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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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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6)

서고 내부는 어둑어둑했다.

동시에 주변 곳곳에 감각을 흐리게 하는 진법의 영향이 흐르고 있어, 어디가 어디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당장 나조차도 금벽호가 내게 준 단서들이 아니었다면 고작 몇달만에 금신천뢰문의 서고를 찾지는 못했을 터였다.

나는 주변으로 의식영역과 기감을 뻗치며, 진법의 방해를 피해 차분히 서고의 구조를 파악했다.

얼마 후, 나는 서고로 진입하여 서책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뭐가 남아있는 것도 없군.”

나는 혀를 찼다.

말 그대로였다.

금신천뢰문이 상계로 통채로 비승하며 종문에 있는 중요한 물건을 전부 가지고 간 탓인지.

서고에도 서책은 몇 권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보자, 금신자 양수진에 대한 기록서…”

그래도 내가 찾던 것은 남아있었고, 나는 망설이지 않고 서책을 잡고 읽기 시작했다.

금신천뢰문의 개파사조인 금신자 양수진.

그에 대한 것은 성제국 황실 서고에서 찾아읽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세한 부분에서 조금 구체적이거나 차이가 있었지만.

큰 부분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아주 정확하게 기술되어있는 충격적인 사실들도 존재하긴 했다.

“…하, 상계로 비승했다가, 정말로 허공을 찢고 다시 이 세계에 내려온 거로군.”

양수진이 개천력 몇 년에 비승하고, 몇 년에 다시 허공을 찢고 이 세계에 강림했는지.

그러한 것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이 서책의 기록에 의하면, 대략 삼천년의 시간이 걸려 비승했다가 다시 내려온 모양이었다.

‘삼천년…’

12만년 전의 역사라서 짧아보였지만, 당장 지구의 서기조차도 이천년이다.

도대체 삼천년이라는 건 무슨 시간개념일까.

‘여하튼 승천문은 양수진이 만든 게 확실하군.’

양수진에 대한 기록서에서도, 승천문은 ‘개파사조께서 만드셨다’라고 명확하게 기재가 되어 있었다.

물론 승천문이 열린 공간 자체는 원래 공간균열이 간혹 생기는 둥 공간이 불안정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명확하게 상계로 가는 통로가 생긴 것은 처음이라 하였다.

‘승천문…에 대한 기록을 읽고 싶은데, 이 이후로는 그냥 승천문을 열고 어떻게 금신천뢰문을 세우고 어떻게 통치했는지 그런 기록들인가.’

나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며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나는 서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미간을 찌푸렸다.

‘양수진은 말년에… 실종?’

문파 내 서고에, 자기네 문파 개파사조가 실종되었다는 말이 이렇게 당당하게 써 있을 줄은 몰랐다.

‘그냥 추론만 잔뜩 적어놓은 야사집보다야 깔끔한 게 낫긴 한데…’

실종이라니.

천인기에 도달해서 비승했던 수도자가.

훨씬 높은 경지에 이르러서 허공을 찢고 이 세계에 강림했는데, 그냥 실종?

나는 서책을 더 넘겨 보았으나, 금신천뢰문이 전 대륙과 전 바다를 전부 뒤져보아도 시조에 대한 것은 찾을 수 없었다는 말뿐이었다.

나는 서책을 다시 덮고, 다른 서책을 꺼내왔다.

다른 서책은 금신천뢰문의 역대 문주와 배분관계 등을 기술한 서책이었다.

나는 뭔가 도움되는 게 있을까 싶어 서책을 주르륵 읽어보았으나, 도움되는 것이 없어 다시 덮어버리고, 다음 서책을 꺼냈다.

그 역시 마찬가지여서, 역대 문주들의 유언 같은 게 적힌 서책이었다.

‘말 그대로 쓸모있거나 문파의 기밀이 되는 문서들은 전부 가져가고… 다른 이들이 봐도 되는 문서만 여기 놔둔 거군.’

나는 조금 짜증이 이는 것을 느끼며.

그래도 혹시라도 뭔가 도움이 되는 게 없을까 하고 서책을 넘겼다.

‘역대 금신천뢰문 문주의 유언집? 이런 걸 내가 봐서…’

문득, 서책을 넘기던 와중 나는 손을 멈칫했다.

금신천뢰문 개파조사인 양수진은 실종되었기에 유언이 없었으나, 그가 실종되기 전 마지막으로 한 말이 서책에 기록되어 있었다.

-고향보다 좋은 곳은 없다. 종문의 제자들은 마음의 고향이 있는가?

‘고향…’

실종되기 전에 한 연설 중의 일부였다.

나는 어쩐지 연설의 첫 문장. ‘고향보다 좋은 곳은 없다’ 라는 문장에 눈이 갔다.

그리고, 나는 그가 한 연설의 마지막 문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사람은 모두 각자가 마음의 고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모두 그 마음의 고향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고향에 도달할 수 있도록…”

그리고 양수진은 며칠 후 실종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고향을, 찾으러 간 건가?’

나는 얼마간 그 문장들을 들여다보다가, 서책을 덮었다.

그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다음 서책을 꺼냈다.

이 역시 역대 문주들의 유언집과 비슷한 것이었다.

다만 유언이 아닌, 각 문주들이 후대들을 위해 남긴 어록이나 조심해야 할 경고문 같은 느낌의 모음집이었다.

그리고, 나는 금신천뢰문 초대 문주 양수진이 후대를 위하여 남긴 경고문을 읽었다.

-후대는 허공문에 도전하여 상계로 가기 전. 본 문주가 허공문 앞에 세운 비석을 읽어 필히 지켜야 한다. 이는 추후 금신천뢰문의 역대 비승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수칙이니, 명심, 꼭 명심하여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허공문은 승천문을 뜻하는 듯 했다.

‘승천문 앞의 비석이라면…’

-..후대들을 위해 남겨놓고, 마음을 내려놓고 비승하라. 이를 지키지 아니하는 자, 재앙을 겪게 될 것이다.

라는 글귀가 써진, 뇌운의 벼락을 흡수하며 허공에 떠 있던 비석이었다.

‘그런데 정작 ‘뭘’ 남겨놓으라는 건지는 윗부분이 훼손되어 있어서 알 수가 없는 비석인데 말이지…’

나는 작게 혀를 차며, 그게 뭐가 되었든 양수진의 경고는 잘 지켜지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어림짐작했다.

‘아무래도 후대들을 위해 준비한 뭔가였나 본데… 이번엔 아예 문파 전체가 상계로 비승했으니 상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12만년 전의 일인데 지금까지 잘 지켜지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도대체 비석의 원본은 무엇이었을지 몰랐지만, 어쨌든 잘 되었으리라.

나는 서책을 읽고, 다음 서책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음? 이번 서책이 마지막이군.”

정말로 금신천뢰문에서 필요한 것은 전부 가지고 간 탓인지.

서고엔 책이 정말 없었다.

나는 마지막 서책을 잡고 읽어보았다.

마지막 서책은 놀랍게도 금신천뢰문의 신통술이 담긴 서책이었다!

금신천뢰문의 신통술은 예뢰안(豫雷眼)이라는 안법으로.

천기를 읽는 감각에 의지해서, 내일 날씨가 어떨지.

번개가 얼마나 어떻게, 어디로 칠지를 예상하는 신통술이었다.

“…이걸 어디다가 써먹으라는 거지.”

금신천뢰문 측에서도 서책을 보고 이건 정말 쓰레기다 싶어서 놔두었다는 것이 팍팍 느껴진다.

날씨를 아는 것 정도야 수도자는 물론이고 요괴수도자들도 알 수 있는 정보였으며.

요괴들이 가진 지의 감각을 사용하면 예뢰안 같은 신통술 없어도 번개가 칠 위치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아니, 애초에 영통이 민감한 수도자들이라면 영기의 흐름만 가지고도 낙뢰의 위치쯤은 계산할 수 있을 터였다.

‘아니, 아니지.’

애초에 조금 영통이 둔감한 수도자들이 영기의 흐름을 계산해서 낙뢰의 위치를 계산하라고 만들어진 신통으로 보였다.

딱 저계 수도자를 위해 만들어진.

애매한 신통술.

“……”

난 잠시 서책을 보다가, 빠르게 한 번 훑고 머릿속에만 넣어 두었다.

‘쓸 일이 있을지 모르겠군.’

애초에 낙뢰를 살면서 맞을 일이 얼마나 된다고.

설사 맞는다 치더라도, 그걸 신통술을 써서 위치를 알고 피할 실력자면 스스로 실력으로 방어를 하면 되고.

신통술을 못 사용할 정도로 수준이 낮은 이라면 어차피 벼락을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

나는 마지막 서책을 덮은 후 서고를 다시 한번 찾아보았다.

역시나, 남은 것은 없었다.

“…나름 몇 년은 걸릴 줄 알고 비장하게 찾아왔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아 서고의 모든 서책을 다 읽어버렸다.

모든 서책이래봤자 열 권도 안 넘지만.

이래서야 뭘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

승천문에 대한 건 아무것도 얻지 못했고, 그냥 금신자 양수진에 대한 찜찜하고 기묘한 추측만 생겨났을 뿐이었다.

나는 서고에서 나와 쇄천봉 이곳 저곳을 더 살펴보았다.

거대한 종문이 있었다는 것이 느껴지고, 수많은 이들의 생활흔적이 있었다.

하지만 쇄천봉 전체가 비어있었으며, 원래 건물 같은 게 있었을 것 같은 자리들마저 건물의 흔적만 남아있고, 건물의 주춧돌조차 보이지 않았다.

문파 전체를 압축해서 함께 비승한다더니, 건물들도 싸그리 뽑아서 가져간 듯싶었다.

볼 것도 없었다.

“휴우..”

나는 쇄천봉 끝자락.

건물이 있었던 터에 주저앉았다.

‘이렇게 되면, 그냥 서란에게 가는 게 나을려나.’

원래는 남은 2년여의 시간동안 금신천뢰문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려고 대산맥에 온 것인데.

이 정도로 소득이 없이 빨리 끝날 줄은 몰랐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나는, 문득 이 쇄천봉 정상의 영기가 굉장히 농밀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생각해보면, 초거대 종문이 있었던 장소인데 영기가 적을 리 없지.’

청문세가 본가보다도 수 배는 영기가 진했다.

‘이 좋은 수련터를 놔두고, 생각해보면 굳이 서란에게 바로 돌아갈 필요는 없을지도..’

어차피 서란이 준비에는 3년여가 걸린다 해서 금신천뢰문이 있었다는 곳에 온 것이다.

지금 서란에게 가도 그저 수련을 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게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서란의 처소보다도 영기가 농밀한 이곳에서 수련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그래, 이런 곳이라면 축기에 도전하기도 조금 더 쉬울 것 같군.’

나는 연기기 14성으로 회복된 법력을 움직이며 생각했다.

단전 안에서 영운(靈雲)이 휘몰아친다.

결단은 빨랐다.

나는 인근 금신천뢰문 제자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석굴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가부좌를 틀었다.

‘지난 1년간은 호풍응룡변을 익히느라 시간을 썼지. 남은 시간 동안은, 축기에 도전이나 해 보면서 내가 과연 축기기에 도달할 수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 봐야겠어.’

단전에서 영운이 움직였다.

축기기에 오르는 것은, 영운을 응집해서 하나의 영성(靈星).

법력을 별(星)의 형태로 응집하여야 비로소 축기에 올랐다고 할 수 있었다.

영운은 점차 회전하더니, 내 의지에 따라 일점으로 응집되기 시작하였다.

쿠구구구구-

영운이 단전 중심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집중되며, 하나의 별이 되기 위해 압착된다!

꾸그극!

의지력에 의해 영운이 압축되며, 그 중심부에서 영운의 온도가 올라갔다.

동시에 뭉실뭉실한 영운이 서로 융합(融合)을 시작했다.

단전 내부에 있는 영운의 융합이 전부 끝나고, 별이 안정적으로 탄생하면 축기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쩌적, 쩌적…

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

파아아앗!

순간, 단전 안에서 휘광이 이는 듯 하더니 생성되어 가던 별이 폭발했다.

꽈과과광!

“크윽!”

나는 안간힘을 다해 단전히 폭발하지 않도록 힘을 억눌렀다.

그 덕에 내단의 공력은 다시금 정순해져 있었으나, 내 얼굴은 왕창 일그러져 있었다.

‘이번에도 실패다.’

별이 탄생하려는 순간의 그 미약한 변화를 포착해서 안정시켜야 하건만.

나는 오영근을 지닌 탓인지, 체내의 영기가 혼잡해서 그 ‘미약한 변화’의 가짓수가 지나치게 많았다.

너무나도 변화가 많다 보니까 차마 전부 잡아내기가 힘들었다.

“후우…”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단전의 상태를 살폈다.

영운이 전부 소모되고, 다시 연기기 12성 완공으로 수준이 떨어졌다.

‘답답하군.’

축기단의 도움을 빌리면 축기기에 이르는 난이도가 대폭 낮아진다.

축기단에 들어있는 정순한 생명력이 영기의 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영기의 별을 대폭 안정화시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축기단에 들어있는 ‘생명력’의 정체가 뭔지 아는 나로서는 참 먹기가 꺼려졌다.

‘아니, 꺼려지는 정도가 아니다.’

그건 그냥 사람이라면 입에 대선 안 되는 게 맞는거다.

그리고 그 생각을 되새기자, 나는 그제야 내가 어떤 길을 걸으려는 건지 실감이 나 헛웃음이 나왔다.

축기단 없이, 오영근자 주제에 축기기에 도전하려는 미치광이.

천영근자가 아닌 이상, 어떤 수도자가 축기단을 복용하지 않고 축기기에 오른단 말인가?

영근이 두 개 이상만 되어도 거기에서 오는 미약한 변화의 가짓수 때문에 영력의 별이 미친듯이 흔들리기에, 진영근자도 어지간하면 축기단을 복용하건만.

영근의 가짓수 하나가 늘어날 때마다 동반되는 변화의 가짓수는 제곱씩 불어났다.

오영근인 나는 이영근자의 네제곱에 달하는 변화의 가짓수를 전부 통제하지 않으면 영력의 별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다.

‘젠장할.’

나는 이를 짓씹으며 손을 꽉 쥐었다.

이럴 줄을 알았기에 일부러 호풍응룡변 등 요수공법까지 익혀서 길을 뚫어보려고까지 한 것이었다.

그러나 요족공법을 막상 익히고 나니 알게 된 사실은.

내단에서 이뤄지는 요수공법과, 내단 밖의 단전에서 일어나는 축기는 별 관계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서로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고 따로 논다.

소가 닭 보듯이, 두 기운은 아예 상관이 없이 흘렀다.

추후에 다른 깨달음을 얻으면 뭔가 상관관계가 생길지도 몰랐지만, 지금으로써는 별 상관이 없는 듯 했다.

‘별 수 없군.’

그나마 위안인 것은 축기에 시도할때마다 일어나는 폭발로 인해 그나마 내단의 공력이 정순해진다는 것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다시 연기기 12성에서 일원일응의 점을 응집하기 시작했다.

* * *

몇 개월이 지났다.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축기기에 들기 위해 시도를 했다.

수 번이나 단전에 폭발이 일어나고, 고통에 신음했다.

영기가 밀집된 지역의 좋은 점은.

깨달음만 있다면 언제든 12성에서 13성, 14성까지 연기기의 수행을 회복해 몇 번이고 축기에 도전할 수 있단 것이었다.

우우웅!

영력의 별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가짓수는, 얼핏 보아도 수만개가 넘었다.

그 수만개의 변화를 전부 안정시키고 영운이 융합을 유지하도록 안정화를 완료하면 영력의 별이 하나 탄생한다.

그것이 축기기.

그러나 나는 당장 그 무시무시한 변화를 파악하기는 커녕 변화를 놓치지 않기조차 너무 버거웠다.

모래알보다도 더 작고 희미한 영력의 변화 수만가닥을 일일히 잡아내서 파악하고 그것을 안정화시킨 후.

그를 기반으로 영운의 융합마저 안정화시켜야 영력의 별이 탄생하는 것.

‘제길, 너무 난이도가 높다.’

천영근자라면 아마 단일속성에서 오는 한두개의 변화만 제압하고 안정화를 시켜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영근자부터 변화의 가짓수는 제곱되고 나는 그 끝판왕이나 다름없는 오영근자.

강환을 사용해서 사고를 세 배 네 배 가속시켜도 간신히 놓치지 않고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다였다.

‘그나마 가망이 있는 건… 강환의 개수를 늘려서 사고를 더 가속시키는 것 밖에는 없는건가.’

내 의식의 크기는 연기기 극성에 이르며, 차라리 축기기에 약간 못 미칠 정도로 거대해져 있었다.

그 의식의 크기에 더불어 사고를 가속시키면, 그 가속률이 훨씬 뛰어났다.

수도공법을 익히지 않은 김영훈보다도 더더욱!

‘어쩌면, 김 형처럼 아홉 개의 강환을 다루게 되면 조금 희망이 있을지도.’

꽈과광!

영운의 융합이 실패하고, 폭발이 일어나며 내 단전이 아려왔다.

쿨럭!

나는 피를 한 움큼 내뱉고, 운기요상으로 내상을 다스렸다.

이번에도 역시 실패.

실패를 반복할수록, 나는 무공의 경지 역시 높여 사고를 가속시키는 쪽에 생각이 쏠렸다.

그리고 또한, 무공과 더불어 요수공법에 대한 생각 역시 다시 하게 되었다.

‘무공은, 분명 요족들의 공법과 닮아있다.’

물론 닮아있다 뿐.

엄연히 다른 속성의 것이었다.

곤충의 날개와 새의 날개처럼, 완전히 다른 것 두 개가 수렴진화한 것일 뿐인 것.

그러나, 분명히 그로 인해 나오는 결과는 비슷했다.

‘그러므로 참고가 가능하지.’

요수공법과 수도공법은 완전히 서로 상관이 없다.

하지만 자질 없는 이가 다음 경지로의 도약을 시도하려면, 무공과의 상부상조가 필요하고.

무공은 요수공법과 닮아있다.

우우웅!

장심에서 강환이 떠올랐다.

나는 동시의 요수들이 느끼는 지(地)의 감각을 일으켰다.

이제는 요수들의 감각 역시 익숙해져 이제는 일으켜도 머리가 조금 아플 뿐.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이 역시 의념을 처음 지각했을 때와 비슷했다.

천지의 영기.

그 음양과 태극의 순환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천지 곳곳에서 태극(太極)이 순환하는 것이 보인다.

아니,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모든 천지영력은 끊임없이 순환하며 음양이 회전하고 있었다.

음양을 천지로, 음양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인으로 해석하여 세 개의 강환을 다루는 것에는 성공했다.

우우웅!

천지의 영기와 같이, 강환이 건곤으로 쪼개지고, 건곤 사이에서 생명력이 탄생하며 인을 상징하는 강환이 되었다.

‘강환 아홉 개는, 도대체 뭘 깨달아야 도달하는 거지.’

나는 지난 삶의 김영훈들이 도달했던, 등봉조극의 극한(極限)을 떠올렸다.

아무것도 모를 때에는 그저 대단한가보다 하고 감탄했을 뿐.

그 원리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강환을 다루는 단계에 오니, 도대체 그걸 어떻게 한 건지 감도 안 잡혔다.

‘심지어…’

김영훈은 나처럼 요족의 조언을 들어 요수의 감각을 깨친 것도 아닐텐데.

‘그냥 재능만으로 삼재의 이치를 강환에 담아 강환을 아홉 개나 휘둘렀다는 건가?’

이렇게 다시금 보니 정말 정신 나간 재능이다.

하지만 나는 다시 생각을 다잡았다.

재능은 그저 빨리 깨닫는 자질.

무엇을 깨달았는지 알 수만 있다면, 나 역시 그를 따라할 수 있다!

“…결정했다.”

나는 숨을 들이쉬며, 일원일응의 영력을 응집시키고 연기기 13성에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시간낭비하지 말고, 김 형에게 가야겠어.”

그에게 정식으로 요족의 감각을 가르쳐주고, 호풍응룡변에 대해 설명해주며, 그가 영감을 받도록 해줄 요량이었다.

타닷!

나는 쇄천봉 석굴에서 나가, 하늘을 박차고 연국 방향으로 달렸다.

* * *

연국에 와서 김영훈을 만나는 데엔 지난번처럼 진씨세가의 하청산수를 이용했다.

하청산수를 통해 김영훈에게 연락을 넣자, 그는 하루만에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하하, 이게 얼마만이냐!”

“오랜만입니다. 그간 또 출세하셨더군요.”

김영훈은 그 사이 지난번처럼 진씨세가와 손을 잡고 막리황조를 완전히 무너뜨린채였다.

“그래, 네 덕에 등봉조극에 오르는 데에 성공했지. 덕분에 출세도 하고… 그런데, ‘또’라는 건 무슨 소리냐?”

그는 나를 반겨주다가, 문득 내 말에서 뭔가 위화감을 눈치챘는지 내게 되물었다.

나는 그 말에 흠칫 놀랐으나 빠르게 감정을 정리하고 답해주었다.

“아, 그러니까… 김 형은 원래도 부장님이셨는데 이 세계에서도 또 출세하셨다 뭐 그런 말입니다. 하하..”

“으하하! 중견기업 부장인데 뭘 그러느냐.”

“하하..”

나는 의념을 통제하며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무의식적으로 지난 삶과 조금 혼동했어.’

아무래도 기억이 쌓여가다 보니까 가끔 이렇게 헷갈리는 일들이 발생하곤 했다.

“그나저나..”

나는 의념을 정련하며 되물었다.

“조금 실력은 나아지셨습니까?”

나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질문했다.

‘살면서 내가 이런 질문을 할 날이 오리라곤 생각한 적도 없었는데…’

김영훈은 가타부타 말을 하기보단, 갑자기 내게 장심을 뻗어왔다.

나 역시 씨익 웃으며 마주 장심을 뻗었다.

번쩍!

빛이 폭발한다.

주변의 소리가 날아간다.

무음(無音)의 공간에서 두 사람이 순간 부딪혔다.

‘시작해 볼까.’

2배 가속.

파아앗!

나는 김영훈의 품 안으로 파고들어 수도를 찔러들어갔다.

그러나, 김영훈 역시 내게 즉시 반응해서 내 수도를 튕기고 반격에 들어온다.

‘가속을 깨우쳤나. 하면…’

어디까지 성장했나 볼까.

파앗!

나는 그와 합을 마주치며 점차 속도를 올려갔다.

내가 기본적으로 기교를 중시한다면, 김영훈은 속도를 중시했다.

그렇기에 내 단악검법은 보통 정밀도가 높은 초식 위주였고, 단맥도법은 경쾌하고 빠른 초식이 주를 이뤘었다.

3배 가속.

2개의 강환을 사용한 가속에 들어간다.

김영훈 역시 여기까지 무난하게 따라오는 모습을 보였다.

촌각에 수십 초의 격돌이 일어난다.

사방으로, 강기가 아닌 단순 충격파 때문에 주변이 난장판이 되어간다.

나는 점차 속력을 올려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김영훈은 이후부터는 천부적인 본능을 이용해 내 공격에 맞설 뿐.

더 이상 속도가 높아지지 않았다.

속도를 주특기로 삼았던 이가 속도가 사라지자, 내 눈에 허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십 합의 격돌 속.

꽈아아앙!

나는 결국 그의 간합을 뚫고 그의 가슴에 장인을 박아넣는 데에 성공했다.

“커헉! 크윽..”

김영훈은 헛구역질을 하며 한바퀴 허공에서 회전하며 나가떨어졌다.

“정말, 기가 차는 성장 속도군요.”

그 짧은 사이에 등봉조극에 오르리란 것 자체는 사실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벌써 강환 2개를 다루고 있을 줄이야.

우웅!

김영훈이 웃으며 장심에서 강환을 뿜어냈고, 그의 강환은 점차 자전하더니 두 개로 쪼개져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하하, 몇년 후면 너도 넘어서 주마. 긴장하거라!”

“아무렴, 그러셔야죠. 그나저나… 김 형은 도대체 어떻게 강환을 쪼개셨습니까?”

“음?”

내 말에 김영훈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쪼개고 있잖느냐.”

“왠지 저와 김 형이 같은 깨달음을 얻은 게 아닌듯하여 말입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냐. 무의 경지에서 개개인이 깨달음을 얻는 방식이 다를지언정, 얻는 깨달음이 다르단 말이냐?”

나 역시 그처럼 장심 위로 강환을 띄우고, 그처럼 두 개로만 강환을 쪼갰다.

그리고는 요족의 감각을 일으킨 상태로, 천지영력의 음양의 순환에 정확히 맞춰 강환을 회전시켰다.

그가 나와 같은 깨달음을 얻은 것이라면, 절대로 못 알아볼 리가 없는 회전.

그러나, 김영훈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강환이 회전하는데 뭐 어쩌라는 것이냔 듯한 표정.

나는 그 표정을 보며, 오히려 너무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슨 원리로 강환을 쪼갠 거지?’

“김 형. 알려주십시오. 도대체 무슨 깨달음을 얻은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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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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