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Chapter 59

15.빌런은 나의 것(1)

‘아델라는 여기 계신 분이 아내와 따님이신가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네, 네, 그, 그렇습니다.”

“본다. 좋군. 중요하게 수집한다. 없어짐, 부모. 그러면 사진 없다.”

‘보기 좋네요. 소중히 간직하세요. 저는··· 부모님이 없어서요. 그래서 사진도 없거든요.’ 라고 말하는 중이었다.

하룸은 소름이 끼쳤다.

‘협박······!’

사진 속 인물들을 언제든 없앨 수 있다는 자신감.

저 괴물은 딸을 부모 없는 아이로 만들고 싶냐고 묻고 있었다.

모하마드 살람 3세도 그렇게 알아들었다.

“아, 아뇨! 아닙니다! 저, 저 일신 그룹 욕한 적 없습니다! 그, 그냥 좀 시, 시차 때문에······.”

“네?”

아델라는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뭔가 절박해 보여 마음이 아파왔다. 그만큼 가족을 사랑한다는 거겠지.

“크흑, 사실 욕 했습니다. 흐흐흑”

아델라는 눈물이 핑 돌았다.

타지에 나와서 고생을 하고 있는 남자가 불쌍해 보였다. 자신도 고아원의 식구들을 놔두고 멀리 간다면, 이 남자처럼 힘들 것 같았다.

아델라는 그에게 사진을 건네주었다.

“딸, 무엇, 이름?”

“나디아··· 나디아입니다.”

이름이 참 예뻤다.

아델라는 사진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모하마드 살람 3세는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받아들었다.

모하마드 살람 3세는 사진을 받고는 흐느꼈다.

언제 사진을 가져간 것인지 느끼지도 못했다. 신상조사를 이미 다 끝마친 게 분명했다.

아델라는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마침 떠오른 영어 단어가 있었다.

“굿럭.”

모하마드 살람 3세는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다크엘프는 뛰어난 자에게만 굴복했다.

저런 존재감을 품고 있으면서, 협박과 회유에도 능했다.

하룸은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내렸다.

저 괴물은 대단히 뛰어난 자였다.

뛰어난 자에게 굴복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아델라가 손을 흔들고 등을 돌리자 모하마드 살람 3세와 하룸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구, 굿럭? 행운? 행운을 왜···? 무슨 의미이지?”

하룸의 표정이 굳었다.

“암살업계에서 즐겨 쓰는 은어입니다. ‘목 씻고 기다려라.’라는 뜻이지요. 대놓고 암살 예고라니, 정말 무시무시한 자로군요.”

“허억.”

모하마드 살람 3세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흑표족 전사는 주섬주섬 자신의 짐을 챙기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한 겁니까?”

“···일신 그룹에 대해 험담을 조금··· 비행기에서 이진우 욕도 좀 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 기, 기술을 빼돌리려고 사전 포섭을 좀······.”

“철수하겠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자, 잠깐! 의, 의뢰비용을 두 배, 아니 세 배로 늘려주겠네.”

하룸은 갈등이 생겼지만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모하마드 살람 3세의 터번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 그래도 손을 흔들어 준 걸 보면··· 마음이 풀린 게 아닐까?”

“처신 잘하라는 다크엘프식 인사를 따라한 것 같습니다. 저희 쪽··· 정보도 잘 아는 베테랑이군요. 경호 준비단계에서 정보가 샌 것 같습니다.”

“아······.”

하룸은 무척이나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경호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만 했다. 다른 다크엘프들과 마찬가지로 굳은 얼굴이 풀리지 않았다.

모하마드 살람 3세는 집에 가고 싶어졌다.

그러나 갈 수 없었다.

약점이 잡혀버렸기 때문이다.

‘그, 그래, 무, 무슨 일이 또 있겠어?’

모하마드 살람 3세는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아델라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홀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 보고서!”

이기환은 아델라에게 외부업무를 나올 경우,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보고를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아델라는 수첩을 꺼내 무언가 그리기 시작했다.

사진을 들고 있는 토끼 그림.

분실물을 찾아줘서 뿌듯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녀의 그림 안에서는 모두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 * *

진우는 홀로 그의 뒤를 쫓아갔다.

이상철은 일신 그룹의 핵심 임원들만 들어갈 수 있는 정원으로 진입했다. 보안요원들이 살벌하게 지키고 있었는데, 당연히 진우를 막지 않았다. 오히려 빠르게 문을 열어주었다.

‘돈 지랄을 해놓았군.’

빌딩 밖은 겨울이었지만, 이곳은 제법 더웠다. 딱 웃통을 벗고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은 온도였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나무들과 동물들, 그리고 인공 바다까지 보였다.

어떤 자들은 이곳에 일신 그룹의 비밀 연구실이 있을 거라 예상했고, 여러 음모론을 떠들어댔지만, 실상은 그냥 휴식처였다.

어두운 곳에 서 있는 이상철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제법 진지했다.

“···답답하군. 지금 이진우가······.”

진우의 기척을 느낀 탓일까?

이상철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다음에 통화하도록 하지.”

이상철은 빠르게 통화를 끊고는 고개를 돌려 진우를 바라보았다.

“내가 뭐?”

“이런 행사에는 안 올 줄 알았다.”

“형 보러 왔지.”

진우는 이상철을 살펴보며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진우는 이상철이 이민철과 이진우에게 밀린 패배자인 줄 알았다.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보이는 이미지도 이민철에 비해 다소 약했다. 애초부터 이민철만 언론에 자주 나올 뿐, 이상철은 노출이 적은 편이었다.

‘제법인데?’

눈앞에 있는 이상철은 제법 그럴듯한 강자였다.

무예가로써도 완성되어 있었고, 기세와 존재감을 억누를 줄도 알았다.

진우가 흥미롭게 바라보자, 이상철은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긴장했다.

“나를 따라온 것 보면 할 말이라도 있는 것 같은데.”

“민철이형 병문안이나 같이 갈래? 이럴 때일수록 형제끼리 뭉쳐야지.”

이상철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퇴원한 걸 모르나?”

“아, 그랬어? 연락이 없어서 몰랐네. 혹시 둘이 나 따시키는 거 아니야? 서운하게.”

진우의 미소가 진해 질수록 이상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난 네 적이 아니다. 오히려···”

“그걸 형이 정하는 건 아니지.”

이상철은 아무런 말없이 진우를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회장님이 부르시는군.”

“그래?”

“잘 놀다가도록.”

이상철은 그렇게 말하고는 진우의 옆을 지나쳐 가려했다.

이상철의 행동은 굉장히 수상했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게 기업의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이상철이 소리소문 없이 제거된 걸 보면 수상한 일을 벌이다가 숙청된 것 일수도 있었다.

이민철과 같은 빌런 느낌은 아니었다.

그는 진우에게 잘 놀다가라고 말했다. 기업인이 진우의 장난감이 되든, 뒤지든 신경쓰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알아볼까?’

진우는 시간의 권능을 사용했다. 그동안 진우도 놀고만 있던 게 아니었다.

북한산 원정 이후, 세계수의 꽃이 핀 것처럼, 그의 재능 역시 꽃을 피웠다. 그가 몸속에 각인해놓은 특성들이 완전히 자리잡았다. 신체 능력만이라면 각성 무예가와 필적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주력은 무예가 아닌 마법이었다. 그리고 한때는 이능이라 불렸던 권능이었다.

말라비틀어진 신체에서도 마법은 막강한 화력을 뿜어냈었다. 더 성장한다면 마스터와 정면에서 붙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진우를 중심으로 시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바람 소리가 길게 늘어졌고, 휘날리던 먼지들이 아주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오래 유지할 수는 없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휘익!

다시 시간이 빨라지며 이상철이 진우의 옆을 완전히 스쳐지나갔다. 이상철은 아무런 이상도 느끼지 못한듯, 그렇게 걸어 밖으로 나갔다.

진우는 손에 들린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그의 것이 아닌, 이상철의 스마트폰이었다. 최근까지 이상철은 일신 그룹의 후계자와 가장 가깝다고 평가를 받았다. 그런 이상철의 스마트폰은 상당히 구식이었다.

보안이 잠겨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마법진이 떠오르더니 스마트폰을 스캔하듯 지나쳤다.

‘여기 있군.’

스마트폰에 묻어 있는 지문을 그대로 마력패턴을 이용해 복제했다. 수사과에 있을 때 배운 기술 중 하나였다. 영장이 나오지 않는 이상, 불법이기는 했지만 급할 때 자주 이용했다.

통화목록을 보니 발신자 번호는 감춰져 있었다.

일방적으로 받기만 한 것으로 보였다. 남부러울 것이 없는 이상철이 남의 전화를 받기만 한다?

‘흥미로운데.’

통화목록을 뒤져보니, 하트가 붙어 있는 이름이 보였다.

무미건조한 인상의 이상철이 했다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세리아.’

이름이 세리아였다.

최근에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같았다. 진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사진 앨범을 살펴보았다.

우인족 여인이 보였다. 아름답다기 보다는 편안함을 주는 인상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은 단아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흰색과 검은색이 조합된 머리색이 조금 특이하기는 했다.

그녀는 아이들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었는데, 그녀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얼굴 역시 기억에 있었다.

“···고아원이군.”

아델라가 자란 ‘행복 나누는 곳.’이었다.

고아원이라는 이름은 달고 있지 않았지만, 고아원이었다. 세리아는 그곳의 원장이었다. 그녀는 가난한 고아원을 운영하기 위해, 목장 일과 우유배달을 하고 있었다.

이상철과 세리아가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꽤 어울렸다.

‘수인족 여인과 일신 그룹의 장남이라······.’

수인족과 인간의 결합은 요즘 들어서는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냉철해야할 기업인의 피에 수인족이 섞이게 되면 기업인과 어울리지 않는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종족차별.

엘리트 기업인들 사이에서 수인족은 그리 환영받지 못했다.

생각했던 내용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흥미로웠다.

진우는 피식 웃고는 카메라 모드로 들어갔다. 손가락을 브이로 만들고는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테이블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았다.

‘이상철,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은데?’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다.

그녀가 알아본 고아원 원장 세리아는 보기 드물 정도로 선한 인물이었다. 그녀의 마음씨는 풍만, 아니 풍성했다. 사진으로도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진우는 피식 웃고는 밖으로 나갔다.

이상철이 핸드폰이 사라진 걸 깨닫고 다시 돌아왔을 때, 진우는 사라지고 없었다. 분명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는데, 기이하게도 사라졌다.

진우와 만났던 장소로 돌아오니 테이블 위에 핸드폰이 놓여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내가 여기다 두었던가?’

그런 생각을 하며 핸드폰을 들고 지문을 인식시켜 잠금 해제를 했다.

“······.”

배경화면이 달라져있었다.

진우가 V자를 한 체 활짝 웃은 모습이 보였다.

이상철은 그대로 굳은 채 오랜 시간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 * *

회의 첫날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회의에 참여한 기업인들은 대부분 일신 빌딩 근처에 있는 초호화 호텔에 머물렀다. 진우가 예전에 일신역 이능현상 발생당시에 묵었던 호텔이었다. 일신 빌딩과 가까웠고, 번화가 바로 옆이었기 때문에 위치적으로도 상당히 좋았다.

게보크와 오크들은 요릿집 준비 때문에 돌아갔고, 이기환과 곽상우, 그리고 연구원도 돌아갔다. 곽상우는 허접한 기업 놈들이 너무 한심해서, 빨리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하르뮤와 아델라만이 하룻밤 머물기로 했다.

진우도 내일 회의에는 참여하지 않고 아침에 돌아갈 생각이었다.

데뷔무대는 성공적이었다. 진우가 어떤 존재인지 한국 최정상에 있는 기업인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켜주었다.

‘마지막 일정이 남았군.’

조금은 잔인하고 난폭할지도 모를 비공식적인 일정이었다. 지방의 수도공급을 꽉 잡고 있는 대운 수도회사의 대표와 임원진들이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서울 같은 경우에는 세계수가 물을 정화했고, 황실까지 얽혀 있었기 때문에 수도세는 저렴한 편이었다. 그러나 지방 같은 경우는 달랐다.

대운과 한천 두 기업이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서로 간에 경쟁이라도 하면 괜찮겠지만, 당연하게도 담합을 했다.

지금도 지방에서 물탱크 차량이 올라와 물을 사가고 있었다. 서울에서 공급받는 게 훨씬 저렴했기 때문이다.

‘세계수가 시들었을 때는······.’

세계수가 시들었을 때, 이민철이 서울의 수도 공급망을 꽉 잡게 되었고 지옥 같은 상황이 펼쳐졌다.

지금은 세계수도 건강하고, 이민철도 은둔하고 있으니 그럴 일은 없었다. 병원장과 제약회사에게 그랬던 것처럼 압박을 해볼 생각이었다.

대운 그룹은 제주도에서 지하수를 마구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한라산의 백록담이 사라진 지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깔끔하게 제거하는 게 내 스타일이기는 한데······.’

아쉽게도 이곳에는 보는 눈이 워낙 많았다.

아쉽지만 적당히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 다음, 박찬석처럼 이용해 먹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망나니 이진우라면 가능한 일이었다.

저녁이 되자 진우는 호화스러운 방 밖으로 나왔다.

대운과 한천의 사람들이 한 방에 모여 있다고 한다.

‘후딱 끝내고 돌아가자.’

해결해야할 일이 많았다.

아무튼 모두 뭉쳐 있으니 딱 좋은 기회인 것 같았기에 그쪽으로 향하려 했다.

“음?”

타앗!

갑자기 호텔의 전력이 끊겼다.

복도의 불빛도 전부 사라졌다. 비상전력 공급 장치가 작동해야 했지만, 너무나도 조용했다.

진우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가 기억하고 있던 사건 중에는 이런 사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게 있기는 했지만, 현 시점은 아니었다.

‘테러였지.’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기업인들보다 민간인들이 훨씬 많이 죽은 사건이었다.

생각해보면 기업협력회의도 원래 오늘이 아니었다.

일신역 이능현상 때문에, 뒤로 크게 밀렸었다. 진우 덕분에 이능현상이 해결되어서 예정대로 협력회의가 진행된 것이다.

역사가 이미 크게 바뀌었는데, 이변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진우는 복도를 따라 걸었다.

주변은 굉장히 조용했다. 호텔 방 안에서 당황한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최상층을 포함한 고층 쪽은 기업인들만 주로 썼다.

그 밑으로는 일반인들이 머물렀다.

경호원들이 올라오는 게 보였다. 호텔 경호원이 아닌, 기업인들의 개인 경호원들이었다. 나름대로 괜찮은 수준의 무예가였으나, 무장을 하지는 않았다.

누가 서울 한복판에서 기업인들을 해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방심하고 있었다.

“물러나라!”

진우 쪽을 향해 그렇게 외쳤다. 굉장히 위협적인 목소리였다. 불빛이 모두 꺼져 있어, 진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진우는 딱 한걸음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경호원이 인상을 쓰면서 다가오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전력이 모두 나가 있었고, 비상 전력공급 장치도 작동을 하지 않았는데, 엘리베이터만 작동했다.

“흠······.”

데구르르!

엘리베이터가 열리더니, 주먹만한 무언가가 경호원의 앞까지 굴러왔다.

그것은 길다란 원통 형태였다.

경호원들의 눈이 커지는 순간이었다.

푸쉬쉬쉬!

자욱한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단순한 연막이 아닌 독가스였다. 그런 독가스탄이 여러 개가 더 굴러와 터졌다.

“크윽!”

“우욱!”

경호원들이 목을 부여잡고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특성을 지닌 무예가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독했다.

이날을 위해 특수 제작된 게 틀림없었다.

엘리베이터에 있던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총기와 방탄복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고, 마법적인 장비도 착용한 상태였다.

“무, 무슨 짓을······.”

바닥에 쓰러져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경호원들을 바라보다가, 망설임 없이 총을 쐈다. 그리고는 바로 주요 기업인들이 있는 방으로 가더니, 벽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독가스는 진우에게 전혀 효과가 없었다.

공기 정화 마법은 굉장히 쉬운 편이었다. 진우는 뒤로 물러나 저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콰앙!

테러범들이 벽을 부수고 안으로 진입했다.

안에 있던 경호원이 테러범들을 막으려했다. 총탄을 방어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지만······.

휘익!

테러범들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붉은 기운이 경호원들의 몸을 마비시켰다.

‘마법?’

정상적인 마법은 아니었다. 배트 섹터 덩어리이라 삐걱이며 작동했다.

어디선가 많이 본 형태였다.

테러범들은 마비된 경호원에게 총알을 박아주고 안으로 진입했다. 팀장급 인원들은 공교롭게도 교대를 위해 아래층에 있는 상황이었다.

“누, 누구냐!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내가 누군지 아는가!”

“대운의 이자섭 맞군.”

테러범들은 이곳에 있는 모든 기업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너, 이 개새···! 억!”

테러범이 이자섭의 머리를 개머리판으로 치더니 로프로 묶었다. 진우가 보기에도 제법 훈련이 잘 된 이들이었다.

다른 임원들도 모두 묶었다.

다른 층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타겟 확보 완료. 경호원들이 올라온다. 팀장급과 조우하면 나오면 골치 아파지니 빨리 철수하자.”

[폭탄 설치 완료했다.]

“폭탄? 그런 이야기는 없었잖아!”

[기업인들에게 우리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10분 후 폭발하니 알아서 탈출하도록.]

“미친, 뭐하는 짓이야! 밑에는 민간인이······!”

서로 간의 의견 조율이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들이 다급히 창문을 깰 때였다.

관찰을 마친 진우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정장에 더러운 것들이 묻지 않도록 꽤 조심했다.

진우가 인기척을 내며 안으로 들어오자, 테러범의 총구가 진우 쪽을 향했다.

“뭐, 뭐야!”

“타, 탐지경으로는 식별이 안 됩니다.”

“벗어!”

그들은 고글 형태의 탐지장비를 벗었다.

마력입자를 탐지하여 적의 형태를 볼 수 있는 탐지장비였다. 일반적인 야간투시경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과 해상도를 지니고 있었다.

진우는 항상 마력입자를 컨트롤 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저들의 탐지장비로는 진우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들은 탐지경을 벗고 진우를 바라보았다.

방독면을 쓰고 무장하고 있는 이들과는 달리 진우는 고급 정장만을 입고 있었다. 주변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그렇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포박 당해있는 대운 그룹 임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너, 너희들 이분이 누군지 아느냐! 이분을 건드리면 영원히 고통 받을 것이다! 이분은 천재 7급 마법사, 일신 그룹의······!”

대운의 임원 중 하나가 그렇게 외쳤다.

진우가 손을 휘젓자, 임원들의 목 밑으로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읍, 읍읍!?”

“읍! 읍!”

침묵 마법이었다.

진우는 기절한 이자섭을 한 손으로 잡고는 창문가에 서 있는 테러범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상했다.

“선을 넘는군.”

진우의 말이 울려 퍼졌다.

저들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내가 죽일 빌런에 손대지 마라.”

빌런을 죽이는 건 대마법사의 몫이었다.

멸망한 세계를 역행하여 돌아온 회귀자의 무한한 기쁨이었다.

그걸 빼앗기는 기분은 심히 더러웠다.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The Archmage Vanquishes the Villain

대마법사는 빌런을 압살한다
Score 7.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Archmage, the sole survivor in a world that has fallen into ruin, gambles everything and manages to return to the world before its destruction. However, he finds himself not in his original body, but in the body of Lee Jin-woo, the worst villain and a third-generation chaebol heir with brilliant talent. Using his memories from before the regression, he begins to vanquish the villains one by 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