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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2

62화 성배기사 게오브릭(3)

다급히 달리는 동안 레온은 여왕과 생도들에게 ‘짐승신을 섬기는 야만족’들에 대해 설명했다.

“쥐새끼 같은 것들이다. 수시로 토벌하며 그 숫자를 줄여놔도 어디에선가 새끼를 치고 번식하지.”

하리는 그것이 주기적으로 북방 이민족 토벌에 나섰던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저, 그래도… 피부를 벗겨 죽이거나 어린아이까지 죽이는 건…….”

“왕국과 그 기사들은 비효율적인 짓을 좋아하는 바보들이 아니다. 피부를 벗겨 죽인 건 각인 때문이다.”

“각인이요?”

레온은 웬 조각 따위를 하리에게 던졌다. 말을 내달리는 와중 그것을 겨우 캐치한 그녀는 물컹거리는 묘한 감촉에 캬아악! 하고 소스라쳤다.

“사, 사람 피부?!”

“가죽을 벗겨버린 것들이 즐비했거늘 어찌 그것을 보고 놀라느냐.”

“으으…….”

중세 사람이라 그런지 현대인의 섬세함이 없다. 하리는 한 손으로 가죽을 펼치며 그것에 새겨진 각인을 발견했다.

“이, 이게 뭐기에…….”

“짐승신에게 자신을 바친다는 맹세다. 이 각인을 새기고 그 힘을 남용하는 순간부터 서서히 영혼을 침식당하는 것이지.”

“그, 그럴 수가…….”

“저것들은 도시에 잠입한다. 강인한 힘과 능력으로 몽매한 백성들을 현혹하지. 끝내 잠식당한 영혼은 짐승신의 종복이 되는 것이야.”

따라서 해결법은 오직 박멸뿐. 그들이 악마는 아니지만, 악마와 진배 없는 악신의 추종자들이니.

“명심해라. 너희들의 평화로운 상식과 물렁한 인권 같은 건 이 혹독한 싸움에 쓸모가 없다. 필요한 건 오직 진리와 절대적 정의뿐이니.”

“…….”

생도들은 침묵하며 레온의 말을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웬 미친놈인가 싶어도 이 남자가 주장하는 건 대개 사리에 맞았으니.

“미, 믿고 있었다구 젠자앙…….”

김재혁이 어색하게 드립을 치자 천소연이 칼집으로 정수리를 내리쳤다.

“억…! 왜 때려!”

“좀 진지해져.”

달리는 말의 고삐를 잡는 것도 벅찬 와중이다. 레온을 이끌고 선두를 달리던 왕국기사 토스카타 벤델릭 경이 외쳤다.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하리와 생도들은 기함을 삼켰다.

아비규환이다.

기사와 병사, 괴물들이 한데 얽혀 끔찍한 난전을 펼치고 있다.

“뭐, 뭐지?”

“불새길드와 황금사자 길드원들도 있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태반이 이미 짐승화한 야만전사들과 각인에 의해 짐승신의 주술사에게 조종받는 헌터들.

고립된 기사들과 병사들이 항전하고 있지만, 파도에 휩쓸리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이, 이 삿된 짐승들이 기어코!”

“지금 당장 돌격해야 합니다!”

고작 열 명 남짓의 기사들이 부아에 치밀어 분노했다.

“기다려라. 여기서부터 무작정 치고 들어가는 건 옳지 못함이야.”

“하지만 그럼 어떻게…….”

“기다려라.”

레온은 말에 내렸다. 먼저 전황을 살피며 게오브릭을 찾았다.

게오브릭은 저 혼잡한 전장에서도 누구보다도 눈에 띄었다. 묵직한 거갑의 녹색기사. 그가 한국의 S급 헌터들과 짐승화한 괴물들에게 협공당하고 있다.

본래라면 저들은 게오브릭의 상대가 아니다.

먼저 성배기사의 성법 앞에서 짐승신의 잠식은 손쉽게 풀리며, 시체 또한 즉사한 순간 각인을 소멸시킨다.

라이온하트 왕국 주변에 그토록 많은 사교도 야만인들이 있었음에도 그들이 정기적으로 청소된 건 성배기사를 필두로 한 개념강제의 성법이 있는 탓이다.

하지만 짐승의 각인에 의한 조종도, 부활도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게오브릭의 성법에 문제가 생겼음이다.

“하다못해 그녀를 소환할 수 있었다면…….”

레온은 이 국면에서 대활약할 수 있는 ‘신수’를 알았다. 하지만 그 위대한 존체를 소환하기에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라이온하트. 나의 기사여.]

그때였다. 레온의 귓가에 여신의 음성이 들린 것은.

“아리아나시여?”

빛과 정의의 여신 아리아나. 그녀가 직접 레온의 귓가에 목소리를 전달했음이다.

[네 여신이 데메라를 대신해 전하노라. 가서 우리들이 거두지 못한 영혼들을 거두라. 만신전에 충성을 바쳤던 방랑하는 영혼들을.]

“기꺼이 받들겠나이다.”

당연한 것이다. 여신은 레온의 행동을 굳이 명할 필요도 없다. 여신은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선왕의 고삐를 스탈리온에게 매거라. 그 고삐에는 오래된 혈통을 각성시키는 힘이 있다.]

“아르헨 마제스티 선왕의 고삐에 말입니까?”

레온은 곧장 아공간에서 선물 받았던 보물을 꺼냈다.

아르헨 마제스티 라이온하트. 레온의 선왕인 그가 남긴 고삐는 어떤 사나운 환수도 길들인다는 전설의 고삐.

레온은 이 보물을 선왕의 장례식장에서 함께 불태웠다. 그가 말을 타고 낙원의 초원을 달리기를 빌며.

그렇게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나 다시 제 손으로 돌아온 고삐는 여신의 명에 따라 스탈리온에 감겼다.

-푸르륵!

스탈리온… 그녀는 맹우의 손길을 기꺼이 받아들며 고삐를 둘렀고,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 이건…!”

기사들을 비롯해 여왕과 생도들까지 놀란 눈을 했다. 스탈리온에게서 날개가 돋아난 것이다!

이 모습에는 레온조차 놀랐을 정도다.

“스탈리온…! 네가 천마의 혈통을 이었다고는 들었지만…….”

스탈리온은 신수로 구분되는 말이다. 오직 위대한 혈통과 고귀한 존재만을 그 등에 업는, 왕을 위한 혈통.

그 오랜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페가수스의 혈통도 있다곤 들었지만, 설마 그 혈통을 각성할 줄이야.

레온의 대에서는 거진 혈통이 끊겼을뿐더러 격 낮은 말들과는 교배조차 되지 않는 고귀한 혈통이다.

“이토록 대단한 보물을 기꺼이 내주시다니…….”

이 고삐가 오래된 혈통마저 각성시키는 보물이라면… 다른 짐승들에게도 비슷한 일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퇴화한 드레이크를 용으로 회귀시키는 것도 가능할지 모르지.

“마, 말에 날개가 생겼다…….”

그 경천동지할 각성에 놀라 자빠진 생도들. 레온은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기사들과 함께 이곳에서 대기해라.”

“예? 어, 어째서죠?”

“성배의 수호자시여! 저희들보고 명예로운 전투를 포기하라는 것입니까!”

이 말에는 생도들과 기사들 모두 반발했다. 마치 레온 혼자서만 저 아비규환 속에 몸을 던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 포위된 지형을 열명도 안 되는 기마로 돌파할 순 없는 법이다. 너희들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니.”

“그, 그럼 폐하께서는 혼자서 저곳에 뛰어드실 생각이세요?”

“혼자가 아니죠.”

나선 것은 베아트리체 여왕이다. 그녀는 면사포로 가려진 미소를 드리우며 손을 내밀었다.

“도와주어 고맙소.”

“그것이 제 의무인 걸요.”

레온은 여왕의 손을 붙잡고 천마가 된 스탈리온에 탑승했다.

“너희들의 모범이 여기 있으니. 오늘은 너희들이 추구해야 할 영광의 정점을 목도하라.”

레온이 고삐를 쥐었고, 이에 스탈리온이 하늘로 비상했다.

* * * *

게오브릭을 향해 가는 길은 험난했다.

흑수리의 각인을 새기고 짐승화한 거대 수리떼들이 스탈리온의 접근을 막아선 탓이다.

“더러운 짐승들이다. 스탈리온, 고작 저런 것들에게 발목이 묶이진 않겠지?”

“크르…!”

레온의 장난기 섞인 도발에 으르렁거림으로 응수하는 스탈리온

생전 처음으로 비행해보는 스탈리온이었지만, 이 고귀한 짐승은 금방 비행에 익숙해졌다.

-까악!

달려드는 거대한 수리들. 마찬가지로 이제 막 짐승화되어 비행에 익숙하지 않은 괴조들이다.

그것들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고, 숫자와 질량으로 스탈리온을 압도하려 들었다.

그러나 날갯짓과 동시에 형성되는 보이지 않는 벽. 수리들은 스탈리온의 속도를 늦추는 것조차 불가했다.

-콰득!

부딪치는 순간 육편이 찢어지고 충격에 혼절한다. 스탈리온은 단숨에 수리의 무리를 돌파하며 활공을 이어나갔다.

-까악!

-까악!

순식간에 돌파당한 수리들이 짜증스러운 곡조를 터뜨리며 추적했다. 레온의 등 뒤에서 베아트리체가 웃는다.

“실례.”

그 순간, 허공에 미려한 손길이 흐른다. 마력운용에 자신이 있는 자라면 그 아름다운 손길에 응축된 웅대한 마력을 보고 경악했을 것이다.

-쿠와아아아!

쏟아지는 검은 마력화살. 아니, 화살이라기보단 스페이스 오페라의 빔포에 가까운 물건이다.

추정 마력 A급의 광선마법. 마탑의 고위 마도사라도 캐스팅 시간이 필요한 그것을 손짓만으로 형성한다.

-카악?

베아트리체의 가벼운 손짓에 하늘의 얼룩들이 씻겨져 나간다. 그러는 사이, 스탈리온은 게오브릭의 상공까지 도착했다.

“잠시 고삐를 잡고 계시오. 지상을 정리해야겠네.”

“신수께서 저를 받아주신다면 말이죠.”

“푸히힉!”

스탈리온은 레온이 아닌 자의 손길에 경기를 일으켰지만, 그래도 그 손길에서 느껴지는 고귀함에 곧장 잦아들었다.

그렇게.

레온이 천마에서 뛰어내리고.

“다, 당신은 누구요?”

“짐이야말로 사자심왕. 성배의 수호자이며 만신전의 대리인.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이다.”

게오브릭의 질문에 응했다.

* * * *

게오브릭은 느닷없이 등장한 레온에게서 놀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사자심왕이라니… 경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신을 섬기는 자가 참칭하는 것은 중대한──”

“지금은 가타부타를 따질 때가 아니다, 데메라의 성배기사여. 먼저 이 난국을 돌파해야 함이다.”

“……동의하오. 하지만 어찌?”

성법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형세는 완전히 넘어갔다. 그런 상황에서 어찌?

“먼저… 저 한심한 작자들의 연결부터 끊어야겠구나.”

레온은 두 사람을 둘러싼 S급 헌터들을 보았다. 공략대 인원까지 하면 족히 100명이 넘는 자들이다.

그들은 아직 짐승의 이성을 가졌을 뿐, 육체변이까진 가지 않았다. 태어날 때부터 짐승신에게 바쳐지는 야만족들과 달리 타고난 저항력과 짧은 기간 때문이겠지.

“짐은 사자심왕. 그대들을 낙원으로 이끌기 위해 찾아왔다.”

순간, 게오브릭은 레온이 꺼낸 성물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 성배가 어찌 이곳에!”

대를 이어 사자심왕에게 전해지는 성물이자 그들이 수호자라 불리는 이유.

그 성스러운 기운의 물건은 결코 모조품이 아니다.

성배가 스스로 빛난다.

성수가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하늘이 거기에 응답한다.

칙칙한 마른 하늘이 순식간에 개어지며 천둥번개가 요동쳤다.

-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동요하는 병사들. 그들뿐이 아니다. 짐승화한 악신의 종복들도 흔들리는 하늘에 두려움을 가졌다.

바로 그 순간.

성수가 증발하며 하늘 위의 구름과 맞닿는다.

하늘을 중심으로 황금빛이 거대한 반원을 이루는 것이다.

대성법 <광휘(光輝)>

오직 성배 수호자들에게만 허락된 신성한 보호막.

수백 년 영광과 명예로운 삶을 산 성배기사들조차 해낼 수 없는 기적이 지금 이 자리에 현현한다.

“사, 상처가 나았어?”

“이럴 수가… 팔이 잘렸는데…….”

성배에 의한 초대규모 회복. 본래 있던 기능이 더욱 강화되고 더욱 거대하게 확장됐다.

그 효과는 실로 기적 그 자체. 부상으로 죽어가던 수천 병사와 기사들이 누구 하나 남김없이 치유하고 재생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키에에에에엑!”

짐승들이 울부짖는다. 빛의 장막에 노출된 짐승들이 타오르는 피부에 고통스러워하며 뒹굴었다.

이미 짐승화하며 악신의 권능을 새긴 짐승들조차 그 정도. 아직 짐승화를 하지 않은 전사들은 피부가 타오르며 발화했다.

여기저기서 사람이 타오르며 재가 되어가는 과정이 반복된다.

“으, 으윽… 뭐, 뭐야?”

“아, 아파… 너무, 아프다고…….”

그리고 각인이 타오르면서 세뇌가 풀린 헌터들은 저마다 고통을 호소했다.

각인을 새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정도로 끝났지만, 한순간에 힘이 빠져나가면서 무력해진 그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적을 목도했다.

“아아…….”

“저게, 저게 대체…….”

신의 기적.

신들을 대리하는 수호자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기운을 받아내며 그 주변으로 쓰러졌던 기사가, 병사가 일어선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찬란한 광휘. 그의 숨결에서조차 넘쳐나는 신성한 기운. 기사들과 게오브릭은 깨달았다.

저것이야말로 자신이 망각하고 있던 진짜 성력이라는 것을.

어째서 몰랐을까?

어째서 눈치채지 못했단 말인가?

법칙을 강제하는 성법 사용자.

그 위대한 힘이 신들이 일으키는 기적이란 것을. 그리고──

“성력이다…….”

게오브릭은 레온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진정한 성력을 느꼈다.

[내 아가. 잃어버린 나의 기사.]

“데메라시여?”

[가서 기사들의 왕을 도우라.]

더이상 의문은 없다. 게오브릭은 망치를 들었고 방패를 고쳐 세웠다.

수많은 의문이 있을진대, 그는 그 모든 것을 흘러내렸다.

“성배의 수호자시여. 함께하겠습니다.”

“같은 전장에 서게 되어 기쁘네, 게오브릭 경.”

그때였다. 광휘의 장막 안에서 고통에 비명 지르던 짐승들이 파도처럼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기 시작했다.

-콰득! 콰드득!

짐승신에게 바쳐진 영혼들. 그 육신마저 뒤틀려 있던 ‘사람이었던 것’이 이제는 서로의 피륙과 얽히기 시작한다.

“위대한 철웅이시여. 당신의 노예들을 바치나이다!”

그 끝에 부족연합의 주술사 힐디르가 있었다.

아름다웠던 미모는 온데간데없이 장막에 의해 녹아내린 피부는 끔찍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악신의 의지를 대행하는 만큼, 대성법의 기적 속에서도 생존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힐디르는 여기서 물러날 수 없음을 알았다. 영혼이 묶인 게오브릭과 달리 저것은 진짜 성배기사다.

성법을 강제하는 존재. 죽여도 죽지 않는 악마들이나 육신은 껍데기에 불과한 악신의 주술사조차 ‘소멸’시키는 성법 사용자.

개개인의 짐승들로는 어찌할 수 없다. 아깝지만 영혼 그 자체를 소진하더라도 게이트 내의 모든 신도들을 제물로 바칠 수밖에.

[크르아아아아…! 라이온하트……!!]

그렇게 일만이 넘는 산제물을 한데 얽힌 덕에 화신체가 형성될 수 있었다.

족히 50m를 넘어가는 화신체에 빙의된 것은 가장 거대한 짐승신. 철웅(鐵熊).

남은 찌꺼기들은 수리와 마저의 짐승들. 그 숫자조차 만만치 않다.

“호오, 화신체인가. 일전, 백랑과 마저의 화신체를 부순 적이 있었지.”

짐승신들. 악마들이 도사릴 때, 오크들과 함께 날뛰며 세상을 파멸로 이끌어간 족속들이다.

그 악신들은 악마들을 지원하기 위해 몇 번이고 화신체를 소환했으나 레온은 그 모든 것을 홀로 격파했다. 지금이라면──

‘기사단의 지원도 있다. 성배기사급도 짐을 포함해 셋.’

세상의 종말 속에서 온갖 풍파와 거악에 맞선 그가 성검을 들었다.

“들어라, 나의 형제자매들이여! 영광의 기사들과 충성스러운 병사들이여! 역겨운 이단들을 벌할 때가 왔다!”

레온이 내달렸다. 말도 없이 그저 맨몸으로 지면을 주파했으나 그 속도는 결코 말에 뒤지지 않는다.

“함께하겠소, 사자심왕이시여!”

이를 따르는 게오브릭. 그는 거구의 갑주를 입었음에도 레온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성배기사를 따르라!”

“신들의 대리인을 따르라!”

보란듯이 돌격하는 기사들을 보며 천마를 타고 하늘을 활공하는 베아트리체가 미소 지었다.

“제가 길을 열지요.”

그녀가 손짓했다.

“마술에 이치에 따라 내가 온 세상의 마력에 명한다.”

대마도 <마력순환>

이 게이트 안에 끔찍할 정도로 충만한 마력이 그녀 손에 의해 다시 짜올려진다.

마술의 기본은 이치와 그 이치를 응용하는 것이다.

성력이 법칙을 개변하는 기적이라면, 마술은 법칙을 이용하는 현상.

그 위계를 따지자면 마술의 열등함을 인정하는 바이지만, 기적이 있다 하여 어찌 학문을 도외시하겠는가.

“성법으로 개념강제는 못하지만…….”

베아트리체 알리기에리 스페로.

스페로 왕국의 마술사 여왕이자 수십 년을 악들과 싸워오며 왕국을 수호한 자.

그녀는 세계의 정점에 있던 마술사 여왕이다.

대마도 <멸리사안(滅理死眼)>

쏟아지는 검은 광선들이 하늘의 검은 얼룩을 지워낸다. 하나하나가 A급의 마도가 수십. 이것만으로 인간 단일개체 정점의 화력이다.

허나, 여왕의 마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마도 <번광천벌(燔光天罰)>

레온의 성배에 의해 황금색으로 물든 하늘에서 벼락이 요동친다. 인위적으로 벼락을 생성하고 자연의 힘을 끌어내리는 대마도.

쏟아지는 벼락들이 돌진하던 멧돼지들을 한줌의 재로 변모시킨다.

“미, 미친…!”

이를 지켜보던 헌터들이 경악으로 파르르 떨었다.

하늘이 울리고, 공간이 요동친다. 마술사 여왕의 상식을 벗어난 마법이 거대한 빛을 일으키고 폭풍을 자아냈으며 벼락을 떨어뜨렸다.

그녀의 마술은 마술이라기보단 천재지변에 가깝다.

-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며 씻겨나가는 얼룩. 하늘에 즐비했던 수리와 지상을 달리던 마저의 무리가 삽시간에 정리된다.

그리하여 휑하니 뚫린 길로, 두 기사가 철웅을 향한다. 하지만 상대는 50m 크기의 철웅. 이는 성법이 개입해야 함이다.

대성법 <대지의 창>

게오브릭이 바란 기도에 지상을 지배하는 여신이 응한다.

땅을 분쇄했던 그때처럼, 반대로 대지를 날카로운 창으로 변모시켜 철웅을 꿰뚫는다.

[크우어?!]

관통되진 않았으나 수천 톤의 질량충격 앞에 기우뚱거리는 철웅. 하지만 창은 비단 무기로 쏘아진 것이 아니었다.

지상을 주파하던 레온이 그대로 성법으로 치켜 올라간 대지의 창을 지면 삼아 내달린다. 그가 충분히 거리를 좁히고 휘황하게 빛나는 성검을 쥔 순간.

[라이온하트… 또 네놈이!!]

“그 역겨운 입 닥치지 못할까, 짐승 새끼가!!”

레온의 성검이 번뜩이며 철웅의 목에 박혔다. 제아무리 견고한 강철의 곰이라도 휘황의 성검은 무른 가죽을 꿰뚫듯 손쉽게 박혔다.

[크아아아…!]

하지만 얕다. 화신체의 크기가 보통 큰게 아닌 탓이다. 하지만 레온은 더 무리하지 않고 철웅에게서 몸을 박차 자리를 피했다. ‘그들’을 믿었기에.

-다그닥다그닥!

수백 기마가 돌진한다.

대각선으로 솟구친 대지의 창조차 왕국기사들에게는 장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금이 간 철웅의 목. 랜스를 쥔 기사들이 일제히 달려든다.

“우리들 나이츠 오브 렐름!”

“영광스러운 신의 왕국을 수호하는 방패이자 사악한 육신을 관통하는 창이 되리니!”

“”악이여, 멸할 지어다!!””

성배 수호자와 성배기사… 그 둘의 수많은 가호들을 받고서 일개 인간의 몸으로 기적을 일으킨다.

군단성법 <쐐기 돌격>.

순간의 돌파력이 극에 달한다.

-꽈아아아앙!!

일인당 일격. 낭떠러지에서 추락하는 한이 있더라도 단 한 번의 돌격을 위해 몸을 내던지는 기사들.

[이, 이 버러지들이 감히!]

깎여나가고 관통되고, 부서진 철웅의 머리통이 너덜너덜하다.

하지만 상대는 신의 화신체. 200명의 기사들이 들이박았음에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너희 대지의 은혜를 알라.”

아직 한 명.

기사들의 돌격을 틈타 철웅의 정수리 위로 올라탄 망치기사.

“역겨운 죄악과 무지를 피와 고통의 비명으로 정화하라.”

생명과 풍요의 성배기사.

“너희들의 더러운 육신은 죽어서도 안정을 찾지 못하리니.”

몽트리올의 괴력기사.

그의 망치가 들리며 태양을 가린다.

“하다못해 죽어 대지의 비료가 되어라, 역겨운 이단들아.”

신벌 <대지분쇄>.

망치가 철웅의 정수리에 내리쳤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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