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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7화 탐색

7화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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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달꼬리팡팡: ㅋㅋㅋ 데미안 저거 사기 치는 거 봐라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 강아지는야옹야옹: 오 주인공 살아났네?

– 바토리바라기: 거봐 내가 한 화만 더 기다려보자 했잖아 ㅎㅎ

[RP가 2만큼 상승합니다.]

– Wkrrkalclsshadk: 근데 카인이 주인공 아니니까 뭔가 이상함

– 얼룩무늬성애자: ㄴㄴ 데미안이 카인 상태창 들여다보는 거 나름 개꿀인데

└ Wkrrkalclsshadk: ㅇㅈ

[RP가 3만큼 상승합니다.]

– 아이시테루나: 근데 루나는 언제 나옴?

[RP가 1만큼 상승합니다.]

.

.

.

일과를 마친 나는 숙소 앞에서 댓글창을 보고 있었다. 다가오는 감독관이 있는지 미니맵으로 살피며.

“어이. 데미안.”

테오가 다가와 눈짓했다.

나는 흘끗 미니맵을 확인한 뒤 테오의 뒤를 따랐다.

“조원들에게는 말해 뒀다. 내일 밤 결행하기로.”

“특이사항은 없고?”

“갑작스러운 결정이라 당황하긴 했지만 뭐, 대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언젠가 해야 할 일이기도 했고.”

“나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

나는 내 능력을 테오에게만 알렸다.

물론 테오도 나의 능력을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지만.

“당연하지. 나 입 무거운 사람이다.”

테오가 씩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숙소 뒤편의 공터로 들어서자 족제비가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시발. 우리한테는 이런 거 시키고, 왜 금발 약골 새끼는 처놀고 자빠졌는데.”

조원들은 탈출 도구를 만들고 있었다.

나를 본 족제비가 흥!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그래. 무슨 유치한 짓을 해도 좋으니 시키는 일만 똑바로 해라.

‘그런데 저 인원을 어떻게 다 데리고 가지.’

F조의 인원은 18명.

가능하면 나는 피지컬이 좋은 몇 명만을 골라 소수로 움직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예상대로 테오는 모두가 함께하지 않는다면 탈출하지 않겠다고 했다.

“야 족제비! 찍찍대지만 말고 똑바로 좀 만들어 봐!”

“족제비라고 하지 말라니까!”

“뭐야. 족제비로 부르기로 한 거 아니었어?”

“테, 테오! 너까지······!”

조원들이 제작 중인 사다리와 미니맵을 이용하면 벽을 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다.

문제는 벽을 넘은 후다.

벽 너머는 미지의 세계.

하지만 내게도 부딪쳐 볼 무기는 있다.

‘생각보다 재주 있는 녀석들도 있고.’

나는 오늘 통찰의 힘으로 조원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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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오도르 램버트 [15세], [Lv.11]

◎ 속성: 없음

◎ 특성: [책임감], [통솔자], [인내력]

◎ 적성: [도끼술 Lv.1], [격투술 Lv.1], [승마술 Lv.1]

◎ 일반 스킬: [강격 Lv.1]

◎ 전용 스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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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레벨은 11이나 됐다.

물론 저 정도 레벨로 병사와 겨룰 수는 없다.

확인한 바로 통문 병사들은 20레벨에서 30레벨, 감독관들은 16레벨에서 20레벨 사이에 분포해 있었다.

“우와 덩치. 벌써 다 한 거야?”

“진짜 빠르네. 네가 족제비 둘 합친 것보다 낫다.”

“족제비라고 하지 마!”

노예 번호 129번.

조원들이 ‘덩치’라고 부르는 저 소년은 F조에서 가장 높은 레벨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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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고 랑베르 [15세], [Lv.12]

◎ 속성: 없음

◎ 특성: [강골], [근면함], [인내력]

◎ 적성: [창술 Lv.2], [도끼술 Lv.1], [투척술 Lv.1], [승마술 Lv.1]

◎ 일반 스킬: [찌르기 Lv.1]

◎ 전용 스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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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창술’ 레벨이 2다.

무한회귀 설정집에 따르면 각종 무기술 적성은 2레벨부터는 훈련 없이 도달하기 힘든 영역이다.

즉, 녀석은 어디선가 창술을 배운 적이 있는 거다.

게다가 창은 전투 훈련을 받은 적 없는 대다수의 조원에게 가장 적합한 무기다.

‘창은 사거리가 길어. 그 점을 활용하면 단기간의 연습만으로도 그럴듯한 전투력을 낼 수 있을 거야.’

.

.

.

그날 밤, 벽에 사다리가 놓였다.

“지금이야.”

나와 테오와 덩치는 차례로 벽 위에 올랐다.

벽은 두꺼웠다.

얼핏 봐도 30센티미터 이상.

“내가 내려가면 사다리를 올리고 납작 엎드려. 가급적 한 시간 안에는 돌아올게.”

“정말 혼자서 괜찮겠어?”

나는 테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나름의 대비는 했으니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대비를 했다.

조금 전, 나는 탈출에 관해 할 이야기가 있다며 카인을 찾아갔었다.

‘이제야 나의 제의에 응할 생각이 든 모양이군. 데미안.’

‘아니.’

‘뭐라고?’

나는 카인의 회귀 능력을 카피한 뒤 서둘러 돌아왔다.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가장 안전한 수다.

“아까는 수고 많았어, 덩치.”

덩치는 오늘 조원들에게 기본적인 창술을 가르쳤다.

탈출을 꿈꾸기 어려운 환경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감독관들은 일과 후의 우리에게 관심이 없었고, 간혹 위험한 상황이 올 때면 나의 미니맵이 큰 역할을 했다.

“그럼 다녀올게.”

나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벽 너머의 땅을 밟았다.

테오가 내려주는 나무창을 받아 들고, 품 안의 마석 단검도 재차 확인했다.

‘후우.’

어둠에 물든 숲은 위압적이었다.

나를 집어삼키려는 것 같다.

‘슬슬 가 볼까. 먼지야.’

지금부터 나는 숲을 탐색하러 간다.

.

.

.

숲의 그늘로 들어서자마자 먼지는 제 세상이라도 만난 것처럼 앞장서 달려갔다.

날이 흐렸다.

먼지의 몸에서 희미한 빛이 발하지 않았다면 진즉 잃어버렸을 것이다.

‘조금만 천천히 가자 먼지야. 나는 너처럼 밤눈이 밝지 않다고.’

발을 멈춘 먼지가 조르르 달려와 품으로 뛰어올랐다.

나는 먼지의 동그란 눈을 마주 봤다.

먼지는 내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고, 나는 그 말을 알아들었다.

‘자연 감응.’

[자연 감응(Lv.1)을 발현합니다.]

내 눈에 비치는 세상이 변화했다.

어둠에 동화됐던 나무들이 은은한 빛을 발했다. 흔들리는 잎새, 듬성듬성 늘어선 바위, 바람에 몸을 맡긴 들풀, 그 모든 것들이 각자의 빛을 품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숲의 짙은 향이 코를 자극했다. 그 선명한 세계 속을 먼지가 달렸다. 저 녀석은 또 언제 품에서 뛰어내린 걸까.

‘같이 가, 먼지야.’

나는 이전보다 쉽게 먼지를 쫓을 수 있었다. 발밑에 바람이 스미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중 먼지가 달리기를 멈췄다. 녀석의 관심을 끈 것은 하얀 버섯이었다. 먼지가 이리 오라는 듯 턱짓했고, 이번에도 나는 먼지의 의중을 읽었다.

[자연 감응(Lv.1)과 통찰(Lv.1)이 교감합니다.]

.

.

.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통찰(Lv.1)이 2레벨로 진화합니다.]

[이제부터는 자연 감응이 가능한 대상에게도 통찰을 시전할 수 있습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미니맵(Lv.1)이 2레벨로 진화합니다.]

[이제부터는 자연 감응으로 통찰한 대상도 미니맵에 표시할 수 있습니다.]

.

.

.

“잘했어. 먼지야.”

기분 좋아하는 먼지만큼이나 나도 기분이 좋았다.

오늘의 탐색은 벌써 성공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 힐링 블룸

[깊은 숲에서 피어나는 버섯 모양의 하얀 꽃.

섭취하면 체력을 회복시켜 준다.

상처에 으깨 바르면 치유 효과가 있다.

남용할 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힐링 블룸은 소설에서 종종 등장하던 약용 식물이다.

더구나 내가 발견한 것은 꽃이 다섯 송이나 피어 있었다.

‘좋아. 5회는 쓸 수 있겠어.’

나는 미니맵의 표식을 힐링 블룸으로 바꾸고 계속 이동했다. 숲은 넓었다. 한동안 발을 움직였지만 끝이 보일 조짐은 없었다.

자연 감응으로 밝아졌던 시야가 점차 어두워졌다. 발밑을 스미던 바람도 약해졌다. 역시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능력은 아니라는 거겠지.

‘이제 보급로를 찾아볼까.’

어느 정도 광산에서 멀어지면 보급로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아무래도 그쪽이 몬스터를 만날 확률이 낮을 테니까.

나는 먼지에게 보급로를 찾아보자고 말했다.

그런데 먼지가 고개를 저었다.

‘응? 싫다고?’

먼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왜? 탈출하려면 보급로를 이용하는 편이 나아.’

그러나 먼지는 요지부동이었다. 왜지. 보급로 방향에서 위험이라도 감지한 걸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보급로를 확인해야 한다.

어차피 이 숲에 들어선 것부터가 위험을 각오한 행동이다.

‘가자 먼지야. 나에겐 카인에게서 훔쳐 온 회귀의 힘이 있어.’

먼지가 푹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방향을 틀었다. 불길함을 느낀 나는 나무창을 꽉 쥐고 감각을 집중하며 달렸다.

마침내 숲이 절단된 구역이 나타났다. 마차 두 대가 나란히 지날 만한 너비의 도로. 보급로였다.

‘생각보다 가까운데.’

다행이다. 내일 밤도 오늘처럼 움직이면 될 듯하다.

저 멀리 아른아른 불빛이 번지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통문을 밝히는 횃불이겠지.

반대편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나는 시스템 창을 열어 동기화의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는 정말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그때였다.

크르르르르······.

먼지가 털을 곤두세우며 으르렁댔다. 내 안에 도사리던 불길함이 형태를 갖췄다. 쿠욱! 나의 옆구리에 무언가가 박혔다.

“크흑······!”

뜨거운 통증이 척추를 울렸다. 조악한 나무 화살이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습격자의 정체를 짐작했다.

‘고블린.’

나의 생각은 맞았다.

숲의 어둠 속에서 고블린의 얼굴이 등장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고블린은 말 그대로, 얼굴만 있었다.

고블린의 머리가 보급로에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이제 보니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두 개의 잘린 머리통 뒤로 시커먼 것이 보였다.

‘······!’

놀란 나는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뭐지? 내가 방금 뭘 본 거지?

옆구리에서 찌릿한 통증이 일었다. 일단은 화살부터 제거하자. 그래야 달아나든 맞서 싸우든 할 수 있다.

“하악······. 하악······.”

소매를 찢어 입에 물고 화살을 쥐었다. 바들바들 턱이 떨린다. 이를 악물며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화살을 억지로 뽑아냈다.

[고통 감내(Lv.1)를 획득합니다.]

꿀렁꿀렁 피가 솟는 구멍에 힐링 블룸을 으깨 발랐다. 물고 있던 소매를 뱉어 상처를 감쌌다. 내장이 손상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냥 내 생각이다. 빌어먹을. 카인에게 당한 상처도 아직 덜 아물었는데.

[힐링 블룸이 치유를 시작합니다.]

나는 창을 쥐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러면서 조금 전 마주쳤던 습격자를 떠올렸다.

나에게 화살을 쏜 것은 고블린이 아니다. 고블린의 목을 뜯어내고, 놈의 활과 화살을 빼앗은 ‘무언가’다.

◎ 숲 고블린 [Lv.11]

◎ 숲 고블린 [Lv.12]

나는 고블린의 머리를 본 순간 통찰을 시전했었다.

종족과 레벨 말고는 보이는 것이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저 고블린들을 죽이고 내게 화살을 쏜 녀석은 고블린 두 마리를 죽일 정도의 힘을 지녔다는 거다.

“후우······. 후우······.”

침착해라. 나는 적의 숫자를 알지 못한다. 눈으로 확인한 것은 하나지만 근처에 다른 녀석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까부터 나의 머릿속은 엉망이었다. 나는 습격자의 형태를 어렴풋이나마 봤다. 녀석의 손엔 활이 들려 있었다. 활을 쏠 수 있는 몬스터는 흔치 않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는.

‘아니. 쓸데없는 생각은 나중이야.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해.’

바스락, 들풀이 짓이겨지는 소리가 났다. ‘그것’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마에서 주룩주룩 땀이 흘렀다. 손에 쥔 나무창을 내려다봤다. 고블린의 화살을 확대한 것처럼 볼품없는 모양.

‘괜찮아. 할 수 있어.’

나는 오늘 창술 적성을 개화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나는 카인에게서 ‘하센베르크 격투술(Lv.2)’을 카피한 후 1레벨의 하센베르크 격투술을 습득했다.

‘할 수 있어. 이 정도면 할 수 있어.’

두 손으로 창자루를 꽉 쥐었다. 그래. 와라. 네가 죽인 고블린 두 마리쯤은 나도 쓰러뜨릴 수 있다!

타다다다닥!

갑작스레 변한 발소리가 극적으로 가까워졌다. 등줄기를 쭈뼛 타고 오르는 소름을 느끼며 나는 나무에서 몸을 빼냈다. 달려드는 습격자를 향해 힘껏 창을 질렀다.

콰드득! 습격자의 몸에 창이 박혔다. 놈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도끼를 휘둘렀다. 나는 고개를 젖혀 도끼날을 피했다. 창을 뽑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빌어먹을.’

품에서 마석 단검을 꺼냈다. 그러면서 나는 확실히 봤다. 상대는 인간. 아니, 인간의 형태를 한 무언가다.

습격자의 가슴에서 시커먼 피가 떨어졌다. 그와 별개로 놈의 몸에서는 기체도 액체도 아닌 것이 꿈틀대고 있었다. 그것이 놈의 얼굴과 몸을 가려 형태 분간을 어렵게 했다.

스스스스스······.

나는 저런 것을 본 적이 있다. 나와 테오를 죽였던 검은 괴물. 하지만 다르다. 눈앞의 습격자는 그것과는 다른 존재다. 그 괴물들은 정해진 형태를 가지지 않았었다. 마치 바닥에 드리웠던 그림자가 입체화해 일어선 것처럼.

내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놈의 가슴에 박힌 창자루 옆으로 낯익은 것이 보였다. 색바랜 네모난 천. 그 안에 적힌 세 자리 숫자. 11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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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The Remaker of Infinite Regression

Status: Ongoing
The protagonist, an infinite regressor, found himself possessed within a novel where the original protagonist had gone mad and turned dark. Now, with my unique abilities, I must write a new ending for the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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