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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5

55화 입단 시험 (3)

55화 입단 시험 (3)

첫 대전이 루나와 세실이라고?

히죽히죽 웃는 쿠훌린을 보며 나는 직감했다. 일부러 붙였구나.

“오! 루나다!”

“루나가 첫 시합이야!”

“실력을 보여 줘라! 루나!”

역시 루나는 인기인이었다.

소설 속의 까칠했던 루나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았었다. 심지어 지금의 루나는 성격마저 둥글둥글하지 않은가.

단상 아래의 널찍한 경기장 위로 루나가 올라섰다.

“얍!”

루나가 귀여운 기합을 넣으며 존재감을 과시하자 관중이 더욱 환호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경기장에 올라간 세실이 루나를 마주 보고 섰다. 나는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궁금했다. 둘이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

물론 제대로 붙으면 세실이 무조건 이긴다. 그러나 세실은 영력을 사용하는 기술을 쓰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검을 들고나왔어.’

왜일까. 훈련용 단검이 버젓이 비치돼 있는데도 세실은 검을 들고나왔다.

세실의 검술 적성은 3레벨. 루나는 5레벨이다. 게다가 루나에게는 ‘검의 재능’ 특성도 있다.

나는 두 사람의 능력치를 비교해 봤다.

◎ 루나프레나 아르테미스 [Lv.43]

◎ 세실■■ 블레오파드 [Lv.49]

둘의 레벨 차이는 6.

당연한 이야기지만 레벨이 높아질수록 레벨에 따른 힘의 격차는 커진다.

그리고 그 격차가 두드러지기 시작하는 구간이 바로 기사 등급인 40레벨부터다.

‘다음은 스킬.’

◎ 일반 스킬: [강격 Lv.3], [■■ Lv.3]

◎ 전용 스킬: [은월송환 Lv.3], [은월무 Lv.4]

루나의 스킬창이다.

검은 사각형으로 가려진 부분이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 중요한 점은 루나는 은월 속성을 통해 ‘은월무’를 발현할 수 있다는 것. 아직 해가 지지 않았으니 ‘은월송환’은 무리일 테고.

반면 세실은 무속성으로 싸워야 하기에 전용 스킬은 하나도 사용할 수 없다.

나는 세실의 일반 스킬을 살펴봤다.

◎ 일반 스킬: [은신 Lv.3], [■■ Lv.3], [매복 Lv.4], [회피 Lv.4], [절삭 Lv.5], [■■■■ Lv.3], [■■ ■■ Lv.2]

종합하자면.

전반적인 능력은 세실이 높지만, 루나의 전용 스킬이 얼마큼의 위력을 낼지가 관건이다.

‘세실이 단검을 들었으면 확실히 세실의 손을 들어 주겠는데.’

세실의 일반 스킬은 검보다는 단검을 들었을 때 효율이 높다. 게다가 가장 강한 위력을 내는 ‘절삭(Lv.5)’ 스킬은 단검을 들었을 때만 활성화된다.

하지만 세실의 손에 들린 것은 검.

거기에 더해 루나는 홈그라운드다.

“이겨라! 루나!”

“루나! 너한테 걸었다!”

“멋진 모습 기대할게!”

루나에게만 치우친 응원에 세실은 의기소침해 보였다. 마치 낯선 장소에 홀로 떨어진 아기 샴고양이처럼.

여기서는 나라도 세실을 응원해야겠지.

“세실!”

용케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세실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는 마구 양손을 휘두르며 외쳤다.

“힘내! 세실!”

그때, 세실과 눈이 마주쳤다.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동그랗게 눈을 뜬 세실이 환하게 미소했다.

***

세실은 루나와 겨루게 되었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물론 제대로 싸우면 이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영력은 발현하지 않을 거니까. 절대로.

그러나 무엇보다 부담을 느낀 이유는 데미안 때문이었다.

‘······데미안은 루나를 응원할 거야.’

데미안이 루나를 바라보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날카로운 것이 쿡쿡, 심장을 찌르는 듯이 아팠다. 세실은 이것이 무슨 감정인지 몰랐다. 낯설고, 또 두렵기까지 했다.

세실은 루나를 이기고 싶지 않았다. 루나가 지면 데미안이 슬퍼할 테니까. 그래서 검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지고 싶지 않아.’

세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무엇일까. 이 앞뒤가 맞지 않는 혼란스러운 감정은.

그때였다.

“세실!”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러나 세실은 본능적으로 좌우를 둘러봤다. 데미안을 찾으려 했다.

“힘내! 세실!”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세실은 울컥, 목이 메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데미안은 나를 응원하고 있어.

세실은 환하게 웃었다.

“생각보다 빨리 대련하게 됐네? 세실.”

루나가 생긋 미소하며 말을 걸어왔다.

세실은 물끄러미 루나를 바라봤다.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아이.

하지만 지지 않을 거야.

데미안이 날 응원하고 있으니까.

“열심히 하자. 세실.”

“루나.”

세실의 눈빛이 변했다.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내가. 이길. 거야.”

루나도 눈빛을 바꾸며 미소했다.

“나 역시도.”

시작을 알리는 외침과 함께 두 사람이 몸을 날렸다.

***

기울어 가는 태양 아래 수많은 시선이 경기장을 바라봤다. 검을 뻗는 루나의 눈동자는 기대와 흥분으로 반짝였고, 확신에 차 있었다. 그녀의 밝은 미소는 경기장을 더욱 환하게 만드는 듯했다.

두 자루의 검이 서로를 향해 날아가고, 부딪치고, 불꽃을 튀었다. 그것에서는 서로를 압도하려는 의지가 분명하게 느껴졌다.

“저 세실이라는 아이도 대단한데?”

“그러게. 루나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잖아?”

“역시 단장이 데려온 아이로군.”

두 사람의 대결은 팽팽했다.

은월 속성과 높은 검술 레벨로 밀어붙이는 루나.

전반적인 신체 능력으로 맞서는 세실.

“누가 이길 것 같나. 데미안.”

카인이 말을 걸어왔다.

뭐야 이 녀석. 조금 전까지는 보이지 않았었는데.

“나는 루나가 이길 것 같군. 네 생각은 어떻지?”

눈썰미 좋은 녀석이 이런 소리를 하니 내심 불안해진다. 나는 세실을 응원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신감을 드러내야겠지.

“세실.”

“호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세실이 더 강하니까.”

“확실히,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겠군. 전반적인 신체 능력은 세실이 우월하다. 그러나 검술에서 밀리는 것 같군.”

이 녀석. 통찰 스킬도 없으면서 잘도 아네.

“게다가 루나에게 이곳은 익숙한 장소다. 무릇 전쟁이란 익숙한 전장에서 싸우는 자가 유리한 법이지.”

“그래도 세실이 이겨.”

“그렇다면 나와 내기를 해보는 것은 어떤가. 데미안.”

“내기?”

카인이 묘하게 눈을 빛내며 말했다.

“지는 쪽이 이기는 쪽의 부탁 하나를 들어주기로.”

나는 물끄러미 카인을 마주 봤다. 무슨 꿍꿍이를 부리는 걸까. 내게 원하는 것이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하지만 이건 기회다. 카인은 이런 식으로 내뱉은 말을 번복하는 녀석이 아니니까. 내기에서 승리하면, 나는 무조건 카인의 도움을 한 번은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좋아.”

나는 내기를 받아들였다.

운에 맡기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나는 세실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내렸다.

이런 팽팽한 접전에서는 사소한 실수가 승패를 가르는 법. 실수는 대개 경험 부족에서 나온다. 그리고 루나는 세실과 달리 실전 경험이 없다.

카앙! 캉!

루나와 세실의 검이 끊임없이 서로를 찾아내며, 부딪혔다. 두 사람의 눈동자가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 모습에 관중의 환호도 그칠 줄을 몰랐다.

그러던 중, 루나의 손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졌다.

사라락.

루나의 검이 물결처럼 흘렀다. 이어 그녀의 몸 전체가 밀물을 타는 달빛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곡선을 그렸다. 마치 춤을 추는 듯이. 그 안에 날카로운 비수를 감추고서.

“은월무!”

“루나가 은월무를 발현했다!”

“오오!”

급변한 루나의 움직임에 세실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루나의 공격은 예측하기 어려웠으며, 마치 여러 개의 달빛이 서로 교차하듯 세실을 포위했다. 하나, 둘, 셋, 그 이상의 수가 연속해서 세실을 향해 날아갔다.

내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은월무를 발현한 루나의 몸놀림은 나의 시선을 장악했다. 그리고 예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치명적인 가시를 숨긴 아름다운 꽃. 그녀의 손에서 뻗어 나가는 검로 하나하나가 화폭 위의 유려한 붓 선처럼 세실의 몸을 그었다.

“여기서 끝인 것 같군. 데미안.”

카인이 벌써 이긴 것처럼 재수 없게 웃었다.

“아직 안 끝났어.”

그렇게 답하며, 나는 세실이 이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봤다. 영력을 쓸 수 없는 세실이 이 난관을 타개할 방법. 그러나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폭풍처럼 쏟아지는 공격을 버티며 세실이 나를 돌아봤다. 세실의 눈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안 돼 세실. 네가 지면 나는 카인의 부탁 하나를 들어줘야 한단 말이다!

“세실! 지면 안 돼!”

그 순간, 세실의 눈에 부릅 힘이 들어갔다. 이어 차갑게 가라앉았다. 살수의 눈. 나조차도 일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세실의 대응이 급변했다. 수비가 아닌 공격으로 돌아섰다. 왜지? 루나의 은월무는 끝나지 않았다. 압도적인 화력으로 세실을 몰아치고 있다. 여기서 맞공격을 펼치면 불리한 쪽은 세실이다. 그런데 왜.

카앙!

세실이 전력으로 루나와 검을 부딪쳤다. 그러나 뒤로 밀려나는 쪽은 세실이었다.

그럼에도 세실은 계속해서 루나와 검을 섞었다. 은월무의 위력에 세실의 몸이 휘청거렸다. 악다문 입술에 피가 맺힌 것이 보였다. 그 상태로 세실은 검을 뻗었다. 마치 패배를 직감한 자가 막무가내로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상대가 승부를 포기했다!”

“그대로 밀어붙여! 루나!”

“우오오오!”

구경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느낀 듯했다. 누가 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히.

[침착함]

[인내심]

[정밀함]

세실이 지닌 특성이다. 저런 특성을 가진 자가 대책 없는 수를 던질 리 없다. 게다가 세실은 훗날 ‘쿼드 블레이드’의 경지에 오르는 초절정 살수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세실이 노리는 것은.

[관찰력을 발현합니다.]

그리고 나는 발견했다. 언뜻 막무가내로만 보였던 세실의 대응. 그것은 무모함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이었다.

검과 검이 부딪친다. 세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다. 눈조차 깜빡이지 않는다. 새빨갛게 충혈된 안구가 여기서도 보일 정도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세실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제 손에 들린 검의 ‘단 하나의 점’에 충격을 중첩하고 있으니까.

왜냐고?

카아아앙!

두 자루의 검이 부딪치며 지금까지와 확연히 다른 소음을 냈다. 나는 세실의 눈동자가 뱀처럼 번들대는 것을 봤다. 중첩된 충격을 견디지 못한 세실의 검이 두 동강 났고, 세실은 놀라운 민첩성을 발휘해 허공으로 튀어 오르는 칼날을 낚아챘다.

그리고 세실의 자세가 바뀌었다. 검 손잡이를 역수로 쥐고, 다른 손으로는 부러진 칼날을 쥐었다. 마치 두 자루의 단검을 양손에 쥔, 살수처럼.

그것으로 끝이었다. 세실의 몸에서 매복(Lv.4), 회피(Lv.4), 은신(Lv.3), 절삭(Lv.5)이 연이어 펼쳐졌다. 루나의 입장에서는 대전 상대가 한순간에 바뀐 느낌일 것이다. 그 갑작스러운 변화에 루나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실전 경험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했다.

“어? 어어······?”

눈 깜짝할 사이에, 루나는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있었다. 스스로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닫지 못한 듯했다. 그런 루나의 의식을 일깨우듯 그녀의 목과 가슴에 두 자루 날붙이가 드리워졌다.

“내가. 이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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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Status: Ongoing
The protagonist, an infinite regressor, found himself possessed within a novel where the original protagonist had gone mad and turned dark. Now, with my unique abilities, I must write a new ending for th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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