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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33

EP.532 19.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끝)

이번 회차의 시험에서 주목도가 높은 팀들은 마지막에 다 몰려 있었다. 각 분야의 일류들로만 이루어진 황금 카니발, 최고(最古) 최대의 서커스단으로 알려진 바퀴의 서커스, 그리고 명 연출가로 이름 높은 한트케 교수를 끌어들인 괴물서커스단.

지난주까지만 해도 사람들의 관심은 황금 카니발과 바퀴의 서커스 쪽에만 쏠렸고 괴물서커스단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시험 주간을 거치면서 황금 카니발은 사실상 탈락이 확정되고 괴물서커스단이 대약진을 펼치며 우승은 바퀴의 서커스나 괴물서커스단 중 한 곳이 유력해졌다.

“괴물서커스단의 실력은 진짜였어. 절대 삼류 따위가 아니야.”

“하지만 좀 불안정한 면도 있지. 바퀴의 서커스는 그냥 완벽해.”

“솔직히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아.”

사람들이 웅성거림은 얼마 가지 않아 멎었다. 무대 밖에서 사회자를 향해 서류 뭉치가 건네지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아마 저 안에 그들이 기다리던 결과가 있을 것이다.

“일단…… 평가에 들어가기에 앞서 괴물서커스단에 제기된 규칙 위반 의혹부터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당사자인 괴물서커스단이 제일 거친 반응을 보였다.

“뭐야? 우리 뭐 잘못했어?”

“규칙 위반이라니? 무슨 규칙?

“어떤 놈이 제기한 거야?”

트라이머리 형제의 시선이 도스빌 남작을 향했다. 그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나 아니다.”

“앗, 나도 모르게 그만…….”

“참, 도스빌은 지금 우리 단원이었지.”

“난 쟤가 또 우리가 지는 데 돈을 걸었나 했지.”

다행히 그의 누명은 금방 벗겨졌다. 사회자가 누가 고발자인지 밝혀주었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는 황금 카니발의 단장님이 제기해주셨습니다. 괴물서커스단이 만들어낸 환상에 외부인이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겁니다.”

단원들의 시선이 지몬을 향했다. 그들의 눈빛에는 황당함과 적개심이 뒤섞여 있었다.

“또 저 인간이야?”

“핫핫, 정말 지독한 인연이군요. 레카체프에서도 온갖 방해 공작을 하더니.”

“난 레이나에게 두들겨 맞기까지 했었지.”

가스통이 허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뼛속 깊은 곳이 욱신거렸다.

“그, 그때는 죄송했어요.”

레이나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래도 자신이 이곳으로 이적한 일 때문에 아버지가 이들을 완전히 적으로 규정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희는 프라빈 교회의 구마 사제 한 분과 프라빈 대학의 마법 학부 교수님을 초청해 무대를 검증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왔습니다. 괴물서커스단이 무대 위에서 보였던 환상은 모두 단원 한 사람이 펼친 게 맞습니다.”

“그런……!”

지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옆에 앉아 있는 황금 카니발의 환상 마법사를 돌아봤다. 분명 그가 절대 한 사람이 펼친 게 아니라고 장담하지 않았던가.

마법사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설마 불과 10대 불과한 소녀가 그 모든 환상을 만들어냈다고?

그만 놀란 게 아니었다. 다른 서커스단의 환상 마법사들도 도저히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괴물서커스단의 사정을 몰랐기에 어제 공연을 보고 나서도 베르그송 상회가 후원자니 제법 많은 환상 마법사를 공용했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어제 봤던 그 환상들이 다 혼자 만들어 낸 거라고?

“세상에. 은막 아르노 같은 인간이 또 있을 줄이야.”

“괴물서커스단의 환상 마법사가 누구야?”

“저기 저 노인 아닐까?”

“그 노인은 육체 노동자 같은데. 옆에 있는 노인일 수도.”

사람들은 어제 무대에 오르지 않았던 사람 중에서 나이 많은 이들을 살펴보았다. 대마법사쯤 되니 그 정도 나이는 되겠거니 싶은 것이다. 마야는 고려 대상에 넣지도 않았다. 설마 저 어린 소녀가 그렇게 뛰어난 마법사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어제 연기자로 무대에 섰었다. 그와 동시에 그렇게 복잡한 화상을 구현하는 것은 은막 아르노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제길.’

회심의 일격이라 생각했던 수가 헛방이 되었다. 지몬은 애써 침착한 척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건너편에서 자신을 향해 엉덩이를 흔들거나 가운뎃손가락을 내밀어 보이는 랫맨들 때문이었다.

“찍찍! 재수 없는 콧수염!”

“꼴좋다!”

“이거나! 찍찍! 먹어라!”

그들의 조롱 행위는 결국 사회자가 나서서야 겨우 진정됐다.

“자, 그럼 이제 본 심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앞서 그랬던 것처럼 심사위원들의 감상이 먼저 발표되었다. 황금 카니발에 대해서는 별로 좋지 못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고, 바퀴의 서커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말만 나왔다.

그리고 괴물서커스단은 그 사이에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그들의 미숙했던 부분을 날카롭게 꼬집어 지적했다. 엘라가 애드리브로 넘어갔던 부분도 그들은 모두 간파하고 있었다.

바퀴의 서커스처럼 호평 일색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쓴소리가 나올 줄은 몰랐다. 역시 그들에게 밉보이고 있는 한트케 교수가 연출을 맡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이거 느낌이 안 좋은데.”

엘라는 자신도 모르게 옆에 앉은 원더스타인의 소매를 꽉 붙들었다. 그는 안심하라는 듯 그녀의 손등을 토닥여 주었다.

“자, 그러면 개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우선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배우들의 표부터 공개하겠습니다.”

배우들이 행사하는 표는 126표. 여기서 큰 차이를 벌려야지만 승산이 있을 것이다. 엘라는 제발 자신들이 여기서 절반 이상을 확보했기를 빌었다. 그게 승리를 위한 최소 조건이었다.

“황금 카니발 9표, 바퀴의 서커스 57표, 괴물 서커스 60표.”

엘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의 기대는 무참히 빗나갔다.

바퀴의 서커스를 꺾기는 했지만, 그 차이는 미미했다. 3표 차이는 심사위원들의 표로 손쉽게 뒤집을 수 있었다.

장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회자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심사위원들의 표를 공개했다.

“황금 카니발 7표, 바퀴의 서커스 26표, 괴물 서커스 37표.”

방금까지 불안에 떨던 엘라는 눈을 깜빡였다. 자신이 뭔가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심사위원들 표에서 괴물 서커스가 바퀴의 서커스를 앞서다니.

혹시 두 서커스단의 표를 뒤바꿔서 불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사회자의 호명에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승자는 97표를 얻은 괴물서커스단!”

좌중이 고요해졌다. 우승 후보인 황금 카니발과 바퀴의 서커스가 정말로 지다니. 그것도 삼류라고 경시 받던 괴물 서커스단에게. 확률상으로 점쳐지던 일이 정말로 벌어지고 만 것이다.

침묵은 길지 않았다. 누군가가 손바닥을 짝하고 마주쳤고, 물감이 서서히 번져 나가듯 하나둘 박수에 합류했다. 그것은 곧 우레가 되었고 함성이 뒤따랐다. 어마어마한 환호와 갈채가 회장 안을 가득 채웠다.

“이, 이겼어! 우리가 이겼다고!”

“크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그 황금 카니발과 바퀴의 서커스에게 이겼다!”

한트케 교수는 광란에 젖은 단원들 사이에서 심사위원석을 바라봤다. 그들 중 대다수는 그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가장자리에 앉은 교수 한 명이 자신을 향해 몰래 엄지를 척 치켜세우는 것을.

‘한 방 먹었군.’

아무리 권력에 떠밀려 억지로 심사위원을 맡았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학자로서 자부심이 있었다.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애정도 있었다. 멋진 공연을 보고 고의로 점수를 깎을 정도로 못났지는 않은 것이다.

아마 그들로서는 심사평에 독설을 날리는 것이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것조차 한트케 교수에 대해 나름대로 경의를 표한 것일지도 몰랐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단원들이 사방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한트케 교수도 그들을 따라 인사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심사위원들과 마주쳤을 때, 그는 망설임 없이 목례를 했다. 교수들은 움찔 놀라는가 싶더니 역시 그를 향해 고개를 까딱여 보였다.

그 순간 그들은 깨달았다. <울펜슈타인 백작>이 녹인 것은 백작의 마음과 여동생의 미소만이 아니라는 것을.

“자, 단장, 어서!”

엘라가 원더스타인을 질질 끌다시피 해서 무대에 올랐다. 극장의 대표 가면 배우들이 건네는 상자 안에는 동전 크기의 배지가 담겨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그것을 짚어 객석을 향해 내밀어 보였다. 다시 한번 무대 위로 환호와 갈채가 쏟아졌다.

원더스타인은 여느 때처럼 그것을 그의 부단장에게 건네주었다. 그녀의 가슴에는 이미 두 개의 배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거기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엘라는 그 순간 벅차오르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지금 수천 명의 눈이 그들을 보고 있다는 것도 잊었다.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그녀는 의미불명의 외침을 내지르며 원더스타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폴짝 뛰어 그를 끌어안고서는…….

***

“아악! 내가 미쳐! 미쳐! 미쳐!”

숙소로 돌아가는 동안 엘라는 괴성을 내지르며 마차 안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숙소로 돌아오고 나서도 그녀는 탁자에 이마를 쾅쾅 박아댔다.

엘라는 도저히 사람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그런 짓을 하다니. 그것도 그 인간에게. 자신이 잠시 정신이 나갔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단원들은 그녀가 저지른 일을 좋은 놀림거리로 생각했다. 그들은 그녀와 마주칠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무대 위에서 있었던 일을 재현하려 들었다.

“그만 좀 해!”

보다 못해 그들을 제지하고 나선 것은 마야였다. 그녀는 염동력을 써서 우몬을 끌어안으려 달려가던 미키의 몸을 들어 올려 구석에 집어 던졌다.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던 그녀였다. 이따금 살기 어린 눈으로 엘라를 노려보기도 했다. 그녀의 눈치를 본 단원들은 부단장 놀리기를 이쯤 해서 그만두기로 했다.

아나이스와 유라크네는 그런 촌극을 바라보며 조소했다. 고작 그런 거 하나 때문에 저 난리라니. 우스운 것을 넘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레이나와 니카는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마야처럼 화가 나지는 않았다. 엘라가 한 것 정도는 진즉에 해본 그들이었다.

“괜찮겠나?”

단원들 사이에 감도는 분위기를 읽은 미노바는 원더스타인을 슬쩍 떠봤다. 그러자 그는 언제나 늘 그렇듯 생글거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네? 하하, 별일 아닙니다. 엘라 양이 설명했잖아요. 우승한 것에 대한 흥분, 수천 명의 시선을 받으면서 생긴 고양감, 배역에 깊게 몰입한 후유증, 서커스단 전체에 대한 애정. 그러한 것들이 한꺼번에 폭발했는데 근처에 감정을 해소할 대상이 저밖에 없어서 생긴 일이라고요. 아마 미노바 씨가 같이 올라갔어도 같은 일이 벌어졌을걸요.”

절대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미노바는 그 말이 입에 맴돌았으나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엘라가 진정한 것은 늦은 저녁 무렵, 카렌이 숙소를 찾아왔을 때였다. 그녀가 공식적으로 이적하는 것은 며칠 뒤였지만, 그때 또 환영식을 열기 그래서 오늘 한꺼번에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그녀 말고도 3명의 단원이 추가되었다. 바로 한트케 교수와 그의 제자인 프란츠와 랄프였다.

교수가 어제 술자리에서 했던 제안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남은 정직 기간을 괴물서커스단과 함께하기로 했다.

“저희야 대환영입니다. 오히려 교수님의 연구 시간을 뺏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는군요.”

“절대 그렇지 않다네. 나도 여기서 보고 배우는 것이 많아.”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희도 부담이 덜합니다.”

“진짜일세.”

교수는 결코 체면치레로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그는 지난 6주간 괴물서커스단과 함께하면서 ‘크리스티앙’에 대한 상당히 많은 단서를 얻었다. 그들과 계속 함께한다면 좀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여정의 끝에서는 그녀의 진짜 정체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자, 그럼 새로 합류한 한트케 교수님, 그리고 프란츠, 랄프, 카렌을 위하여 건배!”

드디어 평정을 회복한 엘라가 환영식을 주도했다. 그녀가 잔을 높이 치켜들자 잇따라 잔들이 허공을 향해 치솟았다.

잔들이 부딪치며 안에 든 술들이 넘실거렸다. 구석에서 연구실에서 챙겨온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던 한트케 교수는 그것들을 그만 내려놓고 술자리에 합류했다.

환영식은 밤새도록 이어졌다. 흥겨운 담소가 끝도 없이 계속되었다.

“어이쿠, 시, 실수…….”

술에 취한 도스빌 남작이 화장실 가는 길에 그만 구석의 탁자에 있던 한트케 교수의 상자를 치고 말았다. 안에 있던 자료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그는 재빨리 교수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그는 가스통과 함께 조경수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도스빌은 교수가 눈치채기 전에 자료들을 주워다 상자에 담았다.

거기에는 교수와 크리스티앙이 주고받은 편지들도 섞여 있었다. 그중 하나가 펼쳐졌다.

-아, 이름 말인데요. 저번에 제안한 이름도 거절당했어요. 그런 이름을 쓸 바에 그냥 이름 안 짓겠다고 하더군요. ‘금쪽이’가 어때서 그런 거죠? 그의 ‘금’빛 머리카락에 ‘쪽’빛 눈동자를 보고 지은 이름인데……. 예쁘지 않나요? 아, 참,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평범하게 짓지 않냐고 질문하셨었죠? 그런데 그게 어쩔 수 없어요.

마지막 자료까지 쓸어 담은 도스빌은 이만 상자 뚜껑을 닫았다.

-애정이 들어간 이름은 원래 유치하기 마련이니까요.

—-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 (끝)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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