

그것은 그를 무시했던 왕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의다.

[검왕 바라드와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초급 소드 마스터리 Lv.2의 숙련도 45%가 상승합니다.]

[명성 20을 획득합니다.]

그리고 현수는 들려오는 알림에 놀랐다.

‘친밀도가 오른 것만으로 소드 마스터리와 명성이 상승한다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검왕 바라드는 왕이다…….’

고야드 왕국은 소국이었으나 바라드라는 왕 덕분에 무시받지 않고 있다.

그런 왕은 아레스에서 가장 친밀도를 올리기 어려운 존재일 것이다.

그런 왕과의 친밀도를 쌓은 것에 대한 보상이리라.

‘MAX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괜스레 그에 대한 기대감도 들었다.

곧바로 알림이 떠올랐다.

띠링

[연계 퀘스트: 왕의 시험 완료]

그가 신하에게 명했다.

“남아 있는 진짜 재료를 전부 가져오라.”

곧 신하가 황금 상자에 담겨 있는 재료를 현수의 앞에 내려놨다.

“네게 2주라는 시간을 주도록 하겠다. 그 2주라는 시간 동안 이 한철이 머금은 화속성 저항력을 최대치까지 이끌어 내 줬으면 한다. 높은 화속성의 힘을 가진 몬스터를 벨 수 있는 힘이 깃들어야 할 것이다.”

[연계 퀘스트: 왕의 제작 의뢰]

등급: S

제한: 왕의 인정을 받은 자

보상: ???

실패 시 페널티: 고야드 왕국에서 추방.

설명: 고야드 왕국의 검왕 바라드가 검의 제작을 의뢰했다.

퀘스트를 받은 현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보상이 ???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바라드가 자신감 있게 웃으며 상체를 앞으로 뺐다.

“네가 제작해 온 모든 검들은 그에 맞는 값을 치러 줄 것이다. 또한.”

바라드가 자신감 있게 웃었다.

“힘의 원천이 실력이라 말한 대장장이여. 짐이 왕이라는 걸 잊지 마라, 나를 만족시킨다면…….”

그가 비식 웃음 지었다.

“그때 말하라, 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

현수는 그 자신감 있는 표정에서 놀랐다.

‘왕을 만족시킨다면 나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현수의 가슴이 떨려 왔다. 그러나 이는 자신이 그를 만족시켰을 때의 이야기였다.

마침내 앞에 놓인 황금 상자를 열어젖혔다.

[에픽 광물 백년한철(百年寒鐵)을 획득합니다.]

예상이 현실이 되었다. 한철도 세월에 따라 급이 나뉜다는 것.

‘내가 방금 전 사용했던 한철이 최하위일 거다.’

그리고 백년한철, 천년한철, 끝에는 만년한철이 실존할 것이다.

그리고 방금 전의 한철보다 훨씬 더 뛰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백년한철.

그것이 왕을 위한 검 제작재료였다.

현수가 백년한철의 양을 살폈다.

‘세 자루 정도의 검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그 정보를 확인해 봤다.

(백년한철)

등급: 에픽

제한: 레벨 250 이상 대장장이

난이도: 중상.

특수능력

·화속성 저항력 56% 상승

·빙속성 스킬 에픽까지 상승.

·검 절삭력 112% 상승.

·내구도 무한까지 상승.

·검 스킬 공격력 35% 상승.

·내구도 무한까지 상승.

설명: 한철보다 훨씬 더 뛰어난 백년한철이다. 차가운 땅 속에 백년이상 묻힘으로써 강한 한기를 머금고 있다.

‘미쳤다…….’

현수는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말 그대로 미친 광물이다. 심지어 이 광물은 검을 만드는데 최고의 효율을 발휘한다.

‘절삭력이 112% 상승이라니?’

확인을 끝마치자 바라드가 말했다.

“날 만족시키기 위해선 그 효과들이 최대치에 근접해야 할 것이다. 화속성 저항력은 45% 이상 나와야 할 테지.”

“알겠습니다.”

현수는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전하를 만족시킬 만한 검을 만든 후 재료가 남는다면 제가 남은 광물을 써도 되겠습니까?”

그에 처음으로 바라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니.”

그는 단호했다. 그리고 양다리를 꼬고 앉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만족한다면 차라리 그 광물을 캘 수 있는 곳에 데려다주마.”

더 충격적인 제안이었다.

쟁점은 이것이었다.

감히 왕을 만족시켜야 한다.

“에픽. 그 정도 등급의 검은 되어야 할 것이다.”

곧 바라드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부단장 벨라는 들어오라.”

얼마 후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들어섰다.

그녀는 정말 아름다운 미녀였다.

흑발의 머리칼과 서구적인 외모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새하얀 피부는 감탄이 나올 정도다.

또 그와 상반되는 은빛 눈동자는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기까지 하다.

[벨라 Lv.301]

레벨 역시 굉장히 높았다.

“검을 제작하는 동안 벨라가 너와 함께할 것이다. 잠시 나가 있거라, 난 벨라와 해야 할 이야기가 있으니.”

그에 현수가 밖으로 나섰다.

현수가 나선 후 5분 정도 기다리자 벨라라는 부단장이 나왔다.

“안내하겠습니다.”

차가워 보이는 표정의 벨라가 현수를 대장간으로 이끌었다.

***

대장간에 도착한 현수는 한쪽에 자리 잡은 벨라라는 부단장을 바라봤다.

‘감시의 역할인가?’

현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바라드에게 조금의 서운함이 느껴지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

[초인종이 울리고 있습니다.]

현실의 초인종과 VVIP 가상현실 캡슐은 연동되어 있었다.

누군가 현수네 집 초인종을 누른 거다.

“제가 사는 세상에 다녀오겠습니다.”

벽에 등을 기대고 팔짱을 낀 벨라가 고개를 주억였다.

[로그아웃하셨습니다.]

현실로 나온 현수는 재차 울리는 초인종 소리를 들었다.

문을 열자 주인집 아주머니가 어색하게 웃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현수 총각. 집에 있었네?”

현수는 단독주택의 2층의 작은 원룸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현수 총각, 미안하게 됐어. 요새 우리 남편이 일을 쉬고 있어서 이 집을 팔기로 했거든.”

집주인 김혜숙 여사는 씁쓸한 표정이었다.

현수는 머쓱하게 웃었다.

“미안하시긴요, 오히려 제가 죄송하죠. 월세도 자주 밀렸었고, 심지어 주변 시세 대비 훨씬 싸게 살고 있는데요.”

혜숙이 하는 말의 요지를 현수는 정확히 파악했다.

집이 팔리고 나면 새로운 집주인은 현수를 이해해 주지 않을 거다.

현재 현수는 거의 반값 정도의 시세에 거주 중이었으니까.

이마저도 처음 기존 값을 받던 월세가 밀리자 낮춰 주신 것이다.

“언제쯤 나가면 될까요?”

“2주 정도 뒤에…… 현수 총각 뵐 면목이 없네.”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여기서 정말 잘 살았습니다.”

실제로 그랬다. 아주머니는 종종 남는 반찬이나 맛있는 것을 하시면 가져와 주시곤 했다.

또 집주인 아저씨도 항상 밝게 인사해 주시고 한번씩 병원에 태워다 주시기도 했다.

“남편 아는 분이 공장을 하고 있는데, 월급이 꽤 괜찮나 봐, 현수 총각 생각 있으면 추천해 줄까?”

누가 보면 오지랖이다. 하지만 현수는 정중히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이 집주인 아주머니는 오지랖을 부리셔도 될 사람이니까.

현수는 미안해하는 아주머니에게 최대한 밝게 웃었다.

“괜찮아요, 직장 구했거든요.”

“정말?”

아주머니는 자신의 일처럼 얼굴이 밝아지셨다.

“네.”

“어떤 일인지 물어도 될까?”

“……제가 제일 잘하는 일이요.”

아주머니는 그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셨다.

“2주 내로 다른 집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이크, 인사는. 집에 과일 좀 있는데 줄까?”

“전에 주신 거도 아직 남았어요.”

몇 마디 말을 하다 아주머니가 어떤 말이 하고 싶으신 듯 머뭇거리셨다.

“괜찮아요.”

현수의 웃음에 아주머니가 횡설수설 말하셨다.

“있잖아, 현수 총각. 난 한번씩 현수 총각이 너무 예의가 발라서 마음이 안 좋고 그래. 현수 총각이 그냥 또래의 애들 같았으면 좋겠는데…… 어휴, 내가 뭐라는 건지. 나 이만 가 봐야겠다.”

아주머니가 도망치듯 내려가셨다.

그녀가 간 후 문을 닫고 방 안에 들어온 현수는 쓴웃음을 지으며 방 안을 돌아봤다.

‘2주 뒤라…….’

방 안을 돌아보자 알 수 없는 적막감이 몰려온다. 5평 남짓한 화장실 딸린 작은 방에 집의 반절을 채운 캡슐.

물론 돈은 많이 벌었었지만 모두 지출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슬픈 건 다른 거였다.

때마침 지훈에게도 전화가 걸려 왔다.

-뭐 하냐?

“그냥 있어, 왜?”

-왜긴, 엄마가 이번에 반찬 했는데, 멸치볶음이랑 장조림이 기가 막힌다. 언제 갖다줄까?

“…….”

현수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언제 가냐고 짜스가.

“고맙다.”

-엉? 새끼, 낯간지러움 스킬 레벨 올렸냐? 오…… 나 토할 거 같음…… 끊어, 토하러 가게. 아무튼 내일 반찬 주러 간다.

민망했던지 지훈이 서둘러 끊었다.

현수는 먹먹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고맙기도 했지만 알 수 없는 초라함이 느껴져서이기도 하다.

그때 또 다른 전화가 걸려 왔다.

넬. 김혜인이었다.

-현수 씨, 뭐 해요? 제가 아주 재밌을 만한 이야기가 떠올라서요.

“그냥 있어요.”

-응? 목소리가 왜 그래요?

현수는 혜인과는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다.

그랬기 때문일까? 속마음이 흘러나온다. 자신이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입은 은혜와 기분이 씁쓸한 이유에 대해서 말했다.

-……그랬군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신다라.

“네, 고마우면서 기분이 너무 안 좋네요.”

그에 수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그녀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보답하면 되잖아요, 현수 씨는 그럴 능력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녀의 말을 듣고 나니 알 수 없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현수 씨, 당신은 제가 생각하는 아레스에서 제일 값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가 당신의 첫 번째 길드원이 되기로 한 거고요.

이상한 일이다. 그녀의 위로에 작은 웃음이 스친다.

-이번 검 제작 의뢰를 끝내면 당신은 보답할 수 있게 될지도 몰라요.

‘보답한다라…….’

그래, 그렇게 될 수 있다.

아니, 자신이 그렇게 만들 것이다. 바라드가 만족하면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테니.

그러다 궁금증이 생겼다.

“하실 말씀은 뭐였어요?”

그녀는 아주 재밌는 이야기가 생각났다고 했었다.

-현수 씨는 바라드 왕을 만족시키면 그 보상으로 막대한 돈을 얻을 수 있다고 믿죠?

“당연하죠.”

-근데요, 그건 1차적으로 끝날 보상일 거예요. 그보다 더 값진 보상도 있어요.

“더 값진 보상이요?”

현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막대한 돈보다 값진 보상이 있을 수 있다니?

혜인이 흥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검왕 바라드는 현 한국 서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NPC 중 한 명입니다. 그가 어딘가에 등장하면 게임 채널에 나오고, 그를 만나기만 해도 유저들은 기뻐하고 커뮤니티는 그의 이야기로만 가득해지죠.

확실히 그랬다.

왕이라는 이름의 초네임드 NPC의 힘은 우리의 상상 이상이다.

-그런 바라드가 새로 얻은 검에 ‘현(現)’이라는 이름이 새겨진다.

“……와.”

현수는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했다.

-상상이나 되세요? 그가 든 검에 현(現)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걸 본 유저들의 반응이요?

아니,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이건 현의 브랜드화의 가장 큰 첫걸음이 될 겁니다.

현수의 주먹이 힘껏 쥐어졌다. 가슴에서 알 수 없는 떨림이 전해진다.

-이제 아셨죠? 당신의 손끝이 많은 걸 바꾸리라는 걸. 뭐 해요?

그녀가 힘 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당장 가서 인생을 바꿔요.

현수가 아레스에 접속했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기 위해.


           


Genius Blacksmith’s Game

Genius Blacksmith’s Game

천재 대장장이의 게임
Score 3.7
Status: Ongoing Native Language: Korean

The last blacksmith and master artisan left in the world. His hands are crippled in a forge fire, rendering him unable to craft any longer. But then, a virtual reality game, Ares, comes knocking on Hyun-soo’s door.

[Unrepairable Artifact.] [Cannot be crafted due to level restrictions.]

“Huh? I consider myself a manual blacksmith, though.”

For him, no system restrictions apply. The tumultuous game of the genius blacksmith beg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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