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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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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뢰(天雷)(1)

쿠릉, 쿠르릉…

그냥 시커멓던 하늘의 먹장구름에서 푸른 빛이 번뜩이며, 우뢰소리를 토했다.

어쩐지 하늘에도 의념이 있다면 그 색은 새빨갈 것이라 생각했다.

마치, 어거지로 구름을 찢고 힘을 얻어낸 내게 노(怒)하는 것 같지 아니한가?

“내리칠테면 내리쳐 봐라.”

나는 강기를 짜내어 다시금 손 위로 떠올렸다.

수십, 수백, 수천개의 검강(劍罡)이 내 손 위로 모이며, 검강압환(劍罡壓丸)을 만들어내었다.

파아앗!

손 위로 다시금 하나의 별빛이 떠올랐다.

하지만 하늘은 다행히도 내게 천뢰를 내리치진 않았다.

그저 쿠릉거리더니, 한번 지켜보겠다는 듯이 구름을 흩을 뿐.

‘지금이면 벼락을 막을 수 있으려나…’

잠시 생각해 보며 피식 웃었으나, 역시 검환으로 벼락은 좀 무리인 것 같았다.

빛의 속도로 내리치는 그 힘을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검환에 담긴 힘은 충분하지만 속도가 부족해서 막는 게 불가능했다.

‘뭐, 어쨌든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나는 눈 앞에 형성한 검환을 쳐다보았다.

월수월무록에서, 그동안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들이 많이 이해가 간다.

‘김 형의 시행착오들…’

그가 앞서 경지를 개척한 덕에, 나는 시행착오로 경지를 더듬어야 하는 일 같은 경우는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검환은 그냥 던져서 폭발시키거나 하는 폭탄이 아니라는 것 등의 사실.

우우웅-

나는 제단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채 검환을 띄웠다.

검환은 굉장히 위력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저 무식한 기(氣)의 덩어리.

그 말은 즉슨.

“후우웁…”

이렇게, 체내로 들이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그래봤자 원래 내뿜었던 내 내공을 다시 흡입하는 것이라 내공 증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전에 생겨났던 압력과 흡입력. 어째서 그런 흡입력이 생겼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는구나.’

오기조원을 넘어, 등봉조극에 접근하고 있었다는 신호였으리라.

강환은 내 체내로 들어와, 단전으로 안착한다.

의념을 입력하고 입력하다 못해 나 자신을 집어넣었다.

나 스스로를 작은 구슬 안에 응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단전은 마음의 밭이라고 하던가?

나 스스로를 마음의 밭에 응축시켰을진데, 그 밭에 변화가 없는 것이 이상하였다.

단전에 안착한 강환은, 마치 처음부터 그래야 했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흡입력과 압력의 중심부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환(丸)의 형태로 완전히 뿌리를 내렸다. 동시에 나는 압력과 흡입력이 수십배 이상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건…!’

지금껏 내 단전에는 수도공법의 법력과, 무림내공의 내력이 혼탁하게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강환이 흡입력을 발하자, 혼탁하게 뒤섞인 내공이 전부 강환 안쪽으로 빨려들어갔다.

동시에 법력과 함께 전신 경맥을 흐르던 내공 역시, 법력과 완전히 분리가 되어 단전 중심의 환 안쪽으로 끌려들어간다.

‘아아…’

느껴진다.

이 환 안쪽으로, 내 의식이 허락하는 한 내공이 무지막지하게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사실이!

지금껏 존재하던, 단전의 내공한계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느낌이었다.

단전에 자리잡은 환 안쪽으로는, 공력을 불어넣으면 넣는대로 압축되어서 끝없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아니, 단전에 자리잡은 강환은 더 이상 강환이라 부르기도 뭣하군.’

단전의 성질과 뒤섞여, 무언가 다른 것이 되었다.

그래… 이건 차라리 강환이라기보단, 내단(內丹)이라고 부르는 것이 나으리라.

내단이 형성됨과 동시에, 나는 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 그랬구나.’

이전, 영맥을 흐르는 용맥기공의 내공에 대해 꺼림칙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어째서 꺼림칙함이 느껴졌는지 그때는 이유를 몰랐었다.

하지만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우우웅!

지월입도결을 운용하자,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천지영기가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훨씬 영력의 운용이 편해졌다.

마치, 지금껏 미세먼지 속에 쳐박혀 살다가 맑은 공기를 가진 시골로 와서 마음껏 숨을 쉬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내공이 경맥에 혼탁하게 법력과 끼어 있어서 수도공법을 수련하는데에 일정 부분 방해를 받았던 거로군.’

지난 삶.

김영훈이 나보다 눈꼽만큼 더 수도공법에 대한 자질이 좋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좋은 스승도 오래 투자한 시간도 없이, 내가 했던 것보다 빠르게 연기기 2성에 올랐으니까.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나보다 눈꼽만큼 자질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나처럼 혼탁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단에 내공을 잘 저장해놓아 혼탁하게 공력이 섞이지 않게 했던 것일 뿐이리라.

후우웁!

천지영기를 들이마쉬며, 나는 운공을 해 보았다.

이전보다 더욱 빨라졌다.

동시에 나는 은식술을 활용하였다.

의식을 압축시켜 수련 속도를 조금 더 높이는 기술!

그러자, 이전에 은식술을 쓸 때와는 효율이 차원이 다를 정도로 높아진 것이 느껴졌다.

‘이 정도라면… 오영근이 아니라 사영근쯤의 효율이 아닌가…?’

어마어마한 수련 효율에 나는 입을 떡 벌렸다.

물론 오영근이나 사영근이나, 둘 다 쓰레기같은 잡영근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았지만.

그래도 오영근이었던 내게 이 정도의 수련 효율은 굉장히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나는 수행 속도를 확인한 후, 우선 내단의 다른 효과들을 확인해 보았다.

파아앗!

내단에서 내공이 뿜어져 나온다.

동시에 내단은 그 자체로 하나의 축(軸)이 되어주며 하나의 중심을 형성하였다.

이전처럼 맨 허공에다가 강기를 겹쳐서 강환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 내단 안에서 바로 강환을 만들어서 뿜는 것이 가능해졌다!

내 장심(掌深)에서 강환이 빛을 흩뿌리며 빠져나왔다.

이전의 김영훈이 보여주었던 기술.

나 역시 그가 남겨준 월수월무록이 아니었다면 아마 강환을 만들고도, 강환을 내단으로 변화시키기까지 한참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으리라.

‘그나마 내단은 시행착오만 해결하는 즉시 바로 만들 수 있어 다행이로군.’

나는 다시 주먹을 쥐어서 강환을 흡수했다.

그런 후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굴렀다.

파앙!

순식간에 5장의 거리가 좁아진다.

내단이 중심을 잡아주며, 이전보다 내공효율이 압도적으로 좋아졌다.

내공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정도가 극한으로 증폭되었다.

순간반응속도, 근력, 체력 등이 이전과는 비할 수 없이 강해졌다.

“하압!”

나는 내단에서 내력을 뽑아쓰며 주먹을 내질렀다.

쿠과광!

이전까지는 검기를 미약하게 씌울 정도였던 내력이, 내단에서 발출되자 엄청난 위력을 보이며 1장 크기의 바위를 그대로 박살낸다.

‘내공에 낭비가 1푼 1리도 없다. 내공에 대한 통제가 10할 완벽해졌어.’

앞으로는 동일한 초식을 써도 훨씬 강력한 위력이 나오리라.

나는 내단을 관조하며 몇 번 더 초식을 써보며 내단에 익숙해졌다.

동시에, 결단기 수도자들이 형성한다는 금단(金丹)과 내가 형성한 내단(內丹)의 차이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결단기 수도자들이 형성하는 금단도 이 내단과 같은 효과이려나?’

잠시 생각해보던 나는, 형태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것이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애초에 무림의 무공은 수도선법의 열화판. 비슷하게 생겼다 해서 절대 같지 않다. … 결단기 수도자가 금단을 형성하면, 그 위력은 산을 부수고 바다를 가를 정도다.’

막리황신 같은 축기기 수도자야 회오리로 전각 한두개를 부수는 정도였지만.

만약 결단기 수도자가 같은 법술을 썼다면, 회오리로 황궁 전체를 들어올려 갈아버렸을 터였다.

아마 결단기 수도자라면 눈을 감고 하나부터 열 까지 셀 동안 황도 전체를 갈아엎을 수 있을 터다.

그러나 내 내단으로는 그저 무공효율이 좋아지고, 강환을 사용하는데에 있어 그 속도가 빨라진 정도였다.

나는 몇 번 더 내단의 효용을 체감해 본 후.

연기기 칠성제의를 치루고 난 효과를 알아보았다.

하늘을 바라보자, 천기(天氣)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지영성을 받아들이자 하늘을 읽어내어서 하늘의 뜻을 알 것 같았다.

물론 연기기 수도자 주제에 많은 뜻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하늘을 보면 내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명확하게 아는 정도.

그리고, 다음 날의 날씨 정도는 하늘을 보고 감으로 맞출 정도의 영감(靈感)이 생겨나 있었다.

‘내 수명이야 늘 같은 날 같은 시에 죽어서 충분히 잘 알고 있어서 쓸모 없고… 날씨 역시 스승님이 알려주신 진법을 이용하면 계산이 가능하다만.’

경지가 올라갈수록 천기를 읽는 능력이 강해지고, 추후에는 길흉화복과 운명에 대한 것 역시 어렴풋이 엿볼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연기기 8성의 육합만로(六合滿路)와 9성의 오행진의(五行眞意)의 경우, 빠르게 타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삶에서 칠성제의 부분에서 막힌 이후론 그 너머의 경지를 계속 예습하여 뜻을 거의 다 이해하였다.

“후우…”

자리를 잡고, 지월입도결 8성 부분을 운기하자, 천지영력이 이전과는 비할 바 없이 빠른 속도로 밀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전까지 내 법력 운용을 방해했던 내력들이 내단에 들어가 전부 없어지고.

은식술 또한 발휘되니, 사영근자 수준으로 수행 속도가 빨라졌다.

1년이 지났다.

거기에 등선향의 농밀한 영기까지 더해지니, 나는 1년여만에 시행착오를 거쳐 연기기 9성에 진입할 수 있었다.

육합만로는 천지사방, 육방위에 존재하는 의식을 천지영력으로 자극하여 의식의 크기를 키우고 전신영맥을 영기로 꽉 채우는 경지였다.

경지를 완전히 이해한 채 꾸준히 수련을 하자 빠른 속도로 도달할 수 있던 것이었다.

이제 연기기 9성은 오행진의.

이 오행진의의 단계부터 기초공법의 속성이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기초법술로 하여금 고만고만한 흙을 조종하는 단계였다면, 9성부터는 제대로 된 신통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압!”

쿠구구구!

결인을 맺으며 지월입도결에 수록된 신통을 발휘하자, 눈 앞으로 거대한 흙벽이 세워졌다.

약 2장 높이의 흙벽은 법력으로 뭉쳐져 있어 단단하기도 했고, 흙벽에서 흙탄을 쏘아낼 수 있어 공방일체를 하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흙벽을 쓰러뜨려 흙 위에서도 미끄러지듯이 타고다닐 수 있었고, 흙집을 짓거나 토둔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둥.

이전보다 토 속성으로 할 수 있는 신통과 법술들이 훨씬 많아졌다.

거기에 오행진의에 단계에서부터는 공법의 속성에 맞는 법술과 신통에 한해서는 진언과 수결을 맺는 과정이 크게 생략되었다.

타닷!

빠르게 기초수결을 맺자, 이전에 진언과 수결을 전부 맺어서야 완성됐던 토 속성의 법술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때즈음.

나는 슬슬 등선향을 나가기로 결심하였다.

‘육합만로라면 몰라도, 오행진의부터는 이렇게 농밀한 영기는 필요 없지.’

그냥 내 속성에 대한 영력만 충만하면 되었다.

그리고, 그럴 바에는 천공도인 등선향보다 그냥 저 아래 대지에서 토 속성 영력을 확충하는 것이 더 나았다.

난 내가 41여년간 머물렀던 처소를 바라보았다.

처소의 옆에는 60장 크기의 제단이 세워져 있었고, 나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나는 잠시 그곳을 본 후, 뒤를 돌아 등선향의 외곽으로 향하였다.

저 아래, 답천사막.

나는 기본적인 음식과 식수 등을 챙긴 후, 그대로 아래로 뛰어내렸다.

휘이이이!

바람결이 나를 몰아친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대지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파아아앗!

나는 뭔가를 ‘통과하는’ 느낌을 받았고, 기이한 기분이 들어 허공을 쳐다보자, 허공에 떠 있던 등선향의 모습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뭔가 결계같은 게 감싸고 있는건가…’

하기야 답천사막은 범인들도 자주 건너는 곳이었고.

저런 엄청난 크기의 천공도가 떠 있다면 회자되지 않을 리 없었다.

나는 신기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며, 장심에서 강환을 하나 뽑아내서 허공으로 쏘아냈다.

파아아앗!

번쩍!

그러나 강환은 어느 순간 허공에 가로막히더니, 그대로 부스러져 버렸다.

‘안에서는 바깥으로 나가기 쉬워도, 바깥에서는 안으로 쉬이 들어올 수 없는 구조로군.’

어차피 등선향에서의 볼 일은 다 보았으니 큰 상관은 없었다.

점차 사막의 대지가 가까워졌다.

나는 바람의 결을 읽으며 그대로 허공을 박찼다.

파앙! 파앙!

내단의 덕택인지, 허공답보 역시 훨씬 내공을 적게 사용했음에도 더욱 더 큰 효용을 보이고 있었다.

빠르게 속도가 줄어들며, 모래사장이 가까워졌을 때, 나는 거의 계단을 밟고 내려가듯이 대지에 착지할 수 있었다.

툭!

촤아아-

주변으로 모래가 비산한다.

나는 법결을 맺어 토 속성의 법력으로 내게 날아드는 모래를 전부 떨쳐냈다.

‘보자, 그럼 일단 어디로 가볼까.’

수상한 석조건물이 날아간 것으로 추정되는 북쪽 방향으로 가 볼까.

아니면 벽라국이 있는 서쪽 방향으로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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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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