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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38

EP.537 20. 방황하는 성자 (4)

유라크네를 만난 원더스타인은 바로 호텔로 직행했다. 원래 밖을 거닐며 분위기를 고조시킨 다음 들어갈 생각이었으나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이미 몸이 잔뜩 달아 있었기 때문이다.

불륜의 짜릿함은 육체적 쾌락보다 사람들을 속이는 긴장감과 아슬아슬함에 있다고 했던가? 지난 사흘간 두 사람이 펼친 비밀 작전은 그녀에게 불륜과 비슷한 두근거림을 선사했다.

“하아, 하아, 단장님……. 어서, 어서요…….”

방에 들어선 그녀는 씻는 것도 생략하고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그가 그녀와 잠자리를 가지지 않은 지도 두 달 가까이 됐다. 욕구가 상당히 쌓여 있었던 모양이었다.

“유라 씨, 일단 씻고 나서…….”

“필요 없어요. 단장님 어차피 비누 냄새 싫어하잖아요?”

그녀의 지적에 원더스타인은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칫, 같이 잔 게 몇 번인데, 그 정도는 알 수 있다고요. 단장님이 어떤 때 흥분하고 안 하는지…….”

유라크네는 겨드랑이로 그의 머리 양옆을 감싸고는 그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 속에 파묻었다.

“자. 선물. 사흘간 머리만 감고 몸은 안 씻었어요. 어때요?”

호텔에 올라오는 길에 이미 별빛을 입에 털어 넣은 그였다. 안 그래도 2주 만에 느끼는 해방감에 몸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런 와중에 그녀의 겨드랑이와 가슴골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맡으니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 각오하는 게 좋을 겁니다.”

“아흣, 기, 기대할게요.”

유라크네가 비녀를 풀려고 했지만, 그는 재빨리 그녀의 손을 붙들었다. 비녀를 풀고 시작하는 것보다 그녀가 흥분으로 몸을 비틀 때 정숙하게 묶어 놓은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풀려나오면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는 게 훨씬 흥분됐기 때문이다. 그녀도 그가 바라는 바를 알아차리고는 비녀에서 손을 뗐다.

“유라 씨.”

“단장님!”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격렬하게 서로의 몸을 탐했다. 혀와 손가락이 서로의 가장 깊은 곳을 누볐다. 끈적한 교성과 뜨거운 숨소리가 오갔다.

“하아, 하앗, 흐윽!”

그녀와 낮에 몸을 섞는 것은 그로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보는 눈이 있어서 그동안 낮에는 둘만의 시간을 가지기 쉽지 않았었다. 당장 그녀가 몇 시간 이상 숙소를 비우면 밥 해주는 사람 어디 갔냐고 찾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나이스와는 낮에도 잠자리를 가져봤다. 그러나 유라크네랑 하는 것은 그녀랑 할 때와 느낌이 달랐다.

아나이스는 유라크네보다 훨씬 날씬했고 허리와 다리의 선이 잘 빠져 있었다. 부피감은 적었지만 아름다운 조각을 보는 것 같은 조형미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낮에 그녀의 몸을 보고 있어도 밤과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낮에 보고 있으면 예술품을 보는 것 같아서 흥분하기보다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반면, 유라크네의 풍만한 가슴과 골반은 대낮에 보고 있으면 묘한 배덕감이 느껴졌다. 원래 옷 속에 숨겨 둬야만 할 음란한 것을 적나라하게 꺼내놓은 모습이 발칙하기 짝이 없어 욕망이 이끄는 대로 마구 주무르고 괴롭히고 싶어졌다.

원더스타인은 무려 3시간이나 그녀를 붙잡고 한 시도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가 절정을 느끼는 것을 넘어 기어이 실신해버릴 때까지 그녀를 안고 또 안았다.

마음 같아서는 앞으로 몇 시간은 더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마침 별빛의 효력이 끝났기에 그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녀는 원망과 만족감이 뒤섞인 신음을 흘리며 이내 잠들어 버렸다.

원더스타인은 정신을 잃은 그녀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바이오맨서의 눈과 스킬북의 힘에는 원예 따위보다 훨씬 좋은 쓰임새가 있었다.

그녀와 떨어진 그는 목에서 차가운 이물감을 느꼈다. 한 뼘 길이의 날카로운 무언가가 그의 목에 박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유라크네의 비녀였다.

“깜빡하고 있었군.”

원더스타인은 손에 힘을 줘서 그것을 뽑았다. 피가 흘러나왔지만, 재생력을 끌어올리자 피는 금방 멎었다.

유라크네는 몸을 섞는 도중에 자신을 물어뜯거나 찌르는 것을 좋아했다. 때로는 목을 조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그녀가 괴롭히기 좋게 조직 경도와 세포 재생력을 낮춰두곤 했다.

원더스타인도 그녀의 기벽이 정상이 아님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이건 키르쿠스가 그녀에게 내린 저주였으니까.

‘에로스와 타나토스’.

암컷 거미가 짝짓기에서 수컷을 잡아먹는 행태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단어였다. 그녀의 기벽을 설명하는 데 그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었다. 그녀는 극도의 흥분 상태에 치달았을 때, 애정과 파괴 욕구에 혼동을 일으키곤 했다.

원더스타인은 그녀에게 내린 저주가 어쩐지 자신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자신도 애정과 동정심을 자주 혼동하곤 했으니까. 자신의 경우는 에로스와 파토스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그녀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자신은 이제 ‘마인화 페널티’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아테레나 노천극장의 시험을 치르고 나서 얻은 새로운 능력 덕분이었다.

[서커스단의 명성이 243 올랐습니다. 명성 500을 달성한 보상으로 ‘감독실’이 해제됩니다. 현재 서커스단의 명성: 688 (다음 보상: 800)]

의상실, 음향실, 소품실에 이은 새로운 명성 보상이었다. 감독실의 능력은 다름 아닌 키르쿠스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공짜가 아니었다. 답변을 얻기 위해서는 데볼루트를 바쳐야 했고 질문의 내용에 따라 소모되는 데볼루트의 양이 달라졌다.

원더스타인은 몇 가지 실험을 통해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무작정 궁금한 것을 묻는 것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단서를 바탕으로 내린 가설을 검증하는 게 데볼루트의 소모도 적었고 답변도 원하는 것에 가까워졌다.

그는 지난 2주간 감독실을 이용해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을 알아냈다.

우선 마인화 페널티는 예상했던 대로 키르쿠스가 내린 저주가 맞았다.

데볼루트는 대상자의 정신 상태를 반영해 육체에 변화를 일으키는 물질이었다. 저주 역병에 걸린 사람의 몸은 그래서 온갖 괴상한 형태로 변하곤 했다.

그에 비해 그들이 낳은 자식들은 일정한 규격을 지니고 있었다. 당장 괴물 단원들의 몸만 봐도 그랬다.

거미 여인, 세쌍둥이, 적혈귀 등. 누군가 역할을 부여한 것처럼 특정 기믹을 철저하게 따랐다.

그 누군가가 누굴까? 생각해 보면 간단한 일이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존재에게는 자아란 게 없었다. ‘저주받은 자’의 몸은 그들 스스로 빚은 게 아니었다.

즉, 그들의 몸은 데볼루트의 주인인 키르쿠스가 손수 만든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바이오맨서의 힘으로도 그들의 몸을 바꿀 수 없었다.

만약, 키르쿠스가 내린 천형을 함부로 변형하려 들면, 그가 직접 개입해 몸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 버렸다. 그는 마주하는 것만으로 사람을 미쳐버리게 만들 수 있는 혼돈의 신이었다. 몸이 복구되는 와중에 저주받은 자는 놈과 접촉하게 되면서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게 되는데 그게 바로 ‘마인화’라고 할 수 있었다.

원더스타인은 TT1에서 각 스테이지의 보스들로 나왔던 단원들을 기억했다. 그들은 지금과 달리 인격이 상당히 뒤틀려 있었다. 모두 타고난 몸을 바꾸려다가 실패한 게 틀림없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을까? 감독실에 질문했지만, 키르쿠스는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답해주지 않았다.

확실한 건 저주받은 자를 박해하는 풍조가 단순히 그들의 외모에 대한 편견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애초에 쥐 대가리를 가진 종족이 버젓이 활보하는 세상인데 단순히 외모가 인간과 다르다고 그 정도로 핍박을 받는 것이 조금 이상하긴 했었다. 아마 마인들이 저지른 짓이 사람들의 인식에 상당히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은 유라크네가 어쩌다가 마인화 페널티가 30% 넘게 진행되었는지였다.

일단 그녀가 자신의 기벽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예전에 그들을 평범한 몸으로 바꿀 수 있다고 했을 때, 그녀만 유독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었다. 아마 그녀는 예전에 비슷한 시도를 하려다가 실패했던 게 분명했다.

그녀가 어떤 일을 했는지는 감독실에 물어보면 확실히 답해줄 터였다. 그러나 원더스타인은 그러지 않았다. 그녀의 과거를 그런 식으로 캐기도 싫었고, 질문 한마디로 들을 수도 있는 답변에 데볼루트를 낭비하기도 싫었다.

여기까지 도달한 덕분에 그는 왜 키르쿠스의 눈을 얻으면 단원들의 몸을 고쳐줄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감독이 부여한 배역을 바꿀 수 있는 건 역시 감독 본인밖에 없다는 것이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목표는 그대로였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서커스 그랑프리를 계속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원더스타인은 쉬는 동안 일정을 한 번 더 검토해보기로 했다. 그는 소품실을 열어 지도를 꺼냈다. 소품실의 능력은 한 번 접촉한 적 있는 물건을 현재 상태 그대로 복사할 수 있었다.

그의 손에 엘라가 평소에 들고 다니는 지도가 들어왔다. 거기에는 그들이 그동안 해왔던 여정이 표시되어 있었고, 그들이 들렀던 곳 아래에는 엘라의 낙서가 가미되어 있었다.

베르그송 영지 (돈줄 get!!)

악스빌 (고등어가 맛있었다)

루즈 (천재 부단장님 데뷔!)

드발체프 (토끼 자식 왠지 기르고 싶은데?)

예테린푸르크 (엘라♡존잘스타인, 시발시발)

보르조미 (유레‘나’클엘‘니’쿠아마)

칼디르 (베티 개잡년)

볼라크 (저걸 어떻게 착각하냐)

인형의 집(찰리ㅠㅠ)

지도를 보면 엘라가 해당 지역에 머무를 때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어떤 것은 웃음이 나왔고 어떤 것은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특히, 선으로 거칠게 지어진 흔적이 역력한 예테린푸르크 옆에 적힌 메모가 그랬다. 분명 기억을 잃었을 때 쓴 것일 것이다. 그녀가 지도를 그에게 보여주지 않으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만, 보르조미 옆에 적힌 유레‘나’클엘‘니’쿠아마의 뜻은 모르겠다. ‘나’와 ‘니’가 나중에 삽입된 것으로 보아 원래는 유레클엘쿠아마였을 것이다. 소리 내어 발음해봤지만 무슨 말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때였다. 한참 지도를 붙들고 고민하고 있는데, 커튼 너머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누구냐!”

원더스타인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둑일까? 아니면 적습?

그가 막 전투태세를 갖추려는데 베란다의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원더스타인은 상대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상대는 바로 자신의 단원이었기 때문이다.

소년처럼 짧게 친 붉은 머리카락. 몸에 딱 달라붙는 검은색의 전신 타이츠에 민감한 부위만 겨우 가린 짧은 조끼와 핫팬츠.

그녀는 바로 카렌이었다.

“와, 단장님, 놀랄 줄도 아시네요?”

“그건 별빛의 효력이 아직 남아서…… 아니, 이게 아니지. 도대체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겁니까?”

원더스타인은 두 팔을 펼쳐 애써 그녀의 시야에서 유라크네를 가리려 했다. 그녀는 그런 그의 시도가 우습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참나. 다 큰 성인들이 무슨 죄지었어요? 유라 언니 몸이야 목욕탕에서 다 봤거든요?”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상식적으로 이런 장면을 보이는 건…… 아니, 말 돌리지 마세요. 어떻게 알고 왔냐니까요?”

카렌은 어깨를 으쓱이더니 원더스타인의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저께부터 단장님 머리 굴리는 거 그냥 딱 보이던데요.”

“그, 그걸 눈치챘단 말입니까? 자, 잠시만요. 그러면 다른 단원들도…….”

“아니요. 그냥 제가 경험이 많아서 그래요. 남정네들 사이에서 제가 뒹군 기간이 10년이 넘거든요. 남자들이 웃긴 게 뭔지 알아요? 평소에는 남 일에 무심 그 자체인데 갑자기 살갑게 굴면서 주변을 살피는 때가 있거든요? 그러면 전 이 인간들 나 따돌리고 떡 치러 가려 하는구나 알게 되죠.”

원더스타인은 머리가 지끈 아파 왔다.

파파엘 서커스 이 인간들. 애한테 좋은 거 가르쳤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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