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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3

73화 이거 완전 차별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7월. 만신전 사옥에서는 두 번째 수료식이 준비되고 있다.

“폐하, 오셨나요?”

수료식을 준비하고 있는 건 베아트리체 여왕과 야피다. 그들은 이번 2기 훈련병들의 수료식 전반을 도맡았다.

“어젯밤, 늦게 돌아오셨더군. 테스트 공략은 잘 마치셨소?”

“네, 오크 게이트였지요. 2기 훈련병들도 훌륭하게 테스트를 맞췄답니다. 다만…….”

“다만?”

베아트리체는 살짝 곤란한 표정으로 레온의 귓가에 속삭였다.

“야피 경이 오크들을 꽤나 무자비하게 처리했거든요. 훈련병들 사이에서도 조금 겁먹은 자가 나왔을 정도로요.”

“흠… 그런가. 허나, 문제없네. 비효율을 논할 정도가 아니라면 짐승에 대한 분노야 마땅한 것 아니겠는가.”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네요.”

베아트리체는 오크를 악마에 대입하곤 즉각 납득했다.

“수료식을 간소화하기로 했지만, 진행은 야피 경에게 맡기기로 했어요.”

“비체 그대가 해도 되지 않겠나?”

“제가 하면 훈련병들이… 곤란한 상황이 펼쳐진답니다.”

베아트리체는 면사포 너머로 쓴웃음을 지었다. 레온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녀의 미혹은 타락의 정수에 맞물려 숨소리만으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수준이 되었다.

면사포로 얼굴을 가렸다곤 해도 지근거리에서 격려를 하면 병사들의 의지가 꺾일 것이다.

“스피너 경이라면 잘 해내겠지.”

일주일 전, 전쟁으로 인한 사모펀드인가 뭔가가 폭락했다는 이야기가 다시금 나오질 않는 걸 보면 회복이 되긴 된 모양이다.

레온 또한 이 지구의 주민이었던 시절이 있었으나 금융과는 동떨어진 시대를 살았다. 그가 기억하는 체감한 금융사태는 IMF 정도였으니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레온은 수료식에서 2기 훈련병들에게 배지를 달아주는 야피를 보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무래도 짐보다는 스피너 경이 지구에 더 적응한듯하네.”

“폐하께서는 저보다도 적응하지 못했을 걸요?”

“어찌 그리 농을 던지시오. 내 이래뵈어도 그대보다 두어 달은 일찍 왔네.”

베아트리체는 싱긋 웃으며 스마트폰을 보였다. 최신의 롤러블 스마트폰이다. 터치형 스마트폰에도 적응하지 못해 하리에게 폰을 대신 들게 하는 레온으로선 침음할 수밖에.

“적응이 빠르신 듯하여 마음이 놓이오. 비체 그대가 짐보다 낫네.”

“폐하께서는 지구에 자신을 적응시키는 중이니 어찌 제가 더 낫다 할 수 있을까요?”

레온은 비체에게서 롤러블 스마트폰을 건네받고는 당최 이것으로 어떻게 인터넷도 하고 영상도 보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스피너 경은?”

“너무 미개한 통신수단이라면서 통신국을 해킹했다던데요?”

“……이는 불의에 부합한 것인가 고민이 되는군.”

만신전에 설치된 불법개조 와이파이 증폭 수신기도 야피가 만들었다던가. 관광객들 사이에서 꽤나 소문이 퍼진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예의 ‘그자’는 어떻게 됐지?”

“아직 묵히는 중이랍니다. 꽤 질기게 버티더군요. 아직 악신의 기운이 남아있는 덕이지만요.”

“필요하다면 짐이 조력토록 하겠네. 얼굴 가죽을 벗기면 제깟 것이 버틸 수 있겠나.”

베아트리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정중히 거절했다.

“명예로운 기사에게 그런 일을 맡긴 순 없지요. 더러운 일은 제가 할게요. 의외로 전문이랍니다? 하지만 장담하지요. 그것은 폐하께 귀중한 정보를 내어드릴 거예요.”

그것이 얼마나 오싹오싹한 과정을 거칠 지에 대해 마술사 여왕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1등석에서 관람하지 못해 안타까울 나름이야.”

그녀가 후후후, 하고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이에 레온도 화답하듯이 껄껄, 하고 웃는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어딘가 무서울 정도로 악랄해 보였다.

* * * *

용궁이 출현했다.

지상의 게이트와 달리 바다에서 던전 브레이커가 일어나면 해결이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리 강력한 헌터라도 바다에서는 활동제약이 있는 탓이다.

게다가 마소로 오염된 바다생물들까지 생각하면 던전 브레이커의 여파를 해결하기란 요원한 일.

그렇기에 헌터협회는 바다 게이트의 출현이 확정될 경우 긴급히 유력 헌터들을 징집할 권리가 있다.

“오셨습니까, 이용완 헌터님.”

“오랜만입니다, 협회장님.”

불새길드의 길드장 이용완은 징집령이 내려진 헌터협회에 부길드장 하유리와 함께 찾아왔다.

“하유리 헌터님도 오셨군요.”

“안녕하세요.”

꾸벅 고개를 굽히는 하유리. 그녀는 마스크를 쓴 채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폈다.

“근데 다른 분들은 안 보이는군요?”

이용완의 물음에 오강혁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번 동해 게이트는 미국에서 지원이 올 것입니다. 하여 다른 길드분들은 만에 하나를 대비한 예비 공략대로 남을 겁니다.”

오강혁 협회장의 말에 이용완의 입가가 비틀렸다.

“하필이면 저희가 우선 징집대상입니까? 다른 훌륭한 길드들도 많습니다만?”

“불새 길드만큼 훌륭한 길드를 찾기는 힘들지요.”

“제주도 게이트의 여파가 아직 남았습니다만.”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니 이미 회복되었으리라 믿습니다. 허허허.”

‘망할 영감.’

이용완은 협회장의 의도를 깨달았다. 이건 페널티다.

지난 호남평야 게이트에서 벌인 수작질에 대한.

대형 길드에 대한 면세 법안에서 가장 적극적이었고, 행동에 나선 불새 길드를 공개적으로 불이익을 주고 싶은 거겠지. 모두에 대한 경고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제 와서 세게 나오시다니. 믿는 구석이 생겼군.’

무쇠 오강혁. 한때는 신검 길드의 광검자, 청성 길드의 무한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삼강이었으나 가장 늙고 약한 세력의 장이 된 1세대 헌터.

그는 너무 성장해버린 10대 길드 앞에 쩔쩔매야 하는 공무원이다.

그런 그가 10대 길드인 불새 길드를 상대로 이토록 강하게 나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

“설마 우리만 보내지는 않겠고. 역시 협회장님의 비장의 패가 나서는 겁니까?”

“비장의 패라니요. 그분께선 저 같은 것의 수중에 두고 평가하실 수 있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렇겠지.’

이전의 자신이라면 협회장이 레온과 어떤 밀약을 맺거나 세력 안에 들였을 거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제주도 게이트에서 성배기사란 자들의 오연함을 목격한 그다.

게오브릭도, 레온도… 자신이 신의 선택을 받았다 자신하는 성자들은 같은 인간의 명령을 들을 자들이 아니다.

“에잉~”

“뭐, 자업자득 아니겠어?”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는 이용완에게 한마디 하는 하유리. 용완은 그녀에게 못마땅한 시선을 보냈지만, 유리는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협회의 직원 한 명이 다급히 뛰어와 보고한다.

“협회장님. VIP께서 방문하셨습니다. 오고 계십니다.”

“흠…! 알겠네.”

그 말에 오강혁 협회장은 정장과 넥타이가 흐트러지지 않는지 확인하고는 머리빗을 꺼내 머리를 정돈하기까지 했다.

‘얼씨구?’

누가 보면 맞선이라도 보는 줄 알겠다. 웬 소란이래. 용완이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협회장이 그를 말똥말똥 쳐다봤다.

“뭐, 뭡니까?”

“이용완 헌터님, 실례가 아니라면 흐트러진 옷 좀 정돈하시겠습니까?”

“……왜요?”

“그야 곧 방문하실 그분께 무례가 될 테니까요.”

“예에?”

이 영감탱이가 대체 뭔 소리야… 용완의 표정이 기괴해져 가던 때였다.

덜컹, 하고 문이 열리며 직원의 안내를 받는 금발의 미남자. 김진수 과장과 한하리 대리가 수행인처럼 쫓아온 그에게 헐레벌떡 달려가는 오강혁.

“왕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레온 드라고니아 라이온하트. 그는 허리를 숙인 오강혁 협회장을 내려다보곤 오만하게 지껄였다.

“왕의 행차를 하게 만들었다면, 응당 그럴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할 것이야.”

“물론입니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주시어 망극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레온은 협회장의 지극한 인사를 받더니 스윽, 하고 자연스럽게 상석에 앉았다. 스윽, 하고 옆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하유리였다.

“왜 일어서는 겁니까?”

“그래야 할 거 같아서?”

용완은 레온이 오자 일어선 하유리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유리뿐만이 아니다. 협회장도 자리에 앉지 않고 급사라도 된 마냥 레온의 옆에 섰다.

이 자리에서 자리에 앉아 있는 건 용완 뿐이다.

-안 일어서?

모두의 시선이 용완을 향했다. 아니, 왜, 뭐? 저 양반이 이세계에서나 왕이었지, 여기서도 왕인가?

-진짜 안 일어서?

용완은 10초를 채 버티지 못하고 일어섰다. 그가 일어나고서야 레온이 입을 열었고.

“보고하라.”

철저하게 아랫사람 대하듯 대하는 태도가 기가 막혔지만, 누구도 거기에 태클을 걸 만한 사람이 없다.

“네, 폐하. 지난 저녁 11시 경. 저희는 동해안에서 게이트의 마력을 관측했습니다.”

협회장은 정말 윗사람에게 보고하는 것처럼 몸소 자료를 띄우더니 동해안의 지도를 지목했다.

“여기 울릉도에서 남쪽으로 8km 떨어진 곳이지요. 완전히 바다 안으로 일본의 해상수역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일본의 해자대와 미 함대가 관측한 교차 정보로 바다에 게이트가 있는 건 확실하다 한다.

“바다에 있다면 바다로 나가 공략하면 그만 아니냐. 제 정원의 정원수도 가꾸지 못해 짐을 행차하게 했단 말이냐.”

“송구합니다, 폐하. 부끄럽사오나 게이트 공략은 둘째치고 게이트에 도달하는 것조차 난해한 상황입니다.”

협회장은 추가로 기상정보를 띄웠다.

“태풍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게이트가 자리한 방향을 통과할 예정이지요. 워낙 강한 태풍이라 군함으로나 겨우 접근할 정도입니다.”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방법은?”

“시간이 촉박하옵니다. 다른 게이트와 달리 용궁 게이트… 바다에 출몰한 게이트는 그 공략이 난해할뿐더러 속전속결을 요구합니다.”

헌데 태풍이 지나가려면 나흘 뒤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

만약 1차 공략대가 실패하기라도 하면 촉박한 시간으로 인해 2차 공략대 파견도 전에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바다에서 일어나는 던전 브레이크는 대참사로 이어질 것이기에 신속하고 완벽하게 공략해야만 한다.

“그대가 국가의 위신을 걸고 있다는 건 안다. 허나, 청주나 제주도에서의 일도 그렇고 네 녀석은 짐을 이 나라의 정원수로 아는 모양이구나.”

“결코 아닙니다…! 제가 어찌 폐하를 가벼이 여기겠습니까.”

“허면 무엇이냐. 이 자그마한 나라라 할지라도 나름의 영웅호걸들이 모여있을진대, 가장 먼저 짐부터 찾는 것은 어떤 연유냐.”

물론 오강혁은 레온보다 다른 헌터들을 앞서 징집할 수 있었다.

용궁 게이트의 경우 협회에게 강제징집권이 있으니 신검 길드나 청성 길드 같은 국내 최강의 길드들을 동원할 수도 있으리라.

물론 이들 길드들이 순순히 응해주느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이용완은 협회장이 이 까다로운 양반을 어찌 설득할지 기대됐다.

“폐하, 어찌 이 작은 땅의 필부들이 폐하와 비견되겠습니까. 폐하에 비하면 이 땅의 대부분이 범부와 다를 것 없습니다.”

‘아니, 이 양반이?!’

그렇다고 우릴 깎아내려?

“폐하, 사자심왕의 명예를 드높일 기회입니다! 진정한 영웅호걸의 영단을 내려주십시오!”

레온은 오강혁의 꿀 바른 혓바닥이 싫지만은 않은 건지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뭐, 좋다. 허나, 왕의 행차는 무거운 법이다. 마땅한 공물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혹 바라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오강혁 협회장이 레온을 힐깃거렸다. 이 생존자가 원하는 게 있다면 가능한 지원하겠지만, 무엇을 바라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왕은 동전을 세지 않는 법이다. 자세한 논의는 스피너 경을 통하라.”

“으음…….”

자연스럽게 공수표를 내놓게 되었다. 오강혁은 역시 쉽지 않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 * * *

레온의 동해 게이트 공략이 결정됐다.

그동안 숱한 게이트를 공략한 레온이었지만, 용궁 게이트 같은 특수한 상황은 처음.

한국, 일본, 미국 각 나라에서 공략대가 차출되는데다 군함까지 동원된다.

각 길드마다 한정된 인원만 들어갈 수 있었으니 레온은 면밀하게 살펴 참가인원을 손꼽았다.

“이번 공략은 게이트의 특성상 소규모로 진행한다. 지금부터 호명하는 이들부터 차례차례 나오도록.”

가장 먼저 불린 것이 야크트 스피너, 어떤 상황에서든 만능의 대응을 보이는 야크트 스피너는 최우선 대상이다.

그 다음은 한수호와 김재혁이었다. 편력기사 전력이니 호명된 것이 당연하다.

그다음에는 신입 생도인 구대성을 포함해 생도들의 이름이 불렸다. 기사 생도가 총 열명. 그리고 맨앳암즈에서도 스무 명이 불린다.

“응?”

의문을 품은 건 하리와 소연 둘이 먼저였다. 하리가 손을 들었다.

“저… 폐하. 호명하신 인원 중에, ‘여자’가 한 명도 없는데요?”

설마 성 차별? 에이~ 하리는 레온이 불합리해 보이는 차별주의자 같으면서도 은근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여자를 레이디와 우먼으로 구분하기는 해도 이런 공략대 편성에서 남녀 차등을 둘 사람이──

“배에 여자를 태우면 부정탄다.”

“????”

지극히 차별적인 이유였다.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singwahamkke dol-aon gisawangnim, The King of Knights Returns with the Gods,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returned to Earth as the invincible Knight King. But the Gods cam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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