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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46

EP.545 20. 방황하는 성자 (12)

“그랬군요. 네. 많이 배우고 오세요. 응원하러 오겠다고요? 하하, 그럴 것까지야. 별로 중요한 대회도 아니고. 네. 알겠어요. 그럼 며칠 있다가 봐요.”

은막에 머물면서 아르노의 가르침을 받기로 한 마야는 원더스타인에게 연락해 정식으로 허락을 받아냈다. 그래도 그를 스승으로 두고 있는 이상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배움을 청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더스타인으로서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원작에서 아르노는 마야를 2년 만에 대마법사의 경지로 끌어 올렸다. 원래의 역사대로 흘러갔다면 그녀는 벌써 그 자리에 올랐을지도 몰랐다. 그는 그녀가 과연 얼마나 성장해서 돌아올지 기대가 됐다.

마야와 대화를 마친 원더스타인은 숙소 마당으로 나갔다. 그가 향하는 곳은 바로 베티의 피해자들이 머무르는 우리였다.

그가 철창 앞으로 다가가자 동물들이 그에게 몰려들었다. 사자, 호랑이, 고릴라, 코끼리, 표범, 말, 앵무새 등. 그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원더스타인을 바라봤다.

“키르쿠스께서 답을 내려주셨습니다.”

명성 500 보상으로 얻은 능력인 ‘감독실’은 원래 게임 시스템에서 제작자에게 의견을 보낼 수 있는 ‘신고 및 문의’ 기능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이 여기서는 키르쿠스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는 Q&A로 기능하고 있으니 적절한 치환이라 할 수 있었다.

하나의 답변을 받아내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그는 어제 키르쿠스에게 ‘베티의 피해자들을 원래 몸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질문을 던졌고 방금 막 답변을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러분은 원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의 말에 동물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했다. 꽤 격한 움직임과 울음소리가 오갔다. 긴 인고의 세월 끝에 마침내 원래 몸으로 돌아갈 희망을 찾았으니 그들로서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더스타인은 그들에게 주술의 내용을 대강 추려서 알려주었다. 우선 서커스 그랑프리 본선에 진출해 원더 스테이지에 올라 트릴 앞에 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이다.

그들은 그럴 만하다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베티도 트릴의 파편과 인스피라를 이용해 자신들을 이 꼴로 만들었으니 그것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키르쿠스의 힘이 그 이상으로 필요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원더스타인은 자신에게 감사를 표하는 동물들을 보며 드디어 마음의 큰 짐 하나를 더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자신이 헛된 희망을 미끼로 그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건 원더스타인으로서도 상당히 양심이 찔리는 일이었다. 현세에서의 그도 그렇게 전능교의 거짓말에 속아 친구들을 모두 잃지 않았던가.

***

전능교가 누구보다 빠르게 세를 불릴 수 있었던 것은 교주의 안수 치료 덕분이었다. 그가 손을 대면 말기 암도 낫고, 끊어졌던 신경도 이어지며, 없던 사지도 솟아난다는 말들이 퍼지면서 전국의 불치병 환자들과 장애인과 그들의 가족들이 대거 전능교에 가입한 것이다.

물론 원한다고 해서 누구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교에 기여도가 높은 사람만이 교주의 은총을 받을 수 있었다. 주로 정치인이나 연예인, 고액 기부자들이 그 대상이 되었다.

원래 전능원에 있는 아이들로서는 그 기여도를 채울 방법이 없었다. 그들이 평생을 번다고 해도 얻기 힘든 거금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는 다른 방식으로 그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예곡 읍의 전능원에서는 허수아비, 마녀, 깡통이 거기에 속했다.

그들이 17살이 되던 해, 그들은 본당의 집회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교주가 각지에서 공연 활동을 하는 전능원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한 것이다.

원장은 세 사람에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교주님이 은혜를 베풀어줄 거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허수아비는 가슴이 거세게 뛰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평생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웃기고 있네.”

그러나 그의 친구는 원장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릴 때라면 몰라도 그들의 나이는 17살이었다. 나름 세상을 알 만큼 알았다. 안수 치료 따위야 여느 사이비 종교에서도 흔히 사용되곤 하는 속임수였다. 손대는 것만으로 사람의 몸을 치료하는 일 따위 가능할 리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그렇게 많은 사람이 믿고 따르는 걸 보면 분명히 뭔가 있을 거야.”

“으휴, 이 멍청이. 그렇게 너희 같은 바보들이 따라주니까 다른 사람도 혹해서 따라가는 거야.”

깡통. 첫 공연인 ‘오즈의 마법사’에서 양철 허수아비 역할을 맡아 그런 별명이 붙은 그는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허수아비는 친구가 평소 신문과 뉴스를 자주 봐서 세상을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했다. TV에 나오는 게 세상의 전부라면 세상에 살 만한 세상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까지 전능원에 지내면서 여러 일이 있었지만, 허수아비는 치료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언젠가 나비가 될 꿈을 꾸는 애벌레들. 줄여서 꿈들레 축제.

그것은 그들이 처음으로 올랐던 무대의 이름이자 지금도 매년 참가하고 있는 장애아동 행사의 이름이기도 했다.

허수아비는 자신이 바로 그 애벌레라고 믿었다. 언젠가 나비가 될 그 애벌레 말이다.

그런데 깡통이 교주를 불신하는 것은 단순히 사람이 삐딱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전능원에는 주기적으로 일반 신도들이 봉사 활동을 오곤 했는데, 깡통은 그중 어떤 아저씨와 친해져 있었다. 그가 교주의 치료를 불신하는 것은 그 아저씨에게서 들은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희들 본당의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며?”

“네. 어쩌면 제게 팔과 다리가 생길지도 몰라요.”

아저씨의 질문에 허수아비가 신나서 대답했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남자와 깡통의 표정은 떨떠름했다. 그들은 교주의 치료를 믿고 있지 않았다.

“아저씨는 전능교의 신도 아니에요? 근데 왜 교주님을 안 믿어요?”

“아, 그러니까, 나는…… 그래. 좋아. 이 아이가 널 믿고 있으니 나도 믿어야겠지. 나는 말이다. 사실 전능교의 신도가 아니란다. 나는 전능교를 조사하러 잠입한 거란다.”

깡통과 친한 아저씨는 검찰에서 파견된 수사관이었다. 그가 전능교에 들어와 깡통에게 접근한 것은 그들이 본당의 집회에 불려갈지 모른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전능교는 가끔 각지의 전능원에서 아이들을 선발해 공연을 펼치게 하지.”

“그건 저희도 알고 있어요. 이번에 우리 말고도 몇 군데서 애들이 온다고 들었어요.”

“그래. 우리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미리 전능원에서 외부 행사를 뛰는 애들에게 접근한 거란다. 그리고 그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협력을 얻어낼 수 있겠다 싶으면 이렇게 접촉하는 거지. 깡통에게는 이미 말했다만, 내가 부탁하고 싶은 건 너희들이 공연을 참석할 때 이쪽에서 제공하는 녹음기와 카메라를 장착해 달라는 거야. 이상하게 너희들을 초대하는 이 집회만은 접근이 쉽지 않았거든. 다행히 무대에 오르는 아이들의 복장이나 소품은 절대 안 건드린다고 하니까 너희에게 이 일을 맡기고 싶구나.”

아저씨가 여기까지 얘기했을 때, 깡통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허수아비를 바라봤다.

“난 저 제안에 반대했어.”

“왜?”

“이 아저씨가 무지 재수 없는 소리를 했거든. 그 안에 들어갔던 애들의 행방이 모두 묘연하다는 거야. 수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말이야!”

“수, 수백 명이라고?”

허수아비가 두려움에 몸서리쳤다. 그러자 지금까지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마녀가 나섰다. 그녀는 벌벌 떠는 허수아비의 몸을 끌어안으며 그를 진정시켜 주었다.

“괜찮아. 아직 가겠다고 한 것도 아니잖아?”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허수아비는 금방 두려움이 가라앉았다. 턱과 입을 제외하곤 온통 녹색의 혹으로 뒤덮인 탓에 사람들의 무서움을 사는 그녀였지만, 그는 그녀만 보면 편안함을 느꼈다.

“우선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자. 아저씨, 어떻게 수백 명이나 실종되었는데 지금까지 모를 수 있었죠?”

마녀의 질문에 남자는 한숨을 내쉬더니 감춰왔던 이야기를 꺼냈다.

“부모도 없는 데다 의무 교육 기간도 지난 중증 장애인들이니까. 찾을 사람도 없으니 숨기기도 쉬웠지. 수천 명이나 되는 장애아동을 돌봐주고 있는데 1년에 십수 명이 사라지는 일에 누가 관심을 가지겠니. 어차피 전능교가 돌보지 않으면 그 10배의 인원이 매년 무관심 속에서 죽어 나가는 게 현실인데. 그나마 이번에 검찰에서 본격적으로 전능교를 조사하다 보니 알 수 있었던 거란다.”

“어쨌든 나는 이래서 아저씨의 제안을 거절한 거야. 흥. 그런 위험한 곳에 어떻게 들어가?”

“그럼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는……?”

“네가 아무리 말을 해도 못 알아먹으니까! 너는 자꾸 치료를 받으러 가겠다고 우겼잖아? 이런 얘기라도 들려줘야 정신을 차리지.”

“나는 설득 안 해?”

마녀가 조금 섭섭하다는 듯 묻자 깡통은 코웃음을 쳤다.

“넌 어차피 허수아비가 하자는 대로 할 거잖아?”

“뭐?”

“내가 꼽추지 소경이냐. 그걸 모르게. 몇 년을 같이 있었는데. 너희 둘 다 진짜 알기 쉬워. 물론 나는 네가 이 바보 멍청이한테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간다만…….”

“아…….”

마녀는 속마음을 들켜 부끄러운지 배시시 웃었다. 그러나 허수아비는 두 사람 사이의 대화 속에 담긴 속뜻을 읽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쨌든 내가 가면 마녀도 간다는 거지?”

“그래. 넌 친구를 죽을지도 모르는 곳에 밀어 넣고 싶냐? 뭐 네 여자친구가 더 예뻐지길 바라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만…….”

“여, 여자친구라니! 아니야, 아니야! 나 따위가 어떻게…….”

“봤지? 내가 얘를 바보 멍청이라 부르는 이유 중 하나야.”

“확실히…….”

마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수아비는 자신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그녀를 보며 조금 상처를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화내는 그 표정도 예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마녀는 안 그래도 예쁜걸. 아무리 교주님이라도 얘를 더 예쁘게 만드는 건 무리일 것 같아.”

그의 말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깡통은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마녀는 기분이 좋은 듯 소리내어 웃었다.

“봤지? 이게 내 이유야.”

“확실히…….”

깡통은 수사관을 향해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봤죠. 이렇게 됐으니 우린 그냥 포기해주시죠, 수사관 아저씨.”

남자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불의에 대한 분노를 부추기려고 꺼낸 이야기였는데 오히려 역효과만 난 셈이었다.

“좀 받아주면 안 될까? 별일 없을 거라고 내가 약속할게. 집회가 열리는 날, 우리는 경찰들과 외부에서 카메라로 촬영되는 영상을 보고 있다가 증거가 확보되면 바로 쳐들어가서 체포할 거니까. 너희들로서도 나쁜 일은 아닐 거야. 내부 고발자로 활약하게 되면 신고 포상금도 있거든. 무일푼 상태로 여기를 나가봤자 어딜 가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텐데? 특히 네가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얘들이 밖에 나가서도 널 돌봐줄 거 같니?”

수사관은 허수아비를 슬쩍 자극했다. 가장 치료에 미련이 많은 것 같은 그가 가장 꾀기 쉬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그런 말을 내뱉는 순간, 깡통과 마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말이 좀 심한 것 같은데, 아저씨?”

“우린 예전에 맹세했거든요. 여길 나가서도 셋이 함께 살기로.”

“아니, 내 말은…….”

“쳇, 그래도 좋은 일 한다는 양반이라고 들어주고 있었는데.”

“수사든 뭐든 알아서들 하세요. 저흰 안 갈 테니까.”

깡통과 마녀가 이만 허수아비를 데리고 물러나려 했다. 그러나 허수아비는 그들의 손길에 호응해주는 대신 몸에 힘을 주고 버텼다.

“야야.”

“왜 그래?”

“난 가고 싶어.”

“뭐?”

허수아비는 곰곰이 생각했다. 교주의 치료가 가짜건 진짜건 일단 가 봐야 아는 일이었다. 혹시나 몸을 고칠 가능성이 있는데 지레 겁먹고 포기하기는 아쉬웠다.

그리고 만약에 교주의 치료가 사기로 판명이 난다고 해도 좋았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달고 간 카메라와 녹음기에 담긴 자료들로 포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수사관이 도발적으로 던진 말이 허수아비에게 먹혔다.

물론 그는 친구들을 믿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그를 두렵게 했다. 솔직히 몸을 치료할 수 없는 것보다 친구들이 자신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게 더 무서웠다. 돈이라도 있으면 친구들에게는 덜 미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신 저 혼자 갈게요. 혹시나 위험한 일이 벌어져도 저 하나만 끝난다면 다행이고요.”

“야, 이 녀석이 개소리하는데 어떻게 할까?”

“꿀밤이지.”

딱. 마녀의 주먹이 허수아비의 정수리를 때렸다. 그는 억울한 듯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를 올려다봤다.

“왜, 왜 그래?”

“너 하나로 끝난다면 다행? 웃기고 있네. 뭐가 다행이야!”

“살아도 함께 살고 죽어도 함께 죽는다. 그렇게 약속 했잖아?”

“그, 그건…….”

깡통과 마녀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이 망할 고집쟁이 친구 때문에 그들에게는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었다.

“저희도 참가할게요.”

“대신 포상금은 3배로 주셔야 해요.”

“좋아. 좋은 그림이 나온다면 3배가 아니라 10배까지도 내가 힘써보지.”

그렇게 세 사람은 전능교의 본당에 있는 집회에 참석하게 됐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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