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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6화

2장 관 속의 나뭇가지, 미스틸테인(2)

회의 장소는 밀러 가문의 저택이었다.

밀러 가문은 대륙 중앙의 하올드 지역에 위치한다.

밀러가 선택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가문의 급이 낮아 미스틸테인 구매 의사가 없고, 참석하는 가문들 중 특별한 친분이 있지 않으며, 참석 가문들의 중앙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형님.”

나는 마차로 향하는 중에 앗지에를 보았다.

“형님께서도 미스틸테인을 원하십니까?”

기본적으로 앗지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미스틸테인을 가질 최고 유력자가 앗지에인 만큼, 그의 심정이 궁금하다.

“글쎄…….”

앗지에는 그제야 좀 생각해 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있으면 좋긴 하겠군.”

──그 대답이야말로 앗지에다.

나는 만족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의 시간 뒤 마차가 멈추고, 우리는 밀러 가문의 저택에 도착했다.

그리고 저택 앞에 있는 어느 인물을 보고, 나는 숨을 삼켰다.

철벽의 가주, 앙페르 드 로아흐.

앗지에가 도검이라면, 앙페르는 그 자체가 완성된 무구의 형상이었다.

강직한 눈매와, 입가를 멋들어지게 덮는 콧수염.

나이를 증명하듯 머리와 수염이 하얗게 셌는데, 전혀 약해 보이는 느낌이 없다.

이렇게 놓고 보면 프론디어가 앙페르의 아들이며 앗지에의 동생이라는 게, 굉장히 어울리지 않았다.

“……가자.”

단 두 글자.

앗지에도 참 말이 단호한 느낌이라 생각했는데, 앙페르는 더 짧다.

그리고 말하는 와중에 나에게 단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는다.

“모두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쪽으로.”

저택의 집사가 우리를 안내했다.

콘스텔부터 여기까지는 가장 거리가 머니까, 우리 가문이 가장 늦은 것은 일견 당연했다.

……사실 그리 당연하진 않다. 며칠 전에 출발했으면 그만이니.

이는 그저 앙페르의 과시이자, 자존심일 따름이다.

여기에 있는 명문들을 기다리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오직 앙페르뿐인, 그 증명 같은 것.

끼익, 집사가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아.’

나는 입 밖으로 소리를 뱉을 뻔했다.

벌써부터 느껴진다. 테르스트 제국의 내로라하는 가문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들이 받는 신의 사랑이 곧 중압감이 되어 회의실 밖으로 넘쳐흐를 것 같다.

“왔구먼.”

짧은 인사를 건네는 초로의 백발 남자.

‘조디악’ 헬드레.

“늦었는디, 시방 아무도 할 말이 없는감?”

로아흐 가문의 정 반대편의 변방을 지키는 가주.

리드위 폰 우르파.

“잘 왔네.”

여기 있는 이들 중 그나마 호의적인 시선을 가진 앙페르의 라이벌.

오르텔 드 리샤에.

그 뒤에 엘로디가 서 있다.

그 밖에도 유명한 가주들과 네임드인 자제들이 죄다 한자리에…….

‘어라.’

그러다 한 여자에게 시선이 갔다.

……네임드 캐릭터 중에 저만큼 알아보기 쉬운 이는 달리 없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입은 드레스도 검은색에, 들고 있는 부채까지 검정인 새까만 여자.

퀴니에.

퀴니에 드 비에트.

비에트 가문의 외동딸이자, 콘스텔의 3학년. 몰락 직전의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운 ‘소악마’.

놀랍게도 그만한 업적을 가지고서 나보다 고작 두 살 많은 나이다.

어째서인지 부채 뒤에 숨은 은근한 미소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이, 영 미심쩍다.

날 아나?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신경 쓸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럼 후딱 시작하지. 밀러 씨, ‘그거’ 어딨는감?”

“예.”

리드위는 특유의 자기 멋대로인 사투리와 가벼운 어조로 밀러를 보았다.

일견 무례해 보일지 모르나, 리드위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이에게 이런 화법이다.

무례하다는 얘기다.

가주는 집사에게 손짓을 하고, 곧이어 하인들이 조심스레 ‘관’을 옮겼다.

관은 회의실 중앙 탁자 위에 올라왔다.

“호오, 이것이.”

헬드레가 눈을 빛냈다. 그 눈빛은 전성기 때와 비교해도 전혀 누그러진 기색이 없다.

날카롭고 강렬하며, 그만큼 어둡고 음습한 기운.

그러나 눈을 빛내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다.

“보기에는 제법 그럴듯하지 않은가.”

어떤 이의 말대로, 관 안에 든 나뭇가지는 그 모양이 제법 품격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전해 내려오는 ‘미스틸테인’의 묘사와 완전히 똑같다.

“그래서 이걸 누가 가지느냐가 문제잖아? 먼저 말하지. 나는 이두스 광산의 채굴권을 내놓겠어. 5년이다.”

누군가 느닷없는 딜을 걸었다.

“인내심이 없구먼, 그리하면 나는-”

거기서부터는 각 가문의 가보와 권리 경쟁이 시작되었다.

온갖 재물들을 모아 미리 환전 뒤의 가치를 매긴 이도 있었고, 소유 재산이 없다면 재산을 쥐어주면 된다며 땅과 건물을 내건 이들도 있었다.

당연히 자제들은 그 모습을 지켜볼 뿐, 입을 꾹 다물고 주위를 살핀다. 애초에 그들은 발언권이 없다. 견학일 뿐.

움직이지 않는 가문은 셋. 로아흐와 리샤에, 그리고 퀴니에다.

리샤에 가주인 오르텔은 애초에 구매 의사가 없었고, 퀴니에는 무슨 생각인지 주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만 앙페르는 그저 때를 살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때는 머지않은 모양이었다.

“로아흐 가문은 검을 걸지.”

“이 양반아, 검이라는 게 어디 한두 개,”

리드위가 평소의 템포대로 딴지를 걸다가 멈췄다.

“시방 네 검을 걸겠다고 했냐?”

“굳이 다시 말할 필요가 있는가?”

철컥, 앙페르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집을 분리했다. 때 묻은 가죽, 쇠의 무게가 탁자 위에 올랐다.

“……신물을 신물과 교환하겠다?”

오르텔이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이 중 가장 인상적인 표정을 지은 것은 앗지에였다.

“……아버지.”

“여기 올 때부터 결정한 일이다.”

앗지에는 무어라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아버지가 자신에게 걸고 있는 기대, 그것은 무겁지만 부담스럽지는 않다.

미스틸테인에 목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것이 된다면 기쁠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저 물건이 진정 ‘그람’을 내놓을 가치가 있는가?

영웅 ‘시구르드’의 명검, 그람.

시구르드는 북유럽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영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자체는 신이 아니지만, ‘신물’이란 영웅의 무기까지도 포함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람’이라면 어지간한 신의 무기를 능가한다.

“자, 잠시, 잠시 진정하시지요.”

밀러는 당황하며 상황을 제지했다.

“거래가 급작스럽게 진행되어 잠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만, 먼저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맞아요.”

퀴니에가 말을 이었다.

“애초에 이것은 진짜 미스틸테인일까요?”

퀴니에에게로 시선이 몰렸다. 지금껏 상황을 지켜보던 그녀가 종용을 위해 나섰다.

“만약 이것이 미스틸테인이 아니라면, 이 거래는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됩니다.”

그렇다. 아직 진품임을 전제해 거래를 하기엔 이르다. 본래는 이것이 진품인지 아닌지를 ‘모르기에’ 가치가 있는 것일 터.

“그럼, 그걸 누가 확인할 건디?”

리드위가 미스틸테인을 둘러싼 투명한 관을 가리켰다.

알아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단 하나. 저 관을 부수는 것.

지금의 미스틸테인은 그 어떠한 신적인 기감도 느낄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만약 저 관으로 인해 기감이 ‘지워진’ 것이라면. 미스틸테인은 저 투명한 관을 포함해 ‘신물’일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관을 부수는 것은 위험천만한 짓이다. 누구도 신벌을 받고 싶진 않다.

“확인하지 않습니다.”

“뭐시여?”

“이 나뭇가지가 미스틸테인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물건의 가치는 본디 그것입니다. 이것을 상기하고 거래를 진행해야지요.”

즉 이 물건이 이 자체로 생기는 가치. 그 가치에 해당되는 지출을 한다면, 거래는 성립한다.

이것이 퀴니에의 생각이었다.

이것이 진짜 미스틸테인이라는 가정으로 거래한다면 퀴니에는 도저히 그만한 조건을 들이밀 수 없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러나 이것이 그냥 미스틸테인이라는 상징성만 있지, 실지 사용할 순 없다고 가정했을 때. 가격은 하락하고, 이걸 원하는 가문은 변한다.

미스틸테인을 ‘무기’로 다루려 하는 가문이 아니라, ‘간판’으로 다루려는 가문.

바로 퀴니에, 그녀와 같은 가문들.

‘좋아. 이런 흐름이라면 제법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을지도…….’

“상관없다.”

그때 그녀의 생각을 끊는 한마디.

마치 판결과 같은 음성으로 앙페르는 말했다.

“저것이 진품인지는 차후에 증명하면 그뿐.”

“……그래도 네 검을 내놓겠다고? 만약 저게 진짜가 아니면?”

이번만큼은 오르텔도 놀라 되묻는다.

“진짜가 아니면 그걸로 끝이다. 그것뿐이지.”

“멍청한 소리. ‘그람’을 내놓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오르텔.”

그 목소리는 가벼운 숨이 섞였고, 공기를 그만큼 가라앉았다.

“나의 시대는 옛적에 지났다.”

그 말은 감히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모두가 당혹함을 먹고 앙페르를 보았다.

“앗지에가 나를 뛰어넘을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너, 정말 그람을 버릴 셈이냐?”

“몇 번이고 반복하게 하지 마라.”

앙페르의 눈은 고고하다. 단 한 번도 그렇지 않은 적 없었다.

“미스틸테인은 앗지에의 것이다.”

사위를 적막하게 만드는 말. 그것은 결론지어진 듯 명확하고 단정적이다.

퀴니에는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로아흐의 가주가 저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어쩔 수 없군, 여긴 물러나야 할 때다. 그람을 내놓겠다는데 어쩌겠는가.

가치가 있는 물건들은 그밖에도 있다.

모두가 앙페르의 뜻을 따르는 눈치였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풀잎 같은 목소리.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아버지.”

앙페르와는 전혀 다른, 마치 일상의 대화처럼 느껴지는 편안함.

그러나 그 말의 뜻은 절대 가볍지 않다.

그 음색과 내용의 갭이 너무 커서, 모두가 한 박자씩 반응이 늦었다.

“프론디어, 말을 삼가라.”

그의 형인 앗지에가 주의를 주었다. 앙페르 또한 눈가를 좁혔다.

낮은 곳에서 끓는 목소리가 앙페르의 입에서 흘렀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느냐?”

“물론입니다.”

프론디어의 목소리는 여전히 분위기를 모르는 듯 태평하다.

리드위가 언짢은 낯짝을 프론디어에게 가까이했다.

“이 얼라가 갸지? 앙페르가 꼭꼭 숨겨놓은 차남.”

리드위는 지금껏 관심도 없던 프론디어의 얼굴을 처음으로 직시했다.

나른하고 태평한 얼굴이다.

좋게 말하면 그런 거고, 나쁘게 말하자면 그저 게으르고 나태한 색이 묻어난다.

저 평화롭기 짝이 없는 얼굴로 훗날 전투에 나선단 말인가.

“얼라야. 니가 주제 파악을 못하고 끼어드는구나. 응?”

프론디어는 으르렁거리는 리드위를 잠깐 보았다.

아주 잠깐.

곧 시선을 옮겨 미스틸테인을 가리켰다.

“아버지, 진품도 아닌 것에 그람을 버릴 필요가 없습니다.”

리드위는 프론디어의 말에 잠깐 멍해졌다.

시방 이것이 나를 무시했나?

“니가 으찌 알고 그런 소릴 함부로 지껄이냐?”

“어떻게 아는지는,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만.”

프론디어는 한 걸음 나섰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걸음으로. 산책이라도 나가는 듯한 느긋함으로.

그 누구도 저 평화로운 걸음의 끝엔 평화가 있을 거라는 확신을 느끼게 하는 그 걸음 끝에서.

관 앞에 서서 그 위에 손을 올렸다.

“확인하는 것은 간단하죠.”

그 말까지 했을 때 모두가 뜻을 알았다.

나설 때부터 설마설마했다.

앙페르, 앗지에, 오르텔, 엘로디가 동시에 움직였다가 멈췄다.

프론디어를 말리려 했으나 너무 늦었다. 뭘 어찌해도 프론디어가 앞설 터.

손을 베어내거나, 죽인다면 모를까.

“너 그거이 진짜루 신물이면, 으짤라고, 신이 두렵지 않으냐?”

당황한 리드위는 그 사투리마저 더욱 괴상해졌다.

“허.”

프론디어는 웃었다. 그 웃음은 진짜 분위기를 못 읽고 그의 주변을 나른하게 했다.

“그따위 것, 두려워한 적이 없습니다.”

콰창───!!

관이 부서졌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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