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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9

59화 이런 만행은 용납하지 않아욧!

제주도 게이트가 발생한 건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전. 그 게이트를 낙찰받은 건 이용완 길드장의 불새길드다.

이용완은 적색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황금사자 길드의 황금철을 끌어들였고, 불새x황금사자 연합 공략대는 적색 게이트 공략에 나섰다.

적색 게이트 공략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공략 불가시에는 반드시 지원요청을 할 것.

그리고 지원요청시 협회는 던전 브레이크가 임박한 적색 게이트에 ‘헌터’를 강제동원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던전 브레이크시 사실상 도시 하나는 날아가는 수준의 피해가 기본인 적색 게이트이기에 협회가 가진 거의 유일한 징발권이다.

이마저도 국내 대형길드들이 받아들이지 않아 ‘공략 실패’가 기정사실로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흑색 게이트에서 협회가 사실상의 공략실패 희생양으로 김진수 과장과 하리를 보낸 것은 이런 이유.

“그래서, 이 나를, 짐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냐?”

레온이 불쾌하다는 듯 눈을 흘기자 김진수 과장이 땀을 뻘뻘 흘리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물론 아닙니다. 협회는 폐하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애초에 아직 동원령을 발동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니고요.”

긴급 동원령은 앞선 길드가 실패를 선언해야 했다. 문제는 도망쳐 나온 헌터가 있기는 한데, 그게 실패냐 아니냐 하면 애매한 것이다.

“내 일단 그를 먼저 만나봐야겠다. 그 귀환자는 어디에 있느냐?”

“병원에서 치료 중입니다. 지금 거의 인사불성이라던데…….”

“상관없다. 가지.”

레온은 곧장 생존한 헌터가 실려갔다는 제주 병원으로 향했다. 사전에 레온의 방문을 무전으로 받은 협회 직원들은 레온을 만나자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이쪽입니다, 폐하.”

불새길드와 황금사자 길드의 부상자들은 4인실에 몰려 있었다. 다들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는데, 심각한 자는 자리에 없이 수술을 진행 중이다.

“이곳이 병원이로군요.”

레온을 따라 병원에 방문한 베아트리체는 지구의 현대적인 병원시설에 감탄했다.

감염을 막기 위해 청결하게 유지하고, 수많은 간호사와 의사들이 상주하며 치료한다.

그녀에게는 상당히 센세이션한 광경이다. 왜 자신의 왕국에서는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아니, 불가능했을 것이다… 라고.

“흥, 야만적이지 않소.”

“이 시설이요?”

“그렇네. 전투에서 부상을 입은 병사들을 치료하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어찌 평민들까지 치료를 받는다는 것인가.”

평민을 치료를 받을 자격도 없다는 신분차별적인 의미는 아니었다.

라이온하트 왕국은 물론 대부분의 국가에서 평민들은 축복받은 작물을 먹으며 병에 걸릴 일 자체가 없다.

무병장수와 매 끼니마다 병을 치유하는 행위가 반복되는 것이다. 하다못해 입안의 세균도 없어 치과라는 개념이 생소했다.

평민들이 치유 행위를 받을 때라곤 보통 사고로 인한 외상, 그것도 의술의 신이라는 개념이 없어 생명과 풍요의 신관들이 이를 대신했다.

좀 아프면 신전에 와서 기도 좀 하고 신관들이 지어준 밥 잘 먹고 돌아가면 될 것을 의사가 왜 필요하며, 입원이 왜 필요한가.

그런 건 긴급한 외상으로 떨어져 나간 팔을 붙이거나, 내장을 다친 병사와 기사들에게나 필요한 일이다.

그마저도 전장에 파견된 생명과 풍요의 신관들이 해결해주는 일이고.

“……폐하의 세계는 저울에 올릴 수도 없이 특이한 경우랍니다.”

“뭐, 알고는 있네. 그렇기에 모든 신들을 대리하는 짐이야말로 이 세계의 홍복이지.”

“후후…….”

여왕은 이 오만할 자격이 있는 신왕에게 별다른 태클을 걸지 않았다. 그녀 자신도 이제는 꿈과 죽음의 신관장이니.

“인사불성인 자들이 많군.”

“진정제를 투여해서 그렇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그럴 필요는 없네.”

레온은 여왕에게 다가갔다.

“제가 나설 차례인가요?”

“부탁하지.”

베아트리체는 자신의 성력을 일으켰다. 그녀는 꿈과 죽음의 신성 플르의 신관장. 비록 경력도 없는 초보 신관장이라곤 하나 한 명의 꿈에 개입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어려울 것 없네. 그의 꿈속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게. 그 게이트 속에서 반복된 세계를 구성하던 건 틀림없이 그대이니.”

몽마의 재능을 타고난 그녀는 악마들의 농간에 반복되는 세계를 유지해왔다. 그런 면에서 지금 하고 있는 행위는 생각보다 익숙한 일이다.

“후우…….”

이 무슨 아이러니한 일일까. 끔찍한 반복의 기억과 경험이 그것으로부터 해방된 뒤에서야 이리 도움이 되다니.

베아트리체는 인사불성의 헌터의 꿈속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헌터의 의식을 살필 수 있었다.

[……이건.]

곧 꿈속에서 나와 의식을 차린 베아트리체는 곧장 그의 의식 속에서 보았던 광경을 증언했다.

“녹색갑주의 기사예요. 거대한 한손망치와 방패를 들었고, 생명과 풍요의 여신이 가호하는 기사라고 주장했어요.”

“흠… 데메라께서?”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다른 세계에도 생명과 풍요의 여신이 없으리란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기사의 이름을 알 수 있겠소?”

“게오브릭. 장엄한 게오브릭이라고 불리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게르한의 수호자. 몽트리올의 괴력기사라고…….”

“……!”

그 순간, 레온의 눈이 부릅떠졌다.

“폐하?”

“당장 출발토록 하지. 짐이 직접 나서겠다.”

레온이 곧장 출전의지를 밝히자 김진수 과장과 협회 직원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S급 4명에 공략대 대부분이 연락이 끊긴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를 보낸다면 적어도 그에 필적하는 전력이 필요했다.

국내의 다른 대형길드들이야 당연히 뻗댈 것이고 보내는 전력도 미심쩍다. 하지만 레온이라면…….

‘이분은 손익으로 움직이는 분이 아니시다.’

거기다 그 강함은 정평이 나 있다. 어쩌면 세계구급의 괴물들하고 비교해도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겠지.

“사옥에 있는 병력을 호출할까요? 지금 당장 전세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레온이 때마침 제주도에 기사 생도들의 말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게이트를 공략하는 헌터가 말을 구입한다는 것이 워낙 생소한 일인데다, 굳이 병사들까지 데려올 필요는 없었다.

게이트를 공략하려면 병력이 필요할 테니, 김진수 과장은 협회 전용기를 사용해 그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아니, 이번 게이트에는 병사들을 데리고 가지 않을 것이다.”

“어째서… 죠?”

김진수 과장의 의문에 헌터의 꿈속 광경을 목격했던 베아트리체가 대신 추측을 읊었다.

“어중간한 실력으론 의미가 없기 때문이군요?”

“바로 그렇네. 하여 최소 편력기사 이상급. 적어도 휘말려 죽지 않을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저를 포함해 하리 양과 그 세 사람 정도가 고작이겠어요. 야피 경을 데려오지 않은 게 실수였군요.”

적어도 구대성, 김도한을 비롯한 병사급과 어중간한 실력의 B급 생도들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소. 스피너 경을 기다릴 시간에 차라리 빠르게 합류하는 게 낫겠지.”

그만큼 서둘러야 하는 것인가. 사태의 심각성을 어렴풋이 인지하며 그녀는 레온과 함께 게이트로 향했다.

* * * *

“…….”

“이, 이건 대체…….”

게이트에 입장하자마자 목격한 것은 끔찍한 전화(戰火)의 흔적이었다.

사람이 살던 흔적을 소각한 자국. 들풀 한 포기조차 남기지 않은 철저한 파괴행위였다.

무자비한 학살과 자비 없는 파괴. 그 상징적인 ‘처형대’를 목격한 하리는 이를 악물었다.

“너, 너무 심해…….”

사람의 피부가 벗겨져 매달려 있다.

어린아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피부가 벗겨진 처형대의 광경은 대부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우웨에에엑!”

수호는 역함을 참지 못하고 구토했다. 그런 수호를 재혁이 등을 토닥였고.

“…….”

게이트를 클리어하며 별에별 꼴을 다 본 천소연이었지만, 그녀도 이런 끔찍한 처형장은 처음이다.

눈살을 찌푸리는 선에서 내색하지 않았지만, 레온과 베아트리체는 냉정하게 주변을 살폈다.

“형장을 세운지 시간이 좀 경과했군요. 이들이 헌터들일까요?”

“아닐 것이오. 그렇다기엔 전체적으로 신장이 작은 편이지. 한국인들은 대체적으로 신장이 건장하네.”

추가로 사람이 최근까지 머물다 간 흔적을 발견했다. 발자국 여럿이 잿더미가 된 들판을 거닌 탓이다.

“청야 전술을 시행 후 남김없이 죽였군. 이 땅에 씨종자 하나 남기지 않기 위한 의도요.”

“잘 아시네요?”

“오크 놈들을 죽일 때, 놈들의 몇 안 되는 녹지에 비슷한 일을 했지.”

레온은 처형된 희생자들을 뒤로 하고 말에 탔다.

“이곳에서의 일이 끝난 지는 한참이 지났다. 흔적을 거슬러 올라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낼 것이야.”

레온이 선두에 서고 그 뒤를 여왕과 생도들이 따른다.

아직 익숙지 않지만, 말을 타고 가는 길은 걷는 것보단 훨씬 빨랐다.

“폐하.”

말을 타고 걷는 와중 베아트리체가 물었다.

“말씀하시게.”

“다소 서두르는 것 같네요. 야피 경도 기다리지 않으시고. 무언가 짐작가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흠… 짐이 배려가 없었군.”

말을 타고 가는 길. 레온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이 어중간한 실력은 위험하다. 그 이유는 이곳에 ‘성배기사’가 있기 때문이다.”

“성배기사… 게오브릭 경을 말하는 건가요?”

베아트리체는 헌터의 의식 속에서 목격했던 녹색갑주의 기사를 떠올렸다.

장엄한 게오브릭. 신의 기사를 자처하는 그의 무력은 확실히 인외마경에 속했다.

“생명과 풍요의 여신 데메라께서 총애하셨던 성배기사지. 짐보다 3세대 전의 성배기사요. 그 무용이 짐의 대까지 전해지던 기사였지.”

레온도 그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니다. 성배기사는 기본적으로 수명이 길다.

한 세대라 하면 보통 최소 200년을 잡고 시작하는 것이다.

“게오브릭 경은 800년 전, 짐이 태어나기 500년 전이군. 당시 야만족 토벌을 위해 출병했다 승천했소.”

“스, 승천이요?”

“돌아가셨다는 뜻이겠지, 누나.”

레온은 수호의 추측을 부정하지 않았다. 본디 위대한 성자들은 그 죽음을 죽음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그들의 죽음은 곧 신들이 직접 이끄는 낙원으로의 승천인 탓이다.

“허나, 게오브릭 경은 낙원으로 오지 못했네.”

“……영혼이 도착하지 못한 거군요.”

“성물의 기운까지 추적했지만, 어디에서도 그와 토벌군을 발견할 수 없었지.”

베아트리체는 레온이 전사한 훈련병들을 직접 낙원으로 승천시키는 걸 보았다.

하여 적어도 레온의 세계에서는 사후세계가 존재하며 신들이 총애하는 영혼들이 모여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성배기사라 하면 당대에 가장 총애받던 성자일 진대, 어찌 그 영혼이 낙원에 도달하지 못했단 말인가?

“추측은 세 가지오. 첫째, 게오브릭 경이 사실은 살아있던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성배기사들은 본디 수명이 정해진 존재가 아니다.

그들이 승천하는 것은 전장에서 스러졌거나 스스로 자리를 내려놓고 신들의 품에 안길 때다.

“둘째, 그의 영혼이 중간에서 길을 잃었던가. 마지막으로──”

“변절…….”

성배기사 게오브릭. 여신의 총애를 받는 그가 사실은 변절자였다던가.

“이 게이트를 공략하다보면 그 진상을 파악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초력의 성배기사가 관여된 일일세. 만약 전투가 벌어진다면 그것은 인간의 싸움이 아닐 것이야.”

하여 싸움의 여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만을 추려왔다. 아직 병력소모를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닌 탓이다.

그렇게 흔적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생도들의 낯빛은 어두워져 갔다.

“또야…….”

“보란듯이 세웠어.”

본보기처럼 처형대에 올린 시체들은 하나같이 끔찍한 몰골이었던 탓이다.

태워죽인 시체, 일방적으로 짓밟히며 유린당한 마을, 저항하지도 못한 채 학살당한 흔적.

특히 그들의 벗겨진 피부를 주시하며 으르렁거린다.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구나. 이런 만행을 벌이다니. 이 족속들은 죽어 마땅한 대죄인들이다.”

레온의 말에 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역시 폐하도 이런 참극에 분노하시는구나.’

레온은 일견 차별주의자에 권위주의에 찌들어 있지만, 그 본질은 정의로운 사람이다.

비록 문화 차이가 좀 있어도 하리는 그가 충분히 따를만한 정의로운 사람이라 여겼다.

“한하리. 그리고 나머지 생도들은 들으라.”

생도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들은 이 참상에 질려 있었지만, 레온의 또렷한 말에 집중했다. 그가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자신들을 이끌 기수임을 알기에.

“지금부터 무슨 일이 벌어지든, 너희들은 오직 본왕을 따르면 그만이다. 너희의 눈과 생각을 과신하지 마라. 알겠느냐.”

“아, 알겠습니다.”

“폐하 가는 길만 따라가겠습니다!”

어째서 이런 당연한 당부를 하는 걸까? 생도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레온은 더 말하지 않고 앞서 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더 올라갔을까?

-꺄아아아악!

-살려줘!

또다른 참극이 다가온다.

유황과 살 타는 냄새, 바람을 타고 흐르는 곡소리.

“폐하! 마을입니다! 사람들이 학살당하고 있어요!”

말을 탄 기사와 병사들이 일방적으로 헐벗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저항하는 자를 도륙하며 생포한 자는 무자비하게 두들겼다.

-죽어! 죽여버리겠어!

-크하하하하, 뒈져라, 이 천한 것들아!

누가봐도 학살극. 누가 보아도 일방적인 도륙의 현장. 저항하는 자는 더욱 끔찍하게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끔찍한 학살극 앞에서 레온이 분노했다.

“이, 이 버러지 쓰레기들이…!”

“폐하!”

진심으로 분노하는 레온을 보며 하리는 감격했다. 이 사람의 정의로움은 믿고 따를 수 있다고!

“아군이 위험하다! 돌격한다!”

“어디까지고 따르겠습니다!”

하리는 어설프지만 말 고삐를 쥐었다. 다른 생도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무자비하게 학살당하는 양민을 구하고 정의를 세울 순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사자심왕과 함께라면 능히 정의를 구현하리라고.

-다그닥다그닥!

말발굽이 대지를 박찬다. 어느새 랜스를 소환한 사자심왕은 전속력으로, 그 누구도 따라잡지 못할 만큼 빠르게 달려나갔다.

어설픈 기수와 경주마들은 도통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너, 너무 빨라! 따라갈 수가 없어!”

“그만큼 분노하신 거야! 마치 ‘오크’를 만났을 때처럼!”

신이 나서 따라잡으려는 생도들. 그때, 수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 뭔가 방향이 이상하지 않아?”

“응?”

수호의 의문에 하리도 똑바로 레온이 향하는 방향을 보았다.

레온이 분노의 일갈과 함께 맹렬히 돌진하는 방향, 그곳은… 학살에 맞서는 주민들이었던 것이다.

“라이온하트에……! 영광 있으라아아아아아아아!!!!”

꽈앙, 격돌의 순간… 학살당하던 양민 셋이 꼬챙이처럼 랜스에 관통됐다.

폐하?

그쪽 방향이 아닌데요?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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