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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

#5 썬셋

제목: 야 로마노스랑 서저리 떨어졌대… 대박

작성자: 햄스터/소서러

내용: 두둔,,, 패망한테 졌어….

(13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

-헐

-헐

-ㅎㄹ 예선이자나 예선 탈락이라고?

-웬일이래? 난 걔네가 이길 줄… 어떻게 된 거임 녹화 영상 있어?

└나 있어! 인코딩 중 ㄱㄷㄱㄷ

-관전으로 봤는데 실패 어쩌고에 새로 들어온 애들이 차분하게 잘하더라…ㅇㅇ 간부급들은 하는 거 없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몰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신고 먹고 댓글 삭제되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관전했는데 존나 얍삽하던대ㅋㅋ 나만 그런 거x 관전하던 애들 다 그 소리함ㅋㅋㅋ 전챗으로 욕도 ㅈㄴ많이하고 인신공격 오져서 보는데 짜증 엄청났음ㅋㅋㅋ 그리고 곰돌이한테 폭탄 실어 보내는 거 진짜 개 치사했음ㅠㅠ 자살 테러냐고 진심ㅋㅋ 곰돌이 뒤지는 건 포인트에 합산 안 된다고 그 귀여운 애들을 자살 테러범으로; 살다 살다…^^ 사실 그거 보고 썬발 새끼 생각도 좀 났고…ㅋㅋㅋ 이런 것도 전략이라 함?

└그게 바로 전략이죵 저도 잠깐 봤는데 실패망? 그분들이 더 잘하시던데….

└썬셋 사건도 전략이라 할 새끼ㅎㅇ

└윗윗댓 얘 실패웅앵 길마 부캐임. 아이디로 검색하면 자게에 쓴 글 나오는데 몰랐냐? 본캐로 글을 쓰질 말든가… 아님 다 지우고 오든가… 그럼 안 들켰을 텐데ㅠㅠ 노력이 부족해 F 드립니다.

└ㅋㅋㅋㅋ아 미친 노간지 길드 답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였으면 수치스러워서 혀 깨물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븅~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 입으로 잘한다 하면 현타 안 오냐?

-근데 패망은 왜 안 망하는 거야? 신규 먹버를 그렇게 밥 먹듯 하면서 왜 다들 들어가는지 몰라

└몰라서 들어가는 애들 머라 하지 마… 버려지고 나서 자게 오니까 그때 토닥토닥해주면 됨ㅠㅠ 근데 패왕 잘생겼대

└그게 뭐? 얼굴로 게임하는 것도 아니면서

└저것도 패왕 부캐냐?

제목: 선율 포세전 재밌더라

작성자: Elsona/힐러

내용: 진짜 정신 1도 없었음ㅋㅋㅋㅋㅋ 가만히 있는 애가 하나도 없어 진짴ㅋㅋㅋㅋㅋㅋ 이러면 힐러만 죽어나는 거죠 뭐… 내가 힐러라서 힐러만 좀 불쌍 하드랑ㅋㅋㅋㅋㅋ 파티원 시점으로 이동해서 보다가 어지러워서 다시 하느님 시점으로 돌아옴^ㅅ^ 편-안

(28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썬셋 시새발끼

└갑자기?

└욕해서 미안해… 갑자기 화가 나는 바람에….

└ㅋㅋ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 이 댓글 왜 추천 백 개임?ㅋㅋㅋㅋㅋㅋㅋㅋ 글보다 추천 수 더 많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얘네가 이길각임. 걍 공성전 끝내죠… 작년 우승이랑 준우승 조합인데 말 다 했지. 글고 서저리 떨어져서 적수가 없어ㅋㅋ

-나 아까 인코딩 중이라던 앤데ㅋㅋㅋㅋㅋ 하느님 시점ㅋㅋㅋㅋㅋㅋㅋ으로 녹화한 거 공략게에 올렸음 ㄱㄱ 최신 글에 있을 거

└보러 가여

└ㄱㅅㄱㅅ

-ㅋㅑ 냥 어쩌고 조강지처 ㅊㄴㅇ두고 썬신병자랑 호흡 척척인 거 보소

└썬셋: 압도적 감사^^!

└십

└(눈 찔러서 실명됨)

└아 샹 씨발아 내 글에서 사라져

└썬셋 묻어서 망글 됨ㅅㄱ

└ㅊㄴㅇ 겜 접엇냐? 자게에서 냥 펫닉보고 개처웃은 게 엊그제 같은데 왜 안 들어와ㅋㅋㅋ 잡은 물고기라 이건가ㅋ

-발키리+문페 조합이 원래 방어 특화임? 싱기하네

└방어겟냐?

└ㅠㅠ미안 몰라서 그래 근데 왜 잘 안 뚫려?

└몰라 ㅅㅂ 저 새끼들을 우리가 어케 이해하냐 존나 저세상 실력인데

└쓰레기x쓰레기=핵폐기물직업 조합임

└딱히 직업 상성이 좋지도 않은데 뭐란 말임….

-결승전 기대해봄

제목: 마지막 주 점령전(이시스전)을 꼭 봐야 하는 EU.txt

작성자: 흥미충실/힐러

내용: 선율+포세이돈 vs 실패 어쩌고+패망

한 줄로 정리한다. 이상 끝ㅋ

(30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두 줄인데?

└너 같은 애들 사라지면 지구가 좀 더 깨끗해질 텐데….

└아니 그냥 두 줄이라고; 말해줘도 지랄이야;;

-다들 말없이 추천 박고 가네ㅋㅋㅋㅋ

-서저리가 쟤네 때매 예선 탈락인 게 존나 웃음 지뢰임ㅋㅋㅋ 패망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신규 회원들이 캐리해서ㅋㅋㅋㅋㅋ 걔네 공성전 끝나면 먹버당한다에 울 오빠 부랄 두 쪽 다 검

└오빠 거를 왜 걸어;; 오빠 허락은 맡았어?

└?ㅋㅋ허락을 왜 맡아? 니 거 건 것도 아닌데 발작하지 마셈ㅇㅇ

└패왕1: 루머 퍼뜨리지 마세요. 다 소중한 우리 길원입니다. 불알은 줘도 안 가지니까 공기놀이나 하든가ㅗ

└?? 걍 내 생각 말했다가 엿 먹음ㅋㅋㅋ 근데 님 준다 한 적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시죠 왜… 그렇게 갖고 싶으면 줄게요… 부랄만 네 개 달고 다녀라,,,, 어차피 내 거도 아니라 상관없음

└래매 패때래재 매새애~ 댜 쇼즁햔 유리 걜얜앱내대~!

└–공익광고 협의회-

└내 댓글에서 싸우지 마;;;

-나 문페어리 키워보려고 법사캐 생성함!!

└우왕 놀캐로?

└아니! 난 놀캐 안 해!

└ㅋㅋㅋㅋ귀엽ㅋㅋ 깨발랄하게 개소리하네

└한 달 뒤: 너네 왜 나 안 말렸냐ㅠㅠ

└왜… 그냥 한번 해본다고ㅠㅠ 이쁘던데?ㅠㅠ

└글애글애 너가 한번 키워봐 허접 문페ㅎㅇ

└문페 아무도 안 키우는 건 이유가 있어… 아직 트리 안 탔으면 차라리 비슷한 효율에 힐까지 되는 힐러를 키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함. 문페가 스킬 연계로 음악 콘텐츠 생성이 가능해서 간지나기는 하는데 글쎄…? 돈 없으면 성능도 애매하고… 쿨타임도 애매해서 일반 기술이랑 섞어야 되는데 썬셋 정도 실력이나 재력 없으면 그냥 빨리 포기하는 게…? 갓 직업 히어로를 키우자 ㅎ

└그냥 예뻐서 키울 거라고ㅠㅠ 스샷 찍고 놀 거야 히어로 재미없어ㅠㅠ

└? 화려한 쓰레기라고 오천 번 말했는데 얘 여기서 또 이러네ㅋㅋ 그래 니 꼴리는 대로 하세요~ 맨날 스샷만 찍고 놀다가 지나가던 심심한 썬셋한테 모가지 썰려라

└썬셋?? 버프 주고 그러던뎅? 내 친구 쩔도 해줫엉! 착해!!

└?

└????

└깜짝 놀라서 0.1초 만에 ‘언어폭력/유해’분류로 신고 눌렀음

└신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히익…? 착하대 머리 갈라보면 꽃밭 나올 듯

└엥? 썬셋 부캐도 아니네?? 누구세요? 너 알바비 받았음?

└현찰로 줬을 듯

└본성 어디 안 간다 다음은 영정이니까 자제하는 거임

*

-개교기념일이요?

“응.”

-그럼 집이에요? 그런데… 누구랑 같이 있어요? 옆에 오토바이 소리 같은 거 들리는데….

‘부르르르르릉. 부르르릉.’

힐긋 옆을 돌아보았다. 벽에 붙은 자리에서 의자에 기댄 채 자고 있는 초췌한 남자가 보였다. 때마침 남자의 입꼬리에서 투명한 액체가 주륵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다시 모니터로 돌려버렸다.

“아니 PC방인데 누가 자고 있어서 그래. 밤새웠나 본데?”

-PC방? 그럼 저 지금 월담할 테니까 점심같이….

-‘쌤! 천노을이 월담한대요!’

-…아 씨발 정민재.

주변이 소란스러웠다. 경수는 휴대폰을 귀에서 조금 떨어뜨린 채 말했다.

“야 헛소리 말고 끊어. 친구 경쟁전 끝나면 다시 집 들어갈 거야.”

-형, 그러면 제 방 옷장에 교복 두 벌 더 있는데요.

그게 여기서 갑자기 왜 나오지? 무슨 말을 하려고…. 경수는 떨떠름한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눈만 찡그렸다.

“…….”

-집 비밀번호 258789구요. 모양으로 외우면 돼요. 정민재가 맨날 문 따고 들어와서 어제 새로 바꿨거든요.

“…….”

키보드를 따라 손가락을 옮기던 경수는 멈칫하고 말았다.

‘ㅗ’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옷장에서 제 옷 꺼내 입고 학교로 와주세요. 점심 같이 먹게.

“허….”

너무 근본 없는 개소리라 웃기지도 않았다. 전화를 받아주는 게 아니었는데. 경수는 귀에서 휴대폰을 떼며 통보하듯 말했다.

“끊는다.”

-잠깐…!

근래 노을이 칭얼대는 빈도가 잦아졌다. 오락실에서 잠깐 놀아준 뒤로부터 거의 한 달을 못 봤다는 이유로 밤만 되면 사진이라도 보내 달라며 생떼를 썼다. 그렇게 보고 싶으면 학교 끝나고 처음 만났을 때처럼 기다리든가. 하여간 말뿐인 놈이었다.

「ㅊㄴㅇ: ㅠㅠ혀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ㅅㅂ울지 마;」

「ㅊㄴㅇ: 안 울어요ㅠㅠ 손가락만 우는 중ㅠㅠㅠㅠㅜㅠ」

「나: 니가 자꾸 개소리를 하잖아ㅡㅡ」

「ㅊㄴㅇ: ㅠㅠ영화 보자고 하면 또 봤다고 할거죠ㅠㅠ?」

「나: ㅋㅋㅋㅋㅇㅇ」

「ㅊㄴㅇ: 저랑 영화 봐요.」

놈의 예상 답변대로 전부 봤다고 하려다 노을과 약속했던 게 문득 생각났다.

‘영화는 다음에 보면 되니까 기분 풀어.’

‘같이 봐줄 거예요?’

그때 노을이 영화 예매를 안 해오는 바람에 쓸데없는 게임이나 하다가 집에 갔는데, 그때 이후로 내내 신경 쓰인 탓이다. 시험 기간이 끝이 나면 싸늘한 겨울을 몰고 방학이 찾아올 것이다. 그땐 부모님을 보러 지방에 내려갈지, 아니면 계속 자취방에 있을지 아직 불확실했다. 경수는 팬 서비스를 하는 셈 치고 마음을 곱게 먹어보기로 했다.

「나: 그럴 거면 아예 약속을 잡던가 맨날 말만 하지 말고.」

「ㅊㄴㅇ: ?」

「ㅊㄴㅇ: 오ㄴ르요!」

「ㅊㄴㅇ: 오늘요 오늘!」

오타를 낼 정도로 기쁜 천노을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늘은 바빴다. 지금부터 도영의 FPS 게임 경쟁전을 도와준 뒤 오후에는 일루전에 들어가야 했다.

「나: ㄴㄴ오늘 바빠 레테레즈 항구에서 결혼식이 있어서」

「ㅊㄴㅇ: ?ㅋㅋ」

노을은 저 메시지 하나만 보낸 뒤 잠시 동안 잠잠했다.

「나: ??」

「ㅊㄴㅇ: 그게 형 결혼식은 아니죠?」

「나: ?아닌데?? 지구별님 부캐」

「ㅊㄴㅇ: 다행이다… 하마터면 내일 어디 길마의 장례식이 있을 뻔했어여ㅠㅠ」

「나: 아니라니까 그겈ㅋㅋㅋㅋㅋㅋㅋ」

경수는 웬만해서 노을에게 게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전체 플레이의 80% 정도가 선율과의 연습 게임이었고, 나머지는 길드원들에게 놀림당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맥락 설명을 위해서는 썬셋 이야기가 반드시 들어가야 했다.

자신을 좋아하는 노을에게는 그 어떤 말을 꺼내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놈이 상처받든 말든 내버려 두면 좋겠지만, 이미 그러기에는 너무 정이 들어버렸다.

「나: 아 이번 주는 안된다 반대항 축구 때문에 학교 끝나고 종합운동장 가기로 했거든. 그래서 시간 없어」

「ㅊㄴㅇ: 31일은요?」

「나: 공성전 전날임」

「ㅊㄴㅇ: 참나 그렇게 열심히 준비 안 해도 어차피 형이 다 이기잖아요.」

칭찬에 약한 입꼬리가 삐죽 올라갔다.

「나: 그런 말 해두 안 돼ㅡㅡ」

「ㅊㄴㅇ: 그럼 12월 1일은?」

「ㅊㄴㅇ: 또 그날은 공성전 날이라 안 돼요?」

「ㅊㄴㅇ: 2일은 다음 날이라 쉬어야 해서 안 되나?ㅡㅡ」

「ㅊㄴㅇ: 3일은 전날 쉬느라 피곤해서 쉬어야 하죠?ㅡㅡ」

「나: 너 혼자 되게 잘 논다」

「ㅊㄴㅇ: 그래서 혼자 보라고여?」

「나: 내가 언제 그랬어? 1일 이후면 괜찮아」

「ㅊㄴㅇ: ㅇㅅㅇ!!」

「ㅊㄴㅇ: 그럼 1일!」

「ㅊㄴㅇ: (사진)」

말하기도 전에 달력에 동그라미부터 쳐뒀는지 1일에 빨간 동그라미가 겹겹이 그려져 별까지 붙어있었다. 게임이 끝나자마자 잡혀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경수는 노을과 약속한 1일을 휴대폰 일정에 추가했다. 배경화면의 달력에 노란 별 스티커가 하나 붙었다. 그때 두리번거리던 도영이 경수를 찾아내 다가왔다. 그는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인사를 건넸다.

“경수 빨리 왔네?”

“한도영 네가 늦은 거야.”

“야. 경수 말고 김경수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이 새끼 또 지랄이야.”

도영 혼자만 온 게 아니었다. 예전의 천노을 다음으로 게임에 재능이 없는 친구인 태열까지 대롱대롱 달려있었다.

“경쟁전인데 권태열은 왜 달고 왔어? 도움도 안 될 텐데. 티어 깎이겠다.”

“몰라. 틀린 그림 찾기 하겠대.”

“맞아. 신경 꺼라.”

“어, 그래….”

굳이 PC방까지 따라와 틀린 그림 찾기나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경수는 연달아 베스트 플레이어 자리를 차지했다.

빠른 대전으로 태열까지 섞여 한 판 할 때는 몇 달 전이 생각나 아련해지기도 했다. 천노을이 얘보다 못했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걔가 얘보다 낫다. 미약하게나마 실력이 늘기는 했으니 말이다.

*

집에 돌아와 마을에 캐릭터를 앉혀둔 경수는 딱히 할 일이 없어 경매장 매물을 뒤졌다. 유독 싸게 나온 별 조각을 구입해 우편함으로 달려가던 중, 누군가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머리 위에 ‘패망’글자가 떠 있었다. 시비를 걸려고 따라오는 건가 싶어 길드존으로 옮겨가려던 중 패망이 제 이름을 불렀다.

[전체] 청사과청: 냥님!! 안녕하세요!!>ㅇ<

[전체] 냥이냥나냥: ?

[전체] 청사과청: 전에는 사과가 죄송했어요ㅠ.ㅜ

[전체] 냥이냥나냥: 아 템 먹고 튄….

자기 자신을 3인칭 화해서 말하는 것에 누구인지 기억이 났다. 노을의 젬스톤을 먹고 강제로 파티에서 탈퇴 당한 유저였다. 귀찮게 귓속말을 하길래 귓속말 차단기능도 오랜만에 사용했었다. 그 이후로 더 이상 만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을에서 마주칠 줄이야….

[전체] 냥이냥나냥: 길드 들어갔네여

[전체] 청사과청: 네~ 다들 잘해주세요><

패망이? 워낙 패망에 대해 나쁜 기억밖에 없는 터라 미심쩍었다. 길드 마스터인 패왕1은 편협한 사고 탓에 길드원들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머저리에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 등신이었고, 길드원들도 하나같이 유치하기 짝이 없다.

[전체] 냥이냥나냥: 글쿤….

[전체] 청사과청: 지금 할 일 없으시면 저랑 은하수 가실래요?

강제로 파티를 탈퇴시킨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부터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은하수 레이드를 제안하는 건 더 어이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그녀는 힐러라, 포션을 아껴준다는 장점을 빼고 생각해보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몬스터를 잡는 건 다 제 일일 게 분명하다. 전에 봤을 때는 프리스트였는데 그새 열심히 레벨을 올렸는지 벌써 힐러가 되어있었다.

[전체] 청사과청: ㅠㅠ근데 귓말 좀 풀어주시면 안 돼요?

[전체] 청사과청: 그때 제가 우편 보낸 거 보셨어요오?

템 먹튀 사건의 다음 날, 장문의 우편이 도착해 있었다. 잠깐 욕심이 나서 그랬다는 구구절절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사정은 경수에게 알 바가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노을이 그 아이템을 돌려받을 수 있지도 않았다. 그 이후 더 볼 일이 없어 기억 한편에 묻어둔 뒤였다.

[전체] 청사과청: 그분한테도 우편 보냈었는데ㅠㅠ 두 분 다 답이 없으셔가지구….

어차피 길드원들은 오후가 되어서야 들어온다. 심심하기도 하니 괜찮으려나…. 그리고 이제 더 빼앗길 아이템도 없다. 딱히 할 일도 없어 다른 게임을 할까 고민하던 터라 경수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귓속말을 풀어주었다.

[전체] 냥이냥나냥: 이제 아이템 스틸 하지 마세요

[귓속말] 청사과청: 네ㅜㅜ 감사해여!>ㅁ<

‘청사과청 님께서 파티에 초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아이템 획득 설정이 자유 획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인스턴트 던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파티] 냥이냥나냥: 몇 판만 돌아여 템은 순차 획득으로 바꿔주세요

‘아이템 획득 설정이 순차획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파티] 청사과청: 넹! 저두 이따 나가야 해여ㅇ.ㅇ

[파티] 청사과청: 친구들이랑 쇼핑 가기로 해서!!

[파티] 냥이냥나냥: 원딜러는 번거로워서ㅠㅠ 다른 사람들도 불러도 될까요??

[파티] 청사과청: 네넹~!^0^

경수는 길드 채팅으로 이동했다. 대학생이라는 유저들 몇 명과 부길마가 접속해 있었다.

[길드] 냥이냥나냥: 은하수 가실 분??

[길드] neutaaaa: 저여

‘neutaaaa 님께서 파티에 참여하셨습니다.’

[파티] neutaaaa: ?? 혼자 아니엇네요 ㅎㅇㅎㅇ냥님 친구?

[파티] 청사과청: 네ㅎㅎ 안녕하세용!

[파티] neutaaaa: 냥님 친구면 제 짱친이죠ㅋ

[파티] 청사과청: ㅎㅎ

파티에 초대받은 neutaaaa는 곧 둘이 있는 곳까지 이동해왔다. 청사과청이 두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션을 사용했다.

[파티] neutaaaa: 저 스킬 좀 맞추고 올게여

[길드] neutaaaa: ㅅㅂ냥님 얘 패망인데요 패망에 아는 애 있었어여????

[길드] 냥이냥나냥: 아뇨 전에 천노을 템 먹고 튄 애임

[길드] 냥이냥나냥: 그때는 패망 아니었어요

[길드] neutaaaa: 템 먹튀를 왜… 냥님 혹시 템 먹튀 감싸기 전문?

[길드] 냥이냥나냥: 그럴 리가

[길드] neutaaaa: 근데 왜? 천노을이랑 싸웠어여? 그래서 템 먹고 튄 애랑 노는 거임?ㅠㅠ

[길드] 할로윈가지: ??? 냥님 천노을이랑 싸웠다고?

[길드] 냥이냥나냥: 안 싸웠어요;;

[길드] 냥이냥나냥: 그래서 템 획득 설정 순차로 바꿨어여ㅋㅋㅋ

[길드] neutaaaa: 머야 그럼 저 부르시지ㅜ 한 판만 뛰고 저희끼리 해요 패망이랑 놀기 싫어요ㅅㅂ

[길드] 할로윈가지: 패망 빠지고 나면 저도 끼워줘요

[길드] neutaaaa: ㅇㅋㅇㅋ

[파티] 청사과청: 아는 오빠가 저 파티 중이라니까 껴도 되냬서 초대할게요~?><

‘투명인간 님께서 파티에 참여하셨습니다.’

[길드] 냥이냥나냥: ㅆㅂ뭐야

[길드] neutaaaa: 뭐여 ㅆ1발;

[길드] 할로윈가지: 뭐야 왜 그래요?

그저 패망 길드에 들기만 한 게 아니라, 간부급 지인을 만들기라도 했는지 청사과청이 패망의 길드원을 파티에 초대했다. 항상 시비가 붙으면 가장 먼저 나서서 쌍욕을 하던 놈이라 저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다.

[파티] 투명인간: ??ㅋㅋㅋ사과야 왜 쟤네랑?

[파티] 청사과청: 전에 사과 도와줬던 분이야!ㅇㅁㅇ!

[파티] 투명인간: 아 그래?

[파티] 청사과청: 웅ㅠ.ㅠ 저분들도 같이하자 오빠ㅠㅠ

[파티] neutaaaa: ㅋㅋ누구세요?ㅋㅋ 전 안 도와줫음 ㅅㄱ

‘neutaaaa 님께서 파티를 이탈하셨습니다.’

[파티] 투명인간: ㅋㅋ;;;

[길드] neutaaaa: ㅅㅂ미1쳣나 은하수팟에 투발 놈을 데려오잖아요 길마님 반만큼도 안 나오는 딜량가지고 어딜 비벼?

[길드]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길마 반도 안 나오는 건 심했다….

[귓속말] 청사과청: 냥님… 나간 분이랑 투명 오빠 사이 별로인가요오??ㅠ.ㅜ

파티 탈퇴를 누르려던 경수는 잠깐 멈칫하고 말았다. 두 길드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해서 그걸 모르는 뉴비가 눈치를 볼 이유는 없었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조금…ㅋㅋ

[귓속말] 청사과청: 8ㅁ8

[파티] 냥이냥나냥: 한 판만 뛰고 갈게요

[파티] 청사과청: 네에ㅠㅠ

[파티] 투명인간: 그래도 님은 예의라는 게 있네요. 사과야 신경 쓰지마ㅋㅋ

[파티] 청사과청: 웅ㅠㅠ 내가 눈치 없단 소리를 많이 들오소….

[파티] 투명인간: ㅋㅋㅋ귀여워ㅋㅋㅋ

[파티] 냥이냥나냥: 빨리 가영

던전 안에 들어오니 둘의 염장질은 더 심해졌다.

[파티] 투명인간: 사과야 힐러 정령석 오빠한테 왔는데 이리 와봐

[파티] 청사과청: 어? 안 그래도 되는뎅ㅠㅠ 나 이미 투옵 붙은 거 잇오!

[파티] 투명인간: 이거 옵션 세 개야~

경수가 몬스터들을 때려잡을 때, 둘은 던전 안에서 거래나 하고 자빠져 있었다. 정령석을 갈아끼자, 청사과청 뒤에 깔리는 오로라 색이 연분홍색으로 바뀌었다.

[파티] 청사과청: 고마워 ㅎㅎ

[길드] 냥이냥나냥: 샹 ㅈ1랄하네… 이럴 거면 나한테 같이하자고 하질 말든가

[길드] 할로윈가지: 냥님도 빨리 나와요 자원봉사 할 일 있음?

[길드] 냥이냥나냥: 거의 다 깨서요ㅡㅡ

준보스 몬스터를 처리하던 중, 투명인간이 몬스터의 필살기를 피하지 못해 죽고 말았다. 직선으로 나가는 공격이라 위로 두 번 뛰기만 하면 쉽게 피할 수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투명인간을 처리한 몬스터가 힐러인 청사과청에게 달려들었다. 보스 몬스터는 제 체력을 가장 많이 깎아 먹은 유저를 공격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경수는 반대편으로 점프해 넘어왔다. 그 덕에 청사과청은 급하게 자가 치유를 해 죽지는 않을 수 있었다.

[파티] 청사과청: 감사해요ㅜㅜ!

[파티] 투명인간: 금방 갈겡

[파티] 냥이냥나냥: 안 오셔도 될 것 같아요

준보스가 죽자 바로 보스 몬스터가 소환되었다. 솔플 때와는 달리 버프와 힐이 있으니 반동 데미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투명인간이 도착하기 전에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자, 별 조각과 달 조각이 아이템 보따리에 담겨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파티] 투명인간: 나 맵2에 있엉

[파티] 청사과청: 오빠… 방금 다 깼엉 8ㅅ8

[파티] 투명인간: 아 그래?ㅋㅋㅋ 다행이다

[파티] 냥이냥나냥: 길원들이 불러서 저 나갈게여

[귓속말] 청사과청: 냥님 잠시만요…!

‘청사과청 님께서 거래를 신청하셨습니다.’

“…….”

같이 은하수 레이드를 가자고 했던 건 별 달 조각을 얻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청사과청은 그녀가 얻은 조합 아이템들을 모두 거래 창에 끌어다 놓았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안 주셔도 되는데요?

[귓속말] 청사과청: 사과가 죄송해서 그래요ㅠㅠ 사이 안 좋은 거 모르구 불러서ㅠㅠ

‘거래가 완료되었습니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아… 감사합니다

[귓속말] 청사과청: 사과받아주셔서 감사해요오><

‘냥이냥나냥 님께서 파티를 이탈하셨습니다.’

던전 밖으로 나오자 앞에 부길마와 neutaaaa가 앉아있었다. 청사과청과 투명인간도 곧 던전 밖으로 나왔다. 둘은 동시에 다른 맵으로 워프해 사라졌다.

[길드] 할로윈가지: 쟤 전에 길드원 언제 모집하냐고 개 끈질기게 묻던 앤데

[길드] 냥이냥나냥: 누구요? 사과?

[길드] 할로윈가지: ㅇㅇ 천노을 템 뜯어서 알게 됐다고요?

[길드] 냥이냥나냥: 시나리오 깬다고 해서 잠깐 파티 끼워줬는데 템 먹어서….

[길드]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요? 빡쳣나요?

[길드] 냥이냥나냥: 당연하죠;;

노을이 괜찮다고 해도 그때 기분이 진심으로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천노을이 갤럭시 소드를 빼앗아갔던 그때의 기분과 맞먹었다.

[귓속말] 청사과청: 냥님(기웃 혹시 친추 걸어도 될까요…?_?)

[귓속말] 냥이냥나냥: 아… 네

이 상황에서 안 되니까 꺼져요, 라고 말할 만큼 그는 단호하지 못했다.

‘청사과청 님께서 친구 신청을 보냈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청사과청 님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귓속말] 청사과청: 오빠 오늘 도와주려 해주셔서 넘 감사해여…!^//^ 저희 차차 친해져요!^0^

[귓속말] 냥이냥나냥: 넹넹

난 처음에 아무한테나 말 안 걸었던 것 같은데. 붙임성이 되게 좋은 애네. 경수는 처음 다른 게임을 시작했던 어렸을 적의 자신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자 길드원들이 차차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정된 연습게임은 없었지만 길드원들이 스스로 연합 룸에 모여 잡담을 할 만큼, 두 길드는 꽤나 친해져 있었다.

‘썬셋 님께서 게임에 접속하셨습니다.’

썬셋이 연합 룸에 나타난 시점, 경수는 조합 재료를 가지고 구석 자리에서 망치를 깡깡 두들기고 있었다. 그런 경수를 응원하듯 그 주위를 둘러싼 포세이돈이 아까부터 박수 치는 모션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있었다.

‘인챈트에 성공하셨습니다!’

‘호수 인어의 펜던트 +19를 획득하셨습니다!’

인챈트 확률을 높여주는 아이템을 낀 덕인지, 연달아 성공해 액세서리는 19 강화까지 성공했다.

(S/희귀) 호수 인어의 펜던트 +19

제한 레벨: 240▲

강화 내구도: 200

인챈트 등급: 12

-호수 인어의 눈물로 만들어진 펜던트. 빛에 비추면 반짝반짝~

*효과

최소 공격력 +300

최대 공격력 +200

물리 크리티컬 데미지 +30%

올스탯 5%

인어의 축복 (풀세트 효과: 물리 타격 시 5% 확률로 모든 쿨타임 1초 감소)

[전체] 할로윈가지: 지금 몇 강이에요?

[전체] 냥이냥나냥: S에 19 강이요!!!ㅎㅎ

[전체] 할로윈가지: 오…?

심장이 쿵쿵 뛰었다. S급 액세서리를 이 정도까지 강화해본 건 처음이었다. 아이템과 인챈트운은 좋지 않은 편에 속해, 게임하면서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경수는 ‘장비를 맞추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전체] 스페이드퀸: 그 정도면 괜찮넹ㅊㅊㅊ

[전체] 포세이돈대장: 웬일로 냥님이 19강까지?

[전체] 박휘벌래: 이건 비밀인대,,, 사실,,, 한 시간 전에 별 모으기 운동을 햇습니다,,,,

[전체] neutaaaa: 14강에서 한번 터졌을 때 냥님 기절한 줄 알았음ㅋㅋㅋㅋㅋㅋ

[전체] neutaaaa: 좃밥 대장장이의 눈물 1탄ㅠ 절찬 상영 중

[전체] 냥이냥나냥: 뭐래… 달라 한 적 없는데 억지로 주셨잖아요

[전체] neutaaaa: 그래도 눈물 났으면서ㅋ

[전체] 냥이냥나냥: 전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데요?

사실 지금 생각해도 아깝긴 했다. 눈물까지 나진 않았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것은 사실이었다. 지금은 S등급이지만 그전에는 S등급에 10레벨이 넘는 옵션이 세 개까지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전체] 썬셋: ㅎㅎ아무튼 축하드려요~^^

[전체] 냥이냥나냥: 감사해영ㅎㅎ

썬셋의 축하마저 달가울 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강화한 펜던트를 착용하자 착용 효과로 인어의 푸른 기운이 몸 주위를 한 번 돌고 사라졌다. 연습용 허수아비에게 기본 강공격을 사용해보니, A등급을 낄 때보다 데미지가 10만이나 늘어 있었다.

[전체] ㅈi9별: 평타로 백오십….

[전체] ㅈi9별: 좃키리한테도 발리니까 현타오내,,ㅠ 그런데 20강까지 안 해요?

[전체] 냥이냥나냥: 아… 터지면 울 것 같아서요ㅜ

[전체] neutaaaa: ㅋㅋㅋㅋㅋ아깐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면서….

[전체] 썬셋: 19강까지만 해도 괜찮아요ㅇㅅㅇ!

[전체] ㅈi9별: 그래도 한 번만 더 성공하면 20인데?

[전체] 썬셋: 실패하면 우신다잖아요…ㅠㅠ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전체] ㅈi9별: 지금 우는 건 님이신대요…?

[전체] 썬셋: ㅠㅠ제가 공감 능력이 넘 뛰어난 바람에….

[전체] 스페이드퀸: ????????

[전체] 썬셋: 귓/분위기 조1지지 말고 웃어

[전체] 스페이드퀸: 헤헤….

[전체]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재료가 남기는 했지만 실패하면 수억이 공중분해 되는 셈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려 19강인데…. 하지만 길드원들은 20강까지 해보자며 경수를 자꾸 보챘다. 귀가 얇은 경수는 1강화마다 증폭되는 풀세트 효과를 생각해보라는 말에 솔깃하고 말았다. 풀세트 효과인 ‘일정 확률마다 쿨타임 감소’가 좀 더 증폭된다면 연계기를 하나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결국 말리는 건 썬셋밖에 없었다.

[전체] 냥이냥나냥: 그럼 걍 해보까?

[전체] 설영: ㅇㅇㅇㅇㅇㅇㅇㅇ

[전체] 할로윈가지: 지르고 보는 거죠^^ 가쟈~

[전체] ㅈi9별: 네!!!!!!!!!!!!!!!!!!!!!!!!!

‘썬셋 님께서 거래를 신청하셨습니다.’

[귓속말] 썬셋: 냥님ㅜㅜ 진짜 하실 거면 인챈트 묘약이라도 드시고 하세요.

[귓속말] 냥이냥나냥: 헐

[귓속말] 썬셋: 수락해주세요^^

“…….”

‘거래가 완료되었습니다.’

‘인챈트 확률 777 상승 묘약을 획득하셨습니다.’

경수는 크게 감동받을 뻔했다. 사양하고 받지 않기에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너무 탐이 났다. 20 강화까지 성공한다면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전체] 썬셋: ㅇㅅㅇㅎㅎ

뭐야, 얘 알고 보니 되게 착한 놈이었잖아…. 무려 인챈트 확률을 7% 올려주는 묘약이었다. 물론 직접 살 수도 있었지만 들어오자마자 저를 생각해 아이템까지 냉큼 주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제 안에 고착되어 있던 썬셋의 이미지가 조금 변할 것 같았다.

[전체] 스페이드퀸: 남의 거 터지는 게 젤 재밌어! 남의 거 터지는 게 젤 재밌어! 남의 거 터지는 게 젤 재밌어! 남의 거 터지는 게 젤 재밌어!

[전체] 썬셋: ㅋㅋㅋ냥님 눈물샘 vs 니 머리

[전체] 스페이드퀸: ?

[전체] 썬셋: 머가 더 먼저 터질 것 같아?ㅇㅅㅇ

[전체] 스페이드퀸: 앋….

[전체] 설영: 내 저럴 줄 알았다ㅋㅋㅋ

[전체] 썬셋: 이것도 재밌었음 좋겠네…^^

[전체] 스페이드퀸: 아 잠만 나 지금 방어구가 없ㄴㄴ데

스페이드퀸은 말을 다 잇지도 못하고 썬셋과 함께 자리를 비웠다. 썬셋이 먼저 PVP를 건 것 같았다. 불쌍하기는커녕 자업자득이라 생각돼 오히려 속이 후련했다.

[전체] 냥이냥나냥: ㅋㅋㅋㅋ잘됐다ㅉㅉ

[전체] ㅈi9별: 냥첩….

[전체] 설영: 냥깔….

[전체] ㅈi9별: ㄴㄴ첩이에요

[전체] 설영: ㅇㅋㅇㅋ 냥첩…ㅋㅋㅋㅋㅋㅋ

[전체] neutaaa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사라진 연합 룸 구석, 경수는 다시 장비 창과 아이템 창을 열었다. 인챈트 확률 증폭 묘약을 먹고 아이템까지 착용하고 나니 또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길드원들이 응원하듯 박수를 치고 있었다. 경수는 인챈트 칸에 인어의 펜던트를 올려 두고 조합 창에는 재료가 될 펜던트와 별의 조각 500개를 얹어 놓았다.

‘인챈트 실패 시 재료가 파괴됩니다.’

썬셋이 준 묘약까지 먹었고 아이템 효과까지 중첩된다면 성공 확률은 80%나 된다. 그러니까 당연히 성공하겠지? 경수는 침을 꼴깍 삼키고는 강화 실행 버튼을 눌렀다. 작업대에 망치를 깡깡 내려치는 소리와 함께 게이지가 조금씩 차올랐다.

‘인챈트에 실패해서 인챈트 재료가 파괴되었습니다.’

빨간 글씨와 함께 인챈트 창에 들어있던 무기와 재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경수의 캐릭터가 인챈트 실패 모션으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좌절하자 박수 소리가 점점 멎었다. 한순간 연합 룸이 조용해졌다.

[전체] 설영: 부길마 오빠는 진짜 뒤졌다….

[전체] ㅈi9별: …….

[전체] 할로윈가지: …ㅠ

[전체 neutaaaa: 확률 몇 퍼 떴어요…?

[전체] 냥이냥나냥: 80퍼요….

[전체] neutaaaa: ……ㅠㅠ

[전체] 냥이냥나냥: 괜찮음…^^

돈은 공중분해 되고 썬셋이 준 묘약은 수포로 돌아갔다. 짜증 나기는 했지만 예전에 다 강화한 무기가 터졌을 때보다는 나았다. 재료든 펜던트든 다시 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수중에 있는 돈을 떠올려보던 그때 노을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형. 아직 PC방이에요?

“나 집이야.”

-…괜찮아요?

“뭐가?”

-민재 새끼가….

“그걸 벌써 들었어?”

아이템 터졌다는 말이 벌써 천노을에게까지 흘러 들어갔단 말이야? 경수는 발 빠른 소문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는 거 아니죠?

“나 진짜 괜찮은데…. 별것도 아니고.”

-형 울지 마요.

“안 울어. 괜찮다니까?”

-목이 잠겼는데?

“아니라고.”

말장난을 몇 차례 반복하니 지쳤다. 급한 대로 14 강화에서 멈췄던 아이템을 끼자 PVP를 마친 둘이 연합 룸에 돌아왔다.

“나 진짜 괜찮으니까 끊어. 뭐 이런 거로 전화를 다 해.”

-그 이유도 있는데, 갑자기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어, 어?”

-끊을게요.

노을이 옅게 웃으며 전화를 끊자 스피커에서 뚜-뚜 소리가 들려왔다.

“…….”

얘도 알고 보면 참 착한데 또 어려워.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직도 감이 안 잡힌단 말이야. 경수는 착잡한 눈으로 휴대폰 배경화면의 달력을 들여다보다 고개를 휘휘 저으며 화면이 보이지 않게 책상에 엎어 놓았다.

[전체] 할로윈가지: 냥님 충격 때매 말 안 하는 거 봐….

[전체] 포세이돈대장: 오늘은 연겜 하지 말고 조합 재료나 구하러 갈까요

[전체] 할로윈가지: 괜찮아요 저는 어제 달 핀 15강 성공했는데요….

[전체] ㅈi9별: ? 지금 염장 지르는 거임?ㅡㅡ

[전체] 할로윈가지: ㄴㄴ끝까지 들어보셈

[전체] 냥이냥나냥: 아녀 저 괜찮아옄ㅋㅋㅋㅋ 아는 동생 전화 와서 그거 받느라

[전체] neutaaaa: 아 더 짠내나ㅠㅠ

[전체] 할로윈가지: 이거 보셈

밀짚모자를 벗으니 삶은 달걀 같은 민머리가 드러났다. 거기에 어제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달 핀을 착용하자.

[전체] 할로윈가지: 짜잔…ㅋ….

[전체]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하얀 대머리의 관자놀이 부분에 초승달 모양의 핀이 야무지게 꽂혀있었다.

[전체] 박휘벌래: 옙븐데?ㅎ

[전체] 할로윈가지: 예쁘다고? 제정신?

[전체] 냥이냥나냥: 그걸 왜 사신 건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할로윈가지: 모자만 쓰니까 좀 허전해서….

모자를 착용하자 달 핀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달 핀을 착용하니 모자가 벗겨져 머리가 드러났고 말이다.

[전체] 박휘벌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할로윈가지: 핀이랑 모자랑 같이 못 쓰는 거 왜 아무도 안 알려주셨지…?ㅋ

[전체] 할로윈가지: 암튼 강화 다 해놓고 못 쓰는 저도 있는데… 힘내시고^^

[전체]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님 대머리인 거 좀 즐기는 것 같은데 제 말이 틀립니까?

[전체] 할로윈가지: 사실 모자랑 선글라스 쓰면 좀 쎄 보여서 좋긴 함ㅎ

[전체] 할로윈가지: 최종 보스 같은… 느낌이랄까…?

[전체]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님 모자랑 해바라기는 같이 쓸 수 있어여 그게 진짜 간지임

[전체] 할로윈가지: 아 진작 말해주시지^^ 패션숍?

[전체] ㅈi9별: ㅇㅇ

금방 패션숍에 다녀온 그의 머리 양옆으로 노란 해바라기가 피어났다. 한층 더 휴양지의 깡패 같았다.

‘썬셋 님께서 파티에 초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파티에는 민재와 썬셋이 이미 참여해 있었다. 맥락상 이건 은하수 레이드 파티라는 것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전체] 스페이드퀸: 냥냥이 몰아주기 은하수 가실 분?ㅜ

[전체] 썬셋: 냥님 빼고 템 먹으면 즉결처분합니다~^^

[전체] ㅈi9별: ㅋㅋㅋㅋㅋ냥첩 실행력,,, 저여

[전체] 설영: 나두

[전체] neutaaaa: 넘 불쌍해서 어제부터 우느라 제 앞에 낙동강 2 만들어 졋음… 저도 갈게요

[전체] 할로윈가지: 한강 물 수면 올라간 건 저 때문이에요ㅜ 저도 가요~

그렇게 선착순으로 급조한 8인 파티가 구성되었다. 가는 도중에 경매장에서 인어의 펜던트 매물을 보이는 대로 전부 사들인 경수는 썬셋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썬셋이 주는 파티 버프를 받으며 경수는 민재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썬셋 좀 착한 것 같아

[귓속말] 스페이드퀸: 우웩….

제 사람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오면 잘해주는 타입인가. 그렇다 치기엔 썬셋은 처음부터 제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이 상황이 따뜻하고 편안해 희미하게 웃음이 나왔다.

*

이벤트 아이템 창이 조합 재료로 꽉 차는 데에는 두 시간이면 충분했다. 지구별은 어제 새벽, SSS급 블레이즈 무기 풀 강화에 성공했다는 명당자리까지 알아 왔다.

[파티] 냥이냥나냥: 지금 강화하러 갈게요 ㄱㅅㄱㅅ

[파티] 썬셋: 지금 제일 높은 등급이 뭐예요?

[파티] 냥이냥나냥: S 네요

[파티] 썬셋: 인어셋 맞죠?

[파티] 냥이냥나냥: 넹 펜던트… 혹시 더 높은 거 있어여? 저한테 파세요ㅠ

[파티] 썬셋: ?없어요ㅇㅅㅇ 부용왕전 가실 분? (커터칼)

[파티] 스페이드퀸: 이젠 숨기지도 않는구나ㅋ

[파티]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안가면 뒤질 듯ㅠ

[파티] 냥이냥나냥: 아니… 그럼 괜찮아요

[파티] 썬셋: 재료가 SS는 돼야 운 좋아서 트리플S 될 수도 있잖아여

[파티]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썬셋: 그래서 다 가시는 거죠?ㅇㅅㅇ 드르륵….

반 협박 때문인지 한 명도 누락 없이 그대로 아쿠아리움 도시에 이동해왔다. 썬셋은 잠시 창고에 다녀온다고 해서 무기점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때였다.

[전체] 청사과청: 오늘 자주 마주치네요*ㅅ* 냥님 안녕!

[파티] 스페이드퀸: 엥 전에 천노을 템 먹튀 한 애다

[파티] neutaaaa: 또 보네 ㅅㅂ

[전체] 투명인간: ;;사과 빨리 와

[전체] 청사과청: 아 웅!

[파티] 썬셋: ?

부용왕 던전에 가기 위해 아쿠아리움 도시로 들어오자마자 또 청사과청을 마주쳤다. 둘만 있는 건가 했는데, 이번에는 아쿠아리움에서 놀고 있었던 모양인지 주점에서 나온 또 다른 패거리와 마주칠 수 있었다.

[전체] Iove: 포세이돈 ㅅ1발아 니들이 여길 왜 와? 꺼1져

Iove는 포세이돈을 위협하듯 무기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여기가 길드존도 아닌데 물러나거나 대응할 이유는 없었다.

[전체] 냥이냥나냥: 다음 주부터 니넨 쪽팔려서 이시스 발도 못들일 텐데… 우리한테 잘해야지ㅇㅅㅇ

[귓속말] 청사과청: 싸우지 마세요…ㅠ

[전체] Iove: **이 ***

[전체] 박휘벌래: 짭 러브 머리 심었네?

[전체] Iove: ㅗ

[전체] 박휘벌래: 신경 쓰이긴 했나 봐ㅋㅋㅋㅋㅋㅋㅋㅋ 카와이ㅎㅋㅋㅋ

[파티] 할로윈가지: 대머리도 알고 보면 간지나는데….

[전체] 썬셋: ?? 안녕하세요^^

창고 정리를 하러 저 멀리 가 있던 썬셋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놀랍게도 패망 패거리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다른 놈들은 만만해도 그 유명한 썬셋은 무서운 모양이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패망도 도라이는 피하네ㅋㅋㅋ 생존본능인가?

[파티] 썬셋: ㅠㅠ저 인사밖에 안 했어요….

[파티] 스페이드퀸: 청사과 쟤 패망 들어갔네요? 근데 형은 쟤랑 왜 인사함?

[파티] 냥이냥나냥: 아까 은하수 한 판 뛰었어 딱 한 판. 천노을한텐 말하지 마

[파티] 스페이드퀸: 왜요???

[파티] 냥이냥나냥: 길드는 그냥 명색인 줄 알았어. 뉴비니까 도와주려 했는데

[파티] 냥이냥나냥: 내 생각이 짧았음ㅡㅡ 투명인간 달고 다니네

패망이 질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알고 길드에 든 건지도 미지수였다. 앞으로 도와주지 않는다 해도, 그녀가 나중에 길드에서 버려지고 나면 신경 쓰일 것 같았다.

[파티] 할로윈가지: ㅋㅋㅋ냥첩2?

[파티] 썬셋: ㅇㅅㅇ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썬셋: 큰일 날 뻔했네요….

[파티] 설영: 신경 안 써도 곧 들키고 접을 것 같은데ㅋㅋㅋ^0^?

[파티] 스페이드퀸: 약간 쟤도 꽃토끼과같음ㅋㅋㅋㅋㅋ

[파티] 아슬렌: 그 이름 꺼내지 말랬죠 제가ㅠㅠ

꽃토끼라는 유저가 선율에 있던가? 많은 사람을 다 외우지는 못하지만, 얼핏 이름을 들으면 ‘아 선율이구나’ 싶기는 하다. 그런데 꽃토끼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그게 뭔데요

[파티] 스페이드퀸: 꽃토끼??ㅋㅋㅋ 아슬렌 님의 옛사랑이요

[파티] 아슬렌: ㅅ1발 아니라고

[파티] 썬셋: ㅋㅋ여자인 척하는 남자요ㅇㅅㅇ 접었어요 지금은

여자인 척하는 남자?

“아, 넷카마인가?”

넷카마, 실제로는 남성이지만 인터넷에서는 여성인 척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무슨 게임을 하든 간에 넷카마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려온다. 게임을 하며 알게 된 사람이 어느 날 ‘***서버 넷카마 xx의 실체’ 등의 제목으로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것을 본 적도 있었다. 그들은 주로 여성에게 친절한 남자 유저들을 노려 아이템을 빼앗기 위해, 혹은 그저 재미만을 위해서 여자인 척을 하고는 했다.

[파티] 냥이냥나냥: 거기 속은 사람 첨 봐요

[파티] 썬셋: ㅇㅅㅇ….

[파티] 아슬렌: ㅠㅠㅠㅠㅠ….

[파티] 설영: ㅋㅋㅋ거울 보면 있을 텐데ㅎ

[파티] 스페이드퀸: 머 그건 증거 찾으면 더 자세히 얘기하도록 합시다ㅎㅎ 또 누가 찾아오겠지^^

[파티] neutaaaa: 그럼 청사과도 남자라고요?

키보드 위의 손이 멈칫했다. 그런 낌새는 안 보인 것 같았는데? 여자라고 확정 지어 말하기에는 그녀와 전혀 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빠’라는 호칭도 자연스럽게 튀어나왔고, 패망 길드에 드는 필수조건이 사진 공개라, 남자라면 투명인간이 그런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민재는 그때 천노을이랑 했던 게임 이후로 처음 본 것처럼 말했는데….

[파티] 스페이드퀸: 그건 모르죠ㅋㅋㅋㅋ 말투가 비슷한 게 갑자기 꽃토끼 생각이 나서ㅋㅋㅋ 여자일 수도 있음!

[파티] 설영: 그래도 걔가 복귀한 건 아닌 듯ㅋㅋㅋ 나한테 오빠라고 했자나 카와이~ㅎㅅㅎ

역시 확실하진 않은 모양이다.

[파티] 냥이냥나냥: 꽃토끼가 뭘 했길래….

[파티] 아슬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파티] 냥이냥나냥: 힘내세요ㅠ

반응을 보니 정말 거하게 뜯긴 모양이었다. 괜한 기억을 상기시키게 한 것 같아 측은했다. 예전 지인 중에 현금으로 치면 몇백만 원어치를 뜯기고 게임을 접은 사람도 있었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사기꾼과 이상 유저들이 넘쳐났지만, 이상하게도 경수는 그런 사람이 꼬여본 적이 단 한 번도 없….

“아 맞다 천노을….”

[파티] 썬셋: 빨리 가요.

그리고 썬셋. 인터넷에서 만나본 사람 중에 제일 이상한 사람들.

[파티] 썬셋: 냥님 템 확률 증폭제 시간 다 되셨을 텐뎅ㅜ

썬셋은 은하수 레이드 중, 제게 ‘아이템 획득 확률 증폭제’를 건네주었다. 그 말대로 효력이 3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파티] 냥이냥나냥: 이따 새로 먹을 게여ㅜ

[파티] 썬셋: 네^^!

그래도 그 둘은 제게 사기를 치려고 하는 건 아닌 듯했다. 썬셋에게는 아이템을 받기까지 했고, 노을에게도 비싼 아이템을 빌려주거나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에게 넘어갈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파티] 스페이드퀸: ㅋㅋㅋ시간을 재고 있었단 말임?

[파티] 썬셋: 그냥 자연스럽게 알게 됨ㅇㅅㅇ

[파티] ㅈi9별: 사랑하면,,, 그런 사소한 것두… 알게 되나요?ㅎ

[파티] 썬셋: ㅎㅎ

[파티] neutaaa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착해 보이다가도 길드원과 합심해 묘한 분위기를 만들 때면 이보다 더 재수 없을 수가 없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웃지 마샘

[파티] 썬셋: 넵!ㅠ

[파티] neutaaaa: 이젠 죄송하다고도 안 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스페이드퀸: (익명 제보) ㅆㅅ 랭겜 뛸 때 분단 위로 알람 맞춰놈ㅋㅋㅋ 이번에도 그랬다에 천노을 손목 검

[파티] 냥이냥나냥: 걔 손목을 왜 걸어;;

[파티] ㅈi9별: 저 도착함;

[파티] 냥이냥나냥: 왜 먼젘ㅋㅋㅋㅋㅋ 언제 갔어요?

[파티] neutaaaa: 머? 벌써?

[파티] ㅈi9별: 그저께부터 도착해서 망부석 돼가는 중… 춥다….

[파티] ㅈi9별: 그런데 꽃토끼? 남자인 건 어케 알았어요? 왜 말을 하다 맘ㅠㅠ

[파티] 설영: 그 말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파티] 아슬렌: 아 ㅠ 아….

다음 맵으로 넘어가 보니 지구별이 혼자 던전 앞에 앉아있었다. 차차 도착한 파티원들이 차례로 그 옆에 앉았다.

[파티] 할로윈가지: 아슬렌님 이거 뭐 엄청 민감한 얘기는 아니죠?

[파티] 아슬렌: ㅋㅋ민감하면요?

[파티] 할로윈가지: ㅋㅋ더 재밌음

[파티] 아슬렌: ㅅㅂㅠ

[파티]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수는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자유게시판에 ‘꽃토끼’ 세 글자를 검색해보았다. 그 닉네임으로 쓰인 글이 3페이지를 훌쩍 넘어갔다. 대부분이 자유게시판 성격에 맞는 일상적인 글이었다. 자신을 여고생이라 칭하고, 아는 언니가 네일아트를 해줬다며 올린 손 사진도 있었다. 혹시 아직도 게임을 하나 싶어 닉네임을 눌러보니 ‘탈퇴한 회원입니다.’라는 새 창만 떴다.

[파티] 설영: 근데 좀ㅋㅋㅋㅋ 저랑 몇 명한테 빼곤 되게 잘해줬거든요 꽃토끼가

[파티] ㅈi9별: 왜요? 여자라고?

[파티] 설영: ㅇㅇ그것도 있고ㅋㅋㅋㅋ

[파티] 아슬렌: 맞아~ 솔직히 속을 만했음

꽃토끼가 쓴 글을 보니 속을 만한 것 같았다. 자유게시판에 쓴 대로 게임에서도 여고생인 척 굴었다면 멋모르고 넘어갔을 수밖에. 경수는 저도 모르게 아슬렌을 동정하고 말았다.

[파티] 스페이드퀸: 난 그래도 누구처럼 템 뜯기진 않았다ㅋㅋㅋ

[파티] 설영: 대신 오빤 돈 빌려줫자나^0^ 이억 이억 신나는 노래

[파티] 스페이드퀸: /귓/ ㅋㅋ닥1쳐ㅜ

[파티] 설영: ㅎㅎ암튼 문제는 그 몇 명에 썬셋 님이 포함돼 있었다는 거….

[파티] 냥이냥나냥: 왜요??? 원랜 길마한테 더 잘 보이려고 하지 않나? 차별 대우했네

[파티] 썬셋: ㅠㅠㅠㅠㅠ

[파티] 냥이냥나냥: ㅌㄷㅌㄷ

경수는 ‘울먹울먹’ 모션 이모티콘을 사용해 선율 길드원들을 위로했다. 그런데 반응이 영 시원찮았다.

[파티] 설영: …? 아니 왜 감싸요? 내가 꽃토끼라도 썬셋 피했다

[파티] 냥이냥나냥: ??

[파티] 아슬렌: ㅋㅋㅋㅋㅋㅋ길마가 그때 꽃토끼 존나 몰아가서 저도 별로 좋게 안 봤엇음

[파티] 스페이드퀸: ㄹㅇㅋㅋㅋㅋ 내가 꽃토끼였으면 정신병 진단서 뽑아서 쟤 고소함

[파티] 설영: ㅇㅈ솔직히 나도 꽃토끼 별로 안 좋아했는데 개 불쌍햇음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도 좀 불쌍해

“…….”

아니, 뭘 어떻게 몰아갔길래….

[파티] 냥이냥나냥: 설마 죽이기라도 했음?

[파티] 썬셋: 아니요;; 그냥 너 남자니? 하고 물어본 건데 쟤네가 오버하는 거예요

[파티] 설영: ??물어보긴 했지… 맨날 꽃토끼 접속하면 군대 언제 가냐고 물어보고….

“……?”

[파티] 스페이드퀸: 꼬박꼬박 형이라고 부르고….

[파티] 설영: 꽃토끼 쫄아서 대답 안 하면 우편 이백 개 보내러 가고….

[파티] 아슬렌: 잡템 하나씩 첨부해서 보내서 삭제도 안 됐대요 하나하나 받고 지우고 받고 지우고 해야 했음….

“…….”

이건 당해본 기억이 있어 더 공감이 갔다. 천노을 새끼가 귓속말 차단을 당했을 때마다 쓰는 방식이었다.

[파티] 스페이드퀸: ㅋㅋㅋㅋ스토커 새1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설영: 또 길챗에 말 꺼내면 목소리가 낮아서 안 들린다 그러고….

[파티] 할로윈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썬셋: 아 저도 할 말 많은데요ㅠㅠ 솔직히 진짜 억울했으면 당장 홀블루 들어와서 목소리 인증했다. 안 그럼?

[파티] 아슬렌: 헤드셋이 고장 났댔잖아요ㅋㅋㅋㅋㅋㅋㅋ 구라였겠지만ㅠ

[파티] 설영: 아 또 생각남 그리고 아슬렌 님이랑 꽃토끼 결혼할 때

[파티] 설영: 선율 최초 남남 커플 탄생 축하한다고 5분 동안 서마 37개 날림; 혼자 채팅창 테러 오졌어요

[파티] 설영: 37개 전부 다른 문구였음ㅋㅋㅋㅋ 또1라이인 줄

[파티] 아슬렌: 아 37개임?ㅋㅋㅋㅋㅋ 캡처해놀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설영: 암튼 저 인간이 꽃토끼 일방적으로 엄청 괴롭혔어요^^… 불쌍

같은 길드원한테 그런 짓을 했다니 경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랜선 일진이 따로 없었다. 결과적으로 남자였다고 하더라도 혹시 진짜 여자였으면 어쩌려고 그런 짓을.

[파티] 냥이냥나냥: 토닥토닥은 취소할게요

[파티] 설영: ㅇㅇ잘 생각했음

[파티] 썬셋: ㅋㅋㅋ….

[파티] 설영: 또 자게 글마다 와 대박 너무 예뻐요! 형!! 오늘은 사진 어디서 퍼오셨나요? 하고 댓글달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썬셋: 그만하세요^^

[파티] 아슬렌: 그것도 있잖아ㅋㅋㅋ 증거 내놓으라 하면 /내 기분이 증거야^^/ 하면서 우김

[파티] 아슬렌: 그래서 토끼가 저한테 고민 상담 엄청 했었어요ㅋㅋㅠ 지금 생각하니까 웃기다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썬셋: ㅠㅠ그래도 걔가 사진 도용한 거 제가 찾아서 구해줬잖아요ㅇㅅㅇ 해피엔딩!

[파티] 아슬렌: ㅠㅠ꽃토끼가 아니라 꼬추토끼였다니

[파티] ㅈi9별: 꼬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스페이드퀸: 크기 줄이고 색까지 바꾼 걸 찾은 게 더 용하다….

[파티] 썬셋: 칭찬 ㄱㅅ 이제 가요^^

[파티] 설영: 이제 할 말 없으니까 튄다ㅋㅋㅋㅋ

썬셋은 다가오는 물고기 몬스터에게 저주 공격을 내리고 혼자 다음 맵으로 넘어갔다. 게임 캐릭터니 진짜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왠지 굉장히 민망해하는 것 같았다. 마음을 아주 조금 고쳐먹고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니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썬셋은 한 시간 동안 조용히 사냥에만 열중했다. 덕분에 경수는 SS급 펜던트 몇십 개를 제물 삼아 19강에서 터졌던 아이템보다 배는 좋은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

일루전의 메인 서버, 그중에서도 가장 큰 도시인 이시스를 건 마지막 점령전이니만큼 관전을 하려는 사람은 넘쳐났다. 게임 시작까지 30분밖에 남지 않은 시점, 길드 연합 룸은 긴장감이 돌기는커녕 수다를 떠느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전체] ㅈi9별: 썬셋 님이 좀 늦네여

[전체] 스페이드퀸: 씻고 온댔어영ㅋㅋㅋ

[전체] ㅈi9별: ㅇㅎ

‘천노을 님께서 게임에 접속하셨습니다.’

천노을이네? 관전하러 왔나? 경수는 휴대폰을 들어 아까 보내 뒀던 메시지를 놈이 읽었는지 확인해보았다.

1 「나: 끝나고 전화할게」

아직 말풍선 옆의 숫자 1은 사라지지 않았다. 갑자기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얘가 오늘 약속 있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

설마. 그렇게 달력에 새빨간 색으로 칠갑을 해뒀는데. 엄청 기대하는 것 같았는데? 그런 노을이 나와의 영화 약속을 당일에 까먹는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분명 엄청 떨려서 어제는 잠도 못 잤을 게 분명하다고.

‘너 뭐하ㄹ’

[서버] 천노을 님께서 갤럭시 소드에서 ‘전설 펫 확정 분양권’을 획득하셨습니다!

“헐 미친.”

뭐 하러 들어왔냐고 묻기 위해 엔터키를 누르자마자 빨간 글씨로 희귀 아이템 알림이 떴다. 경수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는 글씨를 읽고 또 읽으며 노을의 운을 믿을 수 없어 했다. 놈이 제게서 갤럭시 소드를 뺏어 먹은 이후, 하나 더 나온 갤소를 묵히고 있는 것은 알았다. 그래서 언제 깔 거냐고 묻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거기서 또 전설 펫 분양권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서버] 다정다감: ??야 얘들아 전에 나온 애가 전설 펫 또 나온 거 맞지…?

[서버] 햄스터: ㅆ1발 될 놈 될 전나 심하네ㅋㅋㅋ 좃망겜 밸런스 패치 좀 해라

[서버] CApA: 햄스터 님아 랜덤 템 운은 밸런스가 아님… 걍 운빨임

[서버] 야정: 저 피방 버프가 사라졌는데 왜 이러는지 아시는 분…ㅠㅠㅠ?

[서버] 윈드드래곤: 헐…ㅋㅋㅋㅋㅋㅋ

‘천노을 님께서 접속을 종료하셨습니다.’

‘귓속말을 보내려는 상대가 오프라인 상태입니다.’

‘머야 관전하러 왔어?’라고 보내려다 노을이 나가는 바람에 메시지는 소멸되고 말았다.

[전체] neutaaaa: 나가신 건가ㅜㅜㅜ 귓말이 안 보내짐ㅠㅠ 저 저거 사고 싶은데 ㅠㅠㅠㅠ

[전체] 할로윈가지: 딱 저것만 뽑고 나갔나 본데요? 간지….

서버 마이크건 길드 채팅에서건 그 누구도 노을의 운을 믿을 수 없어 했다. 매물이 전혀 뜨지 않는 바람에 전설 펫 시세는 점점 하늘을 뚫을 것처럼 치솟고 있는 중이었다.

[전체] 설영: 대박ㅋㅋㅋㅋㅋ

[전체] 박휘벌래: 배 아파….

[전체] ㅈi9별: ㅋㅋㅋㅋㅋ전에도 전설 펫 나왔자나요…ㅠ 배 아파222ㅡㅡ 실수로 나 줬으면 좋겠다….

[전체] 할로윈가지: 바로 나가신 거 보면 팔 생각 없어 보임ㅋㅋㅋ 귓말도 엄청 갔을걸요?

[전체] ㅈi9별: 왜 안 팔지ㅜ 이미 하나 나왔잖아용

[전체] 할로윈가지: 전에 뽑은 건 ㅊㄴㅇㄲ한테 바쳤잖아요ㅋㅋㅋ 본인 거 뽑은 거죠 뭐

[전체] neutaaaa: 아ㅋ 노을♡ 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ㅈi9별: 아 맞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을♡’

제 얘기를 하는 걸 아는 건지, 경수의 전설 펫 토끼 ‘노을♡’이 바닥에 동그란 몸을 데굴데굴 굴렸다. 내 토끼 언제 봐도 귀여워…. 경수는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전체] 포세이돈대장: 전설 펫은 구하려고 보니까 매물도 안 나오던데요ㅠㅠ? 진짜 부르는 게 값이겠다.

[전체] ㅈi9별: ㅠㅠ천노을 축캐임??? 왜 저분만 다 되지?????????

[전체] 스페이드퀸: ㅋㅋㅋㅋㅋㅋㅋ저걸 또 해내네 미1친ㅋㅋㅋㅋㅋ

경수는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전에 노을과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너 갤소 하나 더 나왔잖아. 그거 남은 거 왜 안 써? 죽고 싶냐?’

‘유효기간 하루 전날 쓰면 전설 펫 획득 확률 올라간대서요. 저 그거 얻어서 형이랑 커플펫 할 거예요.’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노을은 정말 그것을 가능케 했다. 온 우주가 나서서 천노을을 돕는 것 같았다. 그에 비하면 경수는 단 한 번, 갤럭시 소드를 얻을 뻔했을 때가 겜생에 있어 가장 운이 좋았던 때였는데, 그 아이템마저도 천노을이 훔쳐먹었다. 그때 아이템과 함께 제 운까지 홀라당 훔쳐 간 게 분명하다.

여전히 숫자 1은 지워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너 이 새끼, 내 문자 왜 안 봐? 휴대폰을 집 어딘가에 두고 찾지 못하는 걸까? 게임에는 들어와 놓고 메시지 확인은 하지 않으니 조금 서운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화면이 보이니 자꾸 힐긋거리게 되어 아예 화면이 보이지 않게 책상에 얌전히 엎어 두었다.

[전체] 썬셋: 늦어서 죄송해요^^

[전체] 아슬렌: 바쁘셨겠죠 뭐

[전체]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ㅎㅇㅎㅇ

[전체] 썬셋: 잠시만요

썬셋까지 연합 룸에 들어오고 모든 준비가 끝났다. 썬셋은 들어오자마자 이벤트 NPC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패왕이 미리 접수해둔 ‘이시스 점령전 FINAL’을 선택해 참전 신청을 했다.

‘연합 길드 명 <ㅇㅅㅇㅗ>의 PVP 점령전ver.(이시스)이 신청되었습니다.’

[전체] ㅈi9별: ??이름 왜 저래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썬셋: 패망한테 길드 명 뜨잖아요. 그러니까 엿 좀 먹어보라고….

[전체] 스페이드퀸: 우리한테도 보이잖아ㅠㅠ

[전체] 썬셋: 그건 생각 못 했네… 너 똑똑하다ㅇㅅㅇ

[전체] 스페이드퀸: 응ㅎㅎ

[전체] neutaaa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령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게임에 참여할 길드원들이 모두 연합 룸에 들어와 있어야 했다. 15분 남았을 시점에는 잡담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귓속말] 썬셋: 냥님ㅇㅅㅇ

하얀 전체 채팅 가운데, 노란색으로 된 귓속말이 두드러졌다. 갑자기 웬 귓속말?

[귓속말] 썬셋: 저 끝나고 고백할 게 있어요ㅜ

‘…나중에 다시 고백할게요. 지금은 용기가 안 나서요.’

노을의 시무룩했던 목소리가 갑자기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혼란에 동공이 잘게 떨렸다. 천노을이 아마 오늘 또 그 ‘고백’을 할 모양인데, 썬셋마저 고백…이라니.

“아. 설마 이 새끼도 나 좋아해?”

경수는 망연하게 중얼거렸다. 요즘 나만 빼놓고 남자를 좋아하는 게 유행이라도 하는 거야? ‘자, 올해 씹새끼들은 모두 김경수를 좋아하세요!’라는 법이 만들어지기라도 한 거냐고! 아니, 아니면 오늘이 무슨 날인가? 재빨리 인터넷 창을 켜보았다. 하지만 오늘이 ‘고백 데이’같은 상술로 가득한 장사꾼의 날은 아니었다.

수많은 생각에 뇌가 쉴 새 없이 팽팽 돌아갔다. 좋지 않았다. 이 상황이 달가울 리가 없다. 경수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귓속말] 냥이냥나냥: 왜 끝나고? 지금 하셈

[귓속말] 썬셋: ㅎㅎ… 이따가용

“빼박이네….”

경수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썬셋이 자신의 게임 실력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가 당장 반지를 내민다 해도 노을과 한 약속 때문에 그를 받아줄 수는 없었다. 천노을이 만렙을 찍고 나면 게임 속에서 교제해주기로 했으니 말이다. 물론 진심이 아니라 버프 용이다.

경수는 시선을 돌려, 열려있는 옷장 문에 달린 거울을 통해 제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자신이 보기에는 잘난 곳도 모난 곳도 없이 아주 평범했다. 친구인 태열처럼 조각같이 잘생긴 얼굴도 아닌 데다, 도영처럼 묘하게 시선을 잡아 끄는 인상도 아니다.

그런데 노을은 이런 제게 얼굴이 취향이라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말도 안 되는 말이다.

물론 얼굴이 콤플렉스가 되지는 않았다. 경수는 제 얼굴이 정석적인 미남은 아니나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하고는 있었다. 그는 유한 성격 덕인지 남자 친구들뿐만 아니라 여자인 친구들도 많았다. 고백을 아예 안 받아본 것도 아니었다.

중학교 때는 멋모르고 같은 반 친구와 가볍게 사귀다, 키스까지 하고 그녀가 이사를 가는 바람에 헤어졌다. 여자 친구를 사귀는 데에도 큰 문제가 없었으니 아예 못생긴 건 아닐 테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말해 ‘누군가의 이상형’이라고 보기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천노을이 자신을 좋아하는 정확한 이유가 처음부터. 그리고 아직까지도 궁금했다.

“…흠.”

그래도 나 오늘은 상태가 좀 괜찮은데? 거울 속의 자신과 눈을 맞추며 만족스럽게 눈을 휘어도 보던 경수는, 스피커를 통해 경보음이 들리자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전체] 포세이돈대장: 저희는 연습게임만큼만 합시다! 파이팅^^!

[전체] 썬셋: ㅇㅅㅇ/

[전체] 스페이드퀸: ㅇㅅㅇ~!

[전체] 할로윈가지: ㅇㅅㅇ!!

[전체] 포세이돈대장: 네?

[전체] 설영: ㅇㅅㅇ?!??

[전체] ㅈi9별: ㅇㅅㅇㅋㅋㅋ!!!!

[전체] neutaaaa: ㅇㅅㅇ!!!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썬셋의 이모티콘을 따라 했다. 경수도 분위기에 휩쓸려 ‘ㅇㅅㅇ’이라고 보냈고, 이는 포세이돈대장의 혼란을 더 가중시킨 것으로 보였다.

[전체] 포세이돈대장: 뭐죠… 저 왕따 당하는 것 같은데ㅜ

‘연합 길드 PVP 점령전ver.(이시스)이 곧 시작됩니다.’

‘전장으로 이동합니다.’

LOADING….

시계 초침이 숫자 12를 가리킨 순간, 이시스를 배경으로 한 일러스트가 화면을 덮었다. 로딩 창 게이지가 천천히 올라갔다. 게이지가 100%에 도달하고 나니 공성전 맵에 도착해 있었다.

‘성채를 건설해주세요.’

[파티] neutaaaa: 누가 누가 많이 죽이나 치킨 내기할 사람? 일등한테 몰아서 치킨 사주기

[파티] 할로윈가지: 이건 너무 딜러 위주 내기 아닙니까?ㅡㅡ 기여도로 해요

[파티] neutaaaa: 싫어여 제가 딜런대ㅋㅋ

[파티] 박휘벌래: 저기 혹시….

[파티] 박휘벌래: 아군 힐 안 해서 죽이는 것도 카운트해주나요? 그럼 조심스럽게 저도….

[파티] 할로윈가지: 도라이인가

[파티] neutaaaa: 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박휘벌래: ㅎ(기대)

[파티] neutaaaa: 되겠음?ㅡㅡ

[파티] anamato: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신박

[파티] 설영: 힐러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박휘벌래: ㅅ1발 맨날 나만 안 끼워줘ㅠㅠ

썬셋은 갑자기 경수에게 ‘대천사의 입맞춤’ 버프를 부여했다. 갑자기 멀쩡한 스킬 명이 이상하게 보이는 현상이 일어났다.

[전체] 썬셋: 다들 파이팅!ㅇㅅㅇ/

“…….”

아, 몰라. 썬셋이 말 꺼내면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뭐. 경수는 고개를 들어 화면을 응시했다.

*

‘관전석 인원이 꽉 찼습니다.’

[전체] 햄스터: 아 미1친 겨우 들어왔네 이게 뭐라고 수강 신청보다 빡세냨ㅋㅋㅋㅋㅋㅋㅋ 조나쫄렸음;

[전체] 통수치는맛: 그니까ㅋㅋㅋㅋ 저는 대기 2분 떴었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pitapat: 자게 보니깐 못 들어온 사람들 정모 열렸음ㅋ ㅋ

[전체] 통수치는맛: 저런… 조금 더 빨리 누르셨어야죠!^^ 까륵까륵

‘30초 뒤 연합 길드 <ㅇㅅㅇㅗ>와 연합 길드 <실패망★>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전체] pitapat: ㄷㄱㄷㄱㄷㄱㄷㄱ

[전체] G비둘기G: 잠깐만 쟤네 길드 명 누가 지었슴?

[전체] oO원앙소리Oo: 둘기야 그건 아무도 모르징ㅋㅋㅋ

[전체] 통수치는맛: 가만있던 우린 도대체 왜 엿 먹어야 하는 거지?ㅡㅡ

[전체] 햄스터: 앜ㅋㅋㅋㅋ 이름 왜 저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전자들의 화면이 왼쪽에 위치한 포세이돈의 성부터 시작해, 오른쪽의 패망네 성까지 크게 한 번 훑었다.

성채 안에 이것저것 부속 건물이 많은 패망과는 다르게, 포세이돈은 아주 단출하게 성채와 병원뿐이었다.

‘관전석의 채팅은 공성전에 참여 중인 모험가들에게 노출되지 않습니다.’

[전체] oO원앙소리Oo: 오 그래? 썬셋 ㅂㅅ아 진짜 내 말 안 들리냐???

<ㅇㅅㅇㅗ> 썬셋: 다들 파이팅!ㅇㅅㅇ/

동시에 선율과 포세이돈의 연합 길드 채팅이 올라왔다.

[전체] oO원앙소리Oo: ㅎ걱

[전체] oO원앙소리Oo: ㅅ1발 놀라서 바닥에 콜라 쏟음

[전체] 맞는말만하는애: 엎드려서 개처럼 핥아먹으셈…ㅠㅠ

[전체] oO원앙소리Oo: ㅗ

[전체] 초록의기운: 썬발놈 저걸 왜 전챗으로 말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오츠무vV: 내가 다 놀랐네 타이밍 보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전석에서는 Tap 키를 눌러 시점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관전석에서는 총 세 가지 시점으로 관람하는 게 가능했다. 일반적인 맵과 같이 평면적인 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3인칭 시점, 그리고 양 팀의 팀원 시점. 전자는 전체적인 상황을 판단하는 데에 효과적이고, 후자는 실제 게임에 직접 참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나팔 소리가 울리자마자 패망의 성문이 열렸다. 가축우리가 열리며 커다란 코끼리 유닛이 줄지어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코끼리 유닛은 방어력이 높고 투석 기능이 있는 데다, 화약 공격도 먹히지 않는다. 방어에 있어서는 최적인 유닛이었다.

[전체] 초록의기운: 실패망은 이번에도 유닛부터 많이 뽑고 시작하려나 봄 코끼리 귀여워ㅋㅋㅋ

[전체] 통수치는맛: 곧 죽을 곰돌이들이당ㅋ

코끼리 다섯 마리가 나간 뒤, 그 뒤를 이어 작은 곰 유닛이 아장아장 달려나갔다. 동물들을 선두 삼은 패왕1이 다리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패왕1의 뒤를 장거리 딜러들이 따랐다.

그러나 아무런 유닛 없이 무작정 튀어나온 선율과 포세이돈들이 다리 끝에 도달하는 게 더 빨랐다. 그들은 코끼리의 머리를 징검다리 삼아 통통 뛰어가 금세 상대방의 진영에 침입했다. 지구별을 선두 삼은 선율의 딜러들도 마찬가지로 실패망 진영의 상공을 가볍게 통과했다. 막힘 따위는 전혀 없었다.

‘ㅈi9별 님께서 <실패망★>의 성채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실패망★> 계이름표: ㅋㅋ저 ㅆ1발 놈들이

<ㅇㅅㅇㅗ> ㅈi9별: ㅆ1발 놈 나가신다~^^

<실패망★> Iove: ***

패망의 방어팀이 그들을 막아보려 했으나, 수가 너무 많은 탓에 모두를 상대하지는 못했다.

<실패망★> 계이름표: 아오 *** 좀 잡혀라

<ㅇㅅㅇㅗ> 박휘벌래: 웅 알았어용♡ 우리 좋은 말만 할까? 쉿쉿><

<ㅇㅅㅇㅗ>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실패망★> ohmyboy: 전뢰 한 대 맞고 디1질 놈들이 헛수고하내^^

<ㅇㅅㅇㅗ> neutaaaa: 칭찬 ㄱㅅ

<실패망★> ohmyboy: 응 칭찬 아냐 인성 터진 놈아^^

<ㅇㅅㅇㅗ> ㅈi9별: 칼라풀 어쩌고저쩌고 무지개 반사~!!!

<실패망★> 패왕1: 여러분 그냥 무시하세요 저분들은 상대할 가치가 없어요

<ㅇㅅㅇㅗ> neutaaaa: 글쿤

[전체] 햄스터: 먹금 쩐다ㅋㅋㅋㅋㅋ

[전체] oO원앙소리Oo: ㅅㅂ 저렇게 움직이면서 챗은 어떠케 치는 거임?? 존1나 어지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오츠무vV: 코끼리 걍 발판으로 쓰넼ㅋㅋㅋ 코끼리둥절

[전체] 오츠무vV: 근데 니들은 무슨 시점 보는 중임? 나도 슬슬 머리 아픔;; 실제로 보니까 더 왔다 갔다 해섴ㅋㅋㅋㅋㅋ 이제 하느님 시점으로 가야겠음….

[전체] 초록의기운: 오츠무님 평화로운 실패망 시점으로 오세요ㅋㅋㅋ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전체] 웃는상이라그래: 미1친ㅋㅋㅋㅋㅋ 차라리 한 대 쳐요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체] 초록의기운: 그리고 패왕1 시점으로 보면 바로 앞에 걸어가는 곰돌이 궁디가 ㅈㄴ귀여움ㅠㅠ 힐링 돼요

[전체] 오츠무vV: ㄱㅅㄱㅅ^^

[전체] 웃는상이라그래: 님아 그럼 뭐해요ㅋㅋㅋ 그 곰돌쓰 폭탄병이라 곧 터질 거임ㅠ

[전체] 초록의기운: 아 안 돼ㅠㅠ

신입 길드원들을 들여 급조한 전력이라 손발이 척척 들어맞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성이 공격당하는 걸 지켜만 볼 정도로 실패망은 멍청이들이 아니었다. 애초에 그들도 선율과 포세이돈이 그러했듯, 상대방이 플레이하는 영상을 찾아봤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딜러들이 중구난방으로 여기저기서 달려들 것쯤은 예상한 것 같았다. 공격팀이 우세하게 많지 않고 방어 라인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코끼리unit 2 님께서 <ㅇㅅㅇㅗ>의 성채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체] 오츠무vV: ?ㅋㅋㅋ 또 뻐1큐 먹음 이거 묘하게 기분 나쁘네 진짜….

[전체] 초록의기운: 저기요ㅠ 코끼리 님이 다 하시는 데요ㅠㅠ?

패왕1은 방어력이 높은 코끼리들을 성채에 붙여두고 유저를 잡아 죽이느라 바빴다. 두 진영의 한가운데 위치한 다리에서는 대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냥이냥나냥 님이 드디어 미쳤습니다!’

썬셋과 냥이냥나냥의 연계 공격과 앞뒤를 빛의 장벽으로 막아선 킹세이버들 탓에 극소수의 인원만이 다리 너머로 넘어갈 수가 있었다. 그마저도 혼자서 공중전을 하는 썬셋에게 죽고 말았다.

‘댄싱 체인!’

발키리인 냥이냥나냥이 휘두른 쇠사슬에 전방의 적군이 모조리 독 상태에 걸렸다. 패망의 힐러가 아무리 애를 써봐도 힐과 해독, 그리고 자힐까지 동시에 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다.

‘타임 밤, 발동!’

중독에 의해 서서히 깎여가는 Hp가 빨간색으로 변했을 때 썬셋이 타임밤을 발동했다.

[전체] 햄스터: 개 같은 놈… 타임밤 삭제 패치됐으면….

[전체] oO원앙소리Oo: 내 말이 ㅅㅂ

[전체] 초록의기운: 저희 길드 어떤 분도 ㅌ만 나와도 발작하시는뎈ㅋㅋㅋㅋㅋ

함께 싸우던 인원의 절반이 고작 둘에게 당해 죽고 말았으나, 패왕1은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체력 게이지가 빨간색이 되었음에도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스핀 토네이도!’

그때였다. 패왕1이 빙글빙글 돌며 총기를 난사해, 주위의 10명을 공격했다. 그러자 빨간색으로 변했었던 게이지가 순식간에 차올라 풀피가 되었다. 썬셋이 뒤늦게 타임밤을 재발동했지만 이미 풀피가 된 패왕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전체] oO원앙소리Oo: ??왜 안 뒤졌지?

[전체] 통수치는맛: 방금 패왕 저 님 체력 차는 거 본 사람?????? 거너들아 스핀토네이도가 Hp 드레인이 되는 스킬임…?

[전체] 맞는말만하는애: ㅋㅋ빡하!(빡대갈 하이라는 뜻ㅎ) 그게 되면 거너가 힐러랑 다니겠냐? 혼자 다니지!ㅎㅎ

[전체] 통수치는맛: ㅋㅋ야 너 번호 까봐

[전체] 맞는말만하는애: 드르렁

[전체] 햄스터: 여기서 싸우지 마 ㅂㅅ들아ㅠㅠ

양 팀의 획득 포인트는 비등비등했다. 함부로 성채를 파괴했다가 상대 진영의 포인트가 더 높을 시에는 지게 된다. 때문에 양 팀 모두 성채 내구도 10%를 남겨놓고는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전체] 초록의기운: 방금 보고 왔는데 그저께 패치 내용에도 Hp 드레인 추가 얘기는 없어용… 무슨 버그냐….

관전 채팅에서는 도무지 상대의 체력을 빨아들이는 거너의 비밀을 알아내지 못했다. 냥이낭나냥이나 썬셋이 그를 타겟팅해도 패왕1은 쉽게 죽어주지 않았다.

<실패망★> ohmyboy: ㅋㅋㅋ허접들아 왜 그랭? 갑자기 말을 잃었네ㅎㅎ

<실패망★> ohmyboy: 이시스에 발 못 들이는 건 니들임ㅅㅅ

[전체] 햄스터: 성 뿌수는 게임에서 하라는 건 안 하고 학살에 미친 놈들… 이러다 시간 다 채우겠음ㅠ

패왕1은 일당백의 기세를 몰고 가, 공중 발판에서 도약해 포물선을 그리며 스핀 토네이도 스킬을 사용했다. 한 번에 5 kill을 달성하며 <실패망★>의 포인트가 <ㅇㅅㅇㅗ>의 포인트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체] 통수치는맛: 어우 패망애들이 이길 수도 있겠는데…?ㄷㄷㄷ

[전체] 햄스터: 썬셋 쟤는 뭐하냐ㅋㅋㅋㅋ 쫄려서 튀냐?

갑작스럽게 썬셋이 뒤로 후퇴하고, 그 대신 킹세이버와 딜러들이 붙어 냥이냥나냥의 전방과 후방을 지켰다.

[전체] 초록의기운: ????????? 썬발놈 무기 갈아낌… 저걸 갑자기 왜 쓰지….

[전체] 햄스터: 지면 무기 탓이라도 하려는 거 아니냐?ㅋㅋ

썬셋은 하프 대신에 동그란 수정구슬 모양의 오브를 들고 있었다. 마법사 계열의 직업들이 전직 전에나 사용하는 무기였다.

*

[파티]ㅈi9별: 좀비 새1끼 계속 살아나 짜증 나게ㅡㅡ

패왕1이 뭔지 모를 버그를 쓰고 있었으나, 아군의 거너들조차 그가 무슨 수를 쓰고 있는지 짐작하지 못했다.

[파티] 설영: 아 ㅅㅂ 갑자기 왜 잘하냐고요 이기고 있엇는데ㅠ.ㅠ

[파티] 아슬렌: 힐러랑 연계되는 뭐가 있나 본데?? 쟤 뒤에 청사과랑 다른 힐러들 계속 붙어있음ㅋㅋ 봐봐요

그 말대로였다. 패왕1이 스핀토네이도 스킬을 사용할 때, 힐러 여섯이 붙어 제각기 다른 스킬을 사용했다. 무슨 스킬이 스핀토네이도와 연동되는지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인듯했다.

[파티] ㅈi9별: 다 물계열인 거 보니까 치유 벞인 듯…?

[파티] 박휘벌래: ㅇㅋ 거너 한 명만 다리 앞으로 와 주세요 한 번 해보게

[파티] 허니문: 제가 갈게요!

[파티] 썬셋: 저 잠깐 뒤로 빠질 건데… 냥님 좀 지켜주세요!

그 말에 경수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 떨며 동요하고 말았다. 썬셋은 서포터로 써먹기 좋아, 이제 와서 없어지면 조금 불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지.”

아니, 아니야. 아주 조금 불편할 뿐이지 보호를 받을 정도로 나는 약하지 않다고. 경수는 그를 증명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적군의 머리채를 갈고리로 끌어온 뒤 ‘바주카펀치’로 스턴을 먹였다. 3초간 선 채로 기절한 그들을 다른 딜러들이 달려들어 Hp를 야금야금 깎아 숨통을 끊어버렸다.

[파티] 스페이드퀸: 근데 왱?

[파티] 썬셋: ㅎㅎ알아서 모하게 ㅇㅅㅇ?

[파티] 스페이드퀸: 그냥 궁금해서 ㅎㅠ

[파티] 썬셋: 냥님 잠시만요!!

정말 몇 발짝 뒤로 후퇴한 썬셋은, 하프 대신 무기를 오브로 갈아꼈다. 새하얀 이펙트가 놈의 몸을 휘감았다.

[파티] anamato: ????? 길마님 도랏음?; 이 상황에 스초할 생각이 왜 드냐고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포세이돈대장: 네? 스킬 초기화?

[파티] 설영: 머? 스초????

[파티]ㅈi9별: 이건 뭐….

[파티] 설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님 도라이세요??!ㅠㅠㅠㅠ 망햇어ㅠㅠㅠㅠㅠㅠ

썬셋의 몸을 휘감았던 빛 이펙트는 스킬 초기화를 할 때 뜨는 효과였다. 실패망에서도 썬셋이 사용 가능한 스킬 하나 없이 무력화됐다는 걸 눈치챈 건지, 무작정 썬셋에게 달려들려는 것이 보였다. 당황한 딜러들이 썬셋의 앞을 막아선 것을 노려, 투명인간은 힐러들부터 잡았다. 설상가상으로 썬셋 때문에 정신없는 와중에 패왕1은 경수에게 달라붙었다.

[파티] 썬셋: 거의 다했어요ㄱㄷ

병원 레벨을 올려 뒀으니 힐러가 부활하기까지는 15초. 그전까지는 썬셋이 죽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 놈이 무슨 꿍꿍이로 스킬 초기화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마냥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닐 테다. 한 번 믿어 봐도 좋을 것 같았다.

[파티] 박휘벌래: ㅈㄴㅋㅋㅋㅋ 만만한 게 힐러지ㅜ

힐러가 없으면 곤란한 건 썬셋뿐만이 아니었다. 공격을 할 때마다 반동 데미지를 받는 발키리는, 다수 PVP에서 특히 힐러가 더 절실했다.

[파티] ㅈi9별: 냥님 지금 딸피임 후퇴하세요

경수는 어느새 공격을 사용하거나 궁극기를 한 대만 맞으면 Hp가 0이 되어 죽을 상황이었다. 그때, 투명인간이 썬셋 쪽을 향해 무기를 향한 채 기를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안 돼…. 저걸 맞으면 썬셋 죽을 텐데. 경수는 이동기로 투명인간에게 접근함과 동시에 스킬을 사용했다.

‘후킹 스타!’

궁극기 발동 전에 데미지를 입은 투명인간은 궁극 스킬 사용에 실패했다. 썬셋을 지킨 경수는 그 대신에 죽어버리고 말았다.

[파티] ㅈi9별: 쩐다 딸피인데 첩실 지키려고 자살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박휘벌래: ㅋㅋㅋㅋㅋㅋㅋㅋ천년의 사랑이라고 했잖아여

[파티] 냥이냥나냥: 그럼 그 상황에 디지게 놔둬요?

[파티] neutaaaa: 아니 그래도ㅋㅋㅋㅋㅋㅋㅋ 저였으면 가만히 둘 것 같은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투 불능 상태가 된 경수는 병원으로 소환되어 15초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다른 길드원의 시점에서 썬셋이 뭘 하려는 건지 지켜보았다. 힐러들은 부활하자마자 달려와 힐을 퍼부어 길드원들을 가까스로 살렸다.

[파티] 썬셋: 다 찍음ㅋㅋ

그 말에 다들 아무 말 없이 그가 무슨 짓을 할지 기다리고 있었다.

‘파이….’

“뭐야.”

썬셋은 파이어로 시작하는 스킬을 사용하려다 기를 모으는 단계에서 급하게 취소했다. 그리고 바로 다른 스킬을 이어 사용했다.

‘버블버블!’

[파티] 냥이냥나냥: ㅋㅋ망했네

1차 전직도 안 한 마법사마저 30레벨에 바로 배울 수 있는 물 계열 스킬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데미지도 미미할 것이다. 내가 지금 저딴 놈을 살리겠다고….

놈이 분 비눗방울이 일렁거리며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패왕1에게 닿는 순간.

‘썬셋 님께서 적군 패왕1 님을 처치하셨습니다.’

그 자리에 불기둥이 솟아나 패왕1을 태워 죽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파티] 냥이냥나냥: ?

[파티] neutaaaa: ??순삭?

[파티] 스페이드퀸: ?

‘썬셋 님께서 적군 청사과청 님을 처치하셨습니다.’

‘썬셋 님께서 적군 투명인간 님을 처치하셨습니다.’

‘썬셋 님께서 적군 ohmyboy 님을 처치하셨습니다.’

‘썬셋 님께서 적군 슝늉 님을 처치하셨습니다.’

‘썬셋 님께서 적군 여우꼬리튀김 님을 처치하셨습니다.’

‘온 천지가 썬셋 님을 두려워합니다!’

[파티] neutaaaa: 아니… ????????????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스페이드퀸: 얔ㅋㅋㅋㅋㅋㅋ 이건 어떻게 알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썬셋: 어쩌다 보니까ㅎ 아껴 둔 건데 짜증 나게 하네

“…….”

비눗방울을 타고 날아간 공격이 상대에게 닿은 순간, 이전에 사용하려다 취소한 궁극기가 발동되어 불기둥을 세운다. 거의 무적이나 다름없었다.

[전체] ㅈi9별: 자 이제 누가 허접이지?

[전체] ohmyboy: ㅋㅋㅅ1발

[전체] ㅈi9별: 웅 머라고? 디진 사람 말은 안 들려

[전체] Iove: ㅋㅋㅋㅋ; 이게 뭐 하는 짓이죠? 매너 겜은 밥 말아먹었나

[전체] 썬셋: 불장난이요

[전체] ohmyboy: ** 버그 써놓고 불장난?ㅋㅋㅋ

[전체] 박휘벌래: 니들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전체] 썬셋: ? ^^니 뒤에 패…어쩌고가 먼저 버그 쓴 건 아시죠?

[전체] 썬셋: 정정당당한 승부 운운할 거면 패모씨한테 먼저 묻는 게 좋을 거임.

[파티] ㅈi9별: 패어쩌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자존심 상해 ㅅㅂ

[전체] 썬셋: 그래도 나는… 버그는… 너무 치사하니까….

[전체] 썬셋: 알지만 안 쓰려고 했는데ㅇㅅㅜ….

[전체] 썬셋: 버그 쓰면 재미없단 말이에요…^^

[전체] 썬셋: ㅅㅂ 근데 자꾸 냥님이 내 앞에서 처맞잖아…. 열 받게ㅋㅋ

그래서 스초까지 했다고?

[전체] 썬셋: 이제 나도 날 못 말려ㅠ

[파티] 포세이돈대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놈.

[파티] 냥이냥나냥: ㅎ네 그래요 그래도 이길 것 같아서 그런가 존1나 신나네… 더 해 보셈

[파티] 썬셋: 넵ㅎ

썬셋은 말 그대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구석구석 숨어있는 패망들을 잡아 죽이고, 심지어는 성 앞에서 그들이 부활하기를 기다렸다가 부활하자마자 하나씩 불태워 죽여버렸다.

[파티] 설영: 신났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아슬렌: 이제 길마 님한테 안 깝쳐야지….

[파티] neutaaaa: 할 게 없어짐… 관전하는 기분이네요

[파티] ㅈi9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븦에서 사람 안 때리는 놈이 어딨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티] 할로윈가지: ㅅㅂ 너무 좋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압도적인 점수 차로 포세이돈과 선율의 승리였다.


           


The Dark Mage’s Return to Enlistment

The Dark Mage’s Return to Enlistment

gwihwanhaessneunde ibdae jeonnal-ida I returned, but it was the day before enlistment.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
Score 3.3
Status: Ongoing Native Language: Korean

Kim Minjun, who was a normal high school senior in South Korea, was suddenly summoned to another world and became a dark magician.

Minjun, who persevered through all sorts of hardships with the single-minded goal of returning home, saved this other world with his dark magic.

Casting aside a life as a hero and guaranteed riches, he returned to Earth.

Just when he was about to fully enjoy his life, a problem arose. A dungeon break occurred, and monsters began pouring out. Not only did this threaten the peaceful Earth life that Minjun had just returned to… But on his very first day back, he was also ordered to enlist in the milit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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