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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32

EP.531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37)

공연이 끝나는 순간, 환호와 갈채가 극장을 가득 메웠다. 격정에 못 이겨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관객도 있었고, 돌바닥이라는 것을 잊었는지 관절이 나갈 기세로 발로 바닥을 쾅쾅 구르는 관객도 있었다.

이번 회차의 공연 중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물론 여기에는 지금 공연이 이번 회차의 마지막 차례라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 광란에 가까운 열기를 설명하기는 부족했다. 공연 자체도 실제로 그만큼 훌륭하다고 여겼기에 관객들이 이렇게 날뛰는 것이다.

냉정히 말해 괴물서커스단의 단원들이 업계 정상급의 연기를 보여줬다고는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독창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연출과 그에 딱 알맞은 연기가 상승 작용을 일으켜 정상급 연기자와 견줄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물론 이번 시험은 관객들이 받은 인상이 얼마나 강렬한지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었다. 승부는 내일 있을 표결에서 결판날 것이다.

그래도 괴물서커스단 사람들은 지금의 호응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꼈다. 평소에 그들이 했던 공연은 아무리 흥행해도 이런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햐, 이거 정말이지…….”

“어이, 울긴 아직 이르지.”

“하나 남아 있잖아요.”

“맞아요. 다들 앞으로 나오세요.”

“자자, 다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지.”

공연이 끝났지만, 이직 모든 일정이 종료된 것은 아니었다. 모든 출연진이 무대에 올라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커튼콜’이 남아 있었다.

잠시 후 박수 소리가 잦아들 무렵, 막이 다시 걷혔다. 랫맨 관현악단이 오늘 나왔던 음악 중에서 가장 신나는 부분을 연주했다.

엘라, 니카, 레이나, 스벤, 마야, 주연 5명이 앞으로 나섰고 그 뒤로 원더스타인, 유라크네, 알렌, 조, 밴딕, 미노바, 루엘로, 우몬, 트라이머리 11명이 나란히 섰다.

열기가 사그라들던 객석에 다시 불이 붙었다. 아까보다 더 열렬한 호응이 뒤따랐다.

단원들은 연습한 대로 서로 호흡을 맞춰 움직였다. 왼쪽, 중앙, 오른쪽, 세 방향을 향해 양손을 흔들어준 뒤에 마지막에는 오른팔을 직각으로 접어 배 위에 올리고는 객석을 향해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가장 전통적인 커튼콜 방식이었다.

이로써 모든 시험 일정이 종료되었다. 곧이어 무대의 막이 완전히 닫혔다.

단원들은 무대 뒷정리에 들어갔다. 관객들의 퇴장이 거의 끝날쯤에는 다른 서커스단 사람들과 기자들이 그들을 찾아왔다. 연극대학의 학생들도 더러 섞여 있었다. 그들은 눈여겨봤던 부분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묻기도 했고, 특별히 인상 깊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찬사를 늘어놓기도 했다.

몰려드는 질문에 답해주는 데만 해도 2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 사이 작업반은 무대의 정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자정이 다 되어가서야 단원들은 겨우 텅 빈 무대에 둘러앉아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진짜 최고였어! 특히 우리 마야! 고생 제일 많이 했지?”

카렌이 소파에 누워 쉬고 있는 마야를 와락 껴안고는 그녀의 얼굴에 자신의 볼을 비벼댔다. 그녀는 벌써 괴물서커스단으로의 이적이 확정된 듯 자연스럽게 뒤풀이 시간에 끼어들었다.

“너는 네 서커스단에 가봐야 하지 않냐?”

“우리는 월요일에 진즉 했지. 내일 결과 발표 후에 또 따로 할 거고. 그건 그렇고 마야 이렇게 얌전히 안겨 주니까 너무 귀엽다.”

“귀찮아…….”

평소의 마야라면 그녀를 염동력으로 밀쳐냈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운도 없었다. 그녀는 인형처럼 축 늘어진 채 자신을 주무르는 친구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정말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특히 작업반분들이 고생 많으셨습니다.”

원더스타인은 무대 뒤에서 고생한 단원들에게 특별히 감사를 표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번 연극을 지탱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아무리 연기자들이 뛰어나다고 해도 제대로 된 연극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의 지시에 따라 단원들은 아나이스, 나타샤, 설리반, 이반, 미키, 가스통, 바텔, 칼슨, 한트케, 프란츠, 랄프에게 박수를 보냈다.

원더스타인은 오늘을 위해 아껴두었던 샴페인의 마개를 땄다. 그는 친히 병을 들고 다니며 단원들의 잔에 직접 술을 따라주었다.

“저희도요?”

“오늘만입니다.”

“와!”

그는 평소 제쳐두었던 미키와 우몬의 잔에도 술을 채워주었다.

그들이 술자리에 끼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볼라크에서 두 사람이 술에 취해 있는 동안 루엘로가 납치당했던 일 때문에 원더스타인은 지난 3개월간 그들이 술에 손대는 것을 엄격히 금했었다. 그것이 드디어 오늘 풀린 것이다.

“저도 한 잔 주세요.”

“루엘로 양도요? 하지만…….”

“괜찮아. 괜찮아. 오늘 같은 날은. 한 잔 줘. 나도 6살 때부터 술을 마셨는걸.”

“세상에. 미노바 씨…….”

아무리 봐도 아빠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았지만 오늘 같은 날 그녀만 빼놓는 것도 너무했기에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잔에도 술을 채워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카락이 꿈틀거리며 움직이더니 잔 속에 몸을 담갔다.

“자, 다들 고생했습니다. 결과는 내일 나오겠지만 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아쉬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번 공연을 무사히 마신 것에 감사하며 다들…… 음 그러니까…… 어…… 저기 뭔가 좋은 건배 문구가 있을까요?”

“건배 문구? 미리 좀 생각해두지 그랬냐.”

“갑자기 그렇게 물으시면…….”

다들 머뭇거리는 와중에 스벤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핫핫, 그게 있잖습니까!”

“그거라뇨?”

스벤이 목을 가다듬으며 손을 번쩍 치켜들며 가늘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괴커스, 괴커스, 파이팅!”

단원들이 한바탕 자지러졌다. 다들 1막 시작 직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 것이다.

“푸핫핫, 맞다. 그게 있었지!”

“괴커스래, 괴커스, 크핫핫!”

“정말 저거 듣는 순간, 온몸에 힘이 쫙 빠졌었지.”

“솔직히 말해 그때가 오늘 최대의 위기였어.”

그들의 반응에 엘라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소리쳤다.

“말했잖아! 원래 애정이 담긴 이름은 좀 유치하기 마련이야!”

“뭐, 어쨌든 좋습니다. 오늘 자리를 마무리하는 건배사로는 그만한 게 없는 것 같군요. 자, 그러면 다 같이 괴커스, 괴커스, 파이팅!”

“괴커스 파이팅!”

“파이팅! 괴커스 만세! 푸핫핫!”

수십 개의 유리잔이 솟았다. 공연이 끝난 지 3시간 가까이 흘렀다. 단원들은 이제야 비로소 긴장감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원더스타인을 단원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그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엘라는 그런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원더스타인은 오늘따라 유난히 즐거워 보였다. 언제나 웃고 있는 그였지만 지금처럼 신나 하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어릴 때 친구들과 연극을 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인 것 같았다. 그의 눈빛이나 목소리에 그리움과 흥분이 잔뜩 서려 있었으니까.

그를 보고 있으니 엘라는 아까 기자들과 있었던 인터뷰가 떠올랐다.

‘어렵지 않았습니까. 겉으로는 싸늘하게 굴면서 속으로는 사랑을 깨달아가는 연기를 하는 것 말입니다. 혹시 백작 연기에 개인적인 경험이 도움이 되었나요? 그런 종류의 사랑을 해보았다든가. 아니면,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올렸다든가.’

‘어, 그건……. 어, 없어요. 딱히…….’

‘저는 마지막에 공주를 칼로 찌를 때의 표정 연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어떤 식으로 감정을 잡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냥…… 계속 연습했달까…….’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두 가지 질문에 모두 거짓으로 답했다.

사랑 연기를 할 때 떠오르는 사람은 있었다. 공주를 찌를 때도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동일인물이었다.

엘라는 처음에 찰리를 이번 배역의 감정적 길잡이로 활용하려 했다. 그는 그녀가 사랑 비슷한 것을 주고받은 유일한 이성이었다. 게다가 백작이 공주를 찌르는 것처럼 그녀도 그를 총으로 쏴버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막상 연기에 들어가자 떠오르는 것은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원더스타인. 자신이 그를 좋아하는 것은 이미 예전에 인정했었다. 그러나 설마 자신이 찰리를 총으로 쐈던 일보다 그를 칼로 찔렀던 일을 더 괴롭게 여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

사실 그가 친구를 살려주었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친구가 헤어지기 전에 자신에게 던진 폭언이 죄책감을 상쇄시킨 덕분일까?

도대체 저 남자는 내 마음 어디까지 침투한 것일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원더스타인의 얼굴이 그녀의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 엘라는 깜짝 놀라 왁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무, 무슨 짓이야!”

“아니, 부르셔도 대답이 없길래요. 무슨 생각 하셨나요?”

“무, 무슨 생각은! 내가 무슨 생각 했다면 어쩔 건데!”

엘라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하필 타이밍 좋게 나타난 덕에 심장이 마구 쿵쾅거렸다.

“괜찮습니까? 또 무리해서 탈이 난 거 아닙니까?”

원더스타인은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보려 했다. 데볼루트 면역인 그녀는 진단으로 몸을 살피는 게 불가능해서 이렇게 체온을 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뭐야, 은근슬쩍 다가오기는! 내 몸에 손대지 마!”

엘라가 애써 거부감을 표출했지만, 언성은 확실히 그전보다 누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그런 그녀의 신호를 눈치채지 못했다.

“저는 그냥 걱정돼서…… 알겠습니다.”

원더스타인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며 뒤퉁수를 긁적이고는 곧 다른 단원들이 있는 곳을 향해 떠났다. 엘라는 그런 그를 보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이런 건 또 더럽게 말을 잘 들어요.’

술자리는 금방 파장을 맞았다. 시간은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만 숙소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그때, 그동안 구석에서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던 한트케 교수가 입을 열었다.

“다들 주목해주겠습니까. 할 말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해서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제안이 있습니다.”

그가 이어서 꺼낸 말에 단원들을 비롯해 그의 제자인 프란츠와 랄프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

다음 날, 이번 회차의 시험에 도전했던 12개 서커스단 사람들이 다시 같은 자리에 모였다.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은 4개의 대본을 뽑아 한 대본당 3개의 서커스단이 경쟁해 1등을 가리는 경기였다. 오늘 여기 모은 12곳의 서커스단 중에 별을 타내는 곳은 4곳뿐이었다.

승자는 투표로 결정되었다. 아테레나 노천극장 측의 배우 126명이 각각 한 표씩을 행사하고, 심사위원으로 나온 연극대학의 교수 7명이 각각 10표씩 행사했다. 여기서 10표는 한곳에 몰아줘도 되고 나눠줘도 됐다.

“그럼 결과 발표를 하겠습니다.”

첫 번째 심사 대상은 <들개들>이었다. 우선 심사위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며 짤막한 평을 남겼다. 한 명당 1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어서 극장 배우들의 한 줄 평이 소개되었다. 126명의 모든 의견이 공개된 것은 아니었다. 그랬다간 상 하나 수여하는 데 몇 시간이 소비될 터였다. 특별히 재밌다고 여겨진 것들 위주로 짚고 넘어갔다.

“우승자는 바로 파파엘 서커스단!”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워낙 실력 차이가 확실했던 그룹이었다. 극본 덕이 컸다. <들개들>처럼 털옷을 입고 펼치는 활극은 평소에 쫄쫄이를 입고 땅재주를 펼치는 파파엘 서커스만큼 잘 소화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으, 하필 왜 우리가 마지막인 거야. 속이 뒤틀릴 것 같아.”

엘라는 불안한 표정으로 심사위원석의 동향을 살폈다. 혹시 이쪽을 향해 조소를 짓거나 코웃음을 치는 교수는 없는지 살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어떤 내색도 없이 법관처럼 엄숙한 표정으로 심사를 계속해 나갔다.

시간이 흘러 두 번째, 세 번째 그룹의 평가도 끝났고 마침내 네 번째 그룹의 차례가 왔다.

“그럼 마지막으로 <울펜슈타인 백작>의 우승자를 발표하겠습니다.”

극장 안 사람들의 이목이 무대 위로 집중되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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