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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67

67화 게오브릭의 망치

만신전 사옥은 주변 다섯개 산이 즐비해 있는 드넓은 곡창지대 한가운데에 위치해있다.

도시권에서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접근하기 편리한 곳은 아니다. 가끔 근처 골프장 이용객들이 오다가다 보게 되는 정도.

그마저도 최근까지는 마소로 오염되어 도로가 일부 차단됐었다.

최근에는 생명과 풍요의 여신 제단이 세워지고 만신전 사옥이 들어서면서 헌터 관련자들이 방문하기도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만신전 사옥은 꽤나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주로 헌터들과 헌터들을 구경하는 관광객들 덕이다.

“네, 참가번호 59번! 매트릭스 길드의 A급 헌터 한진수 씨 되시겠습니다!”

사옥의 입구. 그곳에 늘어선 줄 선두에서 건장한 사내가 성큼성큼 다가온다.

철벽탱커로 유명한 한진수는 근육질에 그 신장이 2m가 넘었다.

하리는 그림자가 드리울 정도로 커다란 한진수를 보며 침을 꿀꺽 삼키곤 조심스럽게 마이크를 대었다.

“그럼 한진수 씨! 도전자로서 기분은 어떠십니까?”

“어떠고 자시고 정말 이 망치를 들면 내가 가져도 되는 거야?”

한진수의 시선이 놓여있는 큼직한 한손망치를 향했다. 모든 도전자들이 탐욕에 가득찬 시선으로 응시하며 관광객들은 이번에는 성공할까, 영상을 찍고 있다.

저 정도로 강력한 헌터라면 조금 무거워 보이는 망치 따위 얼마든지 들 수 있을지도…….

아니,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헌터들도 저 망치를 들지 못했다. 내로라 하는 헌터들이 망치를 순간도 들지 못할 정도로 저 망치가 무거웠던 탓이다.

하지만 한진수는 망치 자루에 양손바닥을 겹치고는 씨익 웃었다.

‘내게는 고유스킬 <무게변환>이 있지. 그 어떤 무게도 내게는 문제되지 않아!’

고유스킬을 발동함과 동시에 한진수는 가볍게 망치를 들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응?”

꿈쩍도 하지 않는다. 분명 무게변환으로 망치의 무게를 0kg에 가깝게 줄였는데도 망치는 땅에 달라붙은 것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안 되면 얼른 넘어가슈. 기다리는 사람 많수다.”

“아니, 아직이야!”

한진수는 이제는 온힘을 다해 망치를 당겼다. 바닥에 발을 딛고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말이다.

하지만 끝내 망치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모든 사태는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폐하! 폐하! 큰일이옵니다!”

베아트리체와 함께 식사하러 가는 길. 하리가 김진수 과장과 함께 다급하게 달려왔다.

“쯧, 경거망동하지 마라. 과년한 처녀가 어찌 그리 가볍게 행동하느냐.”

“그, 그거 남녀차별… 아무튼! 큰일이옵니다!”

“무슨 일이더냐.”

레온이 옅은 한숨을 쉬며 묻자 하리는 냉큼 사태를 보고했다.

“창고에서! 게오브릭 경의 망치가 사라졌어요!”

“망치가 사라졌다?”

“네! 오늘 김진수 과장님하고 같이 들어갔는데, 갑자기 사라져버려서… 도둑이 든 게 틀림없어요!”

“그럴 리가 있겠느냐.”

“어… 그, 근데 사라진 건 진짠데요?”

“그 망치는 자격 있는 자가 아니면 쥘 수조차 없다. 만약 사라졌다면 그건 필부의 도둑질이 아닌 망치 스스로 판단한 일이겠지.”

“…….”

그게 말이 돼요? 하리는 자신의 입 밖으로 나오려던 질문을 곧장 삼켰다.

그래, 이 사람이 말하면 뭐가 됐든 말이 되는 거겠지. 아니더라도 괜히 태클 걸어서 욕만 얻어먹을 필요는 없다.

“마침 기운이 가까운 곳에 느껴지는구나. 그쪽으로 가지.”

레온이 앞장서자 하리와 여왕이 따랐다. 그리고 놀랍게도 사라졌던 망치가 만신전 사옥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 아닌가.

“야야, 이거 들어봐.”

“몰라, 꿈쩍도 안 해.”

“누가 여기에 가져다 놓은 거지?”

훈련장 한가운데에 있는 망치는 훈련병들과 생도들의 시선을 끌었다.

아무래도 저런 자리에 떡하니 있으면 보기 싫어도 눈에 띌 수밖에.

“무슨 의도인 것이냐.”

레온은 고고하게 땅에 박힌 성퇴(聖槌)를 응시했다. 생도들이 잡아도 꿈쩍하지 않던 망치였으나 레온의 손에 잡히자 손쉽게 들어 올려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망치는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스스로 움직이더니 곧장 레온의 손에서 벗어나 바닥에 도로 박힌 것이다.

“어머~ 자기표현이 강한 망치로군요.”

“……무언가 바라는 게 있는 듯하군.”

레온의 추측에 하리가 갸웃거렸다.

“망치에 의지가 있어요?”

“성물이라면 간혹 그렇지. 특히 오랫동안 성자와 함께한 물건이라면 성질이 까다로워진다.”

성물이란 성자의 손에 닿았으며 그가 축복한 물건이다. 특히 성배기사의 무기는 축복(聖)과 별의 기운(星)을 동시에 가지게 된다.

세계의 가장 고차원적인 에너지에 노출된 성물들은 스스로 의지를 가지는 일도 있다. 일종의 에고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허나, 게오브릭 경과 싸울 때는 이런 의지는 느끼지 못했는데.”

레온은 이 망치를 건네기 전, 게오브릭의 선언을 기억했다.

「사자심왕께 충성하며 데메라의 인정을 받은 자! 이 망치를 통해 나 게오브릭의 권능을 계승하리라!!」

자신의 영혼을 걸고 건 맹세였다. 이 망치에는 성배기사의 사념이 깃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망치는 게오브릭의 맹세를 이루고 싶어한다.

“그렇군. 주인을 찾아달라 이 말이냐.”

레온은 피식 웃으며 망치를 뒤로했다.

“내비 두어라. 그리고 협회에 일러두도록.”

“무어라 고할까요?”

“망치를 드는 자. 그게 누구든지 저 망치를 주겠노라고.”

레온의 선언은 곧장 하리를 통해 협회에 전해졌다.

[게이트 클리어 보상템이야?]

“쪼큼 다른데요.”

[기다려봐. 일단 감정사부터 보내볼 테니까.]

협회에서 파견된 감정사는 꿈쩍도 안 하는 망치를 이리저리 살피며 감정했고, 불과 10초도 되지 않아 비명을 질렀다.

“으와아아아악! 이게 뭐야!!”

“왜, 왜 그러세요?!”

감정사로 파견된 직원 이찬수 씨는 보고도 믿기지 않는지 파르르 떨었다.

“에, 에픽…!”

“에픽이요?!”

대격변 이후로 아이템들은 노말, 레어, 유니크, 레전더리로 분류됐다.

기본적으로 명공이라 불리는 대장장이들이 만들어내는 명품들이 유니크. 수없이 많은 자원과 각고의 노력을 퍼부어 만들어지는 게 레전더리다.

레전더리 아이템조차 천만 분의 일이라는 가히 운명적인 행운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일반적.

그 확률이 실로 천문학적인지라 보통 레전더리 아이템의 수급처는 게이트의 드랍 아이템이다.

하지만 30년 역사 속 ‘에픽’이라 불리는 아이템들이 존재했다.

대륙 십만대산의 주인 천마(天魔)의 파천검.

세계마탑의 창설자 대마법사의 지팡이이자 천지개벽을 일으킨다는 십이환장.

지금도 시베리아 설원을 집어삼키고 확장시키고 있는 서리여왕의 심장.

흑색 게이트 런던 사변 이후 세계를 떠돌고 있는 방랑의 마검.

에픽 아이템을 분류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이 아이템 하나로 전장의 국면이 흔들릴 정도의 강력함. 지금까지 에픽 아이템이 동원되어 공략에 실패한 게이트는 어디에도 없었다.

에픽 아이템이 떴다 하면 국가적 총력이 더해질 정도로 에픽 아이템은 상식을 뒤엎는 초유의 물건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런 에픽 아이템이 이찬수의 앞에 있었다.

“저, 정말! 정말 이걸 들기만 하면 그냥 주신답니까? 그게 정말입니까?”

“어, 음… 예. 그럴… 걸요?”

설마 눈앞의 망치가 에픽 아이템이라곤 상상도 못한 하리. 눈을 뻐금거리며 지금이라도 레온에게 확인을 받아야 하나 싶었지만──

“그렇다. 누구든지 그 망치를 드는 자가 있다면 망치의 주인이 될 것이야.”

“폐, 폐하. 이 망치의 가치는 어마어마합니다. 이, 이걸 보십시오!”

이찬수는 자신이 정리한 능력표를 정리했다.

[게오브릭의 한손 망치]

◆ 등급 : 에픽

◆ 상세

생명과 풍요의 신성 데메라 여신의 성배기사 게오브릭이 영혼을 얽매어 축복한 성퇴(聖槌)입니다.

신앙의 핵 : 데메라 여신에게서 직접 성력을 보급받습니다.

완벽한 활력 : 지치지 않습니다.

여신의 축복 : 땅을 딛고 있는 동안 방어력이 400% 상승합니다. 회복력이 300% 상승합니다. 모든 휘하 군단에 방어력 200%, 회복력 150%가 적용됩니다.

성자화 : 신앙과 성력에 따라 성법을 구현합니다.

감정불가 : 게오브릭의──────

감정불가 : 존재의────────

“흐겍…….”

힐끔 쳐다본 하리가 괴상한 혓바닥 소리를 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능력치는 본 바가 없는 탓.

그러거나 말거나 레온의 선택은 변함이 없다.

이 소식은 곧장 협회를 통해 공개되었고──

[국내 최초. 아시아에서 세 번째 에픽 아이템 만신전 사옥에서 공개. 누구든지 가져갈 수 있어.]

수많은 도전자들이 몰린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 * * *

“크큭, 이곳인가.”

“어디 에픽 아이템이나 한 번 봅시다!”

게오브릭의 망치가 대서특필된 이후 가장 먼저 사옥을 방문한 건 근처의 중소규모 헌터길드였다.

들고 갈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다는 파격적인 조건.

에픽 아이템에 대한 탐욕이 번들거리는 헌터들은 만사를 제쳐두고 만신전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만신전 사옥에 입장하려는 그 순간──

-끼룩

그들은 입구를 지키고 있는 야크트 스피너와 마주쳤다

“야, 야크트 스피너?!”

청주 게이트의 악몽. 숱한 공략대를 궤멸시킨 킬링머신 야크트 스피너는 레온만큼이나 유명한 생존자다.

지금은 그 사이즈가 줄었다곤 해도, 추정 등급 S급 이상인 킬링머신이 눈앞에 있으면 당황할 수밖에.

“뭐, 뭐요?”

-망치 도전자?

“그렇습니다만.

-귀하의 방문을 환영함.

“고, 고맙네.”

헌터들은 이 킬링머신의 생각보다 부드러운 대응에 어색해하면서 사옥에 입장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매서운 와이어 채찍이 그들의 앞을 촤악! 하고 살벌하게 내리쳤다.

“왜, 왜왜?!”

-입장료.

“엑?”

-입장료.

두 번이나 반복하자, 헌터들도 야피의 말뜻을 이해했다.

“아니, 뭔 입장료를 받아…….”

“그런 말 못 들었는데…….”

-오늘부터 정해짐.

야피의 기계다리가 슬쩍 들리더니 웬 팻말을 향했다.

[성지 입장료 헌터 : 500만원. 민간인 : 50.]

“비싸…….”

“아니, 민간인은 50만원인데 왜 우리는 500만원이요!”

-민간인 구경. 헌터 도전. 성물 관리비용 추가.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어!

하지만 여기서 돌아갈 수도 없다. 사실 에픽 아이템의 가치를 생각하면 500만원은 돈도 아니었기에 헌터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지갑을 열었다.

“……오성페이도 가능하오?”

-계좌입금은 가능.

그렇게 비싼 입장료를 내고 입장한 헌터들은 대기하고 있던 한하리를 마주했다.

“어서 오세요, 헌터님들! 한국 헌터협회 관리3과의 한하리 대리입니다!”

시원시원한 차림의 하리가 밝은 미소로 헌터들을 반겼다. 그들은 작년의 루키가 마중 나왔다는 것에 반색하면서도 일초라도 빨리 성물을 보고 싶었다.

“게오브릭의 망치는 어디 있소? 빨리 그 실물을 보고 싶소만.”

“헛! 표현 조심하셔야 해요!”

“응?”

하리가 호들갑을 떨며 지적하자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헌터.

“게오브릭 ‘경’이에요. 여기서는 존귀한 분들의 이름을 칭할 땐 반드시 경어를 붙이세요!”

“???”

아이템이잖아.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법. 이세계의 기사왕이라는 레온의 지랄 맞은 성격이야 알음알음 퍼진 사실이다.

헌터들은 헛기침을 하며 명칭을 정정했다.

“게오브릭 ‘경’의 망치에 도전하고 싶네만…….”

“그전에! 일단 제단에 가서 기도부터 하시죠!”

“……뭐?”

하리의 영문을 알 수 없는 안내를 따라 간 곳은 만신전 사옥 내에 따로 마련된 만신전 제단이다.

이곳에는 농부들의 신앙의 대상인 생명과 풍요의 여신 데메라의 제단과 만신전 신들의 제단이 따로따로 모셔져 있다.

제단이라곤 해도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고, 제대로 된 신전을 세울 때까지의 임시 제단이라는 모양.

-끼룩

“또, 또 나왔네.”

야피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각다각 제단을 오가는 기계거미는 두당 500만원씩 뜯어간 헌터들의 앞에 섰다.

-경배하라. 만신전의 신들께 경배하라.

“어, 어음…….”

헌터들은 야피의 눈치를 슬쩍 보다가 마지못해 엎드렸다. 신들의 제단마다 엎드려야 하나 했지만, 의외로 한 번으로 퉁친다는 듯 하다.

-헌금 낼 것?

“아니, 뭘 또 내라고…….”

-안 내도 됨.

뭔가… 강제로 내라고 강요할 것 같았던 야피가 시원하게 대답하자 헌터들은 잠시 망설이다 헌금 내기를 거부했다.

그들 중에는 기독교 신자도 있었던 지라 엎드리는 것도 거부한 이도 있었고.

그렇게 겨우 들어간 곳은 폐쇄되어 이동된 구 훈련장 부지. 그곳에 입장한 순간, 헌터들은 알 수 없는 기운이 자신들을 감싸는 걸 느꼈다.

“오, 오오…….”

“뭐지? 이 기운은 대체…….

따뜻하고 부드러운 기운이다. 온몸의 활력을 돋게 하고 정신은 또렷해지며, 시야는 맑아졌다.

그들은 이 신비로운 경험의 원인이 무엇인지 단숨에 알아챘다.

“망치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야…….”

“세상에 그냥 있는 것만으로 이런 기운이 흘러내리다니…….”

“역시 에픽 아이템인가…!”

망치의 기운에 노출된 헌터들은 이것만으로 500만원의 값어치를 했다 여겼다.

“자! 여기 이 망치가 게오브릭 경의 망치예요! 먼저 김호열 헌터님부터 도전해보시겠어요?”

하리에게 호명된 헌터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망치에게 다가갔다. 그는 기독교인으로 방금 전 제단에서 절하는 것도 거부했던 독실한 신자다.

“그럼 도전해보겠──”

그가 망치를 쥔 순간이었다.

-파직!

“크악!!”

망치 자루에서 발생한 에너지에 김호열이 튕겨 버렸다.

“무, 무슨!”

“망치에서 기운이?!”

헌터들은 튕겨나간 김호열을 부축하면서도 망치에서 넘실거리는 기운을 보았다.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기운은 망치가 김호열을 거부했다는 증거다.

“마, 망치가 저런 짓도 하오?”

“그, 주의사항을 깜박했네요. 결격사유가 있는 분은… 저렇게 거부하기도 해요.”

“결격사유?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헌터들이 따지고 들었지만, 하리도 무어라 대답할 게 없었다.

“기준이… 없어요. 그냥 망치 맘대로라.”

망치가 저러는 걸 저보고 어쩌라는 것인가.

“젠장! 이번엔 내가 도전해보겠다!”

나선 것은 거구의 헌터다. 탱커 계열 헌터들이 덩치가 크다지만, 그는 그중에서도 건장한 편. 그리고 무거운 갑옷과 방패를 드는 만큼, 힘도 자신 있었다.

다행히 망치는 그를 앞선 헌터처럼 튕겨 내지는 않았다. 무신론자인 그는 망치의 손잡이를 쥐었고 그것을 단숨에 들어 올리려 했다.

“끄으으으으으으으읍!!”

하지만 망치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마치 쇳덩이 수천 톤을 압축한 것처럼 너무나 무거웠다.

“크하악! 젠장할!”

그 뒤로도 몇몇 헌터들이 도전했다. 아예 튕겨 나간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자루를 쥐는 것까지는 통과했다. 하지만 그뿐. 누구도 망치를 단 1mm도 움직이게 하지 못했으니.

나가 떨어진 헌터들이 헉헉, 땀을 뻘뻘 흘리는 가운데, 야피가 다가온다.

“뭐, 뭐요?”

-헌금 낼거임?

왜 또 헌금을 내래. 헌터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어떤 헌터의 눈이 번뜩였다.

“신의 성물… 그래, 그거였어!”

헌터는 야피에게 다가가 계좌입금으로 1,000만원 가량의 헌금을 냈다. 그리고 망치를 쥐었고──

-끽!

조금도 요동하지 않던 망치가 0.05mm… 아주 잠깐 움직였다.

“어?”

“뭐야?”

“방금 저 녀석…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던 녀석인데…….”

설마 헌금 냈다고 움직인 거야? 모두의 시선이 야피를 향했다.

-만신전 제단 신전건축헌금 받음.

너도나도 돈다발을 꺼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야피는 빅데이터에 의한 각 종교 성지의 상권 활성화에 대해 파악했다.

-망치는 돈이 된다.

“야피 경, 이거 정말 괜찮은 거예요? 신성모독 아니에요?”

하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지만, 야피는 태연덕하게 대답했다.

-본기의 효율적인 자산운용능력에 하찮은 유기물의 지적능력으로 이의제기? 귀하는 본기의 계획대로만 하면 됨.

하리는 야피가 순식간에 찍어낸 계획서들을 읽었다.

“……망치의 성력 노출에 따른 건강증진 관람석 제공?”

-일반 방문객 유치. 주변상권 활성화.

“방문객에 축복받은 작물 체험 제공 및 헌금 강요…….”

-‘자발적’ 헌금.

“신앙증진을 명목으로 헌터들을 노동력으로 활용?!”

-육체단련을 겸한 노동활동. 효율적임.

“임금은 어떻게 하실 건데요?”

-훈련병한테 돈을 왜 줌? 식사제공, 잠자리 제공, 취사제공, 생필품 제공함.

“아니, 야피 경… 세간에는 노동법이라는 숭고한 법이──”

-훈련병들 인턴으로 등록됨. 인턴은 최저시급 이하로 지급 가능.

“적은 돈도 지급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요?!”

-‘자발적인 기부’로 환수하고 있음. 싫으면 나가면 됨.

“악랄해…….”

만신전 재무담당 야피의 계획은 이제 시작이었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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