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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4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74화

22장 기말고사(3)

빈키스가 이상함을 눈치챈 건, 그 뒤로 프론디어가 세 기의 골렘을 더 쓰러뜨린 후였다.

‘……확실해.’

방금의 프론디어의 공격으로 확신했다.

프론디어는 골렘의 핵이 어디 있는지를 알고 있다.

빈키스는 제작하는 골렘마다 내부의 핵의 위치를 다르게 해놓았다.

대체로 머리 혹은 심장부지만, 핵 자체의 크기는 골렘에 비해 작다. 골렘의 핵이 머리에 있고, 적이 머리를 맞췄다고 해도 핵의 크기가 워낙 작아 빗나갈 확률이 높다.

하지만 프론디어는 대부분의 골렘을 일격에 처리했다. 몇 번의 공격을 더한 것도 있었으나, 그 모두는 분명히 ‘핵’을 노리고 있었다.

골렘의 단단한 금속을 단번에 꿰뚫는 것도 놀랍지만, 핵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은 기이할 정도다. 마치 내부를 투시할 수 있는 것처럼.

[프론디어! 핵의 위치를 아는 거지?]

빈키스가 말을 걸었다. 시간을 벌면서 골렘의 전열을 가다듬을 생각이었다. 프론디어 또한 그동안 쉴 수 있으니 서로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핵의 위치만 아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프론디어가 묘한 소리를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좀 무서운 소리이기도 했다.

[그럼 또 뭘 안다는 건데?]

그 질문에 프론디어가 골렘을 보았다. 골렘의 눈으로 화면을 대신하고 있는 빈키스는, 그 눈빛이 마치 자신을 향한 것 같았다.

“선생님의 위치도 알고 있어요.”

……?!

빈키스는 어깨를 움찔 떨었다.

물론 빈키스는 이 필드 내에 있다. 다수의 골렘을 원격으로 조종하기 위해선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와야 하니까.

하지만 그 위치를 골렘을 보고 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콘스텔 내의 교사들이라도 그건 불가능할 터.

그게 프론디어라면 가능하다는……?

“농담이에요. 그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 자식이?]

부웅, 골렘 하나가 창을 휘둘렀다. 프론디어는 피하면서 거리를 벌렸다.

‘역시 이 녀석, 실력이 늘었어.’

빈키스는 프론디어가 쓰러트린 골렘의 데이터를 수집해, 골렘이 당시 어떻게 베어졌는지 대강 알고 있었다.

골렘의 눈이 담아낸 영상 정보. 그것을 보고 프론디어의 기량을 알 수 있었다.

당시에는 분명 전투를 갓 시작한 초보나 다름없었다. 골렘을 벨 수 있었던 것은 기지와 재치, 그리고 무기의 힘이었지, 실력으로 쓰러뜨린 게 아니었다.

허나 지금, 프론디어는 분명히 성장했다. 이 단기간 내에.

‘기술도, 대처도 늘었어. 그동안 실력을 키워줄 좋은 선생이 있었던 거야.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침착함.

보다 강한 난적, 위기상황을 이겨낸 사람만이 가지는 판단력.

프론디어는 이미 전부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아는 방법이 있죠.”

프론디어가 말했다.

[응? 방법? 무슨 방법?]

“선생님이 어디 있는지 찾아낼 방법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프론디어는 한 손을 들었다.

그 손에서 마력의 실이 짜여지더니 하나의 화살이 허공에 떠올랐다.

지금까지 계속 보아왔던 장면이지만 여전히 원리를 모르겠다. 저런 식의 마법은 본 적이 없다.

‘고유 스킬…… 아니면 신력이려나.’

저런 걸 지금까지 어떻게 숨기고 살았대. 나 같으면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을 텐데.

그런데 프론디어는 그 화살을 하늘을 향하게 두었다.

“선생님. ‘폭죽’이라고 아세요?”

[……아, 뭐?]

직후. 화살은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쏘아진 화살은 공중에서 수십, 수백 가지로 분열되어, 마치 은하수처럼 펼쳐지고, 이후 지면에 벼락처럼 떨어졌다.

폭우와 같은 거센 소리. 그 모습은 분명 빈키스도 본 기억이 있었다.

‘폭죽이다! 정말로 프론디어였어!’

콘스텔을 향한 마물의 대규모 습격.

그 습격을 막아낸 뒤 도주하는 마물들을 일소했다는 신기의 기술이 눈앞에 재현되었다.

물론 원래도 기술의 주인이 프론디어가 아닌가 하는 의혹은 있었다. 습격 당시 프론디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그 이전에 개인단련실에서 기록을 갱신한 사건도 있었으니.

하지만 진실로 믿는 자는 없었다.

설마 그 프론디어가.

[……이야, 대단하긴 한데. 그걸로 날 어떻게 찾겠다는 건데?]

“혹시 알고 계실지 모르지만, 폭죽은 노린 대상을 정확하게 추적하거든요.”

그 말에 빈키스는 떠올렸다. 폭죽에 맞은 마물들은 전부 머리나 심장 등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급소를 맞았다는 것을.

그 수백 개의 화살을 일일이 급소에 조준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폭죽이 날아온 방향을 봐서도, 어마어마한 초장거리이기도 했고.

즉, 폭죽의 모든 화살은 ‘유도’인 것이다.

“그리고 아쉽게도 전 ‘적당히’ 빗맞히는 방법은 모릅니다. 원래 그런 화살이라.”

그 말에 빈키스의 얼굴이 싸해졌다.

빈키스 또한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아무리 연구직에 가깝다고 해도 본인 자체가 유능한 마법사이자 소환사. 웬만한 공격에는 골렘 따위 없어도 응전이 가능하지만.

─개수를 헤아릴 수 없는 화살 전체가 급소를 노리고 오는 동시 공격을 막아내는 방법 따위, 당장에 생각이 안 나는 것이 사실이다. 마물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절명시켜버리는 화살을 베리어로 막을 수 있을지 어떨지.

[너, 너, 협박하는 거야? 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무슨 소리세요. 지금 저는 마물로부터 피해자를 구하러 온 ‘예비 프로’고, 선생님은 ‘마물 역’이시잖아요.”

기말고사 때 계속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강조하던 이야기. 교사가 봐주리라고 생각했다간 삼켜질 것이다.

어설픈 마음을 버리고 진지하게 임하도록. 프론디어는 그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고 있었다.

물론, 그야 당연히, 학생이 교사를 이길 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상성도 최악으로 맞춰놨다.

딱 프론디어만 빼고.

전혀 데이터도 없고, 모두가 얕잡아보던 프론디어를 제외하고 말이다.

[너, 너어! 진짜로 그런 짓 했다간 그냥은 안 끝나! 중간고사 때 기억 안 나? 드론이 실시간으로 너를 촬영하고 있으니까! 정말로 사상자를 만들었다가는,]

“아 그거 말인데, 한 번 이걸 보시겠어요?”

[……엉?]

빈키스는 프론디어를 비추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프론디어가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거기에는 지금도 프론디어를 촬영하고 있는 드론이 가만히 비행 중이었다.

그게 뭐 어쨌다고.

“똑같이 생겼죠? 가짜랑 바꿔놨거든요.”

[……?!]

“이야, 중간고사 때 어떻게 렌조라는 남자가 침입했는지, 자초지종을 들어서 말이죠. 그거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 ……?!]

빈키스는 정말로 사색이 되어 뭐라 말도 못 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새어 나오는 숨소리와 딸꾹질 비슷한 목 넘김이 골렘에게 내장된 마이크로 대신 전해졌다.

빈키스는 다시 프론디어를 보았다.

화면 속의 프론디어는 그저 하얗게 웃고 있었다.

마치 초승달을 닮은 섬뜩한 입가에서, 아까와 똑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어디 계세요? 선생님?”

* * *

……뭐어.

당연하겠지만, 태반은 거짓말이다.

일단 ‘폭죽’은 화살만으로는 기능하지 않는다.

활 ‘크리셀라카토스’와 화살 ‘이오케이라’의 조합으로 완성되는 것인데, 방금의 나는 화살만 쐈다.

즉 분열해서 비처럼 쏟아지게끔 하는, ‘겉보기’는 흉내 낼 수 있으나, 그 화살이 전부 상대의 급소를 맞추는 추적 기능 따위는 달려 있지 않다.

그럼 왜 활을 사용하지 않았느냐 하면, 어차피 사용해도 추적은 할 수 없으니까.

이 활의 신비에 가까운 추적 기능은 내 눈으로 대상을 직접 봐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지금 빈키스처럼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적을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것은 나뿐이니.

블러핑은 충분히 먹힐 것이다.

아 그리고 드론을 바꿔놨다는 것도 거짓말이다.

물론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을 했다. 내 스킬인 ‘직조’와도 너무도 잘 어울리는 수법이고.

하지만 이번 기말고사는 내 가치를 앙페르에게 증명해야만 하기에.

지금까지처럼 마냥 숨기지는 않을 것이다.

[너, 야, 너, 진짜로 쏘려고?]

음.

블러핑은 완벽하게 먹힌 듯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신가요? 그럼 셋을 셀 테니,”

[야! 야!! 야아!!]

거의 비명 같은 외침이었다.

진짜로 나를 무서워하는 것 같다. 기분이 묘하구만. 진짜로 맞추려는 것도 아닌데.

빈키스가 나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다행이었다. 만약 상대가 제인이었으면 이 허세가 먹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밀고 나가자.

내가 그냥 미친놈이라는 이유 말고, 그녀를 저격할 제대로 된 이유가 필요하다.

“사실 저 알고 있거든요.”

[뭐, 뭘?]

“이 시험, 학생들을 기만하고 있잖아요.”

[……!]

빈키스는 말을 멈췄다.

보통의 그녀였다면 곧바로 뻔뻔하게 오리발을 내밀었을 텐데, 꽤나 멘탈이 흔들린 것일까.

[뭐, 뭔 소리래?]

그래도 오리발을 내밀긴 하네, 응.

“처음부터 학생들에게 패배를 심어주려고 한 거잖아요? 보다 많은 사건을 수습한 학생이 1위다, 같은 건 거짓말이고.”

[아, 아닌데? 실제로 경보를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가면,]

콰드득! 우드드드득!

나는 골렘을 향해 창을 연거푸 박아넣었다.

이 시험 때까지 직조를 연습해 동시 직조가 4개로 늘었다. 일전에 키메라를 처치한 경험치도 있었으니, 늘어나는 건 금방이었다.

물론 빈키스의 골렘은 단단하지만, ‘황실의 무기고’는 그 레벨을 넘어서 있다. 뭐든 돈지랄이 갑인 것이다.

난 쓰러진 골렘을 뒤로하고 근처에 다른 골렘에게 걸어갔다.

[야! 너 이게 다 얼만 줄 알아! 안 그래도 핵이 전부 부서져서 복구할 수도 없는데!]

“그게 아까우시면 좀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죠.”

이 기말고사 실기는 1학년들이 실패하기로 되어 있다.

이건 미리 아는 지식 중 하나다.

그리고 사실, 나 개인이 되어서는 이 방식에 그리 불만을 갖고 있지 않다.

실제로 ‘바깥의 마물’을 상대하는 건 더 큰 절망이 온다. 그 전에 가벼운 실패를 경험해 두면, 막상 상황이 닥칠 때 혼란이 줄어들고 대처가 가능해진다. 거기서부터 다시 딛고 올라설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근데 그건 그거고.

이미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더러운 게 사실이니.

그리고 빈키스에게 내 행동에 대한 적절한 설득력을 부여하는 것에, 이만한 게 없다.

“잘 모르시겠지만 전 꽤 화가 났거든요.”

물론 이 말은 거짓말이다.

[화, 화가 났다니?]

“저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어차피 실패할 실기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는 것에. 이미 알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기분이 더럽단 말이죠.”

이 말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왜 상급생들이 스카웃 되어 리벤지를 다짐하겠는가. 이미 앞서 절망을 겪고, 딛고 일어서려는 모습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 ‘패배하기로 되어 있는 시험’을 승리한 전적은 없었다. 그건 한 번 절망을 겪은 상급생들의 입장에서는 옳은 시스템은 아닐 것이다.

패배하기로 되어 있다. 그것이 나에겐 마치 게임 ‘에티우스’의 대전제 같아서.

“이 실기는 ‘프로 시험의 축소판’이었죠.”

그리고 나에게 이 실기는 ‘에티우스의 축소판’과도 같다.

실패는 지긋지긋하고, 패배에는 염증이 돋는다.

“저는 이 실기를 억지로라도 이겨야겠습니다.”

나는 다시 화살을 들었다. 빛을 발하는 화살을 언제라도 쏠 기세로.

“위치를 말해주지 않으실 거면 그것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결과는 같으니.”

[아, 알았어. 내가 졌어. 말해줄게. 여기가 어디냐면.]

“이미 늦었습니다.”

[자, 잠깐! 잠깐마안! 말해준다니까? 굳이 사람을 죽여야겠어? 시험에 화가 난 건 알겠는데 그걸 내가 만들었냐! 야!]

지당하신 말씀이다. 이 시스템에 빈키스가 기여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굳이 잘못을 따지자면 비밀을 유지한 것 정도랄까.

나는 굳은 표정을 유지한 채 말했다.

“그렇죠. 사실 선생님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말로 죽일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말해주세요.”

[다, 다른 사람?]

“네. 다른 선생님들. 위치 전부.”

[……모르는데?]

“네, 셋을 셀게요.”

[야! 진짜 모른다니까! 이번엔 정말로 몰라!]

“거짓말하지 마세요. 경보는 동시에 울렸습니다. 학생들의 팀 편성을 파악하고 해당하는 위치에 교사들이 위치했잖아요. 그걸 어떻게 서로의 위치도 모르고 한단 말입니까.”

[윽.]

“셋, 둘, 하나─”

[아, 알았다 알았어! 학생이라는 녀석이 성급해 가지고선.]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해낼 때는 신속해야 하기에.”

[진짜 한마디를 안 지네!]

이렇게.

나는 일단 첫 번째 경보를 무사히 해냈다. 소중한 정보도 얻었고.

뭔가 내가 나쁜 놈 같았지만, 해낸 건 해낸 거다.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The Academy’s Weapon Replicator

AWR, 아카데미의 무기복제자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Etius, a game that no one has cleared. [GAME OVER] The moment all possible strategies failed, “Student Frondier ?” I became an Extra in the game, I became Frondier! [Weaving] •Saves and replicates images of objects. However, it is an illusion. All I have is the ability to replicate objects as virtual images! [Main Quest: Change of Destiny] ? You know the end of humanity’s destruction. Save humanity and change its fate. “Change the fate with this?!” Duplicate everything to carve out my dest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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