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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33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편을 다 보시지 않았다면 후기를 보시기를 권하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SirLogan입니다. 한글로는 서로건이라고 합니다.

오늘, 621화이자 587일간의 여정이 끝났습니다. 다른 사이트에서 공모전 이전까지 연재하던 것까지 계산한다면 677일이겠지만요.

어떤 쪽으로 계산하던, 적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만은 확실할 겁니다.

긴 여정이었던 만큼 제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어버린 이름입니다.

악신에게서 살아남기.

과거에는 망겜에서 살아남기였던 소설입니다.

제게 있어서는 과분한 사랑을 받은, 제 부족함과 더 나아갈 방향을 되새기는 여정이기도 했던 소설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들께는 어땠을지 모르겠습니다.

즐거우셨을까요?

아니면 아쉬우셨을까요?

어느 쪽이실지는 모르겠지만, 즐거운 여정이었으면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뭐든지 즐거운 게 제일이니까요.

제 이야기를 해보자면, 저 역시 즐겁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거의 2년간, 매일 같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컴퓨터 앞에서 이야기를 골몰했었죠.

괴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강박처럼 시달리던 시기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제일 큰 건 즐거움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제가 아주 뛰어난 이야기꾼은 아니더라도 천성상 이야기꾼이 체질에 맞다는 걸 깨달은 시간이기도 하네요.

적어도 전작을 연재할 때 느꼈던 아쉬움을, 이번에는 안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지만….

제가 영 재주가 좋은 편이 아니라 고배를 마시기도 하고,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다짐은 먼 미래로 옮겨야 하겠죠.

당장은 차기작에서는 더 잘해야지,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

아무튼, 제 이야기는 그만하고 작품 이야기로 넘어가자면.

전작을 완결 내고 거의 2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악신살은 그런 전작인 하드코어 게임 속 PvP 고인물을 완결하고 얼마 지나지 않고부터 구상했습니다.

당시에 처음 악신에게서 살아남기를 구상할 때, 저는 하드코어 게임 속 PvP 고인물에서 실패한 부분을 최대한 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경박하고 종종 악하게도 보이는 주인공 대신 고결하고 선하며 진지한 주인공을 구상했습니다.

그게 실패가 되기야 했지만, 뭐든지 경험인 법이죠. 다음에는 더 나으리란 걸 믿기에 후회는 하지만 되돌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을 정하고 나면 남은 건 엔딩과 전개였습니다. 전작을 성공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성적으로 끝낸 이상, 이번에는 안전하게 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악신에게서 살아남기가 탄생했습니다.

기본기와 기술에 충실한 주인공이, 존윅처럼 적을 도륙하는 것을 중점으로 삼아 다크 판타지에서 구원을 바라는 소설.

거기에 제가 자신 있는 겜빙의를 택했습니다.

제가 제 평생을 게이머였던 만큼 겜빙의의 모티프를 만들거나 아예 새로 짜내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제 삶의 전반은 CRPG로 이뤄져 있고, 이 세상에는 무수하게 많은 CRPG 명작들이 있으니까요.

CRPG가 아니더라도 영감을 준 게임은 많았는데, 그중 하나는 모드 게임이었습니다.

적대하는 존재가 법칙 그 자체라는 설정은 거기서 기인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막강하다 못해 대적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거대함에 대적하는 이야기라는 기틀은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2에서 기인했죠.

하지만 결말에 있어서는 순전히 창작이었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짤 때부터 완결만은 확고부동하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신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 거대함에 비하자면 인간은 한미합니다.

허나 신이라면 어떨까요?

신과 신을 싸움 붙이는 건, 사람다운 꾀가 엿보이면서도 괜찮은 장면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악신에게서 살아남기는 그런 결말과 주인공의 진중함, 베테랑스러움만을 가지고 출발한 셈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쓰는 과정에 기대되고, 결말부에 이르러서 여러분들의 반응을 보는 게 즐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긴 시간 준비한 선물을 풀어보는 걸 몰래카메라에 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과정이 쉽지 않기야 했지만, 이제 와서 보자면 모두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습니다.

전작의 경험이 있는 만큼 쓰는 게 크게 고통스럽지는 않았던 덕도 있겠지만요.

*

물론, 제일 큰 도움이 된 건 독자 여러분들이었습니다.

저는 항상 이야기를 쓸 때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 시냅스에서 잠깐 빛나고 사라질 번뜩임이 이야기가 되고, 다른 분들에게 온갖 감정을 불어넣을 수 있는 건, 분명 봐주시는 독자분들 덕분이라고요.

소설은 독자가 있어야 생명을 얻습니다. 비록 관련 분야로 수학한 적 없는 저라고는 하지만 그것만은 알고 있었습니다.

제 이야기가 시작이라도 할 수 있었던 건, 반대로 제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시는 독자님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항상 겸손하고자 했습니다.

그 겸손이, 저를 흔하디흔한 연중 작가가 아닌 가구장인 소리를 듣게 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완결이 났습니다.

긴 여정이었고, 때로는 힘든 여정이었지만 어쨌든 산봉우리에 올랐습니다.

남은 건 내려가는 것뿐이니, 이제 당당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봅시다.


           


Surviving the Evil Gods

Surviving the Evil Gods

악신에게서 살아남기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t’s been 12 years since I transmigrated into my favorite game. There are too many evil spirits in this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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