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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6

56화 성배기사는 얼마나 강한가요?

테스트라는 이름의 무자비한 폭력이 끝났다.

훈련장은 부서지다 못해 아주 작살이 났다. 군데군데 패여진 크레이터를 본 구대성과 헌터들은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훈련 때의 기병돌격조차 전력이 아니었어.’

‘애초에 이것도 봐준 거야.’

대체 저 사람은 얼마나 강한 거지?

레온은 44명의 생도들을 분류했다. 1조부터 3조. 다만 병사들 때처럼 골고루 분배한 것은 아니다.

1조에는 한하리와 한수호. 그리고 김재혁과 천소연 넷뿐이었고, 2조는 불과 열세 명. 나머지 스물일곱 명은 3조로 분류했다.

“1조는 편력기사로 취급한다. 너희들은 정식 기사는 아니지만, 단련 여하에 따라 충분히 다음 단계로 진행할 싹수가 보였다.”

요컨대 재능이 있다. 그런 평가… 하지만 생도들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들은… 재능이 없다는 겁니까?”

“저, 저는 공식 평가로는 재들하고 같은 B급인데요? 잘하면 A급도…!”

“시끄럽다. 너희들은 편력기사에도 못 미치는 종자 수준이다. 5년 넘게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다는 것들이 종자 수준이라니… 할 말이 안 나오는군.”

레온의 일갈에 입을 꾹 다무는 생도들. 대체 편력기사가 뭐기에 대한민국의 엘리트 헌터들인 자신을 이리도 하대한단 말인가?

“허나, 짐의 아래서 세달 정도 착실히 단련을 하면 어느 정도는 진보할 수 있겠지. 2조까지는 싹수가 보인다. 허나…….”

레온의 시선이 3조를 향한다. 생도 중 태반이 3조에 속해 있었다.

“너희들은 갈 길이 멀구나.”

레온은 더이상 말하지 않고 옅은 한숨을 쉬며 상석에 앉았다.

“병사의 훈련은 간단하다. 끊임없이 육체에 과부하를 걸어주는 것이다.”

뼈는 부러지고 붙으며 더 단단해지고, 근육은 찢어지고 재생되며 밀도가 높아진다.

“심장과 폐는 또 어떠하느냐. 장거리를 달리는 이들은 처음부터 타고났더냐?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한계치를 늘려나간다. 이는 아주 기본적인 단련법이다.”

그것은 만신전의 헌터들이 공통적으로 받는 훈련. 레온의 실전압축 4주 훈련은 그들의 만년 D급이라는 한계마저 뒤집었다.

“허나, 기사는 다르다. 나는 너희들을 기사로 키울 것이다. 1조는 왕국기사 수준으로… 나머지는 최소 한 단계씩은 성장해야 할 것이야.”

“기준을 잘 모르겠습니다, 폐하.”

천소연이 손을 들었다. 그녀는 편력기사라는 단어가 무엇인지는 알았다. 요컨대 정식 기사작위를 받지 못한 떠돌이 기사. 방랑기사를 말한다.

“흠, 짐의 왕국에서 기사는 다섯 단계로 나뉘었다.

먼저 편력기사(나이트 에란트). 정식 기사작위를 받지 못한 방랑기사를 말한다. 이 방랑기사들은 온 왕국을 떠돌며 자신을 증명하고 영주의 임명을 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어떤 기사도 편력기사를 ‘경’이라 호칭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증명하고 공식적인 작위를 받은 기사는 왕국기사(나이트 오브 더 렐름)다. 기사단에 속할 자격을 얻으며 워나이트의 직속기사가 된다.”

“다음은 워나이트인가요?”

수호의 질문에 레온이 고개를 저었다.

“전쟁기사(워나이트)는 직책이다. 사령관이라 할 수 있지. 다음은 수행기사(퀘스팅 나이트)다.”

“수행기사?”

“그들은 신들의 퀘스트를 받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려두고 방랑하는 자들을 말한다. 오직 퀘스트를 완수하기 위해 수십 년의 방랑조차 견뎌낼 각오를 해야 하지.”

“으엑…….”

“수십 년이라니…….”

벌써부터 기가 질려하는 이들을 보며 레온도 실망하지 않았다. 그 자신도 수행기사로서의 고난이 결코 쉽지 않았던 탓이다.

“네 녀석들에게 수행의 길을 걷는 걸 기대하지 않는다. 너희처럼 어린 것들에게는 힘겨울 테니까.”

“폐하도… 수행기사를 거치셨나요?”

하리는 몇 번인가 레온에게 수행기사나 성배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레온 또한 성배기사를 거쳤으니 당연히 수행길도 거쳤을 것이다.

“그렇다. 짐은 수행의 길을 통해 빛과 정의의 여신 아리아나의 퀘스트를 완수했다. 그리하여 성배기사(그레일 나이트)가 되었노라.”

“성배기사…….”

“어? 윱튜브에서 야크트 스피너가 성배기사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거 같은데?”

“기곈데?”

야피가 편집한 윱튜브의 영상들 이야기를 꽃피우는 생도들. 금방 번잡스러워지는 것은 10대 특유의 활기라고 봐야할 것이다.

“조용!”

삽시간에 생도들이 입을 다물었다.

“짐의 목적은 너희들을 왕국기사 수준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 뒤에 수행길을 걷는 건 너희들의 신앙과 신들의 자비에 달렸음이야.”

레온은 그 뒤로도 생도들에게 만신전의 신들을 소개하고 각자 믿고 싶은 신성을 선택토록 했다.

다만 공통적으로 두 신성에 헌금을 바치도록 했는데, 기사라면 반드시 두 신성을 의무적으로 섬겨야 하기 때문이다.

“빛과 정의의 신성 아리아나 여신과 전쟁과 불꽃의 신성 페토스는 기사들이 섬겨야할 덕목이다.”

김재혁이 헌금 낼 곳이 두 곳이네… 하며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폐하, 전쟁과 불꽃의 신성은 이름만 들어도 대충 알 것 같은데, 빛과 정의는 어째서임까? 그냥 순수하게 의문임다.”

“아무리 전쟁에서 승리한 자라 해도 그 승리가 정의롭지 못하면 악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오…….”

그런 이유였구나, 김재혁은 금방 납득했다. 레온의 설명이 마무리되던 차에 문득 의문이 든 한수호가 슬쩍 손을 든다.

“폐하, 아직 다섯 번째가 남았지 않았나요?”

“그렇군. 너희들이 알 필요가 없다 여겼지만, 일단은 설명을 해둬야겠지.”

알 필요가 없다? 마치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들은 도달하지 못할 곳이라 말하는 것 같았다.

“성배 수호자(그레일 가디언). 사자심장을 이은 단 한 명의 성배기사에게만 주어지는 호칭이다. 이를 차지하려면… 짐의 왕권에 도전한다는 소리지.”

왕권에 도전하는 이는 용서없이 척결한다. 레온의 오연한 선언에 생도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힘으로만 정하는 것은 아니다만, 뭐, 너희들이 왕권에 도전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뿐일 것이다. 짐의 힘은 과거에 비해 약화됐고, 성배기사와 비슷한 수준이니까.”

“예?”

그게… 약해진 거라고? 대체 성배기사란 존재들은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아니, 폐하. 그럼 성배기사는 얼마나 강한 것입니까?”

“흠…….”

레온은 무엇을 예시로 삼을지 고민했다. 눈앞에 성배기사인 야피 경이 있긴 하다. 하지만 지금의 야피는 약화되어 있다.

게이트에서 보았던 그 야크트 스피너조차도 성배기사의 평균으로 보자면 하위권에 속한다.

“성배기사의 강함이라…….”

레온은 이 현대 지구인들이 쉽사리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성배기사들의 무훈을 전하기 시작했다.

* * * *

육십 명의 목숨을 내놓아라.

이용완은 이 성배기사란 작자가 처음부터 자신들을 살려 보낼 생각이 없음을 알았다.

“무얼 망설이나? 어서 목을 내밀지 않고?”

“하하… 씨발,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흠… 잘은 몰라도 모욕적인 언사로군.”

장엄한 게오브릭이 망치를 들었다. 사람 몸통만한 망치가 한손망치라는 것이 아득해진다.

“천한 것들이 왕국의 병사와 기사를 해한 바. 마땅한 벌을 받아라.”

완전한 전투태세. 필드보스와 벌써 조우했다는 긴장감이 무색하게 이용완이 씨익 웃었다.

“어쩔 수 없죠. 여기서 죽어줘야겠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게오브릭의 등 뒤. 투명한 형체가 형태를 갖춰간다. 그녀의 정체는 불새길드의 S급 헌터 하유리.

고유스킬 절대은신. 어둠에 녹아드는 은신계열의 스킬은 많지만, 벌건 대낮에도 육체 그 자체를 투명화시켜 기척, 냄새, 촉각마저 차단하는 암살에 특화된 스킬.

적의 등을 잡은 암살자는 가차없다. 그녀의 눈동자가 번뜩이며 게오브릭의 급소를 탐지한다.

정확히는 인간, 몬스터, 악마를 통틀어 육체에서 가장 약한 부분을 찾는 스킬. 그러나──

‘뭐야? 전신이 다 약점?’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스킬의 보고에 멈칫거렸으나 기습 포지션은 완벽했다. 그녀는 갑옷의 틈새, 유일하게 비어있는 등 뒤의 목을 노리고 단검을 찔렀다.

-깡!

“어?”

사람의 피부에 칼을 찔러박은 효과음이라고는 있을 수 없는 소리였다. 마치 연마된 합금을 찌른 것 같은 느낌.

“무슨 사람 피부가…!”

그 순간, 게오브릭이 휘두른 방패가 하유리를 후려쳤다. 순간 방어자세를 취했지만, 아득한 충격량에 현기증이 날 정도다.

“크읏…!”

몸째로 튕겨 나가며 겨우 자세를 잡는 하유리.

“유리 양, 괜찮습니까!”

“힐부터…!”

이용완의 말과 동시에 공략대의 뒤에서 힐러들이 하유리에게 힐을 걸었다. 세 명의 힐러가 마력을 퍼붓고서야 겨우 아작난 팔이 겨우 회복됐다.

“흠… 암습이라. 이 정도의 은신술이라면 사막의 어쌔신들도 감탄하겠군.”

게오브릭이 망치를 든다. 그는 완전히 전투태세다.

“하지만 천한 암살자가 감히 신들의 기사를 공격하다니. 그것만으로 영혼을 소멸시킬 대죄다.”

“여유 부리기는. 유리 양, 확실히 ‘찔렀죠’?”

“피부가 무슨 강철 같긴 하지만… 파고들었어.”

그 말에 이용완은 씨익 웃었다.

하유리의 레전더리 단검 갈사의 독니.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순간 최고레벨의 맹독을 주입한다. 대형 몬스터조차 중독 상태에서 빌빌거리다 죽어나가는 극독.

“뭐, 적색 게이트의 필드보스가 이 정도로 죽진 않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디버프는──”

“크하하하하하하하…!”

쩌렁쩌렁한 웃음이었다. 그의 광오한 웃음이 그친 것은 공략대 헌터들의 고막이 터지기 직전에서다.

“이 나를…! 그것도 생명과 풍요의 여신께서 가호하시는 게오브릭을! 독 따위로 해할 수 있다 믿다니! 네놈들은 대체 어디의 야만인이냐!”

마치 독에는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것처럼, 게오브릭이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 외친다.

“전투태세를 갖춰라, 충성스러운 왕국의 병사들이여! 여신께서 가호하시는 나 장엄한 게오브릭이! 너희들과 함께하노니!!”

“게오브릭! 게오브릭!”

“”장엄한 게오브릭!””

[시스템 메시지 : 장엄공 게오브릭의 버프가 발동됩니다.]

-【워나이트의 가호】, 【살아있는 성자의 가호】, 【생명과 풍요의 축복】────

우레와 같은 환호성과 함께 병사들이 진군한다. 편력기사 댈리온 또한 말을 타고 돌진했다.

150명이 넘는 공략대를 상대로 고작 40명 남짓인 이들이 돌격한다. 이 무슨 무식하고 비합리적인 행위.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꽈앙!

먼저 편력기사 댈리온 엠체인의 돌격을 막으려던 탱커가 일격에 튕겨 나갔다. A급 공략대의 메인 탱커가 기마돌격을 막지 못하고 후방 딜러를 덮치고야 만다.

“뭐, 뭐야!”

“젠장, 딜 박아!”

파고든 댈리온과 병사들을 향해 일제히 원거리 딜을 쏟아붓는 공략대원들. 그중에는 S급 헌터 이용완의 궁사와 소수지만 마법사 전력의 마법포격도 있다. 하지만──

“이 내가 이끄는 군대를, 비겁한 원거리 무기로 해할 수 있으랴!”

[성법 <원거리 무효화>가 발동됩니다.]

-장엄한 게오브릭 이하 모든 부대에 대한 원거리 공격을 90% 약화시킵니다.

“뭐?!”

“그딴 사기 스킬이 어딨어?!”

쏟아지는 원거리 공격들. 90%나 반감된 공격은 뭉친 방진을 그닥 상처 입히지 못했다. 다만…….

“상처 입은 자가 있다?”

게오브릭이 의문을 가진 것과는 별개로 밀집된 상태로 마법포격을 맞은 병사들에게서 상처가 회복되기 시작한다.

“대미지도 급감했는데, 회복까지 한다고?”

“대체 이게 무슨…!”

공략대는 자신들의 절반도 안 되는 왕국군을 상대하면서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먼저 딜이 안 박힌다. 딜러들이 고유스킬까지 사용하며 병사들을 공격했지만, 그들의 피부는 더욱 질겨졌고, 갑옷은 끔찍하리만치 단단해졌다.

마치 병사 하나하나가 중형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 같은 불합리한 방어력. 그것이 생명과 풍요의 신성이 축복하는 가호임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젠장, 보스다! 보스가 뭔가를 한 거야!”

연합 공략대의 메인 오더 이용완은 빠르게 공략법을 찾는다. 왕국군이 비정상적으로 단단해진 원인. 두말할 것도 없이 필드보스 게오브릭의 영향일 터.

“황금철, 황연하! 그리고 유리 양은 메인 격수들 데리고 보스를 공략합니다. 탱커 1조장 박찬수! 너는 왕국군을 포위하고 착실하게 깎아내!”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연합이라곤 해도 명백히 숫자가 적은 황금철과 황연하는 메인 오더의 지시에 따랐다. 실제로 합리적이기도 했고.

하지만 합리적인 선택이 언제나 현명한 건 아니다.

이용완이 활을 쏘며 게오브릭을 견제했지만, 원거리 무기는 그에게 제대로 된 대미지를 줄 수 없다.

“음?”

대미지가 있다. 게오브릭이 느껴지는 통증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그 찰나 황금철의 양손망치가 휘둘러진다.

쿵! 하는 굉음이 방패를 후려친다. 방패를 통해 전해지는 충격이 적지 않을 터인데,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호오~ 괜찮은 힘이다.”

“오우….”

내리치는 워해머. 자신의 양손망치만한 크기의 한손망치에 위협을 느낀 황금철은 잽싸게 뒤로 빠졌다.

그를 상징하는 황금갑주를 스친 망치는 붕~ 하고 허공을 때려 압축된 공기가 지면을 움푹 패었다.

그러는 사이 어쌔신 하유리와 무투가 황연하가 게오브릭의 등 뒤를 잡는다.

연합 공략대에서 가장 빠른 하유리가 단검으로 갑옷의 틈새를 노리고 파리 쫓듯이 휘두르는 망치를 피해 황연하의 권갑이 스러스트를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

맹렬한 마력의 분사. 방어관통 65%를 자랑하는 유니크 권갑이 그녀의 괴력과 함께 게오브릭의 옆구리를 후려친다.

“크핫…! 제법이구나, 계집!”

처음으로 그럴 듯한 대미지를 입은 게오브릭이 투구 바깥으로 내는 호쾌한 웃음소리에 황연하는 질려버렸다.

“더럽게 터프하네, 미친놈이!”

S급 헌터 네 명의 협공에도 게오브릭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와중에도 착실히 전진해 격수 분대들을 후려패고 있다.

“크악!”

“미친… A급 탱커가 어떻게 한방에 나가 떨어져?!”

무시무시한 괴력이었다. 필드보스라곤 해도 인간 사이즈의 단일개체가 이렇게까지 강할 수 있는 건가?

숱한 보스 몬스터도 사냥한 국내 최고위 공략대가 힘을 못 쓰고 있지 않은가!

“젠장, 원거리 공격이 너무 반감되고 있어! 격수 반절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딜러들 어떻게 좀 해봐! 탱커들이 못 버틴다고!”

“딜 박아도 바로 회복하는데 어쩌라는 거야!”

단 한 명의 기사가 참전했을 뿐인데도 확연하게 달라진 양상. 이용완은 파르르 떨며 안경을 벗었다.

“젠장, 유리 양! 그걸…!”

“……비싸다고 안 쓸 거라며.”

“애들 다 죽잖아! 돈이 문제가 아니라고!”

짠돌이 이용완의 답지 않은 호통에 하유리는 기다렸다는 듯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두루마리 형태의 양피지. 고풍스러움마저 느껴지는 그것을 찢자 황금철에게 망치를 휘두르려던 워해머가 허공에서 ‘묶인다’.

“오옷…! 뒈, 뒈질 뻔 했네! 뭠까?!”

“흐음?”

게오브릭은 제 팔을 구속하고 있는 링 형태의 족쇄를 보았다.

“마법이라. 그것도 상당히 강력한, 고위마법이로군.”

“그뿐만일까요?”

양피지를 펼쳤던 이용완과 하유리가 다가왔다. 이용완은 두 번째의 양피지를 꺼냈다.

부길드장인 하유리와 길드장 이용완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최고가의 길드비품.

“히드라조차 묶는 최고위 봉인마법. 거기에…….”

두 번째 양피지가 찢어진다. 바로 그 순간, 게오브릭의 아래로 거대한 마법진이 펼쳐졌다.

“이것은… 좌표 마법인가?”

“무식한 기사 나부랭이가 잘도 알아채는군요! 마탑에서 구입한 20억짜리 플레임 버스트 스크롤입니다! 그 갑주째로 바싹 구워주죠!”

8억짜리 바운딩 스크롤 두 장에 20억짜리 플레임 버스트의 필살콤보!

한순간에 36억을 태워버린 이용완이 피눈물을 흘렸지만, 저런 괴물을 죽일 수 있다면 값싼 대가라 생각했다.

“확실히. 유사용종조차 묶는 힘이라 움직이기 버겁군.”

바운딩 마법에 구속되었음에도 게오브릭은 팔다리를 슬금슬금 움직였다.

“저, 저거 벗어나는 거 아님까?”

“저게 가능해?!”

“하, 하하…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어차피 시전이 끝날 때까지는 벗어나지 못할 걸요?”

“벗어난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예?”

망치를 든다. 누군가를 후려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높게 들었을 뿐인 망치에 몰려드는 무형의 기운.

대체 무엇을 하는가 싶었지만, 점차 주변의 공기마저 포악스럽게 집어삼키는 광경을 본 헌터들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그리고──

꽝.

바닥을… 아니, 지상을 내리치는 거인의 망치.

분쇄된 지상이 으깨지고 요동치며 지진을 일으킨다. 서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로 파괴적인 현상이었다.

“…….”

“…….”

헌터들은 자빠진 상태 그대로 눈앞의 현상을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았다. 그들의 상식이, 도저히 눈앞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탓이다.

물론 S급 헌터들쯤 되면 주먹질 한 방, 칼질 한 방이 갑주조차 절단하는 흉악함을 자랑한다.

고유스킬 중에는 말도 안 되는 절삭력을 자랑하거나 파괴를 일으키는 것들도 많으니까.

화력 쪽으로 유명한 마법사쯤 되면 아예 인간 포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무슨 폭탄이 터진 것 마냥 크레이터가 생겼다. 충격파에 으스러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냥 지상이 초토화됐다. 이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망치질로 지형을 바꿔버린 것이다.

이게…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짓거리란 말인가.

이런 불합리가, 이런 파괴가, 한 사람에게 허용될 수 있는 것인가.

신은 대체 무슨 정신머리로 이런 괴력을 한 인간에게 주었단 말인가.

“대, 대체 이게 무슨…….”

이용완이 어벙한 얼굴로 게오브릭이 서 있던 대지를 살폈다. 그가 스크롤을 함께 찢었던 하유리에게 무의미한 확인을 구했다.

“마, 마법은요?”

“캔슬…됐어. 방금 망치질에.”

“캔슬? 카운트까지 시작한 마법이… 캔슬 될 수 있어요?”

“그야 마법도 결국 마법진이 멀쩡해야 발동하는거니까몰라저딴거처음봐나한테묻지마…!”

성배기사 장엄한 게오브릭.

제주도 게이트의 필드보스가 보여준 무력은 그들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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