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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0

69. 약혼관계 – 무사수행

레오가 받은 검은 장식뿐만 아니라 검날 받침(cross-guard)도 없는 단조로운 검이었다.

광택도 흐르지 않는 투박하고 두툼한 장검. 얼핏 갈색이 섞여 있어서 대단히 오래전에 만들어진 검으로 보였는데, 검날만은 예리하게 서 있었다.

레오는 잠시 멍청하게 검을 들여다보았다.

귀속 아이템!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이지? 다른 시나리오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일까? ‘파괴되지 않음’이라는 건 검이 부서지지 않는다는 뜻인가? 아니면 ‘아직’ 파괴되지 않았다는 뜻일까?

그리고 0/3? 저 업적은 뭐지? 귀속 아이템이 3개가 있다는 걸까? 아니지, 그러면 이 검을 얻는 순간 1/3이라고 떴어야지. 설마 세 번 파괴될 때까지 쓸 수 있다는 뜻일까?

[ 업적 : 소드마스터, 2/3 ]

‘어쩐지 소드마스터를 만났던 업적과 비슷해 보이는데…’

레오가 빈약한 메시지의 의미를 추측하려 애쓰는데, 아버지가 말했다.

“이 검은 네 어머니가 쓰던 것이란다. 이제는 네게 물려줄 때가 된 것 같구나.”

노엘 덱스터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레나. 네겐 내 검을 주마.”

그는 레오가 받은 검을 부럽게 쳐다보는 레나에게 자신의 검을 내밀었다.

레나는 노엘 덱스터의 검을 받고선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고, 노엘이 헛기침해 주의를 환기했다.

“최근 너희들의 검술 실력이 크게 나아져서 이제는 여행을 떠나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단다. 지금까지는 나 혼자 가르쳤지만, 대륙에는 나와 전혀 다른 검술을 구사하는 기사들이 많단다. 특히 레오는 이제 너만의 검술을 정립해야 할 날이 왔으니 다른 기사들의 검술을 견식 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될 게다.”

노엘은 레오가 ‘바르트류(流)’를 얻은 것을 몰랐다. 레오의 몸이 아직 균형 잡히지 않아서 바르트의 스타일이 드러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직도 아들이 그립을 바꿔 쥐고 연습하는 것을 볼 때마다 혀를 찼다.

검술의 한 경지를 깨뜨렸으나 자신만의 형(形)을 정립하지 못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너희만 좋다면 다른 왕국이든 어디든 떠나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신성왕국이 좋지 않을까 싶다. 어제 영주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신성왕국으로 간다면 도움을 줄 의향이 있으시단다.”

“전 좋아요!”

레나가 신이 나서 말했다.

신성왕국이라니! 그녀는 항상 성전사라는 특수한 기사를 만나보고 싶었다.

신력이라는 세속을 초월한 힘을 몸에 두른 기사들.

그들은 어떤 기술을 사용할까? 검술과 같은 무기술보다는 체술을 익히는 데에 힘쓴다고 들었는데..

반면 레오는 잠시 우물쭈물했다. 아버지의 제안이 갑작스럽다.

‘무사수행 {이벤트}인가?’

프린O스 메이커라는 게임의 몇몇 시리즈에는 ‘무사수행’이라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게임에서 여주인공은 무사수행이라는 이름으로 도시 밖으로 나가 괴물들, 또는 산적들과 싸우며 보상을 얻었다.

필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보물상자에서 보상을 얻기도 했고, 가끔 확률적으로 민간인과 마주치기도 했는데, 그들을 공격해 돈을 약탈할 수도 있었다.

물론, 그런 짓을 자주 했다간 용사의 딸이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비난과 함께 패널티가 주어졌다.

‘하지만 신성왕국보다는 기왕이면 아스터 왕국 쪽으로 가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레나 아이나르가 만날 가망이 있는 왕자는 대륙에 오직 세 명뿐이었다.

신성왕국을 제외하면 대륙의 왕국들은 북부의 아스틴 & 아스터 왕국을 야만인의 땅이라며 멸시했기 때문이었다.

그 세 명의 왕자는 제롬 신성왕국의 왕자인 ‘클레오 드 프리데릭’, 아스틴 왕국의 왕자인 ‘아놀프 드 클라우스’ 그리고 아스터 왕국의 왕자인 ‘파블로 드 클라우스’였다.

아스틴 왕국의 왕자는 지금 출발해봐야 이미 전쟁에 나가고 없을 것이니 제외다.

그럼 남은 건 아스터 왕국과 제롬 신성왕국인데…

신성왕국의 왕자는 소꿉친구 시나리오와 겹치는 면이 없잖아 있었다. 소꿉친구인 레나가 만약 왕자를 만나게 된다면 분명 ‘클레오 드 프리데릭’일 것이다.

‘…아니야. 어차피 소꿉친구인 레나를 왕자와 만나게 하기는 틀렸어. 걔는 눈치가 너무 빨라서 함께하기 힘들어.’

레오는 스스로 김칫국물을 너무 많이 마셨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약혼관계에서 파혼이 가능할지도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인데, 겹치고 자시고를 논할 때가 아니다.

신성왕국 쪽으로 가라는 걸 거절할 명분도 없고…

어쨌든 무사수행을 떠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었으므로 레오도 아버지의 제안에 긍정을 표했다.

이 성에 백날 있어 봐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마도.

* * *

다음날, 노엘 덱스터는 레나와 레오를 데리고 영주를 만났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분들이 기사님께서 일전에 말씀하셨던 수습 기사분들이시군요.”

에이브릴 성의 영주, ‘디알로 브리나’는 노엘에게 꽤 눈에 띄는 예의를 보였다.

브리나 자작가의 둘째로 태어나 아스틴 왕국의 수도, 바르나울에서 살았던 그는 노엘 덱스터의 명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귀족 도살자.

‘구일 전쟁’ 내내 가장 치열한 암투가 펼쳐졌던 바르나울에서 내전의 시작부터 끝까지 살아남은 기사가 바로 노엘 덱스터였다.

그는 수도에서만큼은 소드마스터인 아르펜 알바세테 남작만큼이나 유명했었다.

엄밀히 말하면 악명을 떨쳤지만…

사실 그의 악명은 부풀려진 감이 있었다.

노엘 덱스터가 바르나울에서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의 신중한 성격 덕분이었다.

바르나울에서 노엘 덱스터가 귀족을 암살하는 데 성공했을 때, 간혹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암살했는지 모르는 사건이 터지면 지레짐작으로 그가 한 행동으로 치부되곤 했다.

전쟁이 끝나고 논공행상을 치르면서 그가 죽인 귀족의 숫자가 세간에 공개됐다.

생각보다 적은 숫자였으나 노엘 덱스터는 이미 ‘귀족 도살자’라는 이름으로 너무 유명해진 상태였다.

노엘이 공손히 말했다.

“예, 이쪽은 제 아들인 레오 덱스터이고, 여기는 제자인 레나 아이나르라 합니다.”

레나와 레오는 그의 소개에 맞춰 꾸벅 인사를 올렸다. 디알로 브리나도 인사를 되돌려주다가 흠칫, 레오를 보고 놀랐다.

[ 업적 : 아놀프 드 클라우스를 만남 – 클라우스 왕가를 섬기는 모든 귀족에게 미약한 호감을 얻음. 아놀프 드 클라우스에게 미약한 호감을 얻음. ]

[ 업적 : 귀족 살해 – 모든 귀족들이 당신에게 미약한 두려움을 느낍니다. ]

이제 막 성년이 된 녀석이라는데 어쩐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더니…’

통통한 디알로는 애써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자리를 안내했다.

그는 귀족이자 영주였으나 실상은 둘째로 태어나 가문도 물려받지 못하고 소일이나 할 운명이었다.

다행히 왕의 명령을 받아 이곳 에이브릴 성으로 파견된 그는 자신의 위치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어지간해선 전쟁이 나지 않을 신성왕국과 가까이 있는 성. 군사적인 목적이 강한 이곳은 평소 상업활동도 미약해서 할 일이 많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인 브리나 자작이 어떻게 하면 에이브릴 성을 가문의 영지로 편입시킬 수 있을까 궁리하며 귀찮게 하는 것을 제외하면, 그는 걱정이라 할 것이 없었다.

“자자. 편히들 앉으십시오. 간단한 다과를 내오라 일렀습니다.”

“…영주님께서 이렇게 신경 써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노엘 덱스터는 영주의 접대가 부담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기사이지 귀족이 아니었다.

하지만 디알로도 비슷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놀라운 전공으로 덱스터라는 성(姓)까지 하사받은 악명높은 기사. 에이브릴 성에 파견되어왔을 때, 그의 이름을 듣고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영광되게 은퇴하신 기사님께 이정도쯤이야… 그보다 아드님과 제자분을 여행 보내고 싶다고 하셨죠?”

“네. 다른 기사들을 만나 견문을 넓힐 수 있게 도와주고 싶습니다.”

“음- 마수를 둘이서 사냥했다는 이야기는 부족장에게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아직 젊은 분들인데 역시 기사님께서 가르치신 아이들은 뭔가 다르군요.”

두 사람은 칭찬과 겸손을 보이는 대화를 오랫동안 나누었으나 결론은 빨랐다.

“물론 도와드려야지요. 앞으로 에이브릴 성의, 아니지, 아스터 왕국의 검이 될 동량들인걸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럼 그 도움이란 것은…?”

“말을 두 필 내어드리죠. 아, 마차가 더 편할까요? 아무래도 말이 낫지요? 신성왕국으로 보내신다고 하셨으니 국경 출입증도 발급해 드리죠.”

“영주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노엘 덱스터가 고개 숙여 인사하자 영주는 기분 좋게 웃었다.

바르나울의 악명높던 기사에게 경례를 받는 것은 어깨가 으쓱해지는 일이었다.

“하하하. 영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아 참, 기사들을 만나 겨루고 싶다고 하셨지요? 그러면 드릴만 한 것이 더 있겠네요.”

한껏 들뜬 그는 잠시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비웠다가 금방 돌아왔다.

디알로 브리나가 내민 것은 한 장의 편지였다. 영주의 직인이 찍힌 그것은 검술 향상을 목적으로 수행을 떠난 기사임을 밝히는 증명서를 임의로 만든 것이었다.

“이걸 가지고 가시면… 글쎄요? 가장 가까운 비도리닌 성의 영주를 만나기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비도리닌 성은 신성왕국에서 군사적인 목적으로 세운 성이었다. 국경 관문을 두고 이곳 에이브릴 성과 대치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다음부터는 비도리닌 성의 영주에게 다른 증명서를 얻으시면 여러모로 여정이 편할 겁니다. 무작정 기사들을 만나려 하는 것보다는 그편이 훨씬 낫겠지요.”

“세상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영주님.”

노엘 덱스터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연거푸 했다.

디알로는 그러지 말라며 사양했지만, 누가 봐도 우쭐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로 고개를 높이 치켜들었다.

비참했던 내전은 모두에게 불행을 안겨줬으나, 디알로 같은 사람에겐 둘도 없는 행운이었다.

* * *

다음 날, 레나와 레오네 집 뒤편 공터에 두 필의 말이 도착했다.

말을 탈 줄 모르는 레나는 승마를 처음부터 배워야 했으나 고삐를 잡은 후부터 주행까지는 금방 배웠다.

[ 업적 : 최초의 승마 – 레오의 기마술이 소폭 상승합니다. ]

레오는 업적도 있고, 소꿉친구 시나리오 때 말을 타본 경험도 있어서 이제는 꽤 익숙하게 말을 몰았다.

노엘 덱스터는 레나에게 승마를 가르쳐주며 쯥쯥 입맛을 다셨다.

‘레오는 몰라도, 레나는 여행 보내기엔 조금 아까운데…’

레나는 재능이 뛰어났다. 그녀는 그닥 놀랍지 않은 검술 실력으로도 노엘이 가르쳐준 검술의 요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딱 일 년만 더 가르치면 확실하게 경지를 높일 수 있는데 아쉽군. 그런 다음에 여행을 떠났으면 얼마나 좋아.’

하지만 그는 데호르만의 부탁을 저버리지 못했다.

데호르만은 자신과 딸 모두가 전쟁에 나가지 않은 것을 찝찝해했다.

그래서 레나가 잠시 에이브릴 성을 떠나 무언가를 하기를 바랐고, 노엘이 그의 소망을 들어준 것이었다.

노엘은 레나가 “넌 왜 이렇게 잘 타?”라며 레오에게 묻는 것을 한 귀로 흘리며 생각을 이어갔다.

‘아니다. 여행하면서 견문을 넓히는 게 더 낫겠지. 결혼하기 전에 둘이서 추억도 좀 만들고…’

곁에 레오도 있으니까.

실력이 훌쩍 는 아들은 레나를 충분히 가르쳐줄 수 있을 거다. 돌아올 때쯤이면 둘 다 부쩍 성장해있겠지.

노엘은 레오가 잘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며칠 뒤, 갖가지 취사도구와 두툼한 담요, 텐트를 챙긴 레나와 레오는 말을 타고 에이브릴 성을 떠났다.

둘만의 한적한 여행이 시작됐다.

레나는 레오와의 여행을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공터에서 같이 훈련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여행을 다니는 것만 하겠는가.

어쩐지 쌀쌀맞아진 레오의 태도도 여행을 하다 보면 다 풀리겠지.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레오는 여행을 나와서도 도통 말을 하지 않았다. 왜 그러냐고 물어봐도 어영부영 대답을 회피하기 일쑤였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레나도 토라져서 ‘쟤가 먼저 말할 때까지 나도 말하지 않아야지.’라고 다짐했다.

그러곤 두 시간도 되지 않아서 “레오, 근데 있잖아…”라면서 말을 걸었다.

레나의 실망이 쌓이는 중에도 여행은 계속됐다.

말을 타고 사흘을 달린 끝에 신성왕국으로 넘어가는 국경 관문을 하루 앞두고 있었다.

두 사람은 부지런히 말을 몰았다.

– 따그닥. 따그닥.

레오는 이렇게 말을 타고 있을 때가 가장 마음 편했다. 레나가 말을 모는데 정신이 팔려서 말을 걸지 못하는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힐끗 돌아보니 레나는 불안해하는 말을 다독이며 뒤따라오고 있었다.

그때, ‘에락트’ 두 마리가 불쑥 수풀에서 뛰쳐나왔다.

사슴을 닮은 그 초식동물은 달리기가 여간 빠른 것이 아니어서 덫이 아니면 거의 잡지 못하는 동물로 꼽혔다.

“어엇! 조심해!”

그 한 쌍의 에락트는 민첩하게 레나의 말과 레오의 말 사이를 ‘슉!’하고 지나가 버렸다.

– 히히힝!

깜짝 놀란 레나의 말이 앞발을 크게 들었다.

레나가 말에서 떨어졌다.

“꺄앗!”

“레나! 괜찮…?”

레오는 깜짝 놀라서 말을 멈춰 세웠다. 말에서 내려 레나에게 다가가려다가… 멈칫, 움직이지 않았다.

일단 레나는 괜찮다.

엉덩방아를 세게 찧었을 뿐이다.

“아야야… 아파라.”

레나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일어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에고… 괜히 부끄럽게시리.’

그녀는 레오가 호들갑을 떨 것을 예상하며 고개를 들었다. 난 괜찮다고 말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레오는 앞에서 말을 탄 채 멀뚱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레나와 레오의 눈이 마주쳤다.

토할 것 같다.

레오는 구토감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그녀의 눈을 피했고, 사달을 일으킨 에락트 한 쌍은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에락트는 한번 짝을 만나면 평생을 함께하는, 금슬이 좋은 동물로 유명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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