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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30

EP.529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35)

2막 7장은 공주와 기사가 말다툼을 벌이는 장면에서 시작되었다. 기사는 그녀에게 자신이 지하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전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제 말을 들으셔야 합니다.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해요.”

“네가 겁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 숲에서 그랬던 것처럼 헛것을 본 거 아니야?”

“아닙니다! 제 귀로 놈들이 밀하는 걸 똑똑히 들었습니다.”

“애초에 백작님이 왜 나를 죽이려 하겠어? 2주나 가만히 있다가.”

“여동생의 치료 때문이라 했습니다! 그 광대가 실패해서 차선책을 꺼내 겁니다!”

공주는 입을 딱 다물었다. 기사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모두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거짓말이야…….”

“공주님! 일단 움직이시죠!”

“거짓말…….”

공주는 반쯤 넋을 놓은 채 기사에게 이끌려 성의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는 기사가 준비한 말이 있었다. 그가 막 그녀를 말 위에 태우고 떠나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떠나는 거야?”

“리아 양?”

그녀는 바로 백작의 여동생인 리아였다. 공주가 당황해서 우물쭈물하는데 기사는 잘됐다는 듯이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뒤로 꺾어서 그녀를 제압했다.

“무, 무슨 짓이야! 굳이 이렇게 할 것까지는…….”

“백작이 그렇게 끔찍이 아끼는 여동생 아닙니까. 나가는 동안 우리 목숨을 지켜줄 방패막이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기사는 공주를 자신의 앞에 앉히고 리아를 옆구리에 낀 채 말을 몰았다. 배경을 원경으로 배치해둔 덕분에 이번에도 1막 6장에서처럼 질주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도주는 정원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저지되고 말았다. 백작의 사람들이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이다.

“기다리십시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지금 리아 아가씨를 납치하는 겁니까?”

집사와 지하 실험실에 있었던 3명의 고용인이 우몬을 둘러쌌다. 말은 정말로 놀란 것처럼 몇 차례 투레질하며 몸을 들썩였다. 긴박한 음악이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누굴 비난하는 거냐! 내가 모두 들었다! 너희가 공주님을 해치려는 것을! 그리고 다 봤다! 너희 셋이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라는 것을!”

잠시 당황하던 세 사람은 곧 서로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 그렇소?”

“후후, 그러면 더는 숨길 것도 없겠군.”

“안 그래도 답답하던 참이었는데, 흐흐.”

세 사람이 몸부림을 쳤다. 그러자 지하실에서 봤던 그들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까마귀의 날개, 뱀 머리카락, 토끼 귀와 발을 단 괴인들이었다.

“사실이었군.”

공주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왠지 모를 감정이 울컥 솟았다.

그들의 겉모습에 놀랐기 때문이 아니었다.

배신감. 그것이 그녀에게 심장이 쪼개지는 것 같은 고통을 선사했다.

“공주님을 구해라!”

정원 반대편에서 함성이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거대한 함성과 함께 트라이머리 형제와 미노바 그리고 환상으로 만들어진 병사들이 정원 안으로 들이닥쳤다.

“적습이다!”

“성을 보호해라!”

괴물로 변한 세 명의 고용인들이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공주를 구하러 온 자들은 세 사람의 모습에 잠시 놀랐으나 이내 용기를 내어 세 사람에게 맞섰다.

평범한 연극 무대에서는 보기 힘든 대규모의 전투가 펼쳐졌다. 이 장면은 특별히 엘라가 연출했다. 액션을 짜는 능력만큼은 그녀가 한트케 교수보다 몇 배는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괴물서커스단이 무명이었던 시절부터 직접 모든 곡예 프로그램을 도맡아서 처리했었다. 이 정도 대규모 전투를 연출하는 일도 그녀는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허허, 놀랍군요. 한트게 교수가 약한 분야가 있다면 활극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이 부분은 서커스단의 힘을 빌렸겠지요. 점수가 낮은 서커스단들도 액션 장면만큼은 나쁘지 않았지 않습니까?”

“그래도 바퀴의 서커스나 황금 카니발에 밀리지 않는 수준이라니. 누가 괴물서커스단이 삼류라고 그랬지? 삼류 서커스단이 이 정도라면 아무도 연극 같은 건 보러오지 않겠어.”

2막 7장은 서사적으로나 연출적으로나 극의 절정에 해당하는 장이었다. 사람들은 넋을 놓고 백작 쪽 사람들과 공주 쪽 사람들이 벌이는 전투를 지켜봤다.

배우들은 정신없이 싸우는 척하면서 조금씩 무대 가장자리로 이동했다. 자연스럽게 무대 밖으로 퇴장하기 위함이었다.

“으아악!”

유라크네가 내던진 병사의 환영 하나가 무대 가장자리로부터 포물선을 그리며 무대 중앙에 떨어졌다. 관객들의 시선이 다시 공주와 기사에게 향했다.

이제 전투는 무대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멀리서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관객들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무대 중앙에 맞춰졌다.

한트케 교수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연출에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관객의 시선 이동에 따른 초점 잡기였다.

그걸 엘라는 천부적인 감각으로 해내고 있었다. 고작 17살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능숙한 솜씨였다. 한 달이나 옆에서 지켜봤지만, 그녀의 ‘눈’은 언제 봐도 놀라웠다.

병사의 환영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잡동사니들에 처박히는 순간, 기사의 시선이 잠시 그쪽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집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리아 아가씨를 내놓으시오!”

“크윽, 고, 공주님! 여기는 제가 맡겠습니다!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십시오!”

“잘츠 경!”

기사가 말에서 펄쩍 뛰어내렸다. 그와 집사의 검이 맞부딪치며 불꽃을 튀겼다. 집사는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놀라운 검술 솜씨로 기사와 대등하게 합을 나누었다.

공주는 잠시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다가 반대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이번에도 말은 제자리걸음을 했으나, 원더스타인과 우몬이 앞서 다른 배우들이 그랬던 것처럼 싸우는 척하며 무대 가장자리로 물러났기에 말이 달려서 해당 장소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공주는 간신히 전장을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 순간, 말이 갑자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미안. 배가 고팠어.”

마야가 니카를 돌아보며 사과했다. 그녀의 입가에는 피와 살점이 한가득 묻어 있었다. 말의 목은 무언가에 물어뜯긴 듯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리아 양, 당신은…….”

말은 몇 발자국 더 가더니 이내 쿵 하며 바닥에 몸을 박고 쓰러졌다. 정말로 죽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 나는 연기였다.

공주는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흙바닥을 뒹굴었다. 리아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걸신들린 듯 쓰러진 말을 마구 뜯어먹었다.

“겨우 따라잡았군.”

잠시 후, 백작이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당황스러움, 초조함, 두려움 등의 감정이 그의 얼굴 위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공주.”

“다가오지 마세요!”

공주는 옆에 있는 리아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머리에 있는 비녀를 뽑아 그녀의 목에 가져다 댔다. 백작의 발걸음이 멎었다.

공주는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말이 자꾸 입 밖으로 나오려다 말았다. 그러다 이내 그녀는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정말인가요?”

“무엇을 말이오.”

“정말 모든 게 당신이 꾸민 일인가요?”

“…….”

“사실을 말하세요!”

“……그렇소.”

“하…….”

공주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니카는 원더스타인이 사실 콤프라치코스의 두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의 먹먹한 심정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모두…… 모두…… 거짓이었군요…….”

“…….”

“제 마음을 가지고 논 것도 모두…… 계획된 거였나요?”

“공주…….”

“제게 마음이 있는 척 군 것도 모두 연기였나요?”

“그건…….”

백작은 굳어버린 듯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 자신의 감정에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크르르.”

그때, 공주의 뒤편으로 표범 형태를 한 괴물이 다가왔다. 검은 숲에서 그녀를 한 번 습격한 적 있는 그 녀석이었다. 놈은 사냥 직전의 맹수처럼 몸을 웅크리고 도약할 준비를 했다.

지하에 있어야 할 놈이 어떻게 이곳에?

백작은 놀라서 공주를 바라봤지만, 그녀는 배신의 충격 때문에 그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시오.”

백작은 검을 빼든 채 그녀를 향해 다가왔다. 공주는 그런 그의 행동을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받아들였다.

자신들 사이에 오갔던 감정은 모두 거짓이라고.

저 남자는 이제 자신을 죽일 생각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체념의 빛이 떠올랐다.

“크아앙!”

괴물이 공주를 덮친 것과 백작이 검을 재빨리 앞으로 내지른 것, 그리고 공주가 리아를 밀치고 그의 칼에 몸을 내던진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의 검이 그녀의 심장을 꿰뚫었다.

“컥, 크윽…….”

“어, 어째서…….”

백작은 자신의 손이 저지른 일에 놀라 굳고 말았다. 그 사이, 표범이 앞발을 휘둘렀다. 검이 공주의 심장을 꿰뚫은 채 팔이 그대로 뜯겨 나가고 말았다.

“아, 안 돼!”

괴물의 뒤편에서 피리를 든 하녀가 뛰쳐나왔다. 그녀는 성 밖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보고 급히 실험체 하나를 끌고 나온 참이었다.

그러다 백작과 공주를 발견했다. 그녀는 괴물을 몰래 조종해 공주를 덮칠 생각이었는데 설마 백작이 몸으로 막아설 줄 몰랐다.

“주인님, 주인님!”

하녀가 놀라서 그에게 달려오려 했다. 그러나 피리 소리가 끊기자 괴물이 조종에서 풀려나 제멋대로 날뛰려고 했다. 그녀는 일단 피리를 불어 괴물을 무대 밖으로 인도했다.

“괘, 괜찮으세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오.”

두 사람 다 몸에서 피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부상이었다.

“왜 검에 뛰어든 거요?”

“아, 저, 저는 당신이 절 죽이려는 줄로만 알고…….”

“그러면 차라리 리아를 찌르지 그랬소?”

“…… 그럴 수 없었어요.”

“왜요?”

“……저도 묻고 싶네요. 왜 저를 구하려 하셨죠?”

“내가 먼저 물었는데.”

“아마 당신이 생각하는 답과 같을 거예요.”

“나도…… 나도 그렇소…….”

백작은 후회로 가득 찬 신음을 흘렸다. 자신이 조금 더 마음을 솔직하게 밝혔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다른 결말을 맞을 수 있었을까.

백작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꽃이 진 뒤’라는 곡이었다.

백작이 부르는 봄, 그림 속 나비, 꽃이 진 뒤, 이 세곡은 연작으로서 기능했다. ‘봄’에서는 공주와의 사랑을 처음으로 자각하는 마음이, ‘그림 속 나비’에서는 공주와 사랑이 깨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꽃이 진 뒤’에서는 공주에게 솔직하게 사실을 밝히지 못했던 회한의 정서가 담겨 있었다.

“하, 하하,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공주는 백작의 품에 안겨 그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짓다가 곧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그녀의 심장에서 붉은색 보석이 흘러나왔다.

흑마법사가 말했던 바로 그 물건이었다. 그토록 바랐던 것이었지만 백작은 그것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대신 그는 공주를 품에 안고 조용히 몸을 떨었다.

그는 객석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어서 관객들은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공주의 마지막 대사를 통해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무조건 관객들에게 모든 걸 보여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때로는 보이지 않음으로서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연출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있었다. 지금의 장면이 그랬다.

얼마 후, 백작의 고개도 푹 꺾여서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도 죽은 게 확실했다.

그때, 무대 가장자리에서 누군가 살금살금 걸어 나왔다. 바로 병사들을 선동해 이곳을 공격하게 했던 불한당 에반스였다.

그는 죽은 두 사람을 조심히 살피고는 곧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떨어진 보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괴물이 덮쳤을 때, 기절해버린 리아도 등에 업었다.

2막 7장이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마지막 장뿐이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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