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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1

61화 성배기사 게오브릭(2)

신들에게 선택받은 존재.

모든 기사들을 관장하며 정의를 가르치는 빛과 정의의 여신이 성자로 승화한 기사에게 주어진 힘.

성배기사란 신의 대행자. 성자인 그들은 신도들이 바치는 성력을 자신의 힘으로 엮는다.

신벌(神罰).

한 개 기사단을 동원한 집단성법. 성배기사마다 주신으로 삼고 있는 신에 따라 다르지만, 생명과 풍요의 성배기사에게는 지상을 분쇄하는 힘이 있다.

“으윽… 대체 무슨 일이…… 말도 안 돼.”

이용완은 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게오브릭의 신벌 대지분쇄에 의해 부족연합과 헌터들이 있던 지역 일부를 지반째로 꺼뜨렸다.

주 병력이 우르르 몰려 있는 목책 근처 사방 800m. 초거대싱크홀이 생겼다면 이런 느낌일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 근방은 헌터들이 방위하던 지역이 아니란 것이다. 그 대부분은 부족연합의 전사들이 자리한 곳.

하지만 방금 그걸로 족히 3천 명이 넘는 전사들이 몰살을 당했다.

“씨발, 뭐야. 뭐냐구… 저게, 저게 어떻게 사람이야…….”

기사단의 지원을 받는 성배기사는 그 자체로 일인군단. 대마법사와 다를 게 없는 괴물이다.

헌터들은 지금까지 겪어본 적이 없는 대재앙을 앞에 두고 패닉에 빠졌다.

압도적인 힘. 저런 괴물을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저게 인간이냐…….”

“……저런 건 못 이겨.”

페가수스 위에서 성배기사가 말한다. 그의 조곤한 음성은 온 사방에 또렷하게 새겨졌다.

“여신이시여, 우리들이 닿는 대지에서 우리를 가호하소서.”

“나의 형제자매들이 밟을 굳건한 대지가 되소서.”

“잘못된 길에 빠진 사교도들에겐 정화의 기회를.”

인자하고 성스럽기까지 한 기도문. 하지만 그 누구도 저것이 ‘인자’하다고 보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광소가, 저 비틀린 입꼬리에 걸쳤기 때문이다.

“뒈져라, 역겨운 이단들아.”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장엄공 게오브릭을 따르라!!

군마가 달린다. 한축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방어선을 향해 기사들이 돌진한다.

“”유린──””

“”──하라!!””

성문이 있다. 기름을 먹였고, 그 뒤에 바윗덩어리를 배치했으며 주술로 덮은 목책성문이다.

첫 타자는 단연코 게오브릭이다. 페가수스를 타고 지상을 달리는 그의 망치가 빛나고 그의 망치가 허공을 비행했다.

있는 힘껏 던진 망치가 그대로 성문에 부딪친다.

꽈앙! 파멸의 굉음이 울리며 목책째로 날아간다. 그 구멍을 기사들이 돌진했다.

“마, 막아!”

선두의 탱커들과 방패를 든 부족 전사들이 막아섰다.

상대의 기병전력을 감안해 최대 창을 보급하고 저지를 위한 바리케이드를 쌓았다. 하지만 격돌의 순간──

창은 갑옷과 부딪치며 부러지고, 방패는 묵직한 질량에 방패병 째로 튕겨 나갔다.

-마, 말도 안 돼!

-각인의 효과는 물론, 상성까지 우위였는데!

기병은 창병에 약하다. 촘촘하게 쌓인 방패진과 창 앞에서는 아무리 기병이라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일반적인 상식. 하지만 이들의 기사들이다.

기사의 무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묵직한 갑옷은 싸구려 보병 창 따위에 뚫리지 않으며, 라이온하트 왕국의 군마는 고슴도치 같은 방진을 상대로도 겁먹지 않는다.

거기에 고르고 고른 기사들 중에서도 왕국의 기사를 자처하며 워나이트의 지휘를 받을 수 있는 영광의 기사들.

나면서부터 평생을 말을 타고 달려온 기사들 앞에 어설픈 방진 따위 종잇장만도 못하다!

“크라아아아아아아아!!”

진형이 뚫린다. 헌터들 중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만 단위의 대규모 전장에서 고작 200기의 기사단이 전황을 휩쓸고 있었다.

“제, 젠장! 밀지 마! 떨어진다고!”

“사, 살려줘!”

튕겨 나가며 짓밟힌다. 게오브릭의 신벌 대지분쇄에 의해 측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연합부족 전사들은 기사단의 충격량에 밀려 싱크홀로 추락했다.

이용완도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다.

아끼고 아끼던 스크롤을 찢고 화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고화력의 대부분은 원거리 병기인 판국이다. 성법 <원거리 무효화>의 가호를 받는 왕국 기사단은 대수롭지 않은 듯 무시하며 창을 휘두른다.

“메인 딜러들 저지해! 측면에서 때리는 거야!”

이용완의 지시가 무색하게 베테랑 헌터들은 알아서 기사단의 약점을 찔렀다.

대단한 돌파력이긴 하나, 이곳에 A급 헌터만 50명이다. 부족연합의 전사들이 손수 고기방패가 되어주는 와중에 그들은 영악하게 기사단의 측면을 두들겼다.

“제법이군!”

왕국기사 가스통이 제게 휘두르는 도끼를 방패로 막아냈다.

묵직하다. 놈들의 힘이 자신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음이다.

“일개 용병 따위가 이 정도 힘이라니. 역시 사교도의 각인 덕인가.”

“전장에서 여유롭게 평가라니, 가스통 경!”

옆에서 그를 향해 날아드는 투창을 튕겨낸 로랑 경이 말했다. 그는 헌터들의 기세에 돌격이 저지된 것이 굴욕적인 표정이다.

“아니, 천한 버러지 쓰레기들도 사교의 힘을 빌리면 이 정도로 강해질 수 있구나 감탄했을 뿐이네. 과연, 삿된 힘에 현혹되는 것도 이해는 가.”

“신성모독일세, 가스통 경. 자네의 언행이 불경할 수도 있음을 인지하게.”

“크하하하핫! 로랑 경은 여전히 진지하군. 30년 전, 검은 사막에서 오크들을 도살할 때가 생각나지 않나?”

“글쎄. 그 짐승들이야 항상 죽이는 것들 아닌가.”

“지금은 오크를 상대하는 법대로 싸워야 할 듯 허이.”

왕국기사 가스통 발슈바르 자작. <오크 학살자>.

“이깟 놈들 상대로… 하마한다!”

왕국기사 로랑 도미네크 남작. <철의 방벽>.

측면이 노출된 기사들이 말에서 내린다. 그들의 묵직한 갑주가 덜크덕 거리며 지상에 안착하자 흡사 작은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다.

족히 몇 배의 숫자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 기사들.

“빛과 정의──”

“생명과 풍요──”

“전쟁과 불꽃──”

그들은 자신이 섬기는 신앙을 외치며 검과 방패를 들었다.

“”만신전에 영광 있으라.””

기사의 파괴력이 가장 강력할 때는 두말할 것도 없이 말에 탔을 때다.

압도적인 속력, 질량이 합해진 충격량은 방진을 부순다.

하지만 기사들은 그저 말을 탄 기수들이 아니다. 단지 말을 잘 타는 것이 기사였다면 평민 출신의 요맨들도 얼마든지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음이다.

‘뭐, 뭐야?’

중급 전사 백 명과 함께 고립된 기사 다섯을 공략하던 A급 헌터 박찬수는 당혹스러웠다.

숫자의 파도에 삼켜져 포위됐다. 말의 돌파력이 저지 당하고 하마까지 했다. 기다랗고 무거운 랜스는 내려놓고 검과 방패를 든 기사들이 보병 노릇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갑옷과 단단한 방패를 들더라도 이런 물량전 앞에서는 어찌할 수 없다.

스펙마저 엇비슷한 정예가 섞여있다면 결국은 무너지고 삼켜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게 있었다.

왕국기사들.

나이츠 오브 렐름.

비록 수행기사로서 신들의 퀘스트를 행하는 명예로운 길을 걷지 못했으나 그들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온 대륙을 돌아다니며 명예를 입증한 자들이다.

속된 말로 칼밥만 먹은 게 수십 년이란 거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기사쯤 되면 백년이나 칼을 휘두르고 살았다.

그들은 생존자.

더러운 녹색 짐승들과 추악한 사교도들을 도륙하고, 이민족들의 침입을 저지해온 역전의 용사들.

자신보다 강한 피지컬을 가진 짐승들 따위 얼마든지 사냥해왔다.

“전쟁이시여! 신성한 불꽃으로 나를 가호하소서!”

화르륵 치솟는 불길이 검에 담겨 휘둘러진다. 결코 아군이 있는 한가운데서 휘두를 힘이 아니었으나 그 불길은 수십 명의 부족 전사들을 집어삼켰다.

“미, 미친놈! 아군도 말려들게 하는 거냐!”

자폭행위나 다름없는 짓에 기겁하는 헌터. 하지만 그는 기사의 불꽃에 화상 입은 기사가 없음을 깨달았다.

“신께서 허락하신 이 불길이 같은 신앙의 형제들을 해할 것 같으냐, 어리석은 사교도들아!”

왕국기사들의 압도적인 성과 앞에서 고무된 편력기사들과 왕국군이 달려든다. 좁은 성문을 게오브릭과 기사단이 밀어버린 덕에 왕국 병사들은 충분히 목책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백병전이 되면, 일방적인 학살이 자행될 뿐이다.

-제, 젠장! 기사가 너무 강해!

-누가 저것 좀 어떻게 해봐!

-병사가 이런 수준이라니! 연계가 차원이 달라!

“…….”

이용완은 그 모습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강하다.

왕국 기사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단지 힘과 특수한 힘뿐 아니라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도 마치 기계처럼 부족전사들을 도살하고 있다.

‘스펙을 비등하게 맞춘 것만으로는 한참 부족하다는 건가.’

저들과 자신들 사이에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다. 황금철 또한 같은 감상이었는지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어쩔 검까. 벌써 왕국 병사들이 들이닥쳤음다. 정면 힘대결에서 완전히 박살나고 있는뎁쇼?”

“나도 알아요, 후배님.”

“빠진다면 지금 뿐임다.”

“뭐? 그게 뭔 개소리야!”

옆에서 듣던 황연하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황금철은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아직 우리 주력은 투입 안 했잖아. 처음부터 부족전사들을 고기방패로 세워서 착실하게 필드보스를 깎아낼 생각이었지.”

“그랬지요.”

“하지만, 필드보스는 커녕 기사단 하나 어찌 못하고 있는 판국. 이거 우리만으론 안 돼.”

게이트를 포기해야한다. 공략을 포기하고 다른 10대 길드의 손을 빌어야 하는 것이다.

“다른 10대 길드의 손을 빌린다면… 공략이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진작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겁니다만?”

“사실… 생각보다 스무스하게 끝낼 방법이 있는 것 같슴다.”

“그게 무슨 뜻이죠?”

황금철의 부하들은 기사단과 싸우다 부상을 입고 속속 후퇴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그들이 섬기는 신들의 이름이 그의 귀에 들어왔다.

“빛과 정의의 여신 아리아나, 전쟁과 불꽃의 신 페토스. 어디서 들어본 적 없슴까?”

“글쎄요. 종교엔 관심이 없어서. 애초에 게이트의 종교를 알 리가──”

“사자심왕. 만신전 윱튜브 안 봤슴까?”

“!!!”

그 말에 동공이 확대되는 이용완.

“설마?”

“그 임금님, 이 게이트와 같은 왕국 출신인 것 같슴다. 망할, 첫날에 신의 기사이니 뭐니 할 때 좀 싸하긴 했는데.”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들도 라이온하트 왕국과 사자심왕 레온에 대해 알고 있다.

그 기사들의 왕이 이곳 기사들과 같은 출신이라면?

“……후퇴할 가치가 있군요.”

“뭐, 어찌 됐건 이거 곧 뚫립니다. 저놈들 상대하려면 고작 7배의 숫자로는 택도 없슴다.”

지극히 합리적이다. 그들이 후퇴하면 이 부족연합은 확실하게 궤멸하겠지만, 이용완은 NPC들을 위해서 목숨을 던질 생각은 없다.

“용사님… 떠나시려는 건가요?”

몸정을 섞은 NPC가 있더라도 말이다.

“힐디르 양.”

“용사님들이 떠나시면… 저희들은 어찌하라고요? 정녕 저희들을 버리시렵니까?”

“금방 원군을 데려오겠습니다. 지금은 일단 물러나시지요.”

이용완은 그 말을 끝으로 더 힐디르를 설득하지 않았다. NPC들과 티격태격하는 것만큼 의미없는 일도 없으니까.

“길드원들한테 후퇴소식 전해! 서둘러 게이트를 빠져나간──”

“결국 이번에도 저 괴물들을 못 이긴 건가.”

“힐디르 양?”

이용완은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한기를 느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제 이부자리 안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사랑스러운 미녀가, 기괴할 정도로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었기에.

“단 한 번도 클로징 되지 않다니 징그러운 족속들.”

그녀의 시선은 지금도 전사들을 도륙하는 선두로 향해 있었다. 녹색 기사와 그를 따르는 기사단과 병사들.

“당신 지금 무슨 소리를──”

이용완이 다가서자 힐디르가 손사래를 치며 저지한다.

“됐어. 이번에도 편법을 쓸 수밖에. 그분께서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시겠지만.”

딱! 하고 튕기는 손가락. 바로 그때였다.

-걱?

-그걱?

처음 시작은 죽은 시체에서부터 시작됐다.

‘각인’이 새겨진 피부가 부풀어 오르더니 근육이 팽창하고 골격이 으드덕으드덕 뒤틀렸다.

팽창하듯 비대해진 육체에 털이 우수수 자라난다. 끝내 사람의 형태가 아닌 짐승의 형태를 했을 때, 기사단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놈들이 사술을 쓴다!”

“짐승화다!”

짐승신을 섬기는 야만인들. 그들은 제 몸에 짐승의 각인을 새김으로서 삿된 축복을 받고 끝내 짐승화의 권능을 가진다.

-그오오오오오!!

멧돼지, 곰, 늑대, 수리. 인간의 몸을 억척스럽게 팽창시키고 뒤틀린 끝에 짐승의 형태를 한 괴물이 족히 천 마리였다.

그 끔찍한 모습을 보며 부족민들이 환호한다.

“위대한 짐승신께서 은총을 내리셨다!”

“우리도 곧 그 은총을 받으리라!”

짐승화한 것은 비단 부족연합의 전사들뿐이 아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짐승 각인을 새긴 자는 누구나 변질하고 있다. 심지어 헌터들까지도.

“크, 크윽…! 대, 대체 무슨 짓을…!”

이용완은 제 목에 새겨진 흑수리의 각인을 손톱으로 긁으며 저항했다. 본능적으로 이것이 자신을 변질시키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 무의미한 저항을 힐디르는 조롱하듯이 입꼬리를 비튼다.

“어머, 내 사랑. 저항해봤자 소용없어요. 각인이 새겨진 기간이 길지 않지만, 결국 시간문제니까.”

이용완 뿐만이 아니다. 하유리, 황금철, 황연하… 그리고 연합 공략대의 헌터들은 빠짐없이 각인을 새겼고,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끝내 저항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힐디르는 피식 웃으며 손뼉친다.

“자, 그럼 저 지긋지긋한 성배기사와 기사들을 죽이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거든. 어쩜 그렇게 많은 세상을 다녔는데, 한 놈도 저놈들을 못 죽이나 몰라.”

힐디르의 명령에 S급 헌터들이 게오브릭을 향해 돌진했다. 게오브릭은 한창 부족전사들과 마의 짐승들을 베어내고 있었다.

“각인이 새겨진 ‘피부’를 벗겨내라! 그것이 약점이다!”

이 난리 와중에도 게오브릭은 돌진해오는 전사의 골통을 쪼개버렸다. 터져나가는 골통과 비산하는 육편. 게오브릭은 놈이 절명했으리라 믿었지만, 그게 아니다.

-그르으으윽!

목덜미의 각인이 육체를 변질시키더니 이내 커다란 곰처럼 부풀린다. 그것을 본 게오브릭이 눈을 부릅떴다.

“성법으로 영혼이 소멸했을 텐데?”

게오브릭의 한손망치는 그냥 망치가 아니다. 그 자체로 게오브릭 평생의 성력이 담긴 성물이자 제 성력을 상시 흡수해 ‘파멸’의 성법을 강제하는 법구다.

다른 성배기사들의 성검이나 성창처럼 게오브릭의 망치 또한 죽인 대상의 영혼을 소멸시킨다.

하물며 야만족 전사의 몸에 새겨진 짐승신의 낙인쯤이야 닿는 즉시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놈은 절명과 동시에 짐승화를 진행시켰다. 성법에 문제가 생겼다는 증거.

-우어어어…!

제게 달려드는 거대한 곰의 정강이를 차 부러뜨린다. 무너져 내린 철웅은 각인 째로 터뜨리는 망치질에 절명했다.

“후우…!”

서둘러 기사들과 병사들을 수습해야 한다. 성배기사인 자신조차 제대로 성법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이 전장은 끊임없는 소모전을 강요할 터.

부아가 치밀지만 왕국에 파발을 보내 다른 성배기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모두 후퇴──”

그때였다. 게오브릭을 향해 달려드는 그림자. 사람 키만한 양손망치가 게오브릭을 향해 내리친다.

게오브릭은 빠르게 방패로 그것을 막았다.

“큽…!”

무겁다. 게오브릭은 망치를 내리친 자를 알았다. 꽤 쓸만한 힘을 가지고 있던 용병들의 대장. 그런 그가 흑웅의 각인을 새긴 채, 번들거리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크르…!”

쏜살같이 달려들어 묵직한 보디 블로우를 날리는 권갑의 전사. 이전을 아득히 상회하는 충격력이 갑주를 통해 전달된다. 거의 동시── 그조차 반응이 늦은 준족이 등 뒤에서 칼날을 찔러온다.

-까앙!

황급히 고개를 숙여 겨우 갑주로 단검의 일격을 막는다. 백랑의 각인을 새긴 하유리였다.

-파파팍!

매섭게 쏘아지는 화살무리들. 성법으로 90%의 대미지를 차단하고 있다고 하나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속사였다.

불새길드의 S급 헌터 이용완. 그가 게오브릭의 아주 미세한 갑옷 틈새조차 인지하고 속사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네 명의 S급 헌터들이 게오브릭을 포위했다. 그것도 이전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에서.

“네놈들… 기어코 그 이단의 각인을 새긴 모양이구나.”

어리석은 것들. 대체 어디의 무식한 작자들이기에 짐승신을 받드는 사교의 무리를 믿는단 말인가.

저 광기의 버러지 쓰레기들은 모두 죽여 피부를 벗기고 소각해야 하거늘.

“단지 재물에 현혹되었다면 평범하게 죽이는 것으로 끝내줬을 것이다. 하지만 짐승신의 각인까지 새겼다면, 너희들의 영혼까지 헤아려줄 의리는 없다!”

게오브릭은 분노하며 이 어리석은 영혼들을 소멸시키기로 작정했다. 비록 지금의 자신이 제대로 성법을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까앙!

거대한 양손망치가 휘둘러진다. 가장 위협적인 공격… 그것을 방패로 막으면 빈틈을 파고드는 매서운 권투사가 연격을 가한다. 궁사의 견제는 덤이다.

정면의 세 사람만 신경쓸 순 없었다. 조금만 빈틈을 드러내면 하유리가 순식간에 등 뒤를 잡아 단검을 쑤셔 박았으니까.

-크아아아!

철웅의 각인을 새긴 황금철이 깊숙이 박힌 단검에 당황하는 게오브릭을 크게 공격한다.

그의 상징인 황금망치는 절호조의 마력을 뿜어내며 최대급 일격을 가하려 하고 있다.

“얕보지 마라, 시건방진 것들아!!”

그때였다. 게오브릭이 방패를 내던지고 온 힘으로 망치를 휘둘렀다. 황금철의 망치와 게오브릭의 망치가 부딪치고, 다음 순간, 황금 망치가 산산이 부서진다.

“주제를 알아라, 천한 것!”

다음 순간, 휘둘러진 망치가 황금철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바닥을 구르며 나가떨어지는 황금철.

“후우…!”

황금철의 필살일격을 맞받아치기 위해 하유리와 황연하, 이용완의 공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배기사 게오브릭은 스스로 회복하며 오연하게 서 있다.

게오브릭은 주변을 힐끗 살폈다. 전황이 결코 좋지 못한다.

최초의 신벌 <대지분쇄>로 압살시켰을 터인 구멍에서조차 시체들이 짐승이 되어 기어오르고 있다.

만약 이 일대의 모든 야만족들이 짐승화가 가능하다면 일개 기사단만으로 감내할 수 없으리라.

‘하다못해 이 몸을 불살라서라도 생존자를 왕도로 보내겠다!’

게오브릭이 옥쇄의 각오를 다지고, 그런 그에게 수십 마리의 짐승들이 달려들던 그때.

“라이온 하트에…! 영광 있으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황금색의 기사. 거대한 철웅과 멧돼지를 단숨에 성창으로 찍어누른 페가수스 라이더.

이 전장에 자신 말고도 페가수스의 주인이 있었단 말인가? 게오브릭이 자연스럽게 그를 보았다.

“다, 당신은 누구요?”

그의 물음에 금색의 남자가 대답했다.

“짐이야말로 사자심왕. 성배의 수호자이며 만신전의 대리인.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이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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