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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빌어먹을 아이돌 6화

*  *  *

난 음악이 가진 힘을 믿는다.

그렇기에 좋은 음악은 반드시 성공한다고 믿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건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내 기나긴 회귀는 운에 기대는 무의미한 방랑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난 작곡 능력을 갈고닦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이제는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쓰는 모든 곡이 히트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내가 상상한 음악을 나보다 더 잘 표현하는 사람은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지금 내가 상상하는 건 어떤 멜로디나 사운드가 아니었다.

친구들이었다.

우선, GOTM의 드러머.

앤드류 건.

난 앤드류 건의 평소 모습을 떠올리며 드럼을 쳤다.

드드드드듬!

앤드류는 진지하고 진중한 편이지만, 음악은 펑키한 걸 좋아한다.

보통의 드러머들이 킥 드럼이나 스네어 드럼 소리를 좋아한다면, 이 녀석은 하이햇을 좋아하는 특이한 놈이었다.

게다가 리듬 감각이 일품이었다.

고스트 노트를 가지고 놀다가 갑자기 천둥 같은 소리를 터트릴 때면, 황홀할 지경이었다.

<꾼들>의 드럼 라인은 앤드류 건의 느낌을 그대로 내려고 노력했다.

다만 내가 드럼은 못 치니까, 가상 악기로 찍었다.

지이이잉-!

일렉 기타는 기타리스트 데이브 로건의 느낌으로 직접 쳤다.

이놈은 뭐라고 해야 할까, 친절한 염세주의자?

머릿속은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한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는 친절하다.

온 세상 사람들이 우리가 그래미 위너가 될 거라고 떠들어 대고, 수상은 이미 정해졌고 몇관왕을 할지를 궁금해해도…….

‘우린 못 받을 거야. 그래미가 좋아하는 정통 밴드가 아니잖아.’

혼자서 절대 상을 못 받을 거라고 체념하던 놈이었다.

데이브의 기타는 요란하다.

아무리 밴드에서 기타가 가장 돋보이는 악기라고 해도, 데이브처럼 요란하게 돋보이는 놈은 처음 봤다.

관종 염세주의자라니.

오죽하면 버릇을 고쳐 주려고 코드나 긁으라고 세컨 기타를 맡긴 적이 있는데, 에어 스윙까지 하면서 신명 나게 코드를 긁더라.

또라이 같은 놈.

하지만, 그렇기에 6현의 오케스트라라고 불리는 기타에 정말 잘 어울리는 연주자였다.

이어서 베이시스트와 키보디스트의 느낌을 담았다.

딱히 어려울 건 없었다.

의외인 건, 작곡을 시작할 때는 펑키한 곡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막상 만들다 보니 리드미컬한 곡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전자음을 중심으로 리드미컬한 느낌을 내니 대중들은 펑키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작곡 의도를 따질 때, 펑키함과 리드미컬함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다르다.

춤추기 괜찮은 곡인 것 같기도 하고?

아이돌 음악을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프리 훅과 사비에 단순하면서 중독적인 탑 라인을 얹으면 잘 어울릴 듯했다.

이왕 펑키함에서 멀어진 거, 곡의 전체적인 리듬을 투포(2-4)로 가져가도 좋을 것 같았고.

이쯤의 한국에는 흑인 음악 리듬이 대세인 걸로 알고 있으니까.

어쩌면 이게 내 아이돌 데뷔곡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 생을 추모하는 곡은 남에게 주지 않고 직접 부르는 게 내 신념이니까.

그렇게 차곡차곡 사운드가 쌓이기 시작했다.

*  *  *

LB 스튜디오의 사장인 이현석은 2000년대 초반에 잘나갔던 프로듀서였다.

프로듀싱한 노래 중에는 전 국민이 들으면 알 만한 곡도 있으니까.

그렇게 1티어 대우를 받던 그가 은퇴를 결심한 건, 후크송을 무기로 한 아이돌 음악이 가요계를 점령하면서였다.

시대에 뒤쳐져 버린 건지, 그가 만든 아이돌 곡은 도무지 팔리지 않았다.

간신히 팔린 곡들도 있었으나, 처참하게 망했고.

시대에 뒤처진 프로듀서가 이미 벌어 놓은 돈과 쌓아 놓은 인맥으로 스튜디오를 차린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스튜디오 사장 생활은 꽤 괜찮았다.

일단 장사가 잘된다.

지갑이 넉넉해지니 마음이 여유로워졌고, 재능 있는 인디 뮤지션들을 도와주다 보니 씬에서 큰형님 소리도 듣게 되었다.

추천해 줄 뮤지션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는 엔터테인먼트의 명함도 수북해졌다.

이런 이현석이 주말에 스튜디오로 출근한 건, 알바생의 집요한 전화 때문이었다.

괴물이 나타났다고 소리를 질러 댔으니까.

“삼촌!”

“가게에서는 사장님.”

“삼장님!”

“……왜.”

“빨리 이것 좀 들어 봐. 미쳤다니까?”

조카가 내미는 모니터링 헤드셋을 받으며 이현석은 상반된 생각을 했다.

우선, 한시온이란 소년이 진짜 괴물일 리가 없다는 것.

국내에 이름 들으면 알 만한 엔터가 10개가 넘고, 이름은 몰라도 출신 가수는 알 만한 엔터가 20개는 된다.

거기에 적자는 면한 엔터가 20개쯤 될 거고, 적자지만 버티는 엔터가 20개쯤 될 거다.

가수를 키우는 회사가 엄청나게 많다는 소리다.

그나마 이것도 제대로 된 회사만 이야기하는 거고, 스타트업을 포함하면 수백 개로 늘어난다.

그런 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재능 있는 어린애들을 찾고 있다.

스무 살짜리 괴물?

그런 애가 사비로 스튜디오를 빌릴 리가.

이미 다 회사가 채 갔을 거다.

하지만 마냥 그렇게만 생각하기에는 조카가 음대생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아직 학생이라고는 하지만, 음악을 업으로 삼았다.

기본도 되지 않은 음악에 감탄할 리가 없었다.

‘근데 또 지가 덕질하는 아이돌의 음반은 구리단 말이지.’

이현석은 그런 이중적인 생각을 하며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딱 5분이었다.

이현석이 경악한 것은.

“미친, 이게 뭐야?”

“쩔지, 진짜 쩔지?”

“자, 잠깐만. 더 들어 볼게.”

하지만 이현석의 경악이 사그라드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증폭됐다.

말도 안 되게 잘하는 것도 놀랍지만, 더욱 놀라운 건 한 사람이 만들어 내는 다양성이다.

어떻게 이리도 다양한 사운드와 다양한 느낌을 낸단 말인가.

처음 부드러운 기타 멜로디를 듣는 순간, 앨범 커버가 저절로 떠올랐다.

새하얀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청량한 음악.

한데, 갑자기 기타 리프가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느낌으로 바뀐다.

엄청나게 공격적이다.

펜싱 칼로 폐부를 공격하는 느낌인데, 그게 헉 소리 나게 날카롭다.

이 위에 어떤 드럼을 얹어도 기타 리프가 주인공일 것 같다.

아예 루프를 시킨 다음에 드럼 좀 얹어서 래퍼들에게 던져 주면 난리가 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베이스 연주가 들려왔다.

빅터 우튼의 연주를 틀어 놓은 줄 알았다.

간간히 발생하는 미스 터치만 아니었다면, 도저히 한국인이 쳤다고 믿기 힘든 그루비함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이런 다양한 변화가 별다른 기준점도 없이 휙휙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외부에 기준점이 없다는 건, 내부에 기준점이 있다는 거다.

즉, 테크닉은 몰라도 멘탈적으로는 이미 완성된 뮤지션이다.

‘초인이 나타났다!’

언젠간 한국 인디 씬에도 백마 탄 초인이 나타날 거라고 믿었다.

근데 그 초인이 자신의 스튜디오에 있다.

“중간에 휴게실 소파에서 잠깐 잔 거 말고는 30시간 넘게 곡을 찍어 내는데……. 미친 거 같아.”

“잘생겼다고? 스무 살이고?”

“어. 아이돌처럼 생겼어.”

“너…… 혹시 코드 딴 거 아니지?”

“미쳤어?! 아니야!”

가끔 벌어지는 일이다.

스튜디오에서 들은 코드나 멜로디를 따서 써 버리는.

이런 소문이 한 번이라도 돌면 그 스튜디오는 망한다.

이현석이 이런 질문을 던진 건, 진짜 그의 조카가 코드를 땄을 거라고 생각해서는 아니었다.

자신이 따고 싶었으니까.

듣는 순간 따서, 자신의 곡이라고 발표하고 싶은 멜로디들이었다.

참기 위해 물은 거다.

“삼촌, 저번에 엔터에서 와서 그랬잖아. 밴드 만들고 싶다고. 연락 좀 달라고.”

“그랬지.”

“추천해 주자! 미쳤잖아!”

“…….”

회사에서는 반드시 채 갈 거다.

하지만 이 정도 음악을 하는 친구를 굳이?

엔터에서는 ‘밴드’라고만 했지만, 생략된 단어는 뻔하다.

(아이돌) 밴드.

연주보다는 외모가 중요하고, 작곡보다는 예능이 중요한.

이 친구한테 그런 자리가 어울릴까?

그냥 아주 약간의 서포팅만 해 주면 엄청난 프로듀서가 되지 않을까?

본인이 프로듀서가 아닌 스타가 되고 싶다면 인디 밴드를 결성해도 된다.

한국 시장의 특성상 슈퍼스타가 되려면 방송의 힘을 빌리긴 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음악을 완성하고 방송가로 가는 것과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 되는 건 완전 다른 문제다.

‘저 정도면 연주에 몰빵했을 테니 노래는 못할 거고. 보컬 한 명만 기가 막히게 찾아 주면…….’

그 유명한 남매 뮤지션처럼 되는 것도 꿈은 아니다.

이현석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A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며 한시온이 나타났다.

조카의 말이 맞았다.

잘생겼다.

밤샘 작업을 하면서 피로에 쩔어 있는 게 보이는데도 매력적인 마스크였다.

한시온이 데스크로 다가오더니 입을 열었다.

“여기 배달시켜도 되죠?”

“아, 네. 휴게실에서 먹으면…….”

“감사합니다.”

“저, 그. 학생!”

“네?”

목소리도 좋다.

어쩌면 어느 정도 보컬 능력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여기 사장인데, 음악은 어디서 배웠어요?”

“독학이요.”

“……독학으로 그런 게 된다고요?”

“네, 뭐. 하다 보니까요.”

“연주한 곡들은 자작곡이죠? 작곡 세션 따고 있는 건가?”

“네. 왜 그러시죠?”

“아, 별건 아니고 내가 재능 있는 뮤지션들을 보면 도와주고 그래서…….”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쿨하다.

지금껏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말을 걸어 봤지만, 이런 반응은 처음이다.

아무리 자신이 프로듀서였다는 걸 모른다고 해도, 이런 큰 스튜디오의 사장인데.

그때 조카가 끼어들었다.

“우리 삼촌이 그거 만든 사람이에요. 칫솔!”

2000년대 초반을 휩쓸었고, 가요대상까지 탔던 대한민국 대표 록발라드.

리메이크도 많이 됐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선곡도 많이 돼서, 요즘 학생들도 다 아는 노래다.

과연, 한시온의 눈빛이 살짝 바뀌었다.

어쩌면 자신이 너무 큰 재능에 놀라서 막무가내로 말을 걸다 보니, 사기꾼처럼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혹시 계약한 회사 있어요?”

“아뇨. 없습니다.”

“그럼 내가 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내가 아는 회사랑 계약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그때 뭔가를 생각하던 한시온이 입을 열었다.

“그럼 저기 붙은 포스터요.”

“포스터?”

이현석이 시선을 돌리니, 출입문 옆에 붙어 있는 포스터가 보였다.

하지만 뭔지는 모른다.

사장은 저런 것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택배가 오면 알바생들에게 적당히 붙이고 기간이 지나면 떼라고 말할 뿐.

“추천 좀 해 주실 수 있나요. 추천받으면 1차 패스라던데.”

“그럼요. 물론이죠.”

아마 서울시나 대형 실용음악학원, 소형 기획사에서 진행하는 작곡 컴피티션 포스터일 거다.

절로 미소가 나온다.

아무래도 이 어린 천재는 본인의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이현석은 그런 생각을 하며, 한시온이 가리키는 포스터 살폈다.

잘못 본 줄 알았다.

다시 살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한 건 없었다.

결국 이현석은 저도 모르게 진심을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다.

“이, 이 병신 같은 걸 왜……?”


           


Damn Idol

Damn Idol

빌어먹을 아이돌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a harrowing car accident that defies the odds of survival, Han Si-On finds himself once again at the crossroads of fate, quite literally. Miraculously walking away with his life, he faces the daunting task of navigating a life he’s all too familiar with—due to a cryptic deal that traps him in a cycle of regressions. [Mission failed.] [You will regress.] His mission? A seemingly impossible feat of selling 200 million albums, a goal dictated by the devil himself. With each regression, Han Si-On returns to the age of 19, burdened with the knowledge and memories of countless lives lived, all aimed at achieving a singular, elusive go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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