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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4

54화 제주도 게이트 (여기부터 유료입니다)

제주도 게이트.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면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적색 게이트가 제주시에 뜬 이후, 주민들은 일제히 대피했다.

하다못해 노란색이나 주황색 게이트였다면, 어련히 클리어 되겠거니 하고 주민소계를 버티는 이들도 있었겠지만, 이번엔 적색 게이트다.

던전 브레이크라도 일어난다면 도시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는 건 순식간.

“이번에도 클리어 일부러 안 하고 뻐기는 거 아니죠?”

정치적 시위를 위해 호남평야 게이트의 던전 브레이크를 유도한 것을 언급하는 황금철.

이용완은 뭐 그리 대단한 죄라고 태연덕스럽게 맞받아쳤다.

“게이트 면세특권 확장되면 득 보는 건 후배 님도 마찬가지 아닌가? 다들 눈치 보는 거 내가 총대 멘 건데 왜 이리 찡찡대”

“뭐, 돈은 가능한 정직하게 벌자 주의라서 말임다.”

최근 한국 헌터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은 면세특권 확장이다.

게이트 전리품 판매대금을 최대 1조원까지 면세해주는 초유의 면세법안은 10대 길드를 중심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우리 불새 길드와 같은 10대 길드인 청성, 무진, 상어길드가 밀어붙이는 법안인데, 시간문제죠.”

불새, 청성, 무진, 상어. 그들의 돈을 먹이고 있는 의원들에 외국 이주뉴스 좀 때려주면 지레 겁먹고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다. 그랬어야 했는데…….

‘협회가 지금 이상할 정도로 강하게 나오고 있단 말이지.’

문제는 협회장 오강혁의 태도였다. 한국 1세대 S급 헌터인 그는 국가수호의 상징 같은 존재다.

늙었다곤 해도 그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컸고, 그런 그가 겁먹은 국방위원들과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

“라이온하트 그 미치광이 때문인가.”

“오~ 그 양반? 확실히 크레이지한 양반이었지.”

이용완은 그가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본 황금철에게 물었다.”

“그 친구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뭐, 머리가 좀 맛간 양반이긴 해. 신념이니 기사도니 효율하고는 영 거리가 멀지.”

황금철은 야크트 스피너가 있던 청주 게이트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육중한 다각전차를 상대로 말을 타고 결투를 신청하던 그 어처구니없는 해프닝. 하지만──

“그 힘은 진짜임다. 적어도 나나 선배보단 강해. S급 태반은 그 양반한테 상대가 안 될 검다.”

“…….”

‘그마저도 뭔가 애매하단 말이지.’

야크트 스피너를 개박살낸 장본인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금철은 어째선지 그가 전력이 아니라고 느꼈다.

‘신앙의 힘이니 뭐니 하는 걸 봐선 지금의 강함조차 본래 힘이 아닐 지도…….’

그렇게 생각하니 섬뜩해졌다. 인간이 그렇게까지 강해서 괜찮은 건가?

‘마이 시스터가 한 제안을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나.’

황금철은 동생 연하의 제안을 떠올리면서 게이트에 입장했다.

제주시 게이트. 적색 게이트라 입장하자마자 전투태세를 취한 불새 길드, 황금사자 길드 연합 공략대를 맞이한 건──

“오우, 쉐에에에에에엣…….”

모두를 감탄하게 만드는 ‘붉은 돌’들.

게이트에서 발견되는 가장 흔한 광석이자 현대 문명을 지탱하는 자원.

“뭔 마정석이 지천에 깔렸지?”

“던전형도 아니고 필드형 게이트에서? 이거…….”

마정석이 무엇인가. 게이트를 클리어하면 몬스터의 체내에서 발견되는 신광물이다.

마정석이 비단 몬스터의 시체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게이트에는 NPC라 불리는 인간종족이나 아인종들도 있었고, 그들 또한 죽은 뒤에는 마정석을 남기곤 했다.

게이트에서 마정석을 남기지 않는 건 오직 특정 이종족들과 악마들 뿐.

시체에서 마정석을 채굴하는 것도 일이라 D급 채굴팀들이 고용되어 시체파밍을 하는 것인데…….

‘이건 아예 채굴팀이 필요없는 수준이잖아?’

‘게이트 바깥으로 나가서 대기 중인 채굴팀을 부를 필요도 없겠어.’

‘이렇게 지천에 마정석이 널려 있다는 건…….’

이용완과 황금철 두 사람이 서로를 응시하며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황금 게이트.””

황금 게이트. 공식 명칭이라기보단 일종의 은유법이다. 황금을 쏟아내는 게이트란 뜻이었다.

간혹 있었다. 게이트의 규모도 규모지만, 유독 ‘격렬한’ 퀘스트.

정확히는 끝도 없이 몬스터가 리젠되어 가히 마정석을 끝없이 쏟아내는 게이트.

“퀘스트 확인해!”

이용완은 서둘러 메시지창을 찾았다. 황금 게이트는 어마어마한 마정석을 쏟아내는 퀘스트다. 그렇다는 건 이 게이트 안에는 그만한 규모의 ‘자원’이 있다는 것.

그리고 필연적으로 이 정도 규모가 되려면──

[퀘스트 : 학살당하는 사람들을 구하십시오.]

클리어 조건 : 필드보스 ‘장엄한 게오브릭’을 쓰러뜨려라.

전쟁.

이 게이트는 전쟁 게이트다.

그리고──

“꺄아아아아악! 살려줘!”

“제발! 부탁이야, 죽이지 말아줘!”

게이트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그곳에서 웬 부족이 습격당하고 있었다.

* * * *

습격당하고 있는 부족은 웬 말 탄 기사와 병사들에 의해 도륙당하고 있었다.

“사, 살──”

“죽어라, 버러지 놈들!”

갑주를 입은 병사들이 무저항의 양민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한다.

“……뭐야, 이거.”

게이트에서는 온갖 사건사고가 벌어지고 못 볼 꼴도 많았지만, 이처럼 일방적인 살육은 처음이다.

“야, 양민 구하는 퀘스트니까 저쪽을 구하면 되는 검까?”

“그, 그렇지 않을까?”

연합 공략대는 곧장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잘은 몰라도 저 학살에 마냥 눈 돌릴 만큼 뻔뻔하진 못하다.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저들을 구해야 할 때다.

“멈춰라!”

그때였다. 학살당하는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들던 그때, 그들을 학살하던 기사와 병사 수십 명이 나타나 재빠르게 방진을 짜고 공략대를 멈춰 세운다.

“복장을 보아하니 저 버러지들과는 다르군. 용병대인가.”

“그, 그렇다면?”

“그렇다면?”

선두에 있던 공략대원의 말에 기사가 노기를 띠었다.

“한낱 용병 나부랭이 따위가 기사 앞에서 방자한 언행이로구나. 나는 엠체인 자작령의 나이트 오브 더 렐름(왕국기사) 엠체인 자작의 둘째 아들, 나이트 에란트(편력기사) 댈리온 엠체인이다! 예를 갖춰라!”

“……길다.”

“기사인가. 첫 전투부터 빡센 캐릭 나왔구만.”

댈리온의 호기로운 선언에도 연합 공략대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이쪽에는 B급 헌터만 100명에 A급만 50명이다. 고작 기사와 그 무리에 물러설 규모가 아니다.

오히려 물러서야할 것은 댈리온과 그 병사들이다.

“이놈들이 감히 기사에게 칼을 겨눠! 내 정식기사는 아니라지만, 이 무슨 무례냐!”

진노하는 댈리온. 그런 그에게 황연하가 외쳤다.

“새꺄! 쪽수 딸리는 거 안 보여? 당장 학살이나 그만두시지!”

“학살? 그게 무슨 소리지?”`

“어….”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소리에 황연하도 당황했다. 설마 저 부족을 습격한 학살자들과 다른 소속인가?

“아~ 설마 저 버러지들을 말하는 건가?”

나이트 에란트 댈리온 경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것들을 죽이는 게 무슨 학살이라는 거지? 저것들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다. 이건 학살이 아니라 도축이지.”

“”──?!!””

끔찍하리만치 잔혹한 선언에 현대사회의 주민들이 기함했다.

“그래… 그런 캐릭터란 말이지.”

아무래도 협상의 여지는 없는 모양이다. 공략대는 상대가 틀림없는 악이라 안심했다.

전투가 벌어졌다.

150명이 넘는 공략대를 상대로 불과 오십 남짓의 기사와 병사들의 전투였다.

“제, 젠장…!”

“젠장, 이놈들 강하군!”

처음 기사의 돌격은 강력했지만, S급 탱커 황금철이 손쉽게 막아냈다. 묵직한 위력에 놀란 황금철이었지만, 곧 전투는 공략대의 압승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댈리온 경…! 후퇴를! 후퇴해 왕국기사님께 지원을 요청해야 합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젠마 병사장! 고작 용병 놈들 따위를 어쩌지 못해 기사단을 호출한단 말이냐!”

댈리온은 치욕으로 일그러진 채 죽기를 각오했다. 그가 온몸을 불태우며 신기한 마법까지 부렸다.

“뭐, 뭐야? 마법?”

“기사가 마법도 써?”

“마검사 계열이다! 대응해!”

하지만 그들은 한국 10대 길드의 정예들이다.

전투는 무난하게 승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황금철과 이용완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초입의 잡몹이 이 정도 수준이라고?’

‘기사도 기사지만, 병사들 수준도 높아. 잡병 아닌가? B급 헌터하고도 비비고 있잖아?’

육체능력이 대단한 게 아니다. 철저한 집단전의 능숙함이었다. 불리한 와중에도 병사들의 떨어지지 않고 결속되는 사기. 거기에──

“버텨라!”

“아리아나께서 나를 지켜보신다!”

‘미친 광신도 새끼들!’

신의 이름을 외치며 죽음을 불사한다.

수준이 높은데다, 기세까지 강하다. 무서울 정도였다.

-시발 뭐야 저 새끼들.

-존나 무섭네.

기가 질린 공략대원들이 정체된 그때였다.

“???”

“뭐…, 지?”

공기가 짓눌린다. 공간 째로 압력이 가해지는 것 같은 압박감. 본능적으로 무언가가 온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쿵!

거구의 갑주였다. 아니, 녹색 염료로 칠한 갑주를 입은 기사.

모두의 시선이 저 녹색 기사를 향한다.

녹색의 갑주, 몸의 반절을 감싸는 방패와 거대한 한손망치를 들고 있었으며 투구 속 아이가드 안에서는 이글거리는 시선이 느껴진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공기를 짓누르고 주변을 압도한다.

“뭐, 뭐야. 방금 하늘에서 떨어진 거야?”

스스로 광채를 내는 ‘살아있는 성자’. 신들이 업적을 치하하며 백성들이 칭송하는 왕국 최고위 기사. 그가 읊조린다.

“아직 때가 아니다, 병사들이여.”

음성에서 흘러나오는 강맹한 기운에 환호하며 땅을 두드리고 영광을 노래하는 병사들.

“게오브릭….”

“게오브릭…!”

“장엄한 게오브릭!”

“게르한의 수호자!”

“몽트리올의 괴력기사!”

성배기사(Grail Knight). 장엄한 게오브릭.

칭송하라. 찬미하라. 갈채하라.

신성의 기사가 납시었도다.

“뭐야, 저건…….”

공략대는 갑작스레 하늘에서 나타난 기사를 보고 당황했다. 대체 어떻게? 하지만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었다.

“페, 페가수스?”

천마(天馬)라 불리는 환상종. 날개 달린 말은 수많은 게이트에서도 목격된 바가 적다.

그리고 이 천마를 타고 다니는 자들은 하나 같이 범상치 않은 자들이었으니.

“저게… 그 장엄한 게오브릭 같은데?”

“필드보스가 벌써 떠?”

조금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상황이 나쁜 건 아니다.

필드보스가 직접 납시었다. 그것도 홀로.

보통 보스 몬스터는 수많은 부하들과 함께 등장하는 걸 생각하면 이건 행운이라 할 수 있었다.

“너희들은… 이방인이군.”

게오브릭의 말에 멈칫거리는 황금철. 그뿐만이 아니라 모든 공략대원들이 저 거구의 기사에게 함부로 덤비지 못했다.

“너희들은 어째서 왕국군을 해하였느냐. 대답 여하에 따라서 나의 워해머가 너희들을 향할 것이니.”

“뭐래는──”

황연하의 말을 끊고 이용완이 사람 좋은 미소를 하며 앞장선다.

“이거 참… 오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쪽의 댈리온 경이 저희들을 선제공격하여 대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뭣이! 이 천한 용병놈들이──”

댈리온이 발끈했으나 게오브릭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댈리온 엠체인. 너의 성급함은 과업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내 경고했거늘. 여신의 이름을 내세우며 어찌 경거망동하는가!”

“죄, 죄송합니다…….”

‘오… 생각보다 말이 통하는 타입.’

이거 잘하면 무난하게 해결이 될지도.

“네 성급함에 여섯 명의 명예로운 병사들이 신들의 낙원으로 향했다. 그대가 왕국기사 엠체인 자작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그들의 충정을 받아낼 수 없었을 것이야.”

“크윽…….”

“외인들이여. 내 댈리온을 대신해 사죄토록 하지.”

“아닙니다. 서로 오해를 풀어 다행입니다.

물론 이용완은 게오브릭을 살려서 보낼 생각이 없다. 지금 그는 명백한 평화모드였다. 즉, 방심하고 있단 소리다.

필드보스는 강력하지만, 사람인 이상 이런 방심상태라면 손쉽게 처리가──

“허나, 천한 용병이 왕국의 병사를 여섯이나 죽인 죄. 그 죗값만 치른다면 내 그대들을 살려 보내지.”

“예?”

“어디 보자. 여섯이 전사했으니 딱 육십 명만 목을 내밀게.”

“”…………….””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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