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543

EP.542 20. 방황하는 성자 (9)

성자 빅터는 역병 군주를 처치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그는 상대와 융합한 다음 자신의 세포 전체에 자살 명령을 내림으로써 놈을 사멸시켰다. 그 결과 둘은 영혼이 얽힌 채 나란히 키르쿠스의 뱃속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오랜 세월에 걸쳐 연구를 거듭하며 동생을 다시 현세로 데리고 올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방법이 2개의 트릴을 충돌시키는 것이었다.

그녀는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며 동생을 부활시킬 준비를 해나갔다. 세 마녀도 그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시간의 마신 루터마인의 인공 사도, 토끼 마녀 렐 로헤라.

지혜의 마신 클레벤타인의 인공 사도, 까마귀 마녀 라테나 라센.

지배의 마신 두르곤의 인공 사도, 뱀 마녀 메리사 세르펜티.

마신의 근원을 뜯어와 데볼루트로 제작된 육체에 심자 그들은 사도로서 기능했다. 그녀의 이론이 성공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거기에 고무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이윽고 바라던 동생의 부활에 착수했다. 트릴을 충돌시켜 문을 열고 목표한 지점을 뜯어와 데볼루트로 제작한 육체에 심었다.

동생이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이 생긴 몸을 준비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동생이 예전처럼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웃어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눈을 뜬 실험체 24601번은 그녀의 동생과 전혀 다른 존재였다. 혹시나 역병 군주일 가능성도 각오하고 있었지만, 그조차도 아니었다. 심지어 그는 저주를 받아 웃을 수도 없었다.

실험은 실패하고 말았다. 박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

그녀는 실의에 차 한동안 연구에서 손을 뗐다. 실험체 24601번을 웃게 해보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그것도 성공하지 못했다.

수십 년 전.

그녀는 결국 실험 자체에 회의감을 느꼈는지 그녀의 연구실도, 그녀의 조수도, 그녀의 창조물들도, 만들다 만 병 속의 사도도 내버려 둔 채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제2회 서커스 그랑프리의 어느 날.

클라라는 그동안 모아온 정보들을 바탕으로 18년 전의 일을 직접 본 것처럼 눈앞에 그려볼 수 있었다.

이고르는 두 개의 트릴을 충돌시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했던 실험을 재현시켰다. 물론 그의 목적은 빅터의 부활이나 원더스타인 2호기의 제조가 아니었다. 그는 자기 자신이 키르쿠스의 인공 사도가 되길 원했다.

그는 뜯어낸 키르쿠스의 근원을 자신의 몸 안에 담았다.

원래는 세 마녀나 원더스타인처럼 목적에 맞게 만들어진 육체가 아니면 문이 열리는 순간 그 압력을 감당하지 터져 나가는 게 정상이었다. 그러나 그날 이고르가 있었던 장소는 전 세계에서 키르쿠스를 향한 열기가 가장 뜨거운 장소였다.

그는 서커스 그랑프리를 이용하여 자신에게 부족한 조건을 채웠다. 키르쿠스의 일부는 성공적으로 그의 몸에 깃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원더스타인의 경우와 달리 자신의 자아와 의지가 확고한 존재였다. 그는 바로 100여 년 전 봉인 당했던 역병 군주였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남긴 수식을 그대로 이용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것은 빅터의 혼을 끌어내기 위한 주술이었고, 그의 혼이 감지되지 않자 가장 근접한 존재가 끌려 나와 버린 것이다.

마침내 원더스타인과 대등한 힘을 얻은 이고르였지만, 그는 더는 순수한 자신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을 역병 군주라 일컬었다.

부활한 그는 자신의 앞을 막아선 남자를 보자마자 분노가 폭발했다. 상대는 100여 년 전 자신을 방해하고 끝내 자신을 봉인시켰던 남자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바이오맨서의 충돌. 그 전투의 여파로 원더스테이지는 추락하고 말았다.

클라라가 원더스타인의 손에서 탈출한 것도 그때였다. 그녀는 세상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지식을 쌓았다. 그리고 홀로 탐구한 끝에 그녀는 검은 마도사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오랜 세월 그녀는 원더스타인이 바로 그 사건의 범인인 줄 알았다. 그에게 복종하고 나서도 그녀는 그가 서커스 그랑프리에 참가한 이유가 과거에 했던 실험을 재현하기 위함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인형의 집에서 언니들과 만난 뒤로 그녀는 눈이 뜨였다.

원더스타인이 서커스 그랑프리의 재개최를 획책한 이유. 그것은 바로 세상에 풀려난 역병 군주를 잡기 위함이었다.

그는 이고르의 속내를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가 기회가 있으면 더 큰 힘을 탐낼 것을 알고 있었다.

제3회 서커스 그랑프리는 그에게 던지는 도전장이자 덫이었다. 어디 다시 한번 그날 벌였던 일을 시도해보라고. 자신은 그 자리에서 널 잡겠다고.

이고르는 기꺼이 그의 도발에 응했다. 여기까지는 그가 예상한 대로였다.

그러나 한 가지 그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는 이고르가 그날까지 눈을 몇 개 모으지 못할 줄 알았다.

눈을 타고난 사람은 세상에 천 명도 되지 않았고, 어떠한 마법도 그들을 탐지할 수 없었다. 끽해야 두세 개일 거라고 예상했다. 원더스타인은 이고르가 알고 있는 유일한 눈의 보유자를 친구에게 맡겨 숨기는 데 만족했다.

하지만 이고르는 원더스타인의 예상을 뛰어넘어 움직였다. 바로 ‘크리스티앙 가이드’의 투고 시스템을 이용해 눈의 보유자를 알아낸 것이다.

눈을 타고난 사람은 자연스럽게 공연 보는 것을 즐기기 마련이었고, 그 정도 열혈 관람자면 세계적인 잡지인 크리스티앙 가이드에 점수를 보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이용했다.

원래 공연에 대한 감상은 눈의 보유자라고 서로 다르기 마련이었지만, 인류의 집단 지성이 ‘별점’이라는 보편적 기준을 제시해준 덕에 눈의 보유자끼리는 같은 공연에 대해 거의 유사한 점수를 매겼다.

그렇게 이고르는 수십 명의 눈 보유자를 사냥했고, 몸에 수십 개의 눈을 담을 수 있었다.

고작 두 개의 트릴을 부딪친 것만으로는 사도 급의 힘을 끌어냈는데, 수백 개의 트릴을 이용해 문을 연다면 어떻게 될까?

클라라는 전신을 관통하는 짜릿한 감각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것은 그녀가 병 속에 갇혀 지냈을 때 꿈꾸던 힘이었다.

감히 필멸자로서 상상하기 힘든 거대한 힘. 아마 세상을 손가락 한 번 튕기는 것으로 엎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그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한 클라라는 곧 탄식을 내뱉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바보, 바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분명 시네페쿠스가 내 머릿속에 대고 속삭인 걸 거야.’

‘아닌데.’

‘시끄러워.’

클라라는 자신의 귀를 손바닥으로 탁탁 쳤다. 만우절 이후로 이상하게 마신의 속삭임이 더욱 뚜렷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웽웽 울리는 것을 넘어 하나의 독립된 의지를 지니고 말하는 듯했다.

‘나도 루엘로처럼 정신 기생체가 하나 생긴 건가?’

‘나는 그런 게 아니다.’

‘그럼 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너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알려고 하지 않을 뿐.’

클라라는 그녀의 말에서 어딘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어 털어내 버렸다.

저런 식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말로 사람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 놈의 특기였다. 휘둘리면 자신만 손해다.

‘닥쳐.’

클라라는 이 현상을 그냥 육체 교환의 부작용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안 그래도 그것은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효과들을 많이 남겼다.

클라라의 육체에 대한 정착률이 크게 오른 것이 대표적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원더스타인으로부터 몸을 정비받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왜 갑자기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이 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더스타인이 이고르를 서커스 그랑프리 본선으로 유인해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

그녀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빅터가 될 기대를 받고 태어났으나 그가 되지 못해 창조주에게 버림받았던 그였다. 그에게 드디어 빅터와 같은 인물이 될 기회가 주어졌다.

원더스타인은 바로 100년 전, 빅터가 했던 것과 같은 선택을 할 생각이었다. 역병 군주와 융합을 시도한 뒤, 세포 자살 명령으로 자신의 몸뚱이째 그를 제거하는 것이다.

역병 군주와의 동반 자살.

그것이 언니들이 말해준 원더스타인의 계획이었다.

앞으로 1년 하고도 몇 개월 뒤, 그는 이 세상으로부터 사라진다.

클라라는 차라리 자신이 오라버니를 대신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만우절을 이용해 그와 몸을 바꿨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고르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놈에게 오라버니를 무력하게 뺏기기나 하고 하마터면 그를 살리지도 못하고 그의 계획까지 망칠 뻔했다.

-저, 저 두려웠어요. 이대로 가면 오라버니랑 영영 헤어지게 될까 봐.

-헤어지다니.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저, 정말요?

-그래.

오라버니에겐 분명 다른 믿는 구석이 있을 것이다.

‘정말 괜찮은 거죠?’

클라라는 그를 믿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 이는 불안감은 숨길 수 없었다.

***

숙소로 돌아온 원더스타인은 가스통에게 과제를 검사받았다. 기대한 것보다 제자의 성적이 우수한 것에 그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탄성을 토했다.

“역시 너는 현장 체질인가 보구나. 8시간 만에 이 정도 결과물을 뽑아내다니. 그래. 너처럼 감각적으로 타고난 애한테 이런 좁은 곳에서 화분 하나 가지고 설명해봤자 와 닿지 않는 법이지. 내가 이론 욕심이 앞서서 그동안 너를 너무 괴롭혔구나. 내일부터는 내 수업을 줄이고 개인 과제 활동을 늘리자.”

원더스타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자유시간이 더 늘어난 것이다. 그는 유라크네와 장난스러운 비밀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 상황을 기뻐했다.

원더스타인은 이만 쉬러 올라갔고, 그동안 상황을 삐딱한 자세로 지켜보던 미키가 입을 열었다. 비록 나이 차이가 났지만, 두 사람은 같은 현장 작업자로서 농담을 자주 주고받을 정도로 친했다.

“그런데 그 정원사 일을 계속 단장에게 시킬 생각이에요? 아무리 봐도 서커스 일에 비해 매력이 없는데.”

“누가 엘라의 고향 친구 아니랄까 봐. 그놈의 서커스. 야, 이 녀석아. 정원사가 훨씬 사회적으로 대접받고 좋은 일이야.”

“그냥 밭에 김매고 거름 주는 농부랑 별다를 거 없는 것 아니에요?”

“크악!”

가스통은 뒷목을 잡는 자세를 취했다.

“어린 녀석이 뭘 안다고!”

“솔직히 정원사 하면 떠오르는 사람도 없잖아요. 정원사로 성공한 사람이 있어요?”

“왜 없어. 몬테 카빌이랑 아델 휴프리스, 칼 르미융…….”

“다 처음 들어요.”

“나도, 나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우몬이 끼어들었다. 가스통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이런 무식한 것들.”

“그게 아니라 정원사가 원래 그 정도 직업이라는 거죠.”

“맞아, 맞아.”

손자뻘밖에 안 되는 핏덩이들에게 놀림을 당한 가스통은 불퉁한 표정을 짓고는 곧 한 사람의 이름을 더 꺼냈다.

“그 성자 빅터도 정원사였어!”

“그 사람 수도사 아니었어요?”

“설마 수도원에서 포도주 밭을 가꾸던 걸 정원사로 치환하려는 건 아니죠?”

“와, 어린애랑 말싸움에 안 지려고 우기는 것 봐.”

가스통은 답답함에 가슴을 쾅쾅 쳤다.

“빅터는 성직자가 아니야. 하여간 정교회 자식들이 다 자기네 위인이라고 주장해서……. 그는 연금술사이자 정원사였어. 옛날에는 수도원에 기거하는 학자들이 많았거든? 템플 스테이라고 해서. 빅터가 거기서 맡았던 일이 바로 정원 관리였어.”

“뭐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빅터가 명성을 얻은 건 정원 일을 통해서가 아니잖아요.”

“옳소, 옳소.”

우몬이 다시 맞장구쳤다. 가스통은 무식한 애새끼들이라며 속으로 중얼거리며 설명을 이어갔다.

“너희들이 모르는 거지. 완두콩 재배를 통해 ‘유전의 법칙’을 알아낸 것을 시작해서 ‘유전자’의 존재를 증명하고 그것이 ‘염색체’에 존재한다는 것과 그 기반 물질이 ‘DNA’라는 것, 마지막으로 DNA의 구조가 ‘이중 나선’이라는 것까지 밝혀냈지.”

두 사람은 연금술 길드의 마스터가 하는 말을 단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들은 평범한 10대 소년들이었다. 그들이 알아들은 것은 빅터가 완두콩을 재배했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만약, 여기 마야가 있었다면 그가 맞는다는 것을 알려줬을 것이다. 그녀는 예테린푸르크에서부터 성자 빅터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 자리에 없었다. 그녀를 비롯한 네 사람은 점심 먹고 나가서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때, 밖에서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