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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47

EP.546 20. 방황하는 성자 (13)

전능교의 본단은 강원도의 깊숙한 산골에 있었다. 국도에서 나와 2차선 도로를 30분을 넘게 달리자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건물들이 나타났다. 그 건물들이 서 있는 부지는 대강 훑어만 봐도 어지간한 대학교 캠퍼스 이상이었다.

“여기 어디에 경찰들이 잠복해 있다는 거지?”

“아까 산을 타기 전에 길옆에 비닐하우스 몇 개 보였잖아. 거기에서 대기하고 있대.”

“오는 데 20분 정도 걸리겠네. 정말 괜찮은 것 맞겠지?”

세 사람은 불안감을 간신히 억누르며 차에서 내렸다. 주차장에는 그들 말고도 다른 지역에서 올라온 아이들이 있었다. 수를 헤아려 보니 대략 30명 정도 되는 듯했다.

“전능하신 분의 귀한 자식들이 이렇게 모였군요.”

자애로운 인상의 중년 여인이 그들을 맞이해주었다. 그녀는 전능원의 원장들보다 직급이 높은지 ‘권사님’이라고 불리며 깍듯한 대우를 받았다.

그녀에게 허리를 굽히지 않는 사람은 딱 한 명, 허수아비 일행을 데려온 예곡 지부의 원장뿐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가볍게 고개만 숙였고, 그녀도 원장 중 유일하게 그에게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우리 원장이 교단 안에서 제법 높은 직급에 있다더니 사실이었네.”

“그런데 왜 원장 일을 하고 있대?”

“몰라.”

아이들은 본단의 부지를 가로질러 예배당으로 향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커다란 건물들이 부지 곳곳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사람들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수사관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이 집회가 있는 시기가 되면 일반 신도들을 모두 본단 밖으로 내보낸다고 했다. 그래서 예배당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부지 내에서 가장 큰 건물 앞에 도착했다. 그곳은 제법 사람이 북적이는 느낌이 났다. 건물 앞에 나와 있는 사람도 많았고, 안에서는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은 건물의 후문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험악한 인상의 신도들이 복도 곳곳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들이 안내받은 곳은 바로 예배당의 뒤편에 있는 대기실이었다.

“다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은 여기서 3일간 숙식하며 연습한 다음 무대에 오르게 될 겁니다.”

권사가 그들에게 대본을 나누어 주었다. 그것은 ‘독 사과’라는 연극으로 백설 공주 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었다.

전능교 측에서 연극에 필요한 다른 인원을 모두 제공해주었기에 그들은 순수하게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배역을 정하는 데 약간의 충돌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들 중 가장 나이 많은 누나 한 명이 나서서 정리하자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다.

그녀는 겉보기에 일반인과 전혀 다르지 않게 생겼다. 다만, 손가락들이 둥글게 말린 채 서로 붙어 있어서 손이 하나의 둥근 공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 지역에서 ‘도라미 누나’로 통하고 있었다.

그녀는 분량도 적고 주목도 안 받는 배역을 자청해서 맡았다. 그뿐만 아니라 공연 외적으로도 남들이 꺼리는 일을 솔선수범해 처리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언제나 다른 아이들의 기분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녀를 그들의 리더로 여기며 따르게 되었다.

“마녀야, 허수아비가 도라미 누나한테 반한 모양인데? 아까부터 계속 저 누나만 쳐다본다.”

“야, 어딜 한눈팔아! 연습에 집중 안 해?”

마녀가 드물게 화를 내며 허수아비의 등을 찰싹 때렸다. 그는 원망스러운 눈으로 친구를 흘겨봤다. 깡통은 그런 친구를 보며 배를 부여잡고는 낄낄 웃었다.

그 꼴이 얄미웠던 허수아비는 데굴데굴 굴러가 그의 다리에 몸통 박치기를 먹였다. 그러자 그는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쓰러졌다.

함께 연극을 준비하다 보니 아이들끼리는 금방 친해졌다. 서로 비슷한 처지다 보니 쉽게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아이들에겐 3일의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공연 당일이 되자 헤어진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다들 알고 있지? 이번 공연만 잘 해낸다면 교주님께 몸을 치료받을 수 있다는 거?”

“교주님과 본단 사람들이 감동할 멋진 공연을 해보자고.”

“멀쩡한 몸으로 밖에 나가서 다시 만나는 거다?”

아이들은 서로 격려하며 무대에 오를 준비를 했다. 다들 흥분과 기대감으로 잔뜩 들떠 있었다.

“좋아. 채증 준비 완료.”

깡통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허수아비의 몸에 달아주었다. 마녀의 혹 중에는 경질화가 진행되어 나무껍질처럼 뜯어내도 피가 안 나는 부분이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뜯어내어 혹 안에 물건을 숨기고 다시 덮음으로써 몰래 물건들을 이 안에 가지고 들어올 수 있었다.

“모두 큰 소리로 웃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여러분의 몸에 전능한 분의 축복이 깃들 수 있습니다. 이미 여기에는 그것을 경험해본 분들이 많을 겁니다. 자, 그럼 다 같이 연습해 볼까요?”

권사의 신호에 따라 관객들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로 보아 최소 수백 명의 사람이 집회에 참석한 듯했다.

잠시 후, 막이 올랐다. ‘독 사과’는 백설 공주의 기본적인 서사 구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었기에 공주의 탄생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권사가 읊어주는 내레이션 함께 공주의 친모인 왕비가 등장했다. 왕비의 역할을 맡은 사람은 바로 도라미 누나였다. 초반에 대사 몇 마디 던지고 퇴장하는 별 볼 일 없는 배역인데도 그녀는 기꺼이 그것을 맡았다.

허수아비는 무대의 막이 오를 때부터 무대 한구석에 매달려 있었다. 그의 역할은 ‘마법의 거울’이었다. 아무런 움직임 없이 벽에 걸려 대화만 하면 되었기에 이 배역을 소화하기에 그보다 더 적절한 인물이 없었다.

그는 조용히 도라미 누나가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녀는 이곳에 모인 사람 중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났다. 솔직히 말하면 그녀는 전능원에 있기 아까울 정도였다.

연기력은 일반인 배우들에 뒤지지 않았고, 가창력도 여느 가수들 이상이었으며, 외모 역시 잡지에 나오는 모델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가르치는 실력도 뛰어나 지난 3일 동안 아이들의 연기를 지도해주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그녀를 은근 경계했던 마녀조차 나중에는 그녀를 존경하고 따랐다. 그녀는 모두의 우상이었다.

그런 그녀가 조명을 받으며 수백 명의 사람 앞에 섰다. 허수아비는 그녀에게 집중되는 시선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당신들도 눈이 있으면 알겠지? 저게 우리들의 대표라고.

“백설 공주를 낳은 왕비는 그녀를 위해 천장에 아름다운 눈꽃 장식을 달아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다 그만 발을 헛디뎌 사다리에서 떨어지고 말았답니다.”

사다리에 선 도라미의 몸이 휘청이더니 뒤로 넘어갔다. 하지만 허수아비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의 몸은 천장에 매달린 줄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연습 때 그랬던 것처럼 느릿한 속도로 땅에 추락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 벌어졌다. 땅에 추락해야 할 그녀의 몸이 공중에 덜컥 멈춰 선 것이다.

“크헉!”

허수아비는 그녀의 목이 기괴한 각도로 꺾이는 것을 보았다. 줄이 그녀의 허리가 아니라 목에 걸린 것이다.

“크헉, 크윽, 컥!”

도라미 누나는 자신의 목을 옥죄는 줄을 벗겨내기 위해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그녀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지며 그녀의 입은 거품을 부글거리며 토했다.

멀리서 백설 공주의 인형이 담긴 요람을 흔들던 유모 역할의 배우가 놀라서 달려왔다. 그녀는 이 ‘사고’를 보며 누군가 조치를 취해주길 바라며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벙어리인 그녀는 말을 하지 못했다. 입에서 꺽꺽대는 소리만 나왔을 뿐이었다.

“뭐라고요? 시녀가 뭐라고 외쳤지만 잘 들리지 않네요.”

권사가 비웃음 가득 담긴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더했다. 객석에서 폭소와 야유가 터져 나왔다.

허수아비는 머리가 멍해졌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권사 아줌마는 지난 3일간 그들을 친절하게 잘 돌봐준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우리를 비웃을 수 있는 걸까.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도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권사는 계속해서 조롱기 가득한 해설을 읽어내려갔다.

“왕비는 살려고 발버둥 쳤어요. 목에 걸린 밧줄을 풀려고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밧줄이 풀리지 않네요. 아하, 그녀는 손가락이 없었군요.”

도라미의 뭉툭한 손은 목에 걸린 줄을 풀기 위해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 필사적인 몸부림을 관객들은 비웃었다. 온갖 멸시와 혐오가 담긴 조롱이 무대 위로 쏟아졌다.

이윽고 도라미 누나의 몸부림이 멈췄다. 그녀의 몸은 한 뼘이나 되는 혀를 길게 내밀며 줄에 매달려 흔들거렸다.

곧이어 그녀의 치마 아래로 오물들이 흘러나왔다. 괄약근이 풀리면서 장 안의 배설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다. 교수형 당한 시체는 몸에 가해지는 압력 때문에 사망과 동시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끄억!”

유모 역할의 배우는 그 장면을 보고 경악해 무대 뒤로 달아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천장 위에서 여러 발의 쇠뇌가 발사되더니 그녀의 몸을 꿰뚫었다. 그녀는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을 뒹굴었다. 목소리가 없으니 당연히 비명도 없었다.

“왕비가 죽은 현장에서 도망치던 유모가 범인으로 몰려 사살되고 말았네요.”

다시 한번 객석에서 폭소가 쏟아졌다. 허수아비는 얼어붙은 채 가만히 그 꼴을 지켜봤다.

“빨리…… 빠, 빨리…….”

허수아비는 마이크에 대고 필사적으로 중얼거렸다. 수사관과 경찰들이 카메라를 통해 이 장면을 봤을 것이다. 그는 어서 바깥사람들이 이곳으로 달려와 주길 바랐다.

하지만 며칠 전에 본 비닐하우스에서 본단 입구까지 차를 몰고 오려면 최소 20분은 걸렸다. 거기에 길을 막아서는 경비들까지 헤치고 예배당까지 도달하려면 30분 이상은 거릴 터였다.

그때까지 몇 명의 친구들이 더 죽을까?

허수아비는 공포에 질려 몸을 떨며 객석을 바라봤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화살에 몸이 꿰뚫려 피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친구를 비웃고 있었다. 온갖 모욕적인 언사가 무대 위로 쏟아졌다.

대기실에서는 이곳의 상황을 알고 있을까? 허수아비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흡음재가 채워진 두꺼운 이중문이 열리기 전까지 그들은 밖에 관객들이 모여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마 친구들은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를 것이다.

얼마 안 가 유모 역할의 친구가 숨을 거뒀다. 무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올라와 그들의 시체와 그들이 남긴 흔적을 치웠다.

공연은 계속되었다. 다음 장면을 연기할 배우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백설 공주가 스스로 강철 바늘 속에 뛰어들어 발버둥 치다 죽었고, 휠체어를 탄 계모가 무대 장치에 깔려 고통 속에 신음하며 죽었다.

전능교 측은 이미 원작의 진행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아무것도 모른 채 무대에 올라와 진지하게 연기를 시도하는 아이들이 비참하게 죽어가는 꼴을 비웃는 것뿐이었다.

허수아비는 친구들이 올라올 때마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라고 외쳤다. 그러나 투명한 관 안에 갇힌 그의 목소리는 그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원래 그가 들어 있는 ‘마법의 거울’ 안에는 마이크가 있어서 밖에서도 소리가 들렸는데 지금은 그게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눈물 콧물을 쏟으며 유리에 몸을 부딪치는 것도 관객들에겐 여흥이었다. 그가 몸부림칠 때마다 그들의 비웃음이 점점 더 커졌다.

허수아비는 이다음 장면이 뭔지 알고 있었다. 바로 사냥꾼 역할의 친구가 나올 예정이었다. 그래서 더 힘껏 발버둥을 쳤다.

곧 활을 등에 메고 칼을 허리에 찬 깡통이 무대에 올랐다.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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