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Chapter 56

⊹ 56화 ⊹

“오염을요?”

“네. 정화하기도 하고, 사용자를 보호해 주기도 합니다.”

“그럼 엄청 획기적인 거 아닌가요?”

오염을 정화하는 건 있지만, 막아 주는 건 없다.

왜 다들 아무 소용없는 부적―아주르 나자크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겠는가?

“네, 그렇지만 가공이 까다로워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정화석처럼 팔면 되는 거 아닌가요?”

잘은 모르지만 정화석도 엄청 희귀하고 비싼 것처럼 보였는데.

레하가 허허 웃고 말했다.

“정화석은 착용자를 보호해 주지요?”

“네, 그렇다고 알고 있어요.”

“빛모래는 빛모래로 감싸인 곳만 보호합니다. 그러니까 정말로 오염을 튕겨내려면 빈틈없는 갑옷 같은 걸 입어야 한다는 건데, 그 전에 숨 막혀서 죽을 겁니다.”

“그건 그러네요.”

“네, 게다가 아직 가공 방법을 알아내지도 못했습니다. 이런저런 실험을 해 보고 있는데, 비밀리에 진행하려니 어렵군요.”

“흠…….”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면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도아가 물에 손을 씻고 일어나며 물었다.

“그럼 레하는 이 협곡의 존재가 이유라고 생각하세요?”

“그것밖에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주 극소수만 존재를 안다고 들었어요.”

“네, 그러니…….”

레하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분명 제 최측근 중에 한 명일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디아르가 아픈 것과 이 협곡이…….”

물론 가공법이 발견된다면 빛모래는 엄청난 부를 창출하게 되겠지만…….

도아가 고개를 갸웃하고 물었다.

“그런데 이 계곡의 존재를 숨기신 이유가 있나요? 만약 외부에 사실을 알린다면 어떻게―”

“그야 이렇게 되는 거지.”

“!!”

예고도 없이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도아는 반사적으로 검을 뽑았다.

“아흘디오레올.”

마법사의 언어가 협곡 안에 울려 퍼지는 것과 동시에 폭발하는 화염이 두 사람을 덮쳤다.

눈앞의 불꽃이 타오른다.

화염이 협곡을 빠르게 불태웠다.

레하는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다.

크게 벌어진 눈동자에 몰려오는 화염의 빛깔이 반사된다.

“컥?!”

그때 몸이 붕 떴다.

허리띠가 졸려 숨이 턱 막혀왔다.

순식간에 협곡 바닥이 멀어졌다.

아슬아슬하게 불꽃이 발아래를 핥고 지나갔다.

레하는 도아가 자신의 허리띠를 붙잡고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라는 걸 간신히 인지했다.

‘이렇게 높이?!’

각력만으로 이렇게 높이 뛰었단 말인가?

심지어 자신까지 데리고?

레하는 자신의 몸무게에 자신감이 있었다.

모름지기 중후한 곰족이란 몸무게 자릿수가 3자리는 되어야 하는 법이다.

모험가들이 사람 같지 않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지금 이건 선을 넘은 거 아닌가?

그런 엉뚱한 생각은 추락과 함께 다시 사라졌다.

높이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두 사람은 좋은 표적이다.

마법사가 두 번째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도아가 레하에게 외쳤다.

“던집니다!”

“레파라인툴레.”

마법이 쏘아지는 것과 동시에 도아는 레하를 옆으로 냅다 집어 던졌다.

동시에 그 힘으로 자신도 옆으로 날아갔다.

피잉!

빔을 발사한 듯한 마법사의 주문이 둘의 가운데를 스치고 지나갔다.

탕!

바닥에 발이 닿자마자 도아는 앞으로 쏘아진 듯 달려 나갔다.

첫 기습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었는지, 마법사는 당황한 듯 보였다.

‘이걸로 당황해? 연기인가?’

처음 기습이 대담하긴 했지만, 뛰어서 피할 수 있는 속도와 화력이었다.

엘리바스가 전력으로 쏟아냈다면…….

‘한 줌 잿가루로 끝났겠지.’

저절로 온몸에 소름이 돋고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안 돼. 긴장하지 말자. 괜찮아. 몸에서 힘을 빼.’

도아는 최대속도를 냈다.

마법사란 무서운 존재다.

맞다.

하지만 주문을 외우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짤막한 주문은 효과가 작다.

긴 주문은 효과가 크다.

짧은 주문을 효율적으로 쓰는 마법사야말로 최고의 마법사다.

마법사는 희게 질려 소리쳤다.

“탱글라!”

우지직

발밑에서 가시넝쿨이 솟구쳐 올라서 도아의 발목을 붙잡았다.

멈칫하긴 했지만, 도아를 멈출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도아는 발목이 자유를 찾자마자 앞으로 한 바퀴 굴렀다.

그 찰나의 틈에 이중 마법을 날렸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마법이 날아오지 않아 그녀는 의아해졌다.

‘뭐지? 방심하게 만드는 작전인가?’

“탱글라! 탱글라! 탱글라!”

우지직

우직

연속해서 계속 가시넝쿨이 자라난다.

도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잠깐, 이거……. 설마…….’

“사슬낫 모드!”

도아가 사슬을 잡고 낫을 던졌다.

마법사가 뒤로 두세 걸음 물러났다.

낫이 그를 스쳐 지나가자 도아가 줄에 휙 손목 스냅을 줬다.

출렁하고 줄이 요동치며 낫이 홱 휘었다.

“켁!”

순식간에 사슬에 목이 졸린 마법사가 당황해 주문을 중간에 멈췄다.

동시에 마력이 역류했는지 몸을 움찔하더니 요란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도아는 줄을 잡아당겼다.

마법사가 수수깡 인형처럼 앞으로 휙 쓰러졌다.

‘뭐, 이런…….’

도아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그때 레하가 허둥지둥 달려와 말했다.

“도아 님! 잠깐, 죽이지 마십시오!”

“아. 네네.”

도아는 싱겁게 답하고 사슬을 당기며 말했다.

“한손 검 모드.”

줄이 차르륵 풀리며 도아의 손 안으로 검이 되어 돌아왔다.

마법사는 기절했는지 축 늘어져 있었다.

레하가 마법사를 이리저리 앞발―아니, 손으로 뒤집어 살펴보았다.

“안티 링 소속인 거 같은데…….”

“안티―”

도아는 말하다 전신에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그녀는 레하를 붙들고 옆으로 몸을 굴렸다.

파파팍!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송곳 같은 것들이 두 사람이 있던 자리에 떨어졌다.

“커흑!”

기절해 있던 마법사 역시 몇 방이나 얻어맞더니 부르르 떨고 축 늘어졌다.

도아는 휙 시선을 돌렸다.

“어머나? 죽어 버렸네? 남의 제자를 죽이다니, 못 써요.”

협곡 사이, 허공에 여성이 떠 있었다.

정장 조끼에 정장 바지를 입고 스틸레토 힐을 신고 있었다.

빗자루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데, 빗자루 앞머리는 형형색색의 크리스털로 장식되어 있었다.

인상적인 새빨간 머리카락은 투블럭으로 다듬어져 있는데, 오른쪽 앞머리가 길게 내려온다.

손가락마다 반지를 끼고 있었으며, 반지마다 크리스털이 세공되어 있다.

“네가 죽였잖아.”

도아가 대꾸하자 여성이 “어라?” 하고 눈을 크게 떴다.

“그럴 리가요. 그쪽이 안 피했으면, 제 제자가 맞았을 리 없잖아요?”

“우리가 피할 걸 알았으니, 네 탓 맞네.”

그 말에 눈을 깜박이더니 후후 웃는다.

“하필 오늘 왜 그쪽 같은 모험가가 옆에 있는 걸까요. 귀찮아지게시리.”

그녀가 빗자루 앞머리의 크리스털을 짚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제안 드릴게 있답니다. 산―다르크.”

내려다보며 말하는 어조에는 비꼬는 기색이 가득했다.

레하가 물었다.

“뭐지?”

“돈과 힘. 그리고 딸아이를 살려드리지요.”

레하의 눈이 가늘어졌다.

“대가는?”

“이 협곡이요. 이 협곡에 누가 드나들든 그냥 지금처럼 입 다물고 있으면 됩니다.”

그뿐이에요, 하고 붉은 입술이 속삭인다.

“내 딸을 고쳐 준다는 보장은?”

어머나, 하고 마법사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

“그야 우리가 따님을 병들게 한 거니까요.”

“!!”

레하가 눈을 부릅떴다. 그의 등 털이 부풀어 오른다.

팽팽해지는 긴장감을 무시하듯 마법사는 해사하게 웃었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가 고칠 수 있지요. 자, 산―다르크. 부디 현명한 판단을.”

도아는 레하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지나갈지 뻔히 들여다보였다.

바로 디아르 근처에, 최측근 중에 배신자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상대방이 이렇게 당당히 나온다면 뭔가 또 준비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

딸의 목숨과 가문 사이의 저울질―

도아가 명랑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레―디아르는 제가 고쳐 드릴 수 있어요.”

레하가 일그러진 얼굴로 도아를 돌아보았다.

도아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정말로요.”

레하는 눈을 감았다가, 뜨고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거절한다.”

“덜떨어진 모험가를 믿고 굳이 벌주를 마시겠다고 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마법사가 더욱 높이 공중으로 치솟아 오르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레하 른 레 하라 드 레이 드…….”

긴 주문이 시작되었다.

마법은 다른 세계의 마력을 빌려오는 것.

즉, 다른 세계의 언어로 빌어야 한다.

마법사의 주문은 다른 차원의 언어이며, 발음 역시 일반적이지 않다.

이걸 사람의 문자로 표현하는 건 무척이나 한정적이다.

마법어에 공기가 울린다.

협곡을 메운 공기가 떨리기 시작했다.

언어로 빌려 온 마력이 실체를 가지고 마법진을 그린다.

공중에 둥실둥실 떠서 주문을 외우고 있는 게 얄밉기 짝이 없었다.

도아가 레하에게 말했다.

“절 던져요.”

레하는 당황했지만 곧바로 양손을 내밀었다.

도아가 도움닫기를 해서 레하의 손을 밟고 뛰어올랐다.

레하 역시 있는 힘껏 손을 위로 올렸다.

도아는 협곡 위로 휘익 날아올랐다.

말 그대로 모든 게 아주 작아진다.

빛모래의 옅은 빛이 시야 아래에서 은은하게 반짝였다.

몸을 반 바퀴 돌리니 협곡 사이의 빛이 눈에 들어왔다가 다시 반 바퀴를 돌자 사라졌다.

이런 상황이라는 걸 알지만.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거 같았다.

그것도 목숨을 걸고 있는 스릴 만점의 롤러코스터다.

“아하하하하.”

도아는 즐거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높이 뛰어본 건 처음이다.

떨어지면 아프겠고, 전투의 한 가운데다.

웃는 건 예의가 아닌 것도 안다.

그래도 즐거웠다.

중력이 빠르게 그녀를 잡아당기기 시작해 도아는 웃음을 참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마법사는 주문을 멈추지 않은 채로 빗자루를 움직여 도아를 피하려 했다.

도아의 손이 빛살처럼 빠르게 뿌려졌다.

그녀 허리춤에 있던 비도가 뻗어 나간다.

역광이어서 동작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마법사의 반응이 한발 늦었다.

“!!”

사방에서 날아오는 비도를 빗자루가 선회하며 회피했다.

도아는 멈추지 않고 마지막 비도를 뿌렸다.

마법사가 그걸 피해서 마지막 회피 동작을 한 순간, 도아의 눈이 번득였다.

그녀가 원하는 위치에 빗자루가 도달했다.

“채찍 모드”

그녀의 손안에서 뻗어 나간 채찍이 빗자루를 감았다.

동시에 도아가 위로 솟구쳤다가 떨어지면서 받은 중력 모두가 빗자루에 실렸다.

빗자루가 크게 한쪽으로 휘청했다. 마법사의 몸이 기우뚱 기울었다.

“큭!”

주문이 멈췄다.

이어 마력의 역류에 마법사가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도아는 빗자루 위로 몸을 올렸다.

아니, 올리려는 순간, 빗자루가 거꾸로 반 바퀴 빙글 돌았다.

‘우왓.’

순간 균형을 잃고 도아가 다시 떨어졌다.

핑!

아까와 같은 투명한 송곳 같은 공격이 날아온다.

‘한손 검 모드.’

도아는 빗자루를 감고 있던 채찍을 검으로 돌리며 인간과 빗자루를 동시에 벨 생각으로 휘둘렀다.

송곳이 일격을 날리고 추락하는 도아의 팔을 스쳤다.

“이나.”

마법사의 고통의 찬 목소리와 함께 펑 하고 새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모습을 감추는 연막이었다.

도아는 바닥에 떨어져 데굴데굴 낙법을 한 후에 벌떡 일어났다.

땅그랑

빗자루의 뒷부분도 땅에 떨어졌다.

‘베는 맛은 있었는데. 깊지는 않았지만.’

연막을 뚫고 빗자루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어라? 앞부분만으로도 나는 거야? 나도 가지고 싶네.”

도아가 말하자 여성은 바드득 이를 갈고 도아를 노려보았다.

“모험가, 이름은?”

“안 가르쳐 주지.”

도아가 말하며 검 끝을 좌우로 살짝 흔들었다.

“하지만 아까보다 출력은 떨어진 거 같은데? 그 빗자루 얼마나 더 버틸 거 같아?”

“좋게 끝내려 했는데……. 이 일을 후회하게 될 거다.”

마법사의 말에 도아가 혀를 내밀었다.

“나중에 보자는 사람 안 무섭다는 말, 여긴 없나?”

마법사는 핏발이 선 무시무시한 눈으로 도아를 노려보다가 협곡 위로 솟구쳐서 빠져나갔다.

도아가 그걸 바라보다가 “아이고.” 하고 레하를 돌아보며 하하 웃었다.

“전투 준비를 전혀 못 한 상태여서……. 마법사가 가 줘서 다행이네요.”

던전처럼 제대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면 활도 있었을 테고, 여러 가지 도구도 가득 있었을 텐데.

도아의 말에 레하는 눈을 끔벅이다가 말했다.

“맨몸으로 마법사를 둘이나 물리치셨군요…….”

“마법사, 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요. 두 번째는 그래도 나았지만.”

엘리바스에 비하면 너무 약한데?

엘리바스였다면 첫 공격에 도아는 한 줌의 재가 되었을 터였다.

아니면 순간 주문을 바꿔 협곡에서 떨어지는 도아를 향해서 폭탄 같은 마법을 퍼부었겠지.

마법사에 대한 도아의 기준에 레하가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저 두 마법사도 보통이 아니었다.

도아가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터였다.

오히려 레하는 도아의 기준이 미심쩍어 물었다.

“그런 마법사가 있습니까?”

“없나요?”

“글쎄요. 미치광이 바르샤라면 모를까…….”

레하의 말에 도아가 귀를 쫑긋했다.

“미치광이 바르샤요?”

“지금 마법사 링의 링 리더말입니다. S급 모험자지요.”

“아!”

그 두 사람이 진짜 안 좋아하던 사람.

별명이 미치광이인가.

‘엄청난데…….’


           


World Tree Travel Agency

World Tree Travel Agency

세계수 여행사 S급 먹방대모험 패키지!
Score 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Start your adventure in the continent of Rencia! Those who pre-order now will receive a special SS-grade item set and mount. No ordinary game pre-order! Pre-order your journey to another world, YES! “Welcome to the World Tree Travel Agency, where the boundary between life and death fades.” Due to reserving an ‘adventure’ with the World Tree Travel Agency, Doah, who booked it thinking it was just a game, gets the chance to become a traveler of another world instead of being a traffic accident victim. Completing the main quest included in the travel package might allow you to return to your original life without dying… “What will you do if I become unable to control it anymore?” “You can hold your head high. The B-grade approved by fate is yours alone.” Along with some dangerous and suspicious men, “Duke Elmond called me ‘sister.'” Rencia, full of unexpected connections. Under the solid(?) support of the World Tree Travel Agency, armed with SS-grade items, will Doah’s journey come to a safe conclusion? ‘Chapter 1’ The start of the journey, the beginning of a grand main quest, is surely… ‘Let’s eat first!’ (Maybe) Love and (definitely) adventure await at the World Tree Travel Agency, will you pre-order now? [Y/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