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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

6. 거지남매 – 거지

전과 마찬가지로 민서의 정신은 뒤로 물러나고, 지친 레오의 정신이 자리를 메웠다.

코를 찌르는 오물 냄새. 쓰레기가 뒹구는 축축한 골목 바닥이 레오의 엉덩이를 핥았다.

“오빠… 나 배고파…”

“어어? 레… 나?”

지저분한 바닥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벽에 등을 기대고 철푸덕 앉은 레나가 그를 올려다 봤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왔으나 그 얼굴을 품평하기엔 꼴이 말이 아니었다.

얼굴과 머리엔 오물이 덩어리로 묻었고, 귀에는 때가 딱지처럼 앉았다. 흐르는 코를 닦을 게 없었는지 인중 부근은 하얗게 떴다. 입가엔… 대체 뭘 주워 먹었는지 모르겠다.

레오는 그 얼굴을 닦아주고 싶어 소매를 들었지만, 그의 옷에는 소매가 없었다.

옷을 들어보니, 차라리 레나의 얼굴이 더 깨끗했다. 그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날 것 같은 지저분한 옷을 입고 있었다.

레나도 더러운 단벌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넝마가 된 걸레를 몸에 걸친 듯해서 구멍 사이로 보이는 살결이 안쓰러웠다.

어쩔 수 없이 새까만 손을 빡빡 비벼 때를 조금 털어내고, 레나의 얼굴에 묻은 오물을 몇 점 떼어줬다.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마는 이건 마음의 문제였다.

이번 레오는 왜 동생 얼굴을 이렇게 내버려 뒀는지 모르겠다. 주위를 둘러보니 좀 전에 비가 내렸던 듯 축축한데, 샤워라도… 아니다. 이것조차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다. 비를 맞아 몸이 젖으면 감기에 걸려 죽을지도 몰랐다.

“오빠. 목도 말라…”

레나가 바짝 갈라진 목소리로 칭얼거리며 힘없이 눈을 감았다.

레오는 그런 그녀를 이해했다.

그도 지금 허기로 눈알이 돌아갈 것 같았다. 당장 뭐라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경고가 앙상한 뱃속을 때렸다.

이제 보니 그의 몸 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팔다리에는 한 줌의 살도 없고, 손가락 마디 사이사이가 바짝 말라서 관절이 툭툭 튀어나왔다. 나뭇가지 같은 손가락이 움직이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강인한 레오 덱스터의 몸에 있다가 이런 꼴이 되니 적응이 쉽지 않았다. 이 레오는 지금껏 경험한 데모스 마을과 에이브릴 성의 레오와 비교했을 때 키도 가장 작았다. 충분히 먹지 못했기 때문일 거다.

그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

아까 인트로 영상에서 시장이 가까이 있는 것을 봤다. 방향은 기억하고 있으니 거기서 어떻게든 먹을 것을 구해와야 했다.

입을 꾹 다물고 허기를 참으려 애쓰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레나야, 잠깐만 여기 있을래? 오빠가 먹을 거 가져올게.”

레오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레나의 친오빠인 것을 알았다.

동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골목길을 벗어나는 동안 몸이 비틀거려서 레오는 벽을 짚고 걸었다. 거지들이 어째서 벽에 바짝 붙어 다니는지 알겠다.

허기 때문에 시야가 까맣게 점멸했다.

어떻게든 먹을 걸 집어가야 한다는 본능에, 눈길이 땅바닥과 쓰레기통을 가리지 않고 훑었다. 가능하다면 흙이라도 퍼먹고 싶다.

인트로 영상을 떠올리며 골목을 좌우로 한 번씩 꺾자 활기찬 시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향긋한 냄새.

‘먹을 거다!’

좌판에 깔린 먹거리들이 그를 충동질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구운 닭고기를 향해 걸음을 옮겼고, 자신이 팔을 앞으로 뻗고 있는 줄도 몰랐다.

하지만 주변 상인들은 모두 레오의 등장을 눈치채고 있었다.

‘하필이면 여기로 오네. 귀찮게.’

닭고기 집 주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거지 꼬맹이들은 저렇게 힘없이 걷는 척하다가도 갑자기 펄쩍 뛰어 뭔가를 훔쳐 달아나고는 했다.

미리 나가서 앞을 가로막는 게 상책이었다.

상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닭고기를 때려 살을 부드럽게 만드는 몽둥이를 들고, 다가오는 거지 소년을 가로막았다.

“야. 좋게 말할 때 저리 가라.”

레오는 고개를 들어 닭고기를 가로막은 남자를 올려다 봤다. 그는 위협적으로 뭉둥이를 탁탁 허벅지에 두들기고 있었다. 한 대만 맞아도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할 것 같다.

레오는 겁을 잔뜩 집어먹고 마른 목을 마른 혀로 다시며 용서를 구했다.

“죄, 죄송해요. 훔치려는 건 아니었어요.”

“알았으니까 얼른 꺼져.”

차가운 축객령에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레오는 슬쩍 주변을 훑었다.

주변 상인들 모두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이대로 물러서면 저 상인들도 그를 똑같이 쫓아낼 게 분명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사정했다.

“저기… 뭐라도 얻어갈 순 없을까요? 꼭 보답할게요.”

“아! 거 필요 없으니까 그냥 가라고. 확! 한 대 맞고 싶냐?”

상인은 몽둥이를 슬쩍 들어 올리는 시늉까지 했지만, 거지는 물러나지 않았다.

여기서 물러나면 나도, 레나도 다 죽는다!

절박함이 레오를 몰아세웠다. 그는 오히려 고개를 들어 상인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닭 머리나 발 같은… 생으로 잘라낸 것도 좋으니 버리는 셈 치고 주시면 안 될까요? 제발요.”

닭고기는 도축 과정에서 1차 가공만 하는 육류에 속했다. 내장과 털만 제거한 후 부위별로 나누지 않은 채 유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머리와 발까지 자르는 경우는 이 시대에는 꽤 드물었다.

레오는 이걸 뻔히 알고 있었다. 닭고기를 하는 집에는 분명 닭 머리와 발이 무더기로 쌓였을 거다.

상인은 난감하게 머리를 긁었다.

정말 어쩌다 한 번씩 이런 당돌한 거지가 있었다. 가장 골치 아픈 부류로, 아직 나쁜 짓에 손대지 않은 거지 꼬맹이가 종종 이런 행동을 했다. 못된 짓을 해본 거지는 제 발이 저려서 상인을 슬그머니 피했다.

“야. 너한테 그걸 주면 내가 다른 상인분들한테 욕을 먹어요. 알아? 너희 같은 거지들 키운다고 욕먹는다고.”

“억지 부리고 있는 건 알고 있어요. 정말 죄송한데 진짜 죽을 것 같아요. 저기 제 동생도 있어요. 은혜 절대 잊지 않을게요. 부탁드려요.”

상인은 골치가 아팠다.

여기서 거지가 무릎을 꿇고 징징 울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거지를 끌고 가도 될 것 같은 상황이 조성되기 마련이었다. 야단법석이 일어나면, 장사꾼이 거지를 조금 강경하게 대해도 괜찮았다. 시끄러운 상황을 빠르게 해결한 셈이라 욕을 덜 먹었다.

그런 다음,

“안타깝지만 제가 뭐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저도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라고 한번 날려주면 됐다.

그때 만약 동정심이 많은 손님이 와서 거지를 도와주거든,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짓는 것. 이게 일반적인 공식이었다.

그런데 이놈은 딱하고 서서 말만 할 뿐 꼼짝도 안 했다. 아무 짓도 안 하고 또박또박 말하기만 하는 애를 억지로 끌어내면 나만 나쁜 놈이 된다. 그러면 장사에 영향이 올지도 몰랐다.

상인은 슬그머니 좌중의 눈치를 살폈다.

행인들도 주위에 몰려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누가 나서서 뭐라도 사주려는 사람이 없나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에잉. 똥 밟았네.’

“너 여기서 가만히 기다려. 손댔다가는…”

상인은 투덜투덜 들어갔다.

곧 닭 부산물을 담은 바구니를 들고나온 그는, 거지를 다시 보고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아, 잠깐. 이 새끼 들고 갈 것도 없네. 바구니까지 줘야 하잖아. 진짜 완전히 똥 밟았네.’

레오는 바구니를 받아들고 벌레 씹은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상인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떠났다. 더 늦으면 가다가 쓰러질 것만 같았다.

뒤로 몇몇 상인들이 닭고기 집 상인한테 다가가 뭐라 뭐라 하는 것 같았지만, 더는 그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레오는 비틀비틀 레나에게 돌아왔다. 동생은 그의 손에 들린 것을 보더니 안색이 밝아졌다.

남매는 지저분한 골목길에서 허겁지겁 닭 머리와 발을 긁어먹었다. 눈알과 닭 볏은 물론, 연골까지 남김없이 씹어먹었다.

쓰레기통에서 썩어가는 음식물보단 나았다. 부위가 좀 그런 생고기였지만, 적어도 며칠 이내에 도살된 고기였다.

배를 채우자 이제는 물이 문제가 됐다. 도시에서 깨끗한 물은 이런 닭 부산물처럼 선뜻 내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보통 이런 도시 부근엔 강이나 냇물이 있지만, 최악의 경우엔 우물만 있는 도시일 수도 있었다. 거지들은 우물에 접근할 수 없어서, 그런 도시에서는 빌어먹고 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인트로 영상에서 본 도시는 매우 컸다. 그만한 규모면 주변에 강이 있을 게 분명하니 물을 끌어와 공급하는 곳을 찾아야 했다.

“레나야. 혹시 물이 어디 있는지 아니?”

동생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런 걸 나한테 묻느냐는 듯한 의문이 눈에 떠오른 거로 봐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어 보였다.

뭘 입에 집어넣으니 갈증이 더 심해졌다.

레나도 목이 마르겠지.

주위 바닥엔 물이 살짝 고여 있었지만, 바닥에 고인 물은 너무 지저분해서 마시면 탈이 났다.

레오는 별수 없이 건물의 외벽을 핥았다. 벽에서 흐르는 빗물을 마시는 건데, 레나도 그를 따라 똑같이 벽을 핥다가 금방 뭐 하는 짓이냐는 듯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그 모습에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물을 마셔본 적이 없나? 그럼 어디선가 물을 구해다 먹은 게 분명한데, 얘는 왜 모른다고 하지?’

시나리오가 시작할 때마다 겪는 난관이었다.

레오에겐 과거의 기억이 없었다.

그렇다고 동생에게 물어보기도 난감한 일이었다.

‘이건 뭐지?’

어렵게 기갈을 해결하니 목에 달린 목걸이가 느껴졌다.

하얀 금속에 어떤 기호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는데, 레나도 똑같은 것을 목에 차고 있었다. 중요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이걸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일단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다.

레오는 동생을 이끌고 다니며 쓰레기통을 보이는 데로 뒤적였다.

간혹 손에 잡히는 음식들은 척 보기에도 대부분 상했지만, 괜찮아 보이는 부분이 있으면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긁어 입에 물었다. 운 좋게 멀쩡한 것이 있으면 레나에게 줬다. 몇 쪼가리의 옷감도 얻었다.

“오빠. 나 다리 아파… 이제 집에 가자.”

동생은 힘이 빠졌는지 오빠의 옷을 잡아당겼다.

그새 해가 거의 저물어 갔다.

레오는 알았다고 하면서도 사는 곳이 어딘지 몰라서 앞서가지 못했다. 레나는 피곤한 눈을 비비며 졸랐다.

“안 갈 거야? 어두워지는데…”

“응, 가야지. 그런데 오빠가 지금 길을 잃어버렸네. 여기가 어디지?”

“헤헤. 오빠도 뭘 못하는 게 있네. 내가 알려줄게.”

레나는 오빠에게 도움이 되는 게 기쁜지 헤실헤실 웃으며 길을 안내했다. 집은 처음 시작했던 곳에서 별로 멀지 않았다.

한 건물 뒤편, 남매의 집인 듯한 것이 보였다.

이 건물은 멋을 부린다고 외벽에 작은 아치가 돌출돼있었다. 남매의 집은 튀어나온 아치를 지붕 삼아 나무판자를 기대고 천 쪼가리들을 무작정 덮어둔 것이었다.

주변엔 생활용품으로 보이는 잡동사니가 늘어져 있었고, 밖에 놓인 작은 컵에는 빗물이 고여 있었다.

‘왜 이런 곳에서 살고 있지?’

여긴 사람이 사는 멀쩡한 건물 옆이었는데, 이런 건물에 기대서 집을 만들고 사는 건 위험했다.

건물 주인이 알면 당장 달려와 집을 부수고 두들겨 팰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남매가 단둘이서 사는 것도 이상했다.

이만큼 큰 도시면 거지도 제법 많아서 나름의 주거지를 마련하고 모여 살았다. 그래야 주민들에게 얻어맞을 일도 줄고, 다 같이 뭐라도 구하러 돌아다닐 수 있었다.

여러모로 거지 무리에 끼어 사는 게 훨씬 나을 텐데 얘들은 그러지 않았다.

‘거지가 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인가?’

의구심이 뭉실뭉실 피어올랐지만, 일단 레나를 따라 집으로 기어들어 갔다.

집은 똑바로 눕기도 어려울 만큼 작았다. 다리를 오므린 채 서로 껴안고 자야 할 만한 넓이였다.

그는 잠을 자기 전에 먼저 동생을 좀 씻겼다. 너무 지저분해서 그동안 보는 내내 마음이 다 아팠다.

집 밖의 작은 컵에 고인 물을 사용할까 했지만 관뒀다. 그건 내일 마실 물이었다.

주워온 천 쪼가리를 바닥에 고인 물에 적셔 레나의 얼굴을 꼼꼼히 닦아줬다.

그러자 대번에 모든 의문이 풀렸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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