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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6

56화 시간의 실타래 (1)

56화 시간의 실타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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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실사랑: 세실이 이겼다! 세실이 루나 이겼다! ㅋㅋㅋㅋㅋ

└ 아이시테루나: ㅠㅠㅠㅠㅠㅠ

[RP가 2만큼 상승합니다.]

– 수달꼬리팡팡: 아 ㅅㅂ 저 두 스토커넘들 때문에 자꾸 1등 뺏기네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 얼룩무늬성애자: 와 세실 집중력 미쳤다 ㅈㄴ 멋있네

└ Wkrrkalclsshadk: 집착 ㄷㄷㄷ

└ 쥘리영럭키세븐: 세실 특성 [의존적], [애착적], [강박적], [기만적] 다 드러남 ㅋㅋㅋㅋ

└ 바토리바라기: 역시 세실 전투가 제일 간지

└ 연중하면개새끼: ㅇ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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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apdlzmgo: 근데 데미안도 카인 이김

└ 강아지는야옹야옹: ㅋㅋ 맞네

[RP가 2만큼 상승합니다.]

– 박쥐인간: 이번엔 전투 중에 안 끊었군 흡족

└ 딱풀전사: 박쥐새끼 태세전환 언제 하냐 ㅋㅋㅋ

└ 박쥐인간: ㄲㅈㄹㄱ

[RP가 2만큼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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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지털이간질: 앗 먼지 발각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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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나는 자신에게 겨누어진 두 자루 날붙이를 바라봤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분명 밀어붙이고 있었는데.

세실의 검이 부러진 순간, 루나는 승리를 확신했었다. 그런데 기다렸다는 듯 세실이 부러진 칼날을 낚아챘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루나는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 정도로 세실의 움직임은 빨랐다. 폭풍이 지나간 것 같았다.

“내가. 이겼어.”

그렇게 말하는 세실을 루나는 멍하니 올려다봤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잠시 그렇게 세실을 바라보던 루나의 표정이 천천히 바뀌었다.

“······아. 져 버렸네. 헤헤.”

루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섰다.

“와, 너 정말 강하다 세실! 내가 졌어!”

생긋 웃으며 루나가 손을 내밀었다. 세실도 미소하며 루나의 손을 맞잡았다.

루나는 아하하! 크게 웃으며 맞잡은 세실의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루나! 잘했다!”

“아깝게 지긴 했지만 멋졌어!”

“은월무도 끝내줬다!”

루나는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꾸벅꾸벅 배꼽 인사를 했다. 그것을 본 세실도 루나를 흉내 내어 인사했다.

“대단하다 세실! 루나를 이기다니!”

“멋진 경기였어!”

“대륙에서 온 미소년!”

갑작스러운 찬사에 세실은 당황한 듯했다. 귀까지 발갛게 물들이며 쉴 새 없이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 모습을 루나는 헤헤 웃으며 바라봤다. 경기장에서 내려와, 관중의 틈새를 지날 때도 밝은 얼굴을 유지했다. 이윽고 훈련장을 벗어나 인적이 없는 곳에 도달한 루나가 자리에 웅크려 앉았다.

루나의 눈에서 펑펑 눈물이 쏟아졌다.

“흑······! 흐흑······!”

분했다.

루나는 늘 제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졌다.

게다가 상대는 동갑내기 친구였다. 루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또래와의 대련에서 졌다.

더욱이 입단 시험이었다. 어젯밤, 혹여 누가 빼앗아 가기라도 할까 봐 은월의 망토를 꼬옥 품에 안고 잠든 루나였다. 꿈속에서 루나는 수많은 은월의 단원들과 광활한 들판 위로 말을 달리고 있었다. 그랬었는데······.

“끄히잉······.”

두 손으로 눈물을 닦아낸 루나는 도리도리 고개를 털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세실은 정말 강했다. 세실은 처음부터 제 실력을 드러내지 않았다. 탐색전을 벌였던 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우쭐하며 승리를 확신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세실이 이기는 것이 너무도 당연했다.

“나는······ 바보야······.”

루나는 코를 훌쩍이며 일어섰다. 진짜로 바보처럼 굴면 안 되었다. 세실의 다음 대전을 봐야 했다. 가서 열심히 보고, 배울 것이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욱 강해질 것이다.

“다음번에는 내가 이길 거야.”

루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씨익 어금니를 드러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훈련장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듯하다. 어제 오늘, 너무 많이 울어서 붕어처럼 눈이 부었다.

***

나는 인파를 헤쳐 나가는 루나를 봤다. 루나의 성격상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엉엉 울겠지.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녀석이니까.

저럴 때의 루나는 그냥 내버려 두는 편이 낫다. 혼자 울고, 알아서 일어설 것이다. 소설에서도 그랬으니까.

그것보다 나는 세실이 이겨서 기분이 좋았다. 사실 순수하게 세실의 승리를 기뻐했다기보다는, 카인과의 내기에서 이긴 것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내가 이겼군. 카인.”

그래서 녀석의 표정과 말투를 흉내 내며 약 올려 주었다. 카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몇 번인가 입술을 움찔대던 녀석이 나직이 말했다.

“······부탁할 것이 생기면 언제든 말해라. 데미안.”

그러고는 재수 없는 말투로 덧붙였다.

“나는 약속은 지킨다.”

세실이 해맑게 웃으며 내게 달려왔다. 저렇게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세실은 처음이어서 조금 묘한 기분이었다.

턱밑까지 달려온 세실이 고양이처럼 눈을 깜빡이며 나를 쳐다봤다. 이럴 때는 정말 카타이나족보다 더 카타이나족 같다. 가만, 그러고 보니 레베카가 나더러 퀵피를 닮았다고 했었지. 그럼 내가 세실을 업으면 카타이나족을 태운 인간 퀵피가 되는 건가.

“고마워. 데미안!”

“응?”

“응원!”

아. 응원.

“축하해. 세실.”

나는 세실에게 정말 대단한 전투였다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설마 세실이 칼날을 부러뜨리면서까지 승리를 향한 의지를 드러낼 줄은 몰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집중력이었다. 이 자리의 많은 이들이 그것을 봤다. 그들은 앞으로 세실을 주목할 거다.

내가 칭찬하자 세실이 푹 고개를 숙였다. 귀가 빨개진 것을 보니 부끄러운가 보다. 얘는 여자로 태어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나는 세실의 입가에 번진 피를 소매로 닦아주었다. 이어 고양이 쓰다듬듯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여기서 같이 경기 보자. 세실.”

“······응.”

다음 대전 참가자는 카인이었다.

카인의 상대는 38레벨. 그러나 카인은 초반부터 비검을 연발하며 상대를 개박살 냈다. 내기에서 진 패배자 카인아. 공연히 남에게 화풀이하는구나.

“봤나? 데미안.”

카인의 잘난 척을 무시하며 관전에 집중했다.

이후 몇 번의 대전이 이어졌고, 서쪽 하늘에는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경기장 주변에 횃불이 켜졌다.

“다음 대전은 데미안! 그리고 트리스탄이다!”

빌어먹을.

하필이면 루나 다음으로 강한 트리스탄이라니.

“데미안. 힘내!”

가슴 위로 두 손을 움켜쥔 세실이 결연한 표정으로 외쳤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경기장에 올랐다.

마주 선 트리스탄의 얼굴에서는 전에 느꼈던 쾌활함을 찾을 수 없었다.

“봐주지 않을 거야. 데미안.”

트리스탄이 말했다.

나도 자신감 있게 답했다.

“나야말로.”

나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조금 전 카인이 38레벨의 상대를 압살하는 것을 봤으니까.

‘비검을 카피하면 어떻게든 된다.’

물론 내가 카인보다 레벨이 낮고, 또 트리스탄은 39레벨이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뭐야.’

카인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거지? 분명 조금 전까지 저기 있었는데. 이상한 일이다. 녀석이 다른 사람의 대전도 아니고, 나의 대전을 보지 않을 리 없는데.

더듬더듬 나를 응원하는 세실에게 입 모양으로 물었다. 카인 어디 갔냐고. 그러나 세실은 동글게 눈을 뜨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세실의 스킬을 카피해야 하나?’

아니, 안 된다. 영력을 발현하는 스킬은 당연히 안 되고, 일반 스킬은 내게 효율이 높지 않다. 세실조차도 검을 부러뜨려 단검처럼 만든 뒤 능력을 발휘하지 않았나.

그러면 어떻게 하지. 확 트리스탄의 능력을 카피해? 바보 같은 생각이다. 녀석의 능력을 카피해 봐야 하위호환일 뿐, 승리할 수 있을 리 없다.

“대전 시작!”

고민을 마치기도 전에 경기가 시작됐다.

***

트리스탄은 처음부터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물론 그는 검을 쥐면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이상을 보여야 했다.

루나가 패배했다. 그것은 트리스탄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그 어떤 수를 써도 이길 수 없었던 루나가 대륙에서 온 소년에게 졌다. 그것도 압도적인 차이로.

트리스탄은 대륙의 소년들을 적대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존경하는 쿠훌린이 데려온 이들이다. 그러나 분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트리스탄은 훈련장을 벗어나는 루나의 뒤를 몰래 쫓아갔었고, 루나가 펑펑 우는 모습을 봤다.

“하압!”

트리스탄의 검이 데미안을 몰아쳤다. 데미안은 방어만 하기에도 급급한 모습. 그러나 그 안에서 트리스탄은 상대의 잠재력을 봤다. 기본이 잘 잡혀있다. 분명 쿠훌린에게 가르침을 받은 거겠지.

하지만 트리스탄은 데미안보다 강했다. 정직할 정도로 직선적인 그의 검이 데미안을 몰아쳤다. 그러던 어느 순간, 트리스탄은 묘한 변화를 감지했다.

데미안의 두 손에서 은은한 빛이 발한 것 같았다. 트리스탄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빛. 하지만 그럴 리가. 잘못 봤겠지.

스륵.

데미안의 검이 물결처럼 눈앞에서 흘렀다. 그것을 넘어, 그의 몸이 얕은 파도를 타는 것처럼 번지며 흐려졌다. 마치 춤을 추는 듯이.

트리스탄의 눈이 부릅떠졌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데미안은 분명 그 기술을 발현하고 있다. 트리스탄은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카앙!

검과 검이 부딪친 순간 트리스탄은 판도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았다. 상대는 더 이상 수세에 몰린 자가 아니었다. 데미안의 검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이내 그것은 달빛을 머금은 파도가 되고, 해일이 됐다.

경악한 관중의 외침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은월무!”

***

카인은 원래 데미안의 대전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돌연 디네베가 나타나 카인의 손을 잡아끌었다.

카인은 자리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디네베의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그 생각은 잘게 부서져 사라졌다. 깊은 호수처럼 어둠과 신비로 채워진 은청빛 눈동자. 그 결과로 카인은 자신이 왜 이러는지도 모르는 채, 홀린 듯이 디네베를 따라 걷고 있었다.

사락. 사라락.

디네베는 카인의 손목을 붙잡고, 부드럽지만 확고한 손길로 카인을 들판으로 끌어갔다. 주위는 조용했다. 각기 상반된 빛을 내는 하늘 아래서 해와 달이 서로를 마주 보며 소리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세계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디네베가 발을 멈추었을 때, 카인은 하늘에서 시선을 떼고 주위를 둘러봤다. 그의 시야에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달빛나무 언덕의 정상이었다. 이상했다. 달빛나무는 그때와 같은 빛을 띠고 있지 않았으니까.

디네베의 깊은 눈동자가 카인을 빤히 올려다봤다. 카인도 디네베를 마주 봤다. 이 열 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의 눈동자 속에는 수천 년의 기억이 스쳐 가는 것 같았다.

“너는 누구지?”

본능적으로 튀어나온 말이었다.

디네베의 웃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퍼져 나갔다.

“너는 그 아이와 같은 물음을 하는구나.”

“그 아이?”

“짐작하고 있지 않느냐.”

카인은 몸을 숙여 디네베와 눈높이를 맞췄다.

“데미안 말이야?”

디네베가 흘겨보듯 눈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카인에게 입술을 가져가, 귀에 속삭였다.

“그렇단다. 시간의 실타래 속에 갇힌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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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Status: Ongoing
The protagonist, an infinite regressor, found himself possessed within a novel where the original protagonist had gone mad and turned dark. Now, with my unique abilities, I must write a new ending for th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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