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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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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야(3)

인간에게 딱 맞는 의식의 형태.

“그건 단순히 제가 익히는 요수공법에 대한 경고입니까? 아니면, 김 형께서 찾은 어떠한 화두입니까?”

그가 아무런 이유 없이 저런 말을 꺼냈을 리는 없다.

김영훈은 지그시 나를 바라보더니 잠시 뭔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둘 다다.”

“둘 다라면, 김 형께서 이미 다음 경지의 발판을 찾은 게 아닌지요?”

“하, 내가 네게 와서 감정을 토해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 그런 걸로 다음 경지의 실마리를 찾았다면 진즉 네게 알려줬겠지.”

그가 자조섞인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잡았다.

‘어쨌든 뭔가 찾긴 찾았나보군.’

그는 거대한 바위 앞쪽으로 가 기수식을 잡더니, 느릿느릿하게 손을 뻗었다.

아무런 내공도 실리지 않은 손.

아무리 느릿하다지만 저 손으로 바위를 친다는 건 손이 박살나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행동!

그러나 그때였다.

파아앗!

“….!”

나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 김영훈의 일권.

아니, 그의 ‘의식’을 눈여겨보았다.

그의 의식이 요동치며, 순간 김영훈의 주먹 주변의 의식영역이 찌그러지더니, ‘주먹’과 같은 형태로 응집된다.

저건 마치…

‘요수공법…!?’

의식영역을 개변시키는 요수공법과도 닮은 면이 있었다.

그리고, 김영훈의 주먹이 기어코 바위에 닿았다.

콰드드득!

“….!!”

마치 두부를 파고들어가듯.

김영훈의 주먹은 그대로 거암을 파고들어 팔뚝까지 들어간다.

‘내공도 쓰지 않았는데!?’

내가 두 눈을 비비며 다시 보았지만, 김영훈의 팔에는 내공이 들어가있지 않았다.

“봐라.”

투두둑

치이이이-

김영훈이 팔을 바위에서 꺼내며 내게 보여주었다.

나는 그 팔을 관찰하며 김영훈이 어떤 원리로 내공도 없이 바위를 파고든 건지 알아냈다.

‘내공이 아니라, 체내에 자연적으로 흐르는 기본적인 기(氣)가 극한으로 활성화되어있다! 의식영역이 순간 주먹과 일치되자 주먹의 기본적인 기운이 최대로 활성화된거야…!’

파츠츳..

얼마간 내게 팔을 보여주던 그는, 집중이 풀렸는지 다시 주먹 형태로 찌그러뜨린 의식영역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최근에 얻은 화두라서 오래는 유지 못한다. 애초에 네 호풍응룡변처럼 자연스럽게 구결에 맞춰 의식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막무가내로 의식영역을 짜그러뜨린 것이니 말이다.”

난 그의 말을 들으며, 김영훈에게 물었다.

“인간에게 맞는 의식형태는, 그러니까 김 형이 보여주신 것처럼 인간의 형태로 의식영역을 바꾸면 된다는 말씀입니까?”

지금 것만 보아서는 그리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김영훈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게… 애매하다. 미묘하다고 해야할까…”

“예?”

“분명, 나는 눈 앞에 깔린 수십 수백 수천가지의 가짜 길 중에서 고민했다. 그러던 중, 인간의 형태로 의식을 압축시켜 육신의 기운을 강화시키는 그 방법을 찾았을 때… 나는 그게 ‘진짜 길’중 하나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입니까?”

“내가 찾은 그 길이, 무공(武功)이 맞는지 알수가 없더구나.”

“…?”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뭔가, 무(武)의 영역과 미묘하게 겹쳐져 있기는 하지만. 직감상 왠지 그 길을 걸어나가면 종래에는 무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뜬끔없는 경지에 이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물론, 그럴지라도 지금 네가 밟은 요수공법의 경지는 어쨌든 잘못된 것이 분명하기에, 그것을 알려줄 의도도 있어 어느 정도는 익혔지.”

“흐음…”

“그나저나, 그 호풍응룡변 말고 다른 요수공법을 구할 수는 없는 건가?”

“예, 아무래도 구하긴 힘들겠죠.”

김영훈은 난감하다는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참조할만한 자료가 있었으면 좋겠다만..”

“방금 김 형께서 의식영역을 바꾸는 건 무공의 영역과는 떨어져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지금까지 네가 준 호풍응룡변 단 하나만 연구했으니 비교하거나 대조할 것이 없지 않으냐. 다른 요수공법서를 얻어 연구할 수만 있으면 훨씬 자료가 많어지고 시행착오가 줄어들 거다.”

“흐음… 한번 구하려고 노력은 해보겠습니다만, 확답은 드릴 수 없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 후 김영훈과 의식영역에 대해서 토론을 주고받았다. 얼마 후 우리는 서로 썩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다섯번째 강환에 대한 실마리를, 김영훈은 수도공법과 요수공법, 그리고 무공에 대한 차이점과 공통점에 대한 화두를 얻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몇 시진동안 토론을 하고는 헤어졌다.

오랜만에 만나서 손속을 겨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김영훈 본인이 무엇인가 고민되는 것이 있는지 손속을 겨루는 것을 피하는 느낌이었다.

* * *

그 날 내게 찾아온 이후로, 김영훈은 더더욱 내게 빈번하게 찾아왔다.

특히나 수도공법과 요수공법에 대한 나만의 깨달음을 듣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무공에 한해서는 개세제일인이었지만.

아무래도 수도공법에 한해서는 나나, 혹은 내 이하 수준의 재능을 지닌 탓인지 그의 수도공법은 변화가 없었다.

물론 진짜 수도공법의 깨달음을 얻기보다는, 수도공법의 깨달음을 통해서 무공에 적용시켜 무공의 다음 경지를 타파하려는 의도가 더 컸으니 그에겐 상관은 없을 터였다.

나는 선통후각의 깨달음에 의거해서 수도공법에 대한 깨달음을 알려주었고.

김영훈은 내가 알아듣기 쉽도록 강환의 깨달음을 풀어서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 * *

촤르르르-

내 주변의 계곡.

그곳의 계곡물이 내 주변으로 날아와, 나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촤아아아아!

마치 물이 폭발하듯이 비산하더니, 다시 내 주변으로 모여들어 나를 둘러싼 커다란 물방울을 형성하였다.

그 물의 법술 속에서,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물 속이었지만, 수 속성의 영기가 나와 이어져 물 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었다.

부글부글..

나는 얼마간 물 속에 들어있다가, 수결을 맺어 물방울을 흩어버렸다.

수월입도결 역시 이제 연기기 9성, 오행진의의 단계에 이르렀다.

연기기 9성부터는 자신이 익힌 공법의 속성이 극한으로 발현되며 제대로 속성법술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슈우우우우..

“법력의 회복속도가 훨씬 빨라졌군.”

‘지월입도와 수월입도, 두 공법구결을 대성하면 법력의 회복속도가 얼마나 오르려나.’

모르긴 몰라도 작은 폭으로 오르진 않을 터였다.

‘과연 다른 속성의 두 공법을 익히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

그러나 아직까지도 법력의 회복속도가 빨라져서 더욱 더 자주 축기기에 도전할 수 있게된 것 외에는 별 다른 효용은 없었다.

‘일단 공법을 대성하고 나서 봐야겠군. 어차피 수월입도에서 남은 단계는 사상이의, 삼재규일, 이의합일, 일원일응, 무극영운 다섯 단계. 그런데 어차피 사상이의, 삼재규일, 이의합일의 경지는 지월입도로 영맥을 다 뚫어놓았으니, 남은 건 법력을 쌓는 것 정도밖에 없다.’

수월입도결 역시 대성(大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을 정리하며 법력을 갈무리할 때였다.

저벅, 저벅..

저 멀리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발걸음 소리를 보아 김영훈은 아닌데.’

무공을 익힌 자는 아니었다.

발걸음의 힘을 보아 젊은 자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깊은 산속을 오는 것에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발소리의 무게로 보아 어린아이도 아니었다.

‘무공을 익힌 후기지수도, 산에 익숙한 노인도,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애도 아닌데 발걸음에 두려움도 없다?’

고관대작이거나, 수도자.

둘 중 하나다.

‘수도자겠군.’

고관대작이라면 고작 한 명만 올리는 없다.

사용인을 수십 명은 대동하고 올 터였다.

슈칵!

나는 월수궁무록으로 인식을 베어내서 그 자리에서 몸을 감추었다.

얼마 후.

수풀을 헤치고, 적포를 입은 청년 수도자 한명이 나타났다.

“흠, 그 범인 놈이 자주 향하던 곳이 이곳이었는데…”

진씨세가의 수도자였다.

아무래도 김영훈의 뒤를 미행해, 그가 최근 자주 오는 이곳을 찾아온 듯 했다.

‘귀찮은 일에 휘말리긴 싫으니 거주지를 옮기고 김 형에겐 나중에 연락을 주어야겠군.’

나는 월수궁무록으로 몸을 숨긴 채 그의 실력을 가늠해 보았다.

의식영역의 크기와 기운으로 볼 때, 이 자 역시 나와 같은 연기기 14성 수도자였다.

진씨세가의 유력 후기지수 중 한명이리라.

‘옛날에 지나가며 한두번 본 것도 같군.’

녀석을 무시하고 그대로 떠나려 할 때였다.

“흐흐, 빌어먹을 범인 녀석. 범인 놈이 이상한 힘을 타고났답시고 감히 외당 장로가 돼? 말도 안되는 일이지.

이 빌어먹을 녀석, 어디 한번 실컷 고생해 봐라..!”

진씨세가의 후기지수 녀석이 주변에다가 영석을 던지며, 진법을 깔기 시작했다.

‘함정을 까는 건가?’

녀석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김영훈은 이미 요족의 지각을 깨치며 천지영기의 흐름을 볼 수 있게 되었기에 아마 소용없을 터였다.

녀석이 뭘 하나 지켜볼 때였다.

척, 척, 척..!

녀석이, 수결을 맺기 시작한다.

그럴때마다 놈의 주변으로 염화(炎火)의 기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 기운의 변화를 지켜보던 도중,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

“화얼진(火蘖陣)!”

화르르르!

주변으로 염화의 기운이 가득차오르며, 불꽃이 반경 3장을 뒤덮었다.

“숨어있는 놈은 당장 나와라!”

‘…아, 그렇군.’

내가 월수궁무록으로 숨기 전 수속성 법술을 펼치고 남은 영기가 채 전부 가라앉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그를 바탕으로 주변에 누군가가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챈 듯 했다.

“어떤 놈이냐! 썩 나오지 못할까! 그 범인 외당 장로 놈과 무슨 관계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월수궁무록의 은신을 풀고 그의 앞에 나섰다.

내가 허깨비처럼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나타나자 상당히 놀랐는지.

진가의 수도자는 흠칫 놀란 표정이었다.

“당신은… 누구요?”

그는 내 의식의 크기와 영력의 압박을 느끼며, 내 실력을 가늠했는지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뭐라 소개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김영훈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딱 적당한 핑곗거리를 생각해 냈다.

“본인은 당신에 진가의 외당장로인 김영훈 대협이, 진가로 들어가기 전부터 그에게 기술을 사사받았던 제자로, 최근에도 그와 깨달음을 주고받고 있었소만.

지금 귀하는 무엇을 하려 하시는 거요?”

“흥,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은 우리 진가의 영역이오! 우리 진가에게 허락은 받고 수련을 하는 거요!?”

‘딱히 영지도 아니면서 짜증나게 하는군.’

물론 녀석의 심기를 괜히 긁어서 발광하게 하지는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이 근방에는 최근 진씨세가가 황조를 찬탈하며 자리를 잡았고, 안그래도 진씨세가의 콧대가 잔쯕 높아진 현 시점에서 진씨세가와 괜히 분쟁을 만들 필요는 없다.

특히나 진씨세가에 김영훈이 의탁하고 있다면 더더욱.

난 녀석의 말을 끊고 제안을 했다.

“이리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내기나 한번 해보지 않겠소?

만약 당신이 이긴다면 이 기술을 가르쳐 드리지.”

파아앗!

내가 장심에 강환을 띄우자, 수도자는 몸을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눈에 탐욕이 피어났다.

“어, 어떤 내기입..니까? 아니 잠깐. 제가 지면 어찌되는 겁니까?”

녀석은 내가 축기기급의 전력이라 인식했는지, 바로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물어왔다.

“당신이 지면 내가 이 인근에서 수련했던 것은 진씨세가에 비밀로 해 주시오. 또한 김영훈은 내 스승인 동시에 벗이니 그를 괴롭히려는 생각은 그만 두시고.

어찌되었든 당신 세가의 외당 장로 아니오?”

“…예, 알겠습니다.”

“내기 내용은 간단하오. 나는 순수한 연기기급의 법술만 사용해서 당신과 겨룰 것이오. 법기도 쓰지 않을 것이니, 당신은 법기와 법술을 총동원해서 나를 쓰러뜨려 보시오.”

“예, 옛. 알겠습니다.”

화르르륵!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녀석이 펼친 진도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쿠드드득!

나 역시 지월입도결을 발동해서 주변으로 진도를 펼쳤다.

‘순수한 연기기 수도자로서의 싸움은, 거의 처음인가.’

이전까지는 수도공법은 거의 보조용으로만 사용해왔다.

왜냐하면 무공의 등봉조극의 경지는 거의 축기기급인데, 법술의 연기기는 그에 비하면 약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연기기 14성이 된 후에는 동급 경지의 연기기 수도자와 싸운 적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럼, 얼마나 힘을 쓸 수 있는지 실험 좀 해 볼까.’

연기기 14성.

무극영운의 경지에 이르르면, 단전에 영운(靈雲)이 생겨난다.

이 영운을 압축하여 영기의 별을 만들면 축기에 성공하는 것이지만.

영운은 축적하여 전투에 활용할 수도 있었다.

후우욱!

나와 녀석이 거의 동시에 입김을 불었다.

녀석의 단전에서부터 뜨거운 열기를 담고 있는 붉은 영운이, 나의 단전에서부터 묵직한 지기를 담고 있는 황갈색의 영운이 뿜어져 나왔다.

구름이 주변을 뒤덮는다.

뜨거운 구름과 황갈색의 구름이 부딪힌다.

쿠구구구!

구름의 범위 내에 있던 진도가 활발해지며, 동시에 진도 위로 수 개의 법술이 떠올랐다.

“천괴(天魁), 천강(天罡), 천기(天機), 천한(天閒), 천용(天勇)..”

“지강(地强), 지암(地暗), 지보(地輔), 지회(地會)..”

지계법술과 염계법술이 구름 속에서 응결되며, 마구 부딪히기 시작했다.

둘 다 수결과 자세한 진언은 생략하고 시동어만으로도 법술이 가능한 경지.

우리는 칠십이지살진언과 삼십육천강법결을 사용하며 부딪혔다.

두 구름의 사이로 화염과 흙덩이가 마구 부딪히며 폭음을 울렸다.

“염(炎), 폭(爆), 비(翡)!”

그리고, 녀석이 수결을 맺으며 고유 신통을 응결하기 시작했다.

내가 익힌 지월입도결처럼 저잣거리 기본공법이 아닌, 진씨세가의 진신공법이니만큼 공법의 고유신통이 존재하는 모양.

불꽃이 물총새의 형상으로 모여든다.

파르륵, 파륵!

불꽃의 물총새는 사방으로 불똥을 튀기더니, 말 그대로 섬전처럼 내게 날아들었다.

‘빠르다!’

법술의 짜임새를 보아, 직격하면 터지는 류의 법술이었다.

“지수(地囚)!”

나는 빠르게 수결을 맺어 흙의 감옥을 만들어내어 불꽃의 물총새를 가두어버렸다.

콰과광!

물총새가 감옥 안에서 폭발했지만, 감옥은 조금 그을렸을 뿐 망가지지 않았다.

“어찌… 기본법술로 고유신통을..!”

“법술이 지닌 진짜 힘을 끌어낼 수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나는 담담히 계속해서 법술을 사용하며 말을 이었다.

“선각후통으로 경지에 오른 자는, 동급 경지라면 압도할 수 있다…!”

“크윽.. 분명 내게는 법기를 사용해도 된다 하셨습니다!”

촤락!

진가 녀석은 저물법기에서 붉은 불진을 꺼내들었다.

불진에 달린 깃털은 녀석의 진도 속에서, 마치 이글이글 불타는 불꽃마냥 휘날리기 시작했다.

“십이염폭비!”

화르르르륵!

불꽃이 응결되며, 허공에 열두마리의 물총새가 떠올랐다.

“가라!”

열두 방향에서 물총새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더욱 빠르게 수결을 맺기 시작했다.

황갈색 구름 안쪽에서 더더욱 빠른 속도로 법결들이 응결된다.

꽈광, 꽈과광, 꽈과광!

기본법술들이 날아가 고유신통들을 박살내고, 그를 넘어 새로운 기본법술들이 계속해서 응결되기 시작했다.

“뭣, 그것보다 더 빨리 법술을 응결할 수 있다고..!”

손에서 피가 날 정도로 수결을 맺어왔다.

이 정도로는 지치지도 않는다!

황갈색 구름이, 적색의 구름을 점차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크으윽!”

진가 녀석이 법기를 계속해서 휘두르며, 그래도 밀리자 이제는 부적마저 꺼내서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법기도, 고유신통도 펼치지 않고 기본법술만으로 녀석과 팽팽하게 맞섰다.

이대로 장기전으로 간다면, 법기를 쓰거나 강력한 신통을 쓰지 않아 법력이 넘치는 내 승리였다.

녀석도 그것을 알았는지, 단기전으로 승부를 보려하며 더더욱 법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콰직-

녀석이 새끼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다.

붉은 핏방울이 허공으로 떠오르며, 그의 법기에 스며들었다.

쿠구구구!

놈의 불진이 더더욱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열기를 내뿜었다.

“천열(穿熱), 비폭(翡爆)!”

열기가 한계를 뚫으며, 거대한 물총새가 봉황마냥 홰를 친다.

“나쁘지 않군.”

이게 일반적인 연기기 극성 수도자들의 실력인가.

“고맙다, 덕분에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었어.”

“무슨..”

나는 지금까지 맺어왔던 수결과 다른 수결을 맺기 시작했다.

“천폭(天暴)!”

동시에, 그의 뒤쪽에 있던 계곡의 물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

거대한 파도가 일어나며, 그의 뒤쪽에서 그를 덮쳐갔다.

녀석의 진도와 구름, 신통술 전체가 파도에 휩쌓였고, 순간 물기가 증발하여 수증기가 사방으로 펴져나갔다.

갑작스러운 공격!

비록 연기기 9성 수준의 공격이었기에 연기기 14성인 녀석의 진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하나, 분명 녀석이 준비하던 법술은 위력이 대폭 낮아져 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 틈을 타, 순간 열 여섯 개의 수결을 맺었다.

열 여섯 개의 법결이 응결되며 그를 향해 날아갔다.

콰앙! 콰앙, 콰아앙!

촤아악!

“끄으윽…”

녀석의 진도와 구름이 완전히 박살나고, 진가 수도자는 그대로 뒤쪽 계곡으로 밀려나가 빠져 버렸다.

“커헉! 허억.. 어, 어떻게… 어떻게 연기기 14성에 올랐는데 또 다른 속성의 법술까지, 그것도 연기가 고계 수준의 법술을, 어떻게…!”

“내기는 내가 이겼으니, 내가 이곳에서 수련하는 것은 비밀로 해 주었으면 한다만.”

허우적거리며 계곡에서 헤엄치던 진가 수도자는 물 속에서 나와 근처 바위에 주저앉으며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어떻게… 아니, 왜? 왜 굳이 두 속성 공법을 익힌 겁니까..? 14성에 이르렀으면 폐관에 들어서 축기기에 도전하기만도 바쁠텐데…”

“축기기 도전이라.”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건 계속 꾸준히 해 왔다. 몇십년 전부터 계속, 꾸준히.”

내 입가에 맺힌 미소는, 너무나도 쓰디쓴 미소였다.

“그런데도 축기에 이를 수 없어,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자 타 속성도 익힌 거지.

재능없는 놈이 경지에 이르려면, 되는 것 안 되는 것. 인도를 져버리지 않는 선에서 다 시도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이 진가 수도자에겐 사실 고마운 마음이었다.

녀석과 법술대결을 격렬히 펼치며, 나는 체내의 법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그리고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나는 그를 통해서, 한 가지 발상을 떠올렸다.

‘두 속성 공법을 익힌 것만으로도, 법력의 회복력이 이 정도로 빨라졌다면, 두 속성 공법을 대성하면?’

두 속성 공법이 아닌, 세 속성이라면?

세 속성이 아닌 네 속성.

아니, 그를 넘어서 오행(五行)의 모든 속성이라면?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멍청하고 어리석은 짓.

한 가지 속성을 익히는 데에만 수 년이 걸릴진데, 그걸 전부 대성하려면 평생을 익혀도 모자랄 터.

그러나.

‘선각후통의 깨달음으로 깨달음을 얻었고, 시간은 이미 충분하다.’

그렇다면.

이 오행의 속성을 전부 대성한다면.

그 회복력은 과연 어느정도일까.

그 회복력을 통해서, 하루에 수십번이라도 축기기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진씨세가 수도자는 내게 감히 방해해서 죄송하다고 하며, 가문의 명예를 걸고 오늘의 일은 함구하겟다 하고는 빠르게 저 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정했다.’

둔재가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천재의 수 배의 노력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 수 배의 노력을 그냥 해버리면 그만이 아닌가?

아침에 깨달음을 얻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으니.

“오월입도경을, 전부 대성한다..!”

이전부터 점점 생각해왔고, 오늘 진가의 수도자와 대련을 하며 마침내 터져나온 생각이었다.

나는 축기기에 도달하기 위해, 내 오행(五行)을 전부 채울 다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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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回歸修仙傳, 회귀수선전
Score 9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On the way to a company workshop, we fell into a world of immortal cultivators while still in the car. Those with spiritual roots and unique abilities were all called to join cultivation sects, living prosperously. But I, having neither spiritual roots nor special abilities, lived as an ordinary mortal for 50 years, complying with fate until my death. That’s what I thought. Until I regre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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