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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6

66화 스트레스 해소 삽화有

레온은 식사를 마치고 제단 앞에서 기도시간을 가졌다.

레온에게 기도시간은 단지 바라는 것을 읊으며 감사를 전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는 신들과 소통하고 직접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의지를 대행하는 대리자.

그의 기도에는 반드시 신들이 응답한다.

[레온, 나의 기사여. 네 여신이 너의 기도를 기다렸다.]

‘아리아나시여.’

레온은 오늘의 보고사항을 올렸다. 정기적인 업무보고에 가까운 행위. 레온은 가장 먼저 그들의 안위를 밀었다.

‘여신이시여. 게오브릭 경과 그들의 용태는 어떻습니까?’

레온이 마지막까지 게이트에 남으며 회수했던 기사와 병사들의 영혼. 그것을 신들이 반겼었다.

무사히 낙원으로 인도됐다면 큰 걱정은 없지만…….

[그들의 영혼이 삿된 것들에 의해 오염되었더구나. 신들이 직접 그 영혼을 정화하고 차례차례 낙원으로 인도하고 있다.]

‘다행입니다.’

레온이 안도의 한숨을 쉬자 여신이 말했다.

[내 기사야. 최근 기운이 없어 보이는구나.]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조금 지쳤을 뿐이지요.’

[네 여신은 레온 네가 무척이나 걱정되는구나. 너는 너무 오래 봉사했고, 너무 오랫동안 싸워왔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세상 천지 어디에 그와 같은 싸움을 마땅히 할 일이라더냐. 네 여신은 부채감으로 가득하여 무겁기 짝이 없구나.]

레온은 아리아나의 걱정에 기꺼워하면서도 여신의 근심을 덜어 드리기 위해 가볍게 물었다.

‘다른 신들께서도 그러십니까?’

[흥, 그 섬세함이라곤 없는 전쟁은 네가 더 명성을 펼치길 바란다. 최근에는 철이 개입 중인 일에도 관여하는 모양이더구나.]

‘소일거리라도 생기신 듯하여 안심이 되는군요.’

[그러고 보면 꿈이 너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더구나. 이는 그 신관장을 통해 전해야만 한다지.]

레온은 꿈과 죽음의 신성 플르가 어떤 방식으로 전할지 알 것 같았다.

플르가 그저 전언을 전할 뿐이라면, 레온에게 직접 전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것이 예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플르는 죽음과 저승을 관장하는 여신이기도 하지만, 꿈에 개입해 예언을 하고 단편적인 미래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것은 보통 제 신관장을 통해 전해졌으니 그 예언을 역대 사자심왕은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조만간 큰일이 있겠군요.’

[내 기사의 피로가 극에 달했거늘, 더욱 짐을 짊어지게 하는 것 같아 네 여신의 마음이 무거우니라.]

여신은 한동안 만신전의 신들을 대신해 전언을 전했다. 그러다 아리아나가 말했다.

[내 기사여, 네 봉사가 신들을 기쁘게 하나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걱정이 많다.]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피로를 풀고 오락을 즐기거라. 너는 200년 동안이나 쉬지 않고 달렸다. 조금은 쉴 때가 되었어.]

‘오락이라…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말이로군요.’

[그래, 이 시대에는 많은 오락거리가 있는 모양이지만, 내 기사가 즐길거리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구나. 하지만 시대와 세계를 불변하고 최고의 오락거리는 같지 않겠느냐.]

‘그런 게 있습니까?’

[여인을 안는 것이다.]

‘…….’

레온은 여신의 말에 대답지 않았다. 정확히는 못 했다.

[네 여신이 보기에 여왕은 괜찮은 짝이다. 그 미모는 ‘사랑’이 보기에도 감탄스럽다더구나.]

‘……여신이시여.’

[그게 아니면 그 붉은머리 소녀는 어떠하냐. ‘전쟁’이 눈독 들이고 있는 아이 말이다. 그만하면 사자심왕의 성은을 입기에 부족함이 없도다.]

‘새파랗게 어린 계집아이입니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본디 인간이란 이성을 안으며 열락을 해소하는 법이다. 이곳에서도 사자심왕의 영광된 이름을 드높이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왕실을 재건해야 하지 않겠느냐.]

레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드물게 여신의 말을 얼버무렸다. 그리고──

“폐하, 폐하! 제가 준비한 게 있사옵──어푸!”

레온에게 뛰어오다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는 하리. 초인적인 신체능력으로 저런 추태라니…… 하는 짓이 참 강가에 내놓은 꼬맹이가 따로 없다.

“쯧쯧. 무슨 일이더냐.”

“제가 폐하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사옵니다! 야피 경의 조언과 도움을 받았지요.”

“…….”

하리가 야피와 모의를 해 무언가를 준비했다. 레온은 문득 이전에 시녀복이랍시고 입고 있던 빅데이터 선정 1위 메이드복을 떠올렸다.

“또 그런 추잡스러운 옷이라면 내 갈기갈기 발가벗겨 온 동네를 물구나무로 서서 돌게 할 것이야.”

“제, 제 존엄성은요?”

“설마 또 그런 옷이라도 준비한 것이냐?”

“아니요! 아니옵니다!”

하리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 * * *

하리가 준비한 것이 있다며 도착한 곳은 웬 게이트였다. 그곳에는 헌터협회의 직원들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폐하.”

김진수 과장을 비롯해 헌터의 공략팀들. 그들은 중무장한 채 레온을 기다리고 있다.

“어쩐 일이더냐.”

“옙! 페하! 실은 이번 이벤트를 기획한 한하리 대리를 지원하고자 협회 차원에서 폐하를 위한 보답을 드리고자 이렇게 모였습니다!”

“음?”

기획? 그것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레온은 하리가 깜짝선물이라며 데려온지라 별달리 아는 게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야피도 협력했다고 하니 뻘 짓은 아니겠다 싶어서 온 것인데…….

“일단 게이트에 입장하시지요!”

하리가 의기양양하며 입장한 게이트. 그곳에는 드넓은 숲이 펼쳐져 있다.

“여기는 어디더냐?”

“협회 차원에서 관리하는 훈련용 게이트이옵니다.”

협회는 몇 개의 게이트를 훈련용과 업무용으로 유지하고 있다.

서울역 게이트처럼 헌터들의 등급 테스트를 위한 게이트만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공략대의 훈련을 위한 게이트도 여럿 있었다.

그중 하나를 레온을 위해 자리를 비워둔 것이다.

“지금부터 게이트를 소개하겠사옵니다. 이곳 게이트의 특성은 수해라고 불리는 지역으로 다양한 동식물과 몬스터가 등장하는 곳입니다.”

게이트의 수준이 녹색에 불과한 만큼, 위험한 몬스터는 없다. 협회에서도 지역적응 훈련차 방문하는 곳으로 무엇보다 이곳에서만 나는 약초가 리젠된다는 모양이다.

“소동물은 1점! 중형은 3점! 가끔 발견되는 오크는 10점입니다!”

“흐음… 요컨대 사냥이라는 것이냐.”

“옙! 어차피 시간 지나면 리젠되는 반복형 게이트니 신경 쓰지 마시고 원없이 사냥하시면 되옵니다!”

레온은 하리가 자신을 이렇게 모셔온 까닭을 알았다. 사냥이었다.

“추측이긴 했사옵니다만, 폐하께서 사시던 곳이라면 사냥이 유행이지 않았을까 하여.”

“하여 짐의 심사를 위해 사냥터를 마련했단 말이냐. 기특한 것.”

어찌 그런 생각을 했을꼬.

레온은 하리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았다. 숨긴다고 숨겼는데, 자신의 침울한 태도가 이 아이 눈에도 보였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여신께서 휴식을 취하라고 한 것도 있으셨었지.

“사냥… 사냥이라…….”

실로 이백 년 만이다. 하리의 추측대로 라이온하트 왕국에서 기사와 귀족들의 유희는 사냥이다.

몸을 정양하고 경쟁에서 멋들어지게 승리하여 그 승리를 신께 바친다.

숱한 악마들과의 전쟁 탓에 그것을 즐길 여유도 없었지만, 사냥의 짜릿함을 즐기는 건 귀족의 미덕이었지.

“저이들은 몰이꾼이더냐? 악기를 들고 있구나.”

정확히는 꽹가리였다. 중무장한 헌터들은 사냥감들을 몰이하고 밀어 넣기 위해 이렇게 요란한 장비를 갖추고 입장했다.

그래, 사냥을 즐겁게 하려면 몰이꾼이 있어야지.

레온은 피식 웃으면서 하리에게 물었다.

“오크도 있다 했느냐?”

“옙! 그 때문에 다들 무장도 충실히 갖췄습니다!”

“곰 대신으로 삼자꾸나.”

레온이 말을 내달렸다. 곧이어 몰이꾼을 자처한 협회 직원들이 요란하게 꽹가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 * * *

굵은 발톱 부족은 숲에서 서식하며 평화롭게 수렵생활을 이어나가는 포레스트 오크들이다.

그들은 숲의 신을 섬기며 그들에게 산제물을 공양하고 숲의 관리자를 자처한다.

-끄아아아아악!

울창한 숲에 울리는 비명소리. 그를 덮는 우렁찬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크하하하! 빌어먹을 큰 도끼 놈들! 감히 우리 영역에서 사냥을 해? 안 그래도 요즘 사냥감이 모자랐는데, 네놈 팔뚝 하나면 한 끼 정돈 해결되겠어!”

“일단 얼굴 가죽부터 벗겨! 해골을 신께 바쳐야 한다!”

그들이 사냥하고 있는 건 같은 오크 부족이다. 최근 심화되기 시작한 숲의 영역 문제로 다른 오크 부족들과 살벌한 살육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개체수도 많지 않은 포레스트 오크들끼리 공존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오크들은 모든 것을 전쟁으로 해결한다.

그들 사이에 공존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전투와 살육만이 그들이 바라는 바를 강제한다.

-다그닥다그닥!

“음? 이게 무슨 소리지?”

“멧돼지가 달리는 소리치곤 좀 큰…….”

굵은 발톱 부족 오크 사냥꾼들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기웃거린 순간, 거대한 존재감이 벌떡 튀어나왔다.

“어?”

하얀 거마. 조잡한 숲의 물건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섬세하고 미려한 각인이 새겨진 창 그것이──

-꾸헤엙!?

포레스트 오크의 심장을 꿰뚫었다.

-뭐, 뭐냐!

-침입자다!

굵은 밝톱 부족에 비명이 쏟아진다. 어디선가 나타난 기사가 오크들을 사냥했다.

“크하하하핫! 전투가 아닌 사냥인 것도 나름의 손맛이 있구나.”

“누구냐, 네놈!”

“인간! 감히 우리 부족원을 죽이다니!”

“죽여라!”

포레스트 오크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성배기사 중의 정점 성배 수호자.

부족민을 모두 합쳐도 마흔이 채 되지 않는 오크들은 일방적으로 휩쓸려나갔다.

“도, 도망쳐라!”

“괴물이다! 도망쳐!”

오크들은 전투의 형세가 일방적이자 숲으로 도망치려 했다. 놈이 혼자이고 근접 병기를 사용하는 한 결국 부족 전체를 사냥하지는 못할 것이다.

-쉬익!

“크헑!”

도망치던 오크 한 마리가 목을 관통한 화살에 고꾸라졌다.

“바르자! 꺽?!”

연달아 쏘아지는 화살에 픽픽 쓰러져 나가는 오크들. 두꺼운 가죽 덕에 어지간한 화살은 몸으로 버틸 수 있는 그들이지만, 신묘한 활 솜씨에 급소를 적중 당하고 픽픽 쓰러졌다.

그렇게 부족 오크 중 불과 몇 마리만 숲으로 겨우 도망칠 수 있었던 가운데, 레온이 말에서 내렸다.

“사냥을 했으면 징표를 가져가야겠지.”

레온은 절명한 오크의 어금니를 뽑아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 안에는 이미 오크들의 어금니가 한 가득이다.

“으음…….”

대참사가 일어난 부락으로 따라온 하리가 말에서 내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화, 활 잘 쏘시네요?”

하리가 기억하기로 레온은 협회에 소문난 원거리 혐오자다. 그렇기에 이번 사냥에서 레온이 쓸 활과 화살도 준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레온은 첫 번째 오크 부락을 몰살시키더니 오크 사냥꾼이 가지고 있던 활과 화살을 빼앗아 그것으로 오크를 사냥하고 있었다.

헌데 그리 원거리 무기를 혐오하는 주제에 활은 또 기가 막히게 잘 쏜다.

“오해가 있구나. 기사라 하여 원거리 무기를 쓸 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런… 가요?”

“사냥은 귀족의 미덕이자 놀잇거리지. 사냥을 어찌 창과 검으로만 하겠느냐.”

기사들은, 특히 방랑이 잦은 편력기사나 수행기사들은 오지에서도 스스로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

기사들은 어쩔 수 없이 사냥의 달인이 될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활과 화살도 쐈다.

“괴물을 죽이는 데 활은 나약한 무기지만, 사냥감을 죽이는 데는 충분하니 말이다.”

“일리가… 있네요. 그래도 이건… 정말 잘 쏘세요.”

하리의 솔직한 감탄에 레온은 껄껄 웃었다.

“짐은 역대 토너먼트 최강의 챔피언으로 유명했지만, 당대에 두 번째로 뛰어난 사냥꾼이기도 했지. 사냥대회에서 간간이 우승도 했다.”

“폐하가 두 번째요? 그럼 첫 번째는 다른 성배기사셨나요?”

“흠, 그자를 성배기사라 보기에는 모호하구나. 달과 사냥의 여신께서 가호하셨지만, 기사라기보단 사냥꾼이었다.”

레온은 과거의 기억을 추억했다. 왕국이 아직 평화로웠던 때, 악마들의 침공을 받기 전.

왕국의 내로라하는 기사들과 귀족들이 대회에 나섰고, 그곳에서 자신의 용력을 뽐내었다.

“달과 사냥의 신관장. 성녀였지. 그녀의 활은 유성과도 같아서 최대로 쏘아낸다면 능히 산의 능선을 넘었음이야.”

“엑…….”

그게 무슨 터무니없는 말씀이십니까, 라고 말하기에는 하리는 신의 총애를 받는 자들이 어떤 짓을 벌일 수 있는지 잘 알았다 .

50m를 넘는 거대한 곰을 쪼개고, 한 번의 돌파로 수백의 악마들을 휩쓴다. 당장 레온부터가 그 산증인.

그리고 이만한 힘을 가진 자가 정점도 아닌 ‘성배기사급’으로 분류된다는 건 제주도 게이트에서 똑똑히 확인했다.

“그런데… 꼭 이렇게 오크만 사냥하셔야 했사옵니까? 모처럼 몰이꾼을 준비한 게 의미가 없게 됐네요.”

“그건 미안하게 됐구나. 허나, 숲에 곰이 있는데, 어찌 토끼를 사냥할까. 대회의 1등을 노리려면 거물을 노려야 하는 법이다.”

오크들을 완전히 사냥감 보는 눈이다. 하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기 부족장의 시신이 있구나. 주술의 힘이 느껴지는 걸로 보아 괜찮은 물건을 가지고 있겠군.”

“아, 정말이다. 와~ 이거 귀한데요? 주술사의 토템이에요. 흔히 드랍 되는 아이템이 아닌데.”

“그것은 팔아 몰이꾼 역할을 한 직원들에게 넘겨주거라.”

“어? 괘, 괜찮으시겠사옵니까? 이거 꽤 좋은 물건인데요. 1억은 할 거예요.”

“아닌 날에 똥개 훈련이나 하러 온 이들에게 소소한 보답이 되겠지.”

“크, 크흠…!”

적나라한 표현에 하리는 헛기침을 했다. 확실히 그랬다.

하리는 협회에 레온을 위해 사냥터로 제공할 게이트를 요청했을 뿐, 그 이상을 요구하진 않았다.

한창 일하는 중인 직원들이 몰이꾼으로 동원된 건 레온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협회 상층부의 강권이었다.

어디서든 부하직원을 동원하는 건 쉬운 법이다.

레온에게 잘 보이는 게 그들 조직 입장에선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월급쟁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게이트에서 고생하는 건 또 무슨 죄인가.

“그나저나 도망친 오크들의 발자국이 이어지는구나.”

“더, 더 사냥하시게요? 맵핑된 정보에 따르면 오크들 부락을 죄 박살내셨는데…….”

“그럼. 그 짐승들이 숨을 내쉬며 숲을 오염시키는데, 어찌 방치하겠느냐. 비록 가짜라도 오크는 쳐죽여야 함이다.”

“하아…….”

한숨을 쉬는 하리에게 레온이 오크의 활과 화살통을 넘겼다.

“네 녀석도 기사가 되려면 뭐든지 잘해내야 하는 법이다. 오늘은 활 연습이나 해보거라.”

“으음… 활은 아카데미 다닐 때, 적성평가에서밖에 안 써봤사옵니다.”

미천한 실력이라며 어색해 하는 하리. 레온은 그런 하리를 어깨를 토닥이며 웃었다.

“기본 소양 정도는 가르쳐 주마.”

“그런가요?”

레온의 말에 하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에요.”

“…….”

왕좌에 앉아 있으면 누구나 광대와 보물을 바치며 그의 기분을 살폈다. 그것은 일상과 다를 바가 없어서 언제나 기계적으로 대했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하리는 그저 순수하게 자신이 기운을 복돋아주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 거기에는 어떤 열망이나 욕망도 없었다.

“뭐, 기특하긴 하구나.”

“예? 잘 못 들었사옵니다?”

“최소 오크 세 마리는 잡거라. 그리 못하면 경을 칠 것이야.”

“옛?! 저 활 몇 번 안 쏴봤사옵니다, 폐에하!”

말을 달리는 레온. 하리가 바삐 따라 달렸다.

* * * *

며칠 후, 하리는 싱글싱글 웃으며 만신전 사옥을 거닐었다.

그날의 사냥 이후로 레온은 기운을 차렸다. 하리의 계획은 꽤나 성공적이었던 것이다.

“오~ 한 대리.”

“아, 과장님!”

훈련용 목검을 가지러 창고로 가는 길, 하리는 협회의 파견직원인 김진수 과장을 발견했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쌀 창고에서 수확된 쌀 수거하러 가신 줄 알았는데요.”

“트랙터가 고장 났다네. 비품 좀 가지러 왔어.”

“잘 고장 나네요. 오래된 기계라서 그런가?”

“뭐, 나주 평야가 마소로 오염된 뒤로는 꺼내 쓰지도 않았다니까 관리도 잘 안 된 거겠지.”

이럴 거면 차라리 예전처럼 말이나 소를 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리가 무심코 자신의 생각을 내뱉었다.

“……일리가 있어.”

“예?”

“아니, 폐하가 축복하면 거의 신수 취급 아냐? 이번에 제주도에서 사온 말들도 축성의식을 했더니 전보다 훨씬 잘 달린다며.”

확실히. 제주도 게이트에서 구입해온 말들은 선왕의 고삐를 사용해 강화되었다. 그 갭 차이가 어마어마해서 한 마리만 빼가도 세계 경마 시장 석권은 일도 아니라던가.

“덕분에 다루기 힘들어진 것도 있긴 하지만요. 우리 크림이가 달라졌어요…….”

“뭐, 헌터들도 초인이니까 그럭저럭 밸런스가 맞겠지. 근데 언제 이름 지었다냐?”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며 도착한 창고. 하리는 이곳에 들를 때마다 마음을 정갈히 하며 기도를 올렸다.

이곳에는 성배기사 게오브릭 경이 남긴 망치가 보관된 탓이다.

“성불하소서…….”

“만신전 교리에 따르면 네 불교식과 기독교식을 짬뽕한 기도는 신성모독 아닐까?”

성호를 그리곤 합장을 하는 하리를 핀잔 주는 김진수 과장. 두 사람은 창고 문을 열었고──

“……어?”

“응?”

창고 어디에도 게오브릭 경의 망치는 보이지 않았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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