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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7

57화 기사 종자는 더 평등하다

훈련병들이 그랬듯 아카데미 생도들 또한 만신전 사옥에서 먹고 자며 훈련을 받기로 되었다.

“흐흐, 생도들 표정 볼만하겠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만신전의 1기 훈련생들. 지금은 정식 군인으로 입대한 구대성과 김도한은 생도들이 저녁식사를 보고 지을 표정을 상상했다.

그리고 그건 1기생들 뿐 아니라 2기생도 마찬가지. 훈련을 받고 있는 그들은 이 만신전 길드의 악랄한 식단에 익숙해져 버렸다.

대량의 소금과 대량의 설탕을 넣은, 염분과 칼로리만 맞춘 무식한 식단.

지금에서야 직업군인… 맨앳암즈로 승급한 1기생들이야 멀쩡한 식사를 하고 있지만, 그때의 기억이란… 소스라 리만치 끔찍했다.

반면 생도들도 저녁식사를 그다지 기대하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게 그들이 있는 이곳은 나주평야. 다시 말해 시골.

“마을 주민분들 돌아다니는 걸 보면 뭐…….”

“옥수수하고 감자려나.”

“뒷산에서 캔 나물이라던가.”

“그런 거 먹어도 돼?”

“왜 자연인에서 나오잖아.”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 토박이인 생도들에게 시골 인심이란 대개 그런 느낌이다.

훈련병과 생도들의 간극이 있긴 하나, 양쪽 모두 음식의 퀄리티를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공통된 감정은 하나.

배고프다.

낮의 격렬한 훈련으로 야기된 허기가 꾸르륵 소리를 낼 정도로 요동치고 있었다.

“으으, 난 쌀밥만 내줘도 다 먹을 거 같아.”

“……동감이야.”

1조로 손꼽힌 재혁과 수호는 기분 탓일진 몰라도 유독 레온의 혹독한 훈련을 견뎌야 했다. 그 옆에서 하리가 안타까운 시선을 보냈다.

“그, 그리… 기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저리 배고파하는 데, 먹는 건 소금과 설탕물이라니. 고아원에서도 배 곯는 일은 없었건만.

“흠, 다들 앉을 자리가 부족하지 않아 다행이군.”

레온이 들어섰다. 마당에 대충 자리를 깔고 앉은 지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당이다. 간혹 중학교 극기 수련회에서나 볼법한 광경이지만, 레온은 개의치 않았다.

비가 올 때도 이곳에서 먹는 연습을 해야 하니 그들은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식사를 대령하라.”

레온의 지시에 마당의 문이 열리고 주민들이 요리를 가지고 입장했다. 그들이 2기 훈련병들에게 내놓는 요리는… 말할 것도 없이 설탕소금물이다.

“아~ 역시 이건가.”

“오늘은 좀 다를까 했더니.”

“자기 전에 고구마 야참이나 기대하자고.”

만신전 훈련에 익숙해진 2기 훈련병들은 제 앞에 놓인 설탕소금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모습을 보는 생도들의 표정이 휘둥그레진다.

“뭐야, 저게?”

“물? 아니, 물에 뭘 탄 건가?”

“아아~ 이것은 소금물이라는 것이다.”

“???”

저런 걸 먹는다고? 믿기지 않는 컬쳐쇼크에 생도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누, 누나. 저게 뭐야?”

수호가 휘둥그레한 얼굴로 묻자 하리는 체념한 표정으로 답변했다.

“소금물. 설탕도 넣었어.”

“……왜?”

“그 부분은 야피 경이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실 거야……!”

하리의 언급에 배식을 하던 야피가 다각다각 다가왔다. 미니멀 사이즈의 기계거미는 설탕소금물 배식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인간. 최소 영양분과 칼로리만 채우면 살아갈 수 있음.

“?????”

-식대비용 절감. ‘독기’요소 증강. 매우 효율적.

“”?????””

악랄하기 짝이 없는 논리에 파르르 떠는 생도들.

“우, 우리도 저런 걸 먹고 지내야 하는 거야?”

“말도 안 돼. 저런 것만 먹고 어떻게 살아?”

생도들의 낯빛이 질려가자 구대성이 슬쩍 언급했다.

“크흠, 오해하지 마십쇼. 훈련기간이 끝나면 제대로 된 밥을 줍니다.”

그 말대로 1기 훈련생들… 이제는 직업군인으로 승격한 그들은 제대로 된 밥과 반찬이 주어지고 있다.

한국인의 필수 식단인 김치를 곁들였으며 고기반찬도 적지 않게 배분되었다. 당장 주어지는 쌀밥과 지역작물들은 모두 ‘축복받은’ 레어 식단이다.

병사들은 맛은 둘째치고 식사를 할 때마다 튼튼해지고 잔병치레가 사라지는 통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훈련기간만 버티면 된다. 2기 훈련병들에게도 1기생들의 식단은 곧 맞이할 희망이다.

그렇기에 버틸 수 있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생도들은 이제 자신들에게 놓인 소금설탕물은 인지해야 했다.

“……진짜 이거 먹어야 해요?”

국내 최대길드의 후계자인 천소연은 둘째 치고 고아로 자란 한수호조차 눈앞의 소금물에 기겁했다.

소년은 언제나 의지하던 누이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하리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포기하면 편해.”

“……언빌리버블.”

그렇게 말했지만, 하리도 소금설탕물을 먹는 건 두 번째다.

처음에는 1기 훈련병들이 이것만 먹고 버티는 걸 보고 버틸만한가 싶어 마셔본 것이다.

하지만 금방 엡! 퉷퉷! 하고 소금물을 뱉어냈고 레온의 핀잔을 들어야 했다.

‘하, 할 수 있어. 한하리! 너 고아잖아! 대한민국 하위 1%로 고난을 겪은 몸이라고!’

아니, 요즘 고아원은 좋아졌으니 3%인가? 애써 자신의 불행을 의지로 승화시키며 잔을 들이키는 하리.

목구멍으로 소금으로 뿌예진 잔이 넘어가는 순간, 극도의 짠맛이 목구멍을 태웠다.

‘짜…!’

짜다. 너무 짜다. 목구멍이 타들어 갈 정도로 짜다. 이러다가 식도염이 생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 짠맛은 금방 다른 맛으로 덮어졌다. 바가지로 부어진 설탕 덕이다.

‘너무 달아!’

소금이 입안을 타들어 가게 했다면, 설탕은 혓바닥이 아릴 정도였다. 문제는 이 맛이 뒤죽박죽 섞이며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다른 생도들도 마찬가지다.

혹독한 수련을 받은 천소연이나, 고아원 생활로 먹는 게 곧 사는 것이라는 걸 아는 한수호.

김재혁에 이르러선 슬쩍 버리려고 잔을 바닥에 기울였다.

-부정행위 발각.

콰찍! 하고 휘둘러진 강철 와이어가 살벌하게 위협한다.

“위, 위험하잖아!”

항변했지만, 기계거미는 냉혹하다. 절대로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만신전 길드의 군기반장인 것이다.

충격적인 소금물 식사가 끝나고, 레온이 일어섰다.

“그럼 소화도 시킬 겸 훈련을 시작하지.”

“예?”

뭘 먹었다고 소화를 시키냐는 반응… 하리는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다른 레온의 반응에 더 의문을 가졌다.

“폐, 하… 식사 후에는 쉬는 시간을 주지 않으셨나요?”

훈련병들의 기본 일정이었다.

오전 단련 후 식사. 쉬고 나서 다시 훈련. 그리고 식사 후 취침.

즉,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면 곧장 휴식 및 취침으로 돌입했다는 것이다. 비공식적이지만, 감자와 고구마 야참도 먹였고.

“쯧쯧, 너희들은 훈련병이 아닌 기사를 목표로 하는 자들이다. 어찌 병사와 기사의 수행이 같으리라 여겼느냐.”

“그, 그런가요?”

레온의 시선이 김진수 과장을 향했다. 그도 참관이라는 형태로 이 훈련에 참가했는데, 소금설탕물의 충격적인 비주얼에 미처 깨닫지 못한 듯하다.

“내 준비해라 일러두었는데, 구했느냐?”

“어, 마, 맞다! 예, 그랬지요! 조만간 공략을 준비하실 거라고…….”

“조만간이 아니다. 지금 당장이다.”

“……예?”

“2기 훈련병들은 이대로 휴식 후 취침. 스피너 경이 감독할 것이다. 구대성, 김도한 이하 십장들은 10분 내로 출발준비를 해라.”

“예, 예! 알겠습니다!”

“명 받잡습니다, 폐하!”

군기가 확실하게 든 1기 훈련병들이 곧장 무기 보관실로 뛰어갔다. 생도들은 어리둥절해하며 그들을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 * * *

생도들의 방문에 맞춰 레온은 게이트 공략권을 구입 했다.

바로 오크가 등장하는 오크 게이트. 구하는 건 쉬웠다.

본디 오크 게이트는 들이는 수고에 비해 얻는 것이 적다.

얻을 수 있는 최고가 아이템이 오크 대전사의 심장으로 최소 4억원의 가치를 가졌다.

문제는 오크 대전사가 준 레이드 보스라는 것이다.

피통도 피통이거니와 전사로서의 센스, 무력, 특수능력 무엇하나 위협적이지 않은 게 없다.

그렇기에 보통 A급 공략대가 공략해야 하는데, 이들의 연봉을 생각하면 대전사의 심장은 그리 비싼 축에 속하지도 않았다.

나머지는 극소수의 정령무기들. 이마저도 최소 B급으로 치는 오크를 잡고 득하는 템이라기엔 성능 대비 희소성이 심하다.

그래서 오크 게이트는 덥썩 샀다가 헐값에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매물은 협회로서도 처치 곤란이었는데, 레온이 구매하겠다고 나서자 헐값이 그것을 넘겨주었다.

“오크 게이트다.”

“괘, 괜찮아? 여기 중에 오크 게이트 클리어해본 사람 있어?”

“천소연하고 김재혁, 한수호 정도가 다일 걸…….”

생도들은 자신들이 오크 게이트를 공략하러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 허술한 식사라는 이름의 고문을 당하고나서 소화하러 왔다는 것이 오크 게이트라니.

[퀘스트 : 오크들의 내전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당신은 이 내전에 참여하러 온 이종족 용병입니다. 한 편을 도와 내전을 종식시키고 대족장의 인정을 받으십시오.]

“한쪽 편을 들어야 하는 모양인데?”

“그래도 한쪽 오크는 우리 편이란 거네.”

안도의 한숨을 쉬는 생도들. 보통 이런 퀘스트는 아군 오크들을 최대한 방패막이 삼아 안전하게 클리어하는 법이다. 현명하게 싸우면 그렇게 힘겨운 게이트가 아니──

“하아…….”

“이거… 그거지?”

“그렇겠죠.”

그러나 병사들의 반응은 판이하게 달랐다. 구대성, 김도한을 비롯한 1기 훈련병들은 어떤 미래를 점쳤던 것이다.

“???”

왜 저러지? 수호가 하리에게 슬쩍 물어보려던 때였다. 들판 너머에서 오크 무리가 다가왔다.

“너희들이 외지에서 온 용병들인가? 나는 자랑스러운 큰엄니 부족의 오크 전──”

-콱!

오크 전사는 끝까지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머리통이 날아갔다. 어디선가 날아온 랜스가 오크의 턱 위부터 통째로 날려버린 탓이다.

“엥?”

생도들은 눈앞에서 머리통이 날아간 오크를 보며 반응하지 못하고 그건 오크들도 마찬가지였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창을 던진 원흉을 찾는다. 아니, 찾을 필요도 없었다.

대체 어디서 난 건지, 새하얀 백마를 탄 사자심왕이 모멸적인 시선으로 폭언을 내던졌다.

“더러운 짐승이 누구의 허락을 맡고 냄새나는 입을 여느냐.”

혐오, 경멸, 증오에 의한 압도적인 위압감이 살을 떨리게 만든다. 그 대상이 아닌 생도들도 그러할진대, 오크들은 어떨까?

“방진 세워!”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울리는 목소리. 1기 훈련병들이 척수반사적으로 방패를 쌓고 검을 찔렀다.

“크헉!”

“이, 이놈들 비겁하다!”

갑작스런 기습을 당한 오크들이 맥없이 쓰러졌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생도들은 따라가질 못했다.

“자, 잠깐만요. 이렇게 막 죽여도 되는 퀘스트가 아니지 않아요?”

“왜, 왜 공격하는 거죠? 누가 이유 좀 알려주세요!”

하지만 병사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꾸했다.

“오크를 죽인다.”

“그것은 당연한 거니까.”

“”?????””

【 영장류 최다 오크 도살자 】

◆효과

: 오크 상대로 50%의 살상효과가 발생합니다.

: 오크들이 공포, 혼란, 절망에 휩싸입니다.

: 오크에 대한 마땅한 증오가 확산됩니다.

그때였다. 생도들의 눈앞에 뜬 시스템 메시지. 시스템 메시지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 사자심장의 오라 】

◆효과

: 군단강화 돌격방어가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요새화가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대대형 강화가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용맹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가벼워진 갑옷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질긴 피부가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무거운 일격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대마법 강화가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원거리 저항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예리한 시선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대보병 살육이 부여됩니다.

: 군단강화 오염저항이 부여됩니다.

【 살아있는 반신 】

【 워 나이트의 가호 】

【 성배 수호자 】

【 용살자의 명예 】

【 악종의 공포 】

【 악마군주 살해자 】

【 최다 악마 도살자 】

【 원거리 혐오자 】

【 최강 돌격자 】

“미, 미친. 이게 뭐야?”

거의 융단폭격 수준으로 쏟아지는 트레잇들. 생도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레온이 일갈했다.

“무기를 뽑아라! 방진의 좌우에 서! 놈들의 측면으로 돌격한다!”

말을 타며 위협하듯이 쏟아지는 명령에 몇몇 생도들이 어리바리하게 따라나섰다. 오크들이 분노하며 방진과 부딪치는 사이, 그 옆구리가 텅텅 비어있다.

“돌격하라!”

레온의 돌격명령. 모루 역할의 병사들이 버티는 동안 망치 역할의 생도들이 충격보병이 되어 오크들과 부딪쳐야 했다.

하지만 생도들의 전투력은 병사들보다 높을지언정 한 덩이의 덩어리가 되어 돌진하는 법은 몰랐다.

“크으…! 이놈들이!”

“으아앗!”

옆구리를 파고든 생도들이었지만, 그 돌파력은 생각보다 낮다. 오크들의 거구와 묵직한 방어력을 돌파할 여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뚜, 뚫린다!”

오히려 튀어나온 오크들로 인해 생도들의 진형이 붕괴되고 무너지려던 그때였다. 공기를 태우며 휘둘러진 불꽃이 오크의 무리를 일소했다.

“하, 하리 선배!”

단숨에 오크 둘을 베어버리고 셋을 태워버린 하리가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조심해, 애들아. 침착하게 무너뜨리는 거야.”

그나마 이 미친 오크 혐오에 익숙한 하리가 불꽃을 일으키며 부족한 충격력을 보완한다.

‘문제는 반대편 생도들인데.’

병사들의 일자방진을 중심으로 생도들은 둘로 갈려 오크들을 포위하는 형국이다.

오크들의 숫자가 불과 오십이 채 안 되어 여유롭게 포위할 수 있었지만, 하리라도 있는 이쪽과 달리 반대편에는 순수 생도들뿐이다.

‘폐하는 도와주시지 않으실 거 같고…….’

그때였다. 하리가 불태우고 있는 오크들의 반대편에서 섬뜩한 곡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이, 이 쪼그만한 계집이!”

“도끼로 반 토막을 내주마!”

번잡한 덩어리 싸움에서도 기가 막힐 정도로 공간을 파고들며 세검을 찌르는 한 명의 검사.

광검자 천수진의 손녀이자 아카데미 생도 최강이라 할 수 있는 천소연이 오크들의 목을 꿰뚫으며 돌파하고 있었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검방전사 한수호와 창술사 김재혁. 두 사람도 오크들의 기세에 크게 밀리지 않으며 대처하고 있다.

아카데미 최상위권의 졸업반인 세 사람은 오크를 상대하는 게 처음이 아니었던 덕.

“흠…….”

레온은 성배를 소환해 일선의 병사들을 회복시키면서 그들의 활약을 지켜봤다.

단연코 압도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 건 한하리. 사실상 우측 망치 충격보병의 공격력 절반을 혼자서 커버하고 있다.

섬세함이 부족하다고 깠지만, 이런 군단싸움에서는 단연코 절대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불의 축복.

“지금이야! 화상을 입은 오크들을 처리해!”

역시 재능은 있다. 잘 가르치면 전쟁과 불꽃의 신성께서도 마음에 들어 하시겠지.

반면 반대편에서 대활약을 하고 있는 건 천소연, 김재혁, 한수호다.

셋은 오크 사냥 경험이 있는 건지 대응이 좋다. 한수호는 방패로 오크들의 공격을 흘러내며 착실하게 오크를 깎아내고, 김재혁은 신장 차이를 뒤집는 리치 차이로 매섭게 오크들을 척살했다.

천소연쯤 되면 섬세한 세검의 일격들이 빠르고 경쾌하다. 섬광처럼 쏟아지는 검들이 치명적인 급소만 정확히 찌르고 있다.

“반면 다른 녀석들은 평범한가.”

저 넷이 특출난 거지 나머지는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겨우 C급인 방패보병들이 우직하게 오크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는데도 측면에서의 공격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타고난 육체능력과 몇몇 활약하는 이들이 없었다면 망치가 포위한 병력들에 잡아먹힌다는 결과가 나왔겠지.

레온의 무지막지한 버프가 없었다면 그마저도 못하고 무너졌을 것이다.

전투는 손쉽게 승리로 끝났다.

레온은 벌써부터 지친 생도들에게 체력안배를 명령하며 다음 전투를 준비하도록 했다.

“폐하…….”

천소연이 다가왔다. 그녀는 한 번의 전투로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것인지, 고르게 숨을 쉬고 있다.

“질문을 허한다.”

“어째서… 오크들을 공격한 것이죠? 퀘스트는 분명 오크들 중 한 쪽을 돕는 것입니다만.”

“오크는 살려두지 않는다. 단 한 마리도.”

“예?”

레온은 천소연 한 명에게만 설명하기보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선언해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판단했다.

“명심하라. 오크란 녹색피부를 가진 짐승들이다.”

“이 짐승들은 명예와 영광을 논하며 일견 사람의 언어를 구사하지만, 그들의 명예와 영광은 헛된 짐승들의 폭력일 뿐이다.”

“그것들이 문명을 일구는 것을 보았느냐? 그것들이 야만적인 폭력 대신 대화를 선택하는 것을 보았느냐?”

라이온하트 수천 년 역사의 반복 속에서 레온이 터득한 진리는 하나다.

오크는 말하는 짐승이다.

“짐승이 사람의 흉내를 내고 있다.”

“짐승이 전사의 명예를 탐내고 있다.”

“짐승이 너희 목숨으로 영광을 노래한다.”

가당찮다. 이 쓰레기 짐승들이 감히 명예로운 종족만이 논할 수 있는 명예와 영광을 논한다.

“너희들은 단호한 결의로 결단해야 한다. 놈들은 존재할 가치조차 없는 짐승들. 살아서는 안 될 더러운 기생충들이다.”

현대 지구에서 오크들은 빈말로라도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한다.

그들의 난폭함과 폭력성이 문명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탓이다.

하지만 정치적 올바름이란 이름 아래 오크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세상이니 누구도 레온처럼 극단적인 혐오를 발산하지 않았다.

“저 역겨운 어금니와 냄새나는 주걱턱들을 부숴라. 짐승을 도살하는 것에 주저 따윈 필요 없다!”

“착한 오크? 오직 죽은 오크만이 선할 수 있다.”

“짐승을 사냥하는데는 비겁함을 논할 필요도 없다. 필요한 건 오직 살육과 마땅한 분노. 놈들을 격멸할 살의뿐이니!”

[【영장류 최다 오크 도살자】가 오크에 대한 마땅한 증오를 확산시킵니다.]

그러나 레온의 연설이 계속될수록 생도들의 심장에 어떤 불이 붙었다.

그의 논리에 이성은 없을 지언정 마땅한 신뢰가 있었다.

이미 레온과 만신전의 가르침에 심취한 병사들은 더더욱 그 신성의 취기에 달아올랐고──

“죽여라! 녹색짐승들을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방패와 검을 두들기며 호응한다. 그 광기에 집어 삼켜지는 어린 생도들에게 마땅한 가치관이 새겨질 때까지.

“섬멸하라!”

“유린하라!”

“짐승새끼는 단 한 마리도 남기지 마라!”

라이온하트에 영광 있으리.

제군들의 창칼에 명예 있으리.

* * * *

혐오와 증오. 레온이라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의 지휘 아래 오크 게이트의 오크들은 한 마리도 남김없이 도륙되었다.

꼬박 하루를 쉬지 않고 도륙을 하니 더이상 게이트에 오크가 남지 않을 정도였고, 본래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보다 훨씬 많은 수익이 들어왔다.

“와~ 대전사의 심장이 세 개에 정령무기… 마정석은 또 얼마야?”

그 수익은 족히 12억대에 육박한다. A급 공략대의 수익이라고 보면 단가가 안 맞을 테지만, 여기 있는 헌터들은 죄 C급 그리고 아카데미도 졸업하지 않은 생도들이다.

김재혁은 쌓인 전리품에 반색하며 제 몫을 계산했다.

“헌터가 96명이니까 보수적으로 잡아도 두 당 육백만원은 떨어지겠는데?”

“이렇게 오크를 많이 잡아본 적은 처음이야…….”

“수호 너도 간만에 돈 좀 땡겼네. 고아원에 보낼 거냐?”

“절반은.”

오크 대전사의 심장은 경매에 올리면 5억도 간간이 나오는 물건이다. 그렇게 되면 수익은 더욱 올라가리라.

그렇게 오크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각자 수당을 받아가라는 지시에 생도들은 기대 만발한 표정으로 재정관리를 하는 야피에게 다가갔다.

인공지능 기계가 수당을 계산해주는 건 영 익숙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계니까 정직하게 계산해주지 않을까?

-입금완료.

“오우, 빠르구만! 미리 계산해주신 겁니까?”

“아직 오크 대전사의 심장은 팔리지도 않았을 텐… 어?”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확인한 두 사람은 들어온 금액에 어리둥절했다.

“저, 야피 씨? 입금을 잘못한 거 같은데요?”

-본기의 연산능력에 실수는 없음.

“아니아니, 왜 계좌에 70만원 밖에 안 찍혀요? 최소 600만원은 들어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김재혁. 전투영상 분석. 계산수당 700만원.

“어… 좀 높게 잡아주셨구만. 아니, 근데 왜 70만원밖에 안 들어온 건데요!”

-십구조.

“예?”

수당을 입금받은 생도들이 따지려고 몰려왔다. 그들은 야피로부터 같은 대답을 들어야 했다.

-십구조. 귀하의 수고를 덜기 위해 미리 거두어감.

말도 안 돼.

악랄한 세금구조에 생도들이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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