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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36

EP.535 20. 방황하는 성자 (2)

‘방황하는 성자’는 원래 정교회에 존재하는 공식적인 직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평생 병자들을 돕다가 끝내 악마와 동귀어진한 한 남자를 추모하기 위해 교회에서 하사했던 칭호였다.

그런데 민중이 상상 이상으로 그를 신격화하자 정교회는 그 명성을 이용해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기로 했다. 그의 사후에도 의술에 뛰어난 이를 골라 계속 방황하는 성자의 이름을 내려준 것이다.

방황하는 성자의 지위는 공식적으로 총대주교급 추기경과 대등했다. 그러나 다스리는 교구가 없었고, 교황청에 출입도 할 수 없었으며, 교황 선출권도 없었고, 평생 떠돌아다니며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보살펴야 했다. 그것은 정교회가 하층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만든 일종의 기획형 일자리(?)였다.

이는 원래 그 이름의 주인이었던 빅터가 성직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기인했다. 그는 그저 수도원에 기거하던 젊은 학자에 불과했었다. 그러다 역병이 퍼졌을 때, 사람들의 몸을 보살펴주면서 성자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이처럼 방황하는 성자의 실권은 작은 교구의 주교만도 못했다. 그러나 클로드 프롤로가 그 자리에 앉은 뒤 17년이 흐른 지금은 위상이 상당히 변했다.

그는 전임자들과 달리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힘과 명성을 쌓아나갔다.

우선 그는 자신을 따르는 하층민 무리 중 전투력이 뛰어난 이들을 선별하여 자신만의 친위대를 조직했다. 그리고 그는 그들을 이용해 각종 분쟁에 뛰어들어 무시 못 할 영향력을 행사했다.

부상자들을 돌봐준다는 명목으로 한쪽 진영을 지원한다든가, 승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여겨지던 살육과 약탈을 공교롭게 한쪽 진영이 행하려고 할 때만 나타나서 방해한다든가,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를 평화 유지의 목적으로 선점한다든가.

프롤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명분과 지위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하층민 무리를 이용해 분쟁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나갔다. 몇몇 사람들은 그를 정교회의 군벌로 칭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가 단순히 뇌물을 많이 가져다 바치는 쪽 편을 들었다면 그도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정치적인 고려를 우선시하고 움직였다. 덕분에 그는 교회 내외의 권력자들과 방대한 인맥을 쌓고 자신의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현재 교황은 앞으로 몇 년 살지 못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었다. 교황이 서거한다면 전 세계의 추기경 100여 명이 모여서 교황 선출에 들어갔다.

현재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는 셋이었다. 한 명은 제국 수도의 주교 중 하나로 교회에서 태어나 80년의 세월 평생을 교회에 헌신한 노인이었다. 후보 중 나이가 제일 많았고 교회 외부에 인맥이 적은 것이 약점이긴 했지만, 제국 출신 보수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바로 샤를로티아 수도 교구의 미리엘 대주교였다. 그는 역대 최연소 주교 기록을 가진 남자로 교회의 중요한 행사를 처리한 경력이 많았고 교회 내외적으로도 인망이 두터웠다. 그는 현재 후보자 중 가장 폭넓은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 명은 바로 방황하는 성자 프롤로였다. 그는 평판이 그렇게 좋지 않았고 교회 내 지지 기반도 약했지만, 교회 외적으로 쌓은 인맥과 교회 내 주류 세력에 불만을 가진 개혁파들이 잠재적으로 그를 밀어주고 있다는 것이 그의 장점이었다.

이대로 별일 없이 시간이 흐른다면 다음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선출되는 사람은 미리엘 대주교였다. 그는 보수파도 개혁파도 아우르는 포용력이 있었다.

그러나 프롤로는 자신이 교황이 되길 원했다. 더 높은 자리에 대한 욕심도 욕심이지만 이대로 있다간 지금 자리도 지키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방황하는 성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연구실에서 나온 물건들 덕분이었다.

저주 역병을 제거하는 약과 만병을 고치는 치료제.

그는 그것들을 자신이 신께 치성을 올려 제조해낸 것이라고 세상을 속였다.

평소에 그를 욕하던 사람들도 심각한 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바로 그부터 찾았다. 저 힘이 있었기에 프롤로는 지금까지와 같은 권세를 누릴 수 있었다. 그와 그의 군대에 사람들이 함부로 손댈 수 없었던 것은 모두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약을 공급해 주고 있었던 마을이 작년에 불타 없어졌다. 그도 계속해서 성자 행세를 하기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당장 지금은 쌓아두었던 약들을 풀면서 버티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다. 그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 그가 교황의 자리에 그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저희가 요청한 지역을 ‘정화’해 주셨으면 합니다.”

클로드 프롤로는 눈앞에 엎드린 중년의 남자를 바라봤다.

그는 대륙 남부의 대도시인 프라빈에서 온 자였다. 그는 자신을 프라빈의 어느 ‘높으신 분’을 가까이서 모시는 자라고 소개했다. 그 ‘높으신 분’은 프롤로도 일찍이 들어본 적 있을 정도로 이름이 알려진 자였다.

“지금 정화라고 했나?”

프롤로는 짐짓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정화’는 방황하는 성자가 행사할 수 있는 대표적인 권리 중 하나였다. 어느 곳을 역병의 온상이라고 선언하고 지역을 불태워 버리는 것이다.

프롤로는 지금까지 정화를 이용해 몇 번 재미를 봤다. 주로 지역의 세력가들이 특정 구역의 철거를 원할 때, 그에게 정화를 의뢰했다.

꼭 건물을 불태우는 수준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가 정화를 선포한 것만으로도 그곳 지역은 말라죽기 마련이었다. 지역을 통행하는 주민마다 마스크의 착용을 의무화하고, 출입 명부를 작성케 하며, 주기적으로 가구와 자재들을 소각하게 한다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프롤로는 역대 방황하는 성자 중 이 정화의 권리를 자신만큼 잘 활용하는 사람이 없다고 자부했다. 그는 이것을 이용해 정교회가 성당을 세울 땅을 구매하는 데도 몇 번이나 도움을 줬었다.

프롤로는 심부름꾼으로부터 현재 프라빈이 도시재생사업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높으신 분이라는 작자가 정화를 원하는 이유는 지역 재개발의 보상 문제 때문이었다. 도시 개발 목적으로 주민들을 쫓아내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까 정화의 이름을 내세워서 철거해 달라는 것이다.

심부름꾼은 이번 일에 프라빈의 대주교도 엮여 있다는 것을 프롤로에게 넌지시 알려주었다.

프라빈의 대주교는 포스투리카 연방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남방 정교회의 거물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중도 개혁파에 속해 프롤로의 잠재적 지지층에 들어가 있었다. 그에게 빚을 지워두는 것은 향후 콘클라베에서 큰 힘이 될 것이었다.

이것저것 계산을 끝내본 프롤로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프라빈 같은 대도시에 역병이 돌면 큰일이지. 내 서둘러 그곳을 찾아감세.”

“감사합니다, 성자 예하.”

프라빈의 사자가 물러난 후, 프롤로는 막사에서 나와 연무장으로 향했다. 정교회의 문장을 수 놓은 의복을 입고 검은 복면을 쓴 자들이 그에게 인사했다. 그들은 프롤로를 따르는 추종자들이었다. 그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그들의 인사를 하나하나 받아주었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는 결코 가식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다.

교황청으로부터 받은 칭호,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물약, 이들의 무력이야말로 자신의 힘을 이루는 근간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명령이라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러한 광신의 근원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그들에게 그가 베풀어준 사랑이었다. 프롤로는 어느 때나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도록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그의 추종자 중 프롤로의 선량함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무장에 도착한 프롤로는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곳에는 복면을 쓴 거한과 중년의 기사가 서로 대련을 벌이고 있었다. 거한은 무게가 수십 kg는 되어 보이는 거대 도끼를 자유자재로 휘둘렀고, 중년의 기사는 그와 비슷한 크기의 대검을 움직여 거한의 공격을 막아내고 받아쳤다.

둘 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듯한 힘과 기술을 선보였다. 두 사람의 대련을 관람하던 복면인들은 프롤로를 나타난 것을 발견하고 대련을 멈추려고 했으나, 그는 그들을 제지했다.

싸움에 몰입 중인 무인들을 방해할 수 없었다. 둘 다 그의 훌륭한 무기가 되어줄 자들이었다. 두 사람의 실력이 는다면 그에게 좋은 일이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떨어지며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그들의 몸은 물을 끼얹은 것처럼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프롤로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훌륭합니다. 나날이 실력이 느는 것 같군요.”

“아버님.”

복면의 거한이 프롤로에게 허리를 숙였다. 프롤로는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 중에서 특별히 무력과 충성심이 뛰어난 6명을 선발해 자식으로 삼았다. 복면의 거한도 그중 한 명이었다.

“한니발, 내 아들아. 훈련할 때는 복면을 벗어도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괜히 훈련에 방해만 되는 것 같구나.”

“사람들 앞에 나설 때는 어차피 써야 하지 않습니까. 훈련은 실전처럼 하고 싶습니다.”

“편협한 이들의 시선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넌 내 아들이다.”

프롤로의 말에 한니발이 감동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의 이름에 누가 될 수 있습니다. 저희 때문에 아버님이 모욕을 당한다면 저희로서는 더 견디기 힘든 일입니다.”

프롤로를 따르는 복면의 추종자들은 모두 저주받은 자들이었다. 저주 역병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이 낳은 자식 말이다.

그들은 대부분 흉측한 외모를 지니고 태어나 사회에서 핍박을 받아왔다. 그들이 역병의 원흉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었다.

방황하는 성자의 이름 때문에 자연스럽게 저주받은 이들을 퇴치해달라는 의뢰가 프롤로에게 자주 들어왔다. 그는 그때마다 나서서 그들을 감쌌다.

“안타깝게도 내 힘으로는 자네들의 몸을 고쳐줄 수 없네. 하지만 난 자네들이 누구보다 선량한 자들임을 믿네. 만약, 저들이 떠드는 것처럼 자네들이 지옥으로 떨어진다면 내가 자네들을 구하러 지옥에 뛰어들겠네.”

그 방황하는 성자가 자신들을 믿고 지지해주다니. 혐오와 멸시에 찬 시선만 받다가 처음으로 사랑을 받아본 그들이 얼마나 감동했을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들이 프롤로를 따르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한니발과 대련 중이었던 기사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프롤로를 바라봤다. 그의 무례한 태도에 프롤로의 추종자 몇이 그를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기사는 무리에 합류했던 첫날부터 프롤로에게 불손하게 대했다. 프롤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상대는 저주받은 자에게 자식을 둘이나 잃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은 마르틴 코르도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카스티유 지방 어느 영지의 남작이었던 사람이다.

비록 작위는 낮았지만, 그는 카스티유에서 꽤 이름을 날린 자였다. 그는 카스티유 최강의 검객 8명으로 꼽히는 팔무중의 일인이었다.

그는 검술 실력을 제외하면 작은 영지를 가진 평범한 귀족에 불과했다. 그런 그의 불행이 시작된 것은 7년 전의 일이었다.

그의 막내아들이 노예 한 명이랑 눈이 맞아서 야반도주한 것이다. 그것도 상대는 그냥 평범한 노예가 아니었다. 저주받은 이로 불리는 괴물이었다.

“진즉에 알았어야 했다! 갑자기 노예가 갖고 싶다고 했을 때부터 알았어야 했어! 모두 그 계집을 성안으로 끌어들여 보호하기 위함이었군!”

코르도바 남작은 분통을 터트렸지만 이미 일이 벌어진 뒤였다. 그는 금방 지역 사교계에서 웃음거리가 됐다. 귀족의 아들이 괴물과 혼인하다니. 분개한 남작은 막내아들을 죽은 사람 취급하며 그의 행방을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

그가 막내아들의 소식을 듣게 된 것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났을 때였다. 몇 달 전에 사고로 추락한 비행선의 승객 명부에서 아들의 이름을 확인한 것이다.

그는 그제야 아들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 왜 진즉에 화해하지 못했을까 후회했다. 회한에 찬 그는 사람을 보내 막내의 시신이라도 수습하려 했다.

그러다 그는 막내가 해당 사고에서 생존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모 마음을 이렇게 들었다 놓았다 하다니. 남작은 막내가 괘씸하면서 동시에 반갑기도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는 막내를 찾아 해묵은 응어리를 풀기로 했다. 그러나 그가 그런 마음을 먹었을 때는 이미 비행선 사고로부터 1년이 가까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막내의 행방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다 또 1년이 흘렀을 때, 그는 드디어 어느 숲속에 팔 여섯 개 달린 여인과 젊은 남자가 사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을 입수할 수 있었다. 첫째아들이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 동생을 찾으러 갔다.

막내아들과의 해후를 기대했던 남작. 그러나 그가 받게 된 것은 이미 백골이 되어버린 아들이었다.

남작은 막내아들의 장례를 치르고 한동안 그의 무덤 옆을 지켰다. 첫째아들은 동생을 저렇게 만든 원흉을 찾는다고 기사와 병사들을 대동하고 괴물을 추적하러 나섰다.

그리고 몇 달 후, 첫째아들 역시 주검이 된 채 발견됐다. 아들이 마지막에 들렀던 곳에 남긴 흔적을 통해 남작은 아들을 그렇게 만든 범인이 바로 아들이 쫓던 대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날, 마르틴 코르도바는 검을 차고 길을 나섰다. 젊은 시절부터 검을 나누며 친해졌던 검객 몇이 그를 따랐다. 남작은 아들의 복수를 마치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상대를 추적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이미 추적자가 있는 것을 알았는데 쉽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리 없었다.

그래서 그가 몸을 의탁한 곳이 바로 방황하는 성자의 무리였다. 세상에 저주받은 자에 대한 소식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곳이 바로 여기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롤로에게 주기적으로 괴물 퇴치 의뢰가 들어왔다. 그때마다 마르틴은 직접 나서서 상대가 그가 찾는 존재가 맞는지 확인했다.

“이번에는 프라빈으로 향할 겁니다. 겸사겸사 근처의 의뢰 몇 개도 해결할 거고요. 함께하시겠습니까?”

“물론.”

클로드 프롤로와 마르틴 코르도바. 괴물서커스단에 대해 모르는 두 사람이 프라빈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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