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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

#4 선율 (2)

게임 내 가을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출석 체크 이벤트와 더불어 5인 팀을 결성해 파티로 이벤트 맵 사냥을 나가는 방식이었다. 공략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파티에 점수가 부여되고, 점수는 똑같이 분배된다. 점수는 개인별로 합산되기 때문에, 매번 파티를 바꾸어 다시 이벤트 사냥에 참여하면 되는 일이다.

「ㅊㄴㅇ: 단풍 파티 팀 짜셨어요?」

하지만 이미 길드원들과 함께 팀을 결성한 뒤였다. 잠시 망설이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한참 동안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노을이 삐지든 말든 경수는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노을은 요즘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얼굴을 자주 보이지 않았다. 새로 학원을 등록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덕분에 경수의 이름은 타임 어택 이벤트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전체] 이그나잇: 파티 한자리 비시는 분ㅠㅠ?

[전체] 미드나잇: 오빠 울 파티 와랑ㅎㅁㅎ 한자리 더 비니까 아무나 귓주세요오>.<

[전체] qwerzy: 크뎀 증폭 가능한 버퍼 하나 모셔용@@@

[전체] 겨울칠면조: 지금 지붕 올라오시면 버프 무료로 드려여

한 시간마다 이벤트 맵이 열리기 때문에 유저들은 길드존에서 대기 중이었다.

[파티] 박휘벌래: 저 이번 판 뛰고 할머니 보러 시골 내려가용ㅠ 그래서 주말에 못 와요

[파티] 할로윈가지: ㅇㅋ

[파티] 냥이냥나냥: ㅇㅇ

[파티] ㅈi9별: 물어본 사람?ㅇㅅㅇㅋㅋㅋ

[파티] 박휘벌래: ㅅ1발 반응이 왜 이래요? 버프 안 준다

[파티] ㅈi9별: 버프 썬발이 주던데ㅋㅋㅋㅋㅋ

[파티] 박휘벌래: 아오

대기하고 있던 유저들의 앞에 썬셋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머리 위로 선율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있었다. 그 뒤를 이어 던전 근처에서 자주 보이던 선율 길드원들과 스페이드퀸이 나타났다.

[파티] 할로윈가지: 선율 오늘도 왔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포세이돈대장: 아… 채널 옮길까요?

[파티] 냥이냥나냥: 3채 저희 건데 왜요ㅋㅋㅋ

[파티] 박휘벌래: ㅁㅈ 옮겨도 쟤네가 옮겨야지 맨날 1채만 있던 애들인뎈ㅋㅋㅋㅋㅋㅋㅋ

[파티] ㅈi9별: ㅇㅅㅇㅋㅋㅋ 걍 있어욬ㅋㅋㅋㅋㅋ 쟤 좀 갱생했잖아영

[파티] 할로윈가지: 그런 것치고 사람들 다 도망쳤는데요?

썬셋은 길드존을 이리저리 활보하며 불특정 다수에게 광역 축복을 내려주었다. 이벤트 맵 포탈이 생기는 자리에서 하프 연주를 시작하니 그를 피했던 유저들이 쭈뼛쭈뼛 다가와 스킬이 닿는 끝자리에서 버프를 받아먹었다.

[파티] 박휘벌래: 아 오늘도 버프 주네ㅋㅋㅋㅋㅋㅋㅋ

[파티] ㅈi9별: 삐빅 오늘도 박휘벌래 님께서는 노쓸모가 되었습니다…

[파티] 박휘벌래: 느그 별 빼고 버프 드릴게요… 제 옆으로 모이십쇼

[파티] ㅈi9별: 이잉 저 이속 버프♥

[파티] 냥이냥나냥: 우웩….

경수는 버프를 주기 시작한 박휘벌래의 옆으로 달려가 앉았다. 썬셋은 커다란 날개를 펄럭거리며 여전히 주위에 음표를 흩날리고 있었다. 경수를 일시적 부자로 만들어주었던 썬셋이지만 어딘가 꺼림칙했다. 가끔 새벽에 정민재가 도움을 요청하면 셋이서 종종 게임을 함께 했다. 하지만 단둘이 무언가를 하거나 얘기를 나누어보지는 않았다.

포세이돈 파티의 머리 위를 지나가던 썬셋이 경수의 옆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대천사의 입맞춤!’

그는 경수에게 10분짜리 버프를 걸어준 뒤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라 선율 사이로 섞여 들어갔다.

[파티] 박휘벌래: 천노을 오프라인이네 아쉽쓰ㅠ

[파티] ㅈi9별: 저도 귓말 보내고 있었는데ㅋㅋㅋ

[파티] 냥이냥나냥: 예? 시1발 그걸 왜 보내요???? ㅁ1친놈들인가?

[파티] ㅈi9별: ㅊㄴㅇㄲ은 천노을 건데 벌레가 꼬엿으니까욤ㅇㅅㅇ 이따 우편 보내야겟당

[귓속말] 냥이냥나냥: 뒤진다

[파티]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너. 무. 무. 섭. 다ㅠㅠ

노을이 이 광경을 보지 못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만약 봤다면 시무룩하게 어깨를 늘어뜨리고 하루 종일 경수를 괴롭게 했을 것이다.

[파티] 포세이돈대장: 흠… 그런데 왜 저럴까요? 이해가 안 가는데.

[파티] ㅈi9별: 6개월 동안 일루전 본사에 갇혀서 하루 16시간 동안 정신교육 받았다는 말이 있음

[파티] 박휘벌래: 정신교육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돌아버린 건가?

[파티] ㅈi9별: 쟤 요즘 지 정체 모르는 뉴비들 버스도 태워준대요ㅋㅋㅋ 또라1인가 봄

[파티] 냥이냥나냥: 인성이 그리 쉽게 변하나요? 숨기고 있는 거지ㅋㅋㅋㅋㅋㅋ

[파티] 할로윈가지: ㅋㅋㅋㅇㅇ 사람들 방심시키고 또 학살하려고 발톱 숨기고 있을 듯

썬셋의 의미 모를 선행을 좋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 경수와 포세이돈 길드원들처럼 끝없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 이벤트 맵이 열리자마자 들어간 경수는 5분도 되지 않아 다시 길드존으로 나올 수 있었다. 게시판을 눌러보니 경수의 이름이 이벤트 50위권 안에 들어가 있었다. 썬셋은 18위에 있었다.

[길드] 박휘벌래: 저 가볼게용ㅠ

[길드] 냥이냥나냥: ㅃ

[길드] ㅈi9별: ㅂㅂ

‘박휘벌래 님께서 파티를 탈퇴하셨습니다.’

‘박휘벌래 님께서 로그아웃하셨습니다.’

‘썬셋 님께서 친구 신청을 보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썬셋 님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얼떨결에 엔터키를 눌러버린 경수는 갑자기 친구 신청을 보낸 이유를 파악하지 못해 눈만 깜빡였다.

[길드] 냥이냥나냥: 저 지금 썬셋이 친신 보냈는데요… 이거 뭔가요

[길드] al0ha: 그 썬셋이요?

[길드] neutaaaa: 헐???? 받앗어여?

[길드] 냥이냥나냥: 실수로 눌러서요ㅠㅠ

[길드] 완두완댜: 뭐긴요 그린라이트입니다….

[길드] 완두완댜: 아 아닌데? 잠만

[길드] ㅈi9별: 헛수고하지 마시져 냥깔은 지금 오프라인입니다ㅠ

[길드] neutaaaa: 아….

[길드] 냥이냥나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디진닼ㅋㅋㅋㅋㅋㅋㅋ

[길드] neutaaaa: 그럼 썬발 새1끼는 냥첩인 가요??

[길드] ㅈi9별: 냥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al0ha: 냥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완두완댜: 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냥첩ㅋㅋㅋㅋ

[길드] neutaaaa: 저 아직 썬발놈 용서 못햇는데ㅎ 냥님 그 첩놈 아주 못댄 놈이에요 박대해주세요

[친구] 썬셋: 냥이님 친신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길드] 포세이돈대장: 근데 냥님은 진짜 예전부터 이상한 애들 엄청 꼬이네요ㅋㅋ

[길드] 할로윈가지: 그중 하나가 본인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는 길마님

[길드] 포세이돈대장: 부길마 직위 가져가실 분?

[길드] 할로윈가지: ㅈㅅ

곧 냥깔과 냥첩 사이에 끼어버렸다며 경수를 놀리는 채팅이 마구 쏟아졌다. 몇 달 동안 천노을 덕에 놀림에 익숙해진 경수는 길드원들의 말을 깨끗하게 무시했다. 썬셋과 절대 얽히고 싶지 않았다. 일단 이렇게 된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빠르다. 경수는 민재의 아이디를 눌러 귓속말을 보냈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혹시 썬셋이 내 얘기한 적 있어? 친구신청이 와서 그러는데….

[귓속말]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귓속말] 스페이드퀸: 받았죠 한 1분 전에?

[귓속말] 냥이냥나냥: 헐 어케 암?

[귓속말] 스페이드퀸: 오늘 무료 벌목 세 번 한다고 길드 공지 떠서요…^^^^^ 감사합니닷ㅎㅎ

[귓속말] 스페이드퀸: 그때 같이 겜 해보고 나서 잘한다고 형이랑 친해지고 싶다고?? 그러더라고요ㅋㅋㅋ 그럼 걍 친신 걸어보라고 한 건데 ㅈㅅㅈㅅㅋㅋㅋㅋㅋㅋ

원흉은 저놈이었다. 경수는 이를 빠득 갈며 친구 창을 열어보았다. 접속 중이라고 뜨는 썬셋의 이름 밑에 오프라인 상태인 천노을의 이름이 있었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길마 님이 왕년에 사람을 좀 죽이긴 했는데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에요ㅋㅋ

[귓속말] 냥이냥나냥: 사람을 죽이는데 나쁜 놈이 아니라고…?

[귓속말] 스페이드퀸: 저 벌목하러 가야 해서ㅋㅋㅋㅋ 잠시만영

[친구] 썬셋: 냥님 한 시간 뒤에 봬요~

이시스 마을을 지나다 보면 이전에 경수의 인터뷰를 본 사람들이 경외에 찬 눈으로 그를 불러 세우는 일이 종종 있었다. 길드원들은 그들을 일종의 팬이라고 정의했다.

“……그냥 내 팬인가?”

썬셋마저도? 경수는 뒷목을 긁적였다. 그는 이시스 시계탑 앞 NPC에게로 이동해 이벤트 아이템 송편을 시즌 한정 패션 템으로 교환했다. 한 시간 뒤 길드원들끼리 다시 파티를 결성해 길드존에 들어오자 썬셋이 대천사 날개를 접어 지상으로 발을 내디뎠다. 그와 함께 있던 선율 길드원들은 어딘가로 이동했는지 길드존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썬셋이 경수의 앞까지 다가오자 포세이돈 길드원들이 뒤로 물러났다.

[파티] ㅈi9별: ㅋㅋㅋㅋㅋ둘이 대체 무슨 관계임?

[파티]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ㅋ재밌다

[파티] 포세이돈대장: 아 맞다, 박휘님 나갔었죠? 어쩐지 왜 파티에 네 명밖에 없나 했어요.

[전체] 썬셋: 안녕하세요^^

[전체] 썬셋: 그 힐러 한 분이 안 보이는데… 혹시 버퍼 자리 비면 제가 껴도 되나요?

[전체] 냥이냥나냥: ??? 저요?

[전체] 썬셋: 네^^

썬셋이 하프 현을 튕겼다. 무지갯빛 스킬 효과가 주변인들의 몸을 휘감았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민재야 뭐해?? 썬셋 좀 데려가

정민재는 대답이 없었다. 이벤트 맵이 열리기 5분 전이었는데, 사라진 선율 길드원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길드] ㅈi9별: 속보

[길드] neutaaaa: 왱?

[길드] ㅈi9별: [속보] 썬셋이 파티 끼워 달라고 해 화제….

[길드] neutaaaa: 미칀1럼이 지 길드 어따 두고ㅋㅋㅋ 끼워주지 마요

‘썬셋 님께서 파티에 참여하셨습니다.’

[전체] 썬셋: 감사합니다~

[길드] 포세이돈대장: 헉 파티 들어왔어

[길드] 냥이냥나냥: 선율 어디 갔지 현상금 거는 건 좀 오바인가요

[길드] 완두완댜: 오바예욬ㅋㅋㅋㅋㅋ 선율에 현상금 걸면 길드전 선포 아님?ㅋㅋㅋㅋㅋㅋㅋ

[길드] ㅈi9별: 제가 초대한 거 아닌뎅

썬셋은 주변에 광역 버프를 흩날렸다. 화려한 효과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파티] 할로윈가지: ㅎㅇㅎㅇ

[길드] 할로윈가지: 아 초대한 거 저예욤

[길드] neutaaaa: ㅡㅡ?

[길드] 할로윈가지: ㅋㅋㅋㅋ재밌을 것 같아서ㅋㅋㅋㅋㅋ

전에 임의대로 천노을을 길드로 들였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경수의 캐릭터 옆에서 말간 눈을 깜빡이고 있는 토끼 ‘노을♡’이 시야에 들어왔다. 경수는 왠지 모를 데자뷔를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

*

힐이 필요 없는 이벤트 맵 특성상, 뒤에서 버프만 줬던 박휘벌래보다는 공격도 겸비한 썬셋이 더 도움이 되던 건 사실이었다. 운영자에게 버림받은 직업이란 타이틀답게 공격 속도가 뒤처지기는 했지만 게임 센스는 타고난 모양이다.

[파티] 냥이냥나냥: 다잡았는데 포탈 왜 안 열림?

[파티] 썬셋: 보고 올게용ㅇㅅㅇ

[파티] 포세이돈대장: 그럼 아직 몹 남아 있는 거 아니에요?

둘의 말에 뒤에 남아 있던 두 명이 동시에 맵 곳곳으로 뛰어올라갔다.

[파티] 할로윈가지: 엥 왼쪽 끝에 늑대 한 마리 남았다 잡음

[파티] 썬셋: 열렸어요?

[파티] 냥이냥나냥: 아직 안 열렸어요ㅜ

[파티] 냥이냥나냥: 아 열렸당! 넘어오세요

마지막 보스 몬스터를 때려잡는 건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걱정과는 다르게 썬셋은 한 사람 몫을 충분히 한 데다 길드원들에게 시비를 걸지도 않았다.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썬셋이 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온순했다. 보상 상자를 열어 포인트를 부여받고 난 뒤에야 정민재에게 답이 왔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아 형 죄송해요 갑자기 할아버지가 부르셔서ㅠㅠ

그러면 어쩔 수가 없었겠구나. 어른이 부르시는데 안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경수는 납득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아 그래?ㅜ 그럼 이제 얘 좀 데려가….

다시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

[귓속말] 냥이냥나냥: 저기??

[파티] 썬셋: 다들 수고하셨어요^^

[파티] ㅈi9별: ㅅㄱ

[파티] 냥이냥나냥: ㅅㄱ

[파티] 포세이돈대장: 수고하셨습니다

[파티] 할로윈가지: 수고하셨어요ㅎ

볼일이 끝났으니 곧바로 나가볼 거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썬셋은 파티를 탈퇴하지 않고 포탈 앞에 앉아있었다. 다른 포세이돈 길드원들도 각자 이벤트 맵을 돌고 길드존으로 나왔다. 그들은 여전히 포세이돈 사이에 끼어 새하얀 자태를 뽐내고 있는 썬셋을 불편해했다.

[길드] ㅈi9별: 왜 쟤 파탈 안 해요?

[길드] neutaaaa: ㅆㅓㄴㅅㅔㅅ 자음 모음 하나하나가 다 재수 없어;

[길드] 냥이냥나냥: 걍 파티 해체하고 다시 만들어요

[길드] 할로윈가지: ㄴㄴ 안 나가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ㅎㅎ

[길드] neutaaaa: 흥미충… 머리도 없으면서 호기심은 더럽게 많군요….

[길드] 할로윈가지: 나?

[길드] neutaaaa: 울 길드에 대머리 하나뿐이잖아여ㅎ

‘냥이냥나냥 님께서 일반길드원으로 강등되었습니다.’

[길드] 냥이냥나냥: 전 왜?

‘냥이냥나냥 님께서 정예길드원으로 승급되었습니다.’

‘neutaaaa 님께서 명예길드원으로 강등되었습니다.’

[길드] 할로윈가지: 이름이 붙어있어서ㅋㅋㅋ ㅈㅅㅈㅅㅋㅋㅋ

[길드] 냥이냥나냥: 조심하십쇼;

[길드] neutaaaa: 님아 뭘 잊으셧나 본데 길마님 돌아 오셨거든여?ㅎ 독재가 영원할 줄 아셨다면 존1나 오산입니다~

[길드] neutaaaa: 길마님 부길마가 권력 남용해요ㅠ_ㅠ

‘neutaaaa 님께서 일반길드원으로 강등되었습니다.’

[길드] 할로윈가지: 길마님 장보고 오신 댔음ㅋ 이다음은 뭘 것 같아요?

[길드] neutaaaa: ㅈㅅ합니다ㅠ 사과문 써올게요….

[길드] 할로윈가지: 초범이니 봐줍니다

‘neutaaaa 님께서 정예길드원으로 승급되었습니다.’

[길드] neutaaaa: 감사합니당 헤헤 .o0(ㅅㅂㅅㄲ)

길드룸에 가는 몇 명을 따라 포세이돈 길드원들이 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그러자 썬셋이 뒤를 따라 허공에 올라가 날아서 따라오기 시작했다.

[길드] neutaaaa: 존나 따라오네 ㅅㅂ 스토커 같아

[길드] ㅈi9별: 친구가 그러는데 선율 다시 1채로 갔나 본데요? 썬셋은 왜 남아 있징

[길드] 냥이냥나냥: 채널을 옮긴 거면 일부러 놓고 간 건데…?

[길드] ㅈi9별: 버렸네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neutaaaa: 먼 분리수거를 우리한테 해;

[길드] 냥이냥나냥: 분리수겈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neutaaaa: 알았다 냥첩 되려고 그런 거 아님?

경수는 그만 이성의 끈을 놓고 길드원을 공중에 띄워 허공을 향해 바주카포를 마구 쏘아 올렸다.

[파티] 썬셋: 앗

[길드] ㅈi9별: 앗이래ㅋㅋㅋㅋㅋㅋㅋㅋ

썬셋은 재빨리 공격을 피하고 지상에 내려와 앉았다. 눈이 엑스 자로 변해 바닥에 철퍼덕 엎어진 neutaaaa가 환한 빛과 함께 부활했다. 그는 경수를 피해 그토록 싫어하는 썬셋 옆으로 대피했다.

[길드] 냥이냥나냥: 나와라

[길드] neutaaaa: 싫어요ㅠ

썬셋과 완전히 겹쳐진 neutaaaa는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경수는 잘못하면 썬셋을 공격하는 셈이 되어 제2의 학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을 놓았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ㅈㅅㅈㅅ 증조할아버지가 부르셔서

[귓속말] 냥이냥나냥: 엥? 다 같이 살아?

[귓속말] 스페이드퀸: 네 ㅎㅎ

[귓속말] 냥이냥나냥: 대가족이네ㅋㅋ 사람 많아서 재밌겠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넹ㅋㅋㅋ

[귓속말] 냥이냥나냥: 그럼 이제 썬셋 좀 데려가라

간격을 오래 두고 답장을 한 것도 아닌데 정민재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 침묵의 의미를 모를 정도로 경수는 멍청하지가 않았다. 일부러 무시하는 게 분명하다. 그는 침대 위에다 던져두었던 외투에서 휴대폰을 가져와 천노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민재 번호 좀.”

-다짜고짜 민재? 많이 친해졌나 봐요….

땅을 파고드는 음울한 목소리에 경수는 딱 잘라 선을 그었다. 하여간 성가신 놈이다.

“이상한 데로 빠지지 마. 가끔 게임 몇 판 같이 했어.”

-정민재는 왜요? 무슨 일 있었어요?

“별거 아냐. 문자로 번호 보내 달라고.”

-말씀하시면 제가 전해드릴게요.

“너 학원 아니야?”

-…아직 쉬는 시간이에요.

“그럼 바로 전화해서 전해줘야 한다? 아, 근데 할아버지랑 있어서 전화도 안 받으려나.”

-걔 할아버지 정민재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는데요?

“…증조할아버지는?”

-들은 적도 없어요.

“고마워. 일단 끊어봐. 번호는 보내고.”

-형?

전화가 끊어지기가 무섭게 경수는 정민재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할아버지랑 접신햇냐?

[귓속말] 스페이드퀸: 네?

[귓속말] 냥이냥나냥: 천노을한테 다 들었음

역시나 답은 오지 않았다. 썬셋은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 때문인지 같은 채널에 있는 것도 왠지 불안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채널로 이동해보자 ‘스페이드퀸’이 때마침 옆을 바쁘게 뛰어가는 게 보였다. 경수는 이동기를 써 그를 따라잡은 뒤 곧바로 때려눕혔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전체] 스페이드퀸: 헉ㄱㄷ 나 뒤짐

그의 앞에서 달려가던 선율 길드원들이 길드존에 내리꽂히는 쇠사슬 소리에 방향을 바꾸었다. 그들은 무기를 꺼내 들며 부길마를 때려눕힌 괴한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민재가 무슨 말을 했는지 5초도 지나지 않아 무기를 집어넣고 경계태세를 해제했다.

[전체] 설영: 아 버섯꾼이넹 잘못 보고 오빠 시비 털린 줄ㅋㅋㅋㅋ

[전체] 스페이드퀸: 나도 잘못 봄ㅋㅋㅋㅋㅋㅋ먼저 가 있어

[전체] 골D키위: 얘기 마치고 오십셔

[전체]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ㅇㅋㅇㅋ

선율 패거리들이 일체 길드룸 포탈을 타고 사라지자, 스페이드퀸이 부활의 징표를 먹고 살아났다. 경수는 놈을 향해 무기를 겨눴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디진다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스페이드퀸: 말로 해요 말롴ㅋㅋㅋㅋ

[귓속말] 스페이드퀸: 전챗이었구나; 아니 형님 제 말 좀 들어봐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파티 갑자기 해체한 거 맞지? 미쳤나 진짜 왜 우리한테 버리고 가 썬셋을;;

[귓속말] 스페이드퀸: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둘이 좀 친해지라고 그런 건데

[귓속말] 스페이드퀸: 너무하시네요…ㅠㅠ

경수의 머릿속에서 이미 정민재는 거짓말쟁이로 자리 잡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와 썬셋 사이에는 접점이 전혀 없었다. 새벽에 말도 주고받지 않고 게임 몇 판 한 게 다였는데, 갑자기 파티에 끼워 달란 말을 할 정도로 놈이 붙임성이 좋던가?

[귓속말] 냥이냥나냥: ㅗ

정답은 ‘아니다’였다. 그냥 감당하기 힘드니 저 파티에나 껴라, 하고 떠넘긴 거겠지. 경수는 불신의 눈을 한 채 모니터를 노려보았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아 이거 말하지 말라 했는데

[귓속말] 스페이드퀸: 저희 길마님 정지당하기 전에 형이랑 마주친 적 있어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ㅗ

[귓속말] 스페이드퀸: 진짜임ㅋㅋㅋㅋㅋ 이거 말 안 하면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믿을 것 같으니까 말씀드리는 거예요

[귓속말] 스페이드퀸: 제가 말한 거 들키면 저도 뒤지니까 썬셋한테 물어보진 마세요ㅠ 그때 걔가 엄청 어이없어해서 저도 기억하거든욬ㅋㅋㅋ

[귓속말] 냥이냥나냥: 어이없어했다고?

[귓속말] 스페이드퀸: ㅇㅇ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어느새 채널을 따라 옮긴 썬셋의 모습이 화면 안에 들어왔다.

[전체] 썬셋: ㅇㅅㅇ….

[귓속말] 냥이냥나냥: ㄴㄴ마주친 적 없어 그럼 내가 기억했겠지

[귓속말]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ㅅㅂ작년에 채집 이벤트 때 새벽이었는데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ㅇㅇ?

[귓속말] 스페이드퀸: 와 우리 존재감 봐 기억도 못 하네ㅋㅋㅋㅋㅋ

그 전에 길드존에서 학살을 하던 썬셋을 봤다면 분명히 기억할 텐데, 전혀 기억에 남지 않았다.

[전체] 썬셋: 뭐 함?

[귓속말] 스페이드퀸: 답ㄴㄴ 잠수인척해요

[귓속말] 스페이드퀸: 아무튼 그때 길마님 취미가 유저 학살하고 길드존 청소하기였거든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청소?

[귓속말] 스페이드퀸: 인간 청소욬ㅋㅋㅋㅋ 지박령들 싹 치우고 맵 독점하는 거예요

“…취미.”

그걸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건가. 너무 어이가 없어 대답할 의지조차 잃었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그때 채집 템으로 버섯 모자 있었잖아요

마을이든 사냥터든 아무 데나 돋보기를 가져다 대는 채집 스킬을 사용하면, 확률에 따라 이벤트 아이템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아이템이 나오는 확률을 증폭시켜주는 아이템이 버섯 모자였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새벽 세 시였나? 길마 님이 갑자기 길드 챗에 냥이냥나냥이 누구냐고 물어봤어영

[귓속말] 스페이드퀸: 1채 길드존 털고 나서 이벤트 템 모으고 있는데 형이 갑자기 구석으로 끌고 가서 길마님 죽였다면서요? 넉백 때문에 대응도 못 해보고 순삭 당했다고 그랬어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내가?? 뭔 소리야 내가 썬셋이냐ㅋㅋㅋ

[귓속말] 스페이드퀸: ㅇㅇ아무도 안 믿었졐ㅋㅋㅋ 길마 님도 수백 명 학살한 짬이 있는데 손도 못 대보고 죽었다는 게 말도 안 되잖아요… 근데 다음날 형이 또 그랬어요. 그땐 저도 같이 죽음

[귓속말] 스페이드퀸: 12채였는데 그땐 길드존 저희만 썼었거든요?? 근데 길드 안에서 형한테 죽은 사람이 저희만 있는 게 아닌 거예요ㅋㅋㅋㅋ 길마 님이 왜 자기 캐릭터 뺏어가냐고 작정하고 죽이려고 기다리는데도 형한텐 손도 못 댔음….

[귓속말] 스페이드퀸: 항상 새벽에 나타나서 버섯 캐간다고ㅋㅋ 버섯 모자만 쓰면 죽는다고 아직도 형 버섯꾼이라고 부르는 애들 개 많음ㅋㅋ

“…….”

희미한 기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 당시 경수는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잘 정도로 게임에 열중해 있었다.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손이 기억하는 대로 이벤트 아이템을 모으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길드원들에게 신나서 ‘마을에서 발키리 직업 스킬을 사용하면 아이템이 끌려오는 버그가 있다.’라는 조언을 해준 기억도 새록새록 나는데, 다들 그런 거 없다며 투덜대 이상하다 생각하기도 했다. 어쩐지 유독 길드존에서 직업 스킬에 끌려오는 버섯 템이 있다 했는데, 그게 유저에 대한 PVP가 허용되는 맵이었기에 가능했다니….

“아이템이 아니고… 사람이었다고?”

이제야 알게 된 사실에 머리가 아찔했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비밀이에요ㅋㅋㅋ 암튼 길마 님이 그때 이후로 자게에서 형 찾아보고 학살꾼끼리 뭔가 통하는 게 있을 것 같다면서 친해지고 싶다고 그랬었어요… 그때는요…ㅋㅋㅋ

‘친구야, 우리 친하게 지내자?’라며 어깨동무를 하는 불량배 이미지가 썬셋의 캐릭터와 겹쳐 보였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보고 있어요???

“…….”

그때의 복수를 위한 것이었다면 선율 전체가 제게 적대적으로 굴어야 할 테니 그건 아닌 것 같고… 정말로 ‘같은 인성끼리 친해지고 싶다!’는 목적이라면.

“나는… 아니야.”

경수는 과거를 부정했다. 그리고 곧바로 캐릭터를 전환했다. 길드 마스터와 커플인 캐릭터로 접속하니 ‘500일 축하 버프’가 적용되고 있었다.

[길드] 포세이돈대장: 냥님? 놀라라ㅋㅋ 갑자기 나가셔서 정전이라도 난 줄 알았잖아요.

[길드] ㅈi9별: 아 냥님이구나

[길드] 마까롱용사: 벌써 500일이나 됐어요?

[길드] 포세이돈대장: 그러게요 저도 우편함에 아이템 들어왔네요.

[길드] 마까롱용사: 저두옄ㅋㅋㅋㅋㅋㅋㅋㅋ 커플 동시 접속해야 주나 봐용

[길드] 할로윈가지: 냥님

[길드] 마까롱용사: 넹?

[길드] 할로윈가지: 썬셋이 님 존나 찾고 있음요

[길드] neutaaaa: 냥첩

[길드] 마까롱용사: 개1새….

그러니까 나는 걔랑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다고! 경수는 소리 없이 발버둥을 치며 오만상을 찌푸렸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봐도 썬셋은 악의적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던 거고, 제 경우에는 고의가 아니었으니까. 같은 사람 취급받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억울했다. 더군다나 썬셋에게 ‘같은 학살꾼’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길드] 할로윈가지: 둘이 무슨 관계예요?ㅋㅋㅋ 시비 아니고 진짜 궁금해서요. 가끔 새벽에도 암흑기사까지 셋이서 종종 다니던데

[길드] 마까롱용사: 아니 최근에 알게 된 동생이 선율 부길마라서요… 그냥 연 끊어버리고 싶네요ㅡㅡ

[길드]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어쩐지ㅋㅋㅋ 천노을님 요즘 뜸해서 아예 갈아타신 줄^^

[길드] neutaaaa: 이러다 천노을 들어오면 냥깔 대 냥첩 대결 구도 생기나요? 벌써 개 재밌다 팝콘 사러 가여;;;;;

[길드] ㅈi9별: 그런데 왜 부캐로 들어왔어여?

[길드] 마까롱용사: 그냥요ㅎ 커플 버프도 생기고 괜찮네….

[길드] ㅈi9별: 길드 벌목도 아닌데 커플 버프가 왜 필요한가여ㅇㅅㅇ 걍 썬발이 주는 버프 받으면 되잖아요

[길드] 마까롱용사: 없는 것보다 낫잖아요

[길드] ㅈi9별: 이벤 템은 우편함 이동 안 되는데 그걸로 단풍도 뛰시게요??

[길드] 마까롱용사: 창고 통해서 이동하면 다 될 걸욬ㅋㅋㅋㅋ 스킬 좀 다시 찍어야겠다.

[길드] ㅈi9별: 아니요 그게 아니라 발키리 직업 스킬 없으면 (제가) 귀찮으니까요ㅎㅎ 본캐로 오시죠^^ 안 그러면 파티 안 끼워줄 거임

[길드] 마까롱용사: ㅇㅇㅅㄱ

[길드] 포세이돈대장: 그럼 전 냥님 파티로 갈게요.

[길드] 할로윈가지: 저도요 지구님 ㅈㅅㅈㅅ

[길드] ㅈi9별: 네?ㅠ

[길드] neutaaaa: 자기야 나도 미안ㅋㅋ

[길드] 마까롱용사: ㅋ끼워줄까?

[길드] ㅈi9별: 네… ㅠ이게 아닌데

경수는 바로 사냥터로 접속된 캐릭터의 스킬을 하나씩 사용해보며 손에 익혔다. 시험 스킬에 당한 몬스터들이 삑삑거리는 소리를 내며 녹아내렸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형님?

[귓속말] 스페이드퀸: 오오 귓간닼ㅋㅋㅋ!!!

“으악!”

소스라치게 놀란 경수는 의자를 뒤로 빼며 허겁지겁 뒤로 물러났다. 섣불리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심장이 콩알만 해지는 느낌이다.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어떻게 알았지, 그것도 이렇게 빨리? 선율에 지인이 있는 길드원이 있던가? G 창을 눌러 길드 창을 연 경수는 접속해있는 길드원들의 인맥을 추리했다. 하지만 다 같이 썬셋을 욕하던 기억밖에 나지 않았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노을이가 이거 부캐라고 알려줬어요 이게 다섯 번짼데 형 맞죠?

“…….”

길드에 들어있는 경수의 게임 캐릭터는 모두 셋이었다. 다른 캐릭터 세 개는 길드원들조차 그 존재를 모르고 있다. 천노을에게 게임하는 법을 알려준답시고 만났을 때 본의 아니게 캐릭터 슬롯을 보여준 적이 있던 것을 문득 떠올렸다. 그가 유독 화면을 유심히 살핀다 싶기는 했지만 찰나였을 텐데. 그 짧은 시간 안에 캐릭터 명을, 그것도 여섯 개를 전부 외웠다고? 심지어 지금까지 까먹지도 않았어?

[귓속말] 스페이드퀸: 아… 냥님… 아닌 가용?

[귓속말] 마까롱용사: 뭐 ㅅㅂ 나한테 집착하지 마

[귓속말] 스페이드퀸: 맞구낰ㅋㅋㅋㅋ

‘스페이드퀸 님께서 친구 신청을 보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스페이드퀸 님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기분이 미묘해졌다. 신상이 털리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를 체감했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갑자기 왜 나가욬ㅋㅋㅋㅋㅋㅋㅋ 저희 길드 아무도 뭐라고 안 해영ㅋㅋ

[귓속말] 마까롱용사: 뭐래 그것 때문에 나간 거 아냐;

[귓속말] 스페이드퀸: 저희 길마가 썬셋이잖아요 보복 킬은 일상임ㅎ 길마님 정지 직후엔 너무 킬이 잦아서 부활의 징표 매물 다 사들였으니까요ㅋㅋㅋ

[귓속말] 마까롱용사: 너네 때문 아니니까 설명 그만해

[귓속말] 스페이드퀸: 저희가 버섯꾼 갖고 욕할 짬바는 아니죠~ 그때도 빡쳤던 사람 길마 님밖에 없음 그것도 처음에나 그랬어영ㅋㅋ

[귓속말] 마까롱용사: 빡쳤었다고? 걔 진짜 양심 없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맞아요ㅠ 저희끼리만 그러고 노는 거니까 너무 그러지 마세영 ㄱㅊㄱㅊ

[귓속말] 마까롱용사: ㅅㅂ너 때문에 나간 거 아니라고

[귓속말] 마까롱용사: 글고 누가 새벽에 버섯처럼 있으래ㅠ 난 진짜 니네 사람인 줄 몰랐어;;;;

[귓속말] 스페이드퀸: 그래도 저희 애들이 버섯꾼 되게 좋아해요 길마가 둘인 것 같다고ㅋ

[귓속말] 마까롱용사: 그래도 썬셋에 비교하는 건 좀 아니지;

[귓속말] 스페이드퀸: 농담~ㅋㅋ

그래도 제게 죽임을 당했던 버섯으로 위장한 선율 길드원들이 그 사실을 너무 마음에 담고 있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ㅈi9별 님께서 파티에 초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파티] 썬셋: 안녕하세요~ 다시 오셨네요

“뭐야, 얘?”

파티에 참여하자마자 의심 하나 하지 않고 아는 척을 해오는 썬셋에 경수는 조금 당황했다.

[귓속말] 마까롱용사: 혹시 썬셋한테 내 닉 알려줬어?

[귓속말]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아뇨?

[귓속말] 마까롱용사: ㅇㅋ

경수는 시치미를 떼기로 결심했다.

[파티] 마까롱용사: 누구시죠?

[파티] 썬셋: ㅇㅅㅇ?

[파티] 포세이돈대장: 아….

[파티]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ㅈi9별: 냥님… 이미 알아요ㅠ 길마 님이 님 곧 온다고 알려줌ㅠㅠ

[파티] 포세이돈대장: 헉 죄송해요; 알려주면 안 되는 거였나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길드 마스터는 워낙 말투가 반듯해 대놓고 욕을 하기에도 꺼려졌다. 아는 사람 중 가장 대하기 힘든 타입은 길마와 같이 반듯하고 착한 타입이었다. ‘**’표 처리될 욕설을 백스페이스키로 모두 지운 경수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한숨을 내쉬었다.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파티] 썬셋: 아 그런 거였어요? 다시 할게요ㅇㅅㅇ!

[파티] 썬셋: 처음 뵙겠습니다ㅎㅎ

[파티] 마까롱용사: ㅅㅂ네ㅠㅠ

[파티]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

[파티] ㅈi9별: 냥님 왜 1채널 가 있어요? 3채 길드존 ㄱㄱ

[파티] 할로윈가지: 귓/지구님 ㅊㄴㅇㄲ 정체 숨겨주기로 했잖아요ㅠ

[파티] ㅈi9별: 귓/ 아… 오키오키 제가 경솔했네요ㅠㅠ

[파티] ㅈi9별: 냥이냥나냥님. 당장 3채로 오십시요

[파티] 마까롱용사: ㅋㅋㅋㅋ네 ㅅ1발

[파티] 포세이돈대장: 죄송해요ㅋㅋㅋㅠㅠ

왠지 이 상황이 굉장히 익숙했다. 분명 처음에는 딜이 잘 나오는 발키리로 길드원들에게 존경을 받았던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주구장창 놀림만 당하고 있었다. 그 시작에는 천노을이 있었고. 제 멋진 이미지를 망친 천노을 때문에 결국 썬셋과도 얽히게 된 것이다. 경수는 노을의 죄목을 손가락으로 헤아리며 놈에 대한 철저한 복수를 다짐했다.

[파티] 할로윈가지: 오 대박ㅋㅋㅋ

커플링을 착용하고 있는 탓에 길마에게 가까이 가자 두 캐릭터의 머리 위로 순간적으로 하트가 뿅뿅 솟아오르는 효과가 떠올랐다.

[파티] 마까롱용사: 500일 버프 쓰/레기네요ㅋㅋㅋ 경험치 150? 줘도 안 가져

[파티] ㅈi9별: ㄴㄴ그거 매일 랜덤으로 바뀜 운 좋으면 행운도 떠요… 저도 오늘 옵션은 ㅆㄹㄱ임

[파티] 포세이돈대장: 전 속도 30%네요.

[파티] ㅈi9별: 좋겠다

[파티] 포세이돈대장: 잠시만요~ 전 펫 영구제 좀 사서 올게요

[파티] 썬셋: 아…ㅎ 저 일이 생겨서 잠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담에 또 봬요!

‘썬셋 님께서 파티를 이탈하셨습니다.’

미처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썬셋이 접속을 종료했다. 엄청나게 바쁜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파티] 마까롱용사: 그럼 다시 본캐로 올까 봐요 스킬 괜히 다시 찍었다ㅠ

[파티] 할로윈가지: 진짜 썬셋 때매 부캐로 온 거였어요?

[파티] 마까롱용사: ㅋㅋㅋㅋ네

같이 있으면 왠지 똑같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리 그들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파티] ㅈi9별: 근데 착하던데요ㅋㅋㅋㅋㅋ 진짜 갱생했나 봐용ㅎ

[파티] 할로윈가지: 이제 와서 착하대 욕 졸1라 많이 해놓고ㅋㅋㅋㅋㅋ 지구님 아까 템 받아먹었거든요

[파티] ㅈi9별: 헿ㅎㅎ 옵션 세 개나 붙어있는 거 줬어요>< 이따 명당자리 가서 분해하려고요 속도 퍼즐 나왔으면 좋겠닿ㅎㅎㅎ

[파티] 할로윈가지: 천노을이다

[파티] 마까롱용사: 어?

[전체] ㅈi9별: ㅎㅇㅎㅇ

[전체] 천노을: ㅎㅇ

[귓속말] 천노을: 형도 안녕하세요ㅎㅎ

게임에 접속한다는 예고도 없이 불쑥 나타난 노을은 다짜고짜 무기를 꺼내 들었다.

[길드] 할로윈가지: 길드존에 냥깔 뜸

[길드] neutaaaa: 대박ㅋ 달려가욤

[길드] 할로윈가지: 아쉽게도 냥첩은 바쁘다고 볼일 보러 나감ㅠ

[길드] neutaaaa: 조금만 기다렸다가 나가지ㅠㅠㅠ

천노을에게 무한의 호감을 가지고 있는 neutaaaa는 말한 지 몇 초도 되지 않아 이동해와 노을에게 인사를 건넸다.

[전체] neutaaaa: 좀만 일찍 오시지 그랬어욬ㅋㅋㅋ

[전체] 천노을: 왜요?

[전체] neutaaaa: 냥깔 자리가 위험해요 방심하면 뺏깁니다

[전체] 천노을: 그건… 곤란한데요…ㅇㅅㅠ

[귓속말] 마까롱용사: 티 내지 말랬지 너.

[귓속말] 천노을: 괜찮아요~ 전 항상 이랬잖아요^^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경수를 놀리기 위해 뒤이어 온 길드원들과도 인사를 하던 와중 포세이돈대장이 거래를 마치고 다시 길드존으로 이동해왔다. 둘의 머리 위에 하트 모양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전체] ㅈi9별: 어

노을은 포세이돈대장을 처음 봤던 날처럼 다짜고짜 그에게 달려들었다. 길드원들은 둘의 싸움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영문도 모른 채 무기조차 전환하지 않았던 포세이돈대장이 답지 않게 오타를 남발했다. 경수는 둘 사이에 끼어들어 노을에게 마비탄을 먹였다. 그제야 노을은 무기를 집어넣었다.

[전체] 천노을: 아 제가 하트만 보면 이성을 잃어서…ㅇㅅㅇ ㅈㅅ합니다

[길드] ㅈi9별: ㅋㅋㅋㅋ오랜만의 속보입니다. 천노을이 원조 냥깔을 보고 이성을 잃었다는 소식인데요, 현장에 나가 있는 할로윈기자ㅋㅋㅋ

[길드] 할로윈가지: 욕심나는 인재입니다… 저희 길드로 재영입하고 싶군요

[길드] neutaaaa: 찬성합니다

[길드] 마까롱용사: 반대요;;

[길드] 포세이돈대장: 아ㅠㅠ 왜 쟨 나만 보면 저래요ㅠ? 부활템도 없었는데 죽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이 시간이면 학원에 있어야 할 노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경수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휴대폰을 들었다.

“너 뭐 하냐. 학원은?”

-끝났는데요? 형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게임하는데?”

-이 얘긴 전에 끝난 거로 아는데요. 둘이 헤어졌다고 했잖아요. 전 그래서 그동안 가만히 있었던 건데….

“내가 언제?”

경수는 황당한 듯 되물었다. 교제 기간만 유지하면 아이템이든 버프든 공짜로 퍼주는데 굳이 커플을 해제할 이유는 없었다. 그 대안으로 제시했던 게 본캐인 ‘냥이냥나냥’으로 놈의 교제 신청을 받아준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만렙 찍고 한다고 교제 신청 미룬 건 너야.”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전남친은 만나지 말아야 하는 거잖아요. 제 말이 틀려요?

“전남친…. 아니 나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인데…. 알았어, 그럼 본캐로 올게. 그러면 됐지?”

-네에!

밝게 대답한 노을은 전화를 끊지 않고 숨소리를 들려주었다. 기어이 캐릭터 전환을 하는 것을 보고 난 뒤에야 끊을 모양이다. ‘냥이냥나냥’으로 접속해 들어가니 노을이 그 많은 모션 이모티콘 중 행복해 보이는 거라면 모조리 써가며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죽기 일보 직전에 겨우 살아난 포세이돈대장은 체력을 회복한 뒤 천노을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길드] 포세이돈대장: 미/친 놈 존나 가증스럽다

[길드] 냥이냥나냥: ㅈㅅ합니다 저 때매ㅠ

[길드] 포세이돈대장: 말 걸지 말아주세요.

[길드]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neutaaaa: 아ㅋㅋㅋㅋㅋㅋㅋㅋ 개 웃겨 사랑과 전쟁 일루전 편

*

썬셋이 제게 치근덕대는 이유를 알게 된 뒤부터였나. 선율 길드원들이 자신을 보면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정민재에게 당장 이 상황에 대해 해명하라 했을 때도 그는 그저 웃기만 했다. 길드원들은 투길드는 금지라며 그를 놀리는 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이 억울함을 털어놓을 곳은 노을밖에 없었다. 노을은 한 마디씩 거들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어 장소를 옮기고는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위화감도 어색함도 무뎌진다. 가을 이벤트가 끝날 무렵이 되자 경수도 그에 익숙해져 인사를 맞받아칠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썬셋은 껄끄러웠다. 더 이상 잔악무도한 짓을 하지 않는다고는 해도 말이다.

한편, 노을은 요즘 많이 바빠져 열두 시가 넘어야만 게임에 접속하고는 했다. 열두 시부터 오전 열 시까지는 이벤트존이 열리지 않아 노을과 어울려줄 수 있었다.

“어? 너 곧 만렙 찍겠다.”

천노을이 만렙을 찍기까지는 겨우 10레벨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헤드폰 너머의 노을은 간지러운 웃음소리를 내며 멋쩍게 대답했다.

-마의 구간이라서 여기부턴 잘 안 올라요. 어제도 겨우 경험치 10% 밖에 안 찼는걸요.

“급할 것 없잖아. 장비는 괜찮아? 정보 좀 풀어봐.”

-정보? 잠시만요.

노을은 경수의 말에 곧 ‘캐릭터 정보 비공개’를 해제했다. 천노을 캐릭터 위에 오른쪽 마우스를 가져다 대고 ‘정보 보기’를 누르자 그가 입고 있는 장비와 액세서리, 그리고 능력치를 올려주는 젬스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장비와 액세서리는 꾸준히 레벨 대에 맞게 맞춰줘서 아직 바꿀 때가 되지 않았으나, 문제는 젬스톤이었다.

(기본) 초보자용 근력 젬스톤

제한 레벨: Lv. 1

(기본) 초보자용 경험치 젬스톤

제한 레벨: Lv. 1

이 외에도 하나만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부여받는 젬스톤뿐이었다. 구슬 모양을 띤 젬스톤은 서브 장비 중 하나로, 전투 장비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걸 여태 잊고 있었다니….

(SS/희귀) 젤리 곰돌이 행운 레인보우 젬스톤

제한 레벨: Lv. 200

거래 불가 아이템

세트 효과: +올스탯 300 +물리 크리티컬 25% +속성력 200

“너 아이템 운 되게 좋다. 젤리 젬스톤 잘 안 뜨는데…. 거긴 시나리오 퀘스트도 없는데 누구랑 갔어?”

-정민재랑요. 패망전 직전에 레벨 올린다고 갔었어요.

“근데 이거 말곤 다 초보자용? 너 지금껏 젬스톤 안 맞추고 뭐 했어…. 용케도 초보자용 끼고도 그 데미지가 나온다.”

-히, 칭찬 감사해요.

“칭찬 아니거든?”

-넵.

“심연 젬스톤으로 맞추자. 전사 트리는 물리 크리 있는 심연이 제일 나아. 인던 보상 상자에서 나오니까 파괴하지 말고 전부 갈아껴. 초보자용은 버리고. 인챈트 망치랑 퍼즐도 사야 하는데, ……그건 그냥 사자. 너 어차피 돈도 많… 아니다. 요즘 좀 궁하겠구나.”

-네? 아뇨?

“바쁘잖아. 맨날 새벽에나 들어와서 퀴즈 풀 시간도 없을 거 아냐.”

-아… 네. 그래도 아직 괜찮아요!

그래도 일단 기본이 되는 젬스톤을 맞춰야겠다는 생각에 둘은 ‘심연의 고뇌’ 인스턴트 던전 앞으로 이동했다.

‘스페이드퀸 님께서 파티에 참여하셨습니다.’

[파티] 스페이드퀸: 도와주러…왔어요….

[파티] 냥이냥나냥: 웅

[파티] 천노을: 쟤가 다 할거예요ㅇㅅㅇ

[파티] 냥이냥나냥: ??

[파티]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뭐?

[파티] 천노을: 형은 푹 쉬어요ㅠㅠ♡

“씨발.”

욕을 읊조리자 헤드셋에선 노을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마이크를 멀리하고 웃어도 다 들렸다.

“야, 말로 해. 말로! 하트 쓰지 말라고 몇 번을 얘기해? 봐, 나 지금 존나 소름 돋았잖아. 어?”

경수는 보이지도 않을 팔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노을은 대답 대신에 목을 울려 웃었다. 헤드셋 너머로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와 동시에, 캐릭터 천노을이 ‘뽀뽀하기’ 이모티콘을 사용했다. 우웩. 경수는 곧장 얼굴을 굳힌 채 사다리에 매달려버렸다. 얼굴이 보이지 않자 노을도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은 그만두었다.

[파티] 스페이드퀸: 한 명 더 오기로 했어요 ㄱㄷㄱㄷ

‘설영 님께서 파티에 참여하셨습니다.’

[파티] 스페이드퀸: ㅎㅇㅎㅇ

[파티] 설영: 오빠 하이

곧 파티원들이 있는 곳으로 옮겨온 설영 역시 선율이었다. 노을이 선율과 어울려 얘기하는 것에는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파티] 설영: 버섯꾼도 안녕^-<☆

“썬셋 죽여버릴 거야.”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혼잣말처럼 한 말이었는데 노을이 숨을 집어삼켰다.

-……제가 뭐라고 한마디 할까요?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아냐 됐어, 미안. 너한테 한 말 아냐. 너 말고 썬셋.”

-그래도….

경수는 노을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렇게 안 보여도 소심하고 심약한 구석도 있는 놈인 것 같기도 했다. 남의 일을 제 일처럼 걱정해주는 걸 보니 배려심도 갖추고 있었다. 알수록 괜찮은 새끼인 것 같은….

“…….”

아니, 방금 내가 무슨 생각을? 경수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중얼거리려던 입을 찰싹 때렸다.

[파티] 설영: 오늘 심연 젬스톤을 다 뽑겠다고요?

[파티] 천노을: ㅇㅇ

[파티] 설영: 제정신이신가요?ㅋㅋ

[파티] 천노을: 넹ㅋㅋ 불만이라도? ㅇㅅ;ㅇ

[파티] 스페이드퀸: ;;진정해

[파티] 설영: 뭘 진정해 오빤 가만히 좀 잇어; 이게 몇 번째야 알바비도 안 주면서ㅡㅡ

[파티] 냥이냥나냥: 알바비요?

[파티] 설영: 네ㅡㅡ 저 방금도 레이드 뛰다가 소환당했거든요? 판당 3000은 받아야 수지 타산이 맞아여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노을은 씀씀이가 후했다. 가끔은 너무 돈을 막 쓰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말이다.

[파티] 냥이냥나냥: 에이 너 돈 많잖아… 알바비 드리려고 한 거 맞지?

[파티] 천노을: 넹ㅇㅅㅇ? 당연하죠….

[파티] 스페이드퀸: 헐

[파티] 설영: 대박ㅋ 그냥 한번 말해본 건데ㅋ

[파티] 스페이드퀸: 나도 쥼?

[파티] 천노을: 웅

[파티] 스페이드퀸: 오…^^7

[파티] 설영: ㅎㅎ열심히 할게욧…!^^77

네 사람은 맵 가장 안쪽의 인던에 도착했다. 노을이 파티 설정을 변경하던 때였다.

[전체] 청사과청: 저기여…?

[전체] 설영: ?

아까부터 던전 앞에서 얼쩡거리던 프리스트였다. 마법사 계열로 힐러 트리를 타는 프리스트는 솔로 플레이가 어려운 직업 중 하나였다. 공격형 마법사 계열인 문페어리 트리와는 다르게 공격 스킬도 변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전체] 청사과청: 냥냥님>_ㅠ

[전체] 냥이냥나냥: ??

[전체] 청사과청: 죄송한데 혹시 파티 자리 비시나욤…? 사과는 시나리오만 깨면 되거든용ㅠㅅㅠ(딱콩)

사과는…? 자기 자신을 3인칭 화해서 말하는 행태에 잠깐 멈칫하게 되었다. 친한 사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기겠으나 오늘 처음 보는 유저였다. 아니나 다를까 노을이 ‘으’하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왜 저래. 싫다고 해요.

“…….”

-형.

“…….”

-경수 형?

“…….”

-냥님.

이걸 확.

-냥냥. 냥냥냥?

“아 왜! 미쳤냐?”

-쟤 좀 쎄해요. 그냥 저희끼리 하면 안 돼요?

[전체] 청사과청: 사과가 힐이라도 드릴게욧><

[파티] 설영: 힐 준대 전나 귀엽다ㅎㅎ

청사과청은 경수의 일행들에게 하나하나 버프를 걸어주었다. 노을은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공격 스킬을 사용했다. 하지만 길드존이 아니라 데미지가 들어가지는 않았다.

[파티] 설영: 님 왜 그러세요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천노을: 그냥 연습한 건데요ㅋㅋ

[전체] 청사과청: ㅠ_ㅠ

“…….”

불쌍해. 새벽이라 파티 매칭도 구하기 힘들 텐데. 그리고 170레벨대에서 다른 직업들은 퀘스트 만으로도 쉽게 레벨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프리스트를 파티에 끼워주려고 들지 않을 것이다. 버스를 태워줄 길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파티] 냥이냥나냥: 어차피 시나리오 퀘만 깬다는데 그냥 끼워줘요

[파티] 천노을: 아….

[파티] 냥이냥나냥: 뉴비잖아.

[파티]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뉴비ㅋㅋㅋㅋㅋ

[파티] 천노을: ㅡㅡ;

[파티]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ㅇㅈ

[파티] 천노을: 전 싫어요

[파티] 스페이드퀸: 심연 시나리오면 몇 판 깨야 하지? 다섯 판이면 되려나?

[파티] 설영: 몰라… 팔만 년 전에 다 깨서 기억도 안 나ㅋ

[파티] 천노을: 최소 다섯 판ㅇㅇ;

굳이 파티에 끼워주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 뉴비를 무시할 정도로 경수는 냉혈한이 아니었다. 노을은 끝까지 그냥 무시하자며 경수를 설득하려 들었으나, 그 말을 깨끗하게 무시했다.

‘청사과청 님께서 파티에 참여하셨습니다.’

[전체] 청사과청: 핫! 오빠들 감사합니다아!! ㅜ0ㅜ

[파티] 설영: 그냥 닉으로 불러요ㅋㅋ

[파티] 청사과청: 네 설영 오빠>_<

[파티]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부정을 안 하지? 캐릭터 커스텀은 남캐로 했지만 여자라고 들었는데.

“천노을, 설영님 여자라며.”

-맞아요. 오빠 소리 듣는 거 취미니까 걍 둬요. 저희가 다 알아서 할게요. 사과 쟤가 말 걸면 그냥 무시해요, 알았죠?

“너 뉴비 꼽주지 마.”

-짜증 나. 형은 뉴비만 좋아해.

“뭐래, 난 너 도와주러 온 건데. 그 소리 한 번만 더 하면 나간다.”

-헛, 넵.

만렙 유저가 셋이나 있는 파티에서 저레벨 던전은 식은 죽 먹기였다.

[파티] 청사과청: 오빠들 되게 조용히 사냥하시네요 ㅇㅁㅇ

[파티] 천노을: 아 저희 음성 채팅 중이거든요ㅋㅋ

[파티] 스페이드퀸: ㅇㅇ챗 귀찮아서ㅋ

“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있어 보세요.

[파티] 청사과청: 헉 그렇구나ㅠ_ㅠ 사과두 심심한뎅….

[파티] 천노을: ㅋㅋ들어오실래요? 코드 알려드림

[파티] 청사과청: 컴맹이라 설치하는 법을 몰라욧….

[파티] 천노을: 겜은 어케 깔았대

[파티] 청사과청: 사과 몰컴 중이라 엄마한테 혼나요ㅠ0ㅠ….

[파티] 스페이드퀸: 그리고 헤드셋도 없죠

[파티] 청사과청: 사과는 채팅이 더 쉬워요’ㅅ’….

“하지 마. 곤란해하잖아.”

[파티] 냥이냥나냥: 템 때문에 돌고 있는 거라서 챗은 잘 안 해요. ㅈㅅㅈㅅ 시나리오 금방 깨드릴 테니까 아무거나 주워 먹지 말고요.

[파티] 청사과청: 네에~!!>_<

[파티] 설영: 귀엽다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청사과청: 아니에요ㅎㅎ 오빠가 더ㅎㅎ>_<

“천노을, 뒤에 안 주운 아이템 하나 남아 있던데.”

-법사 무기라서 그냥 안 먹었어요. 레벨도 낮아서 팔리지도 않을 거고….

“심연 젬스톤은 자동으로 안 먹어지니까 템 생기면 바로 주워. 옵션은 인챈트 해서 붙일 거니까. 알았지?”

-네. 근데 이제 뉴비 안 키워주는 거 아니었어요?

“응. 그걸 어떻게 알아?”

경수는 몇 달 전, 레벨 제한이 있는 길드에도 들지 못하고 헤매는 뉴비들을 모아 2주 정도 무료로 버스를 태워준 이력이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감사하고 좋아하던 이들이 너무 당연하게 경수에게 귓속말을 보내 빨리 던전으로 오라느니 하는 둥 명령하는 일을 겪고 나서부터는 하지 않게 되었다.

-저도 그때 버스 탔어요.

“…….”

왠지 그 일 이후로 제게 붙게 된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처음 그 실력으로는 어딜 가든 힘들었겠지…. 어딜 가도 이상한 애들만 꼬인다. 경수는 앞으로도 공쩔은 죽어도 하지 않을 것을 굳게 다짐했다.

[파티] 청사과청: 흑…ㅜ0ㅜ 저 자꾸 떨어져염

[파티] 설영: 저도 처음엔 십 분 넘게 헤맨 듯ㅋㅋㅋㅋ

[파티] 냥이냥나냥: 천천히 해요

심연 맵은 절벽에서 한 번 떨어지면 다른 맵으로 넘어가 다시 올라와야 했다. 아직 이동기가 없거나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헤맬 만도 했다.

-심하다…. 아직도 안 오네.

노을이 투덜거렸다.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긴 대다수의 사람이 혼란스러워하는 맵 중 하나였고, 노을은 아주 간단한 맵에서도 수십 번 떨어져 죽은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누굴 뭐라 해.”

-과거의 저는 잊어주세요. 저 이제 완전 형 취향으로 탈바꿈했잖아요.

“네가 늘기는 했지. 그래서인가 귀여운 맛이 사라졌어.”

-헉…. 저 귀여웠어요?

노을은 감격한 듯 숨을 급하게 들이마시며 중얼거렸다. 경수는 왠지 노을이 좋아하니 진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아니… 네가 귀여운 게 아니고 뉴비들은 원래 귀여워. 잘해도 귀엽고 못 하면 챙겨 주고 싶… 그런데 너는 아니었으니까 착각하지 마.”

-아깐 귀엽다고 했으면서….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이제 와서 못하는 척 떨어져 죽으면 손모가지 부러뜨리러 나간다.”

-손모가지… 넵. 잘 간수할게요! 근데 형, 그런데 사과 쟤도 뉴비는 아니에요. 아까 맵 3에서 비밀통로 통과하던 거 못 보셨어요?

“설마. 공략 찾아봤겠지.”

-그리고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투명 발판 찾아서 그거 밟던 거 형 빼고 다 봤을걸요.

“……설마. 왜 뉴비인 척을 해.”

전 캐릭터에서 사고를 치지 않은 한 새 캐릭터를 팔 이유가 없었다. 노을은 촉이 온다며 음모를 꾸미는 듯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으나 경수는 그런 말에 연연하지 않았다.

[파티] 설영: 어디세영?

[파티] 청사과청: 사과 가는 중이에여ㅠ_ㅠ 거의 다 왔어욧…!

[파티] 청사과청: 제가 서툴러서ㅠㅠ 또 떨어졌어요….

[파티] 스페이드퀸: 아ㅡㅡ 시간 없는데….

[파티] 설영: 남는 게 시간이면서ㅋ

[파티] 청사과청: 흑…ㅠ_ㅠ

[파티] 냥이냥나냥: 제가 데리러 갈게요

경수는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지하 맵으로 떨어지자 청사과청이 버프를 걸어주며 ‘ㅠ_ㅠ’라고 울었다.

[귓속말] 청사과청: 오빠 감사해요… >_<

[파티] 냥이냥나냥: 아니에용

잡 몬스터를 모두 제거하니 포탈이 열렸다. 포탈을 타고 위 맵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하늘에서 천노을이 뚝 떨어졌다.

“엥?”

-저도 같이 갈래요

[파티] 천노을: 머 함 포탈 타셈

[파티] 청사과청: 두 분 다 감사합니당 저 때문에 ㅠㅠㅠ

위로 올라가 징검다리처럼 놓인 발판을 차근차근 밟았다. 청사과청도 그 움직임을 천천히 따라오다 보니 마지막 발판에 발을 디딜 수가 있었다.

[파티] 설영: …?

[파티] 스페이드퀸: 니 뭐함ㅋㅋㅋㅋ

[파티] 냥이냥나냥: ??

그런데 지금껏 잘 따라오던 노을이 마지막 발판에 발을 헛디뎌 다시 아래 맵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노을이 숨을 집어삼키며 손모가지라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안 자를게.”

-금방 갈게요. 먼저 넘어가세요…!

“빨리 와. 기다릴게.”

[파티] 설영: 걍 먼저 가죠ㅋㅋ

[파티] 청사과청: 그래두….

[파티]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먼저 가도 댐?ㅋㅋ

[파티] 냥이냥나냥: 금방 온대요

[파티] 냥이냥나냥: 어차피 천노을 템 맞추려고 뛰는 거니까….

노을이 열심히 달려오고 있는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얼핏 들려왔다. 몇 분 뒤 노을이 도착하자마자 다 같이 보스 방으로 넘어갔다. 보스인 용왕은 한기를 내뿜으며 파티원들의 움직임에 제약을 걸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저레벨 보스 몬스터였다. 1분도 되지 않아 용왕이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꿇었다. 다음 맵으로 넘어가는 포탈이 열렸다. 청사과청은 누구보다도 빨리 포탈을 타고 맵을 넘어갔다.

‘청사과청 님께서 심연의 최소 공격력 레드 젬스톤을 획득하셨습니다.’

[파티] 스페이드퀸: ???????

[파티] 설영: 엥 상자 벌써 깠음????

[파티] 천노을: ㅇㅅㅇ…ㅋ

보상 상자는 다 같이 있을 때까지 않으면 다른 파티원들은 아이템을 얻을 수가 없었다. 먼저 다음 맵으로 넘어간 것도 어이가 없었는데 마음대로 상자를 깐 건 더 어처구니없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 제가 템 아무거나 먹지 말라고….

[파티] 스페이드퀸: 냥님 빡쳣다….

[파티] 천노을: 아 전 괜찮은데

[파티] 냥이냥나냥: ㄷㅊ 너 가만있어

[파티] 천노을: ㅠㅠ

[파티]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하찮

[파티]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청사과청: 아… 제가 파티는 처음이라서ㅠ_ㅠ 몰랐어욧…!

청사과청은 우는 이모티콘과 허리를 꾸벅 숙이는 이모티콘을 번갈아 사용했다.

[귓속말] 청사과청: 힝 제가 진짜 유의할게요ㅠ0ㅠ

[파티] 냥이냥나냥: 진짜…ㅋ 이번만 봐 드릴게요 마지막 상자는 천노을이 까는 거니까 아무도 손대지 마시고… 그리고 장비 템 먹지 마셈ㅡㅡ

[파티] 천노을: 마자마자ㅇㅅㅇ!

[귓속말] 청사과청: 네ㅠ_ㅠ 감사합니당….

[파티] 냥이냥나냥: 알면 됐어요

[파티] 청사과청: 넹….

제 편을 들어준 게 그리도 기쁜지, 아직도 퀵슬롯에 이모티콘이 가득한 노을이 애교를 부려댔다. 함께 게임하는 게 처음인 설영은 면역이 전혀 없는 모양인지 ‘…….’라며 점만 엄청나게 띄워댔다. 천노을이 뽀뽀하기 이모티콘을 사용하자 욕까지 하기 시작했다.

[파티] 설영: 아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내 눈….

[파티] 스페이드퀸: 니가 참아;;

-형, 진짜 화났어요? 제가 아이템 뺏겨서?

노을이 웃음기 섞은 목소리로 물었다. 인던을 초기화한다는 메시지가 모니터에 떠올랐다. 내가 화가 났나? 눈을 끔뻑이던 경수는 사실대로 말했다.

“조금. 남의 아이템 뺏어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못 된 짓이야.”

-맞아요. 진짜 나빠.

“뭐래 씨발, 네가 제일 큰 거 뺏어 먹었잖아. 생각하니까 또 빡쳐. 너 갤소 하나 더 나왔잖아. 그거 남은 거 왜 안 써? 죽고 싶냐?”

-유효기간 하루 전날 쓰면 전설 펫 획득 확률 올라간대서요. 저 그거 얻어서 형이랑 커플 펫 할 거예요!

“누구 마음대로?”

-이름은 경수 하트라고 지어도 돼요? 커플닉도 해보고 싶었는데!

“미쳤어?! 되겠냐?”

-안 되는 거 진짜 많네. 하긴 저 말고 다른 사람이 형 이름 부르는 거 짜증 날 것 같기도 해요.

“다행이다. 그럼….”

-그럼 고양이 펫 뽑아서 냥이 하트로 할래요. 아 참, 냥이는 형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세요. 그냥 고양이에요.

“야, 이….”

노을이 제 말투를 따라 하듯 도도하게 착각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경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그걸 직접 보기라도 한 것처럼 노을이 웃음을 터뜨렸다.

청사과청에게서는 정말 유의하겠다는 다짐을 듣고 난 뒤 다시 던전에 들어갔다.

[귓속말] 청사과청: 사과가 힐 드릴게욧~!^-^

그런데 그녀가 아까부터 계속 파티 채팅 말고 귓속말로 말을 걸어왔다. 대답하기도 애매해서 그냥 힐과 버프를 받으며 몬스터를 잡고 있었다.

[파티] 설영: 님 왜 저희는 버프 안 주심?

[파티] 스페이드퀸: 글고 보니까 아까부터 냥님 집중 서폿 중이네영

[파티] 청사과청: ㅎㅎ

[파티] 설영: ㄹㅇ 버섯꾼한태만 ㅋ 막 질투 나내 ㅋ

[파티] 냥이냥나냥: 버섯꾼…ㅋㅋㅋ 썬셋 개1새끼

[파티] 천노을: 냥님한테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ㅅㅂ

[파티]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청사과청: 네에~! 사과가 갈게욤>_<

[귓속말] 청사과청: 오빠 다녀올게용!

그 말에서 왠지 신남이 보이는 것은 착각이려나…. 경수는 떨떠름하게 다음 포탈이 열렸다는 것을 알렸다. 보상 상자에서도 젬스톤이 나오긴 하지만 낮은 확률로 몬스터를 죽였을 때 나오기도 한다.

‘청사과청 님께서 심연의 물리 회피력 옐로 젬스톤을 획득하셨습니다.’

하지만 펫에 의해 자동 획득은 되지 않기 때문에 고의로 먹은 게 분명했다. 그렇게 먹지 말라고, 조심하라고 주의까지 줬는데 말이다.

[파티] 청사과청: 헉8ㅁ8

[파티] 설영: 아 님….

[귓속말] 청사과청: 진짜루 실수엿어욤ㅠ0ㅠ

[파티] 스페이드퀸: 사과님 이제 냥님한테 뒤1졌다 ㅋ

[귓속말] 청사과청: 오빠 사과가 죄송해요오ㅠㅠㅠㅠㅠ

[파티] 냥이냥나냥: 귓말 그만 보내세요

[파티] 냥이냥나냥: 파티장 넘겨

[파티] 천노을: 넹?

‘파티장이 냥이냥나냥 님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청사과청 님이 파티에서 탈퇴하셨습니다.’

파티 창에서 청사과청을 강제로 탈퇴시키자 경수를 제외한 파티원들이 연달아 웃기 시작했다.

[파티] 설영: 아닠ㅋㅋㅋㅋㅋㅋ 파티 끼워 준 것도 냥님 탈퇴도 냥님

[파티] 스페이드퀸: 근데 첨부터 템 뺏어 먹으러 온 거 좀 티 났음ㅎ 아까부터 틈틈이 장비템 주워 먹던데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천노을: 아 진짜….

그래도 너무 심했나? 청사과청이 계속 죄송하다며 귓속말을 보내왔다. 귓속말 수신차단을 하니 조용해졌지만 정말 실수였을 수도 있고. 경수는 뒤늦은 후회를 하며 머쓱하게 볼을 긁었다.

[파티] 천노을: 개 설렘ㅋ 심장이 넘 아프네요ㅇㅅㅇ

[파티]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

[파티]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을은 그 뒤로 한시라도 경수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선율은 새벽에 더 활동이 활발한 건지 설영과 스페이드퀸이 시간이 비는 길드원들을 파티에 초대했다. 선율 사이에 끼어있으니 정말 포세이돈 길드원들 말대로 길드 두 개를 겸업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파티] 설영: 오늘은 무려 알바비를 주신답니다~!!!~~~!!!

[파티] 스페이드퀸: 짝짝짝짝짝

[파티] supercool: 선불입니다ㅎㅎ

[파티] 천노을: ㅋㅋㅋㅋㅅㅂ 다 몰려오네요….

[파티] 콩콩이할매: 아 전 안 주셔도 돼요 버섯꾼 보러 왓어요ㅋ

[파티] 냥이냥나냥: 저 새1낀 안 줘도 될 것 같음

[파티] 천노을: 넴ㅇㅅㅇ 줄 생각도 없엇어요

[파티] 콩콩이할매: 왜요;

[파티] 천노을: 피부색이 맘에 안 듬ㅇㅅ”ㅇ!

[파티] 콩콩이할매: ㅋㅋㅋ시1벌 님이랑 똑같은 색인데요?

천노을은 혼자만 길드에 속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화감 하나 없이 길드원들과 잘 어울렸다. 선율들이 버섯꾼이라고 부를 때마다 심장이 찔끔 아팠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오히려 노을이 화를 내줬다. 제 일처럼 발끈하는 게 조금 고마웠다.

“넌 왜 선율 가입 안 해? 민재가 부길만데 가입시켜달라고 해.”

-제가 처음부터 선율이었으면 상대도 안 해줬을 거잖아요?

“그런가?”

-그리고 여긴 길드 없는 게 더 나아요. 길드원들이 접속한 거 다 아는 거 싫어요.

구속받는 게 싫은 거구나. 하긴, 패망과 길드전이 끝나기 무섭게 탈퇴한 것만 봐도 그런 것 같긴 했다. 그리고 노을이 만약 선율에 들게 된다 하더라도 썬셋을 가만둘 리가 없다. 썬셋도 당하면 끝까지 쫓아가 노을에게 폭탄을 심을 테고 말이다. 그러면 길드존에 있던 다른 유저들까지 휘말리고 평화와는 거리가 먼 시대가 찾아올 것이다.

-형! 저 레인보우 3, 4 젬스톤만 남았어요.

“어 그래….”

하여간 천노을 저놈이 문제였다. 경수는 썬셋과 천노을 둘이 동시에 접속하는 날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

제목: [이벤트] 돌아온 영역 쟁탈! 지켜라, VS 길드 공성전

작성자: GM푸딩

내용: 모험가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벤트 기획과 공지를 맡고 있는 GM푸딩입니다>_<

유저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작년 인기리에 개최되었던 길드 공성전을 다시 개최합니다. 자세한 내용과 시나리오는 메인 홈의 이벤트 안내 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길드 공성전을 진행합니다. 일정 시간 동안 거점을 점령해주세요! 점령전은 매주 일요일, 거점전은 일요일을 제외한 날에 열립니다. 점령전이 벌어지는 날에는 영지를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죠? 참여는 길드 단위로만 가능합니다. 길드존의 이벤트 NPC 제네드에게 말을 걸어주시면 공성전 이벤트 맵으로 이동 가능합니다!

‘돌아온 영역 쟁탈! 지켜라, VS 길드 공성전’은 오후 8시에 시작되어 오후 11시까지 진행됩니다. 최소 8명의 길드원이 접속을 하고 있다면 참여가 가능하며, 성채가 파괴되어 참여 중인 길드원이 모두 전투 불능 상태가 되면 끝이 납니다.

3주간 개최되는 이벤트에서 승리를 거두는 길드는 각 도시의 상점에 대한 일정 이율을 얻어 가실 수 있습니다. 또한 마을의 지붕에 걸리는 깃발에 길드 엠블럼이 새겨집니다. (6개월 유지) 참전을 원하시는 길드의 길드장께서는 11월 11일까지 이벤트 NPC를 통해 참전 신청을 해주세요. 길드 동맹은 최대 두 개의 길드까지만 가능합니다.

☞이벤트 안내 페이지 바로 가기

(댓글을 달 수 없는 게시글입니다.)

「할로윈가지: www.illusions2.net/notice/2178129」

「완두완댜: 공홈에 알림 기능이라도 있어요? 이벤 뜨자마자 갖고 오는 것도 진짜 신기하다ㅋㅋㅋㅋ」

「할로윈가지: ㄴㄴ정보 먹버 단톡에서 쌔벼 왔어요ㅋㅋ」

「ㅈi9별: 스래기내ㅋ」

제목: ;;이벤트 재탕 실화냐ㅋㅋ

작성자: 쥬드미드

내용: 감사합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워커홀릭 갓푸딩 사랑해… ㅊㅅㅊㅅ^^777

(40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이놈의 게임은 뭐 이리 쉴 틈이 없어… 마음에 듭니다

-길드 자금 좀 뽑아보자~~!!~!~!~!!

-상시 콘텐츠로 해도 괜찮을 텐데….

└3주 동안 현망진창 되는 것도 에반데 뭔 상시야;; 이게 딱 적당함

└ㅇㅇㅋㅋㅋㅋㅋㅋ 상시는 개오바야 시나리오도 계속 업뎃되는 마당에 맨날 길드 콘텐츠만 붙잡고 있을 수도 없고

-거점전이랑 점령전이 뭐가 다른데?

└점령전이 프랜차이즈 본사면 거점전은 가맹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비유 봐

└거점전은 거점 하나를 두고 다투는 거고, 점령전은 그 거점이 포함된 도시 하나를 다 먹는 거야. 점령전>>>>거점전이라고 보면 됨ㅇㅇ

└윗댓 말 다 받음ㅋㅋㅋ 공성전은 도시 하나를 다 먹는 거. 잡다한 거점들이 그 도시 하나에 들어가는 거야. 거점전에 해당되는 건 맵 중간중간 놓인 쉼터라든지 작은 마을 같은 중소규모 거점임. 그래서 서저리나 포세이돈같은 대형 길드는 거점전 안 해. 점령전에서 이기면 그거 다 먹는 거니깤ㅋㅋㅋㅋ 그리고 점령전 승리한 길드는 거점전 등록이 아예 안 됨!

-아 시발 재밋겟다!!!

-대형 길드 한 번만 들어보고 싶다. 점령전 영상만 봤는데 벌써 개 쫄려ㅋㅋㅋ

└예외도 있음 패망은 작년에도 거점전 뛰었어. 약한 대형 길드는 포함 안 됨 주의~

└걔넨 길드가 아니라 동아리니까 그렇지ㅋㅋㅋㅋㅋ 거기 한 달 이상 붙어있는 애를 본 게 드문데… 그게 먼 길드임ㅋㅋㅋ

└동ㅋㅋㅋ아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신생 길드는 둘 다 참여하지 말고 관전만 하는 거 추천함. 거점전만 뛰어도 돈 꽤 많이 들거든… 그리고 이시스나 아쿠아리움같이 유저 통행 많은 도시는 대형 길드가 먹을 테니까 괜히 들어갔다가 길포 뺏기지 말자!

-이거 때문인가 지금 길드원 모집 글 존나 많음

└ㅋㅋㅋ다 좆소 길드임

「포세이돈대장: 공성전 하네요.」

「ㅈi9별: 이번에도 이시스 먹죠ㅋㅎ」

「포세이돈대장: 올해는 이시스 점령하기에는 길드원 수가 조금 딸리지 않을까요?ㅠㅠ」

「박휘벌래: 마자 작년에도 겨우 이겼잖아요… 그니까 차라리 아쿠아리움이 낫지 않나? 이시스 존나 아슬아슬하니까요. 이번에 서저리도 동맹 맺는다고 들었음….」

「ㅈi9별: 흐에엑; 서저리도?ㅋㅋㅋㅋㅋ 그럼 아쿠아리움이나 스타디움 월드… 참, 패망은 실패 어쩌고랑 오겠죠?」

「박휘벌래: 걔네가 누구더라?ㅋ」

「완두완댜: 흠…ㅋ 기억도 안 나네요….」

「neutaaaa: ㅇㅇ실패망 동맹 확정. 이번엔 점령전 참여할 건가 봄 지금 이시스에서 이빨 까고 있어요ㅋㅋㅋㅋㅋㅋㅋ」

「나: ㅋㅋㅋㅋ이미 하나 재꼈고요ㅎ」

「포세이돈대장: 참… 걔네 헛수고하네요 거점이라도 하나 더 먹지…^^」

작년 가장 큰 도시인 이시스를 점령한 길드는 포세이돈이었다. 그것도 겨우 800포인트라는 간소한 차이로 이긴 것이었다. 메인 도시답게 통행량도 많고, 딸린 거점도 많기 때문에 이시스를 한 번 점령하면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길드 자금이 나왔다.

당시 2위 길드는 선율, 3위 길드는 서저리였다. 그런데 서저리가 다른 길드와 동맹을 맺어 온다면 전력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게 뻔했다. 그러니 이시스를 애초에 포기하고 다른 도시를 노리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 저희도 동맹 맺는 건요?」

「할로윈가지: ???누구랑요」

「나: 선율이랑요」

선율이라는 말에 일순간 톡방에 침묵이 찾아왔다. 다들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포세이돈은 다른 길드와 친목을 하지 않았고, 길드원 모집을 하지 않은 지도 꽤 되어 고인물 길드라는 소리를 종종 듣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슨 일이든 길드 안에서 길드원들의 저력으로만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완두완댜: 맞다 깔님 거기 부길마랑 친구죸ㅋㅋㅋㅋ」

「할로윈가지: 길마랑도 친구잖아요」

「할로윈가지: 썬발이 파티 끼워달라 한 적도 있는데요 뭐ㅋ」

「ㅈi9별: 저는여… 저희 길드에 냥님이 계셔서 너무 다행이에여… 겜은 냥님처럼 해야 한다 깔도 두고 첩도 두고….」

「할로윈가지: 괜히 의자냥이 아니라니까여ㅋ」

「박휘벌래: 의자냥ㅋㅋㅋㅋㅋ 의자왕에서 따온 거예요?ㅋㅋㅋㅋㅋㅋ」

별명이 하나둘씩 늘어가는 기분은 착각이 아니었다.

「ㅈi9별: 저 지금 존나 소름 돋아서 진짜 닭살 다 돋아났어여ㅋㅋㅋㅋ 또 이길 생각하니까 잠 다 깸;」

「완두완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시스 가쟈~」

「al0ha: 가쟈~~~^0^」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태세전환ㅋㅋㅋ」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천재적이었다. 어떻게 선율이랑 동맹 맺는다는 탁월한 생각을 당장 해낼 수 있지? 난 의심할 여지없이 천재야. 경수는 입꼬리를 씰룩 올리며 전화번호부에서 노을의 번호를 찾아놓고 다시 톡방에 물었다.

「나: 동맹 길드 있냐고 물어볼까요?」

「neutaaaa: 승리를 위해서라면…ㅇㅇ」

「포세이돈대장: 동맹 있냐고만 물어봐 주시면 오후에 제가 접속해서 우편 보낼게요.」

「나: 아 썬발한테여?」

「포세이돈대장: 네.」

「나: ㅇㅋㅇㅋ」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냥첩은 당연히 ㅇㅋ 하죠ㅎ」

「나: 퉤」

「할로윈가지: 냠냠」

「ㅈi9별: 으ㅠ 더러워」

톡방을 나와 미리 입력해둔 번호에 전화를 걸자 짧은 수신음 끝에 노을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주말인데 뭐해?”

주위가 시끄러웠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도 들렸고 말이다. 노을은 잠시 망설이듯 잠자코 있다가 어물거리며 대답했다.

-…PC방이요.

“게임하고 있는 거야? 그럼 정민재도 같이 있어?”

-옆에 있는데요. 왜요?

“아침부터 부지런하네. 바꿔줘 봐.”

-싫은데요. 말하면 전해드릴게요.

“그럼 말고. 나도 지금 들어갈 거야.”

컴퓨터는 다 켜졌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되는 일이었다. 스피커를 통해 메인 접속화면의 BGM이 흘러나왔다. 노을이 휴대폰을 떨어뜨렸는지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휴대폰을 주워드는 소리가 들렸다.

-아, 자, 잠깐만요!

“왜? 끊는다?”

먼저 전화를 끊은 것은 노을이었다. 뭐가 이렇게 급하지? 경수는 3채널을 선택해 게임에 접속했다.

‘냥이냥나냥 님께서 게임에 접속하셨습니다.’

[길드] 냥이냥나냥: ㅎㅇㅎㅇ

[길드] neutaaaa: ㅎㅇ

[친구] 스페이드퀸: 안녕하세영~

‘천노을 님께서 게임에 접속하셨습니다.’

[친구] 냥이냥나냥: 뭐냐 너?

[친구] 천노을: 갑자기 알트에프포 눌러서 게임이 꺼졌어요ㅠㅠ

[친구] 냥이냥나냥: 갑자기?

[친구]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알트에프퐄ㅋㅋㅋㅋㅋㅋ

[친구] 냥이냥나냥: 넌 왜 웃어?

[친구] 스페이드퀸: 전 끄는 거 옆에서 봐서영ㅋㅋㅋㅋㅋㅋ 웃기당ㅎㅎ

[친구] 냥이냥나냥: 아 민재야, 나 물어볼 거 있는데… 공성전 선율도 할 거지?

[친구] 천노을: 당연하죠!

경수는 눈을 깜빡였다. 노을은 공성전이 뭔지도 모를 것이다. 그가 게임을 시작했을 무렵 이후로는 그 이벤트가 진행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냥 새로운 이벤트가 떴으니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 같았다.

[친구] 냥이냥나냥: 니가 뭘 알아 이거 길드전이거든? 넌 못 해

[친구] 천노을: 아….

[친구]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넼ㅋㅋㅋㅋㅋㅋ 해요ㅋㅋㅋㅋ

[친구] 냥이냥나냥: 이시스?

[친구] 스페이드퀸: 넹ㅇㅇ

[친구] 냥이냥나냥: 동맹 길드는 있고?

[친구] 스페이드퀸: 있을 리가요? 아무도 저희랑 동맹 맺으려고 안 할걸요ㅋㅋㅋㅋㅋㅋ 누구 때문에ㅋㅋㅋㅋㅋ

[친구] 냥이냥나냥: 아ㅋㅋㅋㅋㅋㅋ 하긴

[친구] 천노을: ㅋㅋㅋㅋ….

모든 게 완벽했다. 좋아! 경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길드 톡방에 ‘동맹 길드 없대요!’라고 보낸 뒤 선율 구슬리기 작전에 들어갔다.

[친구] 냥이냥나냥: 그럼 만약에….

[친구] 냥이냥나냥: 우리가 동맹 제안하면 썬셋이 수락할까?

[친구] 스페이드퀸: 포세이돈? 잠시만요

[친구] 스페이드퀸: ㅋㅋㅋㅋ한대요

[친구] 냥이냥나냥: 응! 길마 님이 이따 저녁에 우편 보낸대!

[친구] 스페이드퀸: 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껏 기분이 좋아진 경수는 노을을 파티에 초대한 뒤 그가 집에 돌아간다고 접속 종료를 할 때까지 노을의 레벨을 올려주는 데에 주력했다.

*

이벤트 NPC를 통해 동맹 길드 신청서를 제출하자 두 길드에 속한 길드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동맹 길드 연합룸’이 생겼다. 길드룸과 똑같은 맵이지만 한가운데 이벤트 NPC가 방긋 웃으며 서 있다는 것과 깃발에 그려진 길드 엠블럼이 달랐다. 선율과 포세이돈의 엠블럼이 자동으로 합쳐져 파도 모양의 아이콘에서 형형색색의 음표들이 퐁퐁 올라왔다.

[전체] ㅈi9별: 안냐세염

[전체] supercool: ㅎㅇㅎㅇ

[전체] 설영: ㅎㅇ

유저들이 하나둘씩 연합룸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오고 가며 봤던 네임드도 있었고, 레이드만 뛰는지 처음 보는 유저도 종종 있었다. 일반 맵에서 작전을 짜거나 대화를 하면 타 길드가 들을 수 있었다. 때문에 동맹 길드를 위한 연합 룸이 개설된 것이다. 만약의 만약을 위한 시스템이었다. 선율도 포세이돈과 마찬가지로 신입 회원을 받지 않은 지 몇 달이나 되어 혹시 모를 스파이를 걱정할 일도 전혀 없었다.

[전체] supercool: 헉! 길마님 안녕하심까!!!!

[전체] 설영: 어서 오십쇼!!!

[전체] 아슬렌: 오셨습니까 오늘도 잘 부탁드림다!

[전체] 썬셋: ?

썬셋이 연합 룸에 입장하기가 무섭게 절도 있는 인사말들이 늘어섰다. 다른 유저들이 입장했을 때 ‘ㅎㅇ’라고 가볍게 인사하던 것과는 비교될 정도로 깍듯했다.

[길드] ㅈi9별: …? 왜 저러지? 원래 길마 다 저렇게 모시나요?

[길드] 포세이돈대장: 설마요….

[길드] 완두완댜: 마피아 보스한테도 안 저럴 것 같은데….

[길드] neutaaaa: 아닌데….

[길드] 콩팥쥐쥐: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세욬ㅋㅋㅋ 썬셋이 길마면 저도 저럴 것 같은데요ㅋㅋㅋㅋ

[길드] 완두완댜: 아… 납득했음다

[길드] ㅈi9별: 냥첩 버전 썬셋만 보다가 길마 버전은 처음 봐서 낯가렸네요ㅡㅡ;

[길드] 냥이냥나냥: 귓/ 닥1쳐

[길드] 냥이냥나냥: 장난이겠져ㅋㅋㅋ

[길드] ㅈi9별: ㅠㅠ

[길드] neutaaaa: 님 귓말 풀렸어요

[길드] ㅈi9별: 어이없다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냥첩을 냥첩이라 부르지도 못함?

썬셋이 부길마인 정민재와 장난치는 것을 바로 옆에서 자주 봤다. 최근 알게 된 썬셋은 소문만큼 악랄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전체] 썬셋: 유언은 그게 다죠?

‘썬셋도 사람인지 장난도 치고 놀’까지 쓴 경수는 백스페이스키를 꾹 눌러 쓰던 말을 지웠다.

[전체] 냥이냥나냥: ㅁㅊ유언;

[전체] 냥이냥나냥: 깡패 두목이 따로 없네요ㅠ

쓰고 보니 전체 채팅이었다. 썬셋이 몸 방향을 바꿔 경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온몸이 싹 굳었다.

[전체] 냥이냥나냥: 아 실수 ㅈㅅ

애써 수습을 하려고 쓴 말을 보내고 난 뒤 허탈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봐도 썬셋을 저격하는 말이었다.

[길드] 냥이냥나냥: 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길드] 완두완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디다 쓰는지 좀 보고 쓰시라고욬ㅋㅋㅋㅋㅋ

[길드] 콩팥쥐쥐: 왜 맨날 저런 거로 실수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냥이냥나냥: 님 얘기 아니라고 말하면??

[길드] ㅈi9별: 누가 믿음? 구질구질

[길드] 냥이냥나냥: ㅇㅋ 걍 닥1치고 있겠음ㅠ

[길드] neutaaaa: 유언 잘 봤습니다…^^ 냥님도 곧 피폭사로 뒤1지시겠네요

[길드] 할로윈가지: 별 모양으로 구겨질 듯ㅠ

[길드] 포세이돈대장: 어우….

[길드] 냥이냥나냥: 아 망했다

[길드]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유언ㅋㅋㅋㅋ

선율끼리도 슬슬 길드 톡으로 얘기 중인지 전체 채팅에는 한참 동안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다. 포세이돈 안에서도 ‘만약 길드 마스터가 썬셋으로 바뀐다면?’이라는 주제에 대해 토론 중이었다.

[전체] 설영: 진지하게 해명할 게 있는데요

[전체] 할로윈가지: 예?

[전체]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희 인사 원래 이렇게 안 한다고 정정해 달랍니다ㅋㅋㅋㅋㅋㅋㅋ

[전체] 할로윈가지: 누가요?

[길드] ㅈi9별: 썬발놈이겠지

[전체] 설영: 앗… 그건 비밀입니당~!>_< (ㅆㅅ이요)

[길드] ㅈi9별: 빙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그렇게 쓰면 다 알자낰ㅋㅋㅋㅋ

[전체] 설영: 알 반가? 내 등급 다시 안 올려주면 실명도 공개함ㅗ

[길드] ㅈi9별: 등급 갖고 협박하나 보다… 누구 생각나네요

[길드] 할로윈가지: ㅎㅎ누구요?

[길드] ㅈi9별: 썬셋이요…!

[길드] 할로윈가지: ㅎㅎ

잠시 후 설영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전체] 설영: 3

[전체] 설영: 2

[전체] 썬셋: 등급 올림

[전체] 설영: 1 ㄱㅅ합니다

[전체] 냥이냥나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축하드려욬ㅋㅋㅋ

[전체] 설영: 넹ㅎㅎ

[전체]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ㅊㅋㅊㅋ

[전체] supercool: 맞아여 그냥 장난이었어요^^ (이렇게 하면 되나요?)

[전체] 설영: 저분께는 저희가 개인적인 감정이 조금 남아 있어서 그랬습니다… 그러니 다들 오해 푸셨으면 좋겠네요…(네 잘하고 계세요)

역시 장난이었구나. 순간적으로 평소에도 저렇게 인사받는 줄 알고 조금 당황할 뻔했다. 하긴 한낱 게임에서 군기를 잡는 짓을 왜 하겠어….

[길드] ㅈi9별: 실명 왜?? 썬셋 실명 아는 사람?

[길드] 냥이냥나냥: 있을 리가욬ㅋㅋㅋㅋㅋ

[길드] ㅈi9별: 뭘까… 실명 진짜 촌스러운가 보네ㅋㅋㅋㅋ 뭘까여 궁금하다

[길드] neutaaaa: 개 하찮네ㅋㅋㅋ 갑자기 친밀감 느껴지는 거 저뿐? 우리 길마 님이랑 별다를 거 없음ㅋㅋㅋㅋㅋ

[길드] 포세이돈대장: ? neutaaaa님 강제 탈퇴 투표 받습니다.

[길드] 완두완댜: 앗….

[길드] ㅈi9별: 자기야 잘가ㅠㅠ

[길드] neutaaaa: 부길마를 잘못 말한 거였어요ㅠ

‘neutaaaa 님께서 일반길드원으로 강등되었습니다.’

[길드] neutaaaa: ㅋㅋ시1발ㅠ 길마님 부길마가 권력 남용해요ㅠㅠㅠㅠㅠㅠ

[길드] 포세이돈대장: 쓰라고 있는 게 권력이니까요.

[길드] neutaaaa: ㅠ

부길마의 등급 가지고 놀기는 하루 이틀이 아니라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주황빛 길드 채팅 사이에 노란색의 귓속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귓속말] 썬셋: 냥이님 오해하시는 거 아니죠?ㅠㅠ

[귓속말] 썬셋: 애들이 장난치는 거예요

“…….”

이걸 왜 내게 해명하는 거지? 경수는 아리송한 마음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다고 이걸 곧이곧대로 길드에 일러바치면 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냥첩냥첩 하며 놀려댈 게 뻔했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저도 장난이었어요 ㅈㅅㅈㅅ

[귓속말] 썬셋: 그럼 다행이네요^^

[전체] 스페이드퀸: 슬슬 연습게임이나 시작할까영?

[전체] 포세이돈대장: 네~ 일단 길드끼리 한 판 해보죠.

[전체] 스페이드퀸: 저희가 이길 텐데ㅎㅎ

[전체] 설영: 저 오빠 저러다 지면 진짜 개 쪽팔릴 텐데 ㅉㅉ

[전체] 할로윈가지: 자신 있으신가 봐요.

[전체] ㅈi9별: 과연?ㅋㅋㅋ 작년에 저희가 개쳐발랐자나여ㅋㅋ ㅇㅅㅇ

발랐다는 말에 선율이 ‘ㅋㅋㅋㅋ’라며 웃었다. 제대로 자극을 받았는지 화내는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유저도 있었다.

[전체] 썬셋: 원킬차이로요ㅋㅋ 1초만 더 있었으면 말이 달라졌을 텐데ㅇㅅㅇ!!

[전체] 냥이냥나냥: 해보면 알겠져 ㄱㄱ

[전체] 할로윈가지: 원래 패자는 말이 많은 법이에요

[전체] 설영: 개인적인 호기심인데 님 머리 언제 다시 돌아오세여?

[전체] 할로윈가지: 그러니까요 ㅅㅂ

할로윈가지는 아직도 메이크업숍에 접근할 수 없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대머리에 맞는 룩을 꾸미려고 노력 중이었다.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휴양지 분위기로 알록달록하게 차려입은 그는 대머리의 ‘디귿’자만 나와도 발끈했다.

포세이돈대장이 NPC 제네스에게 말을 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합 룸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연습 길드 PVP 점령전ver.(이시스)을 선택하셨습니다. 연습전에서 얻은 포인트는 길드 랭킹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이벤트 맵으로 이동합니다.’

곧 몇 초간의 로딩 창과 함께 일루전의 대표적인 마을 이시스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 맵이 생겨났다. 파티 정원은 10명이 최대이지만 공성전에서는 한 팀이 모두 파티로 묶여 파티 채팅을 볼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다.

‘성채를 건설해주세요.’

허공에 떠돌아다니는 벽돌을 최대한 많이 부수면 성채는 자동으로 지어진다. 단거리 딜러들은 땅에서 올라오는 것들을, 그리고 원거리 딜러들은 지어지는 중인 성채에 올라가 허공의 벽돌을 노렸다. 성채를 건설한 후 그를 보호할 부속 건물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를 잘 선택하고 길드원들을 잘 배치하는 게 관건이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부속 건물 뭐 지었죠??

[파티] 할로윈가지: 작년에 병원 1개랑 보급소 2개….

[파티] 냥이냥나냥: 그럼 몇 칸 남아요?

[파티] ㅈi9별: 1칸은 남겨주세요 장애물 설치도 해야 해영 밟고 다녀야 하니깐

[파티] 포세이돈대장: 성채 옆에는 넘 많이 설치하지 마세요 선율도 밟고 올라올 테니까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건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하지만 연습게임을 하다 보면 필요한 게 뭔지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파티] neutaaaa: 개인적으로 전 작년에 선율전이 제일 좃같았는데 이유를 모르겠음….

[파티] 포세이돈대장: 아, 저 기억나요. 지구별 님이 몇십 명 있는 것 같았어요….

[파티] 냥이냥나냥: 그랬나?

[파티]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맞아 전원이 무빙 쳐서 개빡쳤어여;;; 그거 나만 하는 건데ㅠㅠ

[파티] 포세이돈대장: 그리고 의외로 썬셋이 좀… 지구별 님보다 빨랐을 수도 있을걸요?

[파티] ㅈi9별: 전 작년의 제가 아닌데요ㅋㅋㅋ

[파티] 박휘벌래: 제가 1구역 버프랑 힐 맡을게용 내 꺼 찜ㅇ_< 다른 힐러 분들 남은 데로 눈치껏 가십쇼

부속 건물을 쌓아 올리며 작년 공성전을 생각해보았다. 선율이 유독 까다로웠던 것은 사실이었다. 예측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은데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정신없이 대응하고 무작정 보이는 유저를 모두 죽이다 보니 아슬아슬하게 승리한 후였기 때문이다.

‘전투 시작 1분 전입니다. 전투를 준비해주세요.’

성채와 부속 건물 건설 시간이 마감되었다. 곧 비장한 BGM이 흘러나오며 모니터 테두리가 빨간색으로 깜빡거렸다.

‘전투원분들은 적군의 성채를 파괴하고 영역을 점령하셔야 합니다. 아군의 승리를 위해 성채 안의 지휘소를 찾아 동력원을 파괴하세요.’

‘전투 시작 30초 전입니다. 모두 배정된 위치에서 다음 명령을 기다려주세요.’

[파티] al0ha: 님들 방어팀 공격팀은 작년이랑 동일한가여?? 저 여기 서 있으면 되는 거임?

[파티] neutaaaa: 넹

[파티] ㅈi9별: ㅇㅇ

길드원들은 작년의 기억을 되살려 각 위치로 이동했다. 힐러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버프를 걸어주었다. 성벽 앞에는 킹세이버로 인해 쉴드가 발동되었으며, 지구별 같은 나이트 스피어와 히어로들은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뛰어내려 달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헉 2구역 중간이 비어요

[파티] 할로윈가지: 안 그래도 그 말 하려고 했음ㅋㅋㅋ 2구역에 방어 한 명만 더 보내주세요

[파티] 완두완댜: 누구 빠지게요?ㅠㅠ 방어보다 공격이 더 많아야 하는데ㅜㅠ

누구 하나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좌우로 왔다 갔다 하던 경수는 어쩔 수 없이 자원해 손을 들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그럼 제가 2구역 방어도 맡을게요

[파티] 포세이돈대장: 공격 방어 둘 다? 괜찮으시겠어요?

괜찮고 뭐고 할 것도 없다. 제가 하지 않으면 성채 중앙부의 방어 라인에 구멍이 생긴다. 그리고 무작정 공격을 막아낸다고 해서 방어가 아니다.

[파티] 냥이냥나냥: 걍 다 죽여버리면 그게 방어지 머….

[파티] neutaaaa: ???????

[파티] 할로윈가지: 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완두완댜: …….

[파티] ㅈi9별: ㄷㄷ….

[파티] 냥이냥나냥: 공격이 최대의 방어인가? 그런 말도 있잖아여

[파티] 포세이돈대장: 있긴 한데요….

[파티] ㅈi9별: 잘못했어요ㅠㅠㅠㅠㅠ

[파티] neutaaaa: ……ㅠ….

[파티] 냥이냥나냥: 또또 몰아간다 또;

[파티] neutaaaa: 냥님 선율에서 놀더니 썬셋 2됨

[파티] 냥이냥나냥: ????

[파티] neutaaaa: 죄삼다

[파티]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차피 방어 라인은 적당히 구축되었으니 공격하려 달려드는 날파리들을 잡아 태워버리면 되는 일이다. 길드원들이 또 자신을 몰아가려고 시동을 걸고 있었다. 변명을 덧붙이려던 경수는 전투 시작 10초 전이라는 말에 채팅창을 아래로 내렸다.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전투 시작을 알리는 우렁찬 나팔 소리가 울렸다. 길드원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공격팀이 앞으로 바쁘게 달려나갔다. 부속 건물인 보급소 Lv. 3가 꿈틀거리며 화염 로봇과 투석 로봇을 생산했다. 성문을 통해 지원 로봇들이 나갔다. 파괴되지 않고 상대 성채 앞까지만 무사히 도착한다면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파티] ㅈi9별: ㅋㅋㅋㅋㅋㅅ밬ㅋㅋㅋㅋㅋㅋ뭐지?

[파티] 할로윈가지: 챗 할 시간이 어딨어요

[파티] ㅈi9별: ?저 이미 성채 앞인데요

[파티] 냥이냥나냥: 그런데요?

[파티] ㅈi9별: 여기 텅텅 성임ㅋㅋㅋㅋㅋ 비었어요ㅋㅋㅋ

공성전 PVP에서는 방어와 공격팀을 나누는 것이 보통이다. 그 비율과 팀 구성은 자유지만 성을 지킬 사람을 단 한 명도 두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파티] 할로윈가지: 거짓말하지 마세요

[파티] neutaaaa: 진짜예요 아무도 없음ㅋㅋㅋㅋㅋ 혹시 저한테 냄새나나요?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냥이냥나냥: 아무도요? 한 명도?

[파티] ㅈi9별: 아 몇 명 다시 뒤로 온다ㅋㅋㅋㅋㅋ

[파티] neutaaaa: 썬셋이다 제가 맡을게요

[파티] ㅈi9별: ㅇㅇ

‘ㅈi9별 님께서 적군의 성채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파티] 냥이냥나냥: …??

성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불가능한 전개였다. 전원이 공격으로 나선 것 치고는 눈앞에 보이는 유저가 한 명도 없었다.

[파티] neutaaaa: 방금 썬발롬이 저희한테 폭탄 심은 것 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터지네요 빗나갔나?

[파티] ㅈi9별: 그런 듯ㅋㅋㅋ 쟤네 공성전 어떻게 하는지 까먹은 것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neutaaaa: 저희 둘 말고 나머진 중간에서 선율 막고 있어여

‘콩팥쥐쥐 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부활까지 20초….’

[파티] 콩팥쥐쥐: 말 개 많내ㅡㅡ 빨리 부셔요

포세이돈의 유저 한 명이 죽자 선율의 포인트가 300점 올라갔다. 캐릭터의 부활은 부속 건물로 지었던 병원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죽지 않는 것이 좋았다.

[파티] ㅈi9별: 방어는 뭐… 알아서 하십쇼^^ 저흰 성이나 마저 뿌시러감ㅋㅋㅋㅋㅋ

성채 앞에서 긴장하고 있던 경수는 무슨 상황인지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 정면을 향해 달렸다. ‘빛의 장벽’을 사용하고 있던 할로윈가지가 그 뒤를 따라갔다. 중간지점으로 가까이 갈수록 스킬을 사용하는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적군 성채의 파괴가 진행 중입니다. 현재 내구도 80%’

중앙 다리에서 선율과 포세이돈이 어지럽게 얽혀 싸우고 있었다. 발아래의 HP 게이지는 누구 하나 특정 지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바닥이었다. 누군가가 킹세이버의 ‘빛의 장벽’의 약점을 알지도 몰라 함부로 그사이에 파고들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없지.’

경수는 할로윈가지가 펼친 장막 뒤에서 바주카포를 사용한 원거리 공격으로 가세했다. 하지만 선율 길드원들 전체가 지구별처럼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탓에, 실제로 들어가는 데미지는 미미했다. 그때 허공에서 유유자적 떠 있던 썬셋이 양팔을 뻗었다.

‘타임 밤, 발동!’

포세이돈들의 머리 위로 작은 시계가 생기더니 시곗바늘이 빠르게 돌아갔다. 그리고 펑 소리를 내며 한 번에 터졌다.

‘al0ha 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부활까지 20초….’

‘yolo 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부활까지 20초….’

‘적군 썬셋 님이 무자비한 학살을 시작했습니다!’

‘neutaaaa 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부활까지 20초….’

‘ㅈi9별 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부활까지 20초….’

‘허니문 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부활까지 20초….’

‘적군 설영 님이 무자비한 학살을 시작했습니다!’

‘적군 썬셋 님의 그림자가 적군의 피로 물들었습니다!’

순식간에 딜러의 절반이 쓸려가듯 죽어버렸다. 부활에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전력을 잃는 것은 크나큰 손해다.

[파티] al0ha: 저놈 저거 타임밤 금제 먹여야 해요!!!! 거의 다 죽였는데ㅠㅠㅠㅜㅜㅜ

[파티] ㅈi9별: 허…ㅋㅋㅋ 그거 아심? 얘네 부속 건물 병원밖에 없어요 그거밖에 안 지었다고욬ㅋㅋㅋㅋㅋ

[파티] 허니문: 네? 그러면 나머지는….

[파티] ㅈi9별: 그야 모르져 성채 내구도에 남은 칸 다 쏟아부은 건지… 패도 패도 게이지 더럽게 안 줄어여ㅡㅡㅅㅂ

[파티] neutaaaa: ㅋㅋㅋㅋㅋㅋㅋ타임밤으로 정지 먹은 새1끼가 활용 아직도 존나 잘하네;

[파티] 완두완댜: 디질 뻔햇다ㅠㅠ;

타임밤에서 겨우 살아남은 몇 명은 장벽 뒤로 들어와 체력을 회복했다. 하지만 선율은 빛의 장벽과 그 뒤에 숨은 딜러 무리를 상대도 하지 않았다. 썬셋이 별빛을 흩뿌리며 허공을 날아갔다. 그러자 남은 길드원들도 너무 손쉽게 장애물을 밟고 포세이돈의 성채를 향해 폴짝 뛰어가기 시작했다.

“…….”

어느 한곳에 모여 있지 않고 모두 제각기 움직이는 모습이 팀이라기보다는 모두 개인전을 벌이고 있는 듯했다. 슬슬 겪어보고 나니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선율은 지난번에도 ‘성채를 지킨다’는 작전보다는 ‘무작정 돌진하고 본다’ 쪽을 선택했다. 선율은 길드원들의 말처럼 단지 예측하기 어려운 부류가 아니었다. 저건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계획된 움직임이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해서 작전이라기에는 영 허술했다. 길드원이 모두 제각기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느낌이 강했다.

[파티] 냥이냥나냥: 부길마 님은 다시 방어 라인으로 들어가시고 딜러분들 다 성채 파괴하러 가세여

[파티] ㅈi9별: ㅠㅠ부활하자마자 가세할게여

소서러인 완두완댜를 포함한 살아남은 딜러들이 적군 진영을 향해 달려갔다. 이미 떠난 선율은 그들을 딱히 저지하거나 하지 않았다.

‘콩팥쥐쥐 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부활까지 20초….’

‘적군 성채의 파괴가 진행 중입니다. 현재 내구도 50%’

‘내구도 50%부터는 지원 병력의 데미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성채 내구도 50%부터는 화염 로봇이나 투석 로봇 등 지원 병력의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 말인즉슨 오직 스킬을 사용해서만 파괴해야 한다는 소리이다. 보급소는 이제 제 역할을 잃었다.

[파티] 포세이돈대장: 흠… 다음 판부터는 보급소 레벨을 좀 낮춰도 될 것 같네요. 초반에만 쓸모 있는 것치고 칸 소모가 너무 많아요.

경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율은 힐러가 부족한지 회복 속도가 더뎠다. 킹세이버와 거너들이 먼저 선율의 힐러를 죽였다. 직업 스킬의 범위에 들어있지 않은 썬셋을 제외하고, 나머지 유저들이 갈고리에 끌려와 한곳에 모였다. 오래 호흡을 맞춰온 길드 내 힐러들이 말하지 않아도 절반이나 줄어든 Hp를 채워주었다.

선율은 곳곳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발키리 스킬 범위도 광범위하다는 것은 잊은 모양이다.

‘후킹 스타!’

버프와 축복으로 인해 크리티컬 데미지가 들어갔다. 알록달록한 색의 별이 갈고리와 함께 흩날렸다.

‘적군 스페이드퀸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냥이냥나냥 님이 무자비한 학살을 시작했습니다!’

‘적군 설영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포세이돈대장 님이 무자비한 학살을 시작했습니다!’

‘적군 리리언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적군 아슬렌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냥이냥나냥 님의 그림자가 적군의 피로 물들었습니다!’

‘할로윈가지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부활까지 20초….’

[파티] 할로윈가지: 이게 뭔 공성전이야 난투극이짘ㅋㅋㅋㅋㅋ 어이없다 진짜

‘썬셋 님이 포세이돈대장 님을 타겟으로 선포했습니다!’

‘하늘의 심판!’

썬셋이 스킬 명을 외치자 허공에서 생겨난 빛의 화살이 쏟아져 내렸다. 다만 다른 포세이돈들에게는 피해가 전혀 가지 않았다. 타게팅을 당한 포세이돈대장은 연이은 공격에 수도 못 써보고 쓰러졌다.

‘포세이돈대장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부활까지 20초….’

[파티] 포세이돈대장: 문페어리 따위한테 죽다니 가문의 수치네요….

[파티] 할로윈가지: ~가문의 수치 길드~

[파티] 박휘벌래: 썬셋 직업은 문페어리가 아니라 썬셋임

[파티] ㅈi9별: 주목~~~~ 자자 다들 잊고 계신 게 있는데요~!!!

[파티] ㅈi9별: 저희 선율이랑 동맹 맺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ㅈi9별: [속보] 썬셋도… 아군입니다….

[파티] neutaaaa: 올해 들은 말 중에 제일 소름이었음ㄱㅅ

[파티] ㅈi9별: 암튼 그 말은요

[파티] ㅈi9별: 딴 길드는 몰라도~ 저희가 빡칠 일은 없다는 거 ㅋㅋㅋㅋ 우린 같은 편이니까여!

[파티] 냥이냥나냥: ㅋㅋㅋㅋ지금처럼 우리 성 텅텅성 만들면 과연 안 빡칠 수 있을까?

[파티] neutaaaa: 텅텅 성ㅋㅋㅋㅋㅋㅋ

[파티] ㅈi9별: ….

[파티] ㅈi9별: 아뇨 ㅅ1발 개 빡치네요 앂새들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한 말 전부 취소합니다ㅡㅡ;

[파티]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냥이냥나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포세이돈대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neutaaaa: 분조장있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작정 돌진하고 보는 선율 탓에, 방어 라인을 제외하고는 포세이돈의 작전도 무용지물로 돌아갔다. 전투는 중구난방이 되었다. 선율은 성채를 부수기보다는 저들에게 달려드는 길드원들을 처리하는 데 바빠 여념이 없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님들 타임밤 쿨타임 5분인가요?

그런데 아까부터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썬셋이 딜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길드원들에게 버프만 주고 있었다.

[파티] neutaaaa: ㅋㅋㅋㅋㅋ예?ㅋㅋㅋㅋㅋ5분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neutaaaa: 5분이면 쟤 학살꾼 타이틀 못 달았어요;

[파티] 냥이냥나냥: 아님 말고….

하긴, 스킬 쿨타임이 아무리 길어도 분 단위로 넘어가지는 않을 텐데…. 경수는 장애물을 딛고 올라가 썬셋을 향해 바주카포를 발사했다. 그러자 선율의 킹세이버가 쉴드를 발동하며 뛰어올랐다. 일회성 쉴드가 공격을 맞아 파괴되었다. 공격을 당할 뻔한 썬셋은 반격을 하기는커녕 발랄하게 ‘안녕!’하고 인사하는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아래로 내려갔다.

“…….”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나…? 어딘가 익숙해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경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굳건하던 적군의 성채가 파괴되었습니다! 지휘소의 동력원을 파괴하고 최종 승리를 거두십시오!’

‘ㅈi9별 님께서 지휘소를 발견했습니다! 동력원의 형태가 드러납니다!’

‘냥이냥나냥 님께서 사망하셨습니다. 부활까지 20초….’

방심하고 있던 경수를 죽인 것은 스페이드퀸, 정민재였다.

[전체]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ㅅㅅ

[전체] 설영: 저러다 처맞지

부활까지 20초, 19초, 18초…. 숫자가 느릿하게 줄어들었다. 경수는 관전 모드로 들어서자마자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스킬 효과가 중첩되고 선율이든 포세이돈이든 이리저리 날아다니지, 심지어 스킬 말풍선까지 겹치니 뭐가 뭔지 구분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 시점, 포세이돈은 여전히 지휘소 동력원을 파괴하고 있었다. 선율은 성채 파괴보다는 부활해 살아나는 딜러들을 죽이며 공격에만 몰두해있었다. 동력원이 95% 파괴되었을 때쯤 경수는 포인트를 올려다보았다. 생각보다 점수 차이가 크게 났다.

“이러면 안 되는데….”

동력원 파괴로 얻는 포인트를 합산해도 이길 수 없는 점수 차였다. 당장 동력원 파괴를 관두고 적군의 데스(death)로 포인트를 벌어야 이길 수 있었다.

‘적군 지휘탑의 동력원이 파괴되었습니다.’

때는 이미 늦었음을 깨달았을 때 동력원이 완벽하게 파괴되었다.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PVP 포인트를 합산합니다.’

[파티]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ㅅㅅ

[파티] neutaaaa: 이겼따^0^

이겼다고 환호하던 포세이돈들은 패배라는 글자가 모니터에 박히고 나서야 입을 다물었다.

[파티] al0ha: ???

[파티] ㅈi9별: 아 합산 포인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neutaaaa: 좃망겜… 성 뿌순건 우린데 왜 쟤네가 이기냐!!

[파티] ㅈi9별: 텅텅 성으로 우릴 이기다니… 진짜 어이없따^-^… 심지어 성도 부수고 졌어ㅋㅋㅋㅋㅋ

[파티] 할로윈가지: 오늘 안 들어오신 분들도 계시니까 저희도 전력으로 한 건 아님;

[파티] ㅈi9별: 하지만 텅텅 성인데요ㅠㅠ 공격 100 방어 0에 진거라구여ㅜ 어이없어

[파티] 포세이돈대장: 저희가 너무 방어에만 주력했나 봐요. 선율이랑은 길드원 수부터가 안 맞기도 했고요.

[파티] neutaaaa: 어휴ㅡㅡ 그럼 방어팀 탓이내요

[파티] 할로윈가지: 등급 조정 또 당하고 싶나 봐요

[파티] 냥이냥나냥: ㅋㅋㅋ양심적으로 열네 번 죽은 공격팀 자진해서 나와요ㅎ

전투 보고 리포트에 최다 사망 수 ‘14’가 기록되어 있었다.

[파티] neutaaaa: 열네 번?? 누구야 나도 그렇겐

[파티] neutaaaa: 아 나구나 ㅎㅎ

[파티] ㅈi9별: ㅆ1바 열네 번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포인트를 퍼줬네 퍼줬어ㅇㅅㅇ

[파티] neutaaaa: 자자! 그 누구의 탓도 하지 맙시다!! 이건 우리 모두가 다 같이 못 해서 그런 거예요~!

[파티] al0h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습게임이 끝나자 길드원들이 모두 연합 룸으로 돌아왔다. 전장의 비장한 BGM이 평화로운 오르골 소리로 바뀌니 선율도 순한 양처럼 얌전히 무기를 집어넣었다.

[전체] ㅈi9별: 텅텅 성 작전 누가 짰어요?

[전체] 스페이드퀸: 텅텅 성이요? 그게 머임?

[전체] 냥이냥나냥: 어떻게 한 명도 방어를 안 할 수가 있음?

[전체] 설영: 아 텅비었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냥이냥나냥: ㅇㅇ작전 누가 짰어요 진짜롴ㅋㅋㅋㅋ

[전체] 썬셋: 왜요

[전체] 냥이냥나냥: 넘 획기적이라 궁금해서

[전체] 썬셋: 제가요ㅇㅅㅇ/

[전체] 설영: 귓/저거 다 구1라예요 저희 작전 같은 거 안 짜요^^

[전체] 설영: 미1친 썬발놈이 내 등급 또 내렸어;

[길드] 완두완댜: 헐 대박 선율도 썬발이라고 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내적 친밀 장난 아님^^

[전체] 아슬렌: 그걸 말하면 어덕해

[전체] 설영: ㅡㅡ;

[전체]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저희 원래 작전 안 짜영 그래서 부속 건물도 하나도 안 지은 거임ㅋㅋㅋㅋㅋ

“…….”

작전도 안 짜는 길드에 무참히 패했다는 사실이 어이없어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계획된 움직임이 아니라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정해진 틀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조차 아니었다니.

[전체] 냥이냥나냥: 그럼 계속 작전 없이 할 거예요?

[전체] 썬셋: 아뇨 저희가 포세이돈에 맞춰야죠ㅇㅅㅇ

[전체] 설영: 냥한테 맞추는 거겠지ㅋ

[전체] ㅈi9별: .o0(냥첩)

[전체] 냥이냥나냥: ㅅㅂ

[전체] 설영: 냥첩?

[전체] 아슬렌: 냥첩ㅋㅋㅋㅋㅋ? 첩이요?

[전체]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ㅈi9별: 아시잖아요 천노을이라고 현상금 걸고 스토킹 장난 아니게 잘하던 분이 있었는데 그분이 냥깔이에요ㅜ

여기서 천노을 얘기가 왜 나와? 이제 길드 안에서 몰아가다 못해 타 길드에까지 이상한 말을 퍼뜨리고 있다.

[전체] 스페이드퀸: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설영: 냥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체] ㅈi9별: 다들 허벌웃음이시내ㅋ 제 말이 그렇게 웃겨욤?ㅎㅎ(뿌듯)

[전체] 냥이냥나냥: ㄴ

[전체] 썬셋: 마자마자 별로 안 웃긴데요?

[전체] 박휘벌래: ㅅㅂ 편드는 거 봐

[전체] ㅈi9별: 네 다음 냥첩^^

[전체] 썬셋: 다음 첩은 없어요… 있어도 제가 죽였음

[전체] 아슬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농담 한번 살벌하게 하내

[전체] 썬셋: 농담 같아?

[전체] 아슬렌: 아뇨

[전체] 할로윈가지: 역시 그때 파티 초대하길 잘했어^^

[전체] al0ha: (팝콘)

[전체] 냥이냥나냥: 그래 한번 끝까지 가봐요ㅋㅋㅋ

경수는 그렇게 말하며 tap 키를 눌러 무기를 전환했다. 어차피 공격은 들어가지 않겠지만 일종의 협박으로 보여졌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철컥, 포구를 포세이돈 쪽으로 겨누자 다들 위쪽 발판으로 뛰어올라가 앉았다.

[전체] neutaaaa: ㅋㅋㅋㅋㅋㅋ아 저희가 멀 잘못 햇다고ㅋㅋㅋㅋㅋㅋ

[전체] ㅈi9별: 맞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냥이냥나냥: 니네가 제일 나빠ㅅㅂ

[전체] 썬셋: 맞아요

‘닥ㅊ’까지 쓴 경수는 그래도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닥치라고 하는 건 조금 너무 한가 싶어 지우고 조금 순화된 말로 뜻을 전했다.

[전체] 냥이냥나냥: 죄송한데 좀 조용히

[전체] 썬셋: 넵

[전체] supercool: 나울어ㅜ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냥어쩌고: 냥첩은 수청을 들라

[전체] 썬셋: 예 전하♡

[전체] 냥이냥나냥: ㅆ1발

[전체] 설영: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전체] 냥이냥나냥: ㅋㅋㅋ진짜 진심으로 묻는 건데 미치셨냐요?

[전체] 썬셋: 아니용ㅇㅅㅇ?

[전체] 낭이냥나냥: 죄송한데 그럼 돌으셨냐요?

[전체] 썬셋: ㄴㄴ

[전체] 완두완댜: 아나 저거 존대 아니에요 냥님 또 저런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설영: 아ㅋㅋㅋㅋ 미치셨냐? 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neutaaaa: 또 저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썬셋이 좀 미친놈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미친 것 말고도 몰아가기에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나랑 얽혀서 좋을 것 하나 없을 텐데…. 나도 달갑지 않고. 경수는 심드렁하게 턱을 괸 채 연습게임 이야기 대신 잡담만으로 빠르게 내려가는 채팅창을 지켜보았다.

[전체] 박휘벌래: 저 선율이 쫌 좋아요 리액션이 좋아서요ㅋ

[전체] ㅈi9별: 저도요

[전체] 완두완댜: 저도 관종이라 그런가 존1나 짜릿하네요….

[전체] 아슬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 웃겨옄ㅋㅋ

[전체] ㅈi9별: 제가 다 기쁘네요 ㅎ 이 영광을 ㅊㄴㅇㄲ님께 돌립니다(천노을깔이라는 뜻)

[전체] 냥이냥나냥: ㅋㅋ고맙다 ㅅ1발

[전체]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아슬렌: 냥이님 그럼 ♥냥첩 vs 냥깔♥ 중에 누가 더 좋아요? 안 고르면 발키리 하향댐

하향? 둘 다 안 좋아하는데 어쩌지…? 경수는 심각하게 고민하다 그나마 나은 쪽을 골랐다.

[전체] 냥이냥나냥: 천노을이 낫네요 비교적 착한 편인 듯

[전체] 아슬렌: 타는 쓰레기랑 안타는 쓰레기의 차이인가요?

[전체] 썬셋: ㅋㅋ지금 저보고 쓰레기라 한 거?ㅇㅅㅇ

[전체] 아슬렌: 아뇨….

[전체] 아슬렌: ㅆㅂ 등급 좃창났어 불가촉천민댐;

[전체] 썬셋: ㅇㅅㅇ?

[전체] 설영: 토닥토닥…ㅜㅜ

[전체] 냥이냥나냥: 그냥 둘 중에 고르자면 그렇다구요….

[전체] 썬셋: ㅇㅎ 저도 착하지 않나요?

경수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싹 굳히고 정색을 했다.

[전체] 냥이냥나냥: 죄송한데 겜 잘하는 거 빼곤 잘 모르겠어요

[전체] 썬셋: ㅠㅠ

[전체] 스페이드퀸: 그렇게 노력 했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설영: ㅋㅋㅋㅋㅋ죄송하다면서 할 말 다 하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아슬렌: 길마님ㅠ 눈감으세요ㅠㅠ

[전체] 포세이돈대장: 천노을이 착하다구요? 개ㅁ1친놈인데 그거….

[전체]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냥깔이 울 길마님 성격 조져놨내…ㅠㅠ

[전체] 완두완댜: 길마님 욕하는 거 두 번째 봤는데 둘 다 천노을 ㅋ때문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아슬렌: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체] 썬셋: 즐거운 와중에 죄송한데 저 일이 생겨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전체] 스페이드퀸: 엥?ㅋㅋㅋㅋ 연겜 한판밖에 안 했는데??

[전체] 썬셋: 저 빼고 하세요ㅇㅅㅇ 대신 내일 일찍 들어올게요 오후에 팀 나눠서 연습 겜 계속 돌려요 ㅎㅎ

썬셋은 그렇게 말하고 정말 접속을 종료해버렸다. 그가 나간 뒤로도 제 이름이 수십 번은 거론되며 천노을과 썬셋 사이에 낀 포지션이 만들어졌다. 의자냥이라는 별명이 나오자 선율은 또 한 번 웃는 자음들을 연속으로 보냈다. 놀림에 선율까지 가세해 한층 더 정신없기는 했으나 언제나 그랬듯 채팅창을 최소한으로 줄인 뒤 무시해버렸다.

경수는 캡처해 둔 전투 리포트 화면을 보며 선율에서는 누가 가장 사람을 많이 죽였는지 훑어보았다. 학살꾼 타이틀을 단 놈답게 썬셋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6개월의 공백이 있다 해도 원 실력은 어디 가지를 않았다. 예쁜 쓰레기라고 불리는 직업으로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는 몰랐으나 왠지 물어보면 자세히 알려줄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그때 경수의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ㅊㄴㅇ: 경수형 지금 시간 있어요?」

「나: 지금?」

「ㅊㄴㅇ: 저 영화 티켓 생겼어요!」

메시지에서 노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경수는 고개를 저어 목소리를 떨쳐버렸다. 보나 마나 나오라고 할 것 같았다. 아직 교복도 벗지 않은 상태였으나 나가기는 귀찮았다. 경수는 일말의 생각도 하지 않고 답장했다.

「나: 미안 이미 봤어」

「ㅊㄴㅇ: 아직 무슨 영화인지 얘기도 안 했는데…ㅠㅠ」

아차, 내가 너무했나. 무슨 영화인지는 듣고 나서 봤다고 했어야 했는데….

「나: 뭔데?」

「ㅊㄴㅇ: 천국의 너머에서요!」

「나: 어제 봤다 미안」

「ㅊㄴㅇ: ㅠㅠ 아직 개봉도 안 했는데….」

“…….”

할 말이 없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정말 개봉도 안 한 영화였다. 심지어 아직 개봉일이 정해지지도 않은 채 촬영 중이라고만 쓰여있다. 그런 영화 이름을 용케도 알고 꺼낸 게 어이가 없었다.

「ㅊㄴㅇ: 저 곧 형네 집 앞 지나는데 놀아주세여」

「나: 엥 이 시간에? 너 학원은? 평일에 맨날 간다며?」

「ㅊㄴㅇ: 아 오늘은 안 가요ㅜ 영화 티켓이 생겼다니까요? 저랑 영화 보러 가요」

「나: 웃기지마ㅠ 생기긴 무슨… 니가 샀잖아」

「ㅊㄴㅇ: 정답! 더 정확히 하자면 가서 살 거예요. 상으로 저랑 영화 볼 기회를 드릴게요. ㅊㅋㅊㅋ」

상이 아니라 벌칙이다.

「나: 싫어 외로우면 왼손 오른손 깍지 끼고 봐. 손잡은 느낌도 나고 좋겠네」

「ㅊㄴㅇ: 싫어요 저 밑에 있으니까 나와여ㅇㅅㅇ」

말을 해도 안 들어 처먹는 이 느낌이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참나 웃기네, 부른다고 내가 나갈 줄 알고?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교복 위에다 후드티를 껴입고 있었다. 컴퓨터를 끄고 나니 타이밍 좋게도 전화가 걸려왔다. 경수는 전화를 받는 대신 계단을 타고 내려와 로비 앞에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노을을 불렀다. 그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았다.

“뭐?”

“…….”

노을은 한참 아무 말 없이 경수를 빤히 응시하다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너무 오랜만이라서요.”

“그런가? 그 정도는 아닌….”

“엄청 보고 싶었어요.”

“어? 어, 그렇구나.”

할 말이 없어 대꾸한 말에 노을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또 한 번 방긋 웃었다. 빨리 가요, 라며 놈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경수는 어깨를 잡은 손아귀를 흘깃 내려다보았다. 굳이 떨쳐내지는 않았다. 공기가 많이 서늘해졌기 때문이다.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노을의 숨소리가 유독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

“형은 왜 이런 게임도 잘해요?”

“글쎄? 타고났나 봐.”

돈이 걸린 게임 빼고는 진 이력이 거의 없는 경수는 오랜만의 칭찬에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가 작은 버튼을 누를 때마다 초록색 공룡이 뽀그르륵 소리를 내며 비눗방울을 뱉어댔다. 그는 결국 노을의 목숨 세 개가 다 소진될 때까지 살아남았다. 아쉽게 마지막 라운드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3위 자리에 당당히 제 이름을 올린 경수는 뿌듯한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났다. 노을은 경수가 뽑아준 인형을 끌어안고 그를 따라 일어났다. 뒤에서 구경하던 초등학생들이 빈자리를 꿰차고 기계에 동전을 집어넣었다.

저녁 시간이 지난 오락실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뿐만 아니라 연인 단위로 놀러 온 무리도 꽤 많았다. 물론 천노을과는 친구도 연인 비슷한 것도 아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보려던 영화가 매진되는 바람에 시무룩한 노을을 달래듯 가리킨 곳이 맞은편에 있던 오락실이었을 뿐이다.

“재밌어?”

“네에.”

“영화는 다음에 보면 되니까 기분 풀어.”

“같이 봐줄 거예요? 저 진짜 시간 겨우 냈단 말이에요….”

“나 요즘 바쁜…데…. 아, 알았어. 우는 척 좀 그만해!”

거의 끌려오다시피 한 터라 그렇게 즐겁지는 않았지만, 노을의 얼굴에 도는 생기를 보는 건 썩 나쁘지 않았다. 분명 처음 봤을 무렵에는 얼굴이 이토록 피어있지는 않았던 거로 기억하는데, 아무래도 학업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닌 모양이다. 이래서 내가 공부를 안 하지. 경수는 고개를 살짝 저어 보였다.

“다음에 저거 할래요? 저 사람들 나오면.”

경수는 고개를 들어 노을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저건… 싫어.”

웬만해선 어울려줄 만도 했지만, 저건 다트판이었다. 또 과녁에 던져야 할 다트를 제 얼굴을 향해 던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열 개를 전부 내게 던지면 분명 구경거리가 될 테지. 동물원 원숭이처럼…. 경수는 질린 눈으로 뒷걸음질 쳤다. 노을은 그런 그를 안심시키듯 나직하게 속삭였다.

“형한테 안 던질게요. 저건 위험해 보이니까.”

“…던질 생각은 있었나 보네?”

다트 끝이 그때처럼 빨판으로 되어있는 게 아니라 과녁에 턱턱 꽂히는 바늘로 되어있었다. 맞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던지지 않겠다는 말을 하기야 했으나, 천노을을 얕봐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 잔뜩 긴장하고 있을 때 노을이 또 한 번 내기를 제안했다.

“지는 사람이 비밀 하나 말해주기. 어때요?”

“넌 왜 나만 보면 내기를 못 해서 안달이야? 내가 만만하냐?”

“안달까진 아닌데….”

“그리고! 말할 수 있으면 그게 어떻게 비밀이야?”

“…역시 자신 없어요?”

“해!”

노을이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다트는 하는 둥 마는 둥 연애질이나 하던 앞 커플들이 나오자마자 경수는 과녁 앞으로 달려나갔다. 심드렁한 표정의 직원이 주의사항을 알려주었으나 경수는 이미 승부욕에 불타고 있어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 그는 다트를 어떻게 던지면 정 가운데 자리에 바늘이 들어갈지를 재보고 있었다.

노을이 먼저 손을 휘둘러 다트를 던졌다. 자신만만했던 태도와는 다르게 노을이 던진 다트는 5점 칸에 날아가 꽂혔다. 오른쪽 모니터에 5라고 기록되는 것을 본 경수는 승산이 있다고 여기며 속으로 쾌재를 질렀다.

“아, 아쉽다.”

조그만 차이로 9점 칸에 꽂힌 다트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다섯 판째까지도 노을은 그리 훌륭한 실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초조한 기색을 보이지도 않았다. 자신과는 다르게 승부욕에서는 거리가 먼 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대단하시네요! 10점입니다!

-7점입니다!

-대단하시네요! 10점입니다!

-6점입니다!

-대단하시네요! 10점입니다!

-꽤 하시는데요? 9점입니다!

-대단하시네요! 10점입니다!

“…….”

연달아 네 번 10점이 나온 노을 탓에, 9회차인 지금 보니 어느새 동점이 되어있었다.

“마지막 판은 눈 감고 던질까요?”

경수는 저도 모르게 험악한 얼굴로 노을을 돌아보았다.

“뭐 이 새끼야?”

“왜요? 그래야 더 재밌는 거 아닌가?”

“대충 해도 난 이길 수 있다는 거야, 뭐야? 나는 절대 눈 안 감을 거야!”

“그게 뭐야…. 재미없어. 그럼 저도 안 감아요.”

노을이 덩달아 호전적으로 쏘아붙였다. 어느새 주위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노을의 이름이 이따금 들리기도 했다. 경수는 침을 꼴깍 삼키며 노을이 비장하게 던질 자세를 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꽤 하시는데요? 9점입니다!

“아….”

노을이 탄식을 내뱉었다. 던진 건 천노을인데 구경하는 사람들이 더 아쉬워했다. 이제 남은 기회는 딱 한 번. 노을에게 몰렸던 시선이 경수에게로 옮겨왔다. 구경거리가 되는 것은 워낙 익숙해 긴장되지는 않았다. 다만 10점이 나오지 않으면 놈을 이길 수 없다. 이렇게까지 해서 이겨야 하는 이유는 없었지만 지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잠깐 놀아주는 거야, 잠깐. 진지하게 할 이유가 없다고. 경수는 아주 가볍게 마음을 먹은 채 과녁 중간을 힘껏 노려보았다. 손에서 미끄러지듯 날아간 다트는 과녁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갔다. 바늘의 끝이 과녁의 정 가운데에 꽂히고 나팔 소리가 흘러나왔다. 경수는 주먹을 꽉 그러쥐고 허공을 향해 뻗었다.

-대단하시네요! 10점입니다!

-플레이어2의 승리입니다!

노을은 이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는 경수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허공을 바라보며 정말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아쉽다. 내가 이기면 오늘 무슨 색 입었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뭐가 무슨 색?”

“그건 나중에 알아보고. 아무튼 졌으니까 비밀 하나 말해줄게요.”

노을이 웃으며 손을 까딱거렸다. 귀를 가까이 가져다 대라는 것 같았다.

“…….”

고개를 숙인 노을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귓가에 대고 작게 웃더니 경수 이외엔 누구도 듣지 못할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사실 저 발컨이었던 적 없어요. 전부 다 연기였어요. ……죄송해요.”

“…….”

“그리고 저 사실… 엄청 네임드예요.”

“…응?”

“그리고 형도 아는 길드 길드장이구요.”

“…아, 어.”

경수는 짠한 눈으로 노을을 올려다보았다.

“그럼 이제 제가 누군지 알겠어요?”

노을은 보기 드문 비장한 얼굴로 경수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경수는 입술을 짓씹으며 마음 아파했다. 요새 게임도 잘 못 들어오고 매일 공부만 하더니 드디어 미쳤구나. 허언증이 생기다니…. 게임에 들어가면 민재에게 학교에서 노을을 좀 신경 써주라고 이야기할 것을 굳게 다짐했다.

“알지.”

노을이 눈을 질끈 감았다.

“천노을이잖아. 발컨 네임드 천노을.”

“형, 그게 아니라… 두 글잔데.”

“노을이라고?”

“그게 맞긴 한데, 또 아니에요.”

“뭔 소리야?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형, 지금 제 말 안 믿죠?”

“너라면 믿겠냐?”

경수가 손을 내저으며 피식 웃었다. 노을은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빨간 입술을 움찔거렸다. 어, 저기 비었네. 경수는 노을의 팔뚝을 잡고 자리가 빈 총 게임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줄로 연결된 장난감 총을 손에 쥐고 노을의 손에도 쥐여주었다. 노을은 총구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나중에 다시 고백할게요. 지금은 용기가 안 나서요.”

“……?”

고백? 전에 한 건 뭐야…? 이미 놈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 또 고백을 한다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노을이 너무나도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경수는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집에 돌아와 자기 전까지 천노을 생각에 내내 뒤척였다. 놈이 한 말을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곱씹어 보았지만 결론은 허언증 쪽으로밖에 나지 않는다. 멀쩡하던 애가 하루아침에 그런 망상을 하다니, 스트레스가 이토록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다시 고백한다는 노을의 말 쪽이었다.

‘나중에 다시 고백할게요.’

“…….”

경수는 노을이 두려웠다. 사고방식이 독특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놈이라는 것도 한 몫 했고, 다른 사람 눈치라곤 보지도 않는 놈이기에 수많은 사람 앞에서 고백할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 왠지 놈의 고백은 끔찍하리만큼 스케일이 클 것 같았다. TV에서 본 수많은 프러포즈 방법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 경수는 더욱 괴로워졌다.

노란 촛불들과 장미 꽃잎이 깔린 길. 알록달록한 풍선이 곳곳에 둥둥 떠 있다. 만약 천노을이 수많은 사람이 구경하는 한가운데 서서 꽃다발을 든 채 ‘다시 한번 제대로 말할게요! 형이 좋아요! 누가 뭐라 하든 상관없어요! 저와 교제해주세요!’라고 말한다면 분명 이성이 나갈 것이다. 그날부로 자신은 사람을 해한 범법자가 될지도 모른다. 목격자도 많으니 제 편은 아무도 없을 거고 말이다. 그게 가장 두려웠다. 노을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제일 중요한 건 천노을은 현재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

다음날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경수는 친구 창부터 켜보았다. 썬셋과 정민재가 접속 중이었다. 친구 창에서 말하기에는 썬셋이 천노을 얘기를 듣는 게 꺼림칙했다. 노을 못지않게 썬셋도 제게 큰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올 한 해 이상한 애들을 몰아 만나는 기분이다. 부적이라도 써야 하나….

[귓속말] 냥이냥나냥: ㅎㅇ지금 뭐해?

[귓속말] 스페이드퀸: 잉? 갑자기요? 연합 룸에서 놀고 있어여… 아직 연습 겜까지 한 시 간 남았잖아요? 왜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아니 천노을 관련된 건데, 잠깐 물어볼 게 있어서….

[귓속말] 스페이드퀸: ???ㅇㅋ 금방 갈게여

[귓속말] 냥이냥나냥: ㅇㅇ메르헨 주점으로 와

그렇게 길게 끌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말하다 보면 길어질지도 모르니까…. 경수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머릿속으로 상황을 이리저리 굴려보았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왔음ㅎㅎ

[귓속말] 냥이냥나냥: 대단한 건 아닌데ㅋㅋ

[귓속말] 스페이드퀸: ㅇㅇ?

[귓속말] 냥이냥나냥: 노을이 걘 잘 지내? 학교에서 말이야

[귓속말] 스페이드퀸: ??네 존1나

[귓속말] 스페이드퀸: 너무 잘 지내요 왜요?

그 말을 들으니 한층 더 측은해졌다. 친구에게도 티를 내지 않는 모양이다. 어제는 오락실 게임 하나에 그토록 신나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만큼 요즘 삶에 낙이 없다는 거겠지.

[귓속말] 냥이냥나냥: 학교에서 노을이 좀 신경 써줘

[귓속말] 스페이드퀸: …? 예?

[귓속말] 스페이드퀸: 제가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ㅇㅇ

[귓속말] 스페이드퀸: ㅋㅋㅋㅋ왜요?;;;

[귓속말] 스페이드퀸: ㅅㅂ 제가 걜 왜 신경 쓰죠??????????

[귓속말] 냥이냥나냥: ? 너 걔 친구잖아

[귓속말] 스페이드퀸: 예…뭐… 친구는 맞는데ㅋㅋㅋ 그니까 왜요 갑자기…??? 제가 걜 왜 신경 쓰나구요ㅠㅠ 제가 ㅊㄴㅇㄲ도 아니고…;

“…….”

길드원도 아니고, 뻔히 상황을 다 아는 민재가 ㅊㄴㅇㄲ이라고 말하니 타격이 더 컸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ㅅㅂ너까지 그 말 쓸래? 넌 아닌 거 알잖아ㅋㅋㅋㅋ 뒤진다ㅋㅋㅋ

[귓속말] 스페이드퀸: ㅋ그니까 더 재밌는 거져ㅋㅋㅋㅋㅋ 어제 형도 나가시고 나서 포세이돈이랑 별명 공유식 했는데 넘 재밌엇어요 감사합니다ㅎ

[귓속말] 냥이냥나냥: 뭔 별명?

[귓속말] 냥이냥나냥: 아ㅅㅂ설마

[귓속말] 스페이드퀸: 아니 저희 애들 입 되게 무거운데… 저희가 먼저 말 꺼낸 거 아니에요… 할로윈가지 님이 버섯꾼이 뭐냐고 묻는 바람에 그만…^-^ 어우 그건 또 어디서 듣고 오셨대여? 넘 신기ㅎㅎ

“…….”

머리가 아찔해졌다. 그것만은 숨기고 싶었는데. 가만히 있어도 놀리는 길드원들에게 먹이를 하나 더 던져준 것이다.

[귓속말] 스페이드퀸: 본의 아니게 뒷담이 된 점은 형에게 정말 ㅈㅅ합니다… 아까 저희 썬발롬한테 고백했다가 다 한 번씩 썰렸어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잘 됐다

어쩐지 아침에 길드 톡방에 메시지를 보내니 다들 아무 말 안 하고 계속 웃기만 하더라. 이른 오전부터 다들 행복해 보여서 배가 아팠었다. 행복한 게 건수를 잡아 날 놀릴 생각에 그런 거였구나.

[귓속말] 스페이드퀸: 빡치시면 형님도 저 패세요ㅠ 한 번은 죽어드릴게여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없게 할 수는 없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막는 게 더 급선무다. 경수는 재빨리 본론으로 다시 돌아갔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아무튼… 그건 괜찮아

[귓속말] 스페이드퀸: ㅠㅠ….ㅠ…ㅠㅠㅠㅠㅠ… 형님 혹시 천사 루시퍼세요?ㅠㅠ

[귓속말] 냥이냥나냥: 루시퍼는 악마 아님?

[귓속말] 스페이드퀸: 아무튼요ㅠㅠ 감동쓰….

[귓속말] 냥이냥나냥: 말 돌리지 말고 들어보셈

[귓속말] 냥이냥나냥: 천노을 걔 학원 다니느라 요즘 스트레스 받나 본데

[귓속말] 스페이드퀸: ㅋㅋㅋ? 그걸 형이 어케 앎? 지가 스트레스받는대요?

[귓속말] 스페이드퀸: 그랬으면 그거 다 개구라임 속지 마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ㄴㄴ어젯밤에 놀아달래서 잠깐 봤음.

[귓속말] 스페이드퀸: ?어젯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귓속말] 냥이냥나냥: 애 얼굴이 파리하던데? 대체 뭔 학원을 다니길래 애가 그 지경이 되도록 굴리냐;

[귓속말]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스발 왜 나갔나 했더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귓속말] 냥이냥나냥: ㅇㅇ 걔가 불러서 나간 거야….

[귓속말] 스페이드퀸: ㅋㅋ ㅋㅋㅋㅋㅋ ㅋㅋ 그래서요?

“…….”

그게…. 말문이 막혔다.

아니, 걔가 날 좋아하거든? 근데 나한테 다시 고백을 하겠대. 진짜 제대로 미친놈 아니냐?

[귓속말] 스페이드퀸: 빨리영ㅠ 궁금해서 어지러워요ㅠ

그렇게 말하기엔 정민재는 노을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야 당연히 예상조차 못 하고 있을 게 뻔하다. 둘 다 남자니까. 노을이 얘기했을 리도 없고 말이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어제 피곤해서 그런지 헛소리를 조금 하더라고ㅠㅠ

헛소리. 이 정도면 알아들을 것 같았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또 있어. 지가 발컨이 아니래.

[귓속말] 스페이드퀸: 넹?

[귓속말] 냥이냥나냥: 그래 니가 듣기에도 존1나 어이없지?ㅋㅋ

[귓속말] 스페이드퀸: 헉… ㅁㅊ 그리고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아 그리고 사실 자기가 길드장이라고 그랬음 망상증 생긴 듯

[귓속말]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귓속말] 냥이냥나냥: 부캐 있는 척해서 좀 쎄 보이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귓속말]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귓속말] 냥이냥나냥: 나한테 아이디 비번 알려줬던 거 까먹었나 봐ㅉㅉ 부캐 없는 거 내가 다 봤는데….

[귓속말] 스페이드퀸: ㅋㅋㅋ그러게요ㅠㅠ 왜그랬대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귓속말] 냥이냥나냥: 많이 피곤한 것 같으니까 놀리지 말고 수업시간에 좀 재워.

[귓속말] 스페이드퀸: 수업 시간에 자라고여? 형 양아치내… 덜덜….

[귓속말] 냥이냥나냥: 쉬는 시간에 재우든가

[귓속말] 스페이드퀸: 그 새1끼 학교에서 안 자영ㅠ 맨날 나가서 노는데 무슨 수로 제가ㅋㅋㅋㅋㅋ

[귓속말] 스페이드퀸: 헠 길마 놈이 부른다 일단 ㅇㅋㅇㅋ 알겟습니당~!

‘포세이돈대장 님께서 전원 집결을 사용하셨습니다. 수락하시면 길드 연합 룸으로 이동됩니다.’

수락 버튼을 누르자 짧은 로딩 창이 지나가고 길드 연합 룸에 떨어졌다. 썬셋도 마찬가지로 ‘전원 집결’ 스킬을 사용해 선율을 연합 룸으로 모으고 있었다. 몇십 명이나 되는 유저들이 맵 하나에 모여 있으니 정신이 없었다.

[전체] 썬셋: 다 오셨죠?

[전체] 스페이드퀸: 안 온 사람 손들어 ㅋ

[전체] 썬셋: 없군요 ㅇㅅㅇ

썬셋은 1초도 기다리지 않고 곧장 이벤트 NPC에게 말을 걸었다.

‘연습 팀 PVP 점령전ver.(이시스)을 선택하셨습니다. 연습전에서 얻은 포인트는 길드 랭킹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앉거나 일어서주세요! 앉으면 적팀, 일어서면 청팀입니다.’

연합 룸 상단 가운데에 인원을 가리키는 숫자가 떠올랐다. 경수는 썬셋이 일어서 있는 것을 보고 ctrl키를 눌러 캐릭터를 앉혔다. 잠깐 물을 가지러 갔다 온 그 짧은 사이에 양 팀의 수가 맞춰졌는지 이벤트 맵으로 이동해 있었다.

‘성채를 건설해주세요.’

경수는 아무 생각 없이 벽돌을 부수다 제 뒤를 따라 날아다니는 썬셋을 보고 표정을 굳혔다.

“이 파리 새끼가….”

어느새 같은 편이 된 썬셋은 경수의 중얼거림은 꿈에도 모르는 듯 커다란 날개를 펄럭거리며 떨어지는 벽돌을 터뜨렸다. 동시에 경수에게 버프를 나누어주기도 했다.

[파티] neutaaaa: 병원은 지어뒀어요

[파티] ㅈi9별: 잘했다ㅋ 그런데 방어는 누가 하져?

[파티] 냥이냥나냥: 님이요

[파티] ㅈi9별: 시러여

[파티] 썬셋: 공격을 다 죽이면 그게 방어죠^^

“…….”

어제 제가 했던 말을 그대로 하는 썬셋 탓에 경수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그대로 굳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누가 말해줬나 싶어 어제 접속했던 길드원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았다.

[파티] ㅈi9별: 어제 냥님이 했던 말 그대로 하시네여ㅋㅋㅋ

[파티] 썬셋: 헉…?

[파티] 설영: 그래여? 저 말 저희 인성갑은 작년부터 했는데

[파티] ㅈi9별: 대박; 운명?

[파티] neutaaaa: destiny…☆

[파티] neutaaaa: 아무래도… 저희 길드 두 번째 공식 커플(찐)이 되실 것 같내요

[파티] 설영: 찐ㅋㅋㅋㅋㅋㅋ 첫 번째 찐 커플은 누군데여?

[파티] ㅈi9별: 그건 좀 민감한 사안인데… 썬ㅂ셋님 잠깐

[파티] 썬셋: ㅇㅅㅇ

[파티] ㅈi9별: 눈 좀 감아주세여

[파티] 썬셋: 감았어요-_-

[파티] ㅈi9별: 좋아요 10까지 세고 뜨세여

[파티] 썬셋: 네-_-

[파티]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 하냐곸ㅋㅋㅋㅋㅋ 눈물이 다 나네….

[파티] neutaaaa: ㅊㄴㅇ♡ㅊㄴㅇㄲ

[파티] ㅈi9별: 냥님 펫닉만 봐도 보이자나요

[파티]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상해. 예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좀 미묘하게 들렸다. 실제로도 천노을이 저를 좋아하는 탓일까. 이걸로 계속 놀림당하다 그 어린애가 정말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경수는 다소 혼란스러우면서도 제가 왜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제 노을을 만났던 탓일까. 아니면 놈이 제게 또 한 번 고백한다는 망언을 한 게 신경 쓰여서 그러는 걸까. 노을이 없는 자리에서 그의 이름이 나오는 게 왠지 달갑지가 않았다.

[파티] 냥이냥나냥: 몰아가기 금지ㅡㅡ 몰아가면 직업 하향됨

[파티] 썬셋: 금지!ㅡㅡ

[파티] 냥이냥나냥: 정말 죄송하지만 맞장구 치지 말아 주세요.

[파티] supercool: ㅋㅋㅋㅋㅋㅋ진짜 죄송한 거 맞음?

[파티] 썬셋: 네ㅠㅠ

[파티] 설영: ㅋㅋㅋ가지가지 한다….

[파티] ㅈi9별: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투 시작 1분 전입니다. 전투를 준비해주세요.’

‘전투원분들은 적군의 성채를 파괴하고 영역을 점령하셔야 합니다. 아군의 승리를 위해 성채 안의 지휘소를 찾아 동력원을 파괴하세요.’

[파티] ㅈi9별: 버프 좀

[파티] anamato: 제가 드릴게요~!

[파티] supercool: 나머진 저한테 오세요

[파티] neutaaaa: 나머지 1 갑니당~

[파티] 허니문: 나머지 2도요ㅎㅎ

경수는 갈 필요가 없었다. 썬셋이 틈틈이 준 버프와 ‘대천사의 입맞춤’ 스킬 덕에 이미 풀 버프 상태였다.

그런데 곧 큰 문제가 생겼다.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잡담만 하다 보니 작전을 짤 틈이 없었고, 보급소나 가축우리를 지을 시간도 없었다.

결국 사망 후 부활 시간이 15초로 줄어들도록 병원 레벨을 3으로 올리고, 나머지 칸을 모두 성채 내구도에 쏟아붓고 나니 두 번째 연습게임이 시작되었다.

파티원들은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중간 다리를 향해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미니맵에 표시되는 빨간 점은 사람을 가리킨다. 뒤늦게 그들 사이에 섞여 달려나가던 경수는 성채 앞에 아무도 남지 않아 또다시 텅텅 성이 되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하지만 다시 뒤돌아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첫 번째 연습게임 때처럼 성과 성 사이의 다리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어제의 경험을 발판 삼아 빈 성을 향해 달려나가는 놈들도 있었다. 썬셋은 정신없이 불덩이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침착하게 상대편에게 타임밤을 걸어 두었다.

‘ㅈi9별 님께서 적군의 성채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아군의 성채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양 팀은 거의 동시에 성채 파괴에 들어갔다. 하지만 상대 팀에는 전략에 익숙한 포세이돈대장과 할로윈가지가 있다. 그러니 당연히 공격과 방어팀을 따로 나누어 뒀을 것이다. 팀 안에서도 역할이 나뉘었을 거고 말이다. 경수는 스페이드퀸에게 향했던 포구를 내렸다. HP는 꾸준히 줄고 있었고, 힐러가 주는 힐로는 역부족이었다. 성채 내구도는 벌써 70%로 줄어있었다. 병원 레벨을 올리느라 성의 내구도가 비교적 약한 탓이다.

‘적군 스페이드퀸 님이 냥이냥나냥 님을 타겟으로 선포했습니다!’

성을 공격하는 놈들을 잡아 족치기 위해 뒤돌아서던 경수는 뒷덜미를 잡히고야 말았다. 스페이드퀸의 공격은 모조리 경수에게 쏟아졌다. 바로 반격을 하기에는 HP가 부족했다. 발키리는 공격을 할 때마다 반동 데미지를 받기 때문에 일정 HP 이상으로 올라가야만 안전하다.

[파티] 썬셋: 냥님 개피잖아; 힐러 어딨어

[파티] anamato: ㅋㅋㅋ누가 냥냥이만 따라다녀서 뒤졋어요^^

[파티] 썬셋: ㅋㅋ누구래; 아… 힐러나 할 걸….

[파티] anamato: 웃겨서 참는다^^

헛웃음이 나왔다. 난 가만히 있는데 왜 지가 나서서 힐러를 찾고 난리야….

[파티] ㅈi9별: 아나 집중 중이라고요 웃기지 마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supercool: 전 가는 중ㅜ ㅈㅅㅈㅅ

[파티] 썬셋: 온대요 쫌만 버텨요ㅠ

[파티] 냥이냥나냥: ㅇㅇ

‘타임 밤, 발동!’

썬셋이 묵히고 있던 타임밤 스킬을 통해 적군의 절반을 제거했다. 하지만 이미 풀피였던 스페이드퀸에게는 미약한 영향만 줬을 뿐이었다.

[파티] 설영: 머 하셈? 냥님 튀어요

타겟을 해제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공격 범위의 두 배만큼 멀리 떨어지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다른 상대를 타겟으로 지정하게 하는 것이었다.

[전체] 썬셋: 안 튀어도 돼요 ㄱㄷ

‘썬셋 님이 적군 스페이드퀸 님을 타겟으로 선포했습니다!’

횡단위 공격에 특화된 암흑검사의 공격은 점프를 하지 않는 이상 허공에 홀로 떠 있는 문페어리에게는 닿지 않았다. 암흑검사의 검이 휘둘러지는 곳마다 그림자가 넘실거렸다. 타겟 한 명을 지정해 집중 공격이 가능한 타겟팅 덕에 썬셋은 공격을 전혀 받지 않았다. HP가 절반 이상 깎이고 나자 스페이드퀸이 몸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스페이드퀸>냥이냥나냥 타겟팅이 해제되었습니다.’

[전체] 스페이드퀸: 해보자고?ㅋㅋ

[전체] 썬셋: ㅇ

‘적군 스페이드퀸 님이 썬셋 님을 타겟으로 선포했습니다.’

[전체] 스페이드퀸: 어제도 내가 냥냥이 죽엿는뎅ㅋ

[전체] 썬셋: 맞다 그랬지ㅇㅅㅇ… 죽고 싶나 봐;

뒤늦게 도착한 힐러가 재빨리 경수의 HP를 채워주었다. 경수는 HP가 다 차기 무섭게 성채를 향해 후퇴했다. 서로를 타겟으로 설정한 썬셋과 스페이드퀸은 둘만의 세계를 만들며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결론은 뻔했다.

‘적군 스페이드퀸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부활까지 20초….’

[전체] 스페이드퀸: 깨갱~~~!!

[전체] 설영: 깨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질거면서 왜 달려들었나 몰라. 그 덕에 살아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다시 성 근처로 돌아오자, 히어로 둘이 신나서 성을 부수고 있었다. 부활한 아군들은 그들을 본 체도 하지 않고 달려나갔다. 덕분에 두 적군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느긋해 보였다. 벌써 내구도가 20% 정도로 깎여 있었다. 이대로라면 성채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냥이냥나냥 님이 미니쥬 님을 타겟으로 선포했습니다.’

미니쥬의 몸에 갈고리를 박아 넣자 넉백 효과와 함께 뒤로 끌려왔다. 미니맵을 통해 빨빨거리며 공중을 날아오는 썬셋이 보였다. 한 명이 공격을 당하자 다른 히어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바닥에 쭈그려 앉는 모션을 취하더니 사악하게 웃으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미니쥬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부활까지 20초….’

‘괴성의 그림자!’

타겟인 히어로 하나가 죽음과 동시에, 다른 쪽의 히어로가 스킬 명을 외쳤다. 그때, 뒤에서 날아온 썬셋이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는 이미 HP가 바닥인 상태였다. 데자뷔가 느껴졌다. 이전의 실패망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그때 죽은 건 자신이었다는 것이다.

히어로의 그림자가 썬셋을 집어삼키고 입을 우물거렸다. 퉤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뱉어낸 썬셋은 역시나 죽어있었다. 그가 갑자기 끼어든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풀피인 채라 저 스킬 하나만으로 죽을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썬셋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부활까지 15초….’

경수는 쿨타임이 다 된 궁극기를 사용했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바주카포에서 커다란 폭탄이 튀어 나갔다.

‘액션가면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부활까지 20초….’

[전체] 냥이냥나냥: 저 풀피였는데 거기서 님이 왜 달려 들어요;;

[전체] 썬셋: 님을 지키는 건 제 본능이라서 어쩔 수가 없어요ㅠ

[전체] 썬셋: 냥님 다치는 것보다 차라리 제가 죽어서 다행이네요^_^

[전체] 냥이냥나냥: ㅋㅋㅋㅋㅋㅋㅋㅋ아 제발

경수는 이를 깍 깨물었다. 어이없지만 웃겨서 입꼬리가 삐죽삐죽 올라갔다. 분명 표정이 이상해졌을 것이다. 그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처음 봤을 때 성격은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건지 그때와는 조금 달라졌다. 아니면 처음부터 이런 성격을 숨기고 있었다거나….

[전체] supercool: ㅅㅂㅋㅋㅋㅋ뭐라는 거야 선율의 수치임

[전체] anamato: 수치이자 얼굴….

[전체] ㅈi9별: 제에가 캡처 떴어요^0^~

[전체] 할로윈가지: 스샷 저도 찍었는데…ㅎㅎ

[전체] 완두완댜: 저두…^^….

저녁쯤 되면 두 캐릭터를 이어붙인 날조 캡처들이 길드 톡방에 수십 장 올라올 것을 장담할 수 있었다. 경수는 다리 끝에 서서 이쪽으로 넘어오는 적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15초 후 부활한 썬셋도 그 자리에 함께했다. 게임을 몇 판 같이 해봤다고 경수의 공격 패턴을 외우기라도 한 것인지, 이동기를 쓸 때는 속도 증강 버프를, 일반 공격에는 물리 공격력 증가 버프를, 그리고 궁극기에는 대천사의 입맞춤을 사용했다.

‘썬셋 님이 무자비한 학살을 시작했습니다!’

‘냥이냥나냥 님이 무자비한 학살을 시작했습니다!’

‘썬셋 님의 그림자가 적군의 피로 물들었습니다!’

‘냥이냥나냥 님의 그림자가 적군의 피로 물들었습니다!’

‘썬셋 님이 드디어 미쳤습니다!’

[파티] ㅈi9별: 아 깜짝아ㅋㅋㅋㅋ 자동 문구죠? 커멘드가 썬셋 님한테 시비 터는 줄 알았네

[파티] 설영: 근데여 냥냥이랑 썬발님 되게 호흡 척척 맞네여???

[파티] neutaaaa: 데스티니라서요ㅋ

[파티] ㅈi9별: ㅇㅈ

인정하기 싫지만 맞는 말이었다. 운명이란 말이 아니라, 호흡이 잘 맞는다는 것 말이다. 썬셋은 딱히 거슬리게 시야를 가리거나 공격을 방해하지도 않았고, 빈틈이 생기면 그 부분을 보완해주는 데다, 버프까지 주며 보조와 딜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할로윈가지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부활까지 20초….’

[전체] 할로윈가지: 뭐야….

둘이 다리 끝에서 적이 건너오는 대로 죽여버리니, 할로윈가지가 직접 상황을 확인하러 왔다가 5초도 안 되어 둘의 연계 공격에 손도 못 쓰고 죽어버리고 말았다.

‘굳건하던 적군의 성채가 파괴되었습니다! 지휘소의 동력원을 파괴하고 최종 승리를 거두십시오!’

‘ㅈi9별 님께서 지휘소를 발견했습니다! 동력원의 형태가 드러납니다!’

‘적군 지휘탑의 동력원이 파괴되었습니다.’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PVP 포인트를 합산합니다.’

이번 한 판만 잘한 게 아닌가 싶어 다음 연습게임도 썬셋과 같은 팀을 해보았다. 썬셋은 경수를 번번이 베스트 플레이어 자리에 올려주고 본인은 2위를 차지했다.

[전체] 설영: 저 길마 놈이 대천사 키스?? 그거 쓰는 거 오늘 처음 봤음^^

[전체] supercool: 저도

[전체] 할로윈가지: 키스?

[전체] ㅈi9별: 단어 하나 갖고 왜 그래여 키스도 못 해본 사람처럼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할로윈가지: 아니 스킬 이름 때문에ㅋㅋㅋ

[전체] 스페이드퀸: 나도 저번에 냥님이랑 레이드 뛰러 갔을 때 처음 봄ㅋㅋ

[전체] 설영: 아니 그니까;; 나한텐 죽어도 안 써주더니 ㅅㅂ 냥냥이한테만 써주고ㅠㅠ 근데 스킬 개이쁘더라

[전체] 썬셋: ㄱㅅㄱㅅ^^

[전체] 설영: 길마님 칭찬한 거 아닌데요;

‘대천사의 입맞춤!’

“…….”

오늘만 몇십 번째 받는 버프였다. 스킬 이름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첫인상이 별로여서 그런지 썬셋은 무슨 짓을 해도 어이가 없거나 웃기기만 하고, 마음에 차지가 않았다. 차라리 천노을과 엮여 놀림당하는 거라면 짜증이라도 낼 상대가 있어서 더 괜찮았는데….

[전체] ㅈi9별: 취재 나왔습니다 찰칵착칵차카ㄱ챀ㄹ카ㄱ찰칵!!! 냥이냥나냥님, 선율의 썬발 님께 특별 취급받는 기분이 어떠신가요?

[전체] ㅈi9별: 아니 정정 *썬셋 님께

[전체] 냥이냥나냥: 죄송한데 아직 별로네요

[전체] 썬셋: ㅇㅅㅇㅋㅋㅋㅋ 그럼 더 노력할게요ㅎㅎ

천노을도 그러했지만 썬셋은 더 속을 알 수 없는 놈이라 두 배 이상 불편하다. 언제 마음이 돌변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그랬다.

정말, 차라리 천노을이 훨씬 나았어. 걘 귀여운 면이라도 있었는데.

공성전은 고작 3주. 길어 보이지만 순식간에 지나간다. 빨리 이시스를 먹고 동맹이 끝나면 좋겠다.

「ㅊㄴㅇ: 자요?」

「나: ㄴㄴ」

처음에는 얘가 죽기보다 싫었는데, 지금은 동생이 하나 생긴 것 같아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답을 보내기가 무섭게 말풍선 옆의 1이 사라졌다.

「ㅊㄴㅇ: 전에 제가 교감이 저 엄청 싫어한다고 말했잖아요」

「나: ㅇㅇ 너 머리 색 때문에?」

「ㅊㄴㅇ: 네ㅠㅠ 오늘도 염색한 거 아니라니까 진짜… 할 말 너무 많은데 전화해도 돼요?」

「ㅊㄴㅇ: 목소리도 듣고 싶어요ㅇㅅㅇ!」

「나: 하든가;」

기다렸다는 듯 걸려온 전화를 받자마자 들뜬 목소리가 ‘경수 형!’이라며 제 이름을 불렀다. 주위를 지나가는 차 소리가 들렸다. 집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너 밖이야?”

-네. 내일 아침 미리 사 두려구요. 이제 들어가요!

터벅터벅, 길을 걷는 발걸음 소리가 스피커를 울렸다. 그 소리가 심장박동과 같았다. 새벽 공기처럼 기분이 차분해졌다. 노을은 나직한 목소리로 오늘 있었던 일을 다 얘기할 것처럼 내내 종알거렸다. 정민재 얘기를 할 때는 조금 짜증을 내기도 했다.

-그래서요, 캔 사서 나왔더니 고양이가….

“그거 학교 고양이야. 수위 아저씨가 밥 줘서 거기 살 거든.”

-그래요? 어떻게 알아요?

“내가 그 중학교 나왔으니까.”

-졸업사진 보여주세요.

“꺼져.”

역시 사람은 오래 알고 봐야 하는 걸까? 더 이상 놈이 그저 귀찮지만은 않은 것 같다.


           


The Dark Mage’s Return to Enlistment

The Dark Mage’s Return to Enlistment

gwihwanhaessneunde ibdae jeonnal-ida I returned, but it was the day before enlistment.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
Score 3.3
Status: Ongoing Native Language: Korean

Kim Minjun, who was a normal high school senior in South Korea, was suddenly summoned to another world and became a dark magician.

Minjun, who persevered through all sorts of hardships with the single-minded goal of returning home, saved this other world with his dark magic.

Casting aside a life as a hero and guaranteed riches, he returned to Earth.

Just when he was about to fully enjoy his life, a problem arose. A dungeon break occurred, and monsters began pouring out. Not only did this threaten the peaceful Earth life that Minjun had just returned to… But on his very first day back, he was also ordered to enlist in the mili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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