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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6

65. 약혼관계 – 사냥 이벤트

“레나 잠깐! 가지 말고 기다려.”

“우와! 이거 내가 발견한 거다. 내려가서 확인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레오는 발자국을 보고 흥분한 레나를 말렸다. 여기까지는 지금껏 있었던 일들과 동일했고, 여기서 레오는 항상 사냥팀에 보고해 노구화호를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선택지를 골랐다.

“그래. 내려가 보자. 그런데 레나, 사실 할 말이 있어. 나 밑에 뭐가 있는지 알아.”

그는 잠시 레나를 앉히고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뭐어? 보리스 할아버지가 한 말을 믿어? 야. 그 할아버지 치매 걸렸어. 맨날 술주정이나 부리면서 허풍이나 떨고.”

레나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나르 부족에 있는 ‘보리스 아이나르’라는 할아버지는 오래전에 전사였다. 나이가 들어 더는 사냥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전사 딱지는 사라졌지만, 매번 자기도 사냥에 참여하고 싶다고 억지를 부리는 노인이었다.

그는 술을 퍼먹고 왕년의 솜씨를 보여준다며 난동을 부리기 일쑤여서 부족의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였다.

레오가 말했다.

“아무튼, 들어봐. 보리스 할아버지 말로는 저쪽 계곡에서는 여우 괴물이 계속 생겨난대. 지금 이 발자국을 보니까 그 여우가 맞는 것 같아. 살짝 확인해보고… 우리 둘이서 잡아보는 건 어떨까?”

“괴물이라고? 그럼… 마수를 말하는 것 아니야? 아빠 말로는 마수는 한둘이서는 못 잡는다던데?”

“그럴까 봐 준비한 게 있어. 내가 챙겨온 게 있는데 이따 캠프에 가서 보여줄게.”

“이미 봤어. 뭘 무겁게 짊어지고 오나 했더니 웬 쇠꼬챙이들이 잔뜩 들어있던데?”

“…그걸 네 맘대로 뒤져보면 어떻게 해.”

“뭐 어때. 아무튼, 그 꼬챙이들이 네가 준비한 거라는 거지? 어쩐지 대장간을 계속 왔다 갔다 하더라니.”

레나는 “참나.” 추임새를 붙이고는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너 그 꼬챙이들은 다 어떻게 구한 거야? 산 것은 아닐테고… 설마 너?”

“왜?”

“너희 아빠 돈 훔쳤구나!”

“아니야! 안 훔쳤어.”

“그럼 그것들을 네가 어떻게 샀어? 엄청 비쌌을 텐데.”

“산 것 아니야. 빌린 거야. 쓰고 나면 돌려드려야 해. 철은 녹이면 되니까. 그리고 꼬챙이 만드는 걸 도와드려서 싸게 구했어.”

그의 변명을 들은 레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 레오, 너는 진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남의 말을 너무 잘 믿는 건지, 멍청한 건지… 믿을 사람이 없어서 보리스 할아버지 말을 믿고 그 난리를 쳤어? 여우가 없었으면 어쩌려고.”

내가 이 엉뚱이한테 멍청하다는 말을 듣다니.

레오는 어이가 없었다.

“어쨌든 여우가 진짜로 있잖아. 일단 내려가서 확인해보고 생각하자. 같이 잡을 거지?”

“흐음… 위험할 텐데. 진짜 마수면 그냥 사냥팀에 알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레오는 그녀를 다시 살살 꼬드겼다.

첫 사냥을 나와서 마수를 잡으면 분명 전설적인 전사로 추앙받을 거라는 둥, 데호르만 아저씨가 많이 칭찬해주실 거라는 둥, 둘이서만 잡으면 사냥감 분배율이 크다는 둥…

레나는 솔깃, 귀를 움찔거리더니 기어이 꼬임에 넘어갔다.

“그래. 일단 가서 구경이나 해보자.”

“잘 생각했어. 그런데 조심해야 해. 절대 들키면 안 돼.”

“걱정하지 마.”

걱정이 된다.

레오는 레나에게 몇 번이나 더 잔소리하고 계곡을 내려갔다.

이건 큰 모험이었다. 노구화호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성인 남성 스무 명에 달하는 덩치에 재빠른 몸놀림. 잡다가 죽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전쟁에 나가면 무조건 죽는다.

물론 소드마스터의 손에 죽는다면 검술 실력이 늘 확률이 높지만, 확실하지도 않은 데다가 전에 했던 실패를 똑같이 반복하는 것은 낭비였다.

더 알아낼 것도 없고, 전쟁에 나가봐야 레나를 공주로 만들지도 못한다. 레나는 기사가 될 길이 열리면 결혼하자며 고백해왔다.

그러니 무슨 짓을 해서라도 이 {사냥} 이벤트에 성공해야 했다. 그래야 전쟁에 나가지 않을 명분이 생긴다.

레나와 레오는 조심조심, 쌓인 눈을 소리가 나지 않게 서서히 즈려밟으며 걸었다.

여우굴의 위치를 알고 있었으므로 찾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레오가 손을 들어 레나를 멈춰 세우고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그리고 멀리 계곡 아래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눈보다 더 새하얀, 거대한 여우가 제 덩치에 비해 좁게 뚫린 굴 앞에서 한가로이 털을 고르고 있었다.

네 번째로 만나는 ‘노구화호’다.

레나는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떠 놀람을 표시했다. 그러곤 손가락으로 자신과 레오를 빠르게 번갈아 가리키면서 입 모양만으로 말했다.

– 야! 저걸 우리가 어떻게 잡아.

레오도 손을 저으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 일단 돌아가자. 돌아가.

두 사람은 전보다 더 조용하게 왔던 길을 되돌아왔다.

계곡을 다 넘어 충분히 멀어졌을 때, 레나가 크게 숨을 뱉으며 말했다.

“야! 저걸 우리 둘이서 어떻게 잡아? 사냥팀에 알리자.”

“아니야. 잡을 수 있어.”

“뭐어? 레오, 정신 차려. 저건 위험해.”

레오는 자신의 계획을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지난 소꿉친구 시나리오의 사냥꾼 아버지께 들었던 힌트를 바탕으로 세워둔 계획이었다.

레나는 미심쩍다는 듯 물었다.

“그것도 보리스 할아버지한테 들은 거야? 진짜 여우가 그렇게 움직인다고?”

“책에서 읽은 거야. 우리 집에 책 많이 있는 거 알지?”

노엘 덱스터는 은퇴 이후 책을 많이 읽어서, 그의 서재에는 꽤 많은 책이 쌓여 있었다. 그는 그가 받는 연금 대부분을 책값으로 썼다.

사냥과 관련한 책은 아마 없겠지만, 괜찮다. 레오가 한 거짓말은 대부분 확인이 어려웠다.

책을 읽지 않는 이 레나 아이나르가 아버지께서 매일 시간을 보내는 서재에 들어가 책을 찾아볼 리도 없고, 틈만 나면 허풍을 떠는 보리스 할아버지에게 여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봐도 그의 반응은 뻔했다. 또 허풍을 치겠지.

그렇지 않더라도 술에 취해서 아무 말이나 떠들어대는 사람이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레나는 그의 계획을 듣고도 주저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앞서간다. 그냥 사냥팀에 알려서 잡으면 될 것을… 발견한 공로도 크게 쳐주는데.

그녀는 조금 주눅이 든 목소리로 말했다.

“레오, 그냥 사냥팀에…”

“왜? 무서워서 그래?”

레오가 도발했다.

레나 아이나르는 자존심이 셌다. 카트리나처럼 ‘욱!’하는 성질이 있지는 않지만, 자존심을 건드리면 고집불통이 됐다.

역시나 그녀는 얼굴이 붉어지면서 큰소리쳤다.

“뭐라고! 무섭긴 누가 무섭다는 거야! 내 말은 사냥팀에 알려서 잡는 게 상식적이라는 말…”

“그럼 넌 빠져. 나 혼자 잡을게. 넌 발견한 공로만 있으면 되지?”

그는 레나의 말을 딱 잘랐다.

기분 나쁘라고.

레나는 움찔하더니 눈에 쌍심지를 켰다.

“너 말 그따구로 할래? 좋아! 가자! 미끼 역할은 내가 할게. 누굴 겁쟁이로 알아?”

레오는 회심의 미소를 감추고 “흥! 흥!”거리는 그녀와 함께 사냥 캠프로 돌아왔다.

그는 레나에게 덫 놓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핑계로 데호르만에게 단독행동을 해도 좋겠냐는 허락을 구했다.

데호르만은 딸이 빈번하게 덫을 거꾸로 설치하는 꼴을 봤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그러면서 짓궂은 농담을 던졌다.

“둘이서 노는 건 좋은데 적당히 해라. 숲이라도 들릴 것은 다 들리니까… 크하하하.”

주변에 있던 다른 전사들은 두 사람이 단독행동을 한다는 말에 내심 불만을 품었다가 그의 농을 듣고 푸하하 웃었다.

하긴, 레나는 아직 배울 것이 많다. 앞으로도 계속 사냥에 참여할 테니까, 한 번쯤은 괜찮겠지.

얼굴이 새빨개져서 레오의 천막으로 돌아온 레나가 투덜거렸다.

“우씨. 애 취급이나 하고. 두고 보자.”

그러면서 그녀는 레오의 얼굴을 힐끔 살폈다. 그는 짐을 뒤적이며 쇠꼬챙이를 살피는 데 여념이 없었다.

왠지 김이 샌 레나는 딴생각을 접고(무슨 생각이었을까?) 레오와 함께 노구화호를 잡을 궁리를 했다.

끝이 번지르르하게 갈린 쇠꼬챙이들에서는 쇳가루 냄새가 났다.

* * *

“어- 고기 맛있겠다.”

계곡 아래쪽에 자리 잡은 레나는 일부러 큰 소리로 혼잣말하며 고기를 구웠다. 계곡 위쪽으로 연기와 고기 냄새가 퍼지라고 부채질을 하는 레나, 그녀는 미끼였다.

– 그렇게 큰 여우라면 사람을 사냥감이나 장난감으로 볼 거다.

– 여우는 사냥감에게 조용히 다가가 높이 뛰어오른 뒤, 주둥이부터 땅에 떨어지면서 사냥감을 문다.

레오는 사냥꾼 아버지에게 얻은 힌트를 레나와 공유했다.

그의 말을 들은 레나는 사실 긴가민가했다.

‘정말 여우가 그렇게 움직인다고?’

레오에겐 함께하겠노라 호언장담했지만, 만약을 대비해 아빠에게 슬쩍 물어봤다. 여우의 습성을 알려달라고.

그런데 레오가 한 말은 진짜였다!

그의 계획에 신빙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두말하지 않고 레오를 도왔다.

그리고 지금, 어디선가 거대한 여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레나는 고기를 굽는 데에 집중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지 말라고 했지.’

레오가 신신당부한 것이 있었다. 그는 ‘절대로’ 노구화호의 접근을 눈치챈 척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사냥감이 눈치를 채면 빠르게 접근해서 주둥이로 물거나, 앞다리를 휘저으며 장난을 친다.

레오는 데호르만처럼 노구화호를 맞상대할 능력이 없었다. 그리고 데호르만처럼 ‘언제’ 마지막으로 노구화호가 뛰어오를지 눈치챌 수도 없었다. 그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단 한 번, 확실하게 높이 뛰어오르는 시점이 있었다.

– 여우가 뛰는 까닭은 사냥감에게 들키지 않으려 하는 습성이다.

사냥감이 눈치채지 못했을 때, 그러니까 가장 ‘처음’에 높이 뛰어오른다.

– 여우는 사냥감에게 조용히 다가가 높이 뛰어오른 뒤, 주둥이부터 땅에 떨어지면서 사냥감을 문다.

심지어 떨어지는 형태도 알고 있어서, 레오는 노구화호의 첫 번째 공격에서 최대한의 이득을 볼 생각이었다.

바람도 불지 않는 쾌청한 날씨.

계곡은 소름 끼칠 정도로 조용했고, 멀리서 타닥타닥 고기가 구워지는 소리와 레나의 “맛있겠네. 슬슬 먹어볼까?”하는 혼잣말만 울려 퍼졌다.

그때,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거대한 여우가 뛰어올랐다.

멀찍이서 허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레오가 외쳤다.

“레나! 피해!”

레나는 약속한 대로 레오의 외침을 듣자마자 몸을 펄쩍 옆으로 굴렸다. 몸을 숨기고 있던 레오는 검을 들고 미친 듯이 뛰쳐나갔다.

– 카아악! 캥캥캥!

노구화호가 떨어진, 레나가 서 있던 자리가 “우지끈”하는 나무 파열음을 내며 무너져내렸다.

비명을 지르는 여우의 주둥이와 안착한 두 앞발에는 날카로운 쇠꼬챙이가 박혀있었다.

몇몇 쇠꼬챙이들은 정통으로 밟혔는지 발을 꿰뚫고 삐죽 발등으로 돋아나 있었다.

됐다! 삼 일이나 들여 만든 함정이 정확하게 먹혀들었다.

레나와 레오는 며칠 동안 얼어붙은 땅을 파서 그곳에 가져온 쇠꼬챙이들을 박았다. 그 위를 나뭇가지로 덮은 뒤, 낙엽과 눈을 덮어 위장했다.

노구화호를 맞상대하기 전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방법. 접근을 눈치채지 못한 사냥감을 잡기 위해 높이 뛰어올라 수직으로 낙하한다는 습성을 이용한 것이었다.

노구화호는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운 앞발로 주둥이를 허겁지겁 쓰다듬었다.

그런다고 박힌 쇠꼬챙이가 뽑히는 것은 아니었다.

발과 주둥이에서 뿜어진 피는 그녀의 하얀 입가와 눈으로 덮인 땅바닥을 붉게 적셨다.

“흐아압!”

금세 거리를 좁힌 레오가 기합을 지르며 노구화호에게 달려들었다.

정신을 차리기 전에 다리에 상처를 내야 한다!

마음 같아서는 목이나 심장 부근을 찔러버리고 싶지만, 한 번에 숨통을 끊는 데 실패하면 달아나버릴지도 몰랐다.

레오는 만약을 대비하는 차선책을 택했다. 속도를 늦추지 않고 여우에게 달려든 그는 검을 깊이 박아넣었다.

– 캐앵!

뒷다리 허벅지 부근을 찔린 여우가 펄쩍 뛰며 몸을 굴렸다. 그녀는 허둥지둥, 절룩거리며 달아나려 하는데 그 앞을 레나가 막아섰다.

“야압!”

레나의 검이 노구화호의 뺨을 베고 지나갔다. 주둥이에 박힌 쇠꼬챙이가 스쳐 가는 검에 부닥쳐 “쨍!”하고 울렸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이질적인 고통에 놀라 노구화호는 몸을 다시 굴리더니 뒷다리만으로 일어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원숭이 두 마리.

놀라고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주위에 고작 조그만 영장류 두 마리밖에 없다는 걸 확인한 여우는 성질이 치밀어올랐다.

분노한 노구화호의 콧등이 여러 겹으로 접히며 일그러졌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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