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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1

70. 약혼관계 – 방

“괜찮아?”

레오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어어? 으, 응. 괜찮아.”

레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손을 흔들고, 놀란 말에게 다가가 고삐를 움켜쥐었다.

노엘 아저씨께 배운 대로 말의 뺨을 쓰다듬어 진정시키고, 말 등에 올랐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말을 몰았다.

레나는 앞서가는 레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레오가… 달라졌어.’

레오가 요즘 나를 피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찾아오지도 않고, 먼저 말을 걸지도 않고, 잘 웃지도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름의 추측은 있었다.

처음에는, 레오가 무언가 깨달음을 얻어 검술 실력이 늘면서 성격이 변했다고 생각했었다.

노구화호를 사냥한 이후에는, 내가 다친 것을 레오가 미안해하며 자책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방금은…

이전의 레오였다면 내가 말에서 떨어지자마자 호다닥 달려와 괜찮냐며 야단법석을 떨었을 것이었다. 적어도 말에서 내려 다가왔을 거다.

하지만 레오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말에 탄 채, 한 마디 안부를 물었을 뿐이다.

오싹한 생각이 들었다.

‘설마 레오가 날… 아냐, 말도 안 되는 소리. 과민반응이야. 엉덩이 좀 찧었다고 무슨…’

레나는 자신의 과대망상을 떨어버리고는 말을 모는 데 집중했다.

말은 주인의 심정을 읽기라도 한 듯 불안하게 달렸다.

* * *

다음 날, 국경 관문에 도착한 레나와 레오는 관문 앞의 숙소에서 하루 숙박했다.

레나는 레오가 방을 두 개를 잡는 것을 보고는 안절부절못했다.

부끄럽고 자시고를 따질 때가 아니다.

“레오, 꼭 방을 두 개 잡아야 해? 트윈 방도 있는데… 그… 침대 두 개 있는 방 있잖아. 그게 훨씬 쌀 텐데…”

혹시 레오가 트윈 방이 뭔지 모를까 봐 설명도 해줬지만, 그는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레오는 잘 자라는 한마디 말만 남기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도저히 안 되겠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레나, 그녀는 명치가 위장을 내리누르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숙소 밖으로 뛰쳐나갔다.

주점으로 달려가 술을 통으로 산 레나는 다시 숙소로 돌아와 레오의 방문을 쾅쾅 두들겼다.

“레오! 문 열어!”

“…왜 그래?”

문을 연 레오의 얼굴에는 피로가 잔뜩 쌓여있었다. 그는 레나가 허리춤에 낀 술통을 보더니 울 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다.

“우리 얘기 좀 해.”

레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레오가 비켜주지 않았다.

눈이 얽히며 일순간의 눈싸움이 있었으나, 곧 레오가 고개를 돌리며 길을 터주었다.

레나는 잠시 어쩔 줄 모르고 들어가지 못했다. 발바닥이 땅에 붙어버린 듯 떼어지질 않는다.

‘방금… 날 안 들여보내 주려고 한 거야?’

믿을 수가 없다.

숨이 막힌다.

어제 과대망상이라 치부했던 상상이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 같아서 무섭다. 레오가 날 멀리한다. 아니, 어쩌면 날 싫어한…

“안 들어올 거야?”

레오의 질문에 레나는 냉큼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돌파를 선택했다.

심호흡하며 술통을 내려놓은 레나는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옆자리를 손으로 탁탁 두드렸다.

여기 앉으라고.

그런데 레오는 못 봤다는 듯이 침대에 걸터앉았다.

결국, 레나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레오, 너 진짜 왜 이래?”

“…뭐가?”

“뭐가라니. 네가 더 잘 알잖아.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이유라도 좀 알자. 내가 뭐 잘못했어? 잘못한 게 있으면 고칠게. 언제 내가 말실수했구나? 그치? 응?”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야말로 왜 그래?”

“아니, 하… 레오오, 네가 요즘 나 피하고 있는 거 다 알아. 이유라도 알려줘. 응? 나 힘들어.”

레나는 침대에 걸터앉은 레오의 무릎에 손을 얹으며 간절히 물었다.

레오는 한참 동안 답하지 못하고 천장만 바라보다가 말했다.

무릎에 닿은 손이 괴롭다.

“그냥 요즘 피곤해서 그래.”

“뭐가 피곤한데? 혹시 내가 피곤한 거야? 아니지? 응? 말 좀 해줘.”

“아니야. 요즘 어쩐지 몸이 안 좋아서 그래.”

“……”

거짓말이다. 건장한 레오는 감기 한번을 앓아본 적이 없었다.

더는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을 직감한 레나는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리듯 물었다.

“그럼… 술도 안 먹을 거야?”

“…아니야. 먹을게. 좋은 거 사왔네…”

둘은 말없이 서로의 잔을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했다.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으나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가 레나가 술을 쭉 들이켜 비워버리더니,

– 쾅!

잔을 벽에 던져버렸다.

나무로 만든 잔이 바닥에 떨어져 뒹굴었다.

“레오! 너 진짜 왜 이래! 내가 싫어? 싫으면 싫다고 말이라도 해!”

레나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고함을 질렀다.

“날 봐! 눈 돌리지 말고!”

“…싫어진 거 아니야.”

“그러면 대체 왜 이래?”

“….”

레오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는 아버지에게 신성왕국으로 여행을 다녀오라는 말을 듣고, ‘클레오 드 프레데릭’을 찾아갈 계획을 세웠다.

레나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루테티아에 도착하면 {추적술}로 왕자를 찾아 그녀와 인연을 만들어주려고.

예전 수도교회에서 쫓겨난 레나와 생활하며 잠시 대장장이로 일할 때, 왕자가 사냥하러 종종 바깥으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걸 찾아갈 요량이었고, 지난 소꿉친구 시나리오에서 세웠던 계획과 같은 것이었지만, 이건 정말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소꿉친구 시나리오의 레나는 친구였다.

언제라도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을 정도로 친했으나, 레나의 ‘사제의 꿈’이라는 선에 가로막혀 있었다.

그래서 그녀를 왕자에게 데려가겠다는 것이 그렇게까지 심적으로 괴로운 일은 아니었다.

반면, 이 약혼관계 시나리오는…

죽을 것 같다.

‘그냥 포기할까? 지금이라도 레나한테 사과할까?’

그러면 난 뭘 해야 하지?

당장 사과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건 좋다. 그러고 싶다. 하지만 그다음에 할 만한 일이 없었다.

레나에게 못되게 구는 것이 괴로워서 그동안 머리를 쥐어짜 봤다. 파혼을 제외하고 클리어를 위해 해봄 직한 일을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그중 하나는 다른 시나리오의 레나, 레오를 찾아가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다른 시나리오가 어떻게 끝날지를 알고 있으니 분명 시도해봄 직한 일이었다.

하지만 가망이 없었다. 약혼관계 시나리오가 ‘늦게’ 시작되는 시나리오였기 때문이었다.

여름에 시작되는 다른 시나리오들과 달리 약혼관계 시나리오는 같은 해 겨울에 시작됐다. 그래서 소꿉친구, 거지남매 시나리오는 이미 거의 끝난 상태였다.

추측이지만, 다른 시나리오들은 ‘지난번’에 했던 레오의 플레이와 동일하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마치 새 게임이 기존의 게임에 덮어씌워져 저장되는 것처럼…

이 추측에 확신을 더해준 것은 이전에 얻은 {추적술} 능력이었다.

{추적술}로 다른 레나와 레오들을 떠올리면 그들의 방향을 알 수 있었는데, 소꿉친구 시나리오의 레나와 레오의 방향은 잡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소꿉친구 시나리오는 겨울이 오기도 전에 끝났다. 그들은 이로타시 강변에서 ‘바르트 경’이라는 기사의 칼에 맞아 죽었고, 그 때문에 방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틀림없었다.

끝난 시나리오를 도와줄 방법은 없다.

거지남매 시나리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추적술}로 남매의 방향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미 지난달에 전쟁이 터졌다.

추측이 맞다면 거지남매의 레오는 이미 토턴 타티안을 암살했고, 지금은 양자로 들어가겠노라 룰루랄라 하고 있을 터였다.

그 결말을 알고 있으니 찾아가서 도와주고 싶지만, 이번에는 거리가 문제가 됐다. 이곳에서 직선으로, 말을 타고 최대한 빨리 오르빌로 달려간다 해도 석 달은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전쟁 중인 벨리타 왕국으로 바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 신성왕국을 거쳐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시간을 다 잡아먹었다.

전쟁 중인 적국의 국민이 입국할 수 있을지, 신성왕국에서 허가를 어찌 받을지는 둘째 치더라도, 그렇게 오르빌에 도착할 즈음에는 왕자 레오가 페테르 백작에게 정체를 들켰을 거다.

‘대체 왜 약혼관계 시나리오만 늦게 시작하는 거야…’

오른 왕국이나 벨리타 왕국에 ‘그냥’ 들르는 것도 고려해봤다.

‘지난’ 시나리오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 시나리오를 대비하기 위해서.

레나 아이나르가 따라와 줄지는 의문이지만, 일단 오른 왕국에 들려두면 다음 소꿉친구 시나리오의 레오가 이 레오 덱스터를 만나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소꿉친구인 레오는 이 레오 덱스터가 도착하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겠지만, 그 시나리오의 배경인 오른 왕국에서는 억압받는 야만인들을 규합해 반란을 일으켜볼 여지가 있었다.

두 레오가 만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반란을 일으키는 게 쉬운 일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 명보다는 두 명이 낫지 않을까?

허나 레오는 이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시기상조였다. 당장 다음다음에 시작되는 소꿉친구 시나리오에서 왕위를 노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두 명이 아니라 일곱 명이라도 어렵다.

벨리타 왕국으로 가는 것도 제외됐다.

다음 거지남매 시나리오엔 {혈통}이라는 아주 확실한 클리어 수단이 보장되어 있었다.

그 시나리오에서는 바르트 경을 찾기 위해 최대한 빨리 콘라드 왕국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런 거지남매를 따라가려면, 우리는 이곳 아스틴 왕국부터 콘라드 왕국까지, 거대한 대륙을 관통하는 여행을 해야만 했다.

그것도 일직선이 아니라 전쟁 때문에 신성왕국과 오른 왕국을 거쳐 돌아가야 한다.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잡아먹는 일이었다.

{혈통} 이벤트가 성공한 다음에, 왕자가 된 레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찾아간다면 모를까,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쓸데없이 회차를 낭비할 수는 없다.

그때, 레나가 레오의 오랜 침묵을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레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의 번민하는 모습에 끓어 올랐던 분노도 어느새 식어버렸다.

‘그래도 내가 싫어진 건 아니라고 했어. 뭔가 말 못 할 이유가 있나 보지. 그렇겠지…‘

그녀는 레오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나 갈게. 잘 자.”

입술을 꾸욱 아물어 눈물을 참아낸 레나는 술통을 두고 터덜터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레나가 떠나고 혼자 남은 레오는 잠시 우울하게 앉아있다가, 반이 넘게 남은 맥주를 모조리 마셔버렸다.

* * *

여행은 계속되었다.

레나와 레오는 영주가 발급해준 통행증으로 관문을 통과해 신성왕국으로 넘어왔다. 그들은 길을 물어 비도리닌 성을 향했고, 오늘 도착했다.

레나가 성을 휙 둘러보더니 말했다.

“이 성은 작네. 군사적인 목적으로 세워졌다더니…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은걸. 그렇지 않아?”

“…그러게.”

레오의 답변이 신통치 않았으나 레나는 이젠 그러려니 했다.

그녀는 평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덤벙거리며 물건을 빠뜨리고 짐을 싸는 것도, 가끔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것도 그대로였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레오의 관심을 끌려 했다.

며칠 전에 어느 마을에 들렸을 때, 레나는 특산물이라는 사탕을 사다가 레오의 입에 직접 넣어주겠다며 떼를 썼다.

그녀는 기어이 레오에게 사탕을 물리고서야 만족했다는 듯이 웃었고, 레오는 입에 달콤한 사탕을 문 채 씁쓸함을 느꼈다.

레나와 레오는 내성을 찾아갔다. 성을 지키는 경비병에게 에이브릴 성의 영주에게 받은 증명서를 내밀자 곧 집사를 만나 응접실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기다리길 잠시, 비도리닌 성의 영주가 나타났다. 그는 지긋이 나이가 든 노인으로, 얼핏 평민이나 다를 바가 없는 단출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저는 베르게르 아가타라 합니다. 기사 수행을 다니는 분들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선약도 없이 찾아와 죄송합니다. 저는 레오 덱스터라 하옵고, 이쪽은 레나 아이나르라 합니다. 불청객을 몸소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오는 아카이아 제국 시절의 절도있는 기사의 예법을 취해 인사했다.

타티안 후작의 아들, 토턴 타티안을 죽이고 얻은 업적 패널티를 상쇄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 업적 : 귀족 살해 – 모든 귀족들이 당신에게 미약한 두려움을 느낍니다. ]

베르게르 아가타 남작은 움찔, 레오에게서 심상찮음을 느끼다가 그의 예법을 보고 반갑게 웃었다.

“오.. 그 오래된 예법을 쓰는 기사님을 뵙기는 정말 오랜만이로군요. 이런 외진 산성에 선약은 당치도 않습니다. 앉아서 이야기할까요?”

레나와 레오, 아가타 남작은 소박하게 치장된 응접실에 앉아 오드르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었다.

부탁해야 하는 처지이었으므로 레오는 교묘한 ‘귀족의 대화’를 제안했다.

북쪽 산골에 박혀 다른 귀족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던 남작은 기쁘게 그 여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담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레나가 오드르 차를 보고 반가워하던 것도 잠시,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대화가 이어지자 심심해했기 때문이었다.

끝내 그녀는 하품을 뱉고야 말았다.

아가타 남작이 빙긋 웃었다.

“이런, 숙녀 기사님께서 많이 피곤하신 모양입니다.”

“아,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저기, 그게…”

“레나가 오드르 차를 마셔서 조금 졸렸던 모양입니다. 이건 차이면서도 술처럼 알딸딸하니까요.”

“마, 맞아요!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

“저런, 죄송합니다. 다른 음료를 내왔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예까지 오시느라 피곤하셨을 텐데 제가 미처 고려하지 못했군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남작은 집사를 불러 레나와 레오에게 방을 내어주라 이르고 사라졌다.

집사가 물었다.

“방을 어떻게 드릴까요? 기사분들이시라 들었는데, 방을 따로따로 드릴까요?”

레오가 답하기도 전에 레나가 불쑥 끼어들었다.

“아니요. 한 방으로 주세요. 우린 약혼한 사이예요.”

“알겠습니다. 안내해드리죠.”

어어어어어?

예상치 못한 전개에 놀란 레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망했다.

심지어 집사가 안내해준 방에는 침대가 하나밖에 없었다.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Raising the Princess to Overcome Death

A Princess Is Raised After Death, Desperately Making Her a Princess, Princess is Raised by Death, RPOD, The Princess Is Raised After She Dies, 正規エンディングまで異世界ループ転生, 공주는 죽어서 키운다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Minseo was trapped in [Raise Lena]. With the emotionless text, “[Starting Raise Lena]” he became Leo and was imprisoned in an unfamiliar worl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Uh-huh?” “Leo? Why the long face? You! Are you messing with me again?” There, he met his childhood friend, Lena, skillfully picking berries. The lovely Lena. Leo marries her in a peaceful mountain village… [Lena is married! Congratulations.] [You have failed to clear Raise Lena.] [Restarting.] The happiest moment. Lena disappeared. And…. “Leo! Are you listening to me?” “Huh? Lena!” “Why have you been spacing out? And why are you looking at me like that? You wanna get beat up?” Lena, clad in thick leather armor and a sword on her shoulder, stared at him with unwavering eyes. It was a different scen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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