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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31

EP.530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36)

2막 8장의 배경으로 1막 3장의 배경이었던 흑마법사의 동굴이 다시 사용되었다. 공주의 심장과 리아를 손에 넣은 에반스는 조심스럽게 흑마법사의 거처로 들어갔다. 다행히 그곳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자, 이제 이 둘을 어떻게 하면 되지?”

에반스는 보석과 소녀를 탁자 위에 올려두고는 요정을 돌아봤다. 그러나 요정은 어깨를 으쓱일 뿐이였다.

“나도 모르는데?”

“뭐? 이 둘만 있으면 보물을 얻을 수 있다고 했잖아!”

“나, 나는 그냥 흑마법사가 하는 말을 들었을 뿐이야.”

“이런, 젠장. 그럼 무용지물이잖아. 백작이 그토록 바라던 보물…… 손에 넣고 싶었는데……. 너! 보물의 정체가 뭔지는 아냐?”

“아, 그거! 그건 알고 있어!”

아는 게 나오자 요정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헤헷, 그건 말이지. 바로 리아가 웃음을 되찾는 거야!”

“……뭐?”

“리아는 저주에 걸려서 웃지 못하는 거 알고 있지? 그런데 저 보석이 있으면 웃을 수 있대! 그게 바로 백작의 보물이야!”

에반스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보물의 정체가 겨우 그런 것이었다니.

“여동생의 미소라고? 이, 이…… 멍청한…… 그런 건 내가 가진 가루로도 얻을 수 있는데…….”

그는 거칠게 고개를 내저었다.

“휴, 좋아. 그래. 이렇게 된 이상, 그냥 너희 둘 다 노예로 팔아넘기는 수밖에.”

“뭐라고? 요, 요정 나라에 데려다준다는 약속은……?”

“당연히 거짓말이지. 이 멍청한 벌레 녀석아!”

에반스는 탁자 위의 보석과 소녀를 서둘러 챙기고는 요정을 묶은 밧줄을 손에 쥐었다. 흑마법사가 오기 전에 빨리 이곳을 뜨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막 발걸음을 내디디려는 순간, 그는 동굴 입구를 막아선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광대 에다였다. 그는 바깥이 소란스러워진 틈을 타서 성을 탈출하다가 에반스가 리아를 데리고 가는 것을 보고 쫓아온 것이었다.

“그 광대 자식이군. 네가 여긴 웬일이지?”

“하아, 하아. 아, 아가씨를 두고 가라…….”

“야야, 그렇게 맞고도 이 계집을 구하고 싶은 거냐? 며칠 사이에 정이라도 들었나 보지? 아니면 뭐, 광대 주제에 귀족 여인을 사랑한다 이거냐?”

“…….”

“정곡을 찔렀나? 분수에 안 맞는 꿈을 꾸는군. 너 같은 버러지를 상대할 시간 없으니, 어서 비켜라!”

“아가씨를 내놔!”

광대가 괴성을 내지르며 에반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에반스는 요정과 리아를 내던지고 여유롭게 광대의 공격을 받아냈다.

“감히 누구에게 덤비는 거냐. 아예 죽여줄까? 응?”

에반스는 광대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팼다. 그는 뒷골목에서 잔뼈가 굵은 싸움꾼이었다. 태어나서 싸움이라곤 해본 적 없는 에다가 그를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는 곧 넝마가 되었다.

그러나 에다에게는 바로 ‘악마의 춤’이 있었다. 감옥의 경비병 둘을 순식간에 쓰러트린 바로 그것 말이다. 그의 몸은 주인이 위기에 처하자 이번에도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도 상대에게 몇 방 먹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하실에서 백작의 부하들에게 고문당한 피해가 너무 컸다. 얼마 가지 않아 그는 힘을 잃고 비틀대더니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크하하, 꼴 좋다. 광대가 뛰어봤자 광대지!”

에반스는 그런 그를 한껏 비웃어주었다. 비록 예기치 못한 상처를 입긴 했지만 결국 자신이 이겼다.

그때였다. 청명한 웃음소리가 들린 것은.

“아하하!”

에반스가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에다도 고개를 들어 리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을 보며 아주 즐겁다는 듯이.

“왜……?”

에다는 그녀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걸까? 내가 맞는 모습이?

어딘가 익숙한 기분이었다. 일전에 그녀가 웃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는 어떤 상황이었더라?

“아.”

그 순간, 에다의 머릿속에 뭔가가 번쩍했다. 그녀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말하면 오라버니는 그것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지 몰라.

-그리고…… 나는 너를 상처 주기 싫어.

그는 그녀가 왜 ‘웃는 조건’에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없다고 했는지 깨닫고 말았다. 그는 피가 섞인 침을 토하며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랬군요. 그랬어요. 그대가 웃는 순간들은 항상 잔인하군요. 내가 모욕을 듣고 비웃음을 당할 때, 그대는 항상 웃고 있군요.”

울펜슈타인 백작의 마지막 곡인 ‘미소의 의미’가 시작되었다. 웃음을 그친 마야는 환상 목소리에 맞춰 입을 뻐금거렸다.

”미안해. 네게 상처를 주기 싫었어. 네가 나를 미워할까 봐 겁났어. 분명 나를 경멸할 거라 여겼어.“

“그랬군요. 내 몸 안에 악마가 도사리고 있듯 그대의 미소에도 악마가 깃들어 있었군요.”

“난 한 번 죽었다 되살아난 몸. 내 미소가 바로 악마가 내게 내린 저주야. 내가 마음을 준 대상이 고통받고 조소당할 때. 난 오직 그때만 웃을 수 있어.”

“아가씨가 마음을 준 대상이라고요? 그 말은?”

“응. 나는 처음 너를 봤을 때부터 네가 마음에 들었어. 그래서 네가 슬픈 일을 당할 때 웃을 수 있었던 거야.”

그녀의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던 광대는 곧 웃음을 터트렸다.

“하핫, 하하핫.”

“병 때문에 그러는 거야?”

“하핫, 아뇨. 정말 기뻐서요. 당신이 절 마음에 두고 있다니. 너무 즐거워서요.”

“아…….”

“당신이 웃는 것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제가 무슨 꼴을 당해도 좋아요. 그렇게 늘 웃어주실 수 있나요?”

노래가 잠시 멈췄다. 마야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그녀의 몸짓이나 작은 동작에서 그녀가 감동했다는 것을 관객들은 느낄 수 있었다.

한트케 교수가 손가락 각도 하나까지 지정해준 동작을 마야는 완벽하게 그대로 수행해냈다. 그녀가 작게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노래가 다시 시작되었다.

“깨달았어요. 당신이 짓는 미소의 의미는 눈물이란 걸. 저에 대한 사랑으로 인한 것이라는 걸. 저는 광대. 사람들 앞에 나서서 비웃음당하는 건 익숙하죠. 그러니 그런 저를 보고 웃어주세요. 제가 웃을 수 있도록.”

그렇게 두 사람은 음악에 맞춰 몇 번 더 대화를 주고받았다. 잠시 후, 노래가 끝났을 때, 두 사람은 서로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웃기고 있군.”

구석에서 부상을 추스르고 있던 에반스가 욕을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웃기고 있어. 뭐, 사랑? 웃기고 있네. 너희 둘 다 사회의 시선으로 보면 괴물에 불과해. 받아들여질 수 없는 별종이라고.”

그의 한 손에는 붉은색 보석이 들려 있었다. 이걸로 광대의 머리를 내리쳐 완전히 끝장낼 생각이었다. 그가 막 팔을 치켜드는데,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허, 그런 귀한 물건을 주먹도끼로 쓰려고 하다니. 안 되지. 안 돼.”

검은 연기가 채찍처럼 날아오더니 에반스의 손에 든 보석을 낚아채 갔다. 그는 자신을 방해한 사람의 모습을 확인하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아, 다, 당신은?”

“재미난 일을 저질러줬더군. 덕분에 내 계획이 실패할 뻔했어.”

동굴 입구로 온몸에 붕대를 맨 검은 로브의 사내가 걸어들어왔다. 그는 바로 흑마법사였다.

“백작이 공주를 찌르지 못했다면 어쩔 뻔했나?”

“저, 저기 마법사님? 보석은 그냥 드리고 갈 테니…….”

“내가 노리는 물건을 감히 빼돌릴 생각을 하다니. 그냥 죽어라.”

흑마법사가 재차 손을 휘둘렀다. 검은 연기가 이번에는 창처럼 찔러 들어갔다. 그것에 관통당한 에반스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눈을 까뒤집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피는 나오지 않았다.

“아, 아가씨, 제 뒤로…….”

광대가 주춤주춤 일어나서 리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흑마법사는 그런 그가 가소롭다는 듯 조소를 지었다.

“내가 작정하면 네놈 따위가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아도 돼. 나는 그 계집에게 관심 없거든. 내게 필요한 것은 이 보석과 덤으로 저 요정을 다시…… 응?”

밧줄 끝을 확인한 흑마법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묶여 있어야 할 요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어두운 동굴 천장에서 무언가가 왁 하고 날아들었다.

“에잇, 다시 붙잡힐 줄 알고! 그렇겐 못 하지!”

“큭, 이, 이 녀석이! 으악!”

루엘로가 밴딕의 머리에 달라붙어서 그에게 마구 주먹을 휘둘러댔다. 그는 그녀를 떼내기 위해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사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요정 따위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귀중한 실험 재료를 잃을까 봐 함부로 힘을 휘두를 수 없었다.

“그만!”

간신히 요정을 떼어놓는 데 성공한 흑마법사. 그의 양팔에 달린 연기가 떨어져 나와 요정을 꽁꽁 묶었다.

“감히 주인에게 반항하다니.”

“네, 네가 왜 내 주인이야! 난 자유로운 요정이다!”

요정의 몸을 감싼 연기가 그녀를 강하게 죄었다. 그녀는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며칠 새 반항심이 부쩍 늘었군. 어떤 벌을 내려줄…… 응?”

흑마법사가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봤다. 누군가가 동굴 입구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흑마법사는 미소를 지었다.

“아, 로지. 백작의 시신을 실험실로 옮기고 왔나?”

“네.”

“좋아. 너무 그렇게 슬픈 표정 짓지 말라고. 봤잖아. 다시 살려내면 그만이야. 몇 년 걸리긴 하겠지만, 내 마법과 네가 백작으로부터 배운 지식과 기술만 있으면…… 윽!”

흑마법사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의 몸을 관통한 단검 때문이었다. 하녀가 그에게 다가오더니 그의 배에 냅다 칼을 찔러넣은 것이다.

“무, 무슨? 크윽, 너, 너…… 이러면 백작을 다시 살릴 수 없는…….”

“그걸 바라지 않아요.”

“뭐, 뭐라고?”

“그렇게 되살아난 백작님은 또 어떤 저주를 몸에 지니고 태어날까요. 그분은 또 자신의 사랑이 없는 것을 알면 얼마나 공허함을 느낄까요. 아마 지금 제 마음이랑 같겠죠? 그러면 또 공주님도 되살려 드려야 할까요? 그런 생각을 하니 미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백작님은 그냥 공주님과 같이 묻어드리고 왔어요.”

하녀는 흑마법사의 몸에 검을 더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그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크아악! 이, 이…… 그렇다고 날 죽일 이유는…….”

“5년 전, 역병을 영지에 퍼트린 게 당신이라는 것을 백작님이 모르실 줄 알았나요?”

“크억, 그, 그걸 어떻게…….”

“리아 아가씨를 살려준다길래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에요. 당신의 욕망 때문에 몇 명이나 고통받았는지……. 잘 가세요.”

“이, 이런…… 비, 빌어먹을…….”

흑마법사는 허공에 손발을 휘젓는 부질없는 발버둥을 몇 번 치다가 이내 움직이지 않았다. 붉은 보석이 바닥을 굴렀다. 레이나는 그것을 집어 들었다.

“자, 두 분 이리 오세요.”

“뭐, 뭘 어쩌려고…….”

“이게 있으면 아가씨의 저주를 고칠 수 있어요. 어서요.”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본 에다와 리아는 곧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어느새 속박에서 풀려난 요정도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지켜봤다.

리아를 바닥에 앉힌 로지는 보석을 그녀의 앞에 두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보석이 마치 안개처럼 흩어지더니 그녀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쿠궁.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동굴 밖으로 저 멀리 서 있는 울펜슈타인 백작의 성이 보였다. 그것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저, 저거 왜 저래?”

“아가씨가 악마의 힘으로 되살아났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면 문제가 생길 거야. 공주님의 심장도 그렇고. 그래서 실험실의 자폭 장치를 작동시키고 왔어.”

한없이 견고하게만 보였던 회색의 성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봄을 맞은 얼음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보석이 모두 사라진 걸 확인한 로지는 이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몸에 힘을 잃고 광대의 품으로 쓰러지는 리아를 씁쓸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동굴을 나섰다. 요정이 잠시 눈치를 보다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

“아, 아가씨!”

“으음, 에다?”

잠시 후, 리아가 의식을 되찾았다.

백작의 마음에 깃든 겨울을 상징하던 성도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와 더불어 얼어붙어 있던 소녀의 미소 역시 봄을 맞았다.

관객들은 그녀의 미소를 볼 수 없었다. 백작이 마지막에 그랬던 것처럼 그녀 역시 객석을 향해 등을 돌리고 있었기에.

다만, 그녀를 끌어안으며 소리높여 웃는 광대의 웃음소리를 통해 그녀의 표정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울펜슈타인 백작의 막이 내렸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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