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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3

53화 인터넷 독재자 (여기까지 무료입니다)

레온의 선언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아카데미의 졸업반 학생들은 처음에는 언짢아했다.

헌터들은 그 자체로 귀중한 인력이다. 매년 중소 길드에서부터 대형 길드까지 인재 수급을 위해 계약금도 상향조절되는 추세.

그런 와중에 이토록 오만하게 나온 길드는 10대 길드를 포함해서도 처음이다.

-생존자라고 들었는데, 너무 야만인 근성 아니냐?

-요즘 같은 세상에 저런 태도가 뭐야.

-계약금이나 연봉 이런 이야기도 없어? 업계 국룰도 안 지키는 거 아냐?

한국 헌터 아카데미에서 후기가 올라오고 여러 곳에서 실시간 베스트 글로 올라오기도 했다.

레온에 대한 관심사가 국내에서 커진 것도 있지만, 이를 부추기는 이도 있었던 탓이다.

바로 헌터 아카데미 졸업반이자 국내 마법사 커뮤니티의 회원인 박연래가 그 케이스다.

-솔직히 그 남자. 재수 없지 않음? 마법이 열등하다고 말하는 것도 어이없고, 승마술은 또 뭐야?

-중세 시대에서 온 사람이라 미개한 듯.

“후~ 속 시원하네.”

박연래는 자신이 올린 댓글의 좋아요 수가 올라가는 걸 보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법은, 성법보다 열등하다.」

그 오연한 선언에 박연래는 분노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반박할 수 없었다.

그녀 또한 보았으니까. 개념을 강제하는 성법의 존재를.

하지만 마법의 열등함을 인정할 순 없었다. 그녀의 인생 전반에 걸쳐 마법사의 우월감으로 살아왔다.

마법사야말로 가장 강력한 헌터다. 무투계 헌터들 따위 마법사의 포격까지 시간을 버는 존재일 뿐이다.

그런데 성법이라고? 마법을 열등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평생에 걸쳐 받은 교육은 그것을 용납지 못했다.

“좋아, 댓글 몇 개만 더 쓰고──”

박연래가 자신의 댓글에 달린 답글을 확인하려던 그때였다.

“응? 왜 안 보이지?”

댓글이 안 보인다. 방금 전에 단 자신의 댓글이 사라진 것이다.

‘대, 댓삭? 그럴 리가?’

방금 전에 단 댓글 어디에 문제가 있다고?

자신의 댓글 기록까지 확인해봤지만, 어디에도 그녀의 댓글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이 지금까지 단 악플들도 모조리 사라져 있었다.

“지, 진짜 댓삭했어? 윱튜브에서?!”

대체 왜?

하지만 윱튜브의 대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윱튜브 커뮤니티 가이드에 대한 심각한 위반으로 귀하의 계정이 영구중지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어?”

계정정지? 어째서?

자신은 그저 악플 몇 개를 단 것뿐이다. 근데 윱튜브 경고나 일시중지도 아니고 영구중지?

“왜, 왜왜?!”

수연은 연신 계정을 로그인했지만, 영구 중지상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같은 시각, 3%의 연산률로 인터넷 세상을 부유하고 있던 야피의 뇌각센서가 보고를 올렸다.

-악플계정 정지 완료. 윱튜브 중앙처리시스템 해킹. 흔적 소각 중.

게이트에 있을 때가 아니면 야피는 만신전 길드의 홍보와 확장에 모든 연산력을 쏟아부었다.

당연하지만, 악플은 커뮤니티 사이트를 해킹해 관리자 권한으로 삭제하고 영구정지까지 먹인다.

수많은 정지된 계정의 주인들이 항의를 올려도 0.3초도 채 걸리지 않아 삭제됐다. 이쯤 되면 자동삭제나 마찬가지.

인터넷 독재는 진작 시작된 것이다.

야피는 곧장 만신전 윱튜브 아이디로 편집된 영상을 올리면서 동시에 페이크 렉카 윱튜버들로 영상을 퍼날랐다.

[충격! 일본이 놀라고 미국이 벌벌떨며 지켜봤다. 악마들이 K 기사왕에게 무릎 꿇은 이유는?]

[악마들이 K 김치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개종한 이유. 흑흑, 제발 한국으로 귀화하게 해주세요.]

[8K 60fps. 만신전 공식 전투보고 영상.]

완벽하게 편집된 8K 영상과 1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이번 영상은 변동 게이트에서 있었던 전투 영상이다.

배경음과 효과음을 추가하고 카메라 워크와 부족한 각도는 자체제작 CG로 편집하였으며 레온의 웅혼한 목소리와 멋들어진 돌격을 집중 교차시켰다.

그 영상을 본 이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와 씨바… 저게 사람임?

-돌격 한방에 수십 마리씩 썰리는 거 봐. 악마들이 원래 저리 쉽게 뒤졌나?

-황소들하고 데스나이트들 뭔데? 저런 공략법이 가능했다고?

그뿐만이 아니다. 변동 게이트로 인해 이슈가 옮겨졌을 뿐이지, 본래 이번 게이트 공략은 만신전에 입대한 1기 훈련생들의 훈련효과를 홍보하는 목적이었다.

실제로 만년 D급 헌터들이 방진을 형성하고 악마들의 돌격을 묵묵히 막아내며 반격까지 하는 모습은 데스나이트들 만큼은 아니어도 인상적이었다.

-방진 뭐냐? 전부 탱커임?

-비율 똥망인데, 왜 저리 잘 막지?

-B급 탱커들 아냐? 저 사람 헌터협회 김진수 과장 같은데? 그 사람 B급임.

야피는 추가정보를 댓글로 달았다.

-방진 가운데에 있는 저 사람 채굴팀 김도한 팀장임. 내가 저 양반하고 일해봐서 암. D급임.

-D급이 저 정도라고? 구라치지 마.

야피는 답글을 단 계정을 정지시킬까 고민하며 추가로 댓글을 달았다.

-이번 게이트 공략이 사자심왕이 D급들 훈련시켜서 공략 평가 받는 거였잖아. 재들 다 C급으로 승격함.

-왤케 자세히 아냐? 너 혹시──

야피는 즉시 해당 계정을 삭제했다. 추가로 IP를 추적, VPN을 쓰기에 통합 데이터뱅크를 1.5초 만에 해킹한 뒤, 실제 IP 주소와 그 일대에 정전을 일으켰다.

정전이야 1분이면 회복되겠지만, 놈의 컴퓨터는 과전압을 일으켜 쇼트 됐을 것이다.

-으아악! 씨발 내 컴퓨터!

해당 집안의 펫 감시용 카메라를 통해 확인사살한 야피는 방금과 같은 작업을 687회 반복했다. 전 세계가 대상이었다.

이러는 사이에도 만신전 길드의 영상을 널리 퍼지고 있었고, 헌터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편향된 정보만을 주입 당하며 만신전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 * * *

한원장 고아원 출신인 아카데미 생도 한수호는 나주 터미널로 향하는 버스에서 탑승했다.

그의 옆에는 같은 반의 김재혁과 천소연도 함께다.

“다른 녀석들이 생각보다 많네.”

그렇게 비웃더니, 재혁은 버스에 한 가득인 생도들을 보면서 비아냥거렸다.

“뭐, 다들 그런 걸 봤으니까.”

레온이 보여준 성법. 그것은 확실히 컬쳐쇼크였다.

기존에 게이트 공략대의 최대화력은 두말할 것 없이 마법사들의 후방지원이다.

탱커와 딜러들이 전열을 막고, 후방에서 포격을 하는 마법사들의 화력은 게이트 공략의 난이도를 바꿀 정도로 유용했다.

하지만 마법사들은 그 숫자가 적고, 적은 숫자나마 대부분 마탑으로 진학해버리기 일쑤.

마법의 독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고, 대부분의 게이트 공략대들은 마법사가 포함되지 않는 게 일반적인 것이다.

10대 길드조차 자체적으로 영입한 마법사들을 제외하면 마탑 의존도가 심한 편이다.

하지만 레온이 보여준 건 새로운 가능성이었다.

기존 마법의 독점에서 벗어나 딜러는 물론이오 탱커까지도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수호, 너 그거 봤냐?”

“어떤 거?”

“윱튜브의 만신전 채널. 그거 영상 장난 아니야. 게다가 성법의 사용처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와 있다고.”

“그래?”

보라면서 이어폰을 건네주는 재혁. 수호는 제 구형 헌터폰에 무선 이어폰을 연결하면서 버스 내 와이파이를 찾았다.

“걍 6G로 보지? 시외버스 와이파이 느려 터졌잖아.”

“나… LTE 써.”

“으겍. 할배 폰 쓰냐? 뭐야, 존나 구형이잖아?”

한수호가 고아 출신이란 건 알았지만, 이리 지지리 궁상으로 살 줄은 몰랐던 재혁.

“너 돈 꽤 벌지 않냐? 지난 실습에서도 차석 따서 포상금 꽤 나왔을 텐데?”

“고아원에 보냈어.”

“너도, 하리 누님도 열심이다 진짜.”

한하리와 한수호. 둘 모두 같은 고아원 출신의 헌터들이었다. 그들은 버는 돈을 아끼지 않고 자신의 출신 고아원에 기부했다.

“여기 하리 누나도 있네.”

만신전 길드에서 올린 영상에는 한하리도 있었다. 오크 게이트에서의 활약이다.

“그나저나 이 양반 진짜 살벌하네. 이게 진국이야. 변동 게이트 봤어?”

“으음… 지금 보고 있는데, 좀 잔인하다.”

영상 속에는 악마들을 화형시키는 것부터 잔혹하게 살해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화려한 영상편집 덕에 그렇게까지 그로테스크하진 않지만,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는 짐작할 법 했다.

“그나저나 니네 누나도 만신전에 있다고 하지 않았냐?”

“응. 설날 이후로 오랜만이네.”

한수호는 한하리와 같은 고아원 출신이다. 고아원에서는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수호는 하리를 잘 따랐다.

아니, 어린 나이에 각성하여 천재성을 입증한 그녀를 동경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10대 길드가 거액의 계약금을 제안했어도 망설임 없이 협회를 택한 누나.

그녀가 공무원 월급이나 받는 협회를 택한 건 던전 브레이크로 출몰한 몬스터에게서 자신을 지켜준 협회 직원을 동경한 탓이다.

그 사람은 던전 브레이크 직전의 게이트를 공략하다 순직하고 말았지만, 하리라는 A급 헌터를 남겼다.

하리는 정의롭고 열정적인 헌터다. 진심으로 사람을 돕고 지키고 싶어했다. 그런 하리 밑에서 친동생처럼 자란 수호도 그녀를 동경했다.

“그러고 보니 너희 누나, 만신전에 파견됐다는 기사는 봤는데 요즘 뭐한다냐?”

“음~ 전화로만 통화해서 자세히는 못 들었지만… 분명 멋진 일을 하고 있을 거야.”

수호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이 동경하는 누님은, 어디에서도 멋들어지게 사람들을 구할 거란 걸.

그렇게 도착한 나주평야 만신전 사옥. 큼직한 대문 너머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야, 야피 경. 이, 이게 맞아요? 진짜루요?”

-빅데이터 참조.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음.

“그래도 너무 짧은 것 같은데…….”

-본기 정보 신뢰율 99.999%. 빅데이터를 의심함?

누나의 목소리다. 설날 이후 오랜만에 들은 생생한 하리의 목소리에 수호의 얼굴이 밝아졌다.

‘놀래켜 줘야겠다!’

수호는 등 뒤의 급우들을 뒤로 하고 목소리를 삼키며 문을 두드렸다.

“뭐, 뭐지?! 맞다! 오늘 아카데미에서 후배들 온다고 했지! 힉!”

문 너머의 목소리가 하리라는 걸 눈치챈 급우들도 기대 만발이었다.

한하리는 작년 드래프트의 레전드 계약 제안을 기록한 최연소 A급 헌터.

비록 협회 직원으로 공무원 노릇이나 한다지만, 헌터 아카데미 설립 이래 손꼽히는 천재가 아닌가?

1년 선배인지라 모의전 등에서 몇 번이고 활약하는 모습을 목격한 현 3학년들에게는 하리는 여전히 쾌활하고 멋진 선배님.

그러나 문 너머에서 들리는 건 우당탕탕 다급하게 뛰어다니는 소리였다.

“자, 잠깐!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내객. 바쁘면 본기가 응대함.

“아뇨, 잠깐만요! 야피 경! 잠깐만!”

하리의 필사적인 외침이 허망하게 열리는 대문. 다급하게 치마를 내려앉은 하리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

“아, 안녕, 얘들아. 다들 먼 길 오느라 수고했… 어.”

가슴골과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민소매 메이드복. 치마는 너무 짧아서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걸쳐 있다.

스판 재질의 스타킹은 투명도가 높아 살색 허벅지를 가감 없이 과시한다.

야피의 조사자료 빅데이터 종합 1위.

섹시 스판 메이드복 5종 풀세트.

용도 : 남자친구.

만족도 : 별 9.98개.

숫자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숫자는.

-레온 폐하. 근중세 유럽왕국들과 유사한 문화. 시녀복=메이드복 추론은 합리적.

-본기의 연산결과 및 주문한 상품은 가장 완벽한 결론을 도출.

빅데이터의 폐혜였다.

“누, 누나… 그, 그게 무슨?”

“아, 아니야. 이, 이건 내가 입고 싶어서 입은 게 아니라…….”

-빅데이터 무시함?

조막만한 기계거미가 판매 사이트에 올려진 ‘권장하는 메이드복 착용법’을 강제하기 위해 기계팔로 치맛자락을 올린다.

“야피 경 쫌! 꺄악! 치마! 치마 올리지 마요!”

그 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생도들에게 필사적인 변명을 하는 하리.

“아니아니…! 이, 이건 내가 산 게 아니구! 그, 그래! 만신전 길드장이신 폐하께서 중세 느낌의 사람이잖아. 최근엔 여왕님도 한분 들어오셨고. 그래서 야피 경이 적합한 복장을 주문한 거야! 난 입고 싶지 않았어!”

-본기의 빅데이터를 불신? 유기물의 판단능력으로?

야피의 붉은 안광이 하리를 주시하던 그때였다.

“그게… 무슨 꼴이냐.”

하리의 등이 패인 메이드복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레온이 하리의 복장을 보고 동그랗게 커진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구에 온 뒤로 이만큼이나 쇼크를 받은 적이 있을까 싶은 시선이다.

“폐하, 이게 말이죠.”

레온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곧이어 노호성이 터지고야 말았다.

“이런 추잡스러운 년! 당장 그 옷 갈아입지 못할까!!”

“힉…?!”

레온의 사자후에 다리에 힘이 풀린 하리가 자리에 주저 앉았다. 하리의 볼썽사나운 시선을 야피에게 향한다.

“야피 경?”

이게 맞다면서요. 제가 아닌 거 같다고 했는데도, 빅데이터를 의심하냐면서 윽박 질렀잖아요.

-끼룩?

야피는 동체를 돌리더니 태연하게 부엌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2기 훈련생 취식시간. 소금물 보급개시.

“………….”

“………….”

동경하는 누나와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 * * *

제주도 게이트.

제주시 시내 한복판에 등장한 이 ‘적색’ 게이트는 등장과 동시에 국내 메인뉴스를 도배했다.

최근 큰 이슈가 된 변동 게이트 사건도 시들해져가는 가운데, 적색 게이트의 등장은 많은 이목을 샀다.

흑, 적, 주, 황, 녹, 청색으로 분류되는 게이트는 획일화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적절한 공략구성이란 게 있었다.

역사 속 최악의 재해라는 흑색 게이트를 제외한 최고 난이도 적색 게이트. 통칭 S급 게이트는 일반적으로 2개 공략대 규모 약 100여명에 S급 두 명이 최소 공략구성이다.

이것도 최소 공략인원이고 안정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선 3명의 S급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론.

제주도 적색 게이트를 매입한 S급 헌터이자 10대 길드 중 하나인 불새 길드의 길드장은 자신들만으론 제주도 게이트를 공략하기 불안했다.

불새 길드의 S급 헌터는 이용완 본인을 비롯해 두 명. 최소로 잡아도 S급 한 명 또는 두 명은 더 끌어들이고 싶다.

하지만 S급 헌터가 어디 흔하던가.

한국에 20명의 S급 헌터가 있다지만, 그들 전원이 10대 길드에 속한 자들이다.

보통 10대 길드끼리는 헌터 법안 관련이나 이익사업에서 협력하는 구도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공통의 목표가 있을 때나 하는 것.

서로 경쟁관계인 대형 길드들은 기회만 되면 상대방을 물어뜯을 준비가 충분했다.

과연, 적색 게이트를 상회입찰해버린 불새길드를 위해 자신들의 S급 헌터를 내줄 길드가 있을까?

협상시간도 부족하다. 적색 게이트가 던전 브레이크라도 일어난다면 말짱 도루묵.

이용완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협상 테이블에 10대 길드들을 초대하는 것보다 가장 확실한 수단을 골랐다.

“뭐, 오기야 왔다만.”

“돈 준다니까 새벽 비행기 탔잖아. 하여간 돈의 망령.”

“오~ 마이 시스터. 우리 길드 상황이 좀 안 좋잖냐.”

황금사자 길드의 황금철 그리고 준S급이라는 황연하. 산하의 황금사자 공략대 마흔 명까지.

청주 게이트에서 야크트 스피너에게 큰 피해를 입은 황금사자로선 사실상 모든 전력을 끌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거 오랜만이군요, 황금철 씨.”

“이용완 선배님도 하이욤. 호남 게이트 정부협박 사건 이후로 몸 좀 사리시더니 용케 적색 게이트를 낙찰받으셨슴다?”

“몸 사린 덕에 멀쩡한 길드원들 토막내는 일은 없었죠.”

“하하하~”

“하하하~”

두 S급 길드는 웃는 낯으로 서로를 향해 칼을 박았다. 10대 길드끼리 만나면 대개 이런 분위기다.

“아이고~ 좁은 땅에서 먹을 것도 없다고 뼈다구도 안 넘겨주시던 분이 이렇게 진수성찬을 마련해주시고.”

“요즘 일이 뚝 끊겼잖아요. 저라도 후배님을 챙겨줘야죠.”

불새 길드는 빠르게 올 수 있는 S급 전력과 베테랑 공략대를 원했고,

황금사자 길드는 약화된 명성을 회복하고 전력을 회복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했다.

두 10대 길드는 이렇게 아다리가 맞는 형국 속에 빠른 타협이 가능했던 것이다.

“정산은 오대오 맞죠?”

“뭔 개소리를 하실까? 누가 봐도 후배님네 길드가 후달리실 텐데?”

“에이~ 우리 아니면 누가 얌생이 불새길드 이완용 매국노 헌터님을 도우러 오겠어요. 뭣하면 지금이라도 다른 사람 부르시든가~”

“이용완입니다, 후배님? 씨발 선 넘지 마시죠?”

이름은 이용완의 컴플렉스였다. 하필 부모님이 이딴 이름을 지어가지고.

“육대사. 이이상은 안 됩니다.”

“오키~ 대신 밥값은 선배님이 내쇼.”

“니들 돈으로 처먹어.”

험악하지만 빠르게 타결하는 두 사람. 서로 일처리만큼은 빠르게 처리하고 싶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남자들은 왜 저런 쓸데없는 기 싸움을 할까.”

“그러게요.”

“아씨깜짝이야!”

황연하는 어느새 제 등 뒤에서 나타난 단발의 미인을 꼬나봤다.

불새 길드의 또다른 S급 헌터 하유리. 단검을 쓰는 딜러로 기척 없이 몬스터들 뒤통수에 칼 박아 넣기에는 도가 튼 암살자다.

“언니, 기척 좀 내고 다녀 씨발.”

“말 예쁘게 하렴.”

S급 헌터 세 명에 준S급 한 명.

거기에 정예 공략대 150여명이라는 초유의 전력이 모였다.

헌터들은 안정적인 승리를 기대하며 제주도 게이트로 진입했고──

[퀘스트 : 학살당하는 사람들을 구하십시오.]

클리어 조건 : ‘장엄한 게오브릭’을 쓰러뜨리십시오.

그곳에서 기사를 목격한다.

“감히 내 앞에서, 이 게오브릭 앞에서 그 버러지들을 구하려 드느냐! 너희들은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거대한 한손망치와 방패. 그리고 중갑으로 무장한 거구의 기사. 그의 흉폭한 시선과 목소리에 모두가 압도당한다.

“나야말로 영광스러운 라이온하트의 성배기사 게오브릭! 너희들에게 ‘신벌’을 내리겠다!”

장엄한 게오브릭.

생명과 풍요의 성배기사.

이 게이트의 필드보스였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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