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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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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여(3)

나는 과연 미친 것일까.

저 아래에서 나를 바라보며 기대를 거는 수많은 눈빛들이, 너무나도 생생히 느껴진다.

하늘의 먹장구름은 여전히 걷히지 않았지만, 나는 제의가 끝나고도 고통스럽거나 실망스럽지 않았다.

스승님이 제단 위로 올라와 내 어깨를 두들겨 주셨다.

다음 번에 다시 해 보자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나를 믿어준 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미소를 지어보였다.

광인(狂人)의 망상일지언정, 제단 아래에서 나를 바라봐주는 수많은 눈빛은, 마치 하늘의 별들 같았다.

하늘의 별은 나를 만나지 않았으나.

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지상의 별들을 돌아보는 데에 성공하였다.

“다시 한 번 시도하겠습니다.”

스승님은 내 옆에서 다시금 천문과 시운을 같이 계산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시운을 계산하여 제의를 치뤘다.

하늘이 몇 번이고 막아섰지만, 나 역시 몇 번이고 도전하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김영훈들이 도를 들고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나에게 하늘을 열어주겠다는 듯!

그러나, 여전히 구름이 있는 하늘은 높았다.

어느 정도 하늘을 날아가고 나면 결국 어도(馭刀)에 실린 기(氣)가 소진되어 다시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렇다고 내가 제의 도중 직접 하늘로 올라갈 수는 없었다.

제사자가 제단을 떠나면 바로 제의가 중단될 테니까.

간혹 열이 뻗쳐 수많은 인영들에게 부탁하여 수천 명어치의 어검(馭劍)이 하늘로 향하게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하늘에 도달하기 전에 기(氣)가 소진되어 무구들은 떨어져내려 버렸다.

몇 번을 더 시도해본 후, 나는 몇천명어치의 강기를 모조리 한 무구에 담아 날려보내기도 하였다.

그렇게 하면 하늘에 도달할 수는 있었지만, 막상 구름이 있는 곳까지 도달해도 기운이 잔뜩 소진되어 평범한 검강 하나 정도밖의 위력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정도의 위력으로는 거대한 먹구름을 약간 흔드는 것 외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흔들린 부위조차 먹장구름이 더욱 더 몰려들어 짙어졌고, 또 다시 실패가 이어졌다.

‘실패, 실패, 실패…’

그러나, 나는 미소를 지었다.

끊임없는 실패의 반복.

하지만, 그 실패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한 걸음씩 올라가고 있었다.

내 제단은 날이 갈수록 높아졌고, 인영들은 날이 갈수록 실체화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늘이여.

나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늘이여, 내게 힘을 내려주십시오.”

나를 허락하십시오.

이젠 9장 크기의 높이가 되어버린 제단 위에서 먹장구름을 올려다보며 하늘을 노려보았다.

* * *

36년차.

나는 점차 어검을 더더욱 멀리 보내는 요령이 늘어갔다.

그 덕인지, 검강을 잔뜩 담아 하늘을 향해 보내면, 그 흔들림이 이전보다 눈꼽만큼 커진 듯 했다.

여전히 저 까마뜩한 구름을 걷어내기에는 부족했지만.

나는 미소를 지었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이렇게.

나는 점차 하늘에 가까워질 것이다.

* * *

37년차.

나는 문득 내 용맥기공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아챘다.

나는 오천명의 인영을 실체화하는 데에 성공했고, 그들에게 전부 강기를 불어넣던 중.

일반적인 무림의 내공심법으로는 원래 이런 어마어마한 내공을 다룬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것을 상기하였다.

‘뭐지? 어째서…?’

나는 한동안 용맥기공을 참오했고, 그러던 중 단전의 중앙, 그곳에 희미한 압력과 흡입력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 흡입력과 압력에 의해 내공이 더욱 더 압축되며, 내공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이었다.

문득 나는 이 현상이 월수월무록에서 설명하는 현상과 미약하게 비슷하다는 걸 눈치챘다.

그랬다.

나는 이제, 오기조원의 끝자락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었다.

‘두 번의 삶을 바쳐서야 겨우 여긴가…’

김영훈은 아마 지금쯤 월도월무록으로 진즉 등봉조극의 극한에 도달했을 터다.

어쩌면, 등봉조극 너머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난 아무렴 어떠냐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어째선지 김영훈이 더 이상 그리 높아보이지 않았다.

저 하늘 역시 마찬가지로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문득, 내가 쌓아올린 제단을 바라보았다.

제단은 이제 15장 크기였다.

약 45미터.

어마어마한 크기.

난 천천히 제단을 올라가며, 오늘의 제의를 펼쳤다.

쿠우우우우!

이번에도 먹장구름이 몰려온다.

하나, 나는 잔뜩 압축된 내공을 하늘로 향해 쏘아올렸다.

이번에는 하늘이 조금 더 많이 흔들리는 듯 했다.

물론 여전히 하늘은 틈새조차 보여주지 않았지만.

나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하늘이여… 보이시오?”

이 미천한 벌레가.

점차 하늘을 흔들기 시작했소.

정녕 나를 허락치 않으리오?

하늘이여.

보시오, 언젠가 당신은 나를 허락하셔야 할 것이오.

나는 하늘의 흔들림을 지켜보며 좋아하는 스승님께 미소를 지어주었다.

* * *

세월이 다시 흘렀다.

나는 어검에 대해 참오하였다.

그리고 점차 맑아져가는 이성으로, 내 주변에 모여든 인영들을 관찰하였다.

‘어찌해야 강기를 더더욱 멀리까지 보낼 수 있는가.’

인영들의 실체화랍시고 좋아했던 적도 있었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인영들이 실체화된 게 아닌, 끊임없는 연습으로 내 어검 실력이 늘어나 다룰 수 있는 어검의 수가 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수가 늘었을지언정, 요령이 늘었을지언정.

어검을 보낼 수 있는 한계는 존재했다.

최근에 단전 중심으로 압력이 생겨나며 내공이 늘어 조금 더 한계가 늘어나긴 했으나.

거기서 거기일 뿐이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기운의 통제가 힘들어지고 내공의 소모도가 많아진다는 점이었다.

난 주변의 인영들에게 물어보았다.

“어찌해야 당신들을 내게서 멀리 떨어지게 할 수 있습니까?”

나는 김영훈에게 물었다.

“김 형, 당신은 알고 있겠지요. 어떻게 해야 어검을 더욱 더 멀리 보낼 수 있습니까? 당신이 강환을 멀리까지 보내는 그 원리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김영훈은 싱긋 웃을 뿐 대답은 없었다.

나도 알고 있었다. 이 김영훈은 내 상상일뿐이기에, 내가 모르는 대답은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홀로 끊임없이 고민했다.

어찌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하늘까지 내 힘을 보낼 수 있을까.

난 시운을 계산하며, 동시에 어찌하면 어검을 더욱 멀리까지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세월은 흘렀고, 요령은 늘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영들은 점차 많이 실체화되었고, 더욱 더 또렷하게 실체화되었다.

* * *

문득, 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내 마음에 있던 인영들이 실체화된 것일까.

‘내가 그리워해서겠지.’

그렇다면, 지금 실체화된 이 인영들은 가짜인가?

‘내 망상이다.’

모든 것이 나의 망상이라면, 이 인영들은 헛된 것인가?

‘헛되지는 않다. 망상과 광기에 힘입어 오기조원의 극한에 달하였다.’

어째서 망상이 현실에 영향을 주는가?

“…망상이 현실에 영향을 준 게 아니다.”

나는 자문자답을 하며 말했다.

“이 인영들은 모두, 나와 함께했던 인연들. 내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내 인연이 영향을 준 것이다.”

나의 인연은 이미 다른 시간선으로 넘어갔을진데, 그렇다면 없는 것과 다르지 않은가?

“…다르다. 인연이 사라졌을지언정… 모두가 남긴 것을 내가 기억한다. 모두… 이 안에 이어져 있다.”

왜 네 안에 이어져 있는가?

“그것은…”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나와 문답을 나누던 자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들이, 나 자신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전에 생각했었던 것이다.

인간은 홀로서 이뤄지지 않는다.

인간은 우리라는 틀 안에서 생겨나며, 자라나고, 그렇게 그 안에서 죽는다.

고로, ‘나’는 단지 나만으로 이뤄져있지 않다.

그렇다.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수많은 환영은, 사실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파사사사!

수많은 인영이, 눈 앞의 존재에게로 흡수되었다.

눈 앞의 존재는 눈에 보일듯 뚜렷해졌다.

그것은 나였다.

나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눠져있다 생각한 것이 전부 나를 이루는 부분이었다면, 너의 무(武) 역시 그러하지 않겠는가?”

“…옳다.”

나는 지금껏 광증과 망상에 빠져 수많은 과거의 인물들을 추억하였으나,

그들은 전부 사실 나를 이루는 일면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를 이루는 부분들이 움직여 어검을 다루었다면.

완성된 나 자신으로서 어검을 다룰수는 없는가?

“깨달음을 얻었는가?”

“그렇다.”

“정신분열이 아니고?”

“하하, 그건 아닌 것 같군.”

“그렇다면, 해 보자.”

나는 눈 앞에 자리한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손에서 강기가 뿜어진다.

눈 앞의 또 다른 나가 양손을 뻗었다.

내 손에서 뿜어진 강기가, 그의 손 안에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는 눈 앞에 자리한 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얼굴이 눈 앞의 나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중에는 내가 죽인 자도 있었고, 내가 미워한 자도, 내가 그리워한 자도, 내가 애틋하게 여겼던 자도 있었다.

적들도 있었고, 부하들도 있었고, 동료들도 있었으며, 제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스승님도 있었다.

나는 문득 나를 바라보던 수많은 눈빛이 마치 별빛과도 같이 느껴졌던 밤을 떠올렸다.

그 무수한 별빛이, 내 안에 있었다.

내 안의 별빛들이 손 안으로 몰려들었다.

수많은 강기가 휘몰아치며 일점으로 귀일한다.

내 손 안에서,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별이 탄생하였다.

나는 그 별을 내 앞의 또 다른 나에게 건냈다.

드디어 나는 이 안에 ‘생명이 있다’고 했던 김영훈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검으로 행동을 입력하고 입력하는 것을 넘어서서.

마침내 ‘자기 자신’을 불어넣는 것.

그것이…

“등봉조극(登峰造極)!”

모든 봉우리의 끝에 올라, 마침내 하늘을 바라보는 단계(登峰造極)!

지난 삶과 이번 삶.

두 번의 삶을 통째로 바쳐서야 이루어냈다.

회귀햇수 40년차!

약 100년에 걸쳐 드디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다시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해가 지고 별들이 떠오른다.

나는 내가 쌓은 제단을 바라보았다.

제단의 크기는 60장에 달했다.

몇십년에 걸쳐 쌓은 제단이다.

이제는, 하늘에 닿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나는 손 안에 별을 쥐고, 제단을 천천히 올랐다.

완전한 밤이 되었다.

제(祭)를 다시 시작하였다.

“하늘의 도움을 바라 수선(修仙)을 걷고자 하는 인도(人道) 서은현이,

갈건야복(葛巾野服)으로 성제단(星祭壇) 올라 지세(地勢)를 살핀 후에 칠성(七星)을 기리고자 동남풍 빌 제!

천지간(天地間) 이십팔수(二十八宿)와 육정육갑(六丁六甲)을 베풀어 각각 방위를 벌릴 제!

동방갑을(東方甲乙) 청제지신(靑帝之神)은 각항저방심미기(角亢氐房心尾箕)를 응하여 청존(靑尊)의 형상을 벌리어 꽂고!

남방병정(南方丙丁) 적제지신(赤帝之神)은 정귀유성장익진(井鬼柳星張翼軫)을 응하여 양존(陽尊)의 형상을 벌리어 꽂고!

서방경신(西方庚辛) 백제지신(白帝之神)은 규루위묘필자참(奎婁胃昴畢觜參)을 응하여 백존(白尊)의 형상을 벌리어 꽂고!

북방임계(北方壬癸) 흑제지신(黑帝之神)은 두우여허위실벽(斗牛女虛危室壁)을 응하여 음존(陰尊)의 형상을 벌리어 꽂고!!

중앙무기(中央戊己) 황령지신(黃靈之神)은 오방차제(五方次第)로 황신기(黃神旗) 꽂고

서은현이 전조산발(剪爪散髮)한 연후 이리 비나이다!”

오른손에는 축문을 써 놓은 나무껍질을 들고,

왼손에는 돌을 깎아 만든 향로를 들고,

하늘의 성좌(星座)를 향하여 제문을 읊는다.

이십팔수의 별자리 중, 내게 맞을 별자리를 선택하여 일곱 별에게 아뢴다.

“인도(人道) 서은현이 수선의 길을 걷고자 할 제!

각항저방심미기(角亢氐房心尾箕) 청존칠수(靑尊七宿)께 아뢰오니, 부디 이를 갸륵히 여기어…”

나는 일곱 별을 노려보며, 제무(祭舞)를 춘다.

그리고, 내가 손에 쥔 작은 별을 옆에서 지켜보던 나에게 건냈다.

나 자신이 미소지으며, 별을 받았다.

그리고 별을 받아든 내가 별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제단의 영기를 끌어올렸다.

“이 소성(小星)에게 기회를 허락하소사! 이리 비나이다!

하늘이여, 천지영성(天地靈性)을 내게 허락하사!

하늘이여, 내게 힘을 내리소사…”

쿠릉, 쿠르릉…

그리고, 역시나 하늘이 먹장구름으로 뒤덮였다.

나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나 자신을 불어넣은, 인간이 만들어낸 별빛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별빛의 기(氣)는 그렇게 크게 소모되지 않았다.

그 안에, 이미 또 다른 나 자신을 집어넣었으니까.

나 자신이, 기운을 완벽히 제어하며 소모도를 0에 수렴하게 하고 있다.

별은 천천히 하늘로 올라갔고, 마침내 구름에 닿았다.

하늘이여,

하늘이여,

하늘이여,

“하늘이여…”

몇 번이고 부르짖고 또 부르짖었던.

“하늘이여!!!!!”

그 거대한 어둠을 향해서.

“내게! 힘을 내놓아라!!!”

그렇게, 일갈하였다.

그리고 빛이 터져나갔다.

별빛이 폭발하며 하늘에 구멍을 뚫는다.

구름이 원형으로 찢어지며, 저 하늘의 별빛이 그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지성이면 감천?

하늘은 감동하지 않는다.

그저 그대로 존재할 뿐.

그렇다면, 벌레처럼 아득바득 기어서, 내가 도달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내가 만들어낸 강환(罡丸)이 터져나가며, 빛의 광류(光流)가 불어닥친다.

그리고 그 안에 불어넣었던 나 자신.

내 안에 있던 수많은 인연들이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지난 삶의 김영훈들, 제자들, 스승님…

그들이 하늘에서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

하늘을 향해 이 두 팔을 뻗은 채, 내게 떨어지는 천지영성(天地靈性)을 받아들인다.

몇 번을 연습하고 상상해왔던 이 순간이다.

결코 놓치지 않는다.

경맥을 움직여 천지영성을 흡수하며, 두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여!”

내가, 이겼다.

나는 그렇게 칠성제의(七星祭儀)를 완료하고, 연기기 7성을 넘어 연기기 8성에 도달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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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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